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6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66화(166/547)
(166) 마리는 스캔들을 일으킨다
폭풍의 중심에 있는 자는, 자신이 폭풍 속에 있다는 것을 잊기 쉽다.
“휴, 왜 이렇게 내가 일이 많지? 뭔가 이상해!”
보르도, 샤토 디 하우 성의 저택 내실은 마리 테레즈의 공간이다.
본래 밀라노의 세르벨로니 궁전 방 하나, 제노바 조르조 궁전의 내실을 거쳐, 이제 보르도의 성채가 마리의 집이 된 셈이다.
물론 유진이 프랑스 내부 거점을 보르도로 잡은 터라, 단순히 따라온 것이긴 했다.
한데 엉뚱하게 유진 카르텔의 상업활동 결재가 모두 마리에게 오게 되었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쉬르테를 만들면서, 유진이 정보공작 문제에 몰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문 모르는 유진 카르텔 멤버들은 마리에게 문서를 보내왔고, 마리도 영문을 모른 채 적당히 결재 회신을 보내는 중이었다.
사실 중요한 문제는 다마스가 대리결정 중이라 별 문제는 없다.
그래도 바쁜 것은 사실이다.
문득 마리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에밀리 드 보아르네가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마리 공주님은 이제 혼인 준비에나 전념하셔야 할 때인데요.”
마리가 흠칫 놀라 서명하던 펜을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에밀리?”
“그렇잖아요? 유진 오빠가 우리 보아르네 가문 여자들을 왜 불렀겠어요. 공주님을 모시라고 부른 거 아니겠어요?”
“그, 그건 아니에요. 유진은 그저, 제가 혼자 이곳에 와서 심심해 하니까. 그리고, 전 이제 공주가 아니라구요.”
그때 스테파니 드 보아르네가 방에서 놀고 있다 고개를 돌렸다.
“우리 아빠는 공주님이라고 하던데? 나중에 왕께서 돌아오시면, 반드시 복권하실 거라고! 그때를 위해서 친해 두라고 했어!”
에밀리와 스테파니, 둘 다 보아르네 후작가의 귀족 영애였던 소녀들이다.
플로리다 매각 건이 성공한 후, 유진은 신대륙 문제 뒤처리를 위해 보르도에 직접 왔다.
당시 마리가 고집을 부려 함께 따라 왔는데, 마리를 시중 들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다.
하녀만 구하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어, 유진이 부른 게 바로 사촌들이다.
마침 원역사에서도 이 무렵부터 조세핀이 직접 돌보는 여자들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혁명정부가 자리잡으면서 구귀족들의 경제 사정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보아르네의 일족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구왕실 공주인 마리를 돌본다니, 에밀리와 스테파니의 부친들도 부리나케 딸들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마리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스테파니, 그럴 일은 없어요.”
“없어?”
“왕은 돌아오지 못해요. 이 프랑스에는.”
문득 마리의 눈에 결연한 빛이 흘렀다.
“너무 많은 피가 흘렀어요.”
구왕실, 곧 부르봉 왕가는 돌아올 수 없다.
지금도 루이 17세를 자칭하는 프로방스 백작, 왕의 막내동생이었던 아르투아 백작, 사촌 격인 오를레앙 공작이 국외에서 시기를 엿본다.
나아가 합스부르크 왕가를 비롯한 외국 왕실도 부르봉 왕가를 은연중 후원한다.
그러나 정작 루이 16세의 정당한 딸인 마리는 그 모든 자들이 보내오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가장 최근 친족을 만난 장소였던 빈에서도, 멀리서 볼 뿐 직접적인 접촉을 삼가했다.
혁명이 일어났을 때 죽어간 수많은 사람을 마리는 기억한다.
무엇보다 왕의 피를 잊을 수가 없다.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게다가 만약 프랑스에 왕이 돌아온다면 가장 먼저 죽일 자가 누구일까?
혁명군의 장군들이다.
바로 마리의 연인, 유진도 그중 하나다.
그때 스테파니가 천진하게 물었다.
“그럼 유진 오빠랑은 언제 결혼해?”
“예? 그건 또 무슨 말을?”
“어, 아냐? 역시 우리 아빠가 그러던데? 고까운 혁명파 장군이지만, 공주님과 결혼할 녀석이니 말 잘 듣고 오라고.”
