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6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63화(163/547)
(163) 1797년, 혁명 정부는 여전히 불안하다
서기 1797년 1월, 프랑스는 승리로 새해를 맞이했다.
“아니, 그런데 상황이 왜 이래? 우리는 선거도 이겼는데!”
그러나 혁명정부의 전임 총재, 당통은 자신의 집에서 펄펄 날뛰는 중이다.
전임 총재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당통은 5인 총재에 선임되지 못했다.
실은 누구도 5인 총재에 선임된 자가 없다.
현재 새로 구성된 공화국 정부의 하원, 5백인 의회가 공전 중이기 때문이다.
당통파 의원, 파브르 데글란틴과 에로 드 셰셀, 피에르 필리포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불평을 토로했다.
“선거만 이긴 게 아니죠. 전쟁에서도 이겼고, 이탈리아에, 플랑드르에, 심지어 신대륙에 새로운 누벨 프랑스까지 생겨났습니다. 특히 누벨 프랑스는 위성공화국도 아니고, 우리 식민지예요!”
“거, 알루미늄인가 뭔가 하는 새로운 재원도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어린’ 보나파르트 장군의 [이탈리아 방크] 소유요. 이번에 플로리다 사들인 돈도 다 이탈리아 방크의 대출금인 거 모르시오?”
그 순간, 당통이 책상을 내리치며 고함쳤다.
“그런데도 총재 선거에서 나 하나밖에 당선을 못 시킬 상황이라고? 이게 말이 되나! 왕당파가 대체 몇 명인데!”
당통이 화를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프랑스 공화국 정부는 상원 격인 원로원, 하원 격인 5백인 의회, 그리고 5인의 총재와 그 아래 장관들로 구성된다.
이중 5백인 의회가 핵심이고, 원로원은 5백인 의회가 정한 바를 거부할 권리만 갖고 있다.
또한 정부수반 격인 5인 총재도 5백인 의회에서 투표로 선출한다.
전년인 1796년 9월 말에 치러진 선거가 바로 이 5백인 의회 선거다.
그런데 5백인 의회 선거는 분명 당통에게 유리하게 치러졌다.
왜?
데글란틴의 말대로 당통 정부가 놀라운 대외적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총재가 선출되지 못했다.
셰셀이 진땀을 닦으며 설명했다.
“현재 이른바 [왕당파]는 9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뭐? 그럼 우리가 이긴 게 맞군! 역시, 플로리다가 답이었어!”
“하지만 브리소가 이끄는 구 지롱드 파벌이 대략 110명 내외입니다. 총재 각하.”
필리포도 눈치를 살피며 끼어 들었다.
“여기에 푀양 파가 75인 내외죠.”
정확히는 [정통파]라 자칭하는 왕당파는 87명, 클리시란 클럽으로 위치를 옮겨 [클리시 클럽]이라 불리는 구 지롱드 파가 113명이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현재 왕당파와 클리시 클럽의 지도자, 대부분이 공포정치 시기에 처형당한다.
허나 피를 싫어하는 당통이 집권하면서 상당수가 살아남았다.
물론 당통도 이들에게 권력을 줄 생각은 없었기에, 그간 소외되었던 터다.
그런데 그 대가로 이번 선거에서 무려 2백 명이나 자코뱅 반대파가 당선된 것이다.
여기에 본래는 입헌군주 지지파였던 라파예트의 푀양파가 엄존하는 중이다.
과반을 넘어서는 275명이 반 당통파인 상황이다.
당통이 낯을 찡그리다 자신의 파벌을 관리하는 심복, 데글란틴에게 물었다.
“자코뱅은 몇이나 되나?”
“나머지 전부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오귀스트와 살리체티는 각자 따로 놀죠. 그 친구들을 따르는 자들이 대략 40명쯤 됩니다.”
“데물랭은?”
데글란틴이 눈을 굴리며 보고했다.
“옛 산악파에서 50명 정도는 데물랭을 따르고 있죠.”
남은 것은 135명.
이게 당통파의 숫자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단독 정치세력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인 게 맞다.
그렇지만 과반인 250석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이 기회에 밀어내고 싶은 기존 총재들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진짜로 걸리는 문제는 따로 있다.
