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5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57화(157/547)
(157) 신대륙의 상황은 영국의 독주상태다
여기, 버려진 전장이 있다.
-쾅!
해안포, 곧 해안지대에 설치된 고정 대포가 허공으로 쏘아졌다.
짙푸른 바다 위로 뻗어가는 포탄을 금발머리 청년이 응시한다.
옷깃은 낡았지만 머리와 턱은 항상 치밀하게 매만진 듯 깔끔하다.
문득 청년의 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금발 청년과 정반대로 텁수룩한 수염 가득한 군복의 중년인이다.
“어쩌다 갑자기 대포를 쏜 거요? 화약 아깝게 시리.”
청년, 로슈자클랭은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답했다.
“화약이라면 조금 늘었습니다.”
“왜? 우리가 보급을 받은 적이 있소?”
“연락선이 겨우 오갈 때 빼고는 없죠. 하지만 [이스파니올라]에서 ‘투생’ 장군이 약탈품을 보내왔거든요. 투로 대령님.”
한때 방데 전장을 누비던 군인, 투로 대령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허, 어쩌다가 흑인에게 우리가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되었나. 참으로 처량한 신세군.”
이곳은 대서양 끝자락에 위치한 섬, 마르티니크다.
조세핀의 고향이며 프랑스의 유력한 사탕수수 제배지였던 곳이다.
혁명 전에는 프랑스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던 식민지.
그러나 지금은 본국에서 잊혀져 외로운 싸움을 하는 4천 명의 병사들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과거 구 방데반란군이었던 3천 명의 왕당파와 본래 주둔하던 1천 명의 수비군이다.
그중 왕당파 군대의 지휘관이 혁명 정부에서 임시 [준장] 직위를 받은 로슈자클랭이다.
이른바 방데 여단이라 불리는 부대로, 지금껏 2년이 넘도록 마르티니크를 지켜왔다.
그것도 제해권을 사실상 영국에 넘겨준 상태에서 말이다.
로슈자클랭이 부관 격인 투로 대령을 위로했다.
“고작 이제 3년째 아닙니까? 너무 불평하지 마시지요.”
“본국에서는 우리를 잊은 것 같으니까 그렇지.”
“공주의 기사가 우리에게 약속했던 시간은 5년입니다.”
로슈자클랭은 여전히 바다를 응시하며, 확신에 찬 어조로 단언했다.
“아직 3년도 안 됐어요. 벌써 불평할 수는 없는 겁니다, 투로.”
공주의 기사, 즉 유진이 방데 여단에 약속한 바가 있다.
5년.
그 시간을 버티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겠다.
프랑스로 귀환하거나, 아니면 더 넓은 신대륙으로 가게 해주거나.
물론 로슈자클랭도 그 약속을 무턱대고 믿는 것은 아니다.
허나 가끔 오는 프랑스 본토의 연락선을 통해 본국 소식을 조금은 안다.
반년 전 정보이긴 하지만, 나폴레옹이 이탈리아에서 승승장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방데 반란을 진압했던 나폴레옹과 유진이다.
이탈리아 원정까지 성공한다면, 프랑스 본국에서 입지가 넓어질 거란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최소한 귀국만은 가능할 거란 기대가 있었다.
투로도 그 소식을 같이 들었기에, 불평을 더하는 대신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뭐, 좋소. 그런데 진짜로 왜 대포를 쏜 거요? 설마 적선이 벌써 올 리는 없지 않소, 응?”
순간, 눈을 부릅뜬 투로가 해안포가 있던 요새로 달려왔다.
“적선이군!”
저 멀리 유니언 잭을 휘날리는 영국 함선이 보였던 것이다.
투로보다 로슈자클랭이 훨씬 시력이 좋아, 먼저 발견했던 모양이다.
황급히 투로는 요새 안에 있던 수비병들에게 다그쳤다.
“수비대, 대열을 갖춰라! 해안포! 포탄을 준비해! 열화탄은 준비되어 있나!”
“너무 서두를 거 없습니다, 투로 대령.”
