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7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76화(176/547)
(176) 무연화약이 연기 없이 불꽃을 피운다
화약은 연기와 함께 도래한다.
이 시대, 기초 상식이다.
군문의 일을 그리 잘 알지는 못하는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랄 정도로.
“그런데 연기가 없는 화약이 가능하다구요?”
“그렇습니다, 파트로네. 지금 우리 [보아르네-듀퐁] 소시에테가 개발하고 있는 물건이죠. 유진 파트롱이 알려준 방법인데, [질산]을 황산과 결합시킨 후, 면화를 섞을 때 안정적인 ‘폭발’이 일어나더군요.”
“어머, 잠깐. 언제 듀퐁이란 이름이 붙었어요? 후훗.”
듀퐁이 슬쩍 기름을 바른 머리를 매만지며 씩 웃었다.
“나름 유진 파트롱의 허가를 받은 겁니다. 이번 성과는 공동 특허로 해도 좋다고 하더군요. 뭐, 아직 실용화하려면 좀 멀었지만 말이지요.”
니트로셀룰로오스, 후대 원역사의 삼대 무연화약 중 하나.
질산과 황산의 혼합물에 면화를 섞어 안정시킨 폭약이다.
본래 처음 발견되는 것은 1832년, 안정제로 면화가 발견되는 것은 1846년의 일이다.
다른 무연화약보다 간단해 원리만 알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나름 원역사에서도 화약 제조업으로 대성한 듀퐁에게 유진이 무연화약 개발업무를 맡긴 이유다.
여기에 의욕을 복돋기 위해, 듀퐁의 이름을 딴 합작사까지 세워준 것이다.
사업업무 보고를 위해 찾아온 듀퐁을 빤히 보다, 마리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무슈 듀퐁, 당신은 유진에게 10년을 약속했죠? 이제 5년 째고.”
“그랬지요.”
“후회하진 않나요?”
듀퐁은 눈을 흠칫 뜨다 그만 웃어 버렸다.
“푸하핫! 파트로네, 아니 공주님!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십니까. 전 어차피 파트롱이 없었다면, 이 나라에 살고 있지도 못합니다!”
사실 원역사를 안다면, 듀퐁도 그렇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듀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혁명 직후 듀퐁은 부친과 함께 반혁명파로 몰렸다.
라부아지에를 옹호하다 오히려 죽을 뻔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시대 미국은 아직 문자 그대로 신생국이다.
현대적 개념으로 보면 미국 부자가 동남아시아 국가로, 재산 하나 없이 이주하는 거나 똑같다.
듀퐁이 원역사에서 미국 대부호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 겹친 결과일 뿐이다.
그렇기에 듀퐁은 유진 카르텔에 합류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지금쯤 잘해야 신대륙의 신생국, 못 하면 기요틴 행이었겠지요. 게다가 뇌전수은을 비롯해, 온갖 새로운 화학 실험의 나날! 전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듀퐁을 빤히 보던 마리가 생긋 웃었다.
“다행이네요. 하지만 독립은 꿈꾸는 거죠?”
듀퐁이 눈을 굴리다 영민한 눈으로 눈웃음을 머금었다.
“날카로우시군요.”
“그게 아니면 당신 이름을 회사 이름에 붙일 리 없죠. 통조림 공장만 해도, 내 소유지만 유진의 이름인 거 알아요? 밀무역 전담자인 니콜라스나 총지배인인 다마스, 은행장 콜로도 마찬가지로 자기 이름을 앞세우지 않아요.”
“솔직히 말씀드려야겠죠? 그 친구들은 너무 얕게 보는 겁니다.”
듀퐁은 주위를 슬쩍 돌아보았다.
이곳은 다름 아닌 보아르네 방크의 3층 내실이다.
사실은 유진의 자택이나 마찬가지지만, 지금 이 방을 정작 쓰는 사람은 마리다.
왜냐면 유진에게는 사적으로는 부친의 저택이, 공적으로는 치안사령부 사무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집으로 올 일이 있다면, 엉뚱하게도 마리를 보러 올 때 뿐이다.
