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8화(19/547)
(18) 마르스 학살 도박에서 이겼다
프랑스 대혁명은 기요틴, 전쟁, 유혈혁명으로 기억되기 쉽다.
하지만 원역사에서 이런 상황은 이른바 공포정치 전후의 일이다.
그러니까 서기 1793년 이후, 국왕이 완전히 몰락하고 결국 처형당한 후다.
아직 1791년, 정국은 실로 유동적이다.
혁명파는 분열되어 있고, 왕당파가 엄존하며, 입헌군주파가 서로 눈치를 살핀다.
이 상황을 가장 참지 못하는 자들이 누굴까?
과격 혁명파다.
“왕을 몰아내자!”
본래 바스티유의 날, 이전에는 군대가 사열하던 대광장 샹 드 마르스.
이곳에 사람들이 집결했다.
그야말로 파리 전역에서 헐벗고, 굶주리고, 성난 시민들이 몰려든 것이다.
상퀼로트, 긴 바지를 입은 자들.
이미 마르스 광장을 오가던 시민들이 놀라 돌아 보았다.
“뭐, 뭐야. 지금 축제 아니었어?”
“축제는 무슨! 헌법동우회여, 왕을 몰아내는 결의를 하자!”
“오를레앙이 도망갔어! 왕도 도망가려다 잡혔다더군!”
그 중에서도 선두에 서서 외치는 얼굴은 꽤 의외의 인사였다.
“의회에 왕권 정지 요구를! 아니, 폐위를 요구한다!”
아주 온화하게 생긴 남자가 군중을 인도하며 서명을 받고 있었다.
단연, 서명은 왕을 폐위하자는 과격한 서명서다.
슬쩍 멀리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이들도 열기에 끌려갈 정도다.
구경꾼 중 하나, 자크 레카미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크 피에르 브리소? 저 사람이 저렇게 과격한 주장을 하나?”
“누군지 아십니까?”
“노예 폐지론으로 유명한 작가지. 과격파는 아닌 걸로 알고 있었는데, 에베르 같은 소리를 하는군.”
레카미에의 옆에서 커피를 살짝 맛만 보다,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 어려서 커피를 상용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제 10살쯤 되었으니 맛 정도는 봐도 되지 않을까?
다만 프랑스 커피는 현대도 그렇지만, 이 시대에도 원액에 가까운 커피다.
“윽, 쓰군. 음, 일단 옆에 익숙한 얼굴이 있는데요?”
쓴 맛에 혀를 내두르며 유진이 가볍게 턱짓했다.
그때서야 레카미에는 브리소 옆에서 굳건히 서서 구호를 외치는 자를 보았다.
거대한 체구, 우렁찬 목소리, 무엇보다 욕망이 드글거리는 눈빛이 인상적인 자.
조르주 당통, 혁명 초기 삼거두 중 하나다.
레카미에가 혀를 찼다.
“아, 당통 때문인가. 쯧.”
“그래도 열기가 이전만큼 세진 않은 것 같은데요? 무슈 레카미에.”
“그야 왕이 도망가려 했다는 건, 소문일 뿐이니까.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니지 않나? 잠깐.”
문득 레카미에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그걸 노리고 먼저 체포를 한 건가?”
만약 원역사처럼 왕이 도망치다가 중도에 잡혔다면 어땠을까?
그 모습을 파리의 모든 시민들이 보았다면, 시위는 이 정도가 아닐 것이다.
당장 시위를 주동하는 브리소부터 그렇다.
후일에는 온건파인 ‘지롱드’로 전향하는 남자답게, 폐위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원역사에서는 시위에서 왕의 처단을 요구했다.
당통은 말할 것도 없다.
오로지 유진이 선제 체포를 한 덕에, 왕의 비겁한 모습을 시민들이 못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유진은 모른 척 시침을 뗐다.
“오해가 있군요. 전 국왕 폐하를 체포한 적이 없습니다. 도주하실 걸 밀고한 적도 없고.”
“이런, 국민위병대 오슈 소위가 자네 사람인 거 누가 모르나? 혹시 국왕 폐하라면 모를까.”