“어떻게 서두르지 않을 수 있소, 로슈자클랭! 지금 영국 함대가, 넬슨이 우리에게 다시 공격을 시작하고 있지 않소!”
여전히 바다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로슈자클랭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만 보는 겁니다. 지금 넬슨은 이스파니올라에 더 관심이 많죠.”
프랑스 어로 이스파니올라, 에스파냐 어로 [히스파니올라]라고 불리는 곳.
원역사 현대에는 아이티 공화국과 도미니크 공화국이 공존하는 커다란 섬이다.
이 섬의 동쪽은 에스파냐가 갖고 있지만, 서쪽은 프랑스의 식민지로 [생 도맹그]라는 지역명으로 불린다.
마르티니크의 10배가 넘는 크기로, 프랑스 식민지인 서반부는 플랑드르와 비슷한 넓이다.
넬슨은 저항이 심한데다 작은 마르티니크보다, 이스파니올라에 더 신경쓰는 중이다.
그럼 왜 프랑스는 방데 여단을 이스파니올라가 아닌 마르트니크에 보냈을까?
투로가 혀를 찼다.
“괜히 투생이 우리에게 손 내미는 게 아니군.”
“본국에서도 결국 생 도맹그는 포기했습니다.”
“마르티니크보다 더 가혹하지만, 더 잘 나가던 곳 아니오? 맙소사, 특히 커피는 생 도맹그 산 커피만 마셨던 것 같소만.”
투생 루베르튀르, 흑인 노예 출신으로 현재 프랑스 식민지 생 도맹그를 사실상 통제하는 반란군 지휘자다.
그러나 말이 반란군이지, 실상 생 도맹그를 지키는 프랑스 군이나 다름없다.
프랑스는 혁명전쟁이 시작된 후 서인도제도 통제권을 잃었다.
식민지 곳곳에서 노예 반란이 일어났고, 곧이어 영국 해군이 서인도제도에 급파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프랑스 대서양 함대는 거듭 영국 해군에게 격파당했다.
마르티니크로 방데 여단이 건너오는 정도는 가능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물론 만약 프랑스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방데 여단을 마르티니크가 아닌 생 도맹그로 보냈을 것이다.
흑인 노예들의 대반란 이전만 해도, 생 도맹그는 프랑스만이 아닌 유럽 최대 설탕과 커피 생산지였다.
서기 1780년대에 유럽에서 소비되던 설탕의 40프로, 커피의 60프로가 생 도맹그에서 나왔을 정도다.
당시 프랑스 왕실 재정의 10프로가 이 설탕과 커피에 붙이는 세금에서 충당되었다.
그러나 투생이 1791년, 프랑스 혁명 직후 반란을 일으켰다.
때문에 방데 반란이 진압된 1794년, 이미 생 도맹그는 본국이 손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 서인도제도의 특징은 프랑스와 흑인노예, 양 당사자만 있는 게 아니란 거다.
영국, 그리고 에스파냐라는 다른 세력이 엄존했다.
새로이 이스파니올라 서부를 장악한 투생이 직면하게 된 적도 이 두 세력이었다.
결국 투생은 프랑스 본국과 타협했다.
마르티니크를 중심으로 하는 프랑스 신대륙 세력과 연합해, 영국과 에스파냐에 맞서 싸우기로 한 것이다.
나름 투생은 스스로 프랑스인이라 생각했다.
당시 집권자였던 로베스피에르가 노예제도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주효했다.
결과적으로 1796년 9월 현재, 마르티니크의 프랑스 수비군과 생 도맹그는 서로 연합한 상태다.
그간 2년 반 동안 겪었던 문제를 생각하던 로슈자클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는군요. 일단 경계는 게을리하지 말도록.”
영국 군함이 바다 저 편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요새 수비대에게 간단한 명령을 내린 후, 로슈자클랭은 요새에서 내려왔다.
투로가 뒤따르며 혀를 내둘렀다.
“휴, 정말 조마조마하군. 저 영국 해군이 우리에게 전면적으로 달려들면, 도저히 당해낼 수 없을 거요.”
