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0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07화(207/547)
(207) 플랜 B, 십자군 루트로 회군하라
당연히 명성 높은 [로열 네이비]는 적에게 함부로 귀순하지 않는다.
“절대로 협력하지 않겠소! 넬슨 제독님의 원수들!”
에드워드 베리, 곧 [빅토리]호의 함장이었던 남자다.
정작 빅토리 호는 반파된 채로 몰타 항로를 통해, 지브롤터로 돌아간지 오래다.
그럼 왜 베리는 여기 카이로 시타델 감옥에 갇혀 있을까?
아주 간단한 이유가 있다.
유진의 포격 당시, 충격에 바다로 튕겨 나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베리와 달리, 아예 함선이 침몰해 포로가 된 이들이 있다.
숫자는 대략 1천 명.
본래 쳐들어 왔던 카리브해 함대 수병의 약 10분의 1이다.
문득 시타델 감옥의 창살 밖에서 유진이 웃으며 일렀다.
“귀환하고 싶으면 협력하는 게 좋을 텐데요, 베리 함장.”
“허, 당신들은 [신사]도 아니군! 어떻게 전쟁에서 패배한 포로에게, 명예로운 대우를 해주지 않는 거지?”
“명예롭게 대우했으니까, 이렇게 편하게 지내는 거 아닙니까? 이집트식으로 대우해 드려요?”
순간 움찔하는 베리를 향해 유진이 차갑게 응수했다.
“여긴 유럽이 아니에요, 미스터 베리. 게다가 우리 혁명정부는 영국군을 아주 싫어한다구요. 왜냐하면 당신네 정부가 우리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거든요.”
사실 원역사에서도 베리는 프랑스군에 잡힌다.
이유는 조금 웃긴 데 영국군의 승리를 알리러 통신선을 타고 가다, 프랑스 함대에 나포된 것이다.
당시도 베리는 신사로 대해 달라며 프랑스군에 당당히 처신했다고 한다.
반면에 이번에는 전투에서 잡혔으니 별다른 항변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낯을 찡그리던 베리가 창살 뒤에서 물었다.
“그럼, 협력하면 내 부하들은 살려줄 수 있다는 거요?”
“물론이죠.”
“만약 우리가 당신네를 속이고, 배를 엉망으로 만든다면 어쩔 거요?”
유진은 빤히 베리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신사는 명예를 걸고 서약한 바를, 결코 어기지 않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사실 이른바 [기사도]를 뜻한다.
기사가 없는 시대, 각국 장교들은 스스로를 옛 기사의 후예라 여긴다.
굳이 말을 타지 않더라도, 전쟁터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포로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이를테면 일단 항복하면 함부로 학살하지 않는 식이다.
물론 그것도 서로 여유 있을 때나 지키는 거다.
이런 유럽에서 먼 이집트 감옥에서, [자살]이라도 했다고 공표하면 밖에서 알 게 뭔가?
달리 말하면 유진은 이렇게 대꾸한 것이다.
신사처럼 대접받고 싶으면 너도 신사의 약속을 지켜라.
‘젠틀맨’ 베리가 유진을 노려보다 콧방귀를 뀌었다.
“좋소. 약속은 지켜주시오!”
어쩐지 전형적인 영국 신사 같다고 생각하며, 유진이 나올 찰나 이폴리트가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적국 군인에게 함대 건조를 맡긴다고?”
“어차피 이집트에는 나무가 없어, 이폴리트.”
“뭐?”
고대로부터 이집트에는 배를 만들 나무가 없었다.
최초의 이집트 무역도 이른바 삼나무를 레바논에서 수입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근세라 다를 바도 없어서, 이 시대에도 이집트에는 튼튼한 나무가 부족하다.
게다가 어차피 영국군도 해전 전문가들이지, 조선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유진과 빌뇌브는 대체 어떤 배를 만든다고 한 걸까?
바로 가라앉은 배다.
“우리가 할 일은 알렉산드리아 아래 가라앉거나 인수된 부서진 전열함을 고치는 일이야. 멀쩡한 부분을 뜯어내서 다시 재배치하고, 수리하는 작업이라고.”
“아, 그 정도면 숙련된 수병들도 할 수 있는 일이군!”
“그렇지. 게다가, 아주 뛰어난 해군 감시자도 붙을 거야. 그렇죠?”
문득 유진의 이야기를 듣던 함장, 빌뇌브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예, 참모장 각하. 성심을 다해 감시하겠습니다! 이런 임무를 맡겨 주신 데 깊이 감사드립니다!”
물론 유진은 빌뇌브를 믿지 않는다.
만약 후일 유진이 해군제독을 맡긴다면 전혀 다른 사람을 기용할 것이다.
예를 들면 심장병으로 빨리 죽은 루이 르네 라튜슈 트레빌이라든가.
