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0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04화(204/547)
(204) 수에즈 운하 앞에서 결국 키스당하다
삽질은 꼭 성공해야만 시도하는 게 아니다.
-퍽, 퍽, 퍽!
수에즈, 정반대에 아직 아무것도 없는 모래사장이 있다.
그곳에 첫 삽을 뜨는 인부들이 모였다.
이들을 지휘하는 건축기사는 자크 마리 르 페르, 원역사에서는 수에즈 운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던 청년 기술자다.
지금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하지만 유진은 기술자와 학자들, 그리고 장군들 앞에서 호언장담했다.
「이 대운하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박 날 겁니다.」
설사 실패한다 해도 수에즈 항구는 확대된다.
원래 영국이 사용하던 보조 인도 무역 루트가 프랑스 주도하에 형성된다는 얘기다.
또한 이집트 상인들이 프랑스 사업에 투자하고, 이익을 분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집트 중간규모 자본가 형성, 그 자본가들의 프랑스 이해관계 생성, 그리고 프랑스 종속이라는 연결고리가 탄생할 수 있다.
물론 이거야 그냥 설명하기 위해서 말한 거고, 유진은 대운하 자체가 성공할 것을 확신한다.
당연히 미래 역사를 모르는 이폴리트는 회의적인 눈으로 운하 공사 현장을 보았다.
“이거, 정말 운하가 남과 북에서 관통되긴 하는 거야?”
“글쎄, 아마 영국산 [시멘트]를 잔뜩 바르긴 해야 할걸.”
“엥? 그게 뭐야? 석회랑 다른 거야? 영국은 벌써 그런 것도 만들었어?”
이른바 근대적 시멘트는 이미 영국에서 만들어진지 오래다.
존 스미턴이 점토와 석회석을 섞은 수경성 석회를 만든 게 1756년이다.
이 석회가 공사현장에 널리 쓰여지고 있었다.
한데 최근 영국의 제임스 파커가 석회석을 고온에서 조성하면 훨씬 빨리 굳는다는 간단한 사실을 발견했다.
고작 1년 전 일이다.
“작년, 그러니까 1796년에 발표된 거지. 한데, 그건 특허가 났을 텐데? 파트롱이 하라고 해서 만들긴 했네만, 이렇게 우리가 만들어서 써도 되는 건가?”
문득 유진과 이폴리트 옆에서, 얄쌍하게 생긴 중년 학자가 입을 열었다.
라부아지에, 곧 프랑스 최고 화학자다.
이집트 원정군 학자단에 참여해 여기까지 왔지만, 그간 병으로 누워있던 상태였다.
이제야 침상에서 일어나 활약할 공간을 찾은 것이다.
유진은 라부아지에의 걱정을 듣다, 피식 웃었다.
“나중에 특허료 지불하죠, 뭐. 무슈 라부아지에.”
“하하하! 하긴,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 듀퐁 군이 걱정할 일이지!”
“그것도 그래요. 일단, 여기 시멘트 공장도 만들긴 해야겠네요.”
이른바 급속 응결 시멘트, 통칭 [로만 시멘트]가 삽질이 이뤄질 때마다 부어진다.
수경성 석회와 물을 5대2로 혼합해, 1시간 이내에 응결이 가능해지는 건축재료.
프랑스 원정군의 화학자 대표, 라부아지에가 진두지휘해 만들어낸 물건이다.
당연히 이 공법은 특허가 난 상태다.
나아가 유럽은 이미 18세기부터 타국의 특허를 존중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전쟁 중인 적국이라 해도, 이 제도는 지켜지곤 했다.
때문에 영국 발명가에게 막대한 특허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그거야 유진-듀퐁 화학상회의 경영자, 듀퐁이 걱정할 일.
머나먼 이집트에서 먼저 고민할 일은 아니다.
이곳에서 고심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물론 저 사막에 있는 [베두인]들을 잘 달래야 만들 수 있겠지만요.”
