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0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03화(203/547)
(203) 수쿠크 채권으로 대운하의 꿈을 꾸자
사실 이른바 [이집트 운하]는 무려, 기원전 1848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운하라고? 그것도, 바다에서 바다를 잇는 걸로?”
“3천 년 전에도 만들어졌다잖아요.”
“이런, 유진. 결국 이걸 맡게 되는 건 나지, 네가 아니잖아? 맙소사.”
프랑스 원정군 사령관, 오슈가 어이없는 얼굴로 두 손을 들었다.
아무리 유진이 실세라도, 공식적인 이집트 최고위자는 오슈다.
나아가 운하는 일단 건설이 시작되면 최소 5년 이상, 어쩌면 원역사처럼 10년도 걸릴 수 있는 대공사다.
그러니 영낙없이 떠맡게 될 오슈로서는 기막힌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뻔뻔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유진을 보아 온 오슈는 결국 혀를 차며 포기했다.
한 번 결정하면 절대로 굽히지 않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하물며 지금은 그냥 어린 애도 아니고, 원정군 참모장인데다 넬슨을 죽인 장군이기도 하다.
“좋아, 그럼 돈은? 참고로 우리 기자 사령부에는 지금 병사들 줄 봉급도 간당간당해. 카이로에 있는 걸 다 퍼부었거든.”
유진은 싱긋 웃으며 아주 간단하다는 듯 답했다.
“채권을 발행할 겁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클레베르가 퉁퉁한 볼을 퉁겼다.
“제정신인가, 프라이슈츠? 이슬람교에는 이자가 없다던데?”
“그렇다고 여기도 금융이 없는 건 아니에요, 클레베르 장군님. 무다라바, 그리고 무샤라카라는 방식이 있죠.”
“무다, 뭐? 그게 뭔데?”
유진이 자신을 쳐다보는 사령관과 사단장들을 돌아보며 설명했다.
“무다라바는 자본과 노동을 교환하는 투자 방식, 무샤라카는 합자투자예요.”
물론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무다라바는 일종의 전문경영인 체제다.
반대로 무샤라카는 공동경영 체제라 할 수 있다.
대상인이 돈을 대고, 모험상인이 원거리 상행을 하는 게 무다라바라면, 대규모 곡물 거래를 위해 함께 돈을 대고 물건을 사서 파는 게 무샤라카다.
모두, 이익이 나면 분배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이슬람 상인들의 투자 방식이다.
돈을 들여 돈을 번다는 점에서 은행 이자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듣고 있던 마르소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이자랑 뭐가 다른 건가?”
“확정이 아니에요.”
“뭐?”
유진이 탁자에 놓여 있던 [코란]을 들어 보이며 일렀다.
“확정된 이자를 받는 게 경전 상 죄가 돼요. 이익에 대한 배분은 죄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노동 없이 돈에 대한 이익만을 받는 게 죄라는 얘기다.
이는 꼭 중세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원역사 현대에도 금융가를 범죄시하는 시각이 있을 정도니까.
사실, 1797년 현재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어쩐지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오슈가 눈을 크게 떴다.
“잠깐, 그럼 우리가 수에즈 항구 건설도 하고, 관리도 하고, 지배도 하는데. 그 수익은 함께 나눠야 한다고?”
그 말에 모두가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완전히 거저 퍼주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유진은 거기에 덧붙였다.
“항구만이 아니라 [운하]도 판다니까요? 네덜란드에서 못 봤어요?
“아니, 그럼 우리는 왜 이집트를 정복한 거지? 이집트 시민들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거야?”
“몰랐어요? 우리 원정의 목적은 영국이에요, 오슈.”
유진이 이번에는 벽에 걸린 커다란 세계지도를 가리켰다.
“영국이 인도를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게 이집트 원정의 알파와 오메가에요. 그게 우리 해군이 이집트 앞바다에서 수장당하면서 싸운 이유고.”
