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9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90화(190/547)
(190) 마르소가 카이로 반란 일보직전에 막다
이른바 문명 발달의 척도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프랑스가 가장 중요시하는 척도가 뭘까?
어처구니없게도 연애다.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프랑스인답게, 이집트에서도 연애 불상사가 벌어졌다.
“이교도 놈들, 감히 내 딸을 넘보다니!”
카이로 시가지, 저 유명한 [칸 엘 칼릴리]라 불리는 시장가.
무려 10세기부터 내려온 천년의 상점 거리다.
그곳에서 지금 한 상인이 청색 군복을 입은 프랑스 군인, 프랑수아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프랑수아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고, 옆에서 상인의 딸 자스민이 놀라 입을 가린 상태다.
군인, 프랑수아는 자신이 아는 아랍어를 총동원해 해명하려 했다.
“아니, 나, 난 그저 아름다운 아가씨, 좋다. 그냥, 꽃을 줬을 뿐.”
“용서할 수 없다! 우리 딸의 정조를 무너뜨렸어!”
“정조? 뭐냐, 그게? 나, 아무 짓 안 했다!”
그 순간 상인 알 쿠아리가 고함쳤다.
“죽인다! 너도, 내 정조를 더럽힌 딸도! 일족의 명예를 지키겠다!”
그러니까 사태는 아주 간단하다.
프랑스 군인 프랑수아는 휴식 시간에 카이로 시내를 드나들며 일종의 관광 중이었다.
이미 17세기부터 유럽에는 이른바 그랜드 투어라는 여행 개념이 있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부자들의 유희지만, 그렇다고 서민에게 [투어]에 대한 선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칼릴리 시장을 구경하던 프랑수아의 눈에 아주 예쁜 아랍소녀가 보인 거였다.
프랑수아는 연애에 살고 연애로 죽는 프랑스인답게 냉큼 소녀에게 구애를 시작했다.
소녀 입장에서는 난생 처음 보는 유럽식 구애법에 당황하면서도 웃어 주었다.
보통 이집트 남자들이 강압적으로 여자를 얻으려 하거나, 혹은 보수적으로 구혼하는 것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부친인 상인 알 쿠아리가 목격한 거였다.
당연히 프랑스라도 딸에게 수작 거는 수상한 군인은 걷어차일 상황이다.
이슬람교도 알 쿠아리가 격분해 날뛰는 것도 당연했다.
다만 그 격분이 도가 지나쳤다.
-퍽!
쿠아리의 몽둥이에 맞아 프랑수아가 쓰러지자, 자스민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아버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
“너도 마찬가지야! 어떻게 처녀가 외간 남자와 시시덕거려! 죽음으로 명예를 되찾아라!”
“이상한 짓 한 적 없어요! 그저, 저, 저 사람이 일을 도와주면서 꽃을 주길래 말을 좀 가르쳐줬을 뿐이에요!”
그러나 여자의 정조가 곧 가문의 명예인 무슬림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정조를 버린 거다!”
물론 유럽에서도 한때 그런 시절이 없지는 않았다.
허나 지금은 계몽주의와 혁명이 지나간 시대.
하여, 프랑스인 입장에서는 기막힌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시장가가 술렁이고, 지나가던 군인들도 놀라 총을 들었다.
그러나 쿠아리는 멈추지 않았다.
딸, 자스민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였다.
-쨍그랑!
쿠아리는 자신의 상점 그릇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자스민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프랑수아가 역시 피를 흘리며 서 있었다.
“꺄악!”
“도, 도망쳐, 아가씨.”
“어, 어디로 도망치란 말이에요?”
프랑수아는 정신없이 자스민의 팔을 붙들고 칼릴리 시장 밖으로 나섰다.
“여기 있으면 어차피 죽어, 아가씨!”
만약 이곳이 파리, 마르세유, 아니 밀라노 정도라도 그저 작은 헤프닝에 불과한 일이다.
그러나 이곳은 카이로다.
50여 만의 무슬림과 10만의 콥트 교도들이 뒤섞여 사는 이집트 최대 도시다.
꼭 프랑스 군인이 이집트 처녀를 끌고 가는 듯한 모습에 상인들이 놀라 다가왔다.
쓰러졌던 쿠아리가 일어나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다.
“아아아! 사람들이여, 들으시오! 프랑크 인이 내 딸을 겁탈하고 납치했소!”
당연히 전부 틀린 말이다.
