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7화(18/547)
(17) 국왕 선제구금으로 역사를 바꾸자
한때 왕은 프랑스의 태양이었다
고작 2년 전까지만 해도.
“서둘러야 합니다. 폐하. 오를레앙 공작이 탈주했다면, 우리도 위험합니다!”
새벽, 파리 외곽 퇼르리 궁전이 소란스럽다.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왕국 제1귀족, 혁명가들의 대부, 그리고 국왕의 숙적.
오를레앙 공작이 국민의회와 아무 협의 없이 국외 탈주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왕당파, 특히 탈주 준비 중이던 페르젠 백작에 의해 전해졌다.
왕실은 긴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 마망. 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
공주 마리 테레즈가 서두르는 왕비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
“공주, 이 파리에서 벗어나야 해.”
“왜요? 유진이 일단 기다리라고 했어요. 때가 안 좋다고.”
“유진? 아, 도박신동 말이지. 그 아이가 뭘 알겠니? 아무리 똑똑하다지만 애야.”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 순간에도 머리 단장을 잊지 않으며 단호히 말했다.
“오스트리아로 가야 안전해져.”
신성로마제국.
왕비의 고향이자 현재 왕비의 오빠가 지배하는 곳이다.
비록 분열된 제국이고, 프랑스의 숙적이지만, 지금은 유일한 피신처다.
퇼르리 궁전, 뒷문으로 왕실 가족이 일제히 움직였다.
-타다닥!
루이 국왕,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마리 테레즈 공주.
그리고 아직 어린 왕세자를 비롯한 왕실 시녀와 시종들.
모두가 일제히 움직인다.
언뜻 보기에도 숫자가 너무 많다.
그러나 이미 탈주자들은 정해진 상황이다.
바로 페르젠이 진짜로 탈주시키고 싶은 사람, 왕비에 의해서.
페르젠 백작은 사람을 줄이자는 말을 삼킨 채, 왕실 사람들을 인도했다.
“국왕 폐하, 왕비 폐하. 이쪽으로!”
문득 국왕 루이가 멈췄다.
분명 은밀한 탈주여야 한다.
특히 궁전을 수비하고 있던 국민위병대 책임자들도 따돌린 채, 달아나는 중이다.
그런데 정작 탈주용 마차가 너무 크고 화려하고 눈에 띈다.
다름 아닌 팔두마차, 곧 8필의 말이 매달린 마차다.
“팔두마차? 게다가 너무 화려하군.”
“죄송합니다. 왕비 폐하가 원하셔서.”
“왕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소?”
국왕이 아연하게 돌아보았지만, 오히려 왕비는 날카롭게 대꾸했다.
“폐하, 우리는 신성로마제국 황실에 망명을 가야 해요. 나라도, 군대도 없는데 위엄조차 잃으면 끝장이에요.”
왕비의 판단은 일리가 있다.
지금 프랑스 왕실은 나라를 버리고, 외국으로 안전을 위해 탈주하려 한다.
당장 혈연에 의지해 도망간다 해도, 결국 타국 황실일 뿐이다.
또한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황실은 오랫동안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적이었다.
그러니 우습게 보이면 끝장이다.
최소한 왕실의 위엄이라도 지켜야 홀대받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잡히지 않을 때나 허용될 얘기라는 거다.
루이 국왕은 불안함을 삼키며 황급히 마차에 올라탔다.
“일단 알겠소. 갑시다!”
지금은 일단 이 파리를 떠나야 한다.
그나마 왕실을 지키려던 미라보가 죽었다.
혁명을 옹호하던 오를레앙 공작조차 두려움을 느끼고 달아났다.
파리가 광풍으로 뒤덮이면 너무 늦는다.
그러나, 국왕은 너무 늦었음을 불현듯 깨달아야 했다.
-척, 척, 척!
후장식 머스킷,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병사들이 앞을 가로 막았다.
국왕은 얼어붙는 기분을 느꼈다.
들켰다.
그러나 국왕과 달리 왕비는 위엄있게 병사들을 향해 호통쳤다.
“이게 무슨 짓인가?”
너무나 위엄있는 모습에 병사들이 주춤거렸다.
그러나 모두가 왕실의 위엄에 굴복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의 장교 한 명이 웃으며 한 걸음 나섰다.
