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5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55화(155/547)
(155) 볼타발전기가 백은을 낳는 거위가 되다
알루미늄, 그러니까 가볍고 은색으로 빛나며 항공기에 주로 쓰이는 바로 그 금속이다.
“대체, 그게 뭔데?”
이폴리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름 유진의 최측근 부관으로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해온 이폴리트다.
허나 지금껏 유진이 알루미늄은커녕 보크사이트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사실 당연한 게, 유진도 눈앞에서 보크사이트 암석을 볼 때까지는 미처 생각도 못했던 물건이다.
무엇보다 이 알루미늄이라는 게 아직 순수한 금속으로 탄생한 적이 없는 시대다.
그러니 화학자도 아니고 고등교육을 받지도 않은 이폴리트가 알 리 없다.
[보] 지역에서 가져온 암석이 쌓이는 이 순간에도 말이다.-텅! 텅! 텅!
암석을 싣고 운송해온 또 다른 최측근, 경호대장 투르네 소령이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잘 모르긴 하는데, 듣기로 화학자들이 명반에서 발견한 물질이라던데요? 대령님?”
“명반? 염색약 만들 때 쓰는 돌 말이야?”
“예. 혹시 아시는 거 있습니까, 무슈 듀퐁?”
최근 화약과 비료 공장에 몰두하던 듀퐁도 산 조르조 은행 정원 앞에 달려왔다.
“글쎄요? 라부아지에 선생님이 실험을 하신 적이 있긴 하죠.”
그래도 듀퐁은 조금 아는 게 있긴 했다.
“알루미나.”
“응? 그게 뭡니까?”
“명반을 라틴어로 [알룸]이라고 하죠. 마치 소금 같지만, 이 물질을 이용해서 고대인들은 염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명반에서 금속성 성분이 있다고 주장한 화학자들이 있었죠.”
새빨간 보의 암석, 곧 유진이 ‘보크사이트’라 명명한 돌덩이들을 보며 듀퐁이 말했다.
“그 가상의 성분을 ‘알루미나’라고 부릅니다. 50년 전, 안드레아 마르그라프가 처음 이 물질을 칼륨을 이용해 분리해냈습니다.”
안드레아 마르그라프, 현대에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18세기 당대에는 아주 유명한 화학자였다.
왜냐면 마르그라프가 발견해낸 하나의 공법 때문이다.
새빨간 암석을 매만지던 이폴리트 샤를이 눈을 크게 떴다.
“어, 설탕을 만든 그 사람? 나도 아는데?”
“샤를 대령, 엄밀히 말하면 마르그라프는 사탕무에서 알코올을 이용해 설탕을 추출해낸 사람이오. 설탕은 고대부터 존재했던 물질이지.”
“아, 그 정도는 나도 대강 알아. 하여간 설탕공장의 창시자잖아? 와, 그 사람이 이런 일도 했어?”
설탕, 원역사 현대는 아주 흔한 감미료다.
하지만 18세기 말, 설탕은 아직 사치품에 가까웠다.
열대 지역에서만 자라는 사탕수수에서만 추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탕수수는 막대한 노동력을 요구한다.
바로 노예무역이 필요해지는 이유다.
그래서 신대륙에서 사탕수수를 키우고, 사탕수수를 제배할 흑인 노예를 아프리카에서 공급하며, 다시 설탕을 유럽에 파는 삼각무역이 성행했다.
이 복잡한 과정을 농업과 장거리 교역으로 처리하다보니, 설탕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르그라프는 이 모든 과정을 유럽에 흔한 [사탕무]라는 식물로 대체했다.
사탕무에서 알코올로 설탕을 추출하는 화학 공정을 만든 것이다.
1796년 현재, 프로이센에 세워져 있는 사탕공장이 바로 마르그라프의 제자, 프란츠 아차르가 세운 것이다.
