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9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98화(198/547)
(198) 드제를 쓸 때가 왔다
승리란 때로 마약과 같을 때가 있다.
“어머, 장군님! 겨자즙이 수염에 묻었네요?”
이곳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번성했던 나일강 중류 도시, 파이윰이다.
카이로 남쪽 100킬로미터 위치에 자리한 도시로 곡물과 야채, 올리브가 재배되는 풍요한 곳.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맘루크 귀족, 아유브의 요새가 있었던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파이윰도, 아유브의 요새도, 모두 주인이 바뀐 뒤다.
천막 안, 미녀들이 가득한 장소 중심에 한 잘생긴 남자가 누워 있었다.
바로 맘루크 잔당을 토벌하러 온 프랑스 장군이다.
토벌군 지휘관, 사단장 드제다.
드제는 반라의 카프카스 미녀를 껴안고 있다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그렇군요. 우리 예나가 묻힌 즙입니까?”
“아니에요. 네크로스가 묻혔어요.”
“이런, 그러면 둘 다 벌을 줘야겠군요!”
단숨에 에티오피아 미녀, 네크로스를 다른 팔로 껴안은 드제가 침대로 향했다.
“자, 함께 침대로 갑시다!”
“꺄악! 장군님, 너무해요!”
“저랑 네크로스랑 같이 하는 거예요! 아이, 응큼해라!”
아주 유창해진 아랍어로 드제가 화답했다.
“난 그냥 벌만 준다고 했는데요? 후후. 응?”
문득 드제의 낯이 굳어졌다.
“헉, 어, 언제 들어오셨습니까?”
천막 안에 있던 미녀들이 깜짝 놀라 분분히 몸을 가렸다.
동유럽 카프카스 백인 미녀, 에티오피아의 갈색 미녀, 여기에 아프리카 흑인 미녀까지 인종별 미녀가 가득한 방.
이른바 서방에서 말하는 이슬람 군주들의 전당인 [하렘]과 흡사한 곳이다.
천막의 문 앞에 서 있던 또 다른 검은머리 장군, 마르소가 입맛을 다셨다.
부러워 해야 할지, 군율을 어겼다 힐책해야 할지, 혹은 화를 내야 할지 모를 광경이었다.
“자네가 입에 겨자즙이 묻어도 모를 정도로, 열중하고 있을 때였나?”
“큼. 말씀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진작에 정식으로 맞이하러 나갔을 텐데요.”
“미안하지만, 난 아내를 데리고 온 몸이라서 말이야. 자네의 미녀들과 놀아날 시간이 없다네.”
그러자 터번을 벗으며 드제가 껄껄 웃었다.
“너무 놀리지 마십시오. 저도 나름 일하고 있는 겁니다.”
너무나 뻔뻔한 대답에 마르소가 입을 쩍 벌렸다.
“일? 하렘 건설이 어떻게 장군의 일이 되나?”
“여기 미녀들은 모두 맘루크 귀족들의 애첩 출신들입니다. 이집트 현지 상황을 제게 아주 잘 알려주고 있죠. 얼마 전에도 덕분에 얻은 정보로, 맘루크의 잔존병력을 격파했습니다.”
“아, 그렇군.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은 물론 몸으로 알려주는 거겠지?”
마르소가 비꼬며 묻자, 드제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되겠군요. 한데, 설마 제 하렘을 해체시키러 오신 겁니까?”
물론 마르소도 아무것도 모른 채, 파이윰까지 온 것은 아니다.
서기 1797년 10월.
이미 프랑스 원정군이 이집트로 도래한 지도 반년 가까이 됐다.
또한 원정군 대부분은 애인 없이 독신으로 온 상태다.
드제만 해도 아직 미혼이니, 이곳에서 애인부터 찾을 거란 생각은 했다.
다만 이렇게 본격적인 하렘을 만들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쓴웃음을 머금던 마르소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나. 난 명령서를 전하러 왔네.”
“명령서요?”
“우리 상관, 마탄의 사수가 자네를 불렀어.”
서신을 건네며 마르소가 가벼운 어조로 무거운 얘기를 건넸다.
“투르크 제국 본토에서 원정군이 온다는군. 그걸 막기 위해서지.”
그 순간, 드제는 그야말로 번개처럼 벌떡 일어났다.
이른바 ‘피라미드 전투’가 끝난 지도 거의 반년.
