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0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02화(202/547)
(202) 대운하의 문제는 항상 기술이 아니라 돈이다
수에즈, 홍해 북쪽 끝에 있는 항구 도시다.
“여긴, 메카로 가는 최단거리요. 그래서 항구가 만들어져 있지.”
파도가 몰아치는 작은 항구를 가리키며, 서양식 모자를 쓴 이집트 인이 말했다.
남자의 이름은 가우하리, 콥트 교도 출신의 서기관이다.
프랑스 도래 이후 적극적으로 친프랑스파가 되어 활동 중인 인사기도 했다.
때문에 의복부터 전부 프랑스식 의복을 받아들인 셈이다.
물론 이 의복을 팔고 있는 것은 프랑스군과 함께 도래한 프랑스 상인들이다.
유진은 잠시 가우하리가 가리킨 항구 방향의 배들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배들이 꽤 많군요, 가우하리 서기관.”
“그렇소, 장군. 저들에게는 메카가 예루살렘 같은 곳이거든. 한때는 ‘투르크’ 제국의 함대도 이곳에 주둔했다고 하오.”
“이제는 프랑스 [총독부] 소유가 될 겁니다.”
그러자, 가우하리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미스르 땅을 완전 지배하기로 결정한 거요?”
유진은 가우하리를 흘깃 돌아보다, 피식 웃었다.
오히려 유진을 호위해서 달려온 기마척탄병 여단 장교들이 흠칫 놀랄 정도다.
이집트 완전 지배.
당연히 이집트인인 가우하리 앞에서는 민감한 정치적 얘기다.
문득 유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난 확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본국 정부가 결정하죠.”
“이 몸도 귀가 있소이다. 프랑스에서 제일가는 권력자가 양부라고 들었소.”
“앞으로 그렇게 되실지는 모르죠. 아직은 그분도 그냥 군부의 일인자일 뿐입니다.”
그 순간 가우하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프랑스 총독부가 세워진다면, 우리 콥트 교도들도 통치에 참여할 수 있는 거요?”
이게 가우하리의 진짜 질문인 모양이다.
유진은 가만히 가우하리를 보았다.
프랑스 입장에서 콥트 교도들은 같은 기독교도일 뿐만 아니라, 아주 유용한 협력자다.
그러나 공짜로 참정권을 줄 세력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문득 유진의 입이 열렸다.
“의회를 만들 겁니다, 가우하리.”
“의회? 그게 뭐요?”
“디반과 비슷한 겁니다. 다만 숫자가 더 많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투표로 선출되죠. 임기가 정해져 있는 의원들이 법을 만들고, 결정을 합니다.”
유진의 말에 가우하리가 놀랄 찰나, 유진이 당연하다는 듯 일렀다.
“그 의회는 이집트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될 겁니다. 콥트 교도에게도 의석이 배정되겠죠.”
결국 가우하리가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프랑스가 이집트를 통치한단 말이오?”
물론 유진은 군정청을 없앤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사실 원역사에서 영국도 인도 통치 후반부에 [국민의회]를 만들어준다.
실질 권력은 없는 상태에서 자치의회를 만든 거였지만, 이로 인해 인도인들은 세계대전에 적극 협력하는 태도를 취한다.
바로 이 사례를 유진은 이집트에서 적용해볼 생각이었다.
안전장치는 만들어 놓고 말이다.
유진이 고개를 기울이며 일렀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죠. 프랑스 국적을 가진 사람만 투표권을 가지게 될 테니까.”
“뭐, 뭐요? 국적? 내가 이해한 바가 맞다면, 그러니까 프랑스인만 투표권을 갖는다는 소리 아뇨?”
“맞습니다. 물론 콥트 교도들은 1순위로 투표권을 갖게 되겠죠.”
빠르게 눈을 굴리던 가우하리가 미간을 좁혔다.
“프랑스인을 이곳에 대거 보낼 생각이군, 장군!”
이번에는 유진이 조금 놀랐다.
가우하리는 생각보다 두뇌 회전이 빠른 모양이다.
