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5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58화(158/547)
(158) 프랑스 총재선거를 이용해 플로리다를 얻자
파리는 이미 선거 열기로 들끓는 중이다.
“다시, 자코뱅을 의회로!”
“지롱드와 푀양에 투표해 주십시오! 새로운 프랑스는 평화를 원합니다!”
“국왕 만세! 아악! 공화파 놈들, 폭력을 쓰지 마!”
간만에 파리 보아르네 방크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던 유진은 낯을 찌푸렸다.
이제 나름 구왕실 시대로는 성년이라, 커피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너무 쓰다.
프랑스식 커피가 쓴 탓인지, 에티오피아산 원두 문제인지, 혹은 밖에서 서로 싸우는 선거운동원들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때 유진의 귀를 의심케 하는 구호가 들려왔다.
“우리는 보나파르트 장군의 친구들이오! 이탈리아 정복 영웅에게 한 표를!”
아무래도 벌써 보나파르트파도 의회에 형성된 모양이다.
딱히 나폴레옹이 신경 쓸 여유도 없었는데, 뤼시앵이나 조세프가 움직인 걸까?
아니면 살리체티 쪽일지도 모른다.
유진은 캐묻는 대신, 한 마디로 감상을 요약했다.
“엄청나군요. 파리도.”
피를 보지 않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이다.
반면 이 전쟁터를 직접 누비는 눈앞의 상대방은 평온한 얼굴이었다.
아직 5인 총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자, 푀양파의 리더 라파예트가 커피를 마시며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네가 귀국한 게 이상한 일이지. 선거가 끝난 다음이 좋았을 텐데.”
“당통과 논의할 사안이 있었거든요.”
“뭔가? 새로운 전쟁은 아니겠지?”
유진은 라파예트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협상입니다. 신대륙의 반도 하나를 손에 넣는 거죠.”
라파예트는 본래 군인인데다, 첫 전장이 신대륙이었던 남자다.
그리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유진의 구상을 정확히 알아 들었다.
반대로 외교적 문제는 오히려 잘 모르기에 특별히 딴지를 걸지도 않았다.
“흥미롭군. 플로리다라. 내가 가본 적은 없지만, 아메리카 독립전쟁 때, 남부 지역 부근까지 진격한 적은 있었지.”
“어떠셨습니까?”
“미개척지에 [인디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네. 영국인들과 사이가 나빠서 우리로선 편리했지. 허나.”
문득 라파예트가 미간을 좁혔다.
“그곳을 점령한다는 건, 새로운 독립국가인 아메리카와 싸워야 한다는 걸세. 대서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넘어서 말일세.”
사실 보통 외교관이나 정치가라면 에스파냐나 영국을 거론했을 터다.
플로리다의 주인은 에스파냐고, 그 일대 해역의 지배자는 영국이니까.
그러나 군인 출신인 라파예트는 아메리카, 곧 미국부터 생각한 것이다.
아직 인구 4백만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신대륙에서는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독립국가.
또한 북아메리카 대륙의 가장 좋은 땅을 선점하고 있다.
남부 플로리다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유진도 그 점은 알고 있지만, 싱긋 웃으며 대꾸할 뿐이었다.
“그건 선거에서 이기고 생각하시죠.”
“하하! 정치인에게 군인이 선거를 충고하다니. 하긴, 어쩌면 선거가 끝나고 자네에게 손 벌려야 할 수도 있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라파예트가 미간을 좁히며 낮게 일렀다.
“어쩌면 쿠데타가 또 일어날지도 몰라.”
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사실 라파예트를 만난 이유는 그저 친분관계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름 유진도 구 입헌군주파로 구 왕비와 공주의 보호자다.
해서, 라파예트와 정치적 입장이 비슷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프뤽튀도르의 달, 마라 쿠데타 제압 후 나폴레옹이 권력의 일각을 잡으며 상황이 묘해졌다.
사실상 [보나파르트파]가 총재 중 1인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후로 유진은 보나파르트파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총재 중에서는 살리체티와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 파벌인 셈이다.
그래도 부친의 상사였고, 유진의 후원자였던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해서, 만나러 온 것인데 놀라운 정보를 들은 거였다.
유진이 눈을 번뜩였다.