그 후 드제는 주로 이집트 곳곳에 흩어진 맘루크 잔당을 처리해왔다.
카이로에서 반란이 있었단 얘기도, 아부키르에서 영국 함대를 무찔렀단 얘기도 들었지만, 드제에게는 먼 얘기였다.
피곤하지만 꼭 필요한 소탕전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남는 시간은 하렘에서 미녀들과 즐기며 노닥거리던 이유도 이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비로소 다시 제대로 된 전투가 다가온 셈이다.
바이에른 탈주극의 영웅, 드제가 눈을 번뜩였다.
“당연히 제가 가야겠군요. 그럼, 이번에도 전군 동원태세입니까?”
“아니. 자네와 자네 사단만 갈 거야.”
“예?”
드제가 어이가 없어 이번에는 입을 쩍 벌렸다.
“저 혼자 투르크 제국 군단을 막으라구요? 지금 그렇게 말씀하신 겁니까?”
그러나 마르소는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래. 그게 우리 [프라이슈츠] 참모장이 자네를 부른 이유지.”
하렘의 나날을 즐기던 드제에게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진 날이었다.
***
물론 이것은 유진이 드제를 죽이려고 진행하는 계획은 절대로 아니다.
“참모장,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아무리 적군이 미약해도, 제 사단만으로 적군을 막으라뇨!”
그야말로 역시, 번개처럼 카이로까지 달려온 드제를 보다 유진은 피식 웃었다.
아마도 하렘은 버려두고 온 모양이다.
사실은 원역사에서도 드제는 이집트에서 미녀들을 모아 육욕을 즐기며 보낸다.
하지만 나폴레옹도 드제에 대해 별다른 힐책을 가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본래는 놓쳤을 무라드 베이를 추격하며, 나일강 상류까지 진격하는 게 드제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드제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기동속공의 대가다.
그것도 사막이 가득한 이집트 전역에서 맹활약할 정도로.
이게 다섯 명의 사단장급 장군 중, 유진이 드제를 찍어서 부른 이유다.
“적군 상황은 들었습니까?”
“들었죠. 프랑스식 보병 3천, 기병 4천, 거기에 그 무시무시하다는 예니체리 5천! 그리고 본래 보병이 3천에 시리아에서 추가 징병한 보병까지 2만 명! 총 3만 5천 병력 아닙니까!”
“숫자 계산이 정확한데? 맞아요.”
니자므 제디드 3천, 예니체리 5천, 아나톨리아 시파히(기병) 4천, 그리고 일반 보병 5천.
여기에 시리아와 아나톨리아를 거치며 추가 징병한 보병들이 2만 명이다.
그러니 3만 5천의 대군이 배를 타고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진에게 대이맘 샤르카이가 건넨 정보가 하나 더 있었다.
작전 계획서를 적고 있던 유진이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게 빠졌군요. 적군의 대포는 30문 이하로 추정됩니다.”
순간, 드제가 귀가 솔깃한 표정이 되었다.
“대포가 맘루크 군대보다도 적다구요?”
“그래요. 흥미가 돋죠?”
“그렇지만 그 대포를 가르친 게 우리 프랑스 장교단인 걸로 압니다만.”
그러자 유진의 옆에서 눈치를 살피던 세바스티아니가 재빨리 덧붙였다.
“그게, 그리보발식 대포를 소개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조된 건 5문 이하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없어서.”
그럼 투르크 제국군이 보유한 대포 대부분은 구식이란 얘기다.
근세 보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력의 투사다.
대포 숫자가 적다면, 해볼만한 승부가 된다.
당장 프랑스 군이 보유한 육군용 대포는 이미 100문이 넘는다.
드제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기자, 유진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들었죠?”
“아주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군요. 하지만, 역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뭡니까?”
드제는 유진을 정시했다.
“참모장께선 한달 전, 아부키르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셨습니다.”
“패전인데요?”
“적장을 죽였고, 영국 함대를 반파했죠. 지금껏 혁명 후는 물론이고, 혁명 전에도 이 같은 위업을 달성한 해군 제독은 없었습니다. 참모장의 종조부조차도 말이죠.”
나름 드제도 구귀족의 일원이다.
그러니 해군으로 출세한 보아르네 후작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굳이 드제가 유진의 종조부, 프랑수아 보아르네 제독까지 얘기한 것은 칭찬이 아니었다.
오히려 질책하기 위해서다.