하지만 지금, 알렉산드리아를 지키는 데는 빌뇌브 같은 신중파가 더 나을 수도 있다.
가만히 빌뇌브를 보던 유진이 묘하게 웃었다.
“잘 부탁합니다, 빌뇌브 제독.”
어쨌든, 이로써 유진이 비우고 갈 이집트를 지킬 대책은 마련되었다.
***
사실, 나폴레옹의 원역사 회군에 비하면, 유진의 회군은 아주 온건하다.
그러나 일단 알려지면 당연히 충격파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집트에 남을 수밖에 없는 멤버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최근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력적으로 활동 중이던 프랑스 최고 화학자, 라부아지에도 그랬다.
“맙소사, 원정군이 회군한다니! 누가 간다는 거야!”
라부아지에가 이집트 원정군에서 항의할 사람은 정해져 있다.
유진의 [보아르네] 카르텔 일원이자 부관으로, 기밀을 가장 잘 알면서도 만만한 상대.
참모부 준장 이폴리트다.
머리를 긁적이며 이폴리트가 유진이 지시한 서류작업을 하다 답했다.
“전부 가는 건 아닙니다. 무슈 라부아지에.”
“아니, 유진 참모장이 돌아간다던데?”
“유진 참모장을 필두로, 드제 사단과 쥐노 사단이 돌아가요. 나머지는 다 남죠. 뭐, 저는 유진 따라가지만.”
그제야 라부아지에도 조금 이성을 되찾았다.
“오슈 사단, 클레베르 사단, 마르소 사단이 남는다고?”
“아, 마르소는 가요. 다만 마르소 휘하 참모장 근위대만 돌아가죠. 사단 대부분은 남아서, 이집트를 지킬 겁니다.”
“그래봤자 1천도 안 되겠군. 결국 도합 2만 내외가 돌아간다는 거 아닌가. 참, 배로 가는 건가? 남은 전열함대 대부분이 동원된다고 듣긴 했는데.”
육군 중 3만이 남는다.
그렇다면 이집트 원정군은 결코 버려진 게 아니다.
하지만 함대가 떠난다니 불안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폴리트도 그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전열함 11척, 프리깃함 10척. 총 21척의 함대와 수송선이 일부 동원될 예정입니다. 알렉산드리아에는 일단 전열함 2척과 프리깃함 12척이 남는 거죠. 여기에, 구호기사단이 이끄는 전열함 1척에 프리깃함 4척이 다미에타를 지킬 겁니다.”
전열함대 주력은 유진이 끌고 간다.
하지만 이집트를 지킬 최소한의 전력은 남겨둔다.
이게 유진의 생각인 셈이다.
군사 비전문가, 라부아지에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다.
입맛을 다시던 라부아지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족하잖아? 영국 지중해 함대가 혹시 나타나면 위험하지 않나?”
“지중해 함대가 알렉산드리아로 오면, 곧바로 전열함대는 회항할 겁니다. 그때까지 버틸 정도의 전력만 남기는 거죠.”
“아니, 그게 아니라 지중해를 돌파할 전력이 부족한 거 아닌가?”
이폴리트가 눈을 크게 뜨다 피식 웃었다.
“어,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무슨 소린가, 그게?”
“왜냐하면, 유진 참모장은 육로로 돌아갈 생각이거든요. 뭐, 수로를 병행하긴 하겠지만. 해군은 별로 부족하지 않죠. 문제는, 육군이에요.”
순간 놀란 라부아지에를 향해 이폴리트가 창가를 가리키며 일렀다.
“그래서, 저렇게 훈련을 시키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프랑스 원정군 사령부 요새 밖에서 총검을 휘두르는 병사들이 보였다.
-어이!
자세히 보니 아랍인들이 프랑스 군복을 입고 총검을 휘두르는 모습이다.
-척, 척, 척!
그 모습을 보다, 라부아지에가 입을 쩍 벌렸다.
“이집트인들에게 머스킷을 가르친다고?”
“그냥 이집트인들은 아니고, 콥트 교도들이에요. 다행히, 맘루크 군대도 구형 머스킷 구매는 했더라구요? 그걸 들게 한 거죠. 하핫!”
“하긴, 콥트 교도들은 우리에게 협력적이지. 엉? 저쪽 친구들은 진짜 맘루크 아니야?”
일견 프랑스 군인처럼 보이는 이집트인과 달리, 한 눈에도 다르다.
터번을 쓰고 말을 달리며 돌격 연습을 하는 이들.
숫자는 고작 수백 단위지만, 기세는 위세 등등하다.
연병장 중앙을 질주하는 [맘루크] 기병을 내려다보다, 이폴리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요. 맘루크 항복병들이죠. 최대한 사막을 피해서 갈 거지만, 그래도 결국 사막이 있는 곳에서 싸울 상황도 올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겁니다.”
