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1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10화(210/547)
(210) 나폴레옹의 라이벌이 성지에서 기다린다
모든 영웅도 어린 시절이 있다.
비천했던 시기를 겪으며, 무력했던 시절이 존재하며, 바닥에서 허우적대던 과거가 있다.
현재 유럽 최고의 영웅이라 불리는 자, 나폴레옹도 그랬다.
예컨대 코르시카에서 막 파리로 와 유년학교에 들어섰을 때가 그렇다.
그런데 당시 나폴레옹의 라이벌이었던 한 남자가 지금, 근동에 있다.
“내가, 이래뵈도 [부오나파르테]보다 등수가 앞섰어!”
앙투안 르 피카르 드 펠리포가 부르짖었다.
아직 어렸던 나폴레옹과 경쟁했던 옛 유년학교의 생도 출신 귀족이다.
나름 프랑스 왕립 유년학교에서 우등생이었고, 조기졸업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결국 최종 졸업등수는 나폴레옹이 42등, 펠리포가 41등이었다.
어쩐지 하위권 같지만, 이건 둘 다 조기졸업을 택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굳이 본래 연차로 환산한다면 사실상 차석과 3등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귀족가문의 배경도 있어서, 펠리포는 임관 초기부터 중위로 시작해 빠르게 승진했다.
만약에 이대로 계속 군에 복무했다면, 아마도 펠리포는 무탈히 장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1789년 시작된 혁명이 모든 것을 바꿨다.
왕실에 충성하던 펠리포는 혁명반란을 진압하려다 실패했고, 결국 영국으로 망명했다.
다시, 혁명전쟁이 벌어질 때, 펠리포는 영국군에 가담해 싸워왔다.
그렇게 싸워온 시간이 벌써 9년여가 지났다.
그런데 왜 펠리포가 이곳 근동, 그것도 [아크레]의 성루에 서서 외치고 있는 걸까?
문득, 펠리포 옆에 서 있던 유쾌한 얼굴의 남자, 시드니가 맞장구를 쳤다.
“물론 그러시겠죠. 초상화만 척 봐도, 보나파르트는 공부를 못 할 것 같구만. 음, 싸움도 못하게 생겼는데?”
“바로 그거야! 나랑 [에페] 결투라도 벌이면, 싸우는 족족 졌다고!”
“이런 작자가 기병 지망생이었단 말입니까? 하하핫! 프랑스 기병대의 명성이 땅에 떨어질 뻔했습니다?”
그 순간 펠리포가 시드니의 어깨를 붙들며 호탕하게 웃었다.
“역시, 뭘 좀 아는군. 제독. 당신을 탈옥시킨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야. 크하핫!”
바로 시드니의 탈옥을 도왔던 남자가 펠리포다.
그 이후로 펠리포는 콘스탄티노플까지 시드니의 수행무관으로 임했다.
나아가 오스만 제국 시리아 지역의 중심도시, 아크레까지 따라오게 된 것이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펠리포가 이곳에서 나폴레옹과 맞선다.
하지만 지금 온다는 적은 나폴레옹의 양자다.
마음에 차는 상대는 아니지만, 펠리포에게 옛 악연을 떠올리게 만드는 적수임은 분명하다.
불꽃이 튕기는 눈으로 바다를 노려보며, 펠리포가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부오나파르테]! 직접 올 것이지, 양자를 보내는군. 심지어 사관학교도 안 나온 놈이 사령관이라니!”
꼭 학벌지상주의자 같은 소리지만, 사실 의외로 18세기 기준으로는 합리적인 얘기다.
출신 신분이나 재산이 아니라, 교육 수준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방식이니까.
또한 정규교육이 상류층에게만 부여되던 시대, 사관생도란 국가의 엘리트다.
고급 교육을 받은 자를 장교로 임용하는 것은, 구왕실 시대에는 일종의 혁신이기도 했다.
그런데 유진은 알고보면 사관학교는커녕 정규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펠리포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그놈의 혁명이 전부 망쳤어! 프랑스의 고도로 발전된 시스템을, 전부!”
펠리포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사실 완전히 틀린 생각만도 아니다.
어쨌거나 혁명이 일어난 후, 혁명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장군 중 펠리포보다 못난 사람도 많다.