“상륙 교전에서는 우리가 몇 번이나 이겼습니다. 넬슨도 아예 포위전을 펼친다면 모를까, 현 상태로는 마르티니크를 점령 못해요.”
“이러다 우리 화약과 탄약이 다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렇겠지요.”
18세기 말, 결국 전쟁은 화약병기가 결정한다.
화약이 떨어지면 더 이상 싸우기 어렵다.
고립된 섬에 있는 마르티니크 수비대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다.
로슈자클랭이 쓴웃음을 머금다 대꾸했다.
“다음 연락선이 오면 본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보죠.”
그때, 섬 안쪽에서 말을 탄 채, 손을 흔들려 달려오는 청년이 보였다.
“여, 로슈자클랭! 샤를 다마스 총독이 와보래! 오늘은 간만에 위로 연회라도 열자는군!”
한때 로슈자클랭과 함께 방데에서 싸우던 남자, 레스퀴르 후작이다.
그 옆에는 부인인 마리 레스퀴르가 활짝 웃으며 함께 달려오는 게 보인다.
의좋은 부부, 레스퀴르 후작 일가는 함께 마르티니크까지 온 것이다.
어쩐지 태평해 보이는 모습에 로슈자클랭이 피식 웃을 찰나, 투로가 혀를 찼다.
“레스퀴르 후작도, 다마스 총독도 참 마음 편해서 좋겠소.”
“병사들 위로를 할 때가 되긴 했지 않습니까?”
“로슈자클랭, 당신은 걱정도 안 되오? 이러다 우리는 이 섬에서 모두 죽을 수도 있소.”
그때 로슈자클랭이 엄숙히 고개를 저으며 일렀다.
“어차피, 나도, 대령도, 다른 병사들도 모두 방데에서 죽을 목숨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목숨은 유진과 보나파르트 장군 겁니다.”
기사는 맹세를 지킨다.
혁명이 기사와 귀족을 끝장낸 시대, 아직 귀족의 자긍심을 지키는 자.
구귀족 로슈자클랭이 힘차게 마르티니크를 달리고 있었다.
***
이 모든 상황이 지금 몸벨로 궁전, 유진의 책상 위에 보고서로 놓였다.
“이거, 영국 정보 아니야?”
바로 옆에서 상세한 보고서를 훑어보던 이폴리트가 눈을 크게 떴다.
사실 영어로 적혀 있으니까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다.
나름 상인의 아들로, 고등교육은 안 받았어도 영어는 제법 아는 이폴리트였다.
유진이 자리에 앉아 고개를 까딱였다.
“맞아. 영국 해군이 얼마나 서인도 제도 해역을 장악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거지.”
“자메이카만 영국 소유인 줄 알았는데, 마르티니크만 빼고 지금, 다 빼앗긴 거 아냐?”
“생 도맹그도 빼앗기진 않았어. 그저 사실상 독립했을 뿐이지.”
원역사 현대에는 월드컵을 할 때나 들어볼 법한 지명들이다.
그러나 이 시대 프랑스 인들에게는 식민지 문제 때문에 꽤 익숙했다.
쿠바, 자메이카, 생 도맹그(이스파니올라 섬).
서쪽에 있는 쿠바는 에스파냐 식민지고, 중간에 있는 자메이카는 영국 식민지이며, 동쪽에 있는 히스파니올라는 프랑스와 에스파냐 식민지다.
그보다 더 동쪽에 마르티니크가 있다.
나름 유진과 이폴리트도 조세핀 때문에 마르티니크까진 갔다 온 터다.
그렇기에 이폴리트는 보고서에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입맛을 다시며, 이폴리트가 유진에게 말했다.
“와, 유진 너 진짜 어려운 곳에 방데 반란군을 보냈구나?”
유진은 짐짓 점잔을 빼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티, 아니 생 도맹그로 보낸 건 아니잖아.”
“거기가 차라리 낫지 않냐? 인구도 많고, 자급자족도 되고, 더 넓고.”
“대신 흑인 노예 출신 반란군이 장악하고 있지. 로슈자클랭 같은 신입 군인이 다루기 어려운 곳이라고. 황열병도 더 심하게 만연해 있고.”
