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9화(20/547)
(19) 로베스피에르의 시간이 온다
역사가 바뀔 수 있다.
“됐어!”
유진은 펄쩍펄쩍 카페 보아르네 안을 뛰어다니며 외쳤다.
본래 미래는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이다.
허나 전생을, 그것도 미래를 겪은 유진에게 이 시대는 이미 정해졌던 과거다.
이미 역사를 아는 자만이 알 수 있는 희열이 유진을 감쌌다.
물론 구경하는 이폴리트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일이지만 말이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거냐? 우리는 정작 끈 떨어진 백작에게 건 셈인데? 라파예트 백작은 그래봤자 백수인 거 아냐.”
“아니, 그냥 백수가 아니지. 민중 학살을 막은 백수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이젠 사령관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고, 심지어 의원도 아니잖아?”
유진은 카페 의자를 휙 돌리며 앉아 이폴리트를 정시했다.
“천만에. 원래 라파예트 장군이 국민위병대 수장이었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물론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깜박이는 이폴리트에게 유진이 외쳤다.
“그 자리에서 총을 쏘라고 명령했을 사람이 라파예트 장군인 거야, 이폴리트!”
바로 원역사, 마르스 광장에서 시작된 학살극이다.
본래 국민위병대 수장으로 파리의 치안을 책임진 자는 라파예트였다.
게다가 원래는 루이 16세가 도망치다 잡힌 모습을 파리 시민들이 모두 봤다.
지극히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총기난사를 명령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게 바뀌었다.
문득 듣고 있던 방크 보아르네 부행장, 마르소가 손가락을 튕겼다.
“과연! 원래는 라파예트 장군이 완전히 몰락했을 상황이로군!”
“바로 그거예요. 마르소. 하지만 라파예트 장군은 살아났죠.”
“그럼 우리는 대박을 친 건가? 이제 라파예트 장군이 집권하는 거지?”
신나게 묻는 마르소와 반대로, 유진은 멈칫거렸다.
“그건 아니죠.”
“왜 아니야? 시민들이 죽는 걸 살렸잖아?”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에요. 일단 프랑스는 새로운 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죠.”
왜 혁명이 시작됐을까?
시민들이 차별에 지쳤기 때문일까?
아니다.
가뭄과 기근, 여기에 강제 밀 수출로 인한 식량 부족이 진짜 원인이다.
그런데 이 경제 문제는 1790년에는 잠시 풍작이 들어 해결된다.
하지만 그 다음해인 1791년, 올해는 다시 흉작이 온다.
여기에 아시냐 지폐 남발과 재정 보충을 위한 이른바 소금세, 담배세, 커피세가 기다린다.
그것만이 아니다.
진짜 엄청난 재정과 물자, 사람까지 소모하는 문제.
전쟁이 곧 시작된다.
이래저래 온건파가 권력을 잡기 매우 어려운 난세다.
라파예트는 꽤 준수한 인재지만, 최고권력자가 되기에는 뭔가 모자란다.
굳이 말하자면 상황 판단력이 결정적으로 부족하다.
원역사에서, 라파예트가 마르스 광장에서 결국 총을 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가능한 선은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입헌군주파의 거물로 영향력을 갖는 정도랄까?
현대로 따지면 야당지도자쯤 될 것이다.
유진은 이 모든 걸 설명하는 대신 간단히 말했다.
“그렇다 해도 민중의 영웅으로 만들 가능성은 생긴 거죠.”
마르소도 꽤 머리가 좋다.
괜히 법률학교를 패스하고, 원역사에서는 군인 영웅으로 떠오른 게 아니다.
유진의 말을 헤아리다 피식 웃었다.
대충 알아들은 것이다.
“의회 내부에 입헌군주파를 집결시킬 수는 있단 얘기군.”
“바로 그거예요. 지금 의회는 자코뱅 일당만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뭐, 이를테면 부르주아 파벌과 상퀼로트 파벌인가?”
부유층과 중산층 부르주아 대 서민 상퀼로트.
파리 시내는 현재 이런 구도가 점점 명확해지는 중이다.