징병제 시스템과 카르노의 군제개혁, 그리고 프랑스 시민병들의 열정이 승리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문득 시드니가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입니다. 물론 왕이 절대권력을 갖는 건 위험한 일이지요. 허나, 그건 적정히 귀족들이 의회를 만들어 견제하면 되는 것을.”
“바로 그거야. 우리 귀족들이 왕을 견제해야지, 왜 백성 따위가 견제해? 돈놀이나 하는 부르주아 따위들이!”
“그러니, 펠리포 경이 이곳까지 와서 프랑스 혁명군을 막고자 노력하는 거 아닙니까? 후후.”
그때 펠리포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혁명? 아니, 대반란이지. 반란군이 프랑스를 망치더니, 이제는 이곳까지 점령하려 들지 않나? 그 모든 잘못된 것들을! 이곳, 아크레에서 바로잡겠다!”
시드니가 고개를 주억거리다, 옆으로 돌아보았다.
“우리가, 그걸 도울 겁니다. ‘미스터’ 펠리포. 안 그렇습니까? 제자르 파샤?”
정작, 이 아크레의 [주인]인 60대 노인 제자르는 콧방귀를 뀌었다.
묘하게도 제자르는 아랍인이 아니라, 꼭 유럽인처럼 보이는 얼굴이다.
이슬람 스타일로 기른 수염을 쓰다듬던 제자르가 시드니에게 물었다.
“뭐, 우리야말로 저 [무적]의 프랑크군을 무찔러야 미래가 있거든. 한데, 어떻게 이길 거지?”
“아주 간단한 방법이죠. 적군은 지금 육군이 아니라 해군이 주력입니다.”
“그래서? 도망쳐 왔잖나? 자네 덕분에 우리 대재상도 지금 수도에 소환당한 상태야.”
제자르가 이죽거리며 아크레 성채, 남쪽에 도열한 함대를 가리켰다.
“그놈의 [쉽 오브 라인]인지 뭔지, 어떻게 깰 방법이 있긴 한가? 자네의 함대로?”
쉽 오브 라인, 곧 전열함.
18세기 말, 전열함은 21세기 원역사의 [항공모함]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국가의 국력을 상징한다.
나아가 일단 투사하면, 그 지역의 해역은 같은 전열함대가 없으면 빼앗기는 거나 마찬가지다.
크기, 대포 수량, 방어력.
그 어느 것이든 같은 전열함이 없으면 이기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자신감 있게 외치던 펠리포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시드니가 여유롭게 대꾸했다.
“있소.”
“엥? 방법이 없다고 도망쳐온 게 아니었나?”
“푸하핫! 그거야 적의 전열함대가 멀쩡히 있다는 걸 몰랐을 때지!”
시드니는 손을 꼽으며 설명했다.
“적들의 전열함은 등급으로 따지면, 1등급은 없고 대부분 2등급. 또한, 우리는 프리깃이긴 하지만 4등급짜리 함선을 상당히 갖고 있지.”
영국은 이 시대, 목제 전함을 6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른바 72문짜리 대포를 지닌 전열함은 보통 2등급으로 친다.
침몰한 프랑스의 오리앙 호쯤 되면 1등급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60문 정도의 대포를 가진 2층짜리 전열함을 3등급으로 본다.
그 이하, 대략 50문짜리 대포를 지닌 호위함(프리깃)이 바로 4등급 전함이다.
시드니가 현재 아크레에 기항시킨 프리깃은 총 30척.
4등급 프리깃이 그중 10척은 된다.
다미에타에서는 당황한데다, 그래도 전열함과 정면승부는 어려워 후퇴했다.
그러나, 이곳 아크레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시드니의 시선이 아크레 요새 곳곳에 설치된 [그리보발식] 대포를 향했다.
“여기에, 이 아크레의 해안포가 합쳐진다면, 한판 승부를 결할 수 있소!”
“과연, 러시아 함대의 학살자다운 자신감이군.”
“그렇지! 난 얼어붙은 바다에서 러시아 함대를 20대에 부순 남자요, 핫핫! 물론, 지금 러시아 차르는 우리 국왕 폐하와 동맹을 맺을 판이지만.”
문득 시드니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단언했다.
“이제, 진정한 영웅 미스터 펠리포와 파샤 제자르를 도와, 이곳을 프랑스의 무덤으로 만들어 줄 것이오!”
