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8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87화(187/547)
(187) 4천년의 역사를 손에 쥐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로 이집트 정복이 시작되었다.
“보라, 우리가 와서, 이겼노라!”
폭음이 잦아들고 총성이 멎으며 사람의 비명만이 울려 퍼진다.
그 속에서 쥐노가 말에 탄 채 신나게 뛰어다니며 외치고 있었다.
언뜻 처절한 전장에서 신이 난 모습은 잔혹해 보이기 쉽다.
그러나 군인에게 승리란 온갖 고난과 위기와 죽음을 극복하고 얻어낸 결실이다.
그러니까 승전에 환호하는 것은 일종의 인간 공통의 감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금 쥐노의 발언은 살짝 문제가 있었지만.
이폴리트가 피라미드, 정확히는 알렉산드리아 전투 현장을 살피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같은데.”
“카이사르가 한 소리 표절이야.”
“우와, 오슈도 아니고 쥐노가 지금 카이사르 흉내를 내는 거야?”
유진은 이제 막 땅 위에 도착하는 기구 부대를 보다, 가볍게 대꾸했다.
“오히려 쥐노니까 상관없지. 아무도 신경 안 쓸 거고, 사실 상황은 똑같거든.”
카이사르가 치른 수많은 전쟁 중, 이집트에 와서 치렀던 전투가 있다.
현재의 터키 인근, 폰투스 왕국과 싸워 이긴 전투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거둔 승리였는데, 이후 카이사르는 단 세 가지 문구만 적어 원로원에 보았다고 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이 문구는 그리스와 로마문명 붐이 일어난 18세기 말, 군인이라면 누구나 읊을 정도로 유명했다.
교양 없는 쥐노도 알 정도로.
“와서, 단기간에 승리를 거둬버린 상황이지.”
유진은 알렉산드리아 입구 앞에 펼쳐진 전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원역사 피라미드 전투보다도 더욱 커다란 성과다.
격돌한 병력 숫자는 비슷하지만, 원역사에서는 맘루크 군단이 기병 3천에 보병 15000명 남짓을 잃는다.
여기에 보병 부대가 끌고 온 대포 40문은 당연히 고스란히 프랑스 군에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기병 6천 기 전원과 보병 6만 중 절반 이상이 아예 궤멸했다.
기구부대의 수류탄과 보병의 횡대 사격이 펼쳐낸 화망 때문이다.
남은 3만의 보병도 중상을 입거나 혹은 포로가 되어 잡혔다.
그야말로 완승을 거둔 셈이다.
전장을 신나게 한 바퀴 돈 쥐노가 유진에게 달려와 외쳤다.
“자, 그럼. 오늘은 축제의 날인가! 알렉산드리아 시내에 파티 준비를 하라고 해야지!”
“아뇨, 쥐노. 당신은 이제부터 다시 달려야 해요.”
“뭐? 잠깐만. 대체, 우리가 왜?”
유진은 쥐노를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애초에 우리가 왜 무리하게 기병을 데리고 왔다고 생각해요? 가우하리 서기관!”
그러자 알렉산드리아 콥트 교도, 세관 관리 가우하리가 달려왔다.
콥트 교도로, 맘루크 지배하에서 실무 하급관리를 맡아 왔던 자다.
그렇지만 프랑스 군이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한 직후, 가우하리는 말을 갈아탔다.
프랑스가 도착하자마자 콥트 교회에 손을 내민 게 가우하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비록 하급관료직은 줬어도, 무슬림 사회에서 차별받아온 콥트교도들이다.
교회는 달라도 가톨릭 교도들인 프랑스인들이 분명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이다.
가우하리는 확신에 찬 눈으로 유진 옆에 낙타를 탄 채 섰다.
“예, 장군. 부르셨습니까?”
“여기 쥐노 사단장을 인도해, 카이로로 가는 가장 쾌적하고 빠른 길을 알려라.”
“알겠습니다, 장군!”
물론 쥐노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소리다.
“카이로? 이봐, 유진 프라이슈츠! 그게 애들 이름이냐! 이집트 수도 아니야?”