당통은 책상 위 서류를 내려다보다 물었다.
“왕당파 지도자가 누구라고? 바르텔레미?”
“그자는 그저, 얼굴입니다. 진짜는 뱅상 드 보블랑입니다.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고, 자코뱅에게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고, ‘루이 17세’의 복귀를 주장하죠.”
“루이 17세? 존재하지 않는 왕이로군. 프로방스 백작인가?”
사실 원역사에서는 루이 17세란 마리 테레즈의 동생, 루이 샤를을 말한다.
허나 현재 루이 샤를은 국내외 왕당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다.
예전, 유진이 앙투아네트 왕비를 살리기 위해, 루이 샤를을 부정한 자식으로 만든 탓이다.
그래서 현재 루이 17세 국왕을 주장하는 자는, 루이 16세의 첫째 동생 프로방스 백작이다.
현재 보블랑을 비롯한 왕당파 지도자들이 추앙하는 왕위계승자기도 했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진짜 위험한 권력자는 프로방스 백작이 아니다.
문득 당통이 목소리를 낮추며 다시 물었다.
“그럼, [이탈리아의 왕]과 결탁할 조짐은?”
당통의 말은 두 가지가 틀렸다.
첫째, 이탈리아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다.
둘째, 당연히 왕도 없다.
그러나 데글란틴도, 셰셀도, 필리포도 당통이 누구를 뜻하는지는 금방 알아들었다.
단지, 당통의 다른 얘기에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을 뿐이다.
데글란틴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왕당파가 그 친구와 결탁한다구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잊었나? 라파예트도 전직 입헌군주파야. 한데, 보나파르트의 양자가 누구지? 유진 프라이슈츠 아닌가? 라파예트가 키운 금융가 아냐?”
“그, 그랬나요? 어쨌든 요새는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요. 별다른 연계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얘기다.
당통도, 다른 의원들도, 모두 왕당파 따위는 이제 신경쓰지 않는다.
진짜 신경써야 할 존재는 이탈리아 주둔군 사령관 보나파르트다.
혁명정부의 재정도, 이번 선거의 승전 요인인 플로리다도, 결국 보나파르트가 가져왔다.
무엇보다 현재 공화국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지휘관이 아닌가?
당통이 고개를 끄덕였다.
“흥, 그렇다면 역으로 우리가 이용해야겠군. 어차피 오귀스트와 살리체티는 보나파르트의 뜻을 따르겠지. 유진 프라이슈츠에게 파리로 한 번 오라고 서신을 보내지.”
당통이 두꺼운 볼을 두들기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핑계는 플로리다의 후속 처리 논의로. 실제로는 차기 총재 선거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걸세.”
아직도 총재정부가 총재를 선임하지 못한 시간.
다시, 보나파르트 가문에 파리의 손길이 뻗어가기 시작했다.
***
표면의 권력보다 배후의 영향력을 중시하는 어둠의 지도자도 파리에 있다.
“모로 장군, 그간 고생이 많았소. 파리로 개선식이라도 열어야 하는데, 열지 못해서 참 미안한 마음이오.”
어둠의 지도자답지 않게 밝은 저택에서, 라파예트가 모로를 맞이했다.
이른바 프랑스에는 삼대 장군이 있었다.
플랑드르의 오슈, 라인의 모로, 그리고 이탈리아의 나폴레옹.
세 사람 중 모로는 상대적으로 가장 뒤쳐지는 공훈을 세운 자다.
그러나 모로가 라인에서 프랑스를 지키지 못했다면, 나폴레옹이나 오슈가 공적을 세울 수 없었던 게 당연하다.
어떤 의미에서 모로는 국가방위라는 혁명군의 최고 임무를 완수한 장본인인 셈이다.
그럼에도 모로는 딱딱한 얼굴로 라파예트에게 거수경례를 취할 뿐이었다.
“발미의 영웅이신 라파예트 총재 각하께서 맞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군 아래서 많이 배웠죠.”
“장군이야말로 마인츠를 탈환한 영웅 아니겠소? 좀 더 큰물에서 장군이 활약하셔야 하는데 말이오.”