“역시, 오해입니다. 오슈 씨가 제 어머니의 옛날 애인이긴 하지만.”
유진은 가볍게 시위대 도중에 있는 또 다른 익숙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
“이런 시대에는 누가 누구의 사람이란 게 별 의미가 없어요. 하루 단위로 세상이 바뀌거든요.”
브리소, 당통과 함께 서명과 시위를 주동하는 젊은 청년.
바로 카미유 데물랭이다.
누구나 데물랭이 로베스피에르의 사람임을 안다.
하지만 정작 데물랭은 원역사에서 로베스피에르에게 처형당한다.
물론 브리소와 당통도 마찬가지지만.
무슨 수십 년에 걸쳐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역사대로라면 고작 3년 뒤에 벌어지는 일이니까.
혁명기의 이른바 주종관계란 그토록 얄팍한 것이다.
미래를 모를 레카미에도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알고 있었다.
레카미에가 혀를 찼다.
“그 말은 저 시위대에게도 적용되는 거겠지?”
“그렇죠. 당장은 혁명파인 것 같지만, 언제까지 그럴까요?”
“뭐, 당통이나 브리소가 통제하긴 어려워 보이긴 하네만.”
문득 상퀼로트 시민 한 명이 광장 한쪽에서 부르짖었다.
“여기, 왕당파 귀족이 있다!”
그 순간 광장에 몰려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본래 샹 드 마르스 광장은 시위를 위한 전용 공간이 아니다.
간만에 나들이를 나온 상류 시민, 서명을 위해 온 중류 시민, 분노에 차 나온 하류 시민이 뒤섞여 있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가 적대하는 적은 존재한다.
바로 귀족, 그것도 왕당파인 자다.
멋들어진 복장을 입고 상황을 구경중이던 귀족 남자 하나가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죽여!”
“자, 잠깐! 난 귀족은 맞지만 왕당파는 아니오!”
“국왕을 도주시키려 한 놈이다!”
당연히 마르스 광장에 구경 나온 귀족이지, 페르젠 백작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분노와 열기, 터질 것 같은 기세로 가득찬 군중은 참지 못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수천 명의 군중이 달려들었다.
-와아아!
미처 유진이, 아니 시위를 주동하던 브리소와 당통조차 손쓰기 전 벌어진 일이었다.
아연히 그 광경을 보던 유진을 레카미에가 끌었다.
이 자리에 계속 있다면, 구경꾼도 위험해진다.
“끔찍하군. 우리도 곧 가지.”
유진은 난데없는 불운한 귀족을 보았다.
군중 속에서 두들겨 맞아 숨이 끊어져 가고 있다.
도와주고 싶어도 지금 유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낯을 찡그리던 유진이 돌아섰다.
“예.”
아무래도 [폭동] 그 자체는 역시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
샹 드 마르스 학살, 원역사에서도 유명한 사건이다.
“막아야 해! 저 폭도들을! 아니면, 의사당까지 밀고 들어올 거요!”
긴급히 파리에 마련된 의사당에 국민의회 의원들이 소집되었다.
본래 국민의회는 시민들의 폭동 혹은 항쟁으로 세워진 조직이다.
허나 통제하지 못하는 시위는 의원들에게도 당연히 부담이 된다.
특히 파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 전임 국민의회 의장이자 파리 시장 바이이는 더욱 그랬다.
당장 의원 중, 자코뱅 클럽 멤버들이 시위에 앞장서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파리 시장 바이이가 이를 갈며 성토했다.
“세상에, 브리소가 앞장서다니. 제정신인가? 당통이야 원래 저런 인간이지만!”
“바이이 시장. 이건 시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요! 해산 시키시오, 저들을!”
“나라고 무슨 수가 있소, 피에르 브루니에 의원? 저들 앞에는 국민의회 의원들이 있는데!”
온건파, 브루니에 의원이 고함쳤다.
“국민위병대를 출동시켜야 할 게 아니오! 라파예트 장군은 어딨소!”
현재 마르스 광장에 모인 군중의 숫자는 총 2만이다.
원역사에서는 무려 5만이 모였으니 거기에 비하면 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그래도 최소한 국민의회 의원 숫자보다는 20배는 많다.