유진은 가볍게 시선을 돌리며 되물었다.
“쥐노, 오늘 우리가 벌인 일이 뭔지 알아요?”
“일방적인 승리?”
“아뇨, 맘루크 학살전입니다.”
맘루크, 중세 시절부터 이집트 최강의 병종으로 불려온 기병집단.
아주 어린 시절부터 무술을 배우고, 화기를 익히며, 기마를 단련한다.
그 위명은 근세를 넘어선 지금도 유럽에 알려져 있을 정도다.
지금껏 이집트를 지배해온 이민족 지배자들, 맘루크 핵심인력이 이곳에 있었다.
시체가 된 채로.
“적들은 도주할 시간을 잃었어요. 그 덕에 우리는 일방적으로 학살전을 펼쳤죠.”
“그러고 보니 포로도 많지만, 사망자가 더 많은 것 같군. 이집트 인들에게 원한 살 수도 있겠는걸?”
“어쩔 수 없어요. 이번에 잡지 못하면, 우리는 나일 강 상류까지 사막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을 테니까.”
그때 저 멀리 또 다른 콥트 교도, 야콥 한나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무라드 베이와 이브라힘 베이의 시신이 확인되었습니다!”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맘루크의 일인자와 이인자가 죽었다.
특히 무라드 베이는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놓치고 마는 자다.
그 결과 나일강 상류로 도망쳐 끝까지 프랑스 군을 괴롭히게 된다.
하지만 유진은 기구부대와 뇌홍 머스킷을 이용해 적을 궤멸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됐군요. 오슈 사령관 각하! 카이로로 기병 진군을 허락해 주십시오!”
군대를 점검 중이던 오슈가 유진의 보고를 받고, 바로 허락했다.
“좋아. 볼네 교수와 같이 가게. 쥐노, 유인전을 펼쳐준 대가야. 카이로 입성 첫 공적은 자네에게 주지!”
쥐노는 입을 쭉 내밀려다 귀가 솔깃하는 기분을 느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오늘 승리는 전술은 유진, 지휘는 오슈, 용전은 드제의 몫이다.
비록 쥐노의 기병대가 용감히 유인전을 펼쳤다지만, 실질적인 공훈은 없었다.
한데 적의 수도, 카이로를 점령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렇지만 이 공훈을 세우려면 사막을 고생스레 건너야 한다.
잠시 쥐노가 망설일 찰나, 라살이 불쑥 나섰다.
“히-호! 그런 거라면, 이 후사르가 놓칠 수 없지. 가죠, 장군!”
“네가 지휘관이냐?”
“그래서 안 갈 겁니까? 그럼 유진 장군님, 제가 선두로 달려가겠습니다!”
그 순간, 쥐노도 잽싸게 말고삐를 잡아챘다.
“무슨 헛소리야! 카이로의 미녀들이여. 기다려라! 이 쥐노가 간다!”
그리하여, 쥐노 기병대 1천 기가 일제히 카이로로 달려가게 되었다.
***
카이로, 서기 9세기부터 이집트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도망쳐라! 프랑크인이 온다! 이교도들이 우리를 학살할 거야!”
하나로 흘러오던 나일강이 수십 갈래로 갈라져 나가는 출발점에 있는 도시.
무슬림 세력이 이집트를 지배하게 되었음을 상징하는 장소기도 하다.
지금껏 이 도시가 세워진 이래, 무슬림이 아닌 세력이 카이로를 침범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카이로를 지배하던 맘루크들은 뿔뿔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중이다.
이 도시의 중심이자, 무슬림 세계에서 이름 높은 교육기관, 알 아자르 모스크에 들려올 정도로.
아자르의 모스크 중심에 앉아 있던 한 노인에게 누군가 달려와 외쳤다.
“이맘 알 샤르카이! 도망치셔야 합니다. 프랑크인들의 군대가 온다고 합니다. 지금, 무라드 베이의 군대가 모조리 붕괴되었습니다!”
“패잔병들의 이야기인가? 알 자바르티?”