지도에는 거대한 항로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영국에서 아프리카를 돌아, 희망봉을 거쳐 인도까지 가는 항로다.
이 항로는 너무 멀어서, 영국도 아프리카 항로에만 목을 맬 수 없다.
그래서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있던 루트가 바로 이집트 방면 무역소다.
그 순간, 유진이 이집트 동쪽에 선을 그었다.
-스윽.
다미에타 인근에서 수에즈로 이어지른 라인.
현재 프랑스가 장악한 이탈리아 반도에서 다미에타로, 다시 수에즈로 넘어가면 홍해다.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 해를 지나면 곧 인도 아대륙이 나온다.
아프리카 루트를 극적으로 단축시키는 항로.
이 항로가 개척되면 이집트 루트는 더 이상 보조루트가 아니다.
메인 루트로 변모한다.
오슈가 뚫어져라 지도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거기에 우리 군 절반이 회군해야 하는 이유지?”
유진이 흠칫 놀랐다가 어깨를 움츠렸다.
“일단, 그렇죠.”
“좋아. 그럼 어떤 방식으로 채권을 팔 거지? 이자가 없는 채권을?”
“수쿠크.”
유진은 다시, 코란을 들며 싱긋 웃었다.
“이자가 아닌 [임대료]에 거는 채권이 될 겁니다.”
이 채권을 만들자면, 코란의 권위가 필요하다.
***
사실 수쿠크라는 이름의 유래는 중세 아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쿠크? 그건 원래 계약문서나, 지불문서를 뜻하는 말인데?”
대이맘, 샤르카이는 알 아자르 모스크의 중심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우하리의 통역으로 들었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본래 수쿠크는 계약문서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역사 현대, 수쿠크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이자가 존재하지 않는 아랍권에서 이자를 대체하는 금융 수단으로 말이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서를 내밀었다.
서명란이 비어 있는 인증 문서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새로운 이슬람식 금융 방식이 될 겁니다. 대이맘.”
“흐음, 들어나 봅시다. 어떻게 하려는 것이오? 또한, 왜 내게 왔소?”
“왜냐면 이 방식이 [율법]에 맞다는 이맘의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유진이 아라비아어로 번역된 채권 설명서를 제시하며 일렀다.
“이건 윤리적인 채권입니다, 이맘.”
설명서를 보던 샤르카이가 눈썹을 치떴다.
우선 도박을 비롯한 ‘사악’한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과도한 보상도 있을 수 없다.
[리바]라고 불리는 이슬람식 이자도 주지 않는다.문자 그대로 ‘윤리적’인 사업에만 쓰게 될 것이며, 이 윤리성은 율법학자(이맘)들만이 판정할 수 있다.
설명서를 뒤집어봐도 똑같은 내용이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샤르카이가 유진에게 물었다.
“놀랍군. 이런 조건을 달고 과연 이익을 얻을 수 있단 말이오?”
“가능합니다.”
“어떻게?”
유진은 가볍게 지도를 펼치며 설명했다.
“먼저 수에즈 항구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 겁니다. 주식회사죠.”
“주식회사?”
“간단히 말해 기업 소유권을 나눠 갖는 증서를 발행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프랑스 정부와 군정청, 그리고 보아르네 은행이 될 겁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권인 [주식]은 일부러 유진은 슬쩍 넘겨 버렸다.
물론 들었다 해도 주식회사에 대해 샤르카이가 이해하기는 어려웠겠지만 말이다.
허나 채권은 훨씬 이해하기 쉽다.
“이 회사가 발행하는 수쿠크 채권은 이집트인들도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채권을 사서 이자를 받는다고? 그건 안 되오.”
“이자가 아닙니다. 이맘.”
유진이 설명서 구석을 가리켰다.
“항구 시설 임대료와 출입료를 받게 될 겁니다. 채권의 금액에 따라, 정액으로.”