물론 아직은 농업으로 대량생산되는 열대의 사탕수수를 공장 사탕무 설탕이 따라잡은 때는 아니다.
그러나 19세기 말쯤 되면, 전세계 사탕의 60프로 이상을 사탕무가 차지하게 된다.
그야말로 식탁 위 설탕의 출처를 바꾼 화학자가 마르그라프다.
실로 19세기가 화학의 시대라는 것은 과장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마르그라프도 알루미나를 금속으로 정제해내진 못했어요.”
“어, 라부아지에 선생이 실험해 봤다면서?”
“이폴리트 대령, 라부아지에 선생님이라고 모든 화학 실험에 성공하신 건 아닙니다. 역시, 실패하셨죠. 다만 알루미나 분리 자체는 선생님도 해내셨습니다.”
문득 보크사이트를 보다, 듀퐁이 눈을 찡그렸다.
“만약 저 광물에서 알루미나를 분리해낼 수 있다면, 그건 화학의 신기원이 될 겁니다. 한데, 대체 유진 파트롱은 어디서 이런 지식을 배웠을까요? 뇌전수은도 그렇고.”
그러자 이폴리트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동방의 무슨 비전이라던데?”
당연히 그런 농담을 믿을 사람은 없다.
모두가 피식 웃으며 보크사이트를 나르는데 열중했다.
그러나 사실 이폴리트의 농담에는 진실이 있긴 하다.
전생, 동방 끝자락의 나라에서 유진이 배웠던 19세기 기록들에서 나온 지식이니까.
***
그렇다면, 이 새빨간 암석 보크나이트가 어떻게 알루미늄으로 변할까?
-파지직!
전해질 용액에 섞은 구리에서 전기가 튕겨 올랐다.
이른바 최초의 전지인 [볼타] 전지가 완성된 것이다.
역사적 업적이 분명한 순간이다.
본래는 나폴레옹 앞에서 이 실험을 시연하는 남자, 알렉산드로 볼타가 유진을 보았다.
“이렇게 전지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소, 유진 보나파르트 장군.”
유진은 집무실 앞에 놓인 볼타 전지를 보다 손뼉을 쳤다.
“대단하시군요. 이것만으로도 세기의 발견이라 할 겁니다.”
“하지만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 향후 연구에 동력이 필요한데.”
“이건 어떻겠습니까?”
유진이 손을 튕기자, 이폴리트와 투르네가 땀을 뻘뻘 흘리며 거대한 그릇을 하나 가져왔다.
-부글, 부글, 부글.
뭔가 약품이 들끓고 있는 용액을 보다, 볼타가 미간을 좁혔다.
“이게 대체 뭐요?”
유진은 가만히 끓어오르는 용액을 보다 대꾸했다.
“보크사이트.”
“보, 뭐라구요?”
“프랑스의 보 지역에서 나온 암석결합물입니다. 이 암석 결합물을 [빙정석]이란 광물을 가열한 용액에 넣으면, 아주 잘 녹죠.”
본래 알루미늄은 융용점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허나 그린란드, 덴마크, 에스파냐나 캐나다 퀘백에서 주로 발견되는 [빙정석(크리올리트)]라는 광물을 이용하면 융용점이 낮아진다.
다만 이 공정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빙정석이 학계에 소개되는 게 1798년의 일이란 거다.
그렇지만 덴마크의 식민지, 그린란드 인들은 이미 1700년대 초반부터 빙정석의 존재를 안다.
나아가 덴마크 학자들도 1790년대부터 이 광물을 연구했다.
그래서 유진도 약간의 노력 끝에 빙정석을 입수할 수 있었다.
그게 지금 볼타와 이폴리트, 투르네가 보는 광경이다.
나름 화학자이기도 한 볼타가 가만히 유진이 제시한 용액을 보다 물었다.
“서로 잘 결합하는 물질인 모양이군. 한데, 이런 건 화학 전문가를 불러야 하지 않겠소? 이를테면 라부아지에라든가.”