“큰물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제 전쟁은 끝난 게 아니었습니까?”
라파예트가 고개를 저으며 편지를 하나 건넸다.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소. 영국은 아직 우리와 일시적 휴전을 했을 뿐이오. 그것도, 고작 1년 정도라오. 언제든 파기될 수 있는 협정이고.”
편지를 받아든 모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뭡니까?”
“[에이레]의 형재들이 보내온 서신이라오. 영국의 압제를 받고 있지만, 서신 자체는 또한 영어로 적혀 있지. 슬픈 일이오.”
“에이레라구요? 영국이 차지하고 있는 섬 아닙니까? 거긴 벌써 7백 년 넘게 영국 왕실이 지배해온 섬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에이레, 그러니까 [아일랜드]다.
12세기, 헨리 2세가 아일랜드를 처음 정복한 이래, 무려 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국의 발 아래 있던 섬이다.
그러나 에이레는 앵글로색슨 족이 주로 사는 잉글랜드와 달리, 켈트 족이 사는 곳이다.
나아가 이른바 종교개혁 후에는 에이레는 가톨릭으로, 잉글랜드는 성공회로 종파마저 갈라졌다.
라파예트가 이 점을 지적했다.
“그렇지 않소. 사실상 자치령이었고, 강경한 지배가 이뤄지기 시작한 건 2세기가 조금 안 됐지. 나아가 종파도 우리처럼 가톨릭이라, 잉글랜드의 지배를 매우 싫어한다오.”
모로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사실 지금은 정석적인 군인처럼 보이지만, 모로는 학창시절 말썽꾼으로 유명했다.
심지어 혁명 당시에도 학생들을 이끌어 봉기를 일으킨 혈기 넘치는 청년이었다.
그 말은 한 마디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역사도 잘 모르지만, 영어는 더욱 모르는 모로가 라파예트의 말을 기다렸다.
과연, 나름 미국파 라파에트가 서신의 내용을 간결히 설명했다.
“이 에이레에 있는 [아일랜드] 연합협회라는 곳에서 내게 도움을 청하는 서신을 보내왔소.”
“총재 각하께요? 왜 하필 정부도 아니고, 각하께 보냈을까요?”
“왜냐하면 아일랜드 연합협회의 지도부가 프리메이슨 회원이기 때문이오.”
순간, 공부는 못했지만 시정상황에는 밝은 모로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프리메이슨을 이끌고 계십니까? 각하, 이제는 그런 음습한 조직은 놔두시고, 정치인으로서 활약하시는 게 맞습니다.”
1789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8년 전 혁명이 일어날 즈음, 프리메이슨은 일종의 유행이었다.
어쨌든 왕족 중의 왕족인 오를레앙 공작이 프리메이슨 대표였을 정도니까.
허나 모로는 그런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군에 투신해 착실히 길을 밟아왔다.
게다가 은밀히 모여 정부 전복을 꾸미던 조직이라니, 너무나 음모단체 같지 않은가?
예전에 왕실이 공화파를 탄압하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혁명이 이미 승리했고, 라파예트는 전직 총재다.
아직 프리메이슨의 고위 인사라는 것 자체가 자칫 스캔들이 될 수도 있다.
그때 라파예트가 자신을 걱정하는 모로를 보다 슬며시 웃었다.
“발미에서, 장군은 참 용감했지. 놀라운 공적을 세웠고.”
“각하께서 탁월한 지휘력을 보여주신 덕입니다. 저도 그때 전공으로 사령관에 오를 수 있었죠.”
“그런데, 이거 아나? 내가 발미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적들의 포진과 전략에 대해 정보를 사전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
모로가 이상한 기분에 미간을 좁힐 찰나, 라파예트가 놀라운 얘기를 건넸다.
“오스트리아 프리메이슨 지하조직원들의 도움이었지.”
발미, 본래 원역사에서는 반역자 뒤무리에가 승리하는 전투다.
그러나 유진이 마르스 대학살에 개입한 후, 역사가 바뀌었다.
실각했어야 할 라파예트가 발미 전장을 지휘했고, 그 전투에서 멋지게 승리했던 것이다.