“국민위병대 소위, 라자르 오슈라고 합니다. 폐하. 이렇게 뵙게 되어 유감스럽습니다. 허나, 루이 필리프 에갈리테가 국외로 탈주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에갈리테, 곧 평등자.
루이 필리프 오를레앙 공작이 평민을 자처하며 취한 호칭이다.
그러니까 이 장교와 병사들은 오를레앙 공작 때문에 온 게 맞았던 것이다.
국왕이 떨면서도 애써 목을 가다듬어 말했다.
“오를레앙 공작이? 잠깐, 그 자는 그대들의, 아니 혁명파의 지지자가 아니었나?”
“그런 줄 알았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귀국을 허용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국외로 도망가 버린 겁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군. 그게 짐과 무슨 상관인가?”
아직 도주는 시작되지 않았다.
왕은 시침을 떼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허나 장교는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
“폐하, 정말 도주를 계획하신 적이 없으십니까? 이 마차는 다 뭡니까?”
팔두마차가 숨기기에는 너무 크다.
국왕이 절망을 느낄 찰나, 장교가 예리한 눈빛으로 마차를 훑었다.
마차의 마부석, 앉아 있던 페르젠 백작이 황급히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이미 페르젠을 본 장교, 오슈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저기, 페르젠 백작이 왕궁을 자주 출입하더군요.”
“자, 잠깐. 오, 오슈 소위라고 했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폐하. 제가 오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슈는 왕을 향해 단언했다.
“의회가, 나아가 시민들이 폐하를 도망자로 생각하게 되면 끝장입니다. 폐하.”
루이 왕은 털썩 주저앉았다.
오슈가 손짓하자 병사들이 루이 왕을 향해 다가섰다.
그 순간 황급히 왕비가 병사들과 왕 사이를 가로 막았다.
“감히!”
왕비는 오슈를 노려보며 외쳤다.
“이 무례의 대가. 반드시 치르게 될 거예요!”
오슈는 빤히 왕비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전 프랑스에 충성하지, 왕에게 충성하지 않거든요. 구금한다.”
“예, 소위님!”
“이거 놔라! 짐은 프랑스의 왕이다! 이러면 안 돼!”
그때서야 루이 왕은 고함쳤지만, 이미 늦은 뒤다.
한바탕 병사들과 시종들 사이에 소동이 벌어졌다.
국왕은 병사들에게 잡혀갔고, 페르젠은 어느새 도망쳤으며, 왕비와 공주는 분분히 왕궁 안으로 강제로 끌려 들어갔다.
소동이 끝난 뒤, 오슈는 한숨을 내쉬며 뒤편을 보았다.
바로 이 명령을 사주한 장본인을 향해서.
“이래도 되는 거겠지, 유진?”
어둠 속, 유진이 하품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봤잖아요. 도망가고 있는 거.”
“그게 문제지. 병사들도 봤다는 거.”
“도망가다 잡혀서 파리로 끌려오는 것보단 나아요.”
이럴 때 보면 아직 어린 소년, 유진이 여전히 하품을 하며 태평하게 말했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시대가 바뀔 거예요. 오슈.”
더 이상 국왕의 명령이 의미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
아무리 혁명가에게도 국왕의 체포는 충격적이다.
“국왕이 체포당했다고?”
혁명파, 국민의회 의원이자 자코뱅 산악파의 거물들이 다급히 모였다.
바로 산악파의 수장,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의 자택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거듭 일어나고 있었다.
미라보의 죽음, 왕국 제일귀족의 탈주, 그리고 국왕 체포.
이 모든 것이 산악파가 아예 상상도 못했던 일 뿐이다.
로베스피에르의 젊은 친구, 데물랭이 다급히 말했다.
“그래요, 막시밀리앙.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 거죠? 필리프 공작은 도망갔고, 라파예트의 부하인 국민방위대가 왕을 체포했어요. 혼란스럽습니다..”
그때 저택 구석에 앉아있던 날카로운 인상의 청년이 입을 열었다.
“무슈 로베스피에르, 이건 기회입니다.”
“무슨 말인가, 생 쥐스트?”
“왕의 사촌이 도망갔습니다. 아니, 왕의 동생들도 도망갔죠. 왕의 이모들도!”
