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8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80화(180/547)
(180) 넬슨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간다
브리스톨, 대서양에 면한 영국의 항구로 간만에 대규모 함대가 귀항했다.
“자, 닻을 내려! 드디어 육지다!”
전열함 17척, 프리깃함 20척, 수송선 20척으로 구성된 함대.
본래 브리스톨이 영국의 대서양을 관장하는 대표적인 항구지만, 이 정도 함대가 돌아온 것은 간만의 일이다.
또한 이 함대는 나름 승리를 거듭하다 돌아오는 길이기도 했다.
허나 떠들썩한 환영 대열은 없었다.
닻을 내리라 명령하는 제독, 넬슨의 표정도 결코 좋지 않았다.
왜?
해전에서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하지 못한 채 귀국했기 때문이다.
서인도제도 제압전.
전략 목표였던 생 도맹그 정복에 실패했고, 쿠바 공략은 손도 못 댔으며, 엉뚱하게 플로리다가 프랑스 손에 들어갔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해군과는 무관한 사유로 발생한 일이다.
그러니 전략적 패배 자체가 기분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병사든, 혹은 브리스톨의 시민들이든 똑같이.
그래도 간만에 땅을 밟는 해군 장교나 수병들은 모두 홀가분하게 내려섰다.
문득, 제독을 둘러싼 청년 장교들이 분분히 물었다.
“이제 부인 보시러 가시는 겁니까, 제독?”
“이야. 좋겠어요. 나도 빨리 결혼이나 해야지!”
“어허, 원래 부인은 존중하는 거지 사랑하는 게 아니야. 그렇죠, 제독?”
기함 함장 에드워드 베리.
함대의 부제독격인 알렉산더 보올.
원역사에서 넬슨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함장, 토마스 하디.
그 외에도 데이비드 굴드, 사무엘 후드, 랄프 밀러, 토마스 트루브리지를 비롯한 기라성 같은 이 시대 최고 해군장교들이 기대에 찬 눈으로 애꾸는 제독을 본다.
미인으로 유명한 제독 부인을 보러 갈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제독 넬슨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나 말인가? 난 ‘파니’는 보러 갈 시간이 없어. 바로 런던으로 가야 해.”
“예? 왜 그러십니까?”
“어째서 이기는데 우리를 소환했는지, 따지러 가야지! 조지 스펜서 장관에게!”
파니, 그러니까 프랜시스 넬슨 부인의 애칭이다.
젊을 때는 무려 국왕의 차남인 윌리엄 왕자가 쫓아다닐 정도로 유명했던 미인이다.
허나 이제는 39세의 중년 부인이니 넬슨 제독도 그리 열렬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넬슨은 부인보다 소환 자체에 대한 분노가 더 큰 모양이었다.
그때다.
“따지러 갈 것 없네, 넬슨 제독.”
저 멀리 브리스톨 항구 안쪽에서 넬슨을 맞이하러 한 노인이 걸어왔다.
바로 예전 넬슨이 쉬던 시절, 부하로 부리던 윌리엄 호담 제독이다.
한때는 유진과 함께 마르티니크로 갔던 적도 있는 호담 제독을 보며, 넬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담 제독님?”
“어, 숙부님! 여기 웬일이십니까?”
“음, ‘작은’ 윌리엄도 있었군. 이 녀석은 잘 싸우나?”
넬슨은 흘깃 자신의 부관으로 일하는 또 다른 ‘윌리엄 호담’을 돌아보다 피식 웃었다.
“물론이죠. 호담 제독님보다 더 용감합니다. 너무 용감해서, 총탄도 다 피해갈 정도죠. 하하하!”
호담 가문은 대대로 해군으로 유명한 귀족 집안이다.
넬슨 앞에 있는 지중해 함대 사령관 호담은 물론이고, 조카 헨리도 후일 중장 자리까지 오른다.
지금 넬슨의 부관으로 일하는 윌리엄 ‘주니어’ 호담도 후일 인도양 제독 직위에 오른다.
허나 고작 조카를 마중하기 위해, 무려 지중해 함대 사령관이 왔을 리는 없다.
왜 호담 제독이 이곳에 왔을까?
넬슨이 궁금해할 찰나, 주니어 호담과 시니어 호담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놀리시 마십시오, 제독. 뭐, 한 사람 몫은 한다고 자부합니다.”
