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9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94화(194/547)
(194) 프랑스여, 넬슨의 터치에 맞서라
이른바 역사에 남은 [터치]가 있다.
-탕! 타탕! 타타탕!
화약이 격발해, 탄환을 날려대는 충격음이 바다 위에 요란하다.
포격전이 지배하는 18세기 말 해상 전장에서 찾기 어려운 근접전이다.
서로 배를 부딪쳐 문자 그대로 칼부림을 벌이던 중세 해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리.
적군이 눈으로 보이는 거리에서 수병들이 머스킷을 겨눈다.
물론, 맞는 쪽은 주로 프랑스고, 쏘는 쪽은 주로 영국이다.
“돌파해라! 아무리 놈들이 전열함이 많아도, 선회 속도는 우리가 절대 우위에 있다!”
함선 [마제스틱], 그러니까 ‘장엄호’의 함장, 조지 웨스트콧이 외쳤다.
마제스틱은 74문 [캐나다]급 전열함이다.
전장 선수 합쳐 52미터, 폭 14미터에 달한다.
그러나 특히 이채로운 것은 상부 갑판에 설치된 18파운드짜리 장신의 대포.
영국이 자랑하는 장거리 포, 카로네이드다.
웨스트콧의 부관, 쿠트버트를 비롯한 장교들이 뛰어다니며 명령했다.
“카로네이드 포를 겨눠라! 플린트락에 불 붙여!”
“속사! 속사가 중요하다! 적들에게 모든 화약을 퍼부어, 이 굼벵이들아!”
“돛을 모두 접어! 지금, 놈들의 배후로 들어가야 한다!”
포격, 충격, 명령.
온갖 소음이 파도와 함께 메아리치는 전장.
허나 이 혼돈의 와중에서도 영국 해군의 수병들은 명령에 따라 배를 기계처럼 움직였다.
그것도, 적 전열함 바로 선체를 회선하는 위험천만한 운행을 선 보이면서.
“온다, 놈들의 전열함이!”
넬슨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 중 하나, 웨스트콧이 포효했다.
“레이킹 파이어!”
통칭 긁는 사격, 정확히는 전방 포격이다.
해상전에서 전열함은 배 측면을 통해 대포를 쏜다.
그러나 영국 해군만은 대담무쌍한 전법을 병용한다.
상대방의 측면을 스치듯, 혹은 긁듯이 지나치면서 배 전방이나 혹은 후미에서 수직 포격을 퍼붓는 것이다.
대포의 수량 자체는 훨씬 적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 쏘아지는 포격이라 피해는 크다.
28문의 카로네이드가 일제히 함선을 향해 쏘아졌다.
프랑스 전열함 토넌트, 곧 [천둥호]를 향해서.
-쾅!
프랑스 천둥호가 영국 장엄호의 포격에 맞아 뒤틀렸다.
“됐어! 배에 직격됐다!”
장엄호의 선원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일순, 그 옆으로 질러스(열광)호가 다가왔다.
열광호 함장, 새뮤얼 후드가 선수에 서서 명령하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가깝다.
“놈들의 화약고를 노려라! 단번에 폭발해 버리도록!”
“어이, 후드! 우리에게 그럼 너무 가까워!”
“상관없어!”
후드 함장이 웨스트콧을 향해 대꾸하며 외쳤다.
“적선 3척을 날리고, 우리 배 1척이 날아가면 우리가 이득이야! 으하핫!”
후드의 말 그대로다.
프랑스 전열함, 천둥호 주위에는 어쩔 줄 몰라하는 전열함들이 허둥지둥대고 있다.
원거리 포격전을 펼치는 데 익숙한 함장과 선원들이 당황한 것이다.
이토록 가까운 근거리 접전은 모두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대로 후드의 열광호가 [레이킹 파이어]를 성공시킨다면, 천둥호와 그 주위 함대가 연쇄적으로 침몰하게 된다.
일순, 열광호에서 카로네이트 포탄이 쏘아졌다.
한 순간, 프랑스 천둥호의 화약고가 터졌다.