유진이 마치 공사 현장을 감시하듯, 저 멀리 서 있는 낙타 유목민들을 가리키며 일렀다.
숫자는 대략 3백 기 내외다.
원정군 경비병력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유사시 피해를 끼치기 충분한 수다.
이폴리트가 터번을 쓴 유목민들을 보다 입맛을 다셨다.
“저 사람들이 원래 아라비아 인의 중추라고?”
“아랍어로는 [바다위]라고 한다더군. 카이로인들 대부분과 조상은 같아. 결국 원래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온 정복자들의 후손이니까.”
“도시에 정착하지 않은 유목민이라 이거지? 흠, 어떻게 구슬린 거야?”
유진은 가볍게 품 속에 있던 주머니를 하나 꺼내 흔들었다.
-쩔렁!
주머니 안을 들여다보다, 이폴리트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뭐야? 알루미늄?”
“유럽에서 새로 만들어진 은화라고 얘기했지. 사막민족은 대체로, 귀금속을 좋아하거든. 게다가 이건 실제로 우리 프랑스에서는 통용되잖아.”
“야, 차라리 그냥 은을 주지. 이걸 주면 어떡해? 은 10배 가치인데!”
그러자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통역 겸 서기관, 가우하리가 입을 쩍 벌렸다.
“은화 10배라고? 그런 얘기는 안 했잖습니까?”
그러니까, 유진은 일종의 뇌물로 사막을 누비는 유목민들을 녹여버린 셈이다.
베두인, 아라비아 어로 [바다위]라 부르는 사막의 유목민들이다.
본래는 중세 아라비아 제국을 만든 이슬람교의 창시민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페르시아인, 투르크인, 그리고 맘루크가 무슬림 주도권을 차지하면서 뒤로 밀려난 민족이기도 하다.
그나마 도시에 정착한 베두인들은 도시민이 되었지만, 사막에 남은 이들은 여전히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비단길 무역이 전성기던 시절에는 무역상으로 번영을 누린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서양과 인도양 무역이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18세기 말.
자연히 베두인도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난 상태다.
그런데 하필 이른바 수에즈 루트를 베두인들이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진은 이들에게 알루미늄 은화를 퍼부었다.
이동형 삶을 영위하는 베두인들이, 특히 귀금속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개를 담당했던 가우하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은화 1천 디르함을 준 줄 알았는데 1만 디르함을 준 꼴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정작 유진은 태연히 대꾸했다.
“결국 은보다 싸지게 될 때가 올 금속이에요. 지금은 기술이 부족해서 비싼 거죠, 가우하리.”
“그게 언제입니까?”
“글쎄요. 한 백년 쯤?”
원역사에서 실제로 전기분해법이 공표된 뒤에도, 수십년 동안 알루미늄은 여전히 은보다 좀 더 비쌌다.
그러니 최소한 유진 생전에는 알루미늄이 은화보다 싸질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유진의 말을 농담으로 들은 가우하리가 황급히 베두인에게 뛰어가려 들었다.
“당장 은으로 바꿔 오겠습니다. 어차피 저 유목민들은 모를 겁니다!”
사실 수에즈 인근 베두인 부족 입장에서는 알루미늄보다 은이 더 달가울 수도 있다.
유럽에서 쓴다고 하는 데다 공짜로 주니 받긴 했지만, 은과 엄연히 다른 금속인 게 무게에서 느껴지니까.
그러나 유진은 가우하리를 제지했다.
“관둬요, 가우하리.”
“보나파르트 장군! 이건, 과도한 보상입니다. 저들이 뭘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통행만 허가하는 건데!”
“알고 보니 은보다 가치 있는 금속으로 대가를 받았다면, 오히려 더 마음이 동할 겁니다.”
유진의 시선이 멀리서 이쪽을 보는 베두인 부족장을 향했다.
“이집트 프랑스 군정에 협력하고 싶은 마음도 더 커지겠죠.”
그때 오슈가 물었다.
