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8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88화(188/547)
(188) 이제 카이로는 프랑스의 소유다
인류 대부분이 석기 문명이던 시절, 나일에는 이미 피라미드를 짓는 문명이 있었다.
-콸콸콸!
거센 나일강의 물결이 밀어닥쳤다.
이 강은 고대로부터 정기적으로 범람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5월에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범람이 시작해, 10월쯤에는 카이로까지 홍수가 밀어닥친다.
원역사에서는 중간에 있는 아스완에 댐이 생기면서, 이 홍수가 사라지지만 지금은 아니다.
물론 7월인 지금은 그저 수위가 올라간 상태일 뿐.
그럼에도 나일강의 [명물]들이 물결을 타고 넘실거리며 떠다니고 있었다.
이폴리트가 그 광경을 보다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저게 그 유명한 나일의 악어인가?”
수천 두의 악어들이 입을 쩍쩍 벌리며 나일강을 누볐다.
이곳에서 살아온 이집트인들도 감히 다가서지 못할 정도다.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사람이 먹히기 딱 좋은 사이즈로 입을 벌리는군.”
“어떻게 할까? 자연보호를 위해 내버려 둬? 그러고 보니 구왕실 시절에는 왕실 사냥터 조성 차원에서 짐승을 함부로 못 죽이게 했던 것 같은데.”
“우리는 혁명군이야, 이폴리트. 구시대의 모든 것을 없애는 자들이지.”
유진이 가볍게 손짓했다.
“모두 쏴버려요. 도마르탱 준장.”
곧이어, 포병 지휘관 도마르탱 장군이 신호기를 들었다.
-쾅! 쾅! 쾅!
그야말로 일제히 대포가 나일강을 향해 쏘아졌다.
포탄 그 자체의 충격력만으로도 악어들이 놀라 날뛰었다.
그런데 아예 격발된 포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함대용으로 만든 [작렬탄]이 나일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이다.
다만 충격이 너무 거센데다, 대포 구경이 대구경이어야 해서 육전에 쓰기는 아직 무리다.
그러나 위세를 보이는 데는 충분했다.
구경하던 카이로 시민들이 벌벌 떨며 소리쳤다.
물론 모두 아랍어로 떠들어서, 프랑스군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으, 포, 포탄이 터진다!”
“맙소사, 알라께서 노하실 거야.”
“악어들이 모두 죽어서 뒤집혀지고 있어!”
혹시 미녀가 있나 망원경으로 살펴보던 이폴리트가 유진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저 아까운 포탄을 이렇게 써버려야 해?”
“위력과시에 좋잖아? 게다가 이제부터 할 일을 생각하면, 아주 센 걸 보여줘야 해.”
“뭘 할 건데?”
유진은 서기관 가우하리를 불렀다.
“자, 확성기를 들고 다음 말을 통역해 포고하라!”
가우하리와 콥트 교도들이 일제히 확성기를 손에 들었다.
예전 방데에서 반란군을 설득하기 위해 썼던 수법.
수제확성기로 수십 명의 사람이 똑같은 말을 외치는 것이다.
유진이 드높이 외쳤다.
“들어라, 미스르의 백성들이여!”
곧이어 유진의 말을 받아, 가우하리와 콥트 교도들이 크게 소리쳤다.
“우리는 알라의 말씀을 존중하며, 성경을 믿는 자들의 백성이다! 또한 반란자 맘루크를 처단한 [신의 채찍]이다!”
그러자 유진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프랑스군 자문관, 프랑수아 샤세뇌프 볼네가 깜짝 놀라 물었다.
“정말 그렇게 통역해도 됩니까?”
“당신이 통역하는 건 아니잖아요, 볼네 교수.”
“아니, 아무리 그래도 무슬림들이 반발하는 게 아닌지.”
볼네는 1786년에 이집트를 여행했다.
그러니 이 시대 기준으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프랑스 최고 이집트 전문가다.
어쨌든 10년 만에 뭔가가 갑자기 바뀌는 시대가 아니니까.
하지만 전생자인 유진만이 알 수 있는 게 있다.
유진은 싱긋 웃으며, 카이로와 가지의 주민들이 서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저거 안 보여요?”
도시 전체에서 구경 나왔던 주민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기독교인지, 이슬람교도인지는 사실 무슬림들에게는 두 번째 문제다.
첫 번째는 무신론자인지 아닌지다.
사실 무슬림 입장에서 기독교도는 ‘참된’ 예언자 무하마드 이전의 신앙을 믿는 자들이다.
그러니까 [신] 자체는 같은 존재라는 게 무슬림의 생각이다.