4등급 전열함, 5천 명의 정예 수비병, 그리고 30척의 프리깃이 아크레에 집결했다.
유진의 시리아 원정군에 맞설, 영국과 오스만 연합군이 탄생한 것이다.
***
물론 이 연합군은 영국 내각의 허가도, 오스만 술탄의 허가도 받은 적이 없다.
“지금 시돈 총독부, 곧 시리아 지역을 지배하는 건 제자르 파샤죠. 하지만 이 사람이 이곳을 홀로 지배하는 건 아닙니다.”
야파 항구 앞, 호루스 호의 선상에서 때 아닌 근동 강의가 열렸다.
강사는 이집트 전문가 콘스탄틴 볼네 교수.
하지만 볼네는 알고 보면 이집트만 여행한 게 아니라, 미국도 여행했고, 또한 시리아도 방문한 적이 있다.
유진이 전장 브리핑을 위해 볼네에게 특별 강의를 요청한 이유다.
문득 수석 사단장 마르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다른 세력이 있습니까?”
볼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가리켰다.
“원래, 이 지역을 지배하던 건 [자이다니]라는 가문이죠.”
“자이다니?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바로 내가 쓴 자이르 알 우마르 자이다니라는 군주의 자서전에서 들었을 거요. 한때 베스트셀러였지. 후후.”
짐짓 자신의 저서를 자랑하며 볼네가 어깨를 으쓱였다.
자이르 알 우마르, 곧 18세기 내내 시리아 지역을 사실상 지배했던 영주다.
당연히 오스만 제국 입장에서는 제거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나 오스트리아와 싸우느라 약해진 오스만 제국은 자이르를 쉽게 쓰러뜨리지 못했다.
결국 각지에서 용병을 모집했고, 이 과정에서 유럽계 용병들과 맘루크가 부각된 것이다.
이집트를 맘루크가 사실상 통제하게 된 것도, 제자르가 출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이르는 오스만 제국이 원하지 않는 강한 지배자였소. 게다가 레바논 일대를 지배하는 시하브 가문에서도 그들을 두려워했지. 결국, 자이다니 가문은 몰락하고 말았소.”
“이후 지배자가 된 인물이 제자르 파샤라는 거지요?”
“그렇지요, 마르소 사단장. 본래 제자르는 ‘일리리아’인에 가깝소. 투르크인들은 [보스니아]라 부르는 지역이지요.”
다시, 시리아 지역 지도를 가리키며 볼네가 일렀다.
“지금 와서는 되려 제자르가 레바논을 제외한 시리아 전 영역의 총괄 통제권을 갖고 있소. 오스만 제국 중앙정부도 사실상 제자르의 자치를 인정할 정도요.”
그때 사령관 유진이 불쑥 물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자를 없애면 시돈 총독부, 곧 시리아 전체가 우리 손에 들어온다는 얘기겠죠.”
“정치적으로는 그렇겠지요. ‘보나파르트’ 사령관 각하.”
“그런데 왜 다마스쿠스가 아니라, 아크레에 있는 겁니까?”
그 점이 ‘전생자’인 유진도 알지 못하는 수수께끼였다.
사실 통칭 [시리아]라 불리는 오스만 제국, 시돈 총독부 영역의 핵심 도시는 다마스쿠스다.
또한 가장 번영하는 도시는 원역사 현대가 그렇듯, [알레포]다.
허나 원역사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이 지역의 지배자인 제자르는 아크레에 있다.
이유가 뭘까?
근동 전문가 볼네가 명쾌하게 화답했다.
“그야, 이곳 아크레가 시리아의 경제적 중심이기 때문이오. 면화를 수출하는 핵심 항구지. 원래는.”
지금은 아니란 얘기다.
왜?
면화를 수출하는 대상이 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이집트일 테니까.
그때서야 유진은 왜 아크레가 원역사든, 지금이든 전쟁 핵심이 되어버렸는지 깨달았다.
이곳이 뚫리면 시리아를 지배하는 오스만 세력은 뿌리채 뒤흔들린다.
또한 실질 지배자인 제자르, 곧 투르크어로 ‘학살자’라 불리는 남자의 지배도 무너진다.
새삼 긴장한 얼굴로 이폴리트가 물었다.
“그럼, 막강한 수비군이 기다리고 있는 건가?”