경찰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국이니, 군중을 막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군대다.
파리의 수호는 단연 혁명의 총아, 라파예트가 이끄는 국민위병대가 맡고 있다.
그런데 라파예트의 측근이자 입헌군주파 의원, 앙투안 바르나브가 일어나 고했다.
“장군은 사임하셨습니다.”
“뭐? 왜 이런 시국에!”
“필리프 에갈리테, 평등공이 도주하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왕을 잡았다는 죄책감 때문이겠죠.”
그 순간, 한 사람이 일어났다.
“광장에 나가 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모두가 잠시 조용해졌다.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 의회 내 강경파인 자코뱅, 그 중에서도 더욱 강경한 산악파의 지도자 중 하나다.
조만간 의회의 지도자로 올라설 거라 누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연초에 로베스피에르를 견제하던 미라보가 죽은 후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저 시위를 주동하는 자, 특히 데물랭은 로베스피에르의 측근 의원이다.
매우 의심스러운 얼굴로 파리 시장 바이이가 입을 열어 항변했다.
“무슈 로베스피에르, 참 쉽게 말하는군.”
“시장,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질서회복이 아니라 민중의 의견을 듣는 겁니다. 저들은 프랑스의 국민이고, 또한 새로운 주권자입니다. 새로 제정된 헌법을 생각하십시오!”
“누가 법을 모르나? 그 헌법은 내가 주도해서 만들었어! 하지만!”
저 유명한 쥐드폼 선언을 이끈 자, 파리시장 바이이가 부르짖었다.
“저 광장의 무리는 지금 왕을 폐위하자고 외치고 있지 않나!”
마르스 광장에 모인 군중은 단 하나를 외치고 있다.
국왕폐위.
그런다고 혁명 프랑스가 직면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군중의 갈 곳 없는 분노가 하나로 집결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때 로베스피에르가 웃음기 하나 없는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
“폐위하면 안 됩니까?”
“뭐?”
“왕이 오스트리아 여자와 함께 도주 계획을 세웠던 것, 여기 있는 모두가 알지 않습니까? 단지 실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죠. 한데!”
의사당 한쪽, 경비를 위해 서 있는 국민위병대를 가리키며 로베스피에르가 외쳤다.
“우리 혁명의 군인, 라자르 오슈가 그 자가 도주하려 하는 현장을 포착해 잡지 않았습니까!”
갑작스레 표적이 된 오슈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모두가 오슈를 이미 쳐다본 뒤다.
혁명의 시대, 군인은 단지 실력만으로 출세하지 않는다.
정치가, 특히 혁명 정부의 의원들이 주목해야 출세하게 된다.
반대로 주목받으면 실력과 무관하게 나락으로 가기도 쉽다.
물론 로베스피에르는 그저 본래는 독서클럽 친구였던 오슈를 조금 이용했을 뿐이지만.
그 말은 효과가 있었다.
의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정말 왕이 도망치려다 잡힌 것일지도 모른다고.
당황한 바이이가 항변했다.
“그래서 구금 상태와 왕권 정지를 결의했지 않나! 위험성을 인정해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저 민중과 대화해야 하고!”
“미쳤나? 왕을 몰아내자고? 그 다음은 누가 통치하는데?”
로베스피에르는 당연하다는 듯 역설했다.
“의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라를 통치하는 겁니다, 시장! 그게 고대 그리스 시민들이 나라를 통치한 방법입니다!”
지금은 서기 1791년.
유럽은 아직 왕이 통치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 시대다.
심지어 영국조차도 왕이 실권을 갖고, 의회를 통해 국정을 운영한다.
그런데 왕을 아예 죽이고,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의 [공화정]을 택한다?
바로 3년 전만 해도 왕이 절대권력을 쥐고 있던 나라다.
이 자리에 있는 혁명가들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였다.
바이이는 온몸을 부르르 떨다 외쳤다.
“헛소리! 라파예트의 후임자는 누가 있지?”
“어, 뒤무리에 장군과 켈레르만 장군이 있습니다. 둘 다 파리에 대기 중입니다.”
“뒤무리에가 좋겠군! 가서 폭도를 제압하라고 해!”