유진은 다시 목청을 높였다.
“이제부터 우리는 신앙을 믿는 자로서! 새로운 미스르를 세울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저 하나마나한 말이다.
그러나 유진이 이집트 인들을 위해 준비한 게 있었다.
다음 순간, 통역하며 외치던 가우하리마저 놀랄 선언이 선포되었다.
“나아가! 올해부터 3년 간, 세금을 면제하겠다!”
세금면제.
이것보다 피지배자에게 인기 있는 이슈는 없다.
카이로의 주민들이 서로 쳐다보다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
“면세라니! 맙소사, 3년이나 세금을 안 내도 된다고?”
“이거, 정말 지배자 바꿀 만하군!”
유진은 여기에 진짜로 전하려던 말을 덧붙였다.
“우리는 그대들에게 새로운 물건을 가져다줄 것이다. 또한 식량 증산을 약속한다! 무엇보다, 새로이 들어설 미스르 정부는 그대들의 현인들을 포함한 정부가 되리라!”
새로운 미스르, 곧 이집트 정부.
맘루크가 배제되고, 오스만은 개입할 수 없으며, 프랑스가 통제하는 통치.
이 통치는 최소 3년 간 면세에 풍작을 약속한다.
여기에 새로운 [물산]도 들어온다고 확언했다.
방금 보여준 터지는 포탄이 증명한다.
“오오오!”
수만의 시민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이폴리트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유진, 그럼 우리 여기 왜 정복한 거야?”
“설마 이곳에서 뭘 엄청나게 뜯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이집트가 아니라 인도가 진짜 라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유진은 열광하는 시민들을 보다 입가를 틀었다.
“애초에 우리는 영국을 꺾기 여기 온 거야. 그걸 잊지 말라고.”
그 진실을 잊는 순간, 프랑스 원정군은 진다.
영국에게.
***
고대로부터 번영한 문명을 지배하려면, 압도적인 최신 문물이 필요하다.
-키이잉!
기자, 본래는 무라드 베이가 본거지로 삼았던 도시다.
프랑스 이집트 원정군은 바로 이곳, 기자에 주둔지를 만들었다.
강 건너편에는 카이로가 있고, 알렉산드리아로 달려가기도 쉽다.
무라드가 본거지로 삼았던 만큼 기반 시설도 충분했다.
무엇보다 주인이 없어진 옛, 맘루크 군단의 시설을 쓰기 편했다.
그런데 이 프랑스군 주둔지에 이상한 굉음을 내는 무쇳덩이가 들어섰다.
문득 안내를 받아 들어서던 대이맘, 샤르카이가 흠칫 놀랐다.
“뭔가 신기한 걸 만드는 것 같군요.”
샤르카이를 안내하던 프랑스 학자대표, 드농이 흘깃 무쇳덩이를 보다 피식 웃었다.
“별거 아닙니다. 인쇄기입니다.”
“인쇄기라구요? 허어, 프랑크 인들은 문서를 기계로 만든다더니, 정말이군요.”
“하하하! 저 정도는 기계랄 것도 없습니다. 진짜 기계는 아예 사람의 손이 가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지죠.”
드농은 인쇄기에서 나오고 있는 [신문]을 보며 말했다.
“그 기계를 이곳에서 실험해보는 게 저희 목표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물론 드농도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자 사절단이 대표로서, 유진이 가르쳐준 바를 들었을 뿐이다.
또한 어느 정도는 알아야 이집트 인들을 설득할 수도 있었다.
일단 지금 당장 아랍어가 가능한 인력은 대체로 드농을 비롯한 이집트 전문가들이니까.
그때 주둔지 건물 회의실로 일단의 검은 군복의 장군들이 들어섰다.
선두에 선 장군은 원정군 사령관 오슈다.
오슈는 드농을 보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 이제 왔군요. 드농 대사님? 시끄러운 곳에 모셔서 미안합니다. 인쇄기 놔둘 곳이 마땅찮아서.”
“하하! 오늘 오신 귀빈들은 오히려 신기해 하십니다. 사령관 각하. 여기 셰이크 샤르카이를 비롯해 9인의 셰이크들이 모두 오셨습니다.”
“흐음, 다행이군요. 통역해 주시겠습니까? 반갑습니다, 셰이크 샤르카이. 프랑스 이집트 원정군 사령관, 오슈라고 합니다. 알라 후 아크바르!”
아무렇지도 않게 [신은 위대하시다]라고 외치는 오슈를 보다, 샤르카이가 물었다.
“신을 믿으시오?”
오슈는 혁명군 장군이다.