때문에 주위에는 마리의 최측근 시녀들, 그러니까 유진의 사촌들인 에밀리와 스테파니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듀퐁이 안심하라는 듯한 마리의 시선에도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10년의 기한이 끝났을 때, 과연 그때도 유진 카르텔이 지금 모습일까요?”
마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뜻이죠?”
“로슈자클랭이 돌아왔습니다. 아니, 복권했죠. 라파예트 장군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라부아지에 선생님은 아예 의원직까지 다시 획득하셨습니다.”
“잠깐만요,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설마, 듀퐁 당신도 페르젠 같은 말을 하려는 건가요?”
왕정복고.
설마 전직 귀족인 듀퐁도 그걸 꿈꾸는 걸까?
아니었다.
“이런, 구왕실은 못 돌아옵니다. 파트로네. 하지만, [신왕조]는 어떨까요?”
마리가 눈을 크게 뜰 찰나, 듀퐁이 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일렀다.
“이를테면, 보나파르트 왕조 같은 거죠.”
라부아지에라면 이런 발상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듀퐁은 화학자이자, 사업가인 동시에, 정치가이기도 했다.
애초에 역사에 듀퐁이 이름을 남긴 이유가 미국 정부의 화약공급 사업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진의 수하로 들어온 지금도, 정계 소식에 귀를 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듀퐁이 보기에, 지금 나폴레옹과 유진은 하나의 길을 가고 있다.
최소한 프랑스 최고 권력, 어쩌면 왕조 창설이다.
마리조차 생각지 못했던 말이라 잠시 부르르 떨다 고개를 저었다.
“너무 위험한 말이에요, 듀퐁.”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프랑스의 제일 권력자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당통? 라파예트? 아닙니다, 보나파르트 장군입니다. 유진 파트롱의 부친이지요.”
“양부예요. 친자 관계가 아니잖아요?”
설사 왕조가 창설된다 해도, 당연히 혈연이 먼저가 아닐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없죠. 또한, 보나파르트 장군도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끝까지 갈지도 모르죠. 그때가 되면, 유일한 아들은 양자 뿐입니다.”
듀퐁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마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침묵만 지켰다.
만약에 정말로 왕조가 창설된다면, 구왕실의 공주인 마리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
그때 듀퐁이 입맛을 다시며 어깨를 움츠렸다.
“뭐, 그것도 이번 이집트 원정이 성공해야겠지만요. 실패하면 모든 게 날아갈 수도 있겠죠.”
“무슨 말이에요? 이집트라니? 보나파르트 장군이 이집트로 가요?”
“응? 모르셨습니까?”
듀퐁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답했다.
“유진 파트롱이 이집트로 가게 되었지 않습니까? 보나파르트 장군 대신. 그것 때문에 지금 화약 증산하느라 난리입니다.”
그 순간, 마리는 자리를 박차고 뛰쳐 나갔다.
***
다만, 지금은 1797년으로 18세기 말이다.
원역사 현대라면 핸드폰으로 어디냐고 물었겠지만, 이 시대에는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유진은 오늘 정말 바삐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래서 마리가 유진의 종적을 따라잡은 것은 파리 시내를 한 바퀴 돈 후의 일이었다.
바로, 옛 파제리 저택 응접실이었다.
“유진 보나파르트! 너, 제정신이야!”
응접실 밖, 숨을 헐떡이며 들어서려던 마리가 멈췄다.
아무도 감히 응접실로 들어가지 못하는 게 보인다.
예컨대 파제리 저택의 보나파르트 부인 시녀들 중 하나인 소녀, 로르 페르몽조차도.
그때 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일단 플로랑스 울어요.”
“플로랑스는 유모가 데리고 갔어! 지금 울고 싶은 건 나야!”
“그럼 오르탕스라도 좀 생각해 주시죠. 그렇게 화내셔 봤자, 이미 정해진 상황이라구요. 이집트 원정은.”
마리는 숨이 멎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 유진이 이집트로 간다.
그것도 자신에게 말하지도 않고 비밀리에 확정해 버렸다.