여기에 빈민들까지 나서니 대립구도는 격해져만 간다.
그러나 의회는 아직 그렇게 명확하지는 않다.
유진은 원역사의 과정을 헤아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온건 자코뱅과 급진 자코뱅이라고 해야겠죠. 온건파는 주로 지롱드 출신 쪽이니 지롱드 파라고 해야 할지도.”
저 유명한 지롱드와 자코뱅의 싸움.
그러나 사실 이른바 온건파의 대명사인 [지롱드]라는 이름은 아직 탄생하기 전이다.
후세 이 파벌 주도자들이 주로 ‘지롱드’, 그러니까 보르도 항구 부근 지역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반대파인 산악파가 붙인 이름이다.
반면 라파예트를 비롯한 입헌군주파는 후일 [푀양클럽]을 만들었다고 해서 푀양파라 불린다.
물론 원역사에서는 마르스 학살 사건 때문에 절대 소수로 몰리는 파벌이다.
한데, 상황이 바뀌었다.
유진은 상황을 헤아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입헌군주파를 집결시킬 가능성이 생기는 거예요. 그것도 집권세력으로.”
어쩌면 전쟁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원역사에서 전쟁은 1792년 시작되기 때문이다.
꼭 강경파(자코뱅)와 온건파(지롱드)라는 이름만 보면 자코뱅이 저질렀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쟁선포는 지롱드 쪽 의원들이 한 일이다.
왜?
왕이 도망치다 걸리고, 잡아 가뒀더니 외국 왕실들이 반발했고, 내부 강경파 자코뱅은 왕을 죽여야 한다고 날뛰었다.
여기에 경제까지 망하니, 당시 집권파 지롱드가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러나 그 후 연전연패를 거듭해 지롱드는 정권에서 물러난다.
자코뱅 초강경파인 산악파가 권력을 잡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요컨대 이 모든 과정을 없애거나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왕을 죽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마르소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좀 걸리는 게 있어. 유진.”
“뭐죠?”
“왕.”
유진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본 마르소가 낯을 찌푸리며 한 가지를 짚었다.
“정말 루이 왕이 순순히 입헌군주제를 받아들일까? 결국 미라보가 죽고 나서 도망가기로 결정한 건 왕이야.”
다시, 유진은 멈칫거렸다.
사실 [입헌군주제] 아이디어는 유진만 생각한 게 아니다.
죽은 미라보도 생각했고, 라파예트도 요구했으며, 향후 입헌군주파를 만들 바르나브도 주장했다.
허나 결국 루이 16세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오스트리아로 도망가다 잡혔다.
원역사에서, 그 후 루이 16세는 1년간 버티다 사형장에 끌려간다.
반대로 말하면 1년이나 시간이 더 주어졌는데, 상황을 타개하지 못했다.
즉, 상황판단력이 너무 모자란다.
라파예트에게만 할 소리가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 도망칠리도 없고, 또 도망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라파예트가 엄중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
“만약, 정말 그렇게 한다면 루이 왕은 가망이 없는 거죠.”
“포기한다고?”
“어쩔 수 없잖아요? 하지만 벌써 한 번 실패했단 말이에요.”
유진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설마, 그런 짓을 하겠어요?”
설마, 그렇게 바보는 아닐 것이다.
루이 16세가.
***
파리, 자코뱅 클럽에 산악파가 결집했다.
“라파예트가 왕당파 거두가 됐어, 로베스피에르!”
사실 [몽테뉴], 영어로 마운틴, 이른바 산악파라 불리는 이 파벌의 유래는 의사당 좌석이다.
의사당에서 높은 자리에 몰려 앉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요컨대 산악파 의원들은 대부분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주목받기 좋아하고, 연설을 피하지 않으며, 시위에서 앞장선다.
현대식 표현으로 말하면 ‘관종’에 가깝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종이라 할 만한 남자, 조르주 당통이 목청을 드높였다.
“이대로 가면 우리 모두 다 죽어!”
가만히 당통을 보던 로베스피에르가 차분히 대꾸했다.
“엄밀히 말하면, 입헌군주파야. 당통.”
