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5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59화(159/547)
(159) 에스파냐가 알루미늄 은화에 플로리다를 팔다
세기말, 격변기에는 망국에서도 청년이 대세로 나서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왜 또 다시 특사를 파견해온 겁니까? 이미 정전협정도 끝났는데.”
새파란 청년이 마드리드 궁전, 국왕 수석비서관실에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현재 나이는 29세.
4년 전 국왕 카를로스 4세의 총애를 받아 집권했으니, 실로 고속출세의 표본이다.
그러나 위엄 있고 거만한 태도와 달리, 속은 아주 여리다.
특히 42세의 전직 주교 겸 혁명가, 탈레랑의 눈에는 너무 명확히 보였다.
런던에 있을 때 상대하던 피트나 폭스 같은 거물 청년 정치가들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같은 청년이라도 피트는 얼마나 명석한 인상이었던지, 탈레랑은 회상했다.
이런 게 국운이 상승하는 나라와 하락하는 나라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물론 고도이의 인상 평판을 하러 온 게 아니니, 탈레랑은 정중히 우아하게 웃을 뿐이었다.
“마드리드의 재상에게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평화?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 국왕 폐하는 이미 협정을 인준하셨소. 파리에서 최종 승인만 해주면 끝나는 거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거든요.”
탈레랑이 재상 관저 한쪽에 있는 [지구본]을 응시했다.
“저 멀리, 대서양 너머 신대륙에서 아직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때 대항해시대를 지배했던 나라, 에스파냐.
왕조도 바뀌고, 전성기는 끝났지만, 아직도 신대륙의 대부분은 사실상 에스파냐의 영토다.
원역사 현대의 관점으로 보면 브라질을 제외한 중남미 대륙 전부가 멕시코 영토랄까.
다만 서인도제도는 형편이 조금 다르다.
쿠바의 에스파냐, 자메이카의 영국, 히스파니올라의 프랑스가 각축을 벌인다.
그런데 본래 동맹이었던 영국과 에스파냐의 관계가 달라졌다.
대프랑스동맹에서 에스파냐가 탈퇴한 이후부터다.
“영국은 프랑스, 그리고 이제는 에스파냐의 식민지까지 습격 중이죠.”
“저, 전면적인 전쟁은 아니오. 그저 습격 상태가.”
“이미 히스파니올라 섬 전체를 영국이 장악하기 위해 진격 중입니다. 프랑스가 차지한 서부만이 아닙니다.”
프랑스 총재정부가 보낸 특사, 탈레랑이 묘하게 웃었다.
“그 섬이 영국 손에 들어가면 쿠바도, 곧 영국의 땅이 될 겁니다. 나아가 [누에바 에스파냐] 전체가 영국 해군의 권역이 되겠죠.”
고도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실 탈레랑의 말은 과장되긴 했지만 일말의 진실이 있다.
현재 영국은 서인도제도의 제해권을 차지하기 위해 10척의 전열함과 30척의 프리깃함을 파견한 상태다.
한데 유럽대륙의 상황이 뒤바뀌었으니, 영국이 신대륙에서 전황을 만회하려 들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데 현재 에스파냐는 영국과 맞싸울 국력도, 함대도, 제독도 없다.
부들부들 떨던 고도이가 되물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요? 프랑스와 동맹해서 영국과 전면전이라도 벌이라고? 그건 미친 짓이오!”
탈레랑은 이 공포를 파고 들었다.
“에스파냐가 직접 싸울 필요 없습니다.”
“뭐라고? 그럼? 프랑스가 대신 싸워준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대신, 필요한 곳이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 영국과 싸울 교두보를 내어 주십시오.”
결국 당황한 젊은 재상 고도이가 벌떡 일어났다.
“대체 어디요? 전쟁만 피할 수 있다면, 어디든 줄 수 있소! 히스파니올라 섬 동부인가? 아니면 쿠바 일부?”
순간, 탈레랑이 책상 위에 지도를 펼쳤다.
-촥!
지도 한쪽, 북미대륙 동남단을 탈레랑의 손이 가리켰다.
“여깁니다.”
고도이는 빤히 지도를 보다 낯을 일그러 뜨렸다.
“플로리다? 거긴 너무 큰데?”
“재상 각하,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이곳은 고작 10여 년 전만 해도, 영국 땅이었습니다. 영국 해군은 언제든 다시 침공해올 수 있죠.”
“그, 그렇지만 아, 아메리카 연방이 북쪽에 있지 않소? 설마 또 영국이 대륙을 점령할 리는······.”
고도이가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릴 찰나, 탈레랑이 우아하게 다그쳤다.
