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화(2/547)
(1) 도박 신동이 되었다
여전히, 유진은 도박사다.
“자, 홀? 아니면 짝? 고르시죠.”
무대는 파리, 포부르 생 제르맹의 뒷골목.
세느 강 남동, 수도원과 군사학교, 귀족 대저택들이 늘어서 있는 곳.
하지만 정작 그곳은 화려하기만 한 곳이 아니다.
이 시대는 현대의 파리처럼 도시계획으로 거리가 구획되어 있지 않다.
부유층들이 즐비한 거리에도 뒷골목이 있다.
그곳의 거리는 더럽고, 술집과 부랑자가 뒤섞여 있다.
중심부에서 지식인들은 커피를 마시지만, 여기서는 질 나쁜 포도주를 마신다.
그리고, 도박이 있다.
“빌어먹을, 이거 이번에도 지면 다 잃는 거 아냐?”
18세기 말, 파리의 술집에 모인 남자들이 테이블 위 판을 노려 보았다.
그 앞에 있는 소년은 갈색 머리, 푸른 눈동자를 번뜩이는 어린애다.
홀과 짝.
가장 기초적인 도박이며, 아이라도 할 수 있는 도박이기도 하다.
소년의 앞에 앉아 끙끙대는 중년 남자 옆에서,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어린애에게 이게 무슨 꼴이야? 얘, 10살도 안 됐지?”
“도박 솜씨 보니 14살은 됐겠구만, 무슨 소리? 못 먹어서 못 자란 거지. 캬, 저게 얼마야?”
“와, 저거 100 [솔]은 되겠는데?”
탁자 위에 수북히 쌓인 동전 위에는 왕의 얼굴이 번뜩인다.
루이 15세, 전대 국왕이다.
나라 꼴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이지만, 돈에는 귀천이 없는 법.
오로지 중년 남자는 소년의 손 아래 놓인 카드 뒷면만을 노려 보았다.
트럼프 카드.
정식 명칭은 프랑스식 카드 게임이다.
현대에 전래된 카드 게임은 본래 프랑스의 파리에서 만들어졌다.
바로 18세기, 1780년대부터 시대를 풍미한 도박이랄까.
물론 지금 소년과 중년이 맞서는 것은 정식 카드 게임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홀과 짝을 맞추는 아주 단순한 패턴.
그러나 소년 쪽에 쌓인 동전이 보여주듯이 중년은 벌써 수십 번 졌다.
중년의 시선이 문득 이미 펼쳐져 있는 다른 카드를 향했다.
숫자 3, 홀수다.
그 순간 소년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결정 안 할 거예요, 아저씨? 그럼 제가 먼저 고릅니다.”
깜짝 놀란 중년 남자 티에리가 결정해 버렸다.
“하면 되잖아! 짝!”
“후회 안 하죠?”
“안 한다고! 열어!”
소년, 유진이 푸른 눈을 반짝이며 카드를 뒤집었다.
“홀.”
킹, 숫자로 따지면 13이다.
티에리가 동전을 집어 던졌다.
물론 옆에서 보고 있던 이 술집의 술꾼들은 껄껄 웃어대며 남의 불행을 즐거워했지만.
“캬! 33판 연속 승리!”
“이야, 오늘도 티에리 자네 다 잃었는데?”
“크윽, 어떻게! 내가 선택한 것마다 틀리는 거야!”
유진은 키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대죠. 제가 선택한 게 맞는 거죠.”
티에리가 눈을 깜박이다 물었다.
“뭐? 그게 무슨 말이냐?”
“아까 ‘홀’을 선택하려고 할 때 제가 일부러 얘기한 거 몰라요? 짝으로 유도한 거예요.”
“아, 아니. 그, 그럼. 넌 짝인 걸 알았단 말이야? 어떻게? 나 속임수 쓰는 거 못 봤는데?”
놀라 묻는 티에리에게 유진이 눈을 찡긋거리며 답했다.
“직감이죠.”
이건 당연히 거짓말이다.
물론 [직감]이라는 말이 원래는 신이 내린 영감과 같은 의미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은 진실일지도 모른다.