유진은 볼타를 돌아보며 말했다.
“프로이센에 안드레아스 지기스문트 마그라프라는 화학자가 있습니다.”
“들어본 것 같군. 사탕무에서 설탕을 만들어내는 법을 발견한 사람 아니오? 사탕수수에서 떼어내는 것보다 더 저렴하고,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했지.”
“그 사람이 발견해낸 게 또 있죠.”
그때다.
“알루미나. 한데, 그게 어쨌다는 건가? 유진 프라이슈츠 장군?”
문 밖에서 살집이 있는 가발을 쓴 남자가 성큼 들어섰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화학자, 라부아지에다.
유진은 라부아지에를 환영하며 집무실에 맞이했다.
“일찍 왔군요, 무슈 라부아지에.”
“어차피 파리에서 실무는 듀퐁이 다 알아서 해왔거든. 나야 최종적인 확인만 하니, 한가했다네.”
“좋아요. 그럼, 역사적인 순간을 보게 되겠군요?”
유진이 눈을 빛냈다.
“알루미나가 금속으로 탄생하는 순간을.”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상황에서, 유진이 볼타 전지의 구리선을 들었다.
“자, 여기에 볼타 전지를 넣겠습니다.”
볼타가 놀라 유진을 멈추게 하려 했다.
자칫 감전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미 전지에 대해 알고 있는 유진은 손에 고무장갑을 낀 상태였다.
절연체로 구리선을 휘감은 유진이 펄펄 끓는 용액에 구리선을 집어 넣었다.
-지지직!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동안 2개의 구리선이 들어가 일으킨 직류 전기에 침전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주 작지만 은색의 덩어리다.
볼타는 그게 뭔지 몰라 눈만 깜박였지만, 라부아지에는 달랐다.
왜냐면 라부아지에도 유진이 행한 실험과 흡사한 실험을 이미 해봤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유진이 낭랑히 고했다.
“축하합니다. 여러분. 세상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금속을 보시게 되었습니다.”
“이게 뭔가? 설마 정말 알루미나인가!”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알루미늄. 가장 가벼운 은과 같은 금속이죠.”
순간, 유진이 눈을 번뜩였다.
“굳이 말하자면, 진흙에서 뽑아 올린 [백은]이랄까요.”
서기 1796년 9월.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이 빙정석 전기분해법으로 탄생했다.
***
알루미늄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단연, 콜로다.
“이 공법은 비밀로 해야 합니다! 세상에, 은을 진흙에서 뽑아내다니! 게다가 은보다 더 가볍고 더 눈부시군요!”
알루미늄 덩어리를 보며 콜로가 펄쩍펄쩍 뛰었다.
사실 유진이 시연한 방법은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우선 전기 면에서 볼타 전지는 세계 최초의 전지답게 전기력이 약하다.
또한 빙정석은 아직 대량 채집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보크사이트는 은광보다 훨씬 쉽게 구할 수 있고, 또한 전기분해법을 이용하면 양산도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이걸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양산이 이뤄질 경우에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알려지면 알루미늄의 가치가 떨어진다.
원역사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화학 역사를 바꿀 텐데, 비밀로 하다니!”
반대편에서 라부아지에가 펄쩍펄쩍 뛰었다.
사실 라부아지에의 공개 주장도 일리가 있다.
애초에 알루미늄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금속이다.
그 말은 누군가 이 금속을 학계와 세상에 발표해, 가치를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역사에서는 1825년에 덴마트 과학자 외르스테드가 처음 알루미늄을 발표한다.
이후 알루미늄은 선풍적 인기를 끌어, 황금의 2배 가격으로 거래된다.
왜냐면 만들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진도 같은 방식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라부아지에를 향해 유진이 일렀다.
“다른 방법이 있어요.”
“뭐?”