한데, 그 전투의 승리 요인도 원역사와 달랐다는 얘기다.
바로 오스트리아 프리메이슨 조직원들의 첩보 덕이었다는 거다.
프랑스 부르봉 왕가가 그랬듯,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도 프리메이슨을 탄압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조직답게, 계몽주의를 전파하며, 이른바 왕정 폐지나 개혁을 주장한 탓이다.
그 탄압받던 프리메이슨 회원들이 라파예트를 도운 거였다.
그렇지만 반대로 말하면 프리메이슨 회원들은 국가 이해관계보다 조직을 더 중시한다는 뜻이다.
모로는 낯을 찡그렸다.
당장 아일랜드의 프리메이슨 회원들도 똑같이 영국보다 프랑스의 회원에게 손을 뻗고 있지 않은가?
라파예트는 모로의 생각도 모른 채, 태연히 일렀다.
“난 프리메이슨의 전유럽 조직이 혁명을 완수하게 해줄 거라 믿네. 나아가, 프랑스에도 이익이 될 거야.”
“총재 각하. 이건, 위험합니다.”
“위험보다 현실을 보게! 에이레의 혁명 동지들이 영국의 발아래 짓밟히고 있어. 난 이걸 돕고 싶네. 그러자면 이번 총재 선거에서 이겨야 해.”
순간 라파예트가 모로의 손을 붙잡았다.
“라인 군단에 강한 영향력이 있는 자네가, 날 도와주지 않겠나?”
이것이 모로를 파리로 불러들인 진짜 이유였던 것이다.
아무리 가장 공적이 미약하다 해도, 라인군단 사령관을 지낸 모로다.
혁명군 병사들 중, 가장 많은 숫자가 라인에서 싸웠다.
아주 간단히 계산해도 최소 30만이 넘는 유권자가 모로의 지휘를 받았다.
또한 군부에서 문제가 생길 때 모로의 영향력은 강한 힘이 될 것이다.
허나 모로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장군]님. 저는 군인으로서 정치에 관여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결국 라파예트는 모로의 손을 잡지 못한 채, 떠나 보내야 했다.
홀로 남아 라파예트가 커피를 홀짝일 때였다.
문이 열리고, 응접실로 또 다른 사람이 들어섰다.
의회 온건공화파, 구 지롱드 혹은 현 클리시파의 지도자 브리소였다.
노예제 폐지론자로 투생의 지지자이기도 한 의원, 브리소가 혀를 찼다.
“아쉽군요, 총재님. 모로를 우리 파로 끌어들였다면, 일이 편했을 텐데.”
요컨대 푀양파와 구 지롱드 파는 하나로 뭉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만으로는 의회 과반도, 군대의 지지도 없다.
때문에 모로를 끌어들이려 했던 것인데, 이렇게 실패로 끝나버린 셈이다.
라파예트가 가만히 커피잔을 굴리다 물었따.
“브리소 의원님, 왕당파가 접촉해오고 있지요?”
“예? 아, 그렇습니다. 뭐, 거절하고 있긴 합니다. 그 친구들은 입헌군주제도 아니고, 예전 왕정을 되돌리자는 식이라.”
“혹시, 군부에서 접촉하고 있는지 떠보십시오. 소수파가 된 이상, 비상수단을 쓸지도 모릅니다.”
왕당파, 모든 혁명 지지자들의 반대자들.
본래 지난 선거에서 과반이 거의 확실했던 위험세력.
하지만 플로리다가 프랑스의 품에 안기면서, 왕당파의 꿈은 무너졌다.
소수파가 된 강경파는 항상 위험하다.
무엇보다 라파예트는 유진에게만 알려준, 위험 정보를 알고 있다.
쿠데타의 조짐이다.
문득 라파예트가 한숨을 쉬었다.
“모로가 이렇게 거절했으니, 결국 보나파르트에게 의존해야 하나? 그건 더 위험한데.”
그럼에도, 라파예트에게도 더 이상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
이 모든 것은 [높으신 분]들의 일이다.