지금 유진의 눈앞에는 초월자의 은총과 같은 전생의 능력이 똑같이 보이고 있으니까.
바로 새하얀 은빛, 곧 ‘백은문자’의 글자다.
[짝.]선명한 은빛 문자를 보다, 유진이 탁자 위에서 동전 한 닢, 1솔을 잡아들었다.
“그럼, 전 이거 하나 가져갑니다?”
“여, 외젠. 꼬마가 통 큰데?”
“하하하! 다 가져가면 우리한테 빼앗길테니 현명한 선택이지!”
문득 나가던 유진이 멈춰섰다.
“이름은 정확히. 전 [유진]이라구요. 아저씨.”
외젠(Eugene).
이 이름은 사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름이긴 하지만, 프랑스 식으로는 외젠이 맞다.
다만 본래 이름을 지은 부친은 어디까지나 다른 이유로 이름을 지었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프랑스 출신 장군, 외젠 드 사부아.
미국 독립 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친이 그런 별명을 얻은 기념으로 외젠의 이름을 지은 것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항상 외젠이 아니라, 유진이라고 부른다.
영어식, 아니 미국식 발음으로.
술집의 술꾼들이 유진의 말에 서로 쳐다보다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흐음, 그게 영국식 발음인가?”
“아냐. 아-메리카 방식일걸. 신대륙물 많이 들었어. 저 애 아버지가 미국 독립군 갔었잖아?”
“엄마가 신대륙 사람 아니고? 하여간.”
그렇다.
미국 독립 전쟁에 참여한 귀족의 아들.
그리고 신대륙 출신 여자의 아들.
‘환생자’, 유진 드 보아르네가 술집을 나섰다.
-쩔렁!
오늘의 도박 승리 기념 ‘코인’을 하나 들고서.
***
서기 1788년, 파리는 어디든 시끄러운 때다.
-쿠당탕!
어두운 뒷골목, 오물로 가득한 거리, 소년이 걷기에는 힘든 곳.
그러나 유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로 나섰다.
시끄러운 소음은 실로 가득하다.
“거기 서! 빵 들고 도망가지마!”
“누가 설 줄 알고! 웃기시네!”
“잡히면 죽여버린다!”
뒷골목으로 달려가는 소매치기와 빵 가게 주인이 외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문제는 그나마 포부르 생제르맹, 그러니까 제르맹 성인의 동네는 나름 프랑스에서 부유층 거리라는 거다.
17세기부터 귀족들이 세느 강을 건너와 저택을 지어왔다.
당장 이 뒷골목에서 고개를 들면, 거대한 저택들의 뒷편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 뒤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빈민들이 있다.
“서기, 1788년이라. 엉망 진창이군.”
유진은 종종 걸음으로 오물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투덜거렸다.
기왕 환생할 거라면 좀 편한 시대, 편한 지위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면 어른일 때 환생을 자각하든가 말이다.
아이로 자각한 탓에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었다.
전생 때부터 배워온 버릇, 도박 밖에는.
문득 유진이 몸을 떨었다.
분명 봄인데, 춥다.
새삼 1788년이 갑작스런 한파로 유명한 해였다는 걸 자각할 찰나다.
“으, 추워. 응?”
그 순간 저편에서 달려오던 소매치기와 유진이 충돌했다.
-퍽!
아직 어린 소년 유진은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몸을 감싸쥐며 쓰러진 유진에 비해 소매치기 소년은 삐쩍 말랐어도 기세가 살아 있었다.
눈을 부라리며 소매치기가 유진에게 달려들었다.
“이 새끼, 뭐야! 죽여버린다!”
“저, 저기, 난 어린이라고. 미성년자 아동을 폭행하는 건 중범죄야!”
“무슨 개소리야, 이 새끼가!”
이 순간 뒤에서 추격해오는 뚱뚱한 빵집 주인은 잊어버린 모양이다.
유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라는 현실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때였다.
-꽈득.
누군가 소매치기 소년의 팔목을 거세게 쥐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잘생긴 쾌활한 소년이었다.
나이는 열다섯쯤 되었을까.
