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6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60화(160/547)
(160) 플로리다 구매영웅 로슈자클랭이 귀환한다
이른바 [별의 순간]이라는 용어가 있다.
어쩐지 늙은 노정치가가 할 것 같은 말이지만, 실은 원역사 현대의 독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말이다.
운명의 결단을 내리는 역사적 찰나.
순간에 내려진 결정이 영원히 남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랄까.
이 순간, 플로리다 구매 계약 서명이 그랬다.
-서걱, 서걱, 서걱!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국경도시, 페르피냥.
서지중해에 면해 있는 프랑스 남부 끝자락의 장소다.
이곳에 양국 최고위 인사들이 모였다.
오인 총재 중 대표자 격인 당통과 에스파냐 왕국 재상, 고도이.
두 사람이 서명을 마친 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정전협정과 플로리다 매매, 그리고 생 도맹그를 비롯한 히스파니올라 공동관리 구역 지정.
서기 1796년 9월 25일, 프랑스 공화국 선거를 앞두고 세기의 협정이 체결되었다.
“실로 역사적 결단을 축하드립니다. 당통 총재 각하, 그리고 고도이 재상 각하.”
문득 중간에 서 있던 남자, 프랜시스 베어링이 껄껄 웃었다.
총 5천만 프랑 상당에 달하는 거액의 거래다.
물론 플로리다의 미래 가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금액이다.
그러나 고도이나 에스파냐 입장에서는 거의 쓸모없는 영토인 것도 사실이다.
차라리 영국과 프랑스가 서로 겨루게 하고, 에스파냐는 싸움에서 빠지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중간 수수료로 프랜시스 베어링도 무려, 3백만 프랑을 챙겼다.
그런데 당통이 베어링을 빤히 보다 물었다.
“피트 수상은 어떻게 되오, 미스터 베어링?”
윌리엄 피트, 영국의 수상 얘기다.
이번 플로리다 영토 거래의 결정은 프랑스와 에스파냐, 양국의 문제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플로리다를 활용하려면, 제해권을 보유한 국가의 암묵적 허가가 필요하다.
만약 영국이 플로리다에 프랑스가 군대를 투사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중개상, 베어링이 뾰족한 턱을 쓰다듬으며 대꾸했다.
“쉽게 받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일시적인 ‘휴전’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휴전? 고작 잠시 전쟁을 중단 한다고?”
“총재 각하께 가장 필요한 게 시간 아닙니까? 당장 선거에서 이기고 정부를 재구성할 시간이 필요하실 텐데요.”
문득 베어링이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특히 구 왕당파를 무마하고, 플로리다 이민 시대를 열려면 더욱 그러셔야 하지 않을까요?”
슬쩍 본심을 찔린 당통이 미간을 찌푸리다 피식 웃었다.
이 거래는 결국 유진 프라이슈츠 보나파르트가 가져온 것이다.
아마 베어링도 유진에게 개략의 계획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프랑스와 영국 동인도회사는 아직은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는다.
나아가 따지고 보면 영국도 플로리다가 프랑스에 넘어간들, 큰 피해가 발생할 리는 없다.
단지 서인도제도에서 지배자처럼 행세할 수 없을 뿐.
“이민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군. 미스터 베어링.”
“저야말로 네덜란드 이민자의 후손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우리 영국인들은 지금도 저 멀리 태평양에 죄수들을 이민시키는 중이랍니다.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하는 곳이지요.”
“괴상한 이름이군. 오스트리아와 비슷한 어원인가? 하여간.”
미래 원역사의 호주를 무심코 넘긴 당통이 짐짓 엄숙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우리는 미스터 베어링을 믿고 오늘 협정 결과를 프랑스 전역에 공표하겠소.”
기다렸다는 듯, 에스파냐 국왕 수석비서관, 곧 재상 고도이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리 에스파냐도 평화가 도래했음을 알리지요. 양국과 유럽에 번영이 있기를!”
“하하핫! 말이 통하는 분이 재상이 되셔서 다행입니다. 프랑스는 예로부터 에스파냐와 공동으로 여러 문제에 대처해 왔지요.”
“조만간 제가 직접 파리에 들르겠습니다, 각하.”
바로 1년 전까지만 해도, 페르피냥은 피로 피를 씻는 곳이었다.
또한 여전히 부르봉 왕가가 지배하는 에스파냐는 혁명 프랑스 입장에서는 적성국가나 마찬가지다.
허나 공동의 이해관계 앞에서 양국의 수뇌부는 굳게 손을 맞잡았다.
프랑스의 총재는 당면한 의원 선거와 플로리다 영토를 얻었다.
에스파냐의 재상은 버거운 영국이란 새로운 적을 프랑스에 떠넘겼다.
영국의 은행가는 막대한 중개료와 신대륙의 독립국, 미국에 커다란 견제세력을 심었다.
모두가 흡족히 웃는 가운데, 나폴레옹의 화가 앙투안 그로가 그 광경을 스케치했다.