실제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은 프랑스 권좌에 오른 후, 생 도맹그로 반란 진압군을 보낸다.
히스파니올라 섬을 장악한 후, 이곳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하려 한 것이다.
누벨 프랑스의 부활을 기도했달까.
그러나 갑자기 밀어닥친 열대지방 특유의 바이러스 병, 황열병이 돌아 군이 전멸한다.
이건 특효약도 없어서 유진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
치명률이 5프로로 낮은 편이고, 한 번 걸리면 평생 면역이라, 현지인인 흑인 노예들은 황열병에 강하다는 정보만 알 뿐이다.
어쨌든 이 황열병을 생각해 보면, 방데 반란군은 아주 어려운 곳에 간 것은 아닌 셈이다.
이폴리트가 입을 삐쭉 내밀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베어링이 그 어려운 상황을 우리에게 고지한 이유가 뭐야. 포기하라고?”
“아니, 플로리다 먹고 전쟁 끝내자고.”
“대체 왜 그런 제안을 한 거지? 플로리다가 지금은 영국 식민지가 아니긴 하지만, 거길 우리에게 준다고 유리한 게 하나도 없잖아. 오히려 플로리다 인근 바다가 프랑스 것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유진은 보고서 옆, 신대륙 지도를 뚫어져라 보며 대꾸했다.
“영국에는 불리해, 분명히. 하지만 동인도회사에는 불리하지 않아. 그게 이유야.”
지도를 보면, 이폴리트가 왜 의문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마르티니크는 프랑스 소유다.
그러나 마르티니크의 위 아래로 흩어진 수많은 섬들은 모두 영국 해군이 장악했다.
다시 서쪽으로 가보면, 이스파니올라 섬을 프랑스 반란노예와 에스파냐 식민지 총독이 나누어 다스린다.
이 섬을 넘어가면 자메이카를 중심으로 영국 해군이 활동한다.
거기서 더 서쪽에는 전통적인 에스파냐 식민지, 쿠바가 있다.
바로 그 북쪽에 거대한 만을 건너면 나타나는 게 북아메리카 대륙, 그중에서도 플로리다 반도다.
이곳은 현재 에스파냐 영토다.
그런데 프랑스가 이곳을 차지하면, 바다의 전략구도가 뒤바뀐다.
영국이 일방적으로 누비는 해역에 프랑스가 통제하는 [만]이 생겨난다.
그러니 영국에는 불리한 게 맞다.
하지만 진짜 [인도]에 영향력이 있는 동인도회사는 다르다.
“자메이카를 중심으로 영국도 이 지역에 이권이 있어. 식민지도 있지. 7년 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마르티니크 인근의 섬들도 장악했고, 남아메리카에도 일부 식민지가 있어.”
“어, 그렇지. 그런데 영국 금융가인 베어링이 왜 이런 제안을 했냐는 거야.”
“그런데 이 모든 이권은 영국이라는 국가 소유야. 베어링도, 베어링스뱅크도, 나아가 베어링이 이사로 있는 동인도회사도 서인도 제도에 단 하나의 이권도 갖고 있지 못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그곳을 ‘인도’라고 착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에 붙은 이름이 [서인도제도]다.
하지만 동인도회사는 이 서인도제도에는 아무런 이권이 없고, 진짜 인도에만 이권을 갖고 있다.
떄문에 플로리다가 프랑스에 넘어가든 말든, 동인도회사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기에 동인도회사의 자본가들이 갖고 있는 원한이 있다.
“그런데, 동인도회사가 원래 신대륙 방면에서 얻으려던 이익을 이제는 못 얻는단 말이지.”
“그게 뭔데?”
“구 북아메리카 식민지.”
한때 동인도회사가 홍차를 팔아먹으려던 구 북미 식민지는 이제, 없다.
“거기, 독립했잖아. 우리 프랑스 때문에.”
이폴리트의 지적에 유진이 자신의 이름이 유래한 땅을 들먹였다.