“다 좋은데 말이야, 유진. 저 거친 사람들을 내가 통제해야 하는 거냐?”
유진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은 수에즈 운하, 공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러다 보니 사령관도 직접 이곳으로 온 모양이다.
지중해 방면, 수에즈 운하의 출구가 될 황무지로.
그러나 오슈는 정작 운하보다 베두인 무장부족민을 더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죠?”
“어쩐지 수틀리면 칼이라도 휘두를 거 같이 생겼는데.”
“칼이라, 그건 저 무인 정신 투철한 유목민들보다는 광신도를 경계해야죠. 호위병은 확실히 더 늘리세요. 특히, 사바테에 능한 친구들로.”
어차피 베두인은 창검으로 무장한 중세적 무장세력이다.
이제 근대화가 시작될 유럽군대를 막을 세력은 아니다.
만약 맘루크가 근대화 되었거나, 혹은 원역사처럼 이집트를 근대화하는 군주, 무하마드 알리라도 온다면 혹시 모른다.
현재 상황에서 프랑스 원정군을 무너뜨릴 군사적 집단은 이집트에서 형성되지 않는다.
다만 원역사에서도 그랬듯, 이집트에 주둔하는 프랑스인들이 걱정할 상대는 따로 있다.
광신도 암살자의 존재다.
이 문제는 호위병을 강화하고, 특히 맨손 격투기에 능한 사람들을 배치할 수밖에 없다.
오슈가 피식 웃었다.
“이집트에서 우리를 쓰러뜨릴 자는 우리가 모두 이겼으니까?
유진이 마주 웃었다.
“그렇죠.”
결국 이집트의 운명은 내부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외부에서 결정된다.
이것이 19세기 역사 경험칙이다.
***
물론 그렇다고 시대착오적인 기사단을 꽂아 넣는 것은, 조금 과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아주 황량하군. 이곳도 이제 우리가 지킬 곳인 거요?”
성 요한 기사단, 몰타 기사단, 때로 구호기사단이라 불린 조직의 단장, 홈페쉬가 물었다.
“그렇죠. 이름은 [포트 오슈]라고 지을까 합니다.”
바로 어제 오슈가 공사현장을 보고 간 황무지다.
본래 원역사에서 이곳에 붙여지는 이름은 다름 아닌 포트 사이드.
건설 당시 이집트 군주 이름이 사이드라서 명명된 명칭이다.
그러니 현재 이집트를 사실상 통제하는 [오슈]의 명의를 붙인다고 이상할 것도 없다.
물론 홈페쉬는 눈썹을 치뜨다 물었다.
“오슈 사령관 명의를 딴 건가? 사령관은 아는 거요?”
“모를걸요. 건설 시작한 후에 알리려구요. 사실 원래는 명성 높은 ‘혁명가’의 친구였거든요. 공화국이 아닌 개인에게 뭔가가 돌아가는 걸 싫어할 겁니다.”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 프라이슈츠 장군에게는 꼭 아들 대하듯, 뭐든 주려고 하더군요.”
순간, 유진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랜드 마스터, 너무 깊게 파고드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아직 아들이 없는 오슈가 유진을 아들처럼 여기는 것, 이상할 것도 없다.
본래 오슈는 조세핀의 애인이었다.
만약 유진이 조금 노력해 오슈와 조세핀을 결혼시켰다면, 양부는 나폴레옹이 아닌 오슈였을 터다.
허나 홈페쉬 같은 외인이 그런 걸 파고드는 건 좋지 않다.
눈을 굴리던 홈페쉬가 고개를 끄덕이다,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소. 한데, 이 모래사장에 뭘 만들자니 막막하군.”
그때 유진이 공사현장을 보며 일렀다.
“재원은 채권으로 하시죠.”
“채권이라고?”
“3백만 프랑을 투입할 겁니다. 기사단 명의로 채권을 발행하시면, 그걸 프랑스 군정청이 사들이는 방식이죠. 물론 그게 그냥 채권은 아닌 건 아시겠죠?”