체구가 꽤 건장해 소매치기 소년과 달리 잘 먹고 잘 큰 게 한 눈에 띄었다.
쾌활한 소년이 소매치기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 소년. 도둑질에 이제는 살인까지 저지르려 하나? 얘 아직 8살도 채 안 됐다고. 네가 때리면 잘못하면 죽어. 아주 곤란하지.”
“이, 이익! 놔! 저, 저기 주인이!”
“아, 그래. 잘 가라고!”
쾌활한 소년이 놓자마자 소매치기는 저 멀리, 골목 사이로 달려가 버렸다.
“도둑놈을 놔주면 어떡해! 생 제르맹에게 저주나 받아라! 썩을 놈!”
헐레벌떡 뛰어오던 빵집 주인이 욕설을 퍼부으며 지나쳤다.
아무래도 가게까지 비우고 뛰어온 걸 보니, 소매치기가 꽤 자주 빵집을 털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사이 빵집이 빈민들에게 더 털리지 않을까?
유진은 나뒹구는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지금은 밀 하나가 엄청나게 귀한 시기이긴 하다.
그때 쾌활한 소년이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엉망 진창이군. 자, 소년. 어둠의 거리에 절망하지 말라! 언제든 신의 구원이 있으리니!”
무슨 권투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를 하는 금발머리 소년을 보다, 유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개소리.”
“야, 구해줬는데 이러기야? 너희 엄마한테 잘 좀 말해줘?”
“너도 15살밖에 안 된 게, 벌써 유부녀나 쫓아다니고. 참 미래가 밝구나?”
유진의 엄마에게 반한 사춘기 소년, 이폴리트를 보며 유진이 물었다.
“이폴리트, 옷 장사는 어쩌고 이 골목을 다니는 거야?”
루이 이폴리트 샤를.
유진이 환생한 후 파리에서 만난 친구이자, 유진의 ‘엄마’ 해바라기 같은 소년이다.
본래 옷감 장수의 아들로, 파리에 분점을 낸 탓에 파리까지 왔다.
파리가 고향인 유진과 친해진 것은 옷감집에 자주 유진의 ‘엄마’가 왔기 때문이다.
바로 조세핀 드 보아르네가 말이다.
이폴리트가 미소지으며 유진의 몸을 일으켰다.
“그야 당연히 네 엄마한테 부탁받고 온 거지. 너야말로 아직 생일도 안 지나지 않았냐? 7살 짜리가, 참. 되바라진 걸 넘어서 기묘하단 말야?”
유진, 1781년 9월 3일생.
그러니까 아직 10살도 안 된 소년이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리 그래도 속은 당연히 유진이 이폴리트보다 10살은 더 많다.
“그야, 난 천재니까.”
아주 간단한 해명이다.
사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있다.
이 시대는 천재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
18세기 유럽은 실로 격동의 시대, 곧 [천재]들의 시대다.
“그건 그렇고, 이 나라 어떻게 될까?”
굳이 나폴레옹이 아니라도 모차르트, 베토벤, 괴테처럼 [신동]이라 불리는 어린 천재들이 처음 등장한 시기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지능지수가 지극히 높은 초고지능 아동들이 넘치던 시대랄까.
베토벤이 신동연주회에서 연주했던 나이가 7살.
딱 지금 유진의 나이다.
그런 시대 분위기도 있어, 이폴리트도 유진의 나이에 안 맞는 언동을 납득했다.
지금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나라 얘기를 물은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유진은 이폴리트 어깨에 매달려 있다가 콧방귀를 뀌었다.
“옷감 장수 주제에 웬 나라 걱정?”
“아, 귀족 나으리들만 걱정하라는 법 있어? 이래뵈도 나도 애국심이란 게 있다고?”
“애국심이라. 아까 그 꼴을 보고도?”
유진은 쓰게 웃다, [진실]을 입에 담았다.
“글쎄, 도박사라면 망하는 데 걸겠지.”
굳이 원역사 미래를 몰라도 눈에 보인다.
프랑스 대혁명, 21세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결과다.
그렇지만 당대에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있다.
당장 밀이 없어 굶어죽어 가는 사람들이 파리에도 도처에 깔려 있다.