그러나 또한 어린 시절, 사제에게 기초 교육을 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특별한 신앙심이 있지는 않지만, 종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은 더욱 아니었다.
아주 사람 좋게 웃으며, 오슈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입니다, 셰이크 샤르카이. 우리 군은 불신자의 무리가 아닙니다. 단지 여러분과 믿는 경전이 다른 것이지요.”
“그렇군. 참된 예언자를 따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우나, 예수도 뛰어난 예언자라 할 수 있소. 신을 믿는 태도는 중요한 것이오.”
“당연하지요! 저희는 신의 뜻에 따라 이곳 이집트에 왔습니다. 핫핫!”
입에 기름도 안 치고 거짓말을 하는 오슈를 보다, 샤르카이가 물었다.
“그럼, 우리 [디반]은 프랑스를 위해 무엇을 하면 되오?”
디반, 곧 [각의]라는 뜻의 아랍어다.
아라비아 무슬림 제국은 군주인 술탄과 그를 보좌하는 디반이 통치한다.
프랑스 원정군도 카이로에 진주한 후, 현지 협력자들 중 유력자를 모았다.
콥트 교도들의 대표인 자하리, 그리고 무슬림의 대학자 샤르카이다.
당연히 이름은 디반이지만, 이곳에 결정권을 줄 생각은 프랑스에게 없다.
그러나 체면은 살려줘야 한다.
유진이 오슈 옆에 있다가 나섰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면세와 압제자의 파괴를 선물했습니다. 향후, 이집트는 당분간 프랑스의 군정으로 통치될 것입니다. 다만, 여러분이 참여하는 디반이 우리 군정사령부의 최고 조언자가 될 겁니다.”
드농의 통역을 들은 샤르카이가 유진을 정시했다.
“맘루크와 다른 게 무엇이오?”
맘루크도 이집트 현지 무슬림을 무시하며 지배하지 않았다.
군사 통치이긴 했지만, 나름 현지 협력자들을 관료로 등용한 바도 있다.
군정사령부가 실질 통치를 진행한다?
그렇다면 맘루크와 다를 게 뭔가?
오슈가 설명하려는 찰나, 유진이 가로 막고 드농을 돌아 보았다.
“신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드농 대사님, 콩테 대령과 폴리 사장이 준비한 건 다 됐나요?”
그러자 드농이 자신의 뒤에서 땀을 흘리고 있던 한 기술자를 돌아 보았다.
“무슈 폴리가 정확히 알 텐데요?”
“주, 준비됐어.”
“좋아요. 자, 나갑시다. 셰이크 여러분. 그리고 장군님들.”
장 사무엘 폴리, 곧 유진의 최고 기술자가 부들부들 떨며 밖으로 나갔다.
유진은 폴리의 어깨를 쳤다.
폴리가 돌아보자 유진이 눈을 찡긋거렸다.
“실패해도 상관없어요. 멋지게 보이기만 하면 되니까.”
그때서야 폴리가 침착을 되찾으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웃기지 마. 성공할 거라고, 파트롱.”
다음 순간, 주둔지 건물 밖으로 나선 셰이크들이 모두 놀라 멈췄다.
“저게, 무슨!”
허공에 거대한 물고기가 떠올라 날고 있었다.
-펄럭, 펄럭, 펄럭!
바로 물고기 형상의 기구 비행선.
원역사에서 폴리가 1805년에 런던에서 만드는 시험작이다.
일반적 기구와 달리, 사람들의 근력으로 띄워서 짧은 비행을 한 후에, 다시 착륙하는 식이다.
물론 폴리의 비행선은 실용화되지 못한다.
아직 비행선을 띄울 수소나 헬륨이 발견된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물고기 비행선을 움직이는 것은 고작해야 석유 난로의 뜨거운 공기 정도다.
그럼에도 셰이크들과, 실은 오슈를 비롯한 장군들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유진이 경악한 셰이크, 대이맘 샤르카이를 보며 웃었다.
“우리는 하늘을 지배합니다. 신의 뜻에 따라. 자, 위대한 스승이여. 우리에게 협력할 준비는 되었습니까?”
이 순간, 셰이크 9인 디반은 프랑스에 굴복하고 말았다.
***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턱을 괸 채 유진의 책상 앞에서 쳐다보는 소녀가 있다.
“전부 뻥이잖아? 유진?”
유진은 흘깃 고개를 들다 흠칫 놀랐다.
아마도 석양빛 탓일까.
발갛게 빛으로 물든 미모의 소녀가 눈앞에서 고혹적으로 웃고 있다.
