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9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96화(196/547)
(196) 패하고, 죽이고, 살아남았다
전쟁에서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순간은 언제일까?
양측 군대가 격돌했을 때?
혹시 포위에 갇혀 압사당할 때?
패배 직후 무질서하게 후퇴할 때?
그 모든 순간에 사상자가 발생하지만, 사실 정답은 따로 있다.
전투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순간이다.
특히 양측 군대가 적개심에 가득 차 마구 살상극을 벌일 때라면 더욱 그렇다.
-쾅! 쾅! 쾅!
해가 저물고, 밤이 되었지만, 여전히 포격전이 계속된다.
넬슨이 죽었다고 해서, 영국 해군의 지휘체계가 무너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독이 오른 함장들이 적함 침몰을 위해 미쳐 날뛰는 중이었다.
게다가 일반 육군이라면 흥분한 적수를 유인 포위할 상황이라도, 해전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오직 바다에서 배를 얼마나 능숙하게 몰수 있는지 여부만이 기동을 좌우한다.
랄프 밀러, 토마스 트루브리지, 데이비드 굴드가 고함치는 소리가 바다를 울렸다.
“죽여라! 제독의 원수를 갚아!”
“무슨 말이야, 제독이 죽었어? 언제!”
“닥치고 포격이나 퍼부어! 정면을 뚫어야 한다!”
부제독 보올이 그 광경을 참담히 보았다.
“이건 곤란한데.”
현재, 보올은 무너져 내린 [기함] 빅토리 호를 간신히 움직여 물러난 상태다.
밤이 되었는데도 거듭 폭발하는 전열함들 때문에 해상은 낮처럼 밝다.
해서, 침몰하는 영국 전열함들도 너무나 똑똑히 보인다.
그러니까 영국 카리브해 함대도 거듭된 전투 속에서 부서지고 있는 중이다.
“보올 부제독! 적함대의 대열이 뚫리지 않습니다!”
문득 제독 부관 콜링우드가 달려와 보고했다.
본래 넬슨의 부관이었던 콜링우드도 살아남았다.
허나 보올처럼 공황에 빠진 상태였다.
작전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적절한 조언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때서야 보올이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내저었다.
“정말, 마지막까지 무차별로 저항하는군.”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 싸웁니까?”
“그게 의미가 있나, 콜링우드?”
끝까지 포격전을 벌이며 버티는 프랑스 후위함들 사이를 보다, 보올이 혀를 찼다.
“제독을 죽인 자는 벌써 저 멀리 빠져나가고 있어. 전장을 이탈하고 있다고.”
엉뚱하게도 정작 유진 양동함대는 뒤로 빠져나가는 중이다.
그 앞을 외다리 카파렐리가 지휘하는 [독전함] 마리 루이스가 막았다.
물러나면 포격할 기세인 마리 루이스 때문에, 프랑스 후위함대는 빠져나가지 못했다.
결국 원역사에서는 도망쳐 버리는 빌뇌브를 비롯한 후위함장들이 강제로 싸우는 중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전열함의 대포 수가 워낙 많은 탓에, 영국 함대도 고전 중이었다.
결국 보올이 결단을 내렸다.
“콜링우드! 신호탄을 쏴라.”
“적 지휘함이 없어진 상황 아닙니까!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닥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콜링우드를 향해, 보올이 일갈했다.
“우리 카리브해 함대가 무사히 돌아가는 것도, 주어진 과업이다! 적군은 이곳에만 있는 게 아니야. 오히려 영국 본토가 더 큰 문제다!”
사실 보올의 말은 정확하다.
이미 프랑스 본토에서는 아일랜드 반란을 겨냥한 원정군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이 상황을 모른다 해도, 적지나 마찬가지인 알렉산드리아가 코앞이다.
이곳에서 고전한다는 것은 결국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와 똑같다.
-펑!
신호탄이 요란히 쏘아졌다.
“후퇴?”
밀러, 트루브리지, 굴드가 신호포격을 보고 절규했다.
“지금 후퇴라니, 우리가 이기고 있는데?”
“조금만 더 싸우면 적 전열이 깨진다고! 대체 누가 그런 명령을 내린 거야?”
“잠깐, 저긴!”
문득, 굴드가 신호탄이 울린 쪽을 보다 부르짖었다.
“빅토리 호다!”