“왕당파 때문입니까?”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일세. 지금 상황에선 누구도 절대적 과반을 이룰 수 없어. 이럴 때, 보통 쫓기는 쪽은 무력을 쓰고 싶어하지. 이미 여러 번 봤잖나?”
“누가 유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총재 중 1인인 라파예트가 그냥 말할 리는 없다.
뭔가 정보가 있을 터다.
문득 라파예트가 묘하게 웃었다.
“보나파르트 장군도 예외는 아니겠지? 오슈도 있고. 하지만 당장 위험한 건 따로 있네.”
“모로 말씀입니까?”
“아니, 피슈그뤼.”
라파예트는 유진을 정시하며 일렀다.
“나도 감시하고는 있지만, 언제든 위험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자야. 휘하 군단도 상당하고. 주의해주게.”
유진은 눈을 크게 뜨다 미간을 좁혔다.
원역사, 피슈그뤼는 정말로 쿠데타와 연루된다.
하지만 정국이 원역사보다는 나은 터라, 쿠데타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반대일까?
“이 건이 끝나는 대로 조사해 보겠습니다.”
일단은 플로리다 매수를 성공시켜, 선거를 안정화하는 게 대책일 것이다.
***
어쨌든 모든 공화국의 정치인은 영원보다 당장의 선거가 중요하다.
“신대륙?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마르티니크 얘기인가? 생 도맹그라면 난 듣고 싶지 않은데 말일세.”
게다가 뚱뚱하고 곰보에다 험상궂은 이 남자, 당통은 더욱 그렇다.
문자 그대로 오늘만 사는 사람이 바로 당통이다.
미래 심모원려를 고민하기보다 당면과제만 넘기며 혁명기의 격랑을 헤쳐온 정치인인 탓이다.
대신 즉각적인 위기에 대처하는 순발력은 일품이기도 했다.
어쨌든 로베스피에르와 마라가 죽어 나가는 정국에서, 나폴레옹과 손잡고 권력을 잡긴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9월 말로 다가온 오백인 의회 선거가 당통의 최고 관심사다.
갑자기 제노바에서 파리로 달려온 [소년장군], 유진이 달갑지 않은 게 당연했다.
그래도 상식을 아는 정치인, 당통은 유진을 내쫓지는 않았다.
유진이 당통이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어깨를 으쓱였다.
“생 도맹그는 노예들이 장악해 버리긴 했죠.”
“그래. 자네가 그 덕에 에티오피아 산 커피를 독점해서 아주, 톡톡히 벌어들인다며? 조만간 커피세를 부활해야 할 거 같아. 유진 프라이슈츠 준장.”
“곧 소장 승진시켜 주실 거 아니었습니까?”
그러자 어이없다는 듯 당통이 혀를 찼다.
“내가 재선된다는 보장이 어딨나? 지금 봐선 왕당파가 모든 지역구를 휩쓸 판이야. 오, 그러고 보니 자네 애인이 전직 공주였지? 좋겠어? 왕당파가 이겨도 승진할 테니.”
유진은 블랙 조크로 비꼬는 당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당통은 입담도 거칠고, 외모는 더 거칠고, 뇌물까지 받는 부패 정치인이다.
하지만 마라나 로베스피에르라면 할 수 없었던 농담을 하는 여유가 있다.
어쨌든 같은 상황이라면 다른 정치인은 정신적 궁지에 몰려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이런 여유가 있는 정치인이 프랑스 정국에서는 필요하다.
가볍게 커피잔을 놓으며 유진이 말했다.
“고립된 마르티니크 구원, 반란군이 장악한 생 도맹그 탈환, 여기에 총재의 재선까지 성공시켜 드릴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면 어떻습니까?”
당통은 눈을 부릅떴다.
한때 서인도제도는 프랑스 무역액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세수 10분의 1이 서인도제도에서 흘러 들어온 설탕과 커피로 채워졌다.
단연 공화국의 주요 지지층인 무역상들의 주요 관심사다.
그런데 유럽 대륙의 전쟁에 집중하는 동안, 서인도제도 전장은 그야말로 망해 버렸다.
이 망한 전쟁을 단 번에 해결할 비책이 있다?