샤르카이가 눈을 휘둥그레 뜨다 고개를 기울였다.
“잠깐, 정해진 확정 이익은 율법상 금지된 범죄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집세는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슬람교에서는 집이나 땅을 빌려주는 일이 없습니까?”
“그야, 낙타도 빌려주긴 하지요.”
그 순간, 유진이 눈을 빛내며 외쳤다.
“그 대여료는 전부 정해져 있을 거 아닙니까!”
이를테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식이긴 하다.
하지만 원역사 현대 아랍 금융가들도 이런 방식으로 [이자 금지]를 피해간다.
부동산이나 노력이 확보된 사업에 대한 수익은 가능하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이 수쿠크는 어떤 대여료를 받게 될까?
바로 항구 시설 사용료다.
가만히 유진을 보던 샤르카이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소년 장군의 말이.”
조금 탐탁찮은 얼굴이다.
허나 결국 샤르카이는 유진의 노력을 인정한 셈이다.
일단 가능한 한 이슬람교의 방식을 존중하며 사업을 진행하려는 ‘프랑크’ 출신 소년의 노력을.
문득 유진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직 절 소년으로 보시는군요.”
“능력이 뛰어난 건 인정하지. 하지만 아직 우리 입장에서는 미성년자요.”
“왜 그렇습니까?”
일순, 샤르카이가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수염을 기르지 않았소.”
유진은 가우하리의 통역이 이상한 게 아닌가 잠시 의심해야 했다.
“예?”
“혼인도 하지 않았겠지? 설마, 혼인도 않았는데, 그 같이 붙어 다니는 ‘약혼녀’와 선을 넘지는 않았겠지요? 예수의 가르침에도 혼전순결을 지키라는 말이 있을 텐데.”
“아니, 잠깐. 대이맘, 일단 폴린은 제 약혼녀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상한 짓을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자 샤르카이는 더욱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과년한 처녀가 붙어 다닌단 말이오? 에잉! 어쨌든, 그대는 아직 어른이 아니오!”
사실 이것은 유진이 미처 모르는 중세적 이슬람교의 풍습 때문이다.
수염을 기르지 않은 소년은 이슬람교에서 [남색] 대상이 된다.
당연히 율법에 어긋나지만, 많은 이슬람 유력자들이 저지르는 율법상 ‘죄악’이기도 했다.
그러니 엄격한 율법학자, 샤르카이 입장에서는 의심했던 것이다.
혹시, 유진이 오슈의 남색대상이 아닌가?
오슈가 사령관이고 유진이 이상하게 실세 같으니, 샤르카이로서는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그렇지만 또 자세히 보면 과년한 ‘처녀’, 그러니까 폴린이 붙어다니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상황이었다.
물론 유진은 그냥 수염을 기르지 않아 어리게 보나 생각할 뿐이었지만.
서로 오해하던 장군과 이맘이 서로를 멀뚱히 보았다.
문득, 이맘 쪽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남색도, 여색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율법은 잘 지키는 소년이라 여긴 걸까.
“하지만 아이든 어른이든, 알라의 의지에 따라 진리를 말할 수는 있는 법이지.”
“예? 어, 그렇죠.”
“이 수쿠크는 율법에 맞는 증서요. 나, 대이맘 샤르카이가 인증하리다.”
샤르카이가 일필 휘지로 펜을 들어 서명했다.
-슥, 슥, 슥!
순간 유진이 부리나케 증서를 받아들며 눈을 반짝였다.
“감사합니다. 이제, [운하]를 팔 수 있겠군요.”
“응? 무슨 말이오. 항구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소?”
“만들 겁니다. 다만, 수에즈 항구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건 육로만이 아닐 겁니다.”
문득 유진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대운하가 그곳에 생길 겁니다.”
도로와 운하의 동시공사.
이게 바로 유진이 채권을 팔아치우는 명분이다.