눈치 빠른 홈페쉬는 입가를 비틀며 혀를 찼다.
“목줄인가, 쯧.”
본래 프랑스 이집트 원정군은 성 요한 기사단과 협약을 체결했다.
유진이 주도해 체결한 이 협약에 따르면, 프랑스는 성 요한 기사단에 이집트 영토 일부를 내어준다.
성 요한 기사단은 영토를 얻는 대신, 해군 수비 역할을 일부 담당하게 된다.
우선 다미에타에 본부를 두게 되지만, 또한 이곳 ‘포트 오슈’도 성 요한 기사단의 관할이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엄청난 특혜다.
수에즈 운하가 만들어지고 나면, 그 지중해 방면 출구를 성 요한 기사단이 장악하게 되니까.
프랑스 입장에서는 손해가 될 수도 있는 거래다.
대체 왜 유진이 이런 거래를 진행했을까?
물론 성 요한 기사단의 [거부권]을 유진이 갖는 조건이 있긴 하다.
허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문득 홈페쉬가 금액 수치를 계산해보다 물었다.
“뭐, 좋소. 성채 건설이라면, 우리도 일가견이 있지. 마음대로 만들어도 되겠지요?”
“그렇게 하시죠. 대신, 항구가 만들어지면 이곳의 입항료는 몰타기사단이 받아도 좋습니다.”
“이젠 몰타에 있지도 않은데, 무슨 몰타요? 그냥 옛 명칭대로 [구호] 기사단이라 부르면 되지.”
홈페쉬의 시선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항구를 향했다.
“이곳이 알렉산드리아를 거쳐, 유럽의 배들이 도착할 지중해의 최종 항구가 되겠군.”
성 요한 기사단, 혹은 구호기사단은 그저 단순한 무력집단이 아니다.
해양에서 이슬람 해적들과 싸워 해군 역량을 갖고 있다.
유럽 최고의 교육을 받은 가톨릭 귀족들이 단원이기도 하다.
나아가 전 유럽에서 금융업을 벌여온 엘리트 경제인 집단이다.
[포트 오슈]가 갖게 될 가치를 헤아릴 수 있다는 뜻이다.유진은 홈페쉬 옆에서 인부들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인도의 무역선들이 처음, 유럽으로 들어서는 관문이 될 겁니다.”
“성지로는 언제 갈 거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문득 홈페쉬가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이 모든 작업은 수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지. 하지만 프라이슈츠 장군은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은 없어 보여서 하는 말이오. 언제 떠날 생각이오?”
이것이 유진이 홈페쉬, 아니 구호기사단에게 해상 경계를 맡긴 진짜 이유다.
프랑스 지중해 함대는, 이제 유진과 함께 출발해야 하니까.
당연히 대대적인 침공이 있다면 함대는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알제리 해적의 공격이나, 영국의 탐색전 공격 정도는 구호기사단의 전력으로도 막을 수 있다.
유진은 자신의 속내를 간파한 홈페쉬를 뚫어져라 보다 대꾸했다.
“준비가 끝나면, 바로 출발할 겁니다.”
그러자 홈페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우리 쪽에서 도울 친구를 하나 보내지.”
“누구죠?”
“조반니 바티스타 톰마시. 내가 가장 신뢰하는 마스터 중 하나이자, 우리 구호기사단의 해군 총지휘관이오.”
톰마시, 원역사에서 망해버린 구호기사단을 부활시키는 장본인이다.
요컨대 기사단 2인자랄까.
유진은 눈을 크게 뜨다 결국 감탄해 버렸다.
“홈페쉬 그랜드 마스터, 정말로 제 생각을 꿰뚫어 보셨군요. 어쩐지, 당신에게 이 항구를 맡기는 게 안심이 되네요.”
구호기사단도 유진에게 최고의 인재를 선사한 셈이다.
성패를 알 수 없는 도박성 원정에 또다시 나서는 유진을 위해서.
문득 파도가 거세게 몰아쳤다.
