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1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12화(212/547)
(212) 아크레 창공에 기구부대가 뜬다
시간은 잠시, 10일 전으로 돌아간다.
“자, 가우하리 서기관. 잘 통역해 주게. 안녕하십니까, 에미르 바시르? 저는 프랑스 이집트 원정군의 여단장, 무슈 카파렐리라 합니다.”
베이루트, 아직 원역사 현대처럼 동지중해를 대표하는 항구는 아닌 작은 소도시다.
오히려 이 근방, 곧 [루브난]이라 불리는 지역의 수도는 내륙인 데이르 알 카마르다.
후세 원역사에서는 레바논 공화국의 대통령궁이 있는 곳.
그렇기에 아랍어로 루브난, 영어로 레바논, 프랑스어로 [리방]이라 불리는 이 땅의 통치자가 굳이 여기까지 온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바로 눈앞의 남자, 한쪽 다리가 의족인 장군 카파렐리 때문이다.
물론 카파렐리가 혼자 왔다면, 굳이 이곳의 영주인 바시르가 무거운 걸음을 옮겼을 리 없다.
허나 의족 불구 장군의 등 뒤로 우뚝 선 나무 성채와 같은 거대한 [전함]은 압도적이다.
만약 포격이라도 발휘하면, 이 작은 소항구는 잿더미가 될 게 분명할 정도로.
“프랑스에 협력할 수 없다고, 분명히 의사를 전했소. 카파렐리 장군.”
문득 거구의 길다란 수염을 기른 남자가 입을 열었다.
상당히 유창한 프랑스어다.
카파렐리는 눈을 크게 뜨다 웃었다.
말이 통한다면 교섭이 더 쉬워질 수밖에 없다.
“반갑군요. 어떻게 프랑스어를 할 줄 아십니까, 에미르?”
“우리는 프랑스인들과 무역을 했지. 당신들이 이집트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오. 한때, 클라리 집안 사람들이 이곳을 드나든 적도 있소.”
“오, 그래요? 반갑군요. 저희 원정군 총사령관, 처가가 클라리 가문이랍니다. 하핫!”
그 순간 남자, 바시르 시하브가 차갑게 말했다.
“이곳 사정을 그럼, 잘 알 텐데? 솔직히 말하지. 우리는 기독교도지만, 또한 가톨릭과 다르오. 나아가 [제국]과 시돈 총독, 그리고 이집트에 끼여 있는 상태요.”
레바논, 현대에도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교역국가다.
하물며 18세기 말, 독립국조차 아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동방교회의 일파인 마론파 교도들이 오스만 제국 치하에서 자치권을 누리던 땅.
때문에 원역사에서도 나폴레옹의 손을 끝까지 잡지 못하는 세력이다.
지금 바시르가 택한 입장도 같다.
“학살자, 제자르를 굳이 돕지도 않소. 허나, 프랑스도 믿지 못하겠소.”
시하브 가문, 곧 1백년 가까이 이곳 레바논 일대를 지배해온 영주 가문이다.
그러나 이슬람교도들이 주류인 오스만 제국이다.
당연히 시하브 가문은 2등 세력이었다.
때문에 시리아 전체를 지배하는 시돈 총독에게 늘 눌려왔던 신세였다.
예전에는 자이다니 가문에게, 지금은 제자르 파샤에게 복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 원정군이 근동에 도착하자, 바시르는 묘한 태도를 취했다.
상위 주군인 제자르에게도 협조하지 않고, 프랑스와도 대화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를테면 중립을 지키며 눈치를 살피기로 한 셈이다.
어쨌든 최상위 주군인 오스만 제국의 정예군이 이집트에서 깨졌다.
이 사실은 지극히 명확한 힘의 격차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프랑스가 본국에서 아주 먼 곳에서 작전 중인 점도 분명하다.
프랑스 상인들과 꽤 오래 교역해온 바시르는 그 나라가 얼마나 먼지도 대략 안다.
해서,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철저한 중립을 지키고자 하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전열함 3척이 베이루트 앞에 도열했다.
결국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어 바시르가 달려와 만들어진 게 바로 이 자리다.
바시르를 응시하던 카파렐리가 빙그레 웃으며 일렀다.
“우리는 동맹을 맺자고 온 게 아닙니다, 에미르.”
“그럼 뭐요? 혹시 식량을 사가겠다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소. 원래 우리는 상인이니까.”
“프랑스가 사고 싶은 건 따로 있습니다.”
카파렐리는 의족을 비틀거리며 땅 위를 짚고, 일어나, 단호히 말했다.
“이 항구를 잠시 빌리죠.”
“뭐라고 했소, 지금?”
“딱, 10일만 빌립시다. 그러면, 우리가 이겼을 때 [루브난] 지역의 지배권을 보장하죠.”
아주 당당하거나 혹은 지극히 뻔뻔한 카파렐리의 태도가 바시르를 흔들었다.