루이 앙투앙 레옹 드 생 쥐스트.
후세 단두대의 천사로 불린 공포정치의 주역.
다만 아직은 그저 말만 앞서는 풋내기 강경파 청년 의원일 뿐이다.
그럼에도 25세의 청년, 생 쥐스트의 눈빛은 범상치 않았다.
“이제, 심지어 라파예트조차 왕이 도망갈까 두려워 잡은 겁니다, 이게 기회가 아니면 뭡니까?”
“그러니까 무슨 기회를 말하는 건가?”
“왕을 죽일 기회!”
생 쥐스트가 새하얗게 웃었다.
“공화정을 실현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겁니다!”
국왕참수.
서기 1791년 1월, 국민의회는커녕 아직은 자코뱅 지도자 사이에서도 공화파가 대세는 아니다.
하물며 왕을 죽이자니, 감히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당장 데물랭부터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자, 잠깐, 왕을 죽이다니! 난 그런 얘기에 동의한 적 없어!”
“무슨 말입니까, 데물랭? 공화정은 우리 자코뱅 모두가 동의하는 이상 아니었습니까?”
“그, 그야 당연히 나도 왕은 퇴위해야 한다고 생각해! 무능하고, 어리석고, 개혁을 막고 있지. 하지만 주, 죽이는 건 다른 문제야!”
데물랭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로베스피에르에게 외쳤다.
“막시밀리앙, 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오. 이, 이건 안될 말이오.”
산악파 지도자들이 모두 로베스피에르를 보았다.
이 자리에는 생 쥐스트, 데물랭, 그리고 로베스피에르의 동생 오귀스트가 있다.
모두가 의회에서는 강경파지만, 자기들끼리 모이면 다시 파벌이 나뉜다.
이를테면 생 쥐스트가 초강경파라면 데물랭은 중도, 오귀스트는 온건 강경파랄까.
로베스피에르가 가만히 앉아 손을 모으다 입을 열었다.
“유난떨지 말게. 아직 죽이자고 한 적은 없어.”
“그, 그렇지요?”
“하지만 왕이 망명을 하겠다는 계획, 이미 ‘마라’가 1월 초에 폭로했던 거 기억나지 않나? 그게 지금 현실로 나타난 기분이군. 데물랭.”
문득 로베스피에르가 가볍게 탁자를 두들기며 말했다.
“아무래도 라파예트가 먼저 알아채고 사전 봉쇄한 게 아닌가 싶어.”
이것은 놀라운 혜안이다.
왕실이 탈주음모를 꾸민 사실을 몰랐음에도 진실을 꿰뚫어 보았다.
나아가 라파예트가 군을 먼저 움직였음도 간파했다.
유진이 그 뒤에 있다는 사실을 모를 뿐이다.
그러나 초강경파 생쥐스트는 낯을 찌푸렸다.
생쥐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결과다.
“그래서, 내버려두실 겁니까? 왕이든, 라파예트든, 아니면 도망간 귀족들이든!”
“그럴 수야 있나? 당통을 좀 이용해야겠어.”
“당통이라구요?”
가만히 손을 모으며 로베스피에르가 데물랭을 보았다.
“그래. 카미유, 자네가 당통과 코르들리에 클럽을 같이 만들었지?”
카미유 데물랭이 흠칫 놀랐다.
코르들리에 클럽.
자코뱅과 마찬가지로 정치 클럽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코뱅보다 더 강경한 입장의 모임이기도 했다.
다만 요새 주로 하는 일은 에베르에 대한 공격이다.
무작정 파괴를 주장하는 에베르가 혁명을 망칠거라 본 것이다.
여기까지는 로베스피에르와 데물랭의 생각이 같다.
문제는 이 클럽의 활동이 당통을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거였다.
다름아닌 로베스피에르의 경쟁자인 자가 당통이다.
어쩐지 찔리는 기분으로 데물랭이 물었다.
“그, 그런데요?”
“당통을 부추겨. 주도권을 쥐라고 하고, 시위를 주동하게 만들어.”
“어떤 주도권 말입니까?”
로베스피에르는 웃음기 하나 없이 말했다.
“국왕 폐위 요구.”