마리는 순간적으로 낯을 붉혔다.
이것은 스테파니의 말이 아니라, 그 부친인 클로드 보아르네 백작의 말이다.
나아가 보아르네와 관계된 구귀족 중 혁명 타협파가 원하는 바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유진이 언제 결혼을 요청할지, 마리는 알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벌써 마리도 19살이다.
옛 시대 기준이라면 이미 아이가 있을 나이다.
유진도 이제는 16세, 결코 어린애라고 할 수 없다.
과연, 언제쯤 유진이 프로포즈를 할까?
아니면, 하기는 할까?
그때였다.
“그건,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할 거야. 스테파니.”
웃으며 얘기를 듣던 에밀리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유진이 서 있었다.
마리가 입을 가릴 찰나, 에밀리가 먼저 고개를 조아렸다.
“오라버니! 죄송해요. 스테파니가 철없이!”
“아니, 보아르네 집안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걸. 다만, 한 가지는 유념해줬으면 줬겠어.”
“예? 말씀만 하세요. 반드시 지킬게요.”
유진이 온화한 웃음과 차가운 눈빛으로 에밀리를 대하며 일렀다.
“넌 내 외사촌이고, 스테파니는 육촌이야. 이건 변하지 않아. 하지만, 난 보아르네가 아니라 보나파르트야. 이걸 명심해.”
이제 보아르네가 아니라 나폴레옹의 아들이라는 선언.
나아가 구귀족이 아닌 혁명군 장군으로 살아가겠다는 의미.
그렇지만 아직 구귀족의 영애로 살고 있는 에밀리에게는 냉혹한 말.
에밀리가 입술을 깨물다 고개를 깊이 숙였다.
“예, 오라버니.”
창백한 낯으로 나가는 에밀리와 영문 모른 채 나가는 스테파니를 보다, 마리가 한숨을 쉬었다.
“너무 엄한 거 같아, 유진.”
“혁명의 시대, 공화국에서 구귀족들이 살아남으려면 주의를 많이 해야지.”
“그건, 그렇겠지만.”
그런데 유진이 마리를 응시하며 어깨를 붙들었다.
“그래서, 우리 공주님도 주의를 주러 파리로 가야 할 것 같아.”
마리는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누구에게 주의를 주러 직접 가야 한단 말일까?
***
육두마차가 파리 교외로 요란하게 달려왔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그 주위로 일련의 기병대가 호위처럼 함께 동반해 온다.
마리는 마차에 앉아 묘한 기분을 느꼈다.
예전, 페르젠 백작의 인도를 받아 파리를 탈주하려 할 때 준비했던 마차가 육두마차다.
그런데 그 마차를 타고 파리로 들어오고 있으니, 기묘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호위는 혁명군 장군이다.
마차가 멈추고, 창문이 열렸다.
마리는 심호흡을 하며 창문 밖, 장군을 보았다.
“드디어, 파리인가요?”
“그렇지요, 마드모아젤 마리. 하핫! 기병만 몰던 이 몸이 이렇게 마차를 인도하게 될 줄은 몰랐군!”
“고맙습니다, 란 장군님.”
장군, 란이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하하핫! 어차피 나도 아내를 보러 파리로 한 번 와야 했거든. 또, 유진 프라이슈츠의 지시도 있었고. 그럼, 보르도로 돌아갈 때 봅시다! 이폴리트, 마드모아젤을 잘 부탁하네!”
란의 피레네 기병호위대가 일제히 파리 시내로 달려갔다.
물론 아내를 보러 온다는 것은 그저 대외적인 핑계일 것이다.
뭔가 유진에게 임무를 요청받고 온 게 분명했다.
지금 마리가 그렇듯이.
그래도 임무나마 간만에 파리로 돌아오니 어쩐지 반가운 기분이 드는 마리였다.
“후, 다시 돌아왔네.”
마차에서 내리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호위, 이폴리트가 씩 웃으며 맞이했다.
“감회가 새로우십니까, 파트로네?”
“당신까지 날 놀리나요, 이폴리트? 이제는 난 아무 것도 아니에요.”
“왜 아무 것도 아닙니까? 밀라노 은행에 수십만 프랑의 예금이 있고, 통조림 공장의 오너시잖아요?”