“그렇습니다. 그것도 수백도 아니고 수십 명만 겨우 도망쳐 온 모양입니다!”
압둘라 알 샤르카이, 이맘(스승)으로 존경받는 카이로의 저명인사다.
특히 알 아자르에서 수많은 율법학자(울라마)들을 교육한 사람이기도 했다.
비록 특별한 관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울라마들을 움직일 수 있는 여론주도자랄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지금처럼 제자들이 몰려온다.
후세 원역사에 <이집트 역사>로 이름을 남긴 압드 알 라흐만 알 자바르티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당황한 젊은 알 자바르티를 보다, 알 샤르카이가 고개를 저었다.
“서두르지 마라, 자바르티. 곧 수석 서기관이 내게 오겠지.”
자바르티가 눈을 깜박일 찰나였다.
시타델, 곧 카이로의 궁전 쪽에서 누군가 낙타를 타고 급히 달려왔다.
거의 모든 관료들이 카이로를 빠져나가는 와중인데도, 오히려 침착한 얼굴이다.
이집트 총독이었던 무라드 베이의 수석 서기, 지르지스 알 자하리였다.
알 자하리가 샤르카이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맘, 다행히 아직 계시는군요!”
샤르카이는 자하리를 맞이하며 혀를 찼다.
“알 자하리, 그대와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이 왔다고 들었소. 어쩐지 편안해 보이는군.”
“같은 신앙이라뇨. 로마 교회와 우리 알렉산드리아 교회는 엄연히 다릅니다. 게다가, 우리는 다 같은 [미스르]인이 아닙니까?”
“같은 미스르 인이라. 하긴, 나도 프랑크 인보다는 수석 서기가 더 반갑구료.”
그러나 샤르카이는 이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한데, 그대도 정부의 수반인데 도망치지 않았군. 사전에 들은 얘기가 있는 모양이지요? 알 자하리?”
카이로의 수석서기, 알 자하리는 무슬림이 아니다.
바로 콥트 교도다.
이교도를 고관에 앉히다니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 시대 무슬림은 의외로 개방적이다.
아무리 이슬람교도가 아니라 해도, 능력에 따라 요직에 발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다만 그렇다 해도 이교도는 한계가 있는 법.
알 자하리가 출세한 것은 사실 맘루크 반란을 형인 엘 고하리가 도왔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위도 투르크 세력을 이집트에서 쫓아낸 대가로 얻은 거였다.
요컨대 시세에 따라 처신을 잘하는 남자랄까.
처세술에 능한 수석서기, 알 자하리가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우리 총대주교, 마르코스 성하께서 프랑크, 아니 프랑스 인들과 손을 잡으셨습니다.”
“이런, 그래서야 예전에 그대들 콥트인들을 박해한 게 정당해지는 거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어제까지 몰랐습니다.”
알 자하리가 도리질 치며 외쳤다.
“오늘, 프랑크인들이 카이로 코앞까지 도래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또한 맘루크 군단 전부가 사실상 전멸했다는 사실도!”
알 자하리와 그 형이 맘루크 반란에 가담했던 이유가 있다.
이전, 투르크가 지배하던 시절 콥트 교도에 대한 박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콥트 교도를 지켜주던 맘루크 세력이 일거에 소멸했다.
고작 2주일, 자하리 입장에서는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물론 샤르카이에게는 지금 막 들은 경악할 소식이었다.
샤르카이가 놀라 물었다.
“전멸이라고, 단순 패배가 아니란 말이오?”
“궤멸입니다. 물론, 각 지역에 아직 산재한 맘루크 병력이 없지는 않으나, 카이로에 집결했던 대군은 소멸했습니다.”
“위대한 알라시여, 이게 무슨!”
자하리가 샤르카이의 손을 붙잡았다.
“이제는 막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 인들이 맘루크를 대신하는 겁니다.”
샤르카이도 그저 일개 학자는 아니다.
울레마, 곧 율법학자는 사제가 없는 무슬림 사회에서 사제집단과 유사한 역할을 맡는다.
일반 서민들의 민심을 움직이는 일종의 정치인인 셈이다.