-콰아앙!
천둥호의 함장, 아리스티드 뒤 푸티-투아르가 폭발에 휘말려 전사했다.
배 전체가 불타오르다 다른 전열함에 충돌할 위기에 처했다.
황급히 피하는 다른 전열함들을 보다, 후드가 휘파람을 불었다.
“와우, 진짜 폭발하는데?”
“뭘 보고만 있어! 닥치고 피해야 해! 어이, 1등 항해사!”
“이거, 정말 짜릿하군! 웨스트콧, 자넨 안 그런가!”
웨스트콧이 다급히 명령을 내리다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침몰도 아니고! 전열함 폭발을 눈앞에서 보다니!”
화염에 휩싸인 천둥호를 중심으로 영국 전열함과 프랑스 전열함이 일제히 피하듯 움직였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한참 먼, 아부키르만 서쪽이 시뻘겋게 화염으로 물들었다.
사실상 서전에서 프랑스 전열함의 선두 대열이 깨져버린 거였다.
허나 승리에 도취한 웨스트콧과 후드는 다른 곳을 볼 여유가 없었다.
때문에 후드가 후방에서 다가오는 [함대]를 본 것은 천둥호를 깨고 나서도 한참 후였다.
-펄럭!
후드가 고개를 돌리다 웨스트콧에게 외쳤다.
“뭐야, 뒤에서 누가 오는 거 같은데?”
“우리 쪽 배인가? 어, 그런데 처음 보는 배들이군.”
“응? 숫자가 너무 많아.”
눈을 깜박이던 후드가 비명을 지르며 항해사를 돌아보았다.
“이런, 퍼킹 지저스! 프랑스 배다!”
바로 유진이 이끄는 전열함 호루스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호루스와 헤르쿨레스, 그리고 프리깃함 12척으로 구성된 메르사 메트루 함대.
보아르네포가 호루스의 갑판에서 포신을 빛냈다.
-쾅!
작열탄이 웨스트콧의 장엄호 옆면을 때리고, 폭발했다.
***
교전에 급급한 함장들과 달리, 제독은 시야가 넓다.
“후방! 적선 도래했습니다!”
빅토리호 함장, 베리의 보고에 넬슨은 낯을 찡그렸다.
“내 눈이 삐었나? 어쩐지 프랑스 배 같은데, 영국 국기를 달고 있군.”
“한쪽 눈만 남으셨지만, 멀쩡하십니다! 영국 국기를 단 프랑스 배입니다!”
“저놈들이 금방 드러날 짓을 왜 하지?”
그런데 부제독 보울이 아부키르만 서편을 가리키며 바삐 망원경을 건넸다.
“이런, 이유를 알겠습니다! 저길 보십시오!”
넬슨은 외눈으로 후방, 그러니까 프랑스 입장에서는 좌측 전방인 아부키르만 서쪽을 보았다.
그곳에서 서편에서 갑자기 나타난 프랑스 함대가 영국 함대와 교전하는 게 보인다.
한데, 조금 이상하다.
영국 전열함들의 포격이 한 발 늦다.
속사 속도라면 절대로 뒤처질 리가 없을 텐데도.
넬슨이 혀를 찼다.
“허, 사격 속도가 순간적으로 느려지는군.”
“어떻게 할까요! 차라리 우리 함선들에게 모두 깃발을 내리게 할까요?”
“국가 간 교전이다, 보올!”
일순, 보올에게 호통치며 넬슨이 명령했다.
“놈들이 잔꾀를 부린다고, 우리까지 그럴 필요 있나! 전력으로 부숴줘라!”
그때 반대로 전방을 주시하던 부관, 커스버트 콜링우드가 달려와 외쳤다.
“테세우스와 오리온이 전면으로 갑니다!”
빅토리 호의 전면, 그곳에는 프랑스 지중해 함대의 기함이 있다.
한눈으로 보아도 그 거대함을 알 수 있는 배.
총 120문의 대포를 자랑하는 4층 거대 전열함, [르 오리앙]이다.