군사적인 문제가 기밀이 많다는 것 정도는 마리도 안다.
게다가 아직 유진은 마리와 연인이긴 하지만, 결혼한 사이는 아니다.
그러니까 한 침대를 쓰는 사이가 아니란 거다.
허나, 그래도 한 마디쯤 언질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순간 조세핀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분노의 외침을 쏘아붙였다.
“그럼 나폴레오네랑 같이 가든가! 어떻게 너 혼자 간단 말이니? 바다 저편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암흑대륙에!”
사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을 간다고 했다면, 조세핀은 이 정도로 화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역사처럼 아예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니라도, 혼자 재미있게 파티를 열며 놀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아들 혼자 간다고 하니 조세핀도 펄펄 뛰는 중이었다.
나폴레옹은 어떤 전장을 가든 걱정없이 이기고 돌아올 것 같다.
그러나 유진은 그렇지 않다.
조세핀도, 그리고 밖에서 듣고 있는 마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진이 아주 태연한 웃음 소리를 섞으며 답했다.
“일단,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오슈랑 가요.”
“뭐? 잠깐, 대체 왜?”
“왜라뇨? 오슈는 어머니의 애인이던 일개 근위병이 더 이상 아니에요. 프랑스 군부의 2인자라구요.”
오슈, 플랑드르와 네덜란드의 정복자다.
그렇다면 마리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진이 엉뚱한 얘기를 덧붙였다.
“그러니 이집트라는 거대한 [식민지]를 공략할 때, 필수적인 장군이죠.”
이게 무슨 의미인지 마리는 당장 알아듣지는 못했다.
향후 이집트를 프랑스의 지속적인 해외 영토로 만들겠다는 의미 정도로 알아들었을 뿐이다.
허나 조세핀은 달랐다.
“너, 오슈를 그곳에 박아둘 생각이구나.”
“어떻게 아셨어요?”
“난 네 엄마거든? 정치나 군사 같은 건 몰라도, 네 생각은 나도 알아!”
마리가 놀라 눈을 크게 뜰 찰나, 조세핀이 더욱 놀라운 얘기를 캐물었다.
“오슈를 죽일 생각은 아니지?”
이제는 주위 시녀들이 들어도 좋을만한 얘기가 아니다.
마리는 눈짓을 보내, 로르를 비롯한 조세핀의 시녀들을 밖으로 급히 내보냈다.
그런데 막, 마리만 남았을 때 유진이 간명하게 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오슈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와 떨어져 있는 게 좋아요.”
“왜? 나폴레오네는 과거 없대? 그리고 내 전 애인이 오슈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아?”
“아버지는 딱히 전 애인은 없을걸요? 그리고 어머니의 전직 애인들 중, 군부 실력자는 오슈 뿐이라구요.”
이번에는 마리가 낯을 붉힐 얘기다.
조세핀이 결혼 전 화려하게 살았다는 걸 모르는 파리 사교계 사람들은 없다.
하지만 오슈는 아직 조세핀이 유명해지기 전에 사귄 사이다.
해서, 잘 알려져 있는 관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조세핀과 오슈의 연애 얘기에 마리가 낯을 붉힐 순간, 누군가 유진에게 물었다.
“오빠, 정말 이집트로 가는 거야?”
“그래.”
“그럼, 이기고 올 거지. 이번에도?”
마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다.
오슈와 조세핀의 스캔들 따위는 하나도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유진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그것도 저 먼 열사의 사막, 이집트까지 가서 말이다.
“그래, 이길 자신은 있는 거니? 나폴레오네도 없이?”
조세핀도 궁금했는지 물었을 때, 유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핫! 모든 전쟁은 도박이에요, 어머니.”
“그래서?”
“전 도박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아요.”
마리는 벽에 기댄 채 가만히 있다가, 조세핀의 집을 나섰다.
만약 유진을 보게 되었을 때, 가도 좋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붙잡거나, 아니면 같이 가자고 외칠 것만 같았다.
수행원 겸 경호원, 아르망 가네가 한참 마차를 몰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파리의 복잡한 시가지를 보던 마리의 시야에 궁전 하나가 들어왔다.