그 순간 마리의 입술에서 본심이 튀어나왔다.
“그게 무슨 소용이죠? 유진과 난 아직도 남인데.”
이폴리트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 이 문제는 마리의 주변인들만이 아니라, 유진의 측근들도 은연중 생각하는 문제다.
애초에 유진은 마리를 단순한 피보호자가 아니라, [파트로네]로 측근들에게 소개했다.
그 말은 단순히 구왕실 시동이었던 인연으로 마리를 보호하는 게 아니란 뜻이다.
게다가 유진이 군문에 참여한 계기도 유명하지 않은가?
애초에 왕비를 나아가, 공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가, 로베스피에르에 의해 강제 입대당했던 것이다.
부관인 이폴리트도 그때 유진을 지키려 따라 나섰다가, 군인이 되어버린 거였다.
하지만 정작 나이가 차고 있는 마리를 유진은 내버려 두고 있다.
이유가 뭘까?
그런데 마리의 뒤에서, 함께 마차로 따라온 ‘시녀’, 에밀리가 어깨를 감싸 쥐었다.
“공주님, 아니, 마드모아젤. 너무 걱정말고 유진 오라버니를 믿어봐요. 저도 얘기만 들었지만, 엄마를 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러 대서양을 건넜던 사람이에요.”
마리는 생긋 웃었다.
위로를 하려는 에밀리의 말은 고맙긴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유진은 마리를 지키겠다는 약속은 했지만, 정작 결혼하겠다는 약속은 한 적이 없다.
처음 함께 할 때는 그럴 나이가 아니었기도 했지만.
게다가 나폴레옹의 동생, 폴린도 항상 걸리는 존재다.
그럼에도 마리는 고개를 저으며 상념을 떨쳐냈다.
지금은 유진이 부탁한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그래요. 우리 엄마도 구해줬죠. 어디 계시지?”
파리 교외, 곧 구왕실 사람들이 머무는 거처.
옛 공주 마리가 그곳으로 발을 옮겼다.
예전에 살던 허물어져가는 민가 대신 조금은 규모가 있는 중산층 저택이다.
저택의 문이 열렸을 때, 낯익은 얼굴이 마리를 맞이했다.
“어, 어, 어?”
“루이! 정말 많이 컸구나!”
“누나?”
동생 루이 샤를, 그리고 하녀들에게 잔소리를 하던 옛 시녀장 캉팡 부인이었다.
“세상에, 공주님!”
마리가 캉팡 부인을 껴안으며 활짝 웃었다.
“캉팡 부인! 저 왔어요. 마리 테레즈!”
“이제는 완연한 귀공녀시네요. 시집가셔도 되겠어요!”
“후훗, 그야 혼인할 사람이 마음이 생겨야 가는 거죠.”
그러자 캉팡 부인이 눈썹을 찌푸리며 이폴리트를 노려 보았다.
“보아르네 소자작, 아니 자작은 아직도 공주님을 내버려 두고 있는 건가요? 아니지, 혼인 안했으니 그게 당연하긴 한데. 그래도!”
한때 시동인 유진과 함께 왕궁을 출입했던 이폴리트가 모른 척 시선을 돌렸다.
캉팡 부인과 안면이 있는 사이라, 더욱 불편한 얘기다.
물론 마리는 고개를 저으며 웃을 뿐이었다.
“이젠 보나파르트예요. 유진이야 신사죠. 뭐, 아예 아무 짓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설마, 침실을! 근본 없는 시골 귀족 양자가 되었다더니, 그런 무례한 짓을 저질렀나요!”
“그, 그런 건 아니라구요!”
낯을 붉히며 해명하는 마리를 뒤에서 구경하다, 에밀리가 이폴리트를 보았다.
“아주, 시끄럽네요. 이폴리트.”
“그렇군요. 흠. 마드모아젤 에밀리.”
“그건 그렇고, 그 유명한 왕비님은 어디 계신 걸까요? 안 보이시는데.”
이폴리트는 살짝 기른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피식 웃었다.
“글쎄요. 유진이 날 보낸 이유가 맞다면, 아마 남자를 만나고 있을 건데. 응?”