-스스슥!
곧, 이 스케치가 판화가 되어 프랑스 전역에 뿌려질 것이다.
프랑스가 신대륙에 새로운 [누벨 프랑스 드 플로리다]를 획득했다는 소식과 함께.
***
당연히 영국 내각에는 경악할 소식일 수밖에 없다.
“체어맨 루싱턴!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수 있습니까!”
루싱턴은 동인도회사의 의장인 동시에, 영국 하원의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영국 수상 피트를 만난 자리는 동인도회사가 아니라, 영국 국회의사당이 있는 장소였다.
바로 웨스트민스터 궁전이다.
궁전의 복도 끝, 밀실에서 고함치는 수상을 빤히 보다 루싱턴이 피식 웃었다.
“평화협정이 아니라 휴전이오, 수상 각하.”
“그게 그거 아닙니까? 물론 저도 전쟁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압도적인 서인도제도에서 전쟁 행위를 중단하는 휴전협정이라니!”
“대신 유럽 대륙에서는 우리가 모조리 패배하지 않았소?”
루싱턴이 분노한 피트를 향해 가만히 일렀다.
“수상. 나도 스헬더 강을 우리가 빼앗기지 않았다면, 이런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을 거요. 하지만 당장 우리의 방어선이 도버 해협 하나로 좁혀진 상태요.”
순간, 피트도 움찔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스헬더 강, 이른바 플랑드르(벨기에)와 홀란드(네덜란드)를 가르는 강.
이 강의 하구는 중세 때부터 영국의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이었다.
그곳이 대륙 세력, 특히 프랑스에게 장악될 때 영국의 안보는 위협받아 왔다.
이번 대프랑스동맹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스헬더 강 하구를 지키는 게 영국의 전략목표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오슈의 대담한 도하 작전에 의해, 스헬더 강은 물론이고 아예 네덜란드까지 프랑스 통제 하에 넘어간 상태다.
기존의 홀란드 주를 중심으로 하는 네덜란드 공화국이 무너졌다.
나아가 프랑스가 사실상 통제하는 위성공화국, [바타비아]가 탄생했다.
이것은 피트 내각이 당면한 안보상 약점이자 위기다.
사실 피트는 이 문제를 서인도제도의 압도적인 군사적 성과로 대체하려 했다.
국내 불만은 물론이고, 프랑스와도 서인도제도의 승리를 지렛대로 협상하려던 터다.
한데 루싱턴이 제멋대로 서인도제도의 세력비를 뒤바꿔 버린 것이다.
그때 피트의 옆에서 단정하게 생긴 남자가 속삭였다.
“수상 각하, 지금 휴전은 필요합니다. 이미 국가 채무 수치가 다시 3억 파운드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수상 피트가 단정한 남자, 윌리엄 그랜빌을 노려보았다.
“그랜빌, 재무상은 나야. 자네는 외무상이고.”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잊고 계신 듯 해서.”
“언제 그렇게 늘었지? 분명 3년 전만 해도 1억 7천만 파운드까지 줄었는데. 우리는 프랑스 군과 그렇게 열심히 싸웠던 것도 아니잖아?”
18세기 말, 모든 유럽 국가는 막대한 부채에 직면해 있다.
혁명 전 구왕국 프랑스만 갖고 있던 문제가 아니다.
영국만 해도 피트 집권 직전에는 무려 2억 3천만 파운드의 부채를 지고 있었다.
미국독립전쟁에서 패배한 탓이었다.
피트는 각종 관세 진흥책과 재정관리로 부채를 상당히 줄여왔다.
그런데 어느새 다시 3억 프랑을 뛰어넘은 것이다.
알고 보면 피트의 사촌이기도 한 그랜빌 외무장관이 단정한 어조로 설명했다.
“정말 잊고 계셨군요. 네덜란드 방면에는 우리가 고작 2만 명만 보냈지만, 서인도 제도에는 거의 10만 명을 보냈습니다. 그쪽에 사용된 전비가 수천만 파운드가 넘습니다.”
압도적 성과에는 압도적 전비가 소요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피트의 서인도제도 공략에는 문제가 있었다.
황열병.
혁명 전, 프랑스의 꿀단지였던 생 도맹그를 공격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투생이 이끄는 반란군의 반격을 받은데다, 상륙하는 족족 병사들이 황열병에 걸렸다.
넬슨이 이끄는 함대는 여전히 무적이었지만, 육지에서는 전염병 몰살이 이어졌던 것이다.
이 손실을 보충하는 데 수천만 파운드가 소요되었다.
문득 루싱턴이 혀를 찼다.
“쯧쯧, 휴전이 아니라 정전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이래도 이번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건가?”
피트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잠깐입니다. 곧, 다시 전쟁이 시작될 겁니다.”
그러나 결코 완전한 평화는 올 수 없다.
애초에 영국의 번영은 바다에서 프랑스를 압도해야만 이뤄질 수 있기에.