“알루미나에 나트륨을 잔뜩 들여서 합성해내는 거예요. 그것도 실험해 봤으니, 곧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건 라부아지에, 당신의 이름으로 발표해 주세요.”
유진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우리는 빙정석 전기분해법으로 이 알루미늄을 대량생산하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수많은 보크사이트가 빙정석 용액에 융해되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반대로 볼타전지도 문자 그대로 수천 대가 만들어져 배치된 상태였다.
상당히 비효율적인 수작업 방식이랄까.
공정을 진행하는 이들은 전직 방데 출신 병사들.
모두 유진과 나폴레옹의 신봉자들이다.
비밀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다.
병사들에게 합당한 대가가 지불되는 한 말이다.
그렇다면 정작 전지를 만들어낸 볼타에게는 어떤 대가가 주어져야 할까?
그때 유진의 앞으로 이폴리트가 뭔가를 가져왔다.
-덜컹, 덜컹, 덜컹!
이폴리트가 끌고 온 것은 묘하게 생긴 원반형 기구였다.
다른 이들은 모두 그 물건이 무엇인지 몰라 눈을 깜박였다.
그러나 볼타만은 미간을 찡그리다 중얼거렸다.
“자석?”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자석 2개,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구리판 원반입니다.”
“잠깐, 이건.”
“볼타, 당신이 알려준 전지의 기법을 자석으로 응용한 거죠.”
문득 유진이 고무장갑을 끼고 구리판을 돌리기 시작했다.
-파지직!
순간, 불꽃이 튕겼다.
“뭐, 뭐야!”
“불꽃? 아니, 저게 혹시!”
“저, 저, 전기인가!”
콜로, 라부아지에, 볼타가 부르짖었다.
이폴리트만은 이 자리에서 홀로 놀라지 않았다.
벌써 한 번 놀랐기 때문이다.
유진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기계, 굳이 말하자면 [발전기]라고 할 수 있겠군요.”
이것은 사실은 [패러데이 휠]이라고 불리는 극초기형 발전기다.
원역사에서 전기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자기학을 연구하다 만들어낸 물건.
서기 1831년에나 세상에 나타나는 발명품이다.
현대의 발전기는 모두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유진은 전자기학 발전이나 혁신이 아니라, 오로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발전기를 실험 끝에 만들어냈다.
알루미늄을 어떻게든 대량생산에 잔뜩 보유하겠다는 일념으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볼타가 유진을 보았다.
“이걸로 대량생산하겠다는 거군. 알루미늄을.”
“전기분해법은 비밀이어야 합니다. 물론, 이 발전기는 발표하셔도 좋습니다.”
“뭐라고?”
유진이 볼타를 주시하며 웃었다.
“이 발전기는 [볼타 발전기]가 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이것이 볼타에게 주는 대가다.
전기를 아주 자연스러운 형태로 세상에 출현시키는 것.
나아가 그 전기의 발명자가 볼타가 되는 거다.
볼타가 감격해 고개를 끄덕일 찰나, 문득 콜로가 유진에게 말했다.
“이건 틀림없이 은보다 비싸게 팔릴 겁니다.”
“그렇겠죠. 공법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럼, 이 공법은 언제쯤?”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콜로와 드러나기를 바라는 라부아지에를 보다, 유진이 싱긋 웃었다.
“여러분이 죽기 전에는 발표할 수 있게 해드리죠. 단, 20년은 안 됩니다. 그동안은 이게, 우리의 군자금이 되어줄 테니까.”
20년.
나폴레옹이 원역사에서 정점에 올랐다가 몰락하는 시간.
그 시간의 역사를 바꿀 [백은]이 유진의 눈앞에서 끓고 있었다.
-파지직!
동시에 [볼타 발전기]의 전기불꽃이 눈부시게 번뜩였다.
돈복사, 아니 알루미늄 백은을 낳는 거위가 탄생한 것이다.
세상의 일각을 바꿀 발전기는 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