영국 1급 전열함 74문형 테세우스와 오리온은 그 배에 비하면 작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넬슨은 여유롭게 웃으며 손짓했다.
“오리온이면 제임스 소마레즈 함장인가. 조금 도와주지.”
“예? 어떻게 말입니까?”
“헐크 선을 보내라.”
헐크 쉽, 그러니까 낡은 배에 화약을 실어 보내는 [화공선]을 말한다.
예전, 툴롱에서 시드니 스미스가 프랑스 지중해 함대에 보냈던 배가 바로 헐크 선이다.
허나, 지금 영국 카리브해 함대에는 헐크 선이 될 만한 낡은 배가 없다.
부제독 보울이 어이가 없어 물었다.
“저희가 지금 헐크 선이 어디 있습니까? 완편 전투함대인데.”
“왜 없어? 쓸모없는 프리깃 함이 있잖아.”
“세상에, 제독!”
프리깃 쉽, 보통 50문 이하의 대포를 장비한 중형 전함을 말한다.
그러나 영국 함대가 끌고 온 프리깃 쉽은 대포는 40문 이하로 기동성을 중시한 함선들이다.
전투보다 초계 용도인 것은 분명하다.
해상 전투를 전열함이 지배하는 시대에 프리깃함은 전선 밖에서 구경하는 게 보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멀쩡한 배를 불질러 버리다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전법이다.
게다가 이곳은 엄연히 적지가 아닌가?
허나 카리브, 지브롤터, 그리고 몰타 해전의 승장 넬슨은 단호했다.
“이번 단판이 유럽의 운명을 결정할 거야. 프리깃 함, 한 척 따위를 아껴서야 되겠나!”
보올은 이를 악물다 깃발 수신호를 보내는 수병에게 달려갔다.
어쨌든 넬슨은 지금 영국 해군에서 최상의 성과를 거둔 제독이다.
나아가 에스파냐와 프랑스 함대를 그야말로 격멸하며 나일까지 달려온 함대 지휘관이다.
도저히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수병을 향해 보올이 외쳤다.
“제독의 명령이다! 프리깃함 길리에리 호를 불태워라!”
“예? 부제독님, 그게 무슨!”
“헐크 선으로 만들어 보내는 거다!”
보올이 악에 받혀 오리앙을 가리키며 부르짖었다.
“프랑스 땅개놈들에게 화공선의 위력을 보여줘라!”
결국 넬슨의 기상천외한 결단이 수용되고 말았다.
40문짜리 대포를 지녔던 프리깃함에, 선원들이 불을 지르며 긴급히 퇴거했다.
화약이 가득 갑판 위로 뿌려지고, 횃불이 던져진다.
-화르륵!
카리브해와 대서양, 지중해를 누볐던 프리깃함 [길리에리]가 불타오르며 쇄도했다.
프랑스 제독기함, 오리앙 호를 향해서.
***
르 오리앙, 곧 [동방호]라는 뜻이다.
“됐어! 우리 함대의 양동 공격이다! 이젠 살았어!”
기함 함장, 카사비앙카가 환호성을 질렀다.
카사비앙카는 어린 아들과 함께 이 전투에 임하고 있는 중이다.
실로 이번 해상 교전에 가문의 운명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더욱 기쁠 수밖에 없었다.
부관 마르탱도 브뤼에를 돌아보며 고함쳤다.
“제독, 이겼습니다!”
넬슨의 돌격전법과 영국 해군의 쾌속 운용능력, 그리고 속사로 위기에 빠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프랑스 함대는 전열함 30척이 넘는다.
육지로 따진다면 10만 대군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은 전열함 21척에 불과한 데다, 애초에 상대적으로 작은 2급 전열함이 많다.
그런데 비록 프리깃함 위주라지만 양동함대가 나타났다.
이 상황에서 승산이 없다면, 그건 해군이 아니라 그저 해운선박의 선장일 것이다.
브뤼에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했다.
“좋아, 르 오리앙! 전속 전진! 적들에게 신형 작렬탄을 맛보여준다!”
보아르네 카르텔의 야심작.