뚫어져라 병사들을 보던 라부아지에가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라부아지에도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굳이 학자가 싸울 필요가 없는 해양 귀환과 달리, 육로 귀환은 전투의 연속일 게 뻔하다.
게다가 이집트에서 육로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까마득한 길일까?
도저히 합류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정말 철저히 준비하는군. 그럼 대체, 어디로 간다는 거지? 육지라니? 설마, 지브롤터까지 가는 건가?”
이폴리트가 눈을 깜박이다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핫! 그것도 걸작이군요. 당연히 아니죠!”
“대체 어디로 가는데 육지로 간다는 건가, 그러면?”
“이집트에서 육지로 유럽에 간다면 어디겠어요?”
북아프리카를 횡단해, 지브롤터까지 가는 것도 물론 한 가지 방법이긴 하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북아프리카 해안이 전쟁터가 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 시대, 18세기 말에는 이집트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로가 따로 있다.
이폴리트는 자신이 작성하고 있던 서류, 곧 지도책을 튕기며 말했다.
“당연히, 성지죠!”
요컨대 이것이 바로 플랜 B.
곧 십자군이 갔던 루트를 역행하는 것이다.
***
너무 기상천외하고 위험해, 남은 이들 중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 회군 병력이 집결했다.
“받들어, 총!”
위치는 다름 아닌 다미에타.
투르크 군대를 격파한 승전 장소다.
한때는 프랑스의 왕, 루이 9세가 이곳으로 쳐들어 왔다가, 맘루크 바이바르스에게 잡혔던 역사도 있다.
그곳에서 지금, 이집트를 정복한 프랑스 혁명군이 출진하는 중이다.
주축 병력은 드제와 쥐노의 사단.
여기에 툴롱에서부터 유진을 따라온 우편연대 출신 마르소 근위대가 동반한다.
막 보충한 이집트 병사들, 그리고 지중해 함대 생존 수병들과 함께.
총 3만 명의 군인들을 돌아보다, 유진이 낭랑히 고했다.
“좋아. 모두, 지금 돌아가는 길이 위험한 길임은 잘 알 것이다.”
유진은 지금 확성기를 들고 외치고 있다.
때문에 그리 폼이 나지는 않지만, 변성기가 지난 목으로도 커다란 소리를 낸다.
3만의 병사들이 집중하는 가운데, 유진이 외쳤다.
“아무리 준비했어도, 아무리 늙은 상대라도, 아무리 후진국이라 해도. 우리가 싸울 상대는 제국이다!”
오스만 투르크, 한때 유럽을 정복할 기세이던 노제국.
이제 성지로 간다는 것은 그 제국과 싸운다는 뜻이다.
긴장하는 기색으로 병사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프랑스 병사들만이 아니라, 여기에는 투르크에게 지배받던 이집트 콥트인들과 맘루크 잔존병도 있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모두가 의심을 품을 것이다.
그때 유진이 물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순간, 유진과 가장 영광의 전장을 함께 한, 쥐노 이탈리아 사단병사들이 외쳤다.
“프랑스 혁명군입니다!”
“그래! 이탈리아에서 이겼고, 네덜란드를 정복했고, 라인을 막아낸 군대다! 이집트의 맘루크는 우리에게 반나절 상대밖에 안 됐지!”
“푸하핫!”
프랑스 병사들이 껄껄 웃고, 그 웃음이 콥트 병사들과 맘루크에 번졌다.
“이제, 오스만의 예니체리를 반나절 상대로 만들러 가자!”
유진의 포고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돌아서, 기함으로 향하는 유진 옆에 문득 군복을 입은 폴린이 따랐다.
“선동, 진짜 잘하네?”
“너, 정말 갈 거야? 그 개까지 데리고?”
“뭐래? 말티즈라고 했나? 얘는 쥐 정말 잘 잡아.”
개 한 마리까지 데리고, 이제는 밀항이 아닌 대놓고 탑승하려는 모양새다.
유진은 혀를 찼다.
그렇지만 아직 본국에서 나폴레옹의 훈령은 떨어진 게 하나도 없다.
이를테면 폴린은 귀국시키라든가.
그때다.
“자, 사령관. 출진 명령이나 내려주시죠? 연애질은 그쯤 해두고.”
문득 마르소가 피식 웃으며 앞에서 일렀다.
아마도 마르소는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툴롱에 가던 길, 마리와 키스하던 그 날을.
어쩐지 바람 아닌 바람을 피우는 기분에, 유진은 낯을 붉히다 심호흡을 했다.
“좋아요. 성지원정군, 출진!”
서기 1798년 2월 1일.
이 날, 3만의 프랑스-콥트 군단이 다미에타를 떠났다.
성지회군로를 정복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