“그런 위업을 달성하며 남긴 해군을 왜 활용하지 않는 겁니까? 전열함 12척은 적 함대를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전력입니다.”
유진은 가만히 드제를 보다 일렀다.
“그걸 투르크인들도, 이집트인들도 아직 모르잖아요, 드제 장군.”
드제는 바로 알아듣지 못해 눈만 깜박였다.
실은 오슈도 유진이 처음 [상륙]이 필요하다 말했을 때 알아듣지 못했다.
이는 전쟁을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자만이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순수 군인들은 오히려 생각하기 어렵다.
유진이 작전도를 펼치며 물었다.
“만약, 우리가 아직도 전열함대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여기 올까요?”
“오지 않겠군요. 저라면 달아나겠습니다.”
“현명한 판단입니다. 조금 스타일은 구기겠지만, 육군 전력은 고스란히 남게 되죠.”
순간 유진의 지휘봉이 지도 위, 이집트 삼각주를 가리켰다.
“그러면, 이집트는 여전히 불안 요소를 안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 적은 이집트 땅에 상륙해야 합니다. 반드시.”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만약 유진이 해상에서 적 함대를 막아낸다고 치자.
전투 자체는 쉬울지도 모른다.
허나 그 결과 오스만 해군은 일부 침몰되더라도, 육군 대부분은 도망갈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이집트를 노리는 위험한 군사력이 남게 된다.
나아가 이 땅, 이집트의 민중도 눈치를 살필 가능성이 생긴다.
투르크 제국과 프랑스 공화국, 어느 쪽이 더 강한지 눈으로 보게 할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이해한 드제가 고개를 끄덕이다, 낯을 찌푸렸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해 안 가는 질문에도 답해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 짐작가는 질문이군요. 왜 당신 혼자 내보내냐는 거죠?”
“아시는군요. 전쟁은 장난이 아닙니다. 소수로 다수를 격파한다느니 하는 건, 풋내기들의 망상일 뿐이죠. 할 수 있다면, 전력으로 적을 부숴야 합니다.”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전제가 잘못됐어요.”
“예?”
“우리는 소수로 싸우지 않을 겁니다. 적군 앞에 나타나는 게 드제 장군의 사단, 한 부대일 뿐이죠. 또한 이건 테스트입니다.”
이제야 작전계획서를 다 쓴 유진이 드제에게 서면을 건네며 눈을 빛냈다.
“우리의 [회군]에 참가할 부대를 고르는 테스트죠.”
계획서를 본 순간, 드제는 멍하니 서 있다 외쳤다.
“하겠습니다. 저 혼자서, 반드시 격파해 보겠습니다!”
이 순간, 유진의 [회군]에 참가할 사단이 정해졌다.
***
어두운 나일의 밤, 오슈가 유진의 방문을 맞이했다.
“이건, [나일해전]의 표절이군.”
유진의 계획서를 본 오슈가 간명히 평했다.
하지만 유진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얘기다.
어쨌든 나일해전을 주도한 쪽은 죽은 넬슨이고, 이 작전은 육전이니까.
“육군 전투라니까요.”
“아니, 꼭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려는 거잖아. 유인, 양동, 그리고 습격.”
“그래야 압도적으로 이기죠.”
유진이 계획서를 가리키며 낭랑히 말했다.
“중요한 건 결과예요. 투르크 대군을 프랑스 육군이 격파했다는 결과. 그리고 그 결과가 오스만 제국 전체를 흔들 겁니다.”
오슈는 계획서를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이 계획서에 나무랄 데는 없다.
그러나 걸리는 부분이 있다.
하필 해전이 아니라 육전이 필요한 진짜 이유를 유진이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획서 가장 뒷장을 들어 보이며 오슈가 유진을 응시했다.
“유진. 너, 설마 육지로 회군할 셈이냐?”
“그건, 드제가 얼마나 잘해주냐에 달렸죠.”
“무슨 뜻이지?”
유진은 오슈를 빤히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완전섬멸. 그게 아니면, 우리는 회군이고 뭐고, 이집트 완전정복에 전념해야 해요. 그러니, 드제에게 달린 거죠.”
서기 1797년 10월.
맘루크를 격멸하고, 넬슨을 죽인 프랑스 이집트 원정군에게 갈림길이 다가왔다.
지중해를 건너서 달려오는 투르크 제국군과의 일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