“그게 그거지! 이걸 내버려 둘 건가? 이대로 가면 다시 왕은 국가의 일인자가 될 거야. 귀족들은 다시 귀국하겠지. 시민들은 그 자들에게 짓밟히고!”
“나도 내버려 둘 생각은 없어.”
본래 자코뱅 클럽은 수도원이었던 건물에 위치한 상태다.
혁명이 시작되고 수도사들이 쫓겨나면서, 이 건물을 국민의회 자코뱅 클럽이 차지했다.
한때는 수도사들이 기도를 올렸을 책상을 두들기며, 로베스피에르가 입을 열었다.
마치 기도하듯, 조용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다.
“외부에서 해결책이 올 걸세.”
꼭 수도사 같다는 생각에, 낯을 찌푸리며 당통이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외부에서 온다니?”
“당통,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 없나? 오를레앙 공작이 왜 탈주했고, 왕은 왜 미적거리다 실패했는지.”
“그거야 그냥 왕이 우유부단해서 그런 거 아닌가?”
실은 유진이 뒤에서 공작한 바다.
당연히 당통도, 로베스피에르도 거기까지는 둘 다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왕이 결단력이 부족해 진작에 탈주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로베스피에르가 자코뱅 의원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난 다르게 생각하네. 문제의 핵심은 신성로마제국, 오스트리아야.”
생 쥐스트, 데물랭, 에베르를 비롯한 강경파들이 로베스피에르를 보았다.
이 자리에 없는 거물은 아마도 마라 한 명 뿐일 것이다.
왜냐하면 마라는 자코뱅 초강경파를 제외한 모두를 [반혁명] 분자로 몰았기 때문이다.
해서 입헌군주파, 지롱드, 여기에 자코뱅 일부까지 마라를 법정에 고발한 상태였다.
물론 마라 지지파도 많았기 때문에 잡히면, 다시 풀려나곤 했다.
허나 당장은 수배 중이라, 악명 높은 파리 하수도를 통해 도주 중인 셈이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자코뱅 강경파, 곧 산악파의 핵심인사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설득하면, 산악파가 움직인다.
로베스피에르는 그 사실을 염두에 둔 채 말에 힘을 실었다.
“지금 왕은 국내에 아무 힘도 없어. 당통.”
“당연하지. 그런데?”
“한데, 왕이 권력을 되찾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입헌군주파에 고개 숙이고 빌면 그만일까? 그들은 왕에게 권력을 돌려줄까?”
하나씩 가능성을 짚어보던 로베스피에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지. 그럼, 방법은 하나야. 외세를 끌어들이는 거지. 그런데, 왕비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동생이군.”
결국 원역사에서도 그렇게 흘러간다.
사실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도 전쟁을 바라진 않았다.
굳이 전쟁을 피하지 않은 나라는 직접 싸울 일이 없다고 착각한 영국 뿐일 것이다.
다만 프랑스는 혁명을 멈추지 않았고, 모든 왕정이 위협을 받았다.
전쟁은 피할 수 없다.
나아가 왕비가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종국에 오스트리아가 가장 먼저 쳐들어오게 된 이유다.
그렇지만 논리에 문제가 있다.
당통은 그 점을 지적하려다 눈을 크게 떴다.
“아니, 하지만 왕은 미적거렸는데. 아!”
정작 왕은 오스트리아와 손 잡는 걸 꺼렸던 것이다.
그게 바로 도망치지 못한 진짜 이유다.
문득 로베스피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거야. 외세와 내통은 결국 반란죄나 마찬가지야. 왕은 그걸 피하고 싶었던 거지!”
“그럼, 그 증거를 잡으면 되겠군!”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로베스피에르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곧 외세, 오스트리아의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나설 테니까.”
이게 바로 로베스피에르가 외부에서 해결책이 올 거라 얘기한 이유다.
오스트리아가 움직일 것이다.
그러면 일견 입헌군주파가 유리해 보이는 정국이 변동한다.
외세의 침입이 우려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통이나 다른 의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왕이 도망간 것도 아니고, 밖에서 외치는 것도 아닌데, 왜 오스트리아 황제가 움직인단 말인가?