“됐다, 그럼 다음 전투에서도 적당히 잘하겠지.”
“예? 다음 전투라뇨? 저희 이제 전쟁 끝난 거 아니었어요?”
놀란 주니어 호담에게 시니어 호담 제독이 혀를 차며 일렀다.
“오는 길에 다른 배를 못 만났던 모양이군. 다시, 전쟁이 재개될 거다.”
그 순간 넬슨이 한쪽 눈을 부릅뜨며 호담 제독에게 달려들었다.
“어딥니까! 희망봉? 인도? 아니면, 다시 카리브 해입니까!”
“그 어디도 아니야. 일단은 지브롤터일세.”
“지브롤터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사이 지브롤터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
그때 항구 안쪽, 깊숙한 곳에서 또 다른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브롤터만 일이 생긴 게 아니야. 제노바도 일이 생겼고, 나폴리도 일이 생겼네.”
시력이 남아 있는 오른쪽 눈을 돌리던 넬슨이 눈을 더욱 크게 떴다.
“해밀턴 대사님? 대사님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응?”
노인의 이름은 윌리엄 해밀턴, 전직 나폴리 대사다.
넬슨이 예전 제노바 주재 무관으로 이탈리아 서해, 티레니아를 누빌 때 나폴리도 방문한 적이 있다.
게다가 해밀턴 자체가 원래는 해군 제독이라 한때, 넬슨의 상관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택을 방문했다가, 한동안 넬슨이 눌러앉은 적이 있다.
왜?
지금 해밀턴 옆에 있는 한 여자 때문이다.
빨강머리의 미녀가 넬슨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보다 입술을 뗐다.
“호레이쇼.”
굴드와 후드, 그리고 밀러 함장이 서로 돌아보며 속닥였다.
“저 여자 누구야?”
“윌리엄 경 부인인 거 같은데. 잠깐, 어디서 봤는데.”
“어, 에이미 라이언? [건강의 신전] 모델 아니야?”
그러나 그들이 여자의 정체를 캘 시간은 없었다.
왜냐면 넬슨이 앞으로 뛰쳐 나갔기 때문이다.
넬슨은 엠마를 와락 껴안으며 외쳤다.
“엠마,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엠마도 넬슨을 마주 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당신을 다시 보게 되다니 믿기지 않아요!”
누가 보면 꼭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을 맞이하는 부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광경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호담 제독이 식은 땀을 흘리며 해밀턴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조금 이따 군사 명령을 전해야겠군. 한데 괜찮으시오, 대사?”
“뭐가 말이오?”
“아니, 그래도 부인이 지금······.”
67세의 노인, 해밀턴이 여유로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이런, 뭘 모르시는군. 미스터 넬슨이 나폴리에 왔을 때부터, 우리 셋은 하나였소.”
그러니까, 빨강머리 여자 엠마가 넬슨이 아니라 해밀턴의 부인이라는 문제다.
***
후세 원역사에서 이 시대 가장 유명한 여자 3명이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 조세핀, 그리고 엠마 해밀턴.
앞의 두 사람이야 각기 왕비이자, 원역사에서 황후가 되었지만, 엠마는 그저 귀족 부인일 뿐이다.
한데 왜 다른 두 여자와 동등할 정도의 명성을 남겼을까?
첫 번째로 영국 제일의 미녀라는 소리를 들은 탓이고, 두 번째는 애인 때문이다.
바로 넬슨이다.
“미세스 해밀턴은 나폴리에 제독이 방문했을 때부터, 제독의 애인이었어.”
넬슨의 부관으로 기함 함장을 맡고 있는 에드워드 베리가 말을 몰다 중얼거렸다.
지금 일행은 한창 런던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장교들은 말을, 높으신 제독님은 마차에 타고 있다.
그것도 남의 부인인 엠마와 함께 말이다.
문득 베리 옆에서 말을 몰던 부제독, 알렉산더 보올이 볼멘소리를 냈다.
“이봐, 베리. 그게 말이 돼? 저 여자는 벌거벗고 쇼를 하던 여자인데?”
“보올 함장님. 그 말씀대로라면 애초에 어떻게 해밀턴 부인이 됩니까? 그런 누드쇼를 하던 여자가.”