현재 딱 2백 문만 제작되어 각 1백 문씩 나뉘어 배치된 대포.
르 오리앙 호에 탑재된 보아르네포들의 심지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단 한 방이라도 맞추기만 한다면, 상대방은 경악할 것이다.
포격이 충격파가 아니라 폭발로 이어지는 광경을 처음 목격하게 될 테니까.
그때였다.
-쿠웅!
갑작스런 폭발음과 요동에 브뤼에가 비틀거렸다.
“뭐, 뭔가?”
문득 배의 후면을 돌아본 카사비앙카가 입을 쩍 벌렸다.
“화공선입니다, 제독!”
전열함 교전에서 헐크 선은 일종의 금기다.
자칫 아군마저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나 넬슨은 [더 오리온], 그리고 [더 테세우스]의 항속 실력을 믿은 거였다.
과연, 방금 전만 해도 포격을 퍼붓던 영국 전열함들이 잽싸게 피하는 게 보인다.
브뤼에가 카사비앙카에게 명령했다.
“어서, 배를 운행해서 피해라!”
“안 됩니다! 측면에 적 전열함이!”
“뭐라고? 지금 이 방면으로 진입한다고?”
그 말에 전면을 돌아보다, 브뤼에가 경악했다.
“미친놈들. 지금 배로 일자 돌격진을 펼쳐?”
바로 넬슨의 전함, 빅토리 호가 직접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11자 전술.
육군들이 펼치는 돌격전을 해상에서 펼치는 전법이다.
순간, 빅토리호의 전면에서 포격이 쏟아졌다.
-쿠웅!
반사적으로 오리앙 호에서도 응사 포격이 쏟아졌지만, 너무 늦었다.
“앗, 화공선이 물살에 밀려오고 있습니다!”
부제독, 마르탱이 고함쳤다.
해류가 오리앙 호에 불리한 상황이 밀어닥쳤기 때문이다.
피할 틈도 없다.
초거대함선이란 게 이 상황에서는 도리어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오리앙 호에 헐크 선이 충돌했다.
-콰아앙!
화염선의 무서운 점은 단순히 나무로 된 선체를 태운다는 게 아니다.
워낙 거대한 배라, 그런 불길은 삽시간에 번지지 않는다.
진정한 문제는 따로 있다.
화약과 함포가 지배하는 해상전의 시대.
배에는 항상 흑색화약이 다량으로 실려 있다.
그런데 화약은 평시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지만, 교전시에는 반드시 대포에 가까운 곳에 배치되어야 한다.
이 화약을 화염선의 불길이 덮쳤다.
폭발에 쓰러진 부관, 마르탱 대신 카사비앙카가 달려와 외쳤다.
“제독, 화약고에 불이 붙었습니다! 피해야 합니다!”
피를 흘리는 카사비앙카를 보다 브뤼에가 고했다.
“최소 인원만 빼고 하선하라. 특히, 자네 아들은 무조건 내리게 하도록.”
“제독!”
“파트롱이 내게 맡긴 배다.”
브뤼에도 어느새 옆구리가 찔려 있는 상태다.
포격 충격에 뱃전이 부서지면서 나무가 찔러버린 것이다.
흘러내리는 피를 부여잡으며 브뤼에가 미소 지었다.
“파트롱, 반드시 이겨 주시오. 함선, 정면을 향하라!”
카사비앙카는 이를 악물며 마지막 명령을 수행했다.
긴급히 선원들이 하선했다.
억지로 내리지 않으려 하던 카사비앙카의 아들, 10살 소년, 지오칸트가 외쳤다.
“아버지! 안돼요! 저랑 같이 가요!”
그러나 기함 함장 카사비앙카는 [키]를 붙잡은 채 씩 웃을 뿐이었다.
1천 명의 수병과 장교들이 보트를 탔다.
불이 붙은 배를 피해 영국과 프랑스의 전열함들이 흩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콰르릉!
르 오리앙 호가 폭발했다.
마치, 영국의 승리를 알리듯이.
그러나, 아직 유진은 진짜 작전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