문득 이폴리트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기다리던 장본인이 도래한 것이다.
그것도 [타깃]과 함께.
“샤를로트?”
캉팡 부인과 낯을 붉히며 유진과의 연애사를 해명하다,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가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그리웠던 얼굴이 있었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유진이 한 마디 건네긴 했었다.
그래도 정말 그럴 거라 믿지는 않았다.
마리는 또 다른 마리의 옆에 있는 한 남자를 뚫어져라 노려보다, [마리]에게 물었다.
“마망,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죠?”
마리 앙투아네트의 낯이 창백해지고, 그 옆에 있던 미남자는 품위있게 인사를 올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주님. 악셀 폰 페르젠입니다.”
악셀 폰 페르젠.
구왕실 시절, 왕실 스캔들의 주범이었던 남자가 파리에 온 것이다.
그것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바로 옆자리에 선 채로.
***
이것이 유진이 마리를 보낸 이유다.
“제발, 마망! 이게 대체, 뭐예요!”
마리가 경악해, 응접실에서 소리쳤다.
사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페르젠과 만난다는 사실은 쉬르테의 보고에 없었다.
유진이 보낸 로슈자클랭과 비독도, 다른 우편병 출신 요원들도, 혹은 유진 카르텔 상회 사람들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진은 앙투아네트가 페르젠과 만날 거라 확신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페르젠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앙투아네트를 탈출시키려던 자다.
또한 원역사에서도 평생 앙투아네트를 그리워하며 혼인하지 않는다.
한데 파리로 잠입했는데 왕비를 만나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리 테레즈를 붙들며 달랬다.
“샤를로트, 진정하거라. 페르젠은 친구로서 찾아온 거야.”
“[스베리예] 최고 지위 귀족이, 구왕실 왕비를 찾아왔어요! 그냥 친구라구요? 마망, 우리는 아직도 혁명정부의 감시 대상이라구요!”
“그건, 내가 더 잘 알아. 샤를로트. 네가 유진의 곁에 가 있는 동안, 파리에 남아 있었던 건 나란다.”
스베리예, 곧 스웨덴의 자국 명칭이다.
페르젠은 이 스웨덴의 최고위 귀족이다.
실제로 원역사에서 페르젠은 재상에 해당하는 지위까지 올라간다.
한데 고작 옛 친구를 만나기 위해 혁명 정부가 지배하는 파리로 들어왔다?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다.
유진이 마리에게 요청한 게 바로 이 문제다.
보나마나 왕비가 페르젠을 만나고 있을 테니,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경고하라고.
하지만 왕비는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심호흡을 하며 마리가 왕비를 붙들고 물었다.
“죄송해요, 마망. 하지만 이건 너무 위험해요. 라파예트 장군에게 얘기라도 해보셨어요? 페르젠이 파리에 왔다고?”
그때 응접실 밖에서 기다리던 페르젠 백작이 들어서며 말했다.
“공주님. 배신자 라파예트와 의논할 일이 아니죠.”
마리는 페르젠 백작을 노려보았다.
물론 이제는 유진의 영향력도 강해지긴 했다.
허나 여전히 공식적 지위는 이탈리아 주둔군 수석부관에 불과할 뿐.
현재 구왕실의 공식적인 보호자는 엄연히 구 입헌군주파 수장, 라파예트다.
그런데 라파예트를 무시하고 페르젠이 파리에 와서 할 일이 뭘까?
자세한 얘기를 유진에게 들은 적은 없다.
그래도 성장기를 혁명 정국으로 보낸 마리다.
불안한 예감이 든다.
“당장 꺼지세요, 페르젠 백작. 그리고 난 공주가 아닙니다. 어머니가 왕비가 아니듯.”
“제게는 언제나 당신은 공주님이고, 또한 여기 이 분은 왕비님이십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욱 사라져야죠. 언제, 어디서, 누가 당신을 볼지 모르는데!”
그때 페르젠 백작이 물었다.
“공주님, 다시 지위를 되찾으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뭐라구요?”
“이대로, 구왕실의 전직 공주로, 혁명정부의 감시를 받으며, 이용만 당하며 사실 겁니까?”
스물스물 밀려오던 예감이 현실화되어 간다.