“그, 그렇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니까 밀러가 지적한 것처럼 엠마의 과거가 문제다.
엠마는 이른바 [건강의 신전]에서 모델을 하던 여자였다.
건강의 신전이란 18세기 후반에 런던에서 유행한 사이비 병원인데, 만병을 [쾌락]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선전하던 곳이다.
그곳의 치료법 중 하나로, 성적 치료라는 게 있었는데, 엠마는 그 치료에 동원된 누드 모델 중 하나였다.
물론 그 일만 한 것은 아니고, 하녀로 일하기도 했고, 화가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원역사 현대까지 남은 엠마의 초상은 대부분 화가의 모델로 활약할 때 남은 그림이다.
그러다 부인을 잃은 해밀턴 대사를 만났는데, 이 대사는 이른바 [고자]였다.
그래도 해밀턴 대사는 엠마를 부인으로 존중했고, 엠마도 높아진 지위에 만족하며 살았다.
넬슨을 만난 게 바로 그때다.
나폴리 대사의 저택에 살던 시절, 1793년.
그때부터 4년이 흘렀다.
넬슨은 코르시카에서 패배한 후, 서인도제도를 떠돌며 지냈다.
엠마는 여전히 나폴리 주재 영국대사 부인의 역할을 하다, 이렇게 런던에 오게 된 것이다.
마차 안에서 넬슨이 엠마를 밀착해 껴안은 채 다급히 물었다.
“엠마, 어떻게 나폴리에서 여기까지 온 거요?”
“나폴리에 프랑스 인들이 쳐들어왔어요. 잡힐 뻔했는데, 간신히 도망쳐 왔어요.”
“뭐라고? 감히, 우리 엠마를! 이 빌어먹을 치즈 놈들을 내, 포탄으로 날려버려 주겠어!”
엠마는 넬슨의 호언장담에 키득 웃다, 감짝 놀랐다.
“그 사이, 한쪽 눈을 잃었군요!”
물론 실제로 외눈이 된 것은 벌써 2년 전 일이라, 넬슨은 태연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뭐, 이런 건 훈장 같은 거요. 하하하!”
“어떡해요! 세상에, 다른 눈은 괜찮으신 거예요? 읍!”
“멀쩡하오. 오히려 너무 잘 보여서 탈이지! 당신을 이렇게 볼 수 있다니!”
그야말로 껴안고 딥키스를 퍼붓는 꼴을 밖에서 보다, 굴드와 후드, 밀러가 서로 돌아보았다.
“우리를 너무 신경 안 쓰시는 거 아닌가?”
“아니, 마차라서 안 보이는 줄 아나 보지.”
“그건 그렇고 [파니] 부인은 정말 안 보러 가실 건가? 아무리 서로 자식이 없어도, 엄연히 정식 부인은 따로 있는데.”
그때 앞서 나가던 선두 마차에서 누군가 손짓하는 게 보였다.
부제독 격인 보올이 장교들과 함께 마차에 다가섰다.
마차에 타고 있던 지중해 함대제독, 호담이 알렉산더 보올을 보며 일렀다.
“크흠, 아무래도 작전은 자네들에게 먼저 전해야 할 판이군.”
알렉산더 보올이 껄껄 웃으며 답했다.
“말씀하시지요, 제독. 우리 함대가 또 어디로 간다구요? 지브롤터?”
“그래. 스페인이 지브롤터를 노리고 있네. 그것도 프랑스와 합작해서 말이지.”
“그냥 지브롤터를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거세게 외쳤다.
“천만에!”
모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후위 마차 창문으로 반쯤 벌거벗은 넬슨이 고개를 내민 게 보였다.
넬슨은 부끄럽지도 않은 지 그대로 호탕하게 외쳤다.
“당연히 복수를 해야지! 서지중해도 되찾고, 코르시카도! 나아가 나폴리도!”
곧이어 다시 마차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다, 호담은 혀를 찼다.
“기백이 참 좋군. 그건 그렇고, 저 마차 커튼은 내리는 게 좋겠지? 보올 함장?”
넬슨의 친구, 보올이 혀를 차다 바삐 기수를 돌려 후위 마차로 향했다.
“아무래도 그렇군요. 쯧.”
어쨌든 벌건 대낮에 벌이는 애정행각이 외부에 드러나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
런던, 영국 해군경으로 통칭되는 자 앞에 넬슨이 섰다.