이집트 여름은 무척 덥고 힘들 텐데도, 오히려 싱그럽게 여겨지는 활력이 눈부시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다, 유진이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폴린, 넌 일하러 안 가? 엄연히 간호부대 부지휘관인데?”
“전투에서 다친 사람이 별로 없잖아. 게다가 이제 막 짐 풀었다구. 우리 귀여운 조카도 보고 싶었구.”
“아이구. 그러셨어요, 고모님? 그럼 구경하다가 가. 오늘은 나도 좀 바쁘니까.”
폴린은 키득 웃으며 유진의 집무실 안을 한 바퀴 돌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게?”
문득 폴린이 유진의 책상 끄트머리, 기묘하게 생긴 도면과 설명서를 집어 올렸다.
유진은 그 도면을 보고 다시 깜짝 놀랐다가, 피식 웃었다.
기밀사항이긴 하지만, 폴린이 알아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무엘 폴리가 이번 전쟁을 위해 제안한 비책 중 하나야. [증기자동차]란 거지.”
폴린은 눈을 깜박이며, 도면의 설명서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이런 게 있었어? 음, 뭔가 마차 같은 게 그냥 앞으로 나간다고?”
“벌써 30년 전에 만들어졌던 물건이야.”
“아니, 그런데 왜 난 몰라? 파리에 가서 이런 거 본 적 없는데?”
유진은 머리를 긁적이다 어깨를 으쓱였다.
“퀴뇨가 만들자마자 사람이 이 [쇠마차]에 치여 죽었거든. 그래서, 30년 간 금기의 기술로 여겨져 왔지.”
니콜라 조세프 퀴뇨, 1769년 최초의 삼륜 증기자동차를 개발한 발명가다.
스티븐슨의 증기기관차나 풀턴의 증기선보다 훨씬 앞선 발명품이다.
시속 8킬로미터, 무게는 2.5톤, 운반 가능 중량은 4톤.
그러나 최초의 시험운전에서 그만 군인을 치여 죽이고 말았다.
결국 프랑스의 증기자동차 실험은 전면 중단되었다.
그래도 새로운 것을 좋아하던 당시 국왕 루이 15세는 퀴뇨에게 연금은 주었지만, 혁명 후에는 그나마도 중단되었다.
1797년 현재는 브뤼셀에서 빈곤에 시달리는 중이다.
유진도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폴리가 원정이 시작될 무렵 제안해왔다.
이집트 원정에서 퀴뇨의 삼륜 자동차를 재현해 군사용으로 쓰면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폴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응, 파리에서도 안 만들었던 걸 여기서 만들려구?”
“이집트에는 아무것도 없어. 기계도 없고, 이해관계도 없고, 기반 시설도 없지. 반대로 말하면, 이 모든 걸 백지에서 시작하는 게 가능해. 이를테면, 교통사고도 없겠지.”
“너, 이곳을 [영구지배]하려는 거야?”
유진이 또 다시 놀랄 찰나, 폴린이 키득거리며 낯을 들이댔다.
“난 이런 거 관심 없지만, 남자들 마음 읽는 건 익숙하다구.”
발갛게 빛나는 볼을 보다, 유진이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넌 우리 엄마를 닮았군.”
“뭐? 기분 나쁘게. 마마보이는 질색이거든?”
“너보고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은 아니야. 우리 엄마를 닮았다는 게 좋은 얘기가 아니니까.”
일순, 유진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남자들을 농락하다가, 오히려 자기 꾀에 빠지기 쉽거든.”
원역사에서 조세핀이 살게 되는 인생이다.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다 황후까지 올랐지만, 결국 나폴레옹에게 사랑에 빠졌다가 걷어 차인다.
결코 행복한 인생이라 할 수 없는 삶.
폴린도 원역사의 인생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폴린이 유진에게 바싹 낯을 들이대며 속삭였다.
“그럼, 넌 어때? 나 같은 여자 싫어?”
다시, 키스하고 싶다.
당장 끌어안고 싶다.
지금 집무실 저 편에 있는 간이침대로 던져 버리고 싶다.
순간적으로 치미는 욕망.
유진은 실로 초인적인 인내로 누르며, 폴린의 뺨에 입을 맞췄다.
숨을 헐떡이는 폴린에게 유진이 타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왜? 지금은 안 돼?”
“지금은 내가 맹세한 것도 있지만, 중요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어.”
마리에 대한 맹세.
그러나 유진에게 지금 더욱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피하지 못할 적이 곧 온다.
“오래도록 피하고 싶었던, 옛 [친구]가 오는 전투지.”
바로 영국 지중해 함대 사령관, 넬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