생쥐스트가 눈썹을 치떴다.
어쩐지 공적을 빼앗기는 기분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정작 데물랭은 새하얗게 질렸다가 로베스피에를 정시했다.
평소 말을 더듬는 심약한 남자지만, 일단 결심하면 망설임이 없는 게 또한 데물랭이다.
바스티유의 그날 그랬듯이.
“막시밀리앙, 그건 3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갑자기 말을 잘하는군. 해봐.”
“먼저, 왕이 도망가려 했다는 게 입증이 안 됐습니다.”
데물랭은 변호사다.
비록 말을 잘 못해서 활동은 못했지만, 법을 중시한다.
국왕이 도망갔다면 반역죄지만, 입증되지 않았다면 죄가 아니라 의혹일 뿐이다.
물론 역시 변호사인 로베스피에르는 코웃음을 쳤다.
“상관없어. 오를레앙 공작과 동생들, 이모들이 도망갔다는 걸로 충분해.”
“다음, 이렇게 되면 자칫 당통이 의회와 자코뱅 클럽 주도권을 잡을 우려가 있습니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혁명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누가 주도권을 잡든 무슨 상관인가? 당통 정도면 훌륭한 정치가야.”
아무도 믿지 않을 얘기다.
단지 로베스피에르는 혁명 성공을 위해서는 국왕 제거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과시욕이 강한 당통을 이용해서라도 없앨 생각이다.
국왕을.
그 단호한 의지에 짓눌렸던 데물랭이 항변했다.
“그럼, 마지막 문제입니다. 지금 민중은 들끓고 있습니다. 시위가 일어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혁명기란 모든 게 격변하는 시기다.
오늘 민중의 영웅인 자가 내일은 민중의 역적이 된다.
그 말은 시민의 지지를 받는 강경파, 당통이라 해도 자칫 시위대를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니, 어쩌면 로베스피에르조차도.
그때 로베스피에르가 피식 웃었다.
“그게, 당통이 나서야 하는 이유지. 카미유.”
새하얗게 질린 데물랭, 흡족하게 웃는 생쥐스트, 침묵을 지키는 오귀스트를 돌아보며 로베스피에르가 선언했다.
“혁명을 성공시키려면, 때로 계책도 필요한 법이네. 실행하게.”
그러나 로베스피에르는 혜안이 있음에도 딱 하나를 몰랐다.
이 모든 국면을 만들어낸 게 실은 라파예트가 아닌 소년 유진이라는 것을.
***
국왕체포가 충격인 것은 정치인만이 아니다.
“국왕이 체포되다니,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카페 보아르네로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자크 레카미에, 유진의 동업자다.
요새 유진의 조언대로 한창 주식투기로 크게 버는데도 여전히 불안한 모양이다.
하긴 왕의 체포는 정국을 경색시키기 딱 좋은 소식이다.
당장 주가가 폭락할 정도니까.
물론 미리 사태를 알고, 동인도회사 주식을 다 팔아치운 유진은 여유롭게 웃었다.
“정확히 말씀하셔야죠. 체포가 아니라 구금입니다. 감옥에 가신 것도 아니고, 그저 팔레 루아얄로 옮기셨을 뿐이죠. 거긴 결코 작은 곳도 아니구요.”
“그게 그거지. 국왕 폐하와 왕비 폐하는 굴욕에 떨고 있을걸?”
“도망가다 잡혀서 감옥에 가는 것보단 낫겠죠?”
루이 국왕과 왕비, 공주는 다름아닌 팔레 루아얄에 갇혔다.
얼마 전까지 오를레앙 공작의 거처였던 대저택이다.
오히려 규모는 옛날 궁전인 퇼르리보다 클 정도다.
당연하게도 연금된 신세가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원역사대로라면 아예 궁전이 감옥처럼 변해 버린다.
그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유진은 생각했다.
그때다.
“유진. 자네는 천재지.”
갑작스런 레카미에의 말에 유진이 눈을 깜박였다.
“갑자기 왜 칭찬하고 그러시나요?”
“하지만 아직 어린 것도 사실이야. 자넨 사람을 몰라. 왕족은 더욱 모르고.”
“전 나름 왕실 시동이었는데요?”
꽤 오래 왕족들과 거래한 중년 은행가, 레카미에가 고개를 저었다.