샤를 프랑수아 드 뒤무리에.
본래 귀족 출신인데다, 루이 15세 때는 왕의 [비밀요원]으로 활약했던 자다.
그러나 혁명이 시작되자 호기로 보고 혁명파, 그것도 자코뱅에 바로 입당한 자기도 했다.
바이이는 귀족 출신인데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 뒤무리에가 적임자라 판단했다.
파리 시민들을 제압할만큼 인정사정 없는 군인일 테니까.
시장으로서 보안 책임자이기도 한 바이이가 고함쳤다.
“총기를 써도 좋다!”
이 말에 로베스피에르조차 놀라 의자를 걷어차며 일어났다.
총기사용.
곧, 살해해도 좋다는 뜻이다.
시민혁명으로 성립한 정부가 시민들을 죽인다?
아직, 공포정치가가 아닌 로베스피에르는 상상하지 못할 얘기였다.
“미쳤군! 바이이 시장, 지금 당신은 실수한 거요!”
그러나 바이이는 경비대에게 단호하게 명령하는 걸로 대응했다.
“실수는 로베스피에르 자네가 했지. 이 자도 구금해!”
“바이이!”
“질서는 유지되어야 해! 그건 혁명기에도 마찬가지야!”
한때 베르사유 쥐드폼 코트에서 왕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던 장본인.
국민의회 전 의장으로 헌법을 주도하며 파리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자.
바이이는 핏발 선 눈으로 유혈의 결정을 내렸다.
“반드시!”
설사 2만을 모두 죽인다 해도, 국민의회의 권력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
시위는 한 번 기세를 타면, 계획을 세운 자도 통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왕의 탈주는 범죄이며, 왕의 퇴위를 요구한다!”
당통이 드높이 외쳤다.
이미 피를 봤다.
고작 1명의 귀족이 죽었을 뿐이지만, 사람이 죽었다.
모인 군중은 이미 3년 간, 혁명의 시간을 겪으며 군대와 유혈충돌한 경험도 있다.
바스티유의 광장을 점령했던 이들이 들고 일어난 상태다.
당통도 이들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라리 그런 상황에서는 이 군중 앞에 서는 게 낫다고 당통은 판단했다.
때문에 오히려 더 목청을 높이는 중이다.
물론 모든 군중이 통일된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군중 사이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런데 정말 도망가려다 잡혔대?”
“아무도 본 사람이 없잖아. 그냥 소문이지.”
“소문이든 아니든! 왕은 퇴위 되어야 해!”
온건파, 중도파, 강경파.
그 모든 입장이 뒤섞인 게 지금 마르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다.
사실 원역사에서는 이렇게 복잡한 구성이 아니라 단일한 분노가 이들을 지배한다.
왜?
왕이 도망치다 잡혀오는 광경을 파리 시민 전체가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유진이 먼저 손을 썼다.
덕분에 왕의 강제귀환 장면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게 본래 5만, 아니 10만까지도 모이는 집회를 2만 이하로 줄인 원인이다.
하지만 원래보다 훨씬 온건한 상황에서도, 국민의회는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군중 한 명이 이 최악의 결정을 발견하고 놀라 외쳤다.
“어, 잠깐! 저거 군대 아냐?”
머스킷 장총에 총검을 매단 병사들이 대열을 맞춰 광장으로 들어섰다.
-척, 척, 척!
선두에 말을 타고 진두지휘하는 지휘관은 장군 뒤무리에다.
본래 이 자리에 있어야 할 라파예트는 스스로 물러났다.
그 덕에 뒤무리에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뒤무리에는 강경 대처를 엄포했다.
“국민의회의 이름으로 명한다! 군중은 해산하고 집으로 돌아가라! 아니면, 무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집권한 계기도 이와 비슷하다.
폭동을 일으킨 파리 시민들을 진압하면서 ‘스타 장군’이 된 것이다.
그러니 뒤무리에가 기회라 여기는 것도 틀린 생각만은 아니다.
어쨌든 혁명의 혼란기, 질서를 지켜줄 무력은 정치가든, 시민이든, 군인이든 모두 소중히 여긴다.