그렇잖아도 프랑스 도래 후, 백성들이 동요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18세기 말, 해상의 최강 전력이라는 유럽 전열함이 항구 앞에 도열했다.
만약 이 정도 요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전열함의 포구는 어디를 향할까?
“······딱, 10일 뿐이오.”
결국 에미르(영주) 바시르는 카파렐리가 제시한 유진의 타협안을 받아들였다.
-쏴아아!
그 결과, 시드니가 예상치 못한 함대가 북쪽에서 도래한 것이다.
베이루트에서 때를 기다리던, 딱 3척의 소전열함대가.
***
그런데 이른바 해군이 육군과 가장 다른 점이 뭘까?
“시간을 맞추는 게 너무 어려워! 빌어먹을, 이제야 오다니!”
여전히 청명한 아크레의 바다 앞, 허둥대는 프리깃을 노려보는 자가 있다.
외다리 장군, 카파렐리다.
사실은 카파렐리가 출진한 것은 이보다 더 빠르다.
그런데 전투가 한창 진행되던 와중에 비로소 도착한 것이다.
육군 장군, 카파렐리 입장에서는 작전 미스나 마찬가지인 타이밍이다.
그 순간 숨을 헐떡이던 전열함의 함장이 벌떡 일어났다.
“이보쇼! 바다에서 날짜를 맞추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아쇼? 여긴 육군 땅개들 노는 데하고 다르다고!”
그러자 카파렐리가 콧방귀를 뀌며 의족 나무다리를 뱃전에서 탕탕 두들겼다.
“카사비앙카 함장! 똑바로 말해야지. 자네가 그간 누워만 있다가, 실전 감이 떨어져서 그런 거 아니야! 안 그래?”
카사비앙카, 본래 르 오리앙의 함장이었던 코르시카 출신 장교다.
본래 오리앙이 폭발할 때 원역사에서는 아들과 함께 죽는다.
그러나 이번 나일 해전 당시, 오리앙은 원역사보다 조금 더 늦게, 조금 덜 세게 폭발했다.
그 덕에 카사비앙카는 죽지 않고, 바다로 튕겨 나갔다가, 아들 지오칸트가 발견해 구조되었다.
그래도 부상은 심각해 계속 누워 있던 차였다.
한데, 이번 유진 원정군에 참전하게 된 것이다.
배의 이름은 [프랭클린] 호.
주 프랑스 미국 대사였던 저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름을 딴 전열함이다.
그러니 카사비앙카 입장에서는 카파렐리의 말이 이렇게 들린다.
프랭클린 호라는 대단한 전열함을 갖고도, 시간 하나 맞추지 못하는 무능한 자라고.
명예심 강한 코르시카 남자, 카사비앙카가 낯을 새빨갛게 물들이다 외쳤다.
“내가 실전 감각이 떨어져? 모욕적이군! 당장 사과하시오!”
“하! 사과는 얼어죽을! 그럼, 능력으로 보여!”
“뭐요?”
카파렐리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잊었나? 내 몫은 베이루트의 베이를 설득하는 거였어. 함대를 실제로 움직일 건 자네라고! 자, 전열함 3척! 어떻게 이용해서 저놈들의 뒤를 칠 거지? 말해봐! 아니, 보여봐!”
저 멀리, 남쪽에 아크레가 보인다.
아크레 앞바다에는 무려 30척은 되어 보이는 프리깃함 함대가 도열한 상태다.
카파렐리가 보기에는 유진 측 함대에 비해 그리 뒤처져 보이지 않았다.
비록 양동작전이라도, 이미 적에게 드러날 정도의 한낮이다.
기습이라 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되려 카사비앙카가 코웃음을 쳤다.
“흥, 미안하지만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요.”
이번에는 카파렐리가 당황했다.
상대방도 4급 프리깃 10척은 있는 함대다.
무엇보다 멀리서 보니 해안포로 시종일관 견제를 하는 중이었다.
대체 어째서 카사비앙카가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걸까?
“자네, 혹시 아직 열병이라도 있나?”
“그게 아니오! 이보쇼, 외다리 장군! 지금 영국 함대가 왜 자신 있게 나서고 있는지 모르겠소? 영국식으로 따지면 4급 내지 5급 밖에 안 되는 함선들인데?”
“그게 그렇게 차이가 나나? 뭐, 어쨌든 왜지?”
사실 크기로 보면 3급 전열함이나 4급 프리깃이나 크게 차이난다 하기 어렵다.
허나 이 시대 최강 영국해군이 굳이 체급을 나누는 이유가 있다.
화력 면에서 엄청난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드니가 자신 있게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해안포의 방어다.
그렇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카사비앙카가 껄껄 웃었다.
“포병대 운용 안 해봤소? 해안포는 최소 30파운드가 넘는 대포들이오. 그걸, 지금 와서 방향을 바꾼다고?”
그때서야 카파렐리는 상황을 깨닫고 아직 멀쩡한 두 팔로 손뼉을 쳤다.