“무슨 헛소리야? 다미에타에서 못 봤어? 그게 현재 오스만 제국이 보낼 수 있는 최고 정예들이야. 병력이야 3만이든 5만이든 더 모을 수 있겠지만.”
“화약 수급만 신경쓰면 된다는 거지? 흐흐.”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수비군은 문제가 아니야. 진짜 장애물은 성벽, 지형, 그리고 영국군이다. 여기에, 프랑스 지휘관도 있고.”
다행히 원역사와 달리, 영국의 전열함대는 동지중해 방면에 없다.
아마도 아크레를 지키고 있을 것은 주로 프리깃으로 구성된 호위함대일 터다.
하지만 4천 발의 영국제 포탄과 그리보발식 대포는 그대로 아크레로 입항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 본래 콘스탄티노플 주재 무관이었던 세바스티아니가 손뼉을 쳤다.
“아, 들은 바가 있습니다.”
“뭐지, 세바스티아니 대령?”
“프랑스 지휘관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펠리포 대령이 현재, 근동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콘스탄티노플에서 입수한 적이 있죠.”
쥐노가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보나파르트 장군의 라이벌이라고?”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렇죠. 아버지의 유년학교 시절 경쟁자.”
“그게 우리 소년 사령관이 걱정하는 적인가?”
“아뇨. 그건 드제가 신경 쓸 일이고. 내가 신경쓰는 건 따로 있죠. 시드니 스미스.”
이미 드제는 육로로 열심히 행군 중이다.
야파에서 아크레까지는 약 1백킬로미터.
벌써 3월이 가까워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할 무렵이지만, 함대로부터 보급을 받으며 진군하고 있을 터다.
그러니 유진은 함대전만 신경쓰면 된다.
문득 마르소가 곰곰이 생각하다 유진에게 물었다.
“좋아, 그럼 이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거지, 유진?”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죠.”
“뭔데?”
세력구도, 복잡하다.
적군의 수비태세, 역시 복잡하다.
아군 전략을 관철시키는 일, 또한 복잡하다.
이 모든 것을 나폴레옹은 원역사에서 한 번에 해결하려 했다.
“아크레를 날려버리는 겁니다. 완벽하게.”
바로, 아크레 점령으로.
***
한밤, 야간에도 바다를 달려온 전열함과 프리깃, 수송선들이 있다.
-쏴아아!
저 멀리 아크레의 불빛이 번뜩이는 모습을 보다, 폴린이 추운지 어깨를 움츠렸다.
“흐응, 코르시카보다 더 점령하기 어려워 보이는 요새네.”
“코르시카는 오히려 쉽지. 제노바 같은 도시국가도 한때는 정복했어.”
“그런가? 그럼, 저 어려운 요새를 어떻게 정복할 거야? 보통, 코르시카를 점령하던 사람들은 현지협력자를 획득하던데.”
유진은 흘깃 폴린을 돌아보다, 군용 자켓을 벗어 걸쳐 주었다.
폴린이 놀란 얼굴로 유진을 보다 낯을 살짝 붉혔다.
그러나 유진의 표정은 로맨틱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극히 긴장한 낯이다.
“아니, 여긴 전적으로 [힘]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어, 어줍잖은 계책은 통하지 않아.”
매번 승리한 유진이다.
그럼에도 이번 전투는 부담이 큰 모양이다.
가만히 쳐다보던 폴린이 키득거리며 유진의 손을 붙잡았다.
“그 힘, 오늘밤에도 보여주면 안 돼?”
“안 돼.”
“흥, 좋아. 전투가 끝난 뒤에 봐.”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 선실로 들어가는 폴린을 유진이 뒤에서 뚫어져라 보았다.
전쟁 전, 승산이 높아도 긴장감은 항상 높다.
병사들은 이럴 때 여자를 품어 긴장을 푼다고 한다.
순간 유진의 옆, 이폴리트가 놀리듯 웃었다.
“이야, 너 이러다 넘어가는 거 아니냐? 우리 공주님 운다?”
유진은 콧방귀를 뀌다, 다시 아크레를 돌아보았다.
“지금은 승리에만 집중해, 이폴리트. 저긴 본래 무적의 요새였어.”
서기 1798년 3월 3일 자정.
아크레로 유진 함대가 도래했다.
나폴레옹의 ‘라이벌’ 펠리포가 기다리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