제독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함대에 전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지휘함이 빅토리 호인 것은 분명하다.
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명령체계다.
비통한 마음을 품은 채, 영국 함장들이 이를 갈며 회선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가장 분한 자는 단연 부제독 알렉산더 보올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주지!”
눈앞에서 넬슨이 죽는 모습을 보았다.
넬슨을 향해 포효하다 총탄을 쏘는 소년을 보았다.
이름도 정체도 모르지만, 그자가 친구 넬슨의 원수다.
보올이 저 멀리 사라지는 호루스 호를 보다 절규했다.
“바다에서 보자, 프랑스 소년 함장! 반드시, 죽여준다!”
물론 애석하게도 유진이 바다에 나올 일이 없다는 사실은 모른 채로.
***
이 모든 해전을 새벽부터 밤이 새도록 지켜본 이들이 항구에 섰다.
“이거, 프랑스가 진 거지? 그렇지?”
문득 떨리는 목소리로 통역관 가우하리가 물었다.
“가만있어 봐요, 가우하리 서기관. 아직 몰라요.”
“이봐, 간호부대 부대장이었나? 당장 여기서 탈출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가우하리는 자신의 옆에서 펄쩍 뛰는 미녀를 보다, 고개를 도리질쳤다.
“당신은 아름다운 여자잖아! 패배했다는 게 알렉산드리아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당장 잡혀서 능욕을 당할 거야! 어서, 육군 부대가 있는 곳으로 달아나!”
간호부대 부지휘관, 중령 계급장이 가슴에서 반짝인다.
문득 모자를 벗으며 부지휘관이 웃었다.
바로 나폴레옹의 동생이자 유진의 [양고모], 폴린이다.
폴린 보나파르트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폭발과 비명,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다 고개를 슬쩍 돌렸다.
혼란의 와중이지만 호루스 호가 무사한 것만은 확인했다.
“미모를 칭찬해주니 고맙네요. 하지만 그럴 걱정은 안 해줘도 돼요.”
“무슨 소리야? 이건 장난이 아니야! 이 근방에는 프랑스를 적대시하는 주민이 많아!”
“애초에 내가 여기 어떻게 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길 봐요.”
그때서야 가우하리는 알렉산드리아 배후에 도사린 [기병대]를 보았다.
-푸르릉!
선두에 선 말이 지쳐 하품을 하자, 기수가 휘파람을 불었다.
“히-호! 내 말이 페가수스가 아닌 게 아쉽군! 저 멀리서 배들이 싸우는 걸 구경만 해야 하다니!”
그러자 한가한 소리를 하는 라살에게 주베르가 대꾸했다.
“라살, 지금도 늦지 않았어. 저기 어선이 보이는데? 배를 타고 가서 싸우는 거야.”
“오, 내 망할 친구 주베르. 애석하게도 내 말은 배멀미가 심하다네. 나는 멀쩡하겠지만.”
“그래? 오는 길에 구토를 하던 기억이 아주 선명한데?”
물론 해군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한가한 얘기다.
문제는 이들이 이제는 일개 하급장교가 아니라 기병사단의 준장 장군이란 거다.
샹포가 혀를 차며 둘을 제지했다.
“둘 다 장난 그만해. 지금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양측 기함이 모두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
그때 기병대의 사단장, 쥐노가 입을 열었다.
“석패다.”
샹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쥐노 장군?”
“나도 해군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숫자는 셀 줄 알아. 놈들은 21척의 전열함을 몰고 왔는데, 아직도 13척이 남아있어.”
“엇, 그렇군요. 반면에 우리는······.”
쥐노는 침중한 얼굴로 연기 사이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기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영국놈들보다 적어. 3분의 2가 날아갔다는 소리야.”
최소한 20척이 침몰했다는 소리다.
전열함 한 척에 수십만 프랑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
나아가 최소 3년은 걸려야 제대로 된 배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굳이 따지자면 60년 치의 세월과 수백만 프랑이 날아가 버린 셈이다.
입을 쩍 벌리던 샹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왜 석패입니까? 대패가 아니라?”
“적 기함이 직격 되는 걸 봤어.”
“예?”
문득 쥐노는 흥분한 어조로 고함쳤다.
“적장이 죽었다고! 우리 사령관 킬러가 이번엔 함대 제독까지 죽인 거야!”