어떤 정치인이라도 혹할 소리다.
“그게 뭔데?”
“플로리다 매입 건입니다.”
“플로, 뭐? 플로레알을 잘못 얘기한 거 아닌가? 꽃이라도 사자고?”
플로레알, 그러니까 꽃의 달이라는 혁명력 달력이다.
보통 4월쯤인데 지금은 9월이니, 당통에게는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다.
유진은 발음을 바로 잡았다.
“플로리다, 입니다. 총재 각하. 현재 에스파냐의 영토인 북아메리카 대륙 동남쪽 반도죠.”
난데없는 얘기에 누구나 그렇듯, 당통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당통은 천재는 아니라도, 순발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는 두뇌가 유연하다는 뜻이다.
천재 나폴레옹만큼은 아니었지만, 유진이 지도를 펼쳐 설명하자, 당통도 알아들었다.
“에스파냐 땅을, 영국인이 중개해서, 우리가 얻는다?”
“이해가 빠르시군요.”
“미국은?”
유진은 눈을 깜박였다.
지금껏 유진이 이 문제를 설명한 사람이 별로 많지는 않지만, 벌써 두 번째 듣는 관점이다.
신대륙 최대 세력이 될 존재, 미합중국의 존재를 의식하는 정치인은 이 시대에 거의 없다.
그런데 라파예트에 이어, 당통까지 미국을 들먹인 거였다.
하지만 당통은 사실 젊을 때 주 프랑스 미국대사였던 프랭클린과도 교류했던 사이다.
미국에 대해 의외로 잘 안달까.
“아메리카 연방은 영국과 적대적이지만, 또한 우리라고 마냥 좋아하는 게 아니야. 그런데 우리가 갑자기 국경을 마주하게 된다? 위치를 보니 딱, 아메리카 연방의 남쪽인데?”
“날카로우시군요. 하지만 미국은 당장은 우리와 적대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왜지? 미국은 현재 우리와 체결한 상호 동맹조약을 지키지 않고 있어.”
그러니까, 당통의 지적은 이런 얘기다.
이른바 미국독립전쟁이 끝난 것은 1783년, 그러나 미국이 정식 출범한 것은 1789년이다.
1796년 현재, 대통령은 저 유명한 워싱턴.
그런데 워싱턴 정부는 출범 당시 프랑스와 상호동맹조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 왕실이 도왔기 때문이다.
혁명정부도 구왕실의 조약은 승계했기 때문에, 미국은 프랑스를 원조할 의무가 있었다.
특히 서인도제도의 프랑스 식민지를 도와야 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미국은 중립선언을 선포했다.
프랑스가 서인도제도에서 극히 불리하게 싸운 이유 중 하나다.
해서, 프랑스와 미국 사이는 현재 외교적으로 상당히 나쁜 상태다.
원역사에서는 심지어 1797년부터 상호간 상선을 나포하는 준교전 상태까지 간다.
하지만 유진은 달리 생각했다.
“미국은 확장 정책을 취할 여력이 아직 없어요. 최소 20년은 지나야 합니다. 내부의 각 스테이트(주)들과 연방정부간의 갈등 정리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죠.”
굳이 프랑스가 건드리지 않는다면, 미국은 외부에 군사력을 투사할 여력이 없다.
실제 플로리다를 공격하는 것도 1814년의 일이다.
본래 원역사에서 프랑스와 준교전 상태가 된 것도, 프랑스가 먼저 사략선단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제법 국제정세에 밝은 당통도 고개를 끄덕이다 입가를 비틀었다.
“좋아, 그렇다면. 충분한 대가만 지불하면 에스파냐의 고도이는 움직일 거야.”
“그건 또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바보는 아니지만, 겁쟁이고, 또 사욕은 많지.”
이미 한 번 정전조약을 체결까지 해본 경험담인 모양이다.
사실 역사적 평가도 비슷하니, 유진도 이의는 없었다.
그때 당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데, 영토를 주는 것도 아니고, 사들인다? 차라리 골칫거리인 생 도맹그라도 준다면 모를까. 어떻게 얻어내려고?”
유진은 손을 튕겼다.
그러자 이폴리트가 가볍게 커다란 자루를 들고 왔다.