***
아직 고속도로가 없는 근대 전야, 대량운송은 오직 [해상]으로만 가능하다.
“자, 수쿠크 채권 사려! 대이맘 샤르카이께서 율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장한 채권이오!”
야콥 한나를 비롯한 콥트 서기관들이 칼릴리 시장에 좌판을 깔았다.
수많은 상인들이 몰려와 앞다투어 돈을 주고, 채권을 사는 모습이 보인다.
유진은 알지 못했지만, 그중에는 딸을 빼앗겼다고 화내던 알 쿠아리도 있었다.
채권이 순식간에 동이 나는 모습을 구경하다, 이폴리트가 혀를 내둘렀다.
일단 최소 금액이 100디나르, 그러니까 금화 100개로 시작하는 데도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
지금껏 연간 세수 5천만 프랑이 고작이라 알고 있던 이집트였다.
그렇지만 지금 팔려나가는 채권을 보니, 4억 프랑을 조만간 채울 것 같았다.
“와, 진짜 불티나게 팔리는데? 카이로에 이렇게 부자가 많았어?”
“소득과 자산의 차이야, 이폴리트.”
“그게 무슨 말이야?”
유진이 언뜻 보기에도 허름해 보이는 상인들을 보며 말했다.
“지금 이집트는 소득수준은 프랑스보다 낮아. 하지만, 우리처럼 전쟁을 한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권력다툼 외에는 싸울 일이 없었지.”
“어, 그랬나? 하긴, 사막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투르크 정복 후 최소 4백 년 간, 평화롭게 소득이 자산으로 축적되었단 얘기야.”
그 허름한 상인의 손에서 눈부신 황금이 나오는 모습은 실로 이채롭다.
“지금껏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던 자산이 이제, 시장으로 나올 때가 된 거지.”
물론 1백디나르 짜리만 팔린다면, 목표 자본 달성까지 한참 걸릴 것이다.
허나 채권은 1천 디나르, 1만 디나르짜리도 무수히 팔리고 있었다.
이곳, 카이로의 상인들은 채권 투자로 참가할 사업, [대운하]에 확신한 셈이다.
이건 반드시 돈이 된다고.
사실 누구라도 항로만 계산해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다만 원역사에서 프랑스는 정작 운하를 만들고도 영국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군사적으로 이겨야 하는 문제가 있다.
유진이 그 점을 헤아리고 있을 찰나, 문득 이폴리트가 다시 물었다.
“그럼, 다 좋은데 우리는 어디서 이익을 얻는 거야? 설마 프랑스 정부에 돈을 받아야 하나?”
“무슨 소리야? 저기 이익이 쌓이고 있잖아.”
“엥? 수쿠크? 저건 고스란히 수에즈 항구랑, 뭐, 대운하인가에 쌓이는 거 아냐?”
유진은 슬쩍 수쿠크 한 장을 들어 이폴리트에게 보였다.
“이걸 잘 봐. 누가 이 채권을 보증하고, 또 중개하는지.”
아랍어로 적혀 있는 문서라, 놀리냐고 이폴리트가 이죽대려던 찰나였다.
-〈보아르네 이탈리아 방크〉
아주 또렷이 쓰여져 있는 중개인의 명의가 있다.
분명 유진이 제노바에 만들어 놓은 은행 사업체다.
한데, 왜 이게 여기서 나올까?
“어, 어, 어?”
“채권 금액의 5프로. 우리 은행 중개수수료지.”
“잠깐, 목표액이 4억 프랑이었나? 그러면!”
유진은 싱긋 웃으며 몸을 돌렸다.
“2천만 프랑. 이걸로, 우리 투자액의 절반은 회수한 셈이지?”
그 뒤로 바삐 외치는 대상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1만 디나르짜리 10장! 우리 일족 전부가 사겠소!”
이제 프랑스와 이집트의 합작사업, 수에즈 운하가 개시될 날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