그러니까, 지금껏 쥐노가 조용히 있었던 것은 경악했기 때문이 아니다.
제독, 넬슨이 죽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 카리브해 함대도 따지고 보면 절반이 지중해에서 침몰해 보렸다.
순간, 가장 순발력 좋은 남자, 라살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졌지만, 이겼군요! 히-호!”
마치 화답하듯, 바다 위에서 떠돌던 영국배 [알렉산더] 호가 폭발했다.
-콰아앙!
프랑스의 [석패]를 축하라도 하듯이.
***
알렉산드리아 앞, 하루 밤낮을 싸운 함대가 살아남았다.
-와아아!
영국 함대가 사라지고, 바다 위에는 침몰선과 프랑스 함대만이 남았다.
그러니 지금 함성을 지르는 이들은 모두 프랑스인들이다.
완전히 지쳐 뱃전에 드러누워 있던 유진이 흘깃 고개를 들다 혀를 찼다.
“누가 들으면, 우리가 이긴 줄 알겠는데?”
“이긴 거 아닙니까? 영국 함대를 물리쳤습니다!”
“무슨 소리야, 로슈자클랭. 저걸 봐.”
유진은 간신히 팔을 들어 바다를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살아남은 전열함이 고작 13척이라고.”
13척.
물론 전열함이 13척이라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이긴 하다.
허나 유진이 온갖 개고생을 하며 툴롱에서 살렸던 전열함들 다수가 바다로 침몰했다.
어쩐지 툴롱에서 한 일이 삽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러나 로베르 쉬르쿠프는 뭐가 신난지 껄껄 웃으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적들보다 1척이나 2척 정도 손해입뉘다! 핫핫!”
“좋아하지 마. 제독이 죽었어. 브뤼에 제독이.”
“수병들은 대부분 살았습니다요. 저길 보십쇼!”
순간 쉬르쿠프가 유진을 강제로 끌고 와 바다 위를 보게 했다.
“다들 잽싸게 바다로 내려와 잘 건져지는 중입니다!”
바다 위, 부표를 잡거나 보트에 탄 수병들이 유진을 보았다.
유진을 본 수병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손을 흔들었다.
실로 꼭 승전하기라도 한 모습이다.
그들을 보다, 유진의 시선이 바다 중앙을 향했다.
이미 다 타버렸는데도 바다 위로 [오리앙] 호의 잔해가 덩그라니 떠 있다.
오리앙 호를 응시하던 유진이 엄숙히 말했다.
“브뤼에 제독의 부인은 내 어머니의 친구야. 이폴리트, 귀국하게 되면 그분에게 보낼 수 있도록 유품을 수습해.”
문득 옆에서 눈을 굴리던 이폴리트가 거수경례를 취했다.
“알겠습니다, ‘보나파르트’ 장군.”
이 순간, 바다 위의 모두가 이폴리트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실 유진이 신동이란 걸 모르는 이는 군에 아무도 없다.
허나 이전까지는 그저 머리가 좋을 뿐, 독자적인 전공을 세운 바 없는 유망주일 뿐이다.
오늘, 모든 게 달라졌다.
유진은 명목상 패전이지만, 실제로는 영국함대를 완전히 격퇴하는 위업을 이뤘다.
전공의 화려함은 뒤처질지 몰라도, 리볼리에서 승리한 나폴레옹과 흡사한 업적을 달성한 셈이다.
당연히 유진에게 오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지만.
어스름 위를 밝히는 타오르는 배들을 보다, 유진이 중얼거렸다.
“넬슨을 죽이고, 브뤼에를 희생시키고, 살아남았군.”
분명 역사가 바뀌었다.
비록 살리지는 못했지만, 죽이는 일은 성공했다.
이제 한 가지, 유진에게만 분명해진 미래가 있다.
트라팔가는 역사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때다.
“와! 저기 나일의 해가 다시 뜬다!”
저 멀리 해가 떠오르고, 호루스 호의 수병들이 환호했다.
“그래, 브뤼에.”
유진은 부서진 오리앙 호, 그 뒤로 떠오르는 해를 보다 눈을 번뜩였다.
“이집트를 반드시 손에 넣어서, 당신의 영전에 바치지.”
이집트 나일 해전이 끝났다.
유진의 패배와 넬슨의 죽음, 그리고 프랑스 지중해 함대의 생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