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7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77화(177/547)
(177) 카이사르의 꿈을 이루어 보자
고금을 통틀어 아직 변하지 않은 현실이 있다.
전쟁은 사람이 한다는 거다.
신병기를 만들고, 정예 장군과 장교진으로 수뇌부를 꾸리고, 프랑스 최고의 함대를 구성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18세기 말, 근세와 근대의 경계선에 있는 이 시대에는 결국, 보병전이 전투를 결정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프랑스는 혁명 후, 모병제가 아닌 징병제를 택했고, 현재 동원령은 부분해제 중이다.
그럼, 어떻게 방어군도 아니고 초장거리 원정, 이집트 원정군을 편성할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좋아, 그럼 급여는 모두 지급됐나?”
유진이 가볍게 흑마를 토닥이다 물었다.
-푸르릉!
파리 외곽, 부슬비가 내리는 교외에 유진과 1천 기의 기병들이 도열했다.
기마척탄병 여단과 마르세유 우편중대 중, 전역하지 않은 이들로 구성된 정예다.
다만, 이들만으로는 당연히 이집트 원정을 진행할 수 없다.
총 5개 사단 병력.
그 병력은 현재 각기 나뉘어 분산 진군 중이다.
무엇을 약속 받고 징집병들이 멀리 이집트로 가는 원정에 참여했을까?
당연하게도 [돈]이다.
이집트 원정군 참전장군, 유진의 부관 이폴리트가 작은 수첩을 꺼내들며 입맛을 다셨다.
“뭐, 전부 지급하긴 했지. 2년 치 봉급을 선불했거든. 하루 일당은 그래도, 13수는 아니고 10수 정도로 깎았어. 아, 맞아. 콜로가 이번 전쟁 성공하는 거냐고 미친 듯이 묻던데.”
“행군할 때 제노바는 피해서 가야겠군.”
“뭐, 대충 봉급만 2천만 프랑 가까이 들었는데, 콜로가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한데? 이 원정 성공하면 돈 많이 들어오긴 하는 거야?”
이 시대, 프랑스 군대는 징집병이다.
당연히 월급이랄 게 없다.
다만 구왕조 시절 용병들에게 지급되던 급여가 있었는데, 유진은 바로 이 급여를 기준으로 2년치 연봉을 지급해 버린 것이다.
1프랑이 대략 20수(sou) 동전이니 병사들 급여만 대략 1825만 프랑이 든 셈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마중 나온 유진 카르텔의 경영대리인, 앙투안 다마스가 끼어들었다.
“그것만 드는 게 아니죠, 이폴리트 준장님.”
“흠, 준장이란 호칭. 마음에 드는군. 다시 한 번 불러봐, 다마스 총지배인. 잠깐, 또 드나?”
“군대 운용 비용이나 행군, 보급 비용은 대체로 정부 재정으로 대겠지요. 하지만, 신병기 도입과 화약은 상당 부분 저희가 대고 있습니다. 그것만, 대략 2천만 프랑이 또 들어요.”
이제 원정군 편성과 함께 준장으로 승진한 이폴리트가 으스대다 깜짝 놀랐다.
2천만 프랑이 또 든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비용이 전부 유진 카르텔의 이탈리아 방크에서 나온다는 거다.
유진은 아주 태연한 얼굴로 덧붙였다.
“거기에 체재 비용과 정복지 개편 비용, 주둔 비용까지 계산해야지. 아마 역시, 2천만 프랑 가까이 들걸?”
기가 막힌 얼굴로 비용을 계산해보던 상인의 아들, 이폴리트 준장이 한탄했다.
“와, 우리 이번 원정 실패하면 진짜 파산하겠는데? 이집트, 돈 많은 거 맞지?”
“총재정부의 학자들이 추산한 바로는, 대략 연간 세수가 5천만 프랑이라더군.”
“엥? 우리 벌써 4천만 프랑 쓸 예정이잖아! 맙소사, 그래도 대강 강탈하면 수지는 맞추려나?”
유진은 총재정부가 원정을 허가하며 승인한 계획서를 생각하다 코웃음을 쳤다.