일단 프랑수아는 이미 사라진 프랑크 왕국인이 아니라 프랑스 시민이다.
또한 쿠아리의 딸 자스민은 겁탈당한 적이 없다.
지금 자스민은 끌려가고 있긴 했지만, 자발적으로 뛰는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인들이나 이 근방의 카이로 주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딸을 납치하고 겁탈하고 죽였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맘루크도 그러진 않았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알라 후 아크바르!”
어느새 죽은 사람이 된 자스민에 대한 복수심으로 모두가 들끓기 시작했다.
“프랑크인을 응징하라!”
60만 인구가 사는 도시 카이로.
그곳의 핵심 시장, 칼릴리가 무기를 들고 봉기한 것이다.
***
카이로는 나일강 동쪽, 사막과 강의 지류로 둘러싸인 도시다.
도시의 동서남북에는 시가지.
남동부 끝에 이른바 [살라딘 성채]로 불리는 요새가 있다.
이곳이 저 유명한 시타델 카이로다.
역대 맘루크 병사들이 그랬듯, 프랑스 원정군도 이곳을 카이로의 주둔지로 삼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프랑스군의 주력은 강 너머, [기자] 성에 있다는 거다.
물론 이것은 유진과 오슈가 일부러 프랑스군과 주민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배려한 점도 있었다.
때문에, 카이로 시타델에 머무르는 병력은 고작 1개 여단 정도다.
그럼에도 결국 이런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폭동입니다, 클레베르 장군!”
카이로 주둔 숙영지, 시타델로 여단장 주베르가 달려와 부르짖었다.
물론 폭동이라고 해도 카이로 전체가 들고 일어난 것은 아니다.
또한 주민들의 손에 쥐어진 병기는 식칼, 쟁기, 장창 정도였다.
화약 무기는 단 하나도 주민의 손에 쥐어져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내에 있던 프랑스 군인들이 도주하기에는 충분했다.
그중 주베르도 있었던 것이다.
이집트 처녀를 꼬시다가 도망쳤는지, 옷을 반쯤 벗은 꼴이 볼만했다.
클레베르가 주베르를 보다 혀를 찼다.
“나도 봤네, 주베르. 이 성에서는 아주 잘 보이더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기자에 알리시겠습니까?”
“이미 전령을 보냈어. 다만, 그 전에 우리 성채로 몰려올 걸세.”
시타델 성벽으로 올라가 상황을 살피던 클레베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둔군을 출동시키게. 폭동은 조기에 잔혹하게 잡아야 해.”
이는 방데에서 클레베르가 배운 바다.
방데 반란 당시 혁명군은 초기에는 잔혹한 제압전을 펼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반란이 더욱 강하게 번졌고, 이때부터 이른바 방데 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이집트에서 그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주둔군과 함께 머무르고 있던 이집트 학자 자문단, 볼네가 놀라 만류했다.
“안 되오, 클레베르 장군. 그러다, 더욱 폭동이 거세집니다. 지금 이 카이로 전체에는 무려 60만이 살아요!”
“내버려 두면 그 60만이 다 들고 일어날 거요, 볼네 교수.”
“잔혹하게 죽여도 마찬가지입니다!”
볼네도 혁명의 유혈극을 충분히 경험했다.
살육은 또 다른 살육을 부른다.
이집트 민중을 총격으로 제압한다?
하지만 그 다음 쌓여 있는 원한은 분명, 어떤 형태로든 분출할 게 뻔하다.
그러나 클레베르는 단호했다.
“카이로 주둔 책임자는 나요. 출동하도록!”
아직 반란이 수백 명 단위일 때 폭동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만 단위의 반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원역사에서 실제로 카이로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 순간, 클레베르의 뒤에서 장군 한 사람이 나섰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클레베르는 흠칫 놀라다 탄성을 터뜨렸다.
“장군, 언제 여기 와 있었소? 알렉산드리아에 간 줄 알았는데?”
“대포 수급 문제 때문에 와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 더욱 많은 대포가 필요해서. 한데, 이곳에도 대포가 필요하군요.”
“잠깐, 설마? 포도탄이라도 날리려는 거요? 그건!”
눈앞의 장군이 프뤽튀도르의 달, 파리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클레베르도 안다.
설마, 똑같은 일을 카이로에서 벌이려는 걸까?
그렇지만 장군은 침착하게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십시오. 사상자는 오히려 적을 겁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리였지만, 결국 클레베르는 지휘권을 눈앞의 장군에게 넘겼다.