그렇지만 뒤무리에가 모르는 게 있다.
아직 1791년은 혁명의 불길이 더욱 거세지기만 하는 때다.
쉽게 말해, 시민들이 총을 겁내지 않는다.
당장 강경파 중 온건한 남자, 카미유 데물랭이 격분해 앞으로 나섰다.
“무력이라니! 이 데물랭이 기꺼이 총을 맞겠다! 어떻게 국민의 군대가 시민에게 총을 겨누나!”
잠시 주춤대던 혁명가들, 특히 당통과 브리소가 동참하며 나섰다.
“그렇다! 국민의 군대가 어떻게 국민을 쏠 수 있나!”
“감히! 의회가 왕의 앞잡이라도 되었다는 거냐?”
“옳소! 의회로 가자! 배신자들을 끌어내리자! 이 데물랭이 앞장서겠소!”
일제히 군중도 격분해 앞으로 나섰다.
“배신한 군대를 몰아내자!”
당혹한 뒤무리에가 말을 물러세우다 황급히 명령했다.
“쏴, 쏴라!”
차라리 최루탄이 있는 시대라면, 최루탄을 쏴서 제압했을 것이다.
그러나 18세기 말, 흥분한 집단 군중을 제압할 물리력은 화약 밖에 없다.
어쩌면 총검보다는 좀 더 온건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총은 총이다.
-타타탕!
놀란 병사들이 일제사격을 취했다.
총탄에 맞은 군중 곳곳이 대열이 깨지고, 피를 흘리며 사람들이 쓰러졌다.
시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으악!”
“초, 총이다! 쐈어!”
“피, 피, 피!”
눈에 핏발을 세운 당통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민을 붙잡았다.
“죽여! 저 배신자들!”
분명 당통은 부추김을 받아 이 자리에 나왔다.
또한 자신의 정치적인 야심을 위해 시민들을 선동했다.
허나, 이 피는 진짜다.
지금 시민의 군대가 시민들을 죽이려 한다.
흥분한 시민들이 당통과 함께 우르르 달려나왔다.
반대로 뒤무리에의 군대는 당황해 우왕좌왕했다.
명령이 필요하다.
후퇴할 것인가?
아니면 총검으로 찔러 죽일 것인가.
뒤무리에가 이를 악물다 진격 명령을 내리려 할 찰나였다.
-쾅!
갑작스런 굉음에 모두가 멈춰 섰다.
동시에 시민들과 군대의 사이로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폭발은 남자의 뒤에서 일어난 것이다.
누군가 화약을 세게 터뜨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광장에 있던 시민도, 군대도, 다른 모든 이들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왜냐하면 백마를 타고 달려온 남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국민위병대 사령관이었던 라파예트였다.
“늦었군, 너무.”
라파예트가 백마에 탄 채, 피를 보며 침중한 얼굴로 뒤무리에를 보았다.
“뒤무리에 장군, 이건 아닙니다.”
“라파예트 장군? 어째서, 여기에? 사임하고 고향에 갔다더니?”
“소식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이건, 이건 아닙니다.”
문득 라파예트가 국민위병대의 군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국민위병들이여, 우리는 국민을 지키기 위한 병사들이오. 국민을 처벌하기 위한 병사가 아니오.”
흥분과 공포와 격동으로 떨고 있던 병사들이 라파예트를 주시했다.
두려웠던 것은 군중만이 아니다.
병사들도 2만의 시민들을 죽여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에 떨고 있었다.
이미 실전 경험이 꽤 많은 장군, 뒤무리에는 그 사실을 눈치챘다.
지금 이대로는 돌격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
낯을 찌푸리는 뒤무리에를 향해, 라파예트가 필사적으로 말했다.
“부디, 지금은 물러나 주길 바라오. 민중은 내가 설득해 보겠소.”
그 순간 당통이 피를 흘리는 시민을 부여잡은 채 등 뒤에서 부르짖었다.
“피가 흘렀소! 라파예트! 이 대가를!”
다시, 시민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잠시 물러날 기색이던 병사들도 총을 고쳐잡았다.