“그건 추정치야. 실제로는 1천만 프랑 내외로 보는 게 맞겠지.”
이보다는 비용을 덜 들인 원역사 이집트 원정도 결국 적자로 망한다.
왜냐면 프랑스 정부가 입수했던 정보가 완전히 틀렸기 때문이다.
평시 세수는 5천만 프랑이 아니라 2천 5백만 프랑 내외이며, 프랑스 군이 원정할 시점에는 전쟁 때문에 1천만 프랑까지 세수가 떨어진다.
결국 나폴레옹은 원역사에서 천만 프랑이 넘는 적자만 남긴 채, 원정을 종료하게 된다.
그렇다면 유진은 뭘 믿고 이집트로 가는 걸까?
이폴리트가 따져 물었다.
“어떻게 해결할 거야, 이거?”
“돈 나올 구석이 없는 건 아냐. 그곳의 지배층, 맘루크 베이들이지.”
“베이? 잠깐, 설마 현지 지배층을 약탈하자고?”
그때 빗속을 뚫고 교외 너머 쪽에서 유쾌한 목소리로 장군 한 사람이 외쳤다.
“당연하지. 우리는 혁명군 아닌가? 귀족들의 목을 치고, 민중을 해방하라! 이게 우리 군대의 명분이다!”
바로 이집트 원정군의 명목상 사령관, 라자르 오슈다.
오슈는 가볍게 말을 몰아 유진을 향해 달려왔다.
동반자는 항상 따라다니는 부관인 장 트라보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조촐한 일행인 셈이다.
유진이 말 위에서 거수경례를 취했다.
“오슈 사령관 각하.”
“이런, 진짜 사령관께서는 유진 프라이슈츠 장군 아니셨나?”
“저는 독립 사단의 지휘관이자 참모장일 뿐입니다. 게다가, 마르소가 제 선임 소장이구요.”
그런데 오슈 대신 또 다른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괜히 겸양할 거 없어. 도박신동! 원정 계획이 자네 머릿속에서 나온 거 누가 모르나?”
이번에는 파리 시내 쪽에서 뚱뚱한 장군이 걸어서 다가오고 있었다.
“간만입니다. 클레베르 장군님.”
“인사는 집어치워. 이번 전쟁, 성공 가능성 확실한가?”
“이집트요? 물론이죠. 하지만 영국은 저도 장담 못합니다.”
뚱뚱한 장군, 클레베르가 유진을 뚫어져라 보며 다그쳤다.
“대비책은 있지? 나, 이번에 내 심복인 카파렐리와 마인츠 사단을 끌고 간다고. 무대책으로 전멸하면 곤란해!”
이 원정은 클레베르도 자신이 가진 군사적 인맥 전부를 동원한 전쟁이다.
왜냐하면 원정군 편성 자체가 사단장 자율에 맡겨졌기 때문이다.
유진, 마르소, 클레베르, 드제. 그리고 쥐노.
이번 원정과 지난 혁명전쟁 공적을 고려해 사단장으로 승진한 5인 장군.
통칭 이집트 사단장들이 각기 편성한 게 이번 원정에 참여하는 5개 사단이다.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어딨나?”
“벌써 출발했죠. 이번 원정은 적을 속여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분산 기동 중이죠. 지금쯤이면 이미 니스를 넘었을 겁니다. 뭐, 마인츠 사단도 그렇지 않나요?”
클레베르가 고개를 주억거리다 물었다.
“좋아, 그럼 우리 목적지는 어딘가?”
본래 프랑스에서 이집트로 가는 항로의 출발점은 마르세유나 툴롱이다.
그러나 유진은 영국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다른 항로를 택했다.
지금쯤 영국 첩자들은 툴롱에 집결하고 있는 위장용 함대를 보고 놀라 본국에 보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군대와 함대는 다른 곳으로 향하는 중이다.
유진이 싱긋 웃으며 흑마의 말머리를 돌렸다.
“브린디시, 이탈리아의 끝이죠.”
저 유명한 로마제국 아피아 가도의 끝.
이탈리아 남동부 반도의 끝자락이 이집트 원정군의 집결 장소다.
***
물론 모든 이집트 원정군이 말을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뚜벅, 뚜벅, 뚜벅.