퇼르리 궁전.
지금은 오백인 의회가 모이는 프랑스 권력의 중심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몰락한 왕실의 상징이었다.
베르사유에서 끌려온 왕실 사람들이 강제로 갇혀 있던 궁전.
그때 저곳에서 유진은 마리를 지켜준다고 약속했고, 또한 지켰다.
마리는 눈물 어린 눈으로 궁전을 보다, 웃었다.
“그래, 유진은 이길 테니까. 그리고,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게 마리가 유진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
그러나 사람은 각기 다르고, 사랑하는 방식도 다른 법이다.
“그렇다는데, 폴린?”
프랑스에서 최고 유력자가 된 나폴레옹에게는 많은 형제자매가 있다.
정작 모친은 코르시카에서 재산을 확보하느라 바빴지만, 일가는 벌써 나폴레옹을 따라 파리로 온 뒤다.
그중 하나인 폴린은 기숙학교에 강제로 들어가 재미없는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가끔 이렇게 친구인 로르 페르몽이 쪼르르 달려와 전해주는 가십이 유일한 낙이랄까.
오늘의 가십은 아주 재미있었다.
기숙학교 교복 매무새를 다듬다, 폴린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유진이 정말 제정신이 아니긴 하구나.”
“왜? 지금껏 유진은 매번 이겼잖아. 이탈리아에서 정말 어려운 적도 다 이겼고. 제국 황제도 무너뜨렸잖아?”
“그건 우리 ‘오빠’랑 같이 갔을 때지. 게다가 이탈리아는 프랑스랑 가깝잖아? 거리가 멀어지면 당장 병력이든, 물자든, 병기든 보내기 어렵다고 들었어.”
그 순간 로르가 눈을 빛냈다.
“누구한테 들었는데? 또, 새 애인이야?”
로르도, 폴린도 당연히 정치나 군사에 관심이 없다.
사실 폴린은 17세, 로르는 13세로 그런 데 관심을 둘 만한 나이도 아니다.
그러니까 폴린이 이런 문제를 안다는 건, 군사 일이 주업인 애인에게 들었다는 얘기다.
폴린은 낯을 붉히는 대신, 코웃음을 치며 당당히 로르를 쏘아 보았다.
“흥, 우리 로르는 왜 이렇게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을까?”
“뭐, 끝까지 간 사람들은 없지, 아직?”
“나만 그런 거 아니거든? 듣기로 마담 레카미에도 그렇게 연애를 많이 해도 잠자리 가지는 적은 없다고 하던 걸.”
아직 미혼이면서도 뻔뻔히 상열지사를 논하던 조숙한 소녀 폴린이 묘하게 웃었다.
“오히려 우리 오빠가 한 번 연애하면 끝까지 자주 가지.”
가십 소녀 로르가 눈을 번뜩였다.
“뭐야, 뭐야. 나폴레옹 장군님, 바람 피워?”
“쉿.”
“왜? 나 입 무거운 거 몰라? 나한테만 말해봐!”
아무도 안 믿을 말을 하는 로르를 빤히 보다, 폴린이 펜과 종이를 들었다.
“그건 됐고, 이폴리트에게 편지나 전해줘.”
“뭔데?”
“이폴리트는 유진 측근이잖아? 이번 원정에 갈 거 아냐?”
재빨리 편지를 갈겨쓰며, 폴린이 눈을 반짝였다.
“이건, 내게 절호의 기회야. 마리를 제칠 기회. 뭐, 이집트 패션도 꽤 흥미있고.”
문명의 시원, 열사의 대지, 그리고 야망의 왕국.
이집트.
그곳을 둘러싼 열망은 남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편지에 서명을 하며, 폴린이 깔깔 웃었다.
“풋! 좋아. 유진이 이집트를 정복한다는 거지? 어디, 내가 한 번 이집트 여왕이 돼볼까?”
1797년 5월, 이집트 원정 출정 전야.
나폴레옹의 동생, 폴린이 보나파르트 가문 특유의 열정을 불태우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