“지도를 잘 보십시오. 아직도 북미대륙 북방은 영국 땅입니다. 탐욕스러운 영국이 신대륙을 포기할까요? 게다가 지금은 에스파냐가 영국과 교전 상태에 있습니다.”
원역사 현대의 캐나다는 아직 영국 식민지다.
서인도제도 한복판, 자메이카 섬과 플로리다 동남쪽, 바하마 제도도 영국 영토다.
만약 영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플로리다 해안을 점령하려 들 가능성은 높다.
실제로 7년 전쟁 때도 영국이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다.
에스파냐가 플로리다를 되찾은 것은 미국 독립전쟁 시기다.
결코 굳건한 지배를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망설이는 고도이에게 탈레랑이 마지막 미끼를 던졌다.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닙니다.”
“응? 그럼 어딘가 땅을?”
“아니오. 하지만 땅보다 더 가치 있는 물건을 드리겠습니다.”
문득 탈레랑이 뒤를 향해 손짓했다.
시종들 사이를 제치고, 탈레랑을 따라온 유진의 전령, 아르망 가네가 가벼운 자루를 끌고 왔다.
고도이가 눈을 깜박일 찰나, 탈레랑이 고했다.
“밀라노 몸벨로에서 프랑스 최고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발표했지요. 신의 금속, 알루미늄 은화입니다.”
당통이 보고 감탄했던 바로 그 물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교황청이 인정한 신의 금속.
새하얀 백색의 알루미늄 은화가 쏟아져 내렸다.
-쩔렁! 쩔렁! 쩔렁!
눈부신 알루미늄 코인의 빛을 고도이가 넋 놓고 보고 있었다.
***
당연히 고도이는 국왕 수석비서관일 뿐, 결정권자는 아니다.
“우리 영토를 내주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스에카 공작!”
왕비, 마리아 루이사 디 파르마가 부르짖었다.
본래 부르봉 가문의 방계로 모친도 루이 15세의 공주였던 여자다.
또한 정치에 무관심해, 지금도 하품하고 있는 국왕 카를로스 4세 대신, 실제로 국정을 운영하는 결정권자기도 했다.
46세라는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노인처럼 겉 늙어 보이는 외모는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게 고도이고, 또한 고도이가 권력을 잡은 방식도 그렇다.
청년 재상, 고도이가 부드럽게 웃으며 왕비를 달랬다.
“말이 됩니다, 왕비 폐하.”
“어째서지? 설명해 보라. 아무리 그대라도 이 문제는 재론할 필요가 있다! 대신들과 공작 중 누구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곳을 영국이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왕 접견실의 공간 안에 선 고도이가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여기, 프랑스의 특사 탈레랑이 전해왔습니다. 영국이 현재 서인도제도 전체를 노리며, 또한 이를 통해 프랑스와 협상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지극히 우아한 태도로 탈레랑이 한 발 나섰다.
“사실이옵니다, 왕비 폐하.”
마리아 루이사가 탈레랑을 노려 보았다.
루이 15세의 외손녀로서, 루이사 왕비도 혁명에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탈레랑은 국왕을 쫓아낸 초기 혁명파의 거두 중 하나였던 자이기도 했다.
딱히 정세에 밝지 않아도, 그 점은 명확히 아는 에스파냐 왕비가 다그쳤다.
“그대는 프랑스의 반란자들이 보낸 자가 아닌가? 어떻게 우리가 믿을 수 있지?”
“저는 믿으셔도 됩니다, 왕비 폐하. 왜냐하면 본래, 저는 영국 수상 피트가 보낸 특사이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탈레랑은 빙긋 웃으며 설명했다.
“피트는 제게 본래 파리와 평화협상을 타결하려 했습니다. 그 대가로 생 도맹그가 있는 히스파니올라 전체를 프랑스에 넘기려 했지요.”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피트는 네덜란드와 히스파니올라 섬을 맞교환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히스파니올라 섬은 영국 영토가 아니란 거다.
서쪽은 프랑스 식민지 생 도맹그고, 동쪽은 에스파냐 식민지다.
물론 해당 해역, 이른바 [카리브] 바다를 지배하는 이들은 영국 함대다.
그럼에도 히스파니올라를 빼앗길 우려가 있다는 사실은 왕과 왕비를 놀라게 했다.
이 틈을 왕의 심기를 읽는 자, 고도이는 놓치지 않았다.
“기억해 주소서, 폐하. 누트카의 위기를! 영국인들은 언제든 우리를 공격하여, 신대륙에서 패권을 노릴 것입니다. 지금도 서인도제도에서 무차별로 영국 해군이 우리 해군을 기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쿠바까지 위험합니다!”
누트카, 곧 북아메리카 대륙 서해안 북부에 있는 장소다.