빠르고 힘차지만, 어디까지나 도보로 걷는 1만 명의 보병 사단이 있었다.
5개 사단이 전부 각기 분산행군 중인 상황에서, 유독 눈에 띄는 부대다.
왜냐하면 지휘관이 특별히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들은 이탈리아 반도, 내륙을 거쳐 왔기 때문에 각국 정보원의 시선에 노출되지는 않았다.
단지 지나가는 길에 있는 농민들이 보고 놀랐을 뿐이다.
오늘도 캄파냐 평원의 밀밭을 보다, 말 위애서 지휘관 쥐노가 웃음을 터뜨렸다.
“캬, 평화롭구나. 언제 여기서 전쟁이 있었나 싶을 정도군.”
“그래도 긴장하는 게 좋습니다. 쥐노 장군.”
“푸하핫, 주베르. 자네가 긴장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왜 이리 웃기지? 전장에서 대담무쌍하게 싸웠던 친구가 말야.”
이탈리아 원정 때만 해도 위관급이었지만, 이제는 준장으로 승진한 남자 주베르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저 혼자 돌격할 때 얘기고, 부대를 지휘할 때는 당연히 다르죠.”
사실 원역사에 비하면 주베르도 꽤 승진이 늦은 편이다.
본래는 이탈리아 원정 때 탁월한 공적을 세워 사단장급까지 고속 승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신 앞장서 싸우다가 일찍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승진이 늦은 지금이 더 주베르에게는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때 주베르의 뒤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이, 언제 자네 혼자 돌격했어? 말은 똑바로 하자고?”
“키야, 우리 주베르 출세하더니 옛 동료를 버리고 혼자 공적을 독점하는군!”
“샹포, 라살.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리고 너희들은 승진 안 했어?”
바르텔레미 주베르, 클레망 드 샹포, 그리고 앙투안 라살.
바로 이탈리아 원정에서 라하르페와 함께 30인 기병 돌파의 역사를 만들어낸 장본인들.
쥐노가 부관급으로 선택한 신임 여단장들이기도 하다.
세 장군이 다투는 모습을 보던 사단장 쥐노가 껄껄 웃었다.
“푸하핫! 적당히 하라고. 어차피 긴장은 배를 탈 때까진 안 해도 좋아. 오, 저기 마중 나온 거 같은데?”
문득 저 멀리 캄파냐 평원의 끝자락이 보인다.
나폴리.
한때는 부르봉 왕가의 방계가 지배하던 도시.
그러나 이제는 공화국의 삼색기가 펄럭이고 있다.
그 도시의 외곽에 프랑스 특유의 청색 군복을 입은 장군이 보였다.
“쥐노, 드디어 왔군!”
다름 아닌 나폴리 주둔군 사령관, 라하르페가 직접 나온 거였다.
“이야, 라하르페 장군님! 언제 이렇게 피부가 타셨습니까? 완전히 남국 사람 다 됐군요!”
“자네는 북쪽에서 지냈으면서도, 여전히 까무잡잡하군. 쥐노 장군. 베네치아가 그리 뜨거웠나?”
“핫핫! 거기 미녀들은 정말 정열적이었죠. 새침한 파리 미녀들하고는 다르게.”
문득 라하르페와 반갑게 인사하던 쥐노가 물었다.
“나폴리는 어떻습니까? 베네치아는 지금 성공적으로 해체 수순 들어갔습니다만.”
이탈리아 원정은 나폴레옹이 쇤브룬 조약을 체결할 때, 공식적으로 종결되었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전쟁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베네치아 반란, 나폴리 공략, 그리고 산발적인 소요 진압.
이 과정을 이탈리아에서 수행한 사람은 셋이다.
밀라노를 지키던 세뤼르에, 베네치아 반란을 진압한 쥐노, 그리고 나폴리를 점령한 라하르페다.
특히 라하르페는 멀쩡한 독립 왕국이던 [나폴리 왕국]을 정복하는 과업을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정복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국왕 페르디난트 3세가 왕국이 시작된 섬, 시칠리아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폴리 왕국은 이탈리아 남반부 전체를 포괄하는 광활한 나라다.