아주 가벼워 보이는 자루인데 그 안에 뭔가가 잔뜩 든 상태다.
물건을 본 당통이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얼마 전, 발표한 겁니다. 소문은 들으셨죠?”
“흐음, 이거 정말로 [은]과 비슷하군.”
가만히 물건을 보던 당통이 고개를 끄덕일 찰나, 유진이 물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교섭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연령이 낮고, 이탈리아 사령부에는 이런 인재는 없습니다. 적당한 외교관이 있을까요?”
당통은 뚫어져라 물건만 쳐다보다 씩 웃었다.
“있네. 딱, 어울리는 인재가. 얼마 전 영국에서 실패할 협상안을 갖고 왔지. 한데, 이거 나도 중개료 좀 주는 건가?”
유연하고, 시야가 넓고, 욕심도 많은 당통과 유진이 거래를 체결한 순간이었다.
***
아직 도래하지 않은 19세기는 이른바, [외교]의 세기다.
“플로리다 구매라, 신기한 협상안이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협상안은 아니로군요.”
42세, 중년의 미식가가 거위 간을 삼키며 우아하게 말했다.
푸아그라, 루이 14세가 감탄해 유명해진 [왕의 미식]이다.
아직 물가 폭등으로 국민이 불만 많은 시대, 이런 미식을 먹는 자는 실로 미식에 목숨을 건 자일 것이다.
유진은 너무 짜서 포크를 놓은 채, 빤히 미식가를 보았다.
아주 여유로운 태도다.
영국의 특사로 본국에 귀국해, 실패한 남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그 순간 앞에서 간을 집어 삼키던 미식가 아닌 대식가 당통이 말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무슈 탈레랑? 우리 정부의 설명이 부족했나? 전쟁이 아닌 돈으로 땅을 얻는 방법이오. 반전파인 당신에게는 꽤 솔깃하게 들릴 걸로 알았는데?”
“전쟁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대륙 진출이 어리석다고 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미식가, 혹은 전직 영국 수상 특사 탈레랑이 유진을 보았다.
“금융신동, 도박신동, 여기에 전쟁신동 소리까지 듣는 신동이 있지요. 허나 아직도 젊어 7년 전쟁 때 일을 전혀 모를 겁니다. 신대륙 진출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입니다.”
이곳은 탈레랑의 집이다.
본래 피트가 평화협상을 위해 파견했던 특사, 탈레랑은 당연히 실패했다.
피트가 요구했던 협상안은 네덜란드에서 프랑스가 물러나는 안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이라고 미친 것은 아니라서, 대신 생 도맹그 공격을 멈춰준다는 제안은 해왔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먼 신대륙 생 도맹그보다, 눈앞의 네덜란드가 더 중요하다.
목전에 닥친 선거에도 그렇다.
때문에 협상은 실패했고, 탈레랑은 런던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파리에 주저 앉았다.
마침 탈레랑의 친구들인 지롱드 파가 복권한 것도 주효했다.
바로 이런 상태에서 당통이 탈레랑에 주목해 온 거였다.
물론 유진도 탈레랑은 안다.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의 최고 외교관이자, 최고 배신자이며, 또한 프랑스 국토를 지켜낸 어떤 의미에서는 최고 애국자.
유진이 빤히 탈레랑을 보다 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무슈 탈레랑?”
“본 공화국은 신대륙이 아닌 다른 쪽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겁니다.”
“어디죠?”
탈레랑은 심상하게 거위 간을 가르며 유진에게 내밀었다.
“암흑대륙.”
새카만 간이 꼭 아프리카 대륙처럼 보인다.
“저는 혁명 초기, 전쟁에 반대하다 영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때 영국의 막강한 힘을 보았지요.”
“분명히 해군은 영국이 뛰어나지, 흠.”
“그게 아닙니다, 당통 총재. 영국의 진정한 힘은 [기계]라는 물건에 달려 있습니다.”
탈레랑과 당통이 나누는 얘기를 듣다, 유진은 눈썹을 치떴다.
요컨대 산업혁명 얘기다.
이미 1760년대부터 시작된 영국 산업혁명의 상황을 탈레랑이 보고 왔다는 거다.