“그게 무슨 말이지? 왜? 왕은 도망가지 못했는데?”
“아니, 도망가지 못했으니까 오히려 움직여야 해. 루이 왕이 도망갔다면, 루이 왕을 앞세워 진군해 왔을거야. 직접 움직이기보다, 프랑스 왕을 앞세웠을 거라고. 하지만 못했지. 그런데 우리의 혁명을 그들이, 왕족들이 달가워할까?”
“아니겠지. 과연.”
그런데 이 모든 결론이 향하는 바는 하나다.
고개를 끄덕이던 당통이 눈을 크게 떴다.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가 생각난 것이다.
떨면서 당통이 물었다.
“설마 쳐들어온다는 건가?”
전쟁.
이곳에 전쟁을 겪은 세대는 없다.
그렇지만 사람이 죽는 것은 혁명이 시작되면서 이미 수도 없이 봤다.
바스티유의 날, 파리가 피로 물들던 광경을 떠올리며 로베스피에르는 침중히 말했다.
“아니길 바라네. 하지만 전쟁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 만약, 그렇다면.”
강경파라고 해서 주전파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먼저 전쟁을 일으킬 생각, 로베스피에르도 추호도 없다.
오히려 전쟁이 시민들을 죽일 것이기에 더 피하고 싶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다면, 그 흐름을 잡아야 한다.
로베스피에르가 단호히 말했다.
“최소한 주도권은 우리 자코뱅이 잡아야 해.”
그게 오늘 자코뱅을 소집한 진짜 이유다.
***
혁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지만, 이런 시절에도 [선견지명]은 유효하다.
1791년 3월.
이제 막 봄이 다가오는 시기.
하나의 선언문이 전 유럽에 공표되었다.
-〈프랑스 국왕이 유폐된 것은 유럽 군주 전체의 관심사다. 국왕을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로이센의 국왕, 그리고 모든 군주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조치를 취할 것이다!〉
유진과 로베스피에르의 예측이 맞았다.
필니츠 선언.
원역사에서는 1791년 8월에 일어나는 사태.
바로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의 강대국 군주들이 모여 선언문을 발표한 사태다.
이미 망명을 떠난 아르투아 백작이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요구한 사안이다.
반대로 오스트리아 황제는 동생의 탈출이 실패하자 결국 이런 강경한 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선언 자체는 문자 그대로 선언일 뿐이라, 어떤 강제력을 가진 조약은 아니다.
그러나 이 선언이 나온 탓에, 프랑스 국민의회는 격동할 수 밖에 없었다.
무력 동원.
그 군사력이 향할 곳은 어디일까?
누구나 알 수 있다.
바로 국민의회 의사당이다.
그러니까 의원들이 당장 죽을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것도 원역사보다 반년 가까이 빨리 터진 사태다.
미처 전쟁 준비도 하나도 안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의사당에서 선언문을 들고 로베스피에르가 포효했다.
“보시오! 이것이 군주들의 반응이오!”
그동안 온건했던 지롱드파, 입헌군주파, 중도파도 모두 경악했다.
“이럴수가. 우리가 왕을 죽인 것도 아니고, 그저 유폐시킨 것 뿐인데!”
“무력을 불사해? 감히 오스트리아가!”
“내정간섭이오, 명백히!”
여기에 생 쥐스트가 한 걸음 나섰다.
“아직,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자, 보시죠!”
데물랭과 생 쥐스트, 그리고 산악파 의원들이 의회에 선언문 하나를 돌렸다.
어젯밤 인쇄된 아직도 잉크가 덜 마른 선언문이다.
얼결에 선언문을 받아드는 의원들을 돌아보다, 생 쥐스트가 고했다.
“오늘 프로방스 백작이 발표한 선언문이 입수되었습니다.”
아직 마이크가 없는 시대.
확성기를 든 것도 아니다.
오로지 인간의 목청으로만 연설을 해야 하는 상황.
그 속에서 생 쥐스트는 뱃속에서 소리를 꺼내 고함쳤다.