귀족의 폭정이니, 재정 파탄이니, 왕비의 사치니 하는 얘기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본래 풍요로운 땅, 프랑스는 지금 문자 그대로 기근이다.
1785년에는 가뭄, 1787년에는 엉뚱하게 홍수, 여기에 올해는 기록적인 한파다.
이미 망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물론 정작 말을 꺼낸 이폴리트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야, 너희 집안 후작가 아냐? 그런 말 함부로 해도 돼?”
“이 꼴이 어딜 봐서 후작가 도련님으로 보여?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계승권자도 아냐. 그냥 군인이지.”
“그야, 그래도. 귀족 아니냐.”
놀랍게도 알고 보면 보아르네 가문은 사실 [후작] 가문이다.
물론 유진의 부친은 차남인데다, 이미 조부 시절에 자산을 탕진했다.
유진이 귀족들이 사는 생 제르맹 거리에서 지내면서도, 정작 자택은 뒷골목에 있는 이유다.
그렇지만 일개 옷감장수 아들인 이폴리트에게는 대단한 귀족집인 것은 맞다.
그러나 유진은 냉소적으로 대꾸했다.
“귀족이라, 그래봐야 5대 전쯤엔 별로 차이도 없었을걸?”
오히려 나름 파리까지 진출한 ‘부르주아’, 샤를 집안이 더 부유할 것이다.
아직 어린 이폴리트 샤를은 입맛만 다시다,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천재나 도박사가 아니라도, 이폴리트도 눈이 있다.
“이래저래 엉망인 건 사실이야. 올해는 춥고, 작년엔 홍수였고, 또 몇년 전엔 가뭄이었잖아?”
“요새는 식량은 안 부족해?”
“덕분에. 하하! 파리 올라왔을 때, 네 신세 좀 졌지. 와, 생각해보니 그거 4살 때 아니냐? 애가 왜 이렇게 되바라졌지?”
한때 파리에 막 올라왔다가, 가뭄으로 밀이 떨어져 곤란했을 때가 있다.
그 당시 옆집에 살고 있던 유진이 이폴리트를 도왔다.
그게 두 사람이 친해진 첫 계기다.
문득 이폴리트가 유진을 툭 치며 내려놓았다.
“자, 다 왔다. 가끔 늑대도 온다고 하니까, 앞으로는 혼자 다니지 마.”
“남이사. 늑대 오면 넌 잡을 수 있어?”
“어, 총 있으면 가능한데. 내가 말이야. 로망쉬르에 있을 때는 사슴이고 뭐고 한 번에 잡았지. 하하핫!”
말도 안 되는 허풍을 치는 이폴리트를 보며 유진이 콧방귀를 다시 뀌었다.
“총 쏴본 적도 없으면서 허풍 떨지마. 화약은 귀한 거야.”
“윽, 어른이 허풍 떨면 좀 모른 척 해!”
“잘못 허풍 떨다가 목이 달아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어. 나라가 망하면.”
물론 원역사에서는 사실 이폴리트는 유진보다 오래 산다.
그래도 혁명이 일어날 프랑스, 이 격변기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아는가?
진지한 유진의 표정을 보다 이폴리트가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불길한 얘기 그만해! 하여간, 우리 왕실은 천년 가까이 있었다고!”
천년, 엄밀히 말하면 891년.
프랑스 왕가, 부르봉 왕조가 본가인 카페 가문 시절부터 버텨온 세월이다.
현재 그 어떤 유럽의 왕가도 카페처럼 긴 역사를 버텨온 가문이 없다.
이것은 심지어 원역사 현대까지 그렇다.
그럼에도, 유진은 가볍게 머리를 긁적이다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러니까 도박사라면 그렇게 판단한다고.”
“애가, 도박부터 배우더니 참, 말하는 거 하고는.”
“하지만 진짜 도박사라면.”
문득 유진의 시선이 남쪽을 향했다.
“새로운 제국에 걸겠지.”
아마도 코르시카가 있을 방향.
아직, 시대는 왕이 통치하는 시절이다.
유진이 도박을 걸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