정복하는 게 간단했어도, 통치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이 어려운 과업을 현재 라하르페는 성실히 수행하는 중이다.
라하르페가 쓴웃음을 머금은 채 답했다.
“어려운 점이 있네. 왕은 시칠리아로 도망갔고, 도시는 점령했어. 하지만 여전히 농촌에서는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네.”
“정면으로 반란을 일으킨 친구들은 없죠?”
“소요 사태 정도지. 하지만 새로 구성된 파르테노피아 공화국은 여전히 군정 중일세.”
파르테노피아, 고대 그리스 시절 나폴리에 설치되었던 도시의 이름이다.
이 시대 프랑스는 공화국의 모범인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를 모범으로 삼았다.
그래서 당시 명칭을 쓰는 게 일종의 유행이었다.
위성공화국에도 고대 그리스 명칭을 붙인 이유다.
물론 라하르페는 그저 상부, 주로 나폴레옹이 지시하는 바를 이행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이름이야 어쨌든 별 상관 않는 군인, 쥐노가 묘하게 웃었다.
“그럼, ‘위장함대’는 나폴리에서 출진했습니까?”
이번 이집트 원정을 숨기기 위해, 유진이 활용한 위장함대는 하나가 아니다.
나폴리도 나름 해운국가였고, 의외로 해군 육성에도 꽤 힘을 기울인 바 있었다.
다름 아닌 넬슨이 나폴리 왕국에 잠시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덕에 나폴리 통제권을 손에 넣은 프랑스가 그 함대를 모두 차지해 버렸지만 말이다.
라하르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한데, 프라이슈츠 사령관은 어디로 가는 건가?”
“에이, 유진은 사령관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오슈 장군이 사령관이죠.”
“나이 때문에 못한 걸 모르는 군에 어딨나? 설마 시칠리아가 목적지는 아니겠지?”
그 순간 라살 준장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이야, 우리 전임 상관님. 너무 느리신데? 장군님, 우리 모두 옷이 이상하게 얇은 거 같지 않습니까? 여름이긴 하지만.”
“응? 그러고 보니 그렇군. 뭔가 재질이 다른 것 같은데?”
“모직 대신 인도산 면포로 만든 겁니다. 더위를 대비하기 위해서죠. 왜냐면.”
파랗게 염색된 면포 군복을 입은 라살이 눈을 찡긋거렸다.
“이집트로 가니까요. 카이사르의 군단처럼!”
아군조차도 출진 직전에야 원정 정보를 듣는 비밀작전.
위장함대만 2개에 진군하는 병력은 5개 군단.
여기에 지브롤터와 아일랜드, 플로리다를 아우르는 세계대원정으로 영국의 눈을 속인다.
이것이 유진이 기획한 이집트 원정이다.
***
브린디시, 이탈리아 남동부 끝자락의 항구.
이곳은 고대 로마제국 시절부터 지중해로 나가는 관문으로 유명했다.
때문에 로마는 도로를 건설해 수도에서 직접 이 일대를 관리하곤 했다.
수많은 로마도로 중 가장 유명한 도로.
아피아 가도가 바로 이곳으로 가기 위해 만들어진 길이다.
다만, 로마제국 멸망 후에는 이 길은 사실상 폐쇄되어 운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길을 고쳐서 다시 운용하라고 명령한 사람이 있다.
당대 교황인 비오 6세다.
엉뚱하게도 이 길을 이용한 사람은 교황이 아니라 유진이었지만.
-철썩! 철썩! 철썩!
파도가 요란한 브린디시 항구 앞에서, 아피아 가도를 달려온 한 남자가 외쳤다.
“이집트 원정 사단, 전부 브린디시에 집결했음을 사령관 각하와 총참모장께 보고드립니다!”
마르소, 곧 전임 프랑스 치안군 사령관.
나아가 현직 이집트 원정사단 중 최선임 사단장.
그 뒤로 총 5만의 병사들이 일제히 항구 앞에 도열했다.
바야흐로 이집트 군단이 브린디시에 집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집트 정복을 위해서.
아피아 가도를 달려갔던, 카이사르가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