시가전이라면, 프랑스 이집트 원정군 최고의 전문가가 이 사람이었으니까.
***
이제, 칼릴리 시장으로 모인 폭도, 혹은 반란군은 수천 단위로 늘어났다.
“프랑스 놈들에게서 우리의 딸들을 되찾자!”
쿠아리를 중심으로 상인들, 주민들, 여기에 불만 가득한 순례자들이 끼어들었다.
그들 모두가 낯선 지배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프랑스 군정위원회의 면세 선포가 아니었다면, 벌써 반란이 일어났을 터다.
그런데 카이로 주민의 딸을 죽였다?
당연히 무력으로 응징할 일이다.
특히 처음부터 선동했던 쿠아리가 선두에서 부르짖었다.
“가자! 프랑스 놈들을 죽이러!”
“와아아!”
“프랑스에 죽음을! 미스르에 자유를!”
그때다.
-콰아앙!
거대한 굉음이 카이로 시내를 덮쳤다.
-잇히이이잉!
낙타와 말이 혼비백산해 날뛰었다.
상인, 순례자, 주민들이 저마다 혼란에 빠져 도망쳤다.
만약 대포라도 날아온 거라면 인력으로 막을 무기가 아니다.
한데, 소리만 컸을 뿐 어딘가 부서진 곳이 보이지 않았다.
일종의 공포탄, 곧 일부러 오발 포격이 진행된 셈이다.
문득 저 멀리 시장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멈추고, 이곳을 보라!”
칼릴리 시장 앞, 무장한 병사들이 보인다.
그 선두, 검은 머리를 휘날리는 프랑스인 장군이 있었다.
바로, 프랑스 원정군의 오대 사단장 중 하나, 마르소였다.
“아무도 죽은 사람은 없다. 처녀도, 군인도!”
마르소의 옆에는 어느새 프랑수아와 자스민이 손을 꼭 잡은 채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쿠아리는 발작하려 했지만, 그들 앞에는 프랑스 전열보병들이 완전무장한 채 총을 겨눈 상태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병사들 앞에 놓여 있는 대포들이었다.
총 40문.
다름 아닌 맘루크 군대가 프랑스군과 싸우기 위해 동원했던 대포다.
비록 프랑스 대포에 비하면 구형이지만, 그렇다고 포격의 위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춤, 멈추는 칼릴리 시장 반란군을 향해, 마르소가 콥트 통역사를 시켜 소리치게 했다.
“당장 해산하라, 그렇지 않으면!”
문득 마르소의 손이 하늘을 가리켰다.
“저 하늘에서 신의 채찍을 내려줄 것이다!”
순간, 칼릴리 시장 폭도들이 하늘을 보다 숨을 죽였다.
그곳에 프랑스가 이곳에서 첫 시제품을 보인, [기구]가 떠 있었다.
맘루크 군단이 기구 때문에 전멸했다는 것은 이미 카이로 전역에 널리 알려진 뒤다.
만약에 저 기구에서 정체 모를 화약병기를 쓴다면 상인들은 어떻게 될까?
“무, 물러나지.”
누군가 말한 순간, 폭도들이 저마다 달리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 수천이 모두 달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군중이 흩어지고, 시장에는 사람을 찾아볼길 없게 되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던 클레베르가 주베르를 향해 물었다.
“저 기구에 수류탄이 탑재되어 있나?”
“장식용입니다, 사람도 없죠.”
“대, 대체 뭘 믿고 저리 큰소리를 친 거야? 마르소 사단장은?”
그러나 마르소는 클레베르를 돌아보며 침착하게 답했다.
“폭동 제압은 단호해야 합니다, 클레베르 장군. 저는 파리에서 수도 없이 봤습니다.”
파리 치안군 사령관을 지낸 마르소다.
폭동 진압은 유혈보다 조기에 위력을 보이는 게 핵심이란 걸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가 전투라면 이번 원정군의 그 누구보다도 마르소가 가장 경험이 많기도 했다.
다만 모든 폭동이 그렇듯,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위험은 계속된다.
마르소가 불만에 가득 찬 눈으로 프랑스군을 돌아보는 상인들을 보다 혀를 찼다.
“어쨌든, 이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겠군요.”
카이로가 반심으로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오스만 제국이 선전포고를 발표하고, 영국 해군이 다가오는 바로 그 시점에.
유진과 오슈가 맞이한 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