그러니 자하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알아들었다.
콥트 교도들이 프랑스와 연결된 상황이다.
자하리가 가교가 될 테니, 무슬림 서민들을 샤르카이가 안정시켜달란 얘기다.
그럼에도 샤르카이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콘스탄티노플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거요.”
“그딴 곳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이건 기회입니다, 이맘.”
“무슨 말이오?”
오스만 제국을 무시하며, 자하리가 열띠게 외쳤다.
“투르크와 맘루크 대신, 우리 미스르 인이 통치하는 나라죠. 프랑스는 결국 여기서 멉니다. 그들이 아무리 기를 쓴들, 이곳의 실권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겠습니까?”
6만 대군이 하루 아침에 날아간 것은 엄청난 일이다.
분명 프랑스인들이 강한 힘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허나 지중해 저 멀리 있는 나라인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프랑스인들이 애를 쓴다 한들, 이곳의 실권은 결국 이집트 인들 손에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금 프랑스에 협력하는 세력에게 말이다.
“항복 작업에 협력하라는 거군, 자하리 수석 서기.”
“이맘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합니다.”
“좋소. 허나, 만약.”
알 샤르카이는 마지막 자존심을 새기며 대꾸했다.
“저들이 불신자라면, 내가 앞장서서 맞싸울 것이오.”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만든 이집트 지배체제, 9인 셰이크 디반을 이끄는 자.
나아가 프랑스인들이 [불신자]라는 이유로 카이로 반란을 조장하는 자.
후세에는 이슬람 수니파의 지도자인 [대이맘]의 시초로 불리는 자.
알 아자르의 대이맘 샤르카이가 프랑스의 손을 간접적으로 잡는 순간이었다.
***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로 가는 길, 피라미드가 프랑스 군을 맞이했다.
“우와, 피라미드다!””
후세 원역사에 널리 알려진 피라미드는 사실 하나다.
이른바 [기자]의 대피라미드, 곧 쿠푸 파라오의 피라미드다.
본래는 백색 석회암으로 덮여 있었다는데, 로마가 멸망한 후 이슬람교가 이 땅을 지배하면서 거대한 암석의 본체만이 남았다.
그러나 카프레, 그리고 멘카우레의 피라미드와 함께 나일강 서쪽에 자리잡은 거대한 몸체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문득, 이폴리트의 외침에 오슈가 생각난 듯 유진을 돌아 보았다.
“유진, 한 마디 해야지?”
“예?”
“이번 승리는 사실상 네 승리야. 기구 부대를 출격시키지 않았다면, 이렇게 완승을 거둘 수 없었어.”
오슈가 유진을 보며 눈을 찡긋거렸다.
“카이로에 들어가기 전, 전군에 한 마디 하라구.”
클레베르, 드제, 마르소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명목상 사령관이 오슈지만, 이번 원정 작전을 유진이 총괄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니 승리의 연설 한 마디 정도는 하라는 얘기다.
물론 유진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연설인 셈이다.
잠시 망설이던 유진이 눈을 번쩍 뜨며 병사들 앞으로 말을 달려 나섰다.
“전군, 저 피라미드를 보라! 우리가 정복한 땅의 모든 정복자를 보아온 건축물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표절이다.
원래 나폴레옹이 하는 연설이니까.
허나 어차피 나폴레옹은 오지 않았고, 누군가는 피라미드를 보며 한 마디 남길 필요가 있다.
이번 전쟁이 승리로 끝난다면, 이 모든 것은 역사에 남을 테니까.
5만의 프랑스 군인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유진이 외쳤다.
“이제, 우리는 이곳에서 혁명의 정신을 뿌리박고, 영국에 승리할 것이다!”
“오오오!”
“4천년의 역사가 우리를 지켜봄을 기억하라! 나아가!”
문득 유진은 자신만의 생각, 곧 카이로 이슬람교 대책을 선포했다.
“이제, [신]의 이름으로! 이집트가 우리, 프랑스 원정군의 것이 된다!”
그러니까, [유신론]이 유진이 들고 가는 진정한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