사실 원역사에서도 가우하리는 단순한 친프랑스인이 아니라, 아예 프랑스법을 배워 법관에 임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프랑스가 영국에 패배하면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죽게 된다.
프랑스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지금은 정반대로 입지가 아주 강력해진 상태였다.
그런 유력자가 유진의 속내까지 간파한 셈이다.
확실히 훌륭한 협력자가 될 것 같았다.
유진이 말 위에 올라탄 채 가우하리를 응시하다 물었다.
“프랑스 인구가 몇 명인지 아십니까?”
“몇 명이오?”
“3천만 명을 넘습니다. 이집트 인구의 8배쯤 되죠.”
가우하리가 입을 쩍 벌릴 찰나, 유진이 가볍게 말했다.
“최소 1백만 명. 그 인구를 이곳 이집트로 보내는 게 향후 나와 오슈의 플랜입니다. 콥트 교도와 함께, 이 프랑스 이집트령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겠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1백만은 엄청난 숫자다.
물론 인구과잉으로 식량난에 시달리던 프랑스 상황에서는 외부로 이주하는 게 꼭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1백만이라는 막대한 인구를 받아들일 이집트는 어떨까?
간신히 입을 닫으며 가우하리가 물었다.
“좋소. 그럼 대체 뭘로 그 많은 추가 인구를 부양할 거요? 이곳은 가난하오.”
“왜 가난하다고 생각하죠. 눈앞에 황금이 있는데.”
“무슨 말이오, 그게?”
유진의 시선이 다시, 수에즈 항구를 향했다.
“가우하리 서기관. 이곳, 수에즈 항구가 메카가 아니라 인도로 열리는 관문이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이, 인도라고?”
“이곳과 지중해를 잇는 도로. 그걸 만들어, 동인도 무역의 대로를 여는 게 우리 프랑스 원정군의 진짜 목표입니다.”
이 먼 이집트까지 5만에 달하는 프랑스 육군과 2만 가까운 해군이 달려온 이유다.
동인도 무역 루트를 뚫는 것.
실제 원역사에서 프랑스가 아주 잠깐 이집트 루트를 뚫었을 때, 영국 동인도 무역은 파산할 뻔 한다.
대서양 무역의 교역품이 재고로 넘쳐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진의 계획이 허황된 것만은 아니었다.
가우하리도 이제야 프랑스의 본심을 이해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해했소! 본래 동방무역이 미스르의 번영 원천이었지. 하지만, 그대들 프랑크인들이 저 멀리 암흑대륙을 도는 항로를 개발하면서, 몰락하고 말았소!”
“그랬죠. 4백년쯤 전 일이지만.”
“하지만 어떻게 도로를 만들고, 항구를 만들고, 또 함선을 만들 거요? 맘루크들이 갖고 있던 보물도 이제 다해가는 걸로 아는데? 설마, 세금을 거둘 거요?”
그 모든 것은 돈이 들어간다.
“면세를 약속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죠. 하지만 공공사업을 벌일 때는 꼭 세금으로만 일하는 게 아닙니다, 가우하리.”
“그럼, 무슨 돈으로? 설마 투르크 제국과 싸워서 받을 생각이오?”
“푸하핫! 설마요. 싸우긴 하겠지만,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게 그럴 돈이 있을까요?”
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다 눈을 찡긋거렸다.
“은행을 만들어서, 채권을 발행할 겁니다. 이곳, 이집트 상인들도 숨겨놓은 돈이 많다더군요. 뭐, 인부가 될 사람들도 많겠죠.”
바로 프랑스에서 유진이 돈을 번 방식이자, 이탈리아에서 금권을 장악한 방식이다.
채권발행.
이를 통해 금융 유동성과 자금을 확보한 후, 신사업으로 다시 수익을 창출한다.
선진금융이 발달하지 못한 곳에서는 더욱 유용할 것이다.
게다가 이집트도 화폐경제이긴 하니 말이다.
그런데 유진을 뚫어져라 보던 가우하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그 채권이라는 거 말이오. 혹시 돈을 주고 ‘이자’를 받는, 그런 거 말하는 거요?”