“왕의 동생, 루이 스타니슬라스 그자비에는 고한다. 만약, 형님이신 국왕 폐하를 위해하려 한다면, 너희 반역자들은 모두 죽고 파리는 잿더미가 되리라!”
문자 그대로 선전포고다.
그간 온건파로 분류되던 인사들이 벌떡 일어났다.
그 중에는 마르스 광장에서 시위에 나섰던 브리소도 있었다.
“미친놈! 이건 혁명에 대한 도전이오!”
그러자 입헌군주파 중 하나, 바르나브가 일어나 손을 급히 저었다.
“잠깐! 아직 성급히 판단할 때가 아니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앙투안 바르나브 의원? 혹시, 그대의 주인인 라파예트 장군의 뜻을 말하는 거요?”
“장군은 내 주인이 아니오! 내 주인은 국민이지!”
바르나브는 필사적으로, 이 자리에 없을 라파예트의 말을 입에 담았다.
“지금 우리가 이 외교적 선언에 반응하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오!”
주인이 아니라지만, 바르나브가 라파예트의 사람임은 누구나 안다.
반대로 말하면 이 말은 라파예트가 한 말이다.
그러니 모든 의원들이 서로 쳐다보며 잠시 주춤거렸다.
함부로 강경히 대응하지 말라.
이게 지금 라파예트가 전한 메시지다.
그런데 라파예트는 현재 민중을 지킨 영웅으로 칭송받는 거물이다.
게다가 국민위병대까지 등에 없고 있으니,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로베스피에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혁명은 피로 시작되었소. 또한 피로만 지킬 수 있습니다.”
다시, 로베스피에르를 의원들이 주목한 순간, 로베스피에르가 연설을 시작했다.
“전쟁은 악덕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또 수많은 타국의 시민들을 죽여야 하는 일이지요. 하지만!”
로베스피에르의 눈이 번뜩였다.
“악과 같은 군주제의 압제에 대항하고, 우리의 자유와 평등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의 시민들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면 피할 수 없소!”
단상에 선 로베스피에르의 연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포문과 같다.
포탄도, 화약도 없지만 불길처럼 의원들의 마음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여기에 데물랭을 비롯한 자코뱅 의원들이 가세했다.
“옳소!”
“무슈 로베스피에르의 말이 맞다! 우리는 지키기 위한 전쟁을 해야 한다!”
“투쟁 없는 승리는 없나니! 싸웁시다!”
이 흐름에 반하면 오히려 정권을 잃는다.
지롱드 파벌에 속하는 의원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일순, 지롱드라 총칭될 의원들의 대표자, 브리소가 벌떡 일어났다.
“이 브리소가 제안하오. 혁명수호를 위한 전쟁을 선포합시다! 적들이 만약 우리 혁명을 침범하려 한다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의사당이 함성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와아아!”
여기까지는 로베스피에르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원역사에서도 브리소는 전쟁선포를 주도한다.
강경파에 밀리지 않기 위해, 오히려 온건파가 주전파가 되는 역사의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다.
-쿠당탕!
숨을 헐떡이며, 파리 시장 바이이가 밀어닥쳤다.
“의원들이여, 급보입니다!”
바이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목하는 의원들에게 고했다.
“왕이, 팔레 루아얄에서 탈출해 도망가다가 잡혔습니다!”
그 순간, 왕당파와 입헌군주파들이 모두 경악해 입을 쩍 벌렸다.
무엇보다 의사당 한쪽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알렉상드르가 주저 앉았다.
아들이 하는 일은 모르지만, 그래도 왕은 죽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던 알렉상드르다.
알렉상드르의 입에서, 만약 유진이 알면 똑같이 말할 소리가 흘렀다.
“그 머저리가······!
반대로 로베스피에르는 굳은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더 이상 이 나라에 왕은 필요없는 존재가 되었군!”
비로소 로베스피에르가 자신의 시간을 맞이한 것이다.
피로, 왕을 죽일 수 있는 시간을.
나아가 혁명의 주도권을 쥘 시간이었다.
유진의 역사개변과 로베스피에르의 역사주도가 충돌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