“유진 프라이슈츠는 당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구왕실의 상징을 인질로 잡아두고 있는 겁니다. 아십니까? 오를레앙 공작과 루이 17세 폐하가 지금, 가장 원하는 게 공주님입니다!”
현재 프랑스 왕당파가 추앙하는 세 사람이 있다.
하나는 루이 16세의 동생 루이 17세다.
다른 하나는 구 입헌군주파의 수장으로 여전히 막대한 재산을 가진 오를레앙 공작이다.
마지막 하나는 정통성 시비가 있는 루이 샤를 대신, 유일한 왕의 상속녀인 마리 테레즈다.
물론 프랑스 구왕실 승계법은 이른바 [살리카 법]이 지배한다.
옛 프랑크 왕국의 살리카 부족이 쓰던 전설적인 법칙으로, 남자만 왕위승계가 가능하다는 전통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왕실 재산의 유일한 상속자는 현재, 마리 테레즈인 것도 맞다.
이 법적인 명분을 이용하려는 자들은 마리 테레즈를 노린다.
신붓감으로.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마리는 참혹한 기분이 들었다.
왜 아직도 유진이 미처 프로포즈를 못하는 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만.”
마리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돌렸다.
“갈게요.”
“샤를로트, 좀 더 얘기를 듣고 가!”
“됐어요, 마망.”
순간, 손을 잡는 앙투아네트의 팔을 뿌리치며, 마리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유진이 날 이용한다구요? 애초에, 유진이 마망과 날 위해서, 뭘 희생했는지도 모르면서!”
마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달렸다.
아직도 기억한다.
유진이 누구를 죽게 했는지.
그리고 그 속죄를 위해 자신이 죽을지 모를 전장으로 끌려갔던 것도.
그 모든 것은 오직 마리를 위해서였다.
“헉, 헉, 헉!”
숨이 가쁘다.
정신없이 달리다 마리는 멈췄다.
이곳은 파리 교외라 어두컴컴한 숲이 아직도 많다.
“늑대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파트로네.”
어느새 뒤에서 이폴리트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폴리트를 비롯한 유진의 최측근 호위병들이 따라온 것이다.
사실 이들의 얼굴도 마리는 안다.
왜냐하면 예전, 유진과 마르소가 함께 군대에 끌려갈 때, 그때 마차에서 본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그들을 돌아보던 마리가 입술을 뗐다.
“이폴리트, 내가 뭘 하면 되죠?”
“유진 파트롱이 파트로네를 보낸 건, 사실 왕비 폐하에 대한 경고에 가깝습니다. 함부로 이 판에 끼지 말라는 거죠. 하지만, 보아하니.”
“오히려 깊이 들어가실 판이군요.”
이폴리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원하시면, 당분간 왕비 폐하를 저희가 구금시킬 수는 있습니다. [작전]에 차질은 좀 있겠지만요.”
어떤 작전인지 이폴리트도, 유진도 말해주지 않았다.
허나 마리도 짐작가는 바가 있다.
그냥 내버려 두고, 눈을 감는다면, 이폴리트나 유진이 알아서 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리는 한 가지 더 아는 게 있다.
유진은 마리를 위해 왕을 죽였다.
그런데 왕비는 마리를 위해 죽일 수 없는 걸까?
살짝 진저리를 치며 마리가 말했다.
“내가 유진 곁에 있으면서 배운 게 있어요. 아니, 아마도 왕실에서 더 많이 있었던 일이겠죠.”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사건이 벌어지면, 더 시끄러운 사건으로 덮는 거예요. 유진은 그렇게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나와 어머니를 살렸죠.”
이폴리트가 눈을 크게 뜰 찰나, 마리가 다그치듯 물었다.
“어차피 페르젠은 파리에 왔어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죠?”
“예, 아무래도 권좌 중심부에 있을 사람들은 압니다. 진짜 목적을 모를 뿐이죠.”
“그럼, 더 시끄럽게 만들어야겠네요. 스캔들을 일으켜 줘요. 신문에 대서특필되면 더 좋아요.”
문득 마리의 눈이 불꽃처럼 번뜩였다.
“우리 마망과 페르젠이 파리에서 불륜을 벌인다고.”
이번에는 마리가 ‘마망’을 살려야 할 때다.
오명을 뒤집어 씌워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