“그렇죠? 이집트에도 있을 거 아닙니까.”
“없소.”
가우하리는 입맛을 다시며 설명했다.
“우리는 이자를 받는 게 금지되어 있소, 장군.”
그때서야 유진은 이슬람교의 원역사 현대까지 존재하는 문제를 떠올렸다.
***
이슬람교에는 유럽인이 보기에는 괴이한 문화가 많다.
하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 유럽인들도 중세에는 그랬다.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아주 옛날에 만들어진 경전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인데, 이게 적용되는 분야는 꼭 연애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이자’가 그렇다.
“대체 뭐라는 거야? 여긴 이자를 받을 수가 없다고? 가우하리 말이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기자로 돌아온 유진에게 이폴리트가 캐물었다.
비록 겨울이지만 사막은 뜨겁다.
기자로 돌아올 때까지 다 타버린 낯을 식히다, 유진이 힘없이 대꾸했다.
“깜박했어.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이자가 죄악이지.”
“그게 왜 죄야?”
“경전으로 금지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주식회사를 만들었나?”
사실 원역사에서 프랑스는 수에즈 운하를 만들 때,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자본을 긴급히 동원하려다 보니 쓴 방식이었지만, 어쩌면 이집트 인들이 채권을 사지 않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수에즈 운하회사의 주식, 17프로는 이집트 정부가 떠맡아야 했으니까.
이폴리트가 눈을 깜박이다, 경악해 외쳤다.
“이제 어쩔 거야? 우리 이탈리아 방크가 파산할 판인데. 돈 없다고!”
“그걸 이폴리트 네가 어떻게 알아?”
“아, 나도 출발 전에 얘기 들었단 말이야. 올해 사병 월급은 다 줄 수 있는 거야?”
유진은 콧방귀를 뀌다, 부채를 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정도는 계산하고 왔어. 하지만 수에즈 항구는 당연히, 현지 자금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사실 유진도 믿는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알루미늄 은화.
일반 은화의 10배 가치를 교황에게 인정받은 은화는 현재, 유진이 독점 대량생산법을 갖고 있다.
플로리다를 매수할 때 너무 많이 써서, 당분간 쓰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정 급하면 이 알루미늄 은화를 다시 대량생산하면 된다.
그러나 가능한 한, 알루미늄의 가치를 떨어뜨릴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이폴리트도 어느 정도 상황을 알기에 입맛을 다시다, 급히 되물었다.
“대체 얼마가 필요한데?”
“해봐야 알지. 하지만, 일단 지금 계산으로는 최소 4억 프랑이 들 거야.”
“뭐, 뭐, 뭐? 4억 프랑? 그거 이번 원정에 소비된 4천만 프랑의 10배를 넘잖아! 아니, 여기 이집트 1년 세수로 8년이야!”
펄쩍 뛰던 이폴리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근데 콥트교도는 왜 금지되어 있는 거야?”
“몰랐냐? 원래 기독교도 다 이자 금지야. 콥트교도들은 다를 줄 알았는데, 같더군.”
“무슨 중세야? 맙소사!”
물론 이집트는 중세나 마찬가지인 상황이긴 하다.
그러니까 프랑스가 쉽게 정복한 것이다.
하지만 쉽게 얻은 것에는 항상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쩔 건데?”
이폴리트의 질문에 유진이 골똘히 생각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무래도 [수쿠크]를 만들어야겠어. 내가.”
채권이 없다?
그럼, 만들면 된다.
단지 귀찮을 뿐이다.
***
카이로 시타델에 새로운 사무실이 하나 생겼다.
-척!
최신 제작 지도를 펼치며 드농 대사가 껄껄 웃었다.
“드디어, 우리 학자들이 일할 때가 온 것 같군요. 참모장.”
통칭 프랑스 이집트 연구소.
프랑스 이집트 원정군을 따라온 학자 집단이 카이로에서 개설한 연구집단이다.