-쏴아아!
이제 만들어질 포트 오슈의 시멘트에 부딪쳐 사라질 파도가.
***
수에즈와 달리 공사중인 포트 오슈는 카이로에서 제법 올 만 하다.
“여기에 항구가 생긴다고?”
기자처럼 바로 옆은 아니지만, 나일강을 따라오면 다다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베두인 습격자들도 뇌물로 방지했으니, 여자들도 호위가 붙으면 방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최고 군사령관의 여동생이라든가.
유진은 폴린을 수행하다 어깨를 으쓱였다.
“포트 오슈, 대운하의 출구가 될 곳이지. 보기에 따라선 입구고.”
“왜 네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
“내 이름을 붙이다간, 포트 보나파르트가 될 건데?”
그 순간, 걸음을 옮기던 폴린이 멈춰 돌아섰다.
“끝까지 날 고모로만 보겠다는 거야?”
햇살이 서쪽, 나일강 쪽으로 사라져가는 시간.
석양이 비추는 폴린의 모습은 이채롭게 보인다.
유진은 폴린을 보다 생각한다.
그저, 고모로만 볼 수 있을까?
없다.
허나 폴린은 너무 복잡한 상대다.
“폴린, 이건 그런 문제가 아냐.”
“해전이 끝나면, 그 다음에 날 생각해준다고 하지 않았어?”
“너와는 복잡한 문제가 있지. 하지만, 내가 정말 원한다면 그걸 다 뛰어넘을 수도 있어. 문제는.”
폴린은 나폴레옹의 동생이다.
나폴레옹은 원역사에서 유진의 동생, 오르탕스와 자신의 동생 루이를 강제혼인 시킨다.
그러나 이것은 나폴레옹이 원해서가 아니라 후계자를 얻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결단이었다.
이미 폴린은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혼기가 찬 여자다.
그러니 나폴레옹이 폴린을 혼인시킨다면 법적으로 친족혼이 되는 무리한 혼사보다, 외부 인사와 정략혼을 시킬 것이다.
게다가 보나파르트 일가에서도 조세핀과 더욱 엮이는 문제를 달가워할 리 없다.
하지만 만약 유진이 정말 폴린을 원한다면, 뛰어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유진은 아직 기억한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처음 본 소녀를.
툴롱으로 가던 길,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환송하던 공주의 입맞춤을.
무엇보다, 약속을.
“난, 마리와 약속했어. 돌아가면 약혼한다고. 그래서.”
그 순간, 폴린이 포트 오슈의 황무지 위, 유진의 얼굴을 붙잡고 섰다.
인부들은 저녁을 먹으러 쉬러 간 시간.
아직 세워지지 않은 항구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서 있다.
“날 봐줘, 유진.”
“폴린, 나는.”
“그냥, 보나파르트의 동생이거나, 밀항자라거나, 하숙집 딸이 아니라, 날 봐줘.”
새카만 눈동자가 석양빛을 받아 묘하게 빛난다.
꼭 나폴레옹을 닮아 불꽃이 번뜩이는 눈동자가 보인다.
바로 이 눈이다.
유진이 빠질 수밖에 없었던 눈.
불꽃을 눈에 담은 소녀, 폴린이 유진에게 입술을 맞췄다.
상당한 근력이라, 미처 유진이 알았다 해도 쉽게 뿌리칠 수 없을 정도다.
멍하니 유진이 눈을 깜박일 찰나, 폴린은 유진의 낯을 여전히 붙잡은 채 강렬한 눈빛을 번뜩였다.
“날, 이 포트 오슈에서, 날 본 날을 기억해줘.”
유진은 폴린을 보다, 홀린 듯 답했다.
“기억할게, 영원히. 읍.”
다음 순간, 폴린은 유진의 입술을 열고, 키스를 퍼부었다.
여기서 놓치면, 영원히 놓치기라도 할 것처럼.
1797년 12월의 겨울.
포트 오슈에서 있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