탈레랑은 이 자리에서는 유진만 그 미래상을 알 얘기를 거창하게 꺼냈다.
“기계라는 물건으로 인력을 대체하고, 또한 대량으로 탄광의 물을 뽑고, 나아가 천을 만듭니다. 나는 눈으로 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기계가 인력을 완전히 능가한 상태가 아니다.
해서, 탈레랑도 아주 진지하게 말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유진은 잠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탈레랑이 다시 말했다.
“그것만 보았다면, 내가 신대륙 진출을 반대하지 않았을 겁니다.”
“미국에 가셨죠, 아마.”
“알고 계시는군요? 프라이슈츠 장군.”
유진은 입가를 비틀었다.
“왕당파가 먼저 망명한 영국은 썩 좋은 망명지가 아니셨겠죠.”
탈레랑은 본래 혁명 초기에 주교로서 혁명을 찬성한 기묘한 남자였다.
그러다 당시 집권자였던 미라보에 의해 영국으로 특사로 파견되었다.
하지만 미라보가 죽고, 자코뱅이 권력을 잡을 무렵, 핵심에서 밀려나 런던으로 망명하게 되었다.
런던은 이미 왕당파가 다수 망명한 곳이었고, 탈레랑은 다시 미국 뉴욕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금융 중개인으로 잠시 일하다, 탈레랑은 기회를 엿보아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 피트의 특사가 되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나름 혁명 정부에서 미국과 영국을 5년 가까이 경험한 남자, 탈레랑이 고요히 일렀다.
“그렇습니다. 한데 나는 미국에 가서 그들이 가진 영토에 대한 탐욕을 보았습니다. 플로리다도 언제든 점령하려 들 겁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신대륙 전체가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소명이라 생각하지요.”
이 말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역사적 미래가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는 신대륙을 영국과 미국이 싸우게 내버려 두고, 아무도 장악하지 못한 아프리카를 차지하는 게 낫습니다.”
그게 탈레랑이 아프리카 식민진출을 논하는 이유다.
또한 원역사에서는 프랑스가 실제로 가는 길이 된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유는 따로 있다.
탈레랑이 배신한 나폴레옹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유진은 쓴웃음을 머금다, 싱긋 웃으며 제안했다
“무슈 탈레랑, 신념은 잘 들었습니다. 그럼, 대가를 제시하죠.”
“무슨 말입니까?”
“신념을 꺾을 만한 대가를 제시하겠다는 겁니다.”
문득, 유진이 손을 튕겼다.
“얼마 전, 프랑스 최고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발견한 금속입니다. 알루미늄.”
동시에 부관 이폴리트가 자루를 가져와 바닥에 쏟아 부었다.
-쩔렁! 쩔렁! 쩔렁!
바로 당통이 보았던 그 물건이다.
유진은 당통이 군침을 흘리는 모습과 함께, 탈레랑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기 그지없는 얼굴이다.
그러나 눈 깊숙한 곳에서 타오르는 불길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탐욕.
그게 탈레랑의 본질이다.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원정 후 협상을 할 때, 탈레랑이 거의 1백만 프랑을 오스트리아에서 받아 챙겼다고 한다.
유진이 탈레랑에게 던진 것은 바로 그 탐욕에 불을 지를 뇌물이다.
“교황청이 이 금속의 가치를 인준했습니다. 은의 10배로.”
“가볍고, 반짝이며, 눈부시군요.”
“당신에게 이 알루미늄 [은화] 10만 개를 선사하죠. 그러니까, 1백만 리브르입니다.”
유진은 자신이 먹지 않은 푸아그라를 갈라, 다시 내밀었다.
“어떻습니까, 신념을 꺾기에 충분한 돈 아닙니까?”
가만히 푸아그라를 보던 탈레랑이 포크를 찍었다.
“너무 많은 돈이군요. 알겠습니다. 내 전력을 다해, 설득해 보지요. 게다가.”
문득 탈레랑은 알루미늄 은화 하나를 슬쩍 집으며 빙그레 웃었다.
“이거라면 에스파냐도 영토를 팔 겁니다.”
탐욕의 외교관, 탈레랑이 에스파냐를 낚기 위해 움직이기로 한 순간이었다.
10만 개의 알루미늄 은화에 넘어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