***
보르도, 프랑스에서 대서양으로 나가는 관문 항구다.
-쏴아아!
한때 이곳에서 마르티니크로 떠났던 것을 추억하며, 유진이 바다를 보았다.
“참, 멀리서 오는 배군요.”
지금 유진이 응시하는 배는 그보다 더 먼 곳에서 왔다.
생 도맹그와 플로리다를 거쳐, 달려오는 배이기 때문이다.
문득 유진의 옆에서 어깨를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이전에 유진과 함께 대서양을 건넜던 동료 중 하나, 파리 치안사령관 마르소다.
“한때 저런 배를 타고 우리가 대서양을 건넌 적이 있었지?”
“산 마리아 호 말이죠? 저 배랑 비슷한 기종이긴 하죠. 브릭이었으니까.”
“전열함은 보낼 수 없었나? 기왕 귀국하는 거, 멋진 배로 귀국하는 게 모양새가 더 좋았을 텐데.”
유진은 항구로 다가오는 브릭 선을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영국 해군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지금쯤 불만에 가득 차서 전투 행위를 멈췄을 테니, 빌미를 줄 수 없었어요.”
3개월.
프랑스에서 서인도제도로 연락을 전하고, 다시 서인도제도에서 달려온 시간이다.
실로 이 시대 기준으로는 최고의 속도로 배가 물살을 갈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얼마나 길었을지는 배에 탄 이들만 안다.
무려 3년에 걸친 시간을 열대의 섬에서 보낸 사람들.
문득 배가 항구로 들어섰다.
뱃전 위에서 금발의 청년이 뛰어 내렸다.
“로슈자클랭!”
유진의 외침에 청년, 로슈자클랭이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주군(Seigneur), 제가 돌아왔습니다.”
마르소가 눈을 크게 뜨다 피식 웃었다.
“이 친구는 아직도 혁명 물이 덜 들었군.”
유진도 쓴웃음을 머금다, 로슈자클랭을 일으켜 세웠다.
“난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구요, 로슈자클랭.”
“말을 낮춰주십시오. 시대가 어찌되었든, 저는 주군께 목숨을 구원받은 가신입니다.”
“뭐, 고집을 부리겠다면 그러지. 다만, 나 말고 항구에 모인 사람들을 보라고.”
유진의 손이 항구 도심 쪽을 가리켰다.
“모두, 로슈자클랭 당신과 귀환병들을 환영하는 인파야.”
로슈자클랭은 시선을 돌렸다.
순간, 로슈자클랭도, 함께 내려서던 수십 명의 귀환병도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수십 만의 인파가 함성을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아아!
아마도 보르도만이 아니라 주위, 어쩌면 전국에서 몰려왔을 환영 인파다.
“대체, 이게.”
애초에 로슈자클랭은 승전보를 갖고 온 게 아니다.
같이 온 병사들도 극히 일부 인데다, 구 왕당파 반란군이었다.
한데 마치 정복이라도 하고 온 것처럼 열광적인 환영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로슈자클랭 대신, 치안사령관 마르소가 나섰다.
만 3년을 치안사령관으로 지낸 마르소다.
해서, 아주 익숙한 태도로 장군다운 연설을 시작했다.
“모두 들으시오! 이탈리아 사령관, 나폴레옹 장군이 사면하고 발탁했던 인재! 로슈자클랭 장군이 플로리다를 탈환하고 돌아왔소!”
“만세! 나폴레옹! 로슈자클랭!”
“이탈리아와 플로리다가 프랑스의 것이다! 누벨 프랑스가 부활했다!”
사전에 준비된 외침을 군중 곳곳에서 토한다.
그러나 군중들도 똑같이 외치고 있었다.
예전에 7년 전쟁으로 구 부르봉 왕가가 신대륙에서 뺴앗겼던 대륙 영토.
누벨 프랑스가 부활했다고.
그저 플로리다를 답사하고 왔을 뿐인 로슈자클랭은 어안이 벙벙한 채 서 있다 고개를 돌렸다.
“뭔가 많은 일이 있었군요, 주군.”
유진은 상세히 설명하는 대신, 군중을 보며 간명히 답했다.
“그래. 우선은 덕분에 공화파가 왕당파를 이겼지.”
본래 왕당파가 절대 우세였던 프랑스 선거는 플로리다 구매 발표 후 뒤집어졌다.
또한 이 성과는 당통의 외교적 혜안이자, 동시에 나폴레옹의 인재 발탁 성과로 선전되었다.
다름 아닌 로슈자클랭이 플로리다 매각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선포된 것이다.
군중 대열에서 공화파 시민들이 노래하듯 외쳤다.
“공화파가 이겼다! 자코뱅이여, 영원하라! 비바 라볼루숑!”
서기 1796년 12월.
플로리다 구매 영웅이 된 로슈자클랭이 프랑스로 귀환했다.
유진에게 충성을 다짐한 맹세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