현재 해군장관으로 해군경의 지위를 갖고 있는 자는 조지 스펜서 백작.
후대 사람들은 미녀 부인을 둔 인생 편히 산 남자로만 아는 귀족이다.
허나 넬슨을 출세시킨 장본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람 좋은 해군장관, 스펜서 백작이 활짝 웃으며 넬슨을 맞이했다.
“왔나, 청색 해군 제독!”
넬슨은 해군성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환영을 받다 눈을 크게 떴다.
청색 해군 제독(Rear Admiral of the Blue).
영국은 본래 16세기부터 적색, 백색, 청색으로 제독의 군복을 나누었다.
총지휘자는 적색, 부제독은 백색, 후방은 청색.
이런 구분이 사라진 지 오래인 18세기 말에도, 제독마다 군복의 색을 나누는 전통은 남아 있었다.
청색 해군 제독은 해군 서열 9위.
비록 해전에서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하지 못한 넬슨에게 주어질 직위가 아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장관님?”
“서인도제도를 제패한 남자, 카리브해의 지배자, 스페인의 공포! 자네를 호칭하는 우리 해군성의 별명이지. 자, 이제 그에 어울리는 계급장을 받게!”
“이런, 저는 그만한 돈이 없는데요?”
계급을 돈으로 사는 것은 영국군의 오래된 전통 중 하나다.
물론 그건 장교에 해당하는 거지, 장군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넬슨은 왜 자신에게 지위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비꼬며 반문한 것이다.
그때 해군성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서며 일렀다.
“돈으로 함장 계급장이야 살 수 있어도, 제독 계급장은 못 사지요. 넬슨 제독.”
순간, 평소 오만하던 넬슨도 긴장했다.
“수상 각하?”
“그래요. 수상 피트요. 자, 제독. 오는 길에 왜 불렀는지는 대강 들었겠지요?”
“들었습니다. 지브롤터 곷을 지키라고 하셨죠.”
영국 최고 실권자, 윌리엄 피트가 호레이쇼 넬슨을 향해 물었다.
“잘 지킬 수 있겠소?”
넬슨은 피트를 빤히 보다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넬슨의 뒤로 서 있던 장교들이 흥분된 기색으로 서 있는 게 보인다.
그들을 지휘하는 제독이 승진했다.
그 말은 장교들에게도 영광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뜻이다.
카리브해를 함께 누비며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함대를 격파한 최정예 장교집단.
자신의 수하들을 보며 넬슨이 말했다.
“수상 각하, 어째서 영국 최고의 해군장교들인 넬슨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두고 그런 나약한 말씀을 하십니까?”
“밴드 오브 브라더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군. 셰익스피어였나?”
“연극 <헨리 5세>에서 나오는 말이죠. 저는 저희 함대가 영국 최강이라 자부합니다. 그런데.”
순간, 넬슨이 외눈에 불꽃을 튕기며 피트를 쏘아 보았다.
“이 함대를 갖고 고작 곶 하나 지키는 데 쓴다구요? 더 크게 보셔야죠. 스페인 뒤에는 프랑스가 있습니다. 사르데냐 왕국과 시칠리아 왕국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영국의 구원을!”
피트도, 스펜서도 놀라 눈을 부릅떴다.
아주 무모한 요구다.
그러나 넬슨의 판단은 핵심을 꿰뚫는 구석이 있었다.
프랑스가 과연 지브롤터 한 곳만을 노리고 전쟁을 재개할까?
게다가 피트는 넬슨이 모르는 바를 안다.
정권전복시도.
엄연히 동인도회사 단독으로 저지른 짓이라지만, 프랑스 입장에서는 영국이 저지른 짓으로 보일 것이다.
만약 이번 전투가 그 보복이라면, 어쩌면 전쟁은 훨씬 대규모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생각에 잠겼던 피트가 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군. 그렇다면, 제독은 어떤 작전을 원하나?”
아주 호쾌하게 넬슨이 외쳤다.
“지중해 해방작전을 원합니다. 지중해 전체를 제게 작전구역으로 주십시오!”
이로써 넬슨이 지중해로 진격하게 되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후일 원역사에서 나일해전을 승리한 해군장교들이 이끄는 함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