충돌이 연이어 벌어질 찰나, 라파예트가 말에서 뛰어내리며 쓰러진 시체를 붙잡았다.
“다시 피를 흘려야 합니까!”
마르스 광장의 단상, 의자, 구역 전체로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한때 드넓은 신대륙에서 군을 지휘했던 장군답게, 라파예트는 목청이 아주 좋았다.
그게 아니라도 지금 라파예트는 필사적이다.
눈앞의 유혈극이 참사로 벌어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어쩌면 자신이 감당해야 했을 학살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분, 난 신대륙에서 압제자와 싸웠소! 전쟁을 치렀고, 사람들이 무수히 죽는 모습을 봤소! 그들은 모두 영어를 하는 같은 인민이었지만, 왕의 명령 때문에 싸웠던 거요!”
그 말은 실로 시민을 위해 싸웠던 사람의 말이라 힘이 있다.
“오늘, 우리 프랑스 국민이 서로 싸우다, 피를 흘리고, 무수히 죽어 나가야겠소? 절대로 안 되오!”
절대로 [내전]만은 안 된다.
프랑스의 군인이 시민을 학살해서는 안 된다.
시민이 역시, 시민일 프랑스의 군인을 죽여서도 안 된다.
바로 1년 전에 파리 시민들은 이 마르스 광장에서 축제를 벌였다.
혁명의 성공을 축하하는 축제였다.
그런데 그 축제의 기억이 무색하리만큼 이 자리에서 학살극을 벌여야 할까?
모두가 뜨거워진 머릿속에 그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라파예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목청 높여 부르짖었다.
“국왕에게 책임을 묻게 하겠소! 또한, 의회에도 이 피의 책임을 묻겠소! 그러니, 나를 믿고 물러나 주시오!”
그 순간, 어디선가 외침이 있었다.
“라파예트 장군 만세!”
바로 군중 속에 숨어 있던 유진의 부하, 마르소였다.
엄연히 선동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 선동은 군중이 생각하던 바와 일치했다.
군중이 일제히 외침을 토했다.
“라파예트 장군은 민중의 영웅이다! 민중을 지켜라! 군대여 물러나라!”
“만세! 라파예트를 따르리!”
“와아아!”
그 함성 속에서 뒤무리에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뒤무리에는 고개를 늘어뜨린 채, 손짓했다.
국민위병대가 일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마치 시민들을 지키듯 라파예트가 군중 앞에 서 있었다.
반대로 당통, 브리소, 그리고 데물랭은 어안이 벙벙한 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혁명 강경파가 원했던 그런 그림이 아니다.
물론 진압파가 원했던 광경은 더욱 아니었지만.
문득 그 모습을 아주 멀리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생각보다 쉽군요. 무슈 보아르네.”
바로 유진 드 보아르네였다.
아직 소년이지만 지금 유진을 부른 자는 [무슈]라 일렀다.
유진이 단순한 어린애가 아니라, 동격으로 대할만한 어른임을 인정한 것이다.
반대로 유진은 흘깃 마르스 광장, 장벽 위에서 같이 몸을 숨기고 있던 한 사람을 돌아 보았다.
푸셰, 곧 민중에게 소문을 퍼뜨리고 라파예트를 영웅으로 만드는 사전작업을 한 남자다.
그 작업이 오늘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유진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아니, 이제 이 다음부터가 진짜 문제죠. 의회의 시간이 시작될 테니까.”
폭동을 일으킨 것은 로베스피에르다.
군대를 움직인 것은 바이이 시장이다.
그러나 소문을 사전에 퍼뜨리고, 라파예트를 이 시점에 보내고, 무엇보다 폭약을 터뜨려 모두를 멈추게 한 것은 유진이다.
이 마르스 광장을 둘러싼 겜블.
유진이 승리한 것이다.
광장 위, 백마와 시체와 군중 앞에 선 라파예트를 보며 유진이 눈을 빛냈다.
“이제, 라파예트 장군이 민중의 영웅이 되었으니, 그 다음 판을 시작할 차례입니다.”
국왕 처형, 그리고 공포정치의 도래를 막는다.
그리하여, 공주를 지킨다.
유진의 겜블, 다음 판이 시작될 시간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