“왕족들에게는 때로 안전보다 명예와 자긍심이 훨씬 중요하네. 지금 자넨 그걸 더럽힌 거야. 그게 어떤 반응으로 나올지 아무도 모르네.”
왕이나 왕비, 혹은 귀족 시녀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모두 치욕이라 여길 게 분명하다.
어쩌면 더욱 의회에 강경하게 대처할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라파예트가 원망의 대상이 될거란 거다.
유진은 쓴웃음을 머금다 대꾸했다.
“유념하겠습니다. 참, 제가 부탁한 분은 찾으셨습니까?”
“아, 곧 올 걸세. 한데, 그 친구가 왜 필요한 건가? 낭트에서는 꽤 유력한 인물인 것 같지만 파리에서는 그냥 무명인데. 국민의회 의원조차도 아닐세.”
“그건 곧 뽑힐 겁니다.”
유진은 1791년, 곧 벌어질 사건을 떠올리며 말했다.
“올해 선거가 있을 테니까요.”
“선거? 무슨 선거?”
“영국처럼 선거권자들이 의원을 뽑는 선거죠. 국민의회가 곧 발표할 겁니다.”
다만 이번 선거는 일종의 임시 선거다.
왜냐하면 격변이 일어나면서, 또 다시 선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 1791년 가을에 새로운 선거가 진행된다.
그때 등장하는 게 저 유명한 [국민공회]다.
바로 왕의 목을 자른, 강경파 의회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당연히 모를 레카미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의원이 필요해서 부른 건가? 아니면?”
그때였다.
-벌컥!
카페 보아르네로 얄팍하게 생긴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휴, 파리는 정말 복잡하군요.”
깡마른 얼굴, 볼품없는 외양, 하지만 눈빛은 쏘는 듯 날카롭다.
이런 사람을 보았을 때 떠올릴 말이 하나 있다.
사냥개.
역사에 제국의 [사냥개]라 남을 남자를 향해, 레카미에가 손짓했다.
“나도 이제 왔다네, 조세프.”
“다행이군요. 어, 여기 이 소년이? 그 유명한 도박신동입니까?”
“그래. 자네를 보자고 한 친구지.”
그때 유진이 먼저 일어나,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무슈 푸셰.”
조세프 푸셰.
혁명기, 반혁명파의 도살자.
반대로 혁명가 로베스피에르를 몰락시킨 남자.
제국의 시대, 황제의 개로 활약하며 정적들을 감시하고 잡아 족치던 비밀경찰.
그리고, 나폴레옹을 끝내 배신한 자다.
다만 아직은 그저 의원조차 아닌 일개 지방명사인 푸셰가 땀을 닦으며 웃었다.
“나를 부른 이유가 뭡니까, 방크 보아르네의 사장님?”
“어떻게 알았죠? 표면상 방크 보아르네의 대표자는 제 아버지인데.”
“후, 뒷소문이 아마 파다한데 누가 모릅니까?”
유진은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바로 그게 제가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유입니다. 무슈 푸셰.”
후세 원역사에서 푸셰는 정보기관의 창시자라 불린다.
그만큼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알았다는 얘기다.
지금조차 유진과 만나기 전에, 소문을 먼저 수집하고 오지 않았는가?
신의는 없어도 그 재능만은 진짜다.
이 정보를 다루는 푸셰의 재능을 유진은 지금 써먹기로 했다.
“프랑스를 위해 한 사람을 띄워 주셔야겠습니다. 소문을 퍼뜨려서.”
“흐음, 여론용 소문을 흘리라는 겁니까? 누구죠?”
“라파예트 장군.”
유진이 눈을 빛냈다.
“곧 라파예트 장군이 국민방위대 수장직을 사임할 겁니다. 그리고, 폭동이 일어나겠죠. 그때, 라파예트 장군을 다시 국민영웅으로 만드는 겁니다.”
로베스피에르가 계획하는 ‘시위’ 혹은 폭동.
그러나 유진은 그 폭동을 이미 알고 있다.
왜냐하면 원역사에서도 일어나는 폭동이기 때문이다.
후세, 샹 드 마르스 광장의 학살이라 불리는 혁명 초기 제일의 폭동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