“그래. 미국 독립은 프랑스 때문이지. 또한 혁명도 미국 독립 때문이고. 그리고, 동인도회사가 [엿]을 먹여주고 싶은 나라도 미국이지. 심지어 내 이름도 미국 때문에 미국식 발음이고.”
“여엇? 그게 뭔데?”
“있어. 그런 게. 하여간, 그게 이 거래를 베어링이 제안해온 이유일 거야. 아니면, 동인도회사가.”
가볍게 농담하며 유진이 설명하자, 이폴리트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갸웃거렸다.
“좋아, 대강 이해했어. 그런데, 여기 에스파냐 땅 아냐?”
대체, 영국 은행가가 어떻게 에스파냐 영토인 플로리다를 프랑스에 넘긴다는 걸까?
***
결국 이 문제를 결정할 사람은 유진이 아니라 나폴레옹이다.
“에스파냐 땅을 거래 대상으로, 영국과 교전 상태를 끝낸다?”
몸벨로, 이탈리아 주둔군 숙영지에서 나폴레옹이 유진과 대면했다.
나폴레옹도 땅이라면 남 못지 않은 욕심을 가진 남자다.
그런데 갑자기 신대륙의 거대한 영토를 얻을 수 있다니, 탐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영국과 교전 상태까지 우월하게 끝낸다면 어떻게 될까?
이탈리아와 거의 맞먹는 영토를 획득한 나폴레옹은 실로 프랑스 국민 대영웅이 될 것이다.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까지 말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에스파냐 땅인 플로리다를 줄 테니, 중개인으로 베어링 은행을 선정해 달라고 했죠.”
“영국과 우리는 교전 상태 아니었나? 어떻게 거래가 되지?”
“에스파냐는 영국과 교전 상태가 아니죠.”
그러니까, 에스파냐와 프랑스는 거래가 가능하다.
다시 에스파냐와 영국의 은행가도 거래가 가능하다.
때문에 플로리다 매각 ‘딜(Deal)’이 추진만 된다면 베어링스 뱅크가 중개인으로 나설 수 있다.
나폴레옹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정리했다.
“에스파냐에게서 플로리다라는 반도를 프랑스가 사고, 에스퍄냐는 돈이나 다른 영토를 받고, 그 중개 수수료를 베어링스 뱅크가 챙긴다? 말은 합리적이긴 한데.”
문득 나폴레옹이 낯을 찡그렸다.
“영토를 돈을 주고 판다고? 에스파냐 왕이 미치지 않은 이상, 그럴 리가 있을까? 게다가, 이미 정전조약이 체결되었잖아?”
사실 전쟁에서 패배한 후, 전쟁배상금을 납부하는 것은 유럽에서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각국에서 돈을 뜯어내는 게 바로 실제 사례다.
그러나 영토를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것은 전례가 없다.
실은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한 짓이 거의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진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가지 이유로 가능합니다. 아버지.”
“뭐지?”
“첫 번째로 정전조약은 아직 최종승인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프랑스 의회는 선거 중이니까요. 두 번째로 총재정부의 실세, 당통에게는 실적이 필요합니다. 플로리다는 정말 크죠.”
아직 엄밀히 말해 공식적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정전 상태가 아니다.
또한 프랑스의 명목상 최고위 권력자, 당통은 재선을 위해 실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던 나폴레옹이 유진을 뚫어져라 보며 물었다.
“세 번째 이유는?”
나폴레옹의 마음이 움직였다.
문자 그대로 도박.
그러나 유진과 마찬가지로 나폴레옹도 도박사다.
그런데 프로 도박사는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두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유진은 필승 조건 카드를 제시했다.
“에스파냐의 실세는 왕이 아니라 국왕의 수석비서관입니다. 그런데, 현재 에스파냐의 수석비서관 고도이는 매우 겁이 많습니다.”
고도이, 에스파냐를 망국의 길로 끌고 갔던 청년재상.
1792년 이래, 현재 에스파냐의 무능한 왕 대신 왕비와 함께 국정을 농단하는 최고 실세.
나아가 후일 원역사에서 루이지애나를 나폴레옹에게 넘겨버린 장본인.
이게 유진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