“글쎄, 세상에 모로 장군이 우리 라파예트 주인 어른을 뿌리치고 나가더라니까요?”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우아하고 거창하며 대단한 일을 하려면 필수 요건이 있다.
누군가 생활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예컨대 당통이 먹던 만찬, 라파예트가 마시던 커피, 모로가 타고 온 마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누군가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바로, 그 노동을 뒷받침하는 인력을 보통 하인이라 부른다.
라파예트 가문의 하녀, 멜리아와 노닥대던 청년이 씩 웃었다.
“흐음, 그렇군. 멜리아, 그건 그렇고, 오늘은 함께 할 수 있나?”
“좋죠. 아, 이런. 들어가 봐야겠어요. 하녀장님이 오늘 해놓으라고 한 일이 있어서.”
“아쉬워라. 흐흐, 내일 밤에 여기서 꼭 보자고!”
아쉬워하며 사라지는 멜리아를 청년, 비독이 환송했다.
이곳은 파리의 유명한 카페, 보아르네다.
보아르네 방크 드 파리 1층에 위치한 카페인데, 유진이 회합을 위해 만들었던 곳이다.
허나 유진이 이탈리아 원정을 떠난 후, 카페도 외부에 개방된 상태였다.
파리 시민들이 자주 모이는 명물 장소가 된 것이다.
문득 비독의 앞자리에 모자를 눌러쓴 한 청년이 앉았다.
바로 쉬르테의 명목상 수장, 로슈자클랭이다.
“정말 대단하군. 내가 본 것만 벌써 파리에 와서 다섯 번째야.”
“이게 뭐 대단하다고? 난 고향에 있을 때는 마을 여자들을 다 침대에 한 번씩 데리고 왔었지.”
“그, 그건 대, 대단한 게 아니라, 부, 불륜 아닌가? 혹시?”
로슈자클랭과 비독은 유진의 명령을 받고 파리로 파견되었다.
처음 왔을 때는 로슈자클랭도 아주 막막했다.
비록 유진이 만든 보아르네 카르텔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한데 일개 범죄자인 비독이 앞장서 정보를 캐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파리 최고위 인사들의 저택 하인들을 통해서.
오늘도 아주 긴요한 정보를 들은 참이다.
아직은 혼인도 하지 않은 동정남 로슈자클랭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말이다.
어젯밤은 당통의 측근, 데글란틴의 하녀와 밤을 보낸 남자, 비독이 낄낄 웃었다.
“귀족 나으리가 이렇게 샌님이어서야. 그래서 어떻게 반란군 수괴가 되셨소?”
로슈자클랭이 낯을 붉힐 찰나, 비독이 커피를 한 잔 들이켰다.
“하여간, 이걸로는 부족해. 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것 같군.”
“무슨 정보 말인가? 당통 총재가 의원들과 회합하고, 라파예트 총재는 프리메이슨과 브리소, 모로 장군과 접촉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네. 충분한 거 아니야?”
“보르도로 귀환하고 싶어 난리시군. 아니, 그놈의 [주군] 곁에 가고 싶은가? 크크.”
유진에 대한 충성심은 커피 한 잔 만큼도 찾을 길 없는 언사다.
로슈자클랭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비독이 심상하게 말했다.
“그 전에 주군이 원한 정보를 가져가야지? 피슈그뤼의 수상한 동향.”
파리로 온 지 한 달여.
그럼에도 아직 알아내지 못한 문제다.
로슈자클랭이 입맛을 다시다 물었다.
“그것도, 하녀를 꼬셔서 알아낼 건가?”
“아니? 그런 중대한 사안을 어떻게 하녀들을 통해 알아내? 지금도 고작 윗분들이 사람 만나는 거나 알아냈잖아? 피슈그뤼가 누굴 만나는지야 유진 장군도 쉽게 알 수 있을걸?”
“그럼?”
이번에도 비독에게 기대하는 마음으로 로슈자클랭이 물을 순간, 비독이 눈을 번뜩였다.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지. 아니, 신대륙의 귀환 영웅님께서.”
1797년, 1월.
신정권 출범을 앞둔 파리의 사람들이 물밑에서 뛰고 있었다.
정부 요인들의 뒤를 캐는 유진의 정보요원들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