원역사 현대로 따지면 벤쿠버 코앞에 있는 섬.
그런데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해, 이곳에서 에스파냐와 영국이 충돌했다.
현재의 캘리포니아에서 북상하던 에스파냐와 캐나다 동부에서 서부로 진출하던 영국 함선들이 싸운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에스파냐가 전적으로 물러나는 형태로 끝났다.
그야말로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에스파냐 왕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그런데 그 사건이 에스파냐가 역대로 차지해온 쿠바 섬에서 다시 벌어질까?
사실은 7년 전쟁 때, 쿠바는 한 번 영국에 빼앗긴 적도 있다.
당시에 에스파냐가 쿠바를 되찾은 것은 다름 아닌 [플로리다]를 영국에 준 후의 일이다.
요컨대 에스파냐는 플로리다보다 쿠바가 더 중요한 것이다.
쿠바의 코앞, 히스파니올라를 영국이 사실상 자신들의 것인 양 여긴다?
만약에 프랑스가 서인도제도를 포기한다면, 영국은 더욱 거세게 진출할 터다.
쿠바가 다시 위험해질 수 있다.
이를 악물던 왕비가 물었다.
“그렇다면, 대가는 무엇인가? 혹시 토스카나?”
최소한 토스카나라도 받아야겠다고 왕비가 생각할 찰나, 탈레랑이 은화 자루를 가져왔다.
“이것입니다, 폐하. 교황 성하가 축복한 새로운 은, [알루미늄]이라 합니다.”
격분하려던 왕비가 멈췄다.
하품하던 국왕도 눈을 크게 떴다.
은과 흡사하지만 전혀 다른 광택을 뿜는 백은의 금속.
왕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5백만! 그거라면, 플로리다를 주겠다!”
이로써 협상이 타결되었다.
***
총액, 알루미늄 은화 5백만, 은화로는 대략 5천만 프랑이 대가로 치러졌다.
-〈협약 체결 성공.〉
1796년 9월 말, 아주 간명한 서신이 몸벨로, 유진의 처소에 도착했다.
“이야, 진짜 알루미늄으로 엄청난 걸 샀구나, 유진!”
이폴리트가 신나서 외쳤다.
유진도 손에 받아든 서신을 보며 싱글싱글 웃었다.
사실 이렇게 한 달도 되지 않아 거래가 성사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프랑스 총재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플로리다 획득 협정은 무조건 선거 전에 발표되어야 하니까.
그때 유진의 방에 놀러왔던 란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물었다.
“눈앞에 있는 땅이 아니니 실감은 안 나는군. 하지만, 궁금한 게 있는데? 프라이슈츠?”
“뭡니까, 란?”
“이 땅을 대체 어떻게 지킬 거지? 미국도, 영국도 모두 노릴 땅인 데다, 우리 해군은 대서양을 제대로 건너지 못하잖아. 방법이 있나?”
나폴레옹의 장군 중에서 전략적 안목을 지닌 자라면 셋을 꼽는다.
마세나, 다부, 그리고 란이다.
아직 플랑드르 방면군이라 유진이 만나본 적은 없는 다부를 제외하면 마세나와 란이 단연 선두인 셈이다.
전략적으로 전장을 보는 란은 플로리다가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단숨에 간파한 것이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저었다.
“여긴 프랑스가 신대륙에 다시 진출하려면 반드시 필요해요.”
“그건 알겠다니까?”
“나아가 원주민도 적죠. 대부분 내륙에서 살고, 해안가에 정착하는 건 쉬운 일이에요. 만약 서인도제도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문득 유진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지도를 보았다.
생각했던 바가 있다.
유진의 손이 히스파니올라, 서부 생 도맹그 식민지를 가리켰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두 부류의 잠재적 이민 희망집단이 있어요. 하나는 생 도맹그에 있는 흑인들입니다.”
“응? 아. 거기 40만인가 있었나?”
“다른 하나는 방데를 비롯한 구 왕당파 농민들이죠.”
란과 이폴리트가 흠칫 놀랄 찰나, 유진이 입가를 비틀었다.
“그래요. 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왕당파를 신대륙으로 대거 이주시키는 겁니다. 물론, 거기엔 전제 조건이 있죠.”
전략적이긴 하지만, 정치적이지는 못한 군인, 란이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과 수교해야 하는 거군.”
당연히 말처럼 쉬운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에스파냐와 교섭해 플로리다를 사들이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유진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요. 베어링스 뱅크가 필요해지는 시점이죠.”
서기 1796년 9월, 명목상 플로리다 소유권이 프랑스로 넘어왔다.
이제 명목을 실질로 바꿔야 할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