고대 이집트 고고학 연구에서부터, 현재 이집트 지형과 문화, 그리고 집단 분포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순수학문이나 예술가 집단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원정군의 최대 목표, 곧 수에즈 항구 건설이 바로 이들의 연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진은 그간 연구를 진행해온 총책임자, 볼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떻습니까? 수에즈 항구와 지중해를 잇는 육로 건설은?”
“어렵습니다.”
“예? 왜죠?”
볼네가 입맛을 다시다 그간, 수에즈를 다녀온 성과를 설명했다.
“중간에 사막이 있고, 또 베두인들이 길을 자주 가로막아요. 우리가 탐색할 때는 클레베르 장군의 병사들이 막아주긴 했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아니, 그래도 증기자동차를 이용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직 장거리 운행은 무리라고 하더군요, 무슈 폴리도.”
유진은 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프랑스 이집트 연구소 학자들은 그저, 부정적인 면만 갖고 온 게 아니었다.
볼네가 준비해두었던 해결책을 슬쩍 제시했다.
“그래서 말인데, 고대 운하를 다시 파는 건 어떻습니까?”
유진이 멀뚱거리다 되물었다.
“지금, 운하라고 하셨습니까? 볼네 교수님?”
“그렇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전설의 이집트 파라오, 세소스트리스가 나일강에서 홍해까지 가는 수로를 팠답니다. 저 유명한 다리우스 황제도, 또한 프톨레마이오스 대왕도 이 길을 썼다는군요.”
“그건 길이 막혀서 어려울 텐데요. 아니, 잠깐.”
시선이 지도에 닿을 찰나, 유진이 황급히 물었다.
“운하를 파면서 그 옆에 도로를 만드는 건 어떻죠?”
학자들이 서로 돌아 보았다.
그때 종이에 뭔가를 계산하듯 쓰던 학자가 고개를 들었다.
가스파르 몽쥬, 학자들 중 최고의 수학자로 유명한 남자다.
“흐음, 오히려 쉬울 수 있소. 결국 베두인들, 그리고 사막이 문제요. 한데, 운하를 파는 건 육로를 만드는 것보다 어차피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죠? 그러니 차라리 더 쉬워요.”
이를테면 이것은 규모의 역설이다.
사실 원역사에서 운하가 뚫리기 전, 영국인들이 육로 통로를 개설한다.
한데 이 통로는 사막길인데다 현지 원주민인 베두인의 방해, 그리고 도로 관리의 부재로 인해 결국 버려지게 된다.
이후 수에즈 운하가 개설되어 아예 이 운하만 쓰게 되는 것이다.
운하는 육로 통로보다 훨씬 비싸게 먹혔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치안병력과 관리비용이 투입되었다.
때문에 베두인도 함부로 습격하지 못했고, 운송량이 많아짐에 따라 비용보다 수익이 훨씬 더 많이 창출되었다.
그러니 소액을 투입하는 것보다, 차라리 거액을 투입하는 게 훨씬 쉬워진다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그때 한쪽에서 설계도를 그리던 청년 건축사 한 명이 고개를 들었다.
“어,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가 조사하기로 지중해와 홍해는 해수면의 차이가 있어요. 약 9미터 정도나 됩니다.”
자크 마리 르 페르, 이집트 원정군에서 건설 작업을 도맡는 초일류 건축기사다.
다만 이 사람은 원역사에서도 한 가지 실수를 한다.
워낙 촉박한 기간이라, 지중해와 홍해의 해수면이 9미터 차이난다고 잘못 측량한 것이다.
유진은 페르를 보다 피식 웃었다.
“그건 일단 파고 걱정하죠.”
“예?”
“무슈 페르, 장담하는데 이번 운하 건설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박을 칠 겁니다. 왜냐면.”
어차피 지중해와 홍해는 해수면 차이가 없다는 말 대신, 유진은 [은행가]의 언어로 답했다.
“이집트의 모든 자본이 이 운하에 집중될 테니까요.”
그러니까, 이것도 [규모의 역설]이다.
사막 육로는 관심 없는 카이로 상인도, 대운하에는 눈이 번쩍 뜨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