“과연! 북쪽 방면에서 오는 함대에게는 해안포를 쏠 수가 없군!”
바로 이게 유진이 하필 베이루트 방면에서 양동함대를 구사한 이유였던 것이다.
***
역시, 해군이 육군과 다른 점이 또 있다.
“이런, 빌어먹을! 기동해라! 놈들의 대포를 피해서, 우리의 카로네이드를 먹여줘! 롱건은 다 어디갔나!”
침몰하면 끝장이 난다는 거다.
특히 대포가 주력병기가 된 18세기, 함대는 먼저 대포로 관통당하는 쪽이 결국 진다.
아무리 전열을 이루고 쾌속하게 움직여도, 대포가 많은 쪽이 유리한 이유다.
넬슨이야 그래도 전열함 대결을 벌였기에, 화력 차이를 상쇄할 수 있었다.
시드니가 보유한 함선들은 오직 호위함(프리깃) 뿐이다.
-쾅! 쾅! 쾅!
순식간에 북쪽에서 밀어닥친 3척의 전열함들이 대포를 쏘아댔다.
프랭클린 호에는 작열탄은 없었지만, 최소한 72문짜리 대구경 대포들이 즐비했다.
무엇보다 영국 함대의 주력인 카로네이드는 사실 포신은 길지만, 사정거리가 생각보다 짧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해안포의 조력이 없는 북쪽 방면에서는 완전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문득 부관 웨슬리 라이트가 달려와 부르짖었다.
“이러다, 침몰하면 우리 다 뒈집니다!”
“누가 몰라? 그러니까 [딕]이 빠지도록 뛰란 말이야!”
“으아악! 우리 배가 침몰한다!”
그때 반대편에서 포성이 울렸다.
-쾅!
비틀거리다 뱃전을 잡은 시드니가 호통쳤다.
“이번엔 또 뭐야?”
“정면! 프랑스의 본진 함대가 밀려듭니다!”
“펠리포는 뭘 하고 있어! 포격해서 쏴붙이라 해! 수신호, 아니 깃발 신호!”
최소한 남쪽 방면, 유진 함대는 해안포가 막아야 해전 자체가 가능하다.
양측에서 포격을 받는 와중에도, 프리깃 함대는 이리저리 포격을 피하며 기동했다.
기함 테세우스 호에서 존 블라이 대위가 깃발 신호를 보낼 틈을 찾은 것도 그때였다.
-쉭, 쉭, 쉭!
그러다, 블라이 대위가 깃발을 내던지며 소리쳤다.
“잠깐, 제독. 저걸 보십시오!”
“왜? 난 지휘하느라 바빠!”
“놈들이 지금 진입하고 있는데요?”
시선을 돌리던 시드니도 기가 막혀 망원경을 급히 들었다.
“저놈들이 미쳤나? 아니면, 죽고 싶어 환장했나?”
유진의 전열함 본대에서 2척의 배가 아크레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크레 성벽에는 유진 함대측을 겨냥한 해안포가 즐비하다.
신호를 굳이 받지 않았다 해도, 펠리포도 장님이 아니라면 전열함을 보았을 터다.
순간, 시드니가 코웃음을 쳤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펠리포가 머저리가 아니라면, 저런 배는 날려버릴 수 있어!”
“해안포가 전열함을 겨냥합니다!”
“좋아!”
블라이의 보고를 듣다 시드니가 호탕하게 웃어댔다.
“역전의 기회다! 으하핫!”
곧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쾅!
시드니는 눈을 깜박였다.
분명, 이번에야말로 프랑스 전열함이 집중포화를 받아 관통될 차례다.
그런데 왜 성벽이 날아가고 있을까?
“아니, 왜 해안포가 날아가? 허공에?”
“육지! 육지 방면입니다!”
“무슨 소리야? 놈들의 육군에는 포병이 없다고 첩보가 들어왔잖아?”
그때 바삐 프리깃함 운항을 지휘하던 부관, 라이트가 멍하니 하늘을 보며 말했다.
“저거, 하늘에, 뭡니까?”
그때서야 정신없이 바다만 보던 시드니도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나는 기묘한 구체가 보인다.
순간, 시드니가 눈을 부릅떴다.
비록, 해군이지만 최신 과학기술의 결정체 혹은 호사가들의 [돈낭비] 정도는 시드니도 안다.
“이런, 퍼킹 지저스! 기구를 여기서 저렇게 쓰다니! 사격해! 당장!”
“무, 무리입니다. 여기선 거리가 멀어요. 육상에서 쏴야 합니다!”
“멍청한 펠리포는 뭘 하는 거야? 보나파르트의 라이벌이 어쩌구 하더니!”
그 순간, 아크레 성벽 위로 콩테 기구부대의 [수류탄]이 떨어졌다.
-쾅! 쾅! 쾅!
프랑스 혁명군의 ‘돈낭비’, 기구부대가 아크레의 창공에 뜬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