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1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13화(213/547)
(213) 어쩌다 유진이 해군명장이 되다
창공이 이토록 맑다는 게 원망스러울 줄, 펠리포는 일찍이 알지 못했다.
-쿵!
허공을 유영하는 것은 물고기 모양의 기구다.
펠리포도 아직 ‘좋았던’ 시절, 파리의 하늘을 나는 기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기구는 날씨와 기류에 따라, 천차만별로 움직인다.
특히 허공에서 강풍이라도 불면 전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 일쑤다.
그럼에도 사막 기후에 바닷가인 이곳 아크레는 바람이 일정하다.
심지어 날씨도 너무 좋아 숙련된 기구사는 기구 향방을 조정하기 쉬웠다.
그저 기구 위에서 수류탄을 던져대는 게 전부인 아주 단순한 공격.
그 공격이 효과적으로 아크레의 성벽을 때려댄 이유다.
“빌어먹을, 총으로 쏴!”
기구의 수류탄을 피하다, 펠리포가 발악하듯 외쳤다.
사실 허공에 떠 있을 뿐, 그리 높이 떠 있지 않아 총격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렇지만 총격을 해야 할 사수들, 곧 머스킷을 든 병사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대, 대령님. 하, 하늘에 괴물이 있습니다!”
“멍청한 소리 집어치워! 저건 괴물이 아니다. 그냥 단순한 기구일 뿐이야!”
“기, 기구가 뭡니까? 으아아, 하늘에서 ‘포탄’이 떨어진다!”
‘부관’조차 놀라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펠리포가 호통치며 부관을 후려쳤다.
“저건, 그냥 수류탄이야. 이 갈보 자식 같은 놈들!”
현재 펠리포가 지휘하는 병력은 [니자므 제디드], 곧 오스만의 신식군대다.
이전, 이집트에서 벌어진 다미에타 원정에서 니자므 제디드는 대부분 몰살당했다.
허나 대재상 호위로 남아 있던 소수의 병력만은 배로 도망쳐 살아남았다.
원정이 실패로 끝난 직후, 대재상 지야우딘은 본국 수도로 소환되었다.
그러나 니자므 제디드 병력은 이렇게 아크레에 투입된 것이다.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대령의 직위를 받은 펠리포의 지휘 하에서, 프랑스군과 맞서기 위해.
애석하게도 펠리포는 니자므 제디드에게 포술은 가르쳤지만 한 가지는 가르치지 못했다.
기구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최신 과학 기술이다.
그때, 총격음이 들렸다.
-탕! 탕! 탕!
탄환이 펠리포를 스쳐 지나가, 펠리포가 비틀거리며 몸을 숙였다.
“괘, 괜찮으십니까, 대령님!”
“뭐야, 지금 어느 쪽에서 군대가 오고 있는 거야!”
“육지 방면입니다. 성문 쪽에서 공격이 들어오고 있어요, 아니!”
부관, ‘무하마드’가 부르짖었다.
“성문을 누군가 열었습니다!”
아크레는 반도 끝에 있어서, 육지 방면에서는 공략이 무척 어려운 요새다.
허나 반대로 육지쪽 문이 열려 버리면, 도망칠 곳이 없는 외진 장소기도 하다.
순식간에 밀려 들어오는 베두인 기병대와 청색 프랑스 군복을 보다, 펠리포가 이를 악물었다.
“멍청한 제자르가 민심을 잃었군.”
이곳 아크레의 수비병 대부분은 여전히 제자르가 지휘한다.
유진이 야파를 점령한 직후, 압달라 베이를 보내며 말한 바가 있다.
프랑크 인들을 내놓는다면, 공격하지 않겠다고.
당연히 제자르는 ‘프랑크 인’, 곧 펠리포와 시드니를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직할 병력을 내주지 않을 정도로는 경계를 그었던 것이다.
그런데 성문이 열린 걸 보니, 아무래도 야파에서 도주해 온 병사들 중 배신자가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아크레 내부에 사는 마론파 기독교도라도 반심을 품었든가 말이다.
저 멀리 제자르가 분노해 킬리지 검을 휘두르는 게 보인다.
“싸워라! 아니면 모두 죽인다! 너, 어디로 도망가는 거냐!”
본래 원역사에서 제자르는 성벽이 뚫리자, 독전대로 병사들을 죽여가며 프랑스군을 막았다고 한다.
이 순간에도 제자르의 검은 필사적으로 부하들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구에 병사들이 공포에 빠진 상태라면, 잔혹함은 역효과로 돌아온다.
문득 부관, 무하마드가 펠리포에게 물었다.
“피하시겠습니까?”
펠리포는 무하마드를 보다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 어디로?”
“저희 니자므 제디드는 술탄에 충성합니다. 여기서 죽을 수 없죠.”
“크크큭! 무하마드 알리, 자네는 숙부를 프랑스에게 잃지 않았나? 복수하고 싶은 생각도 없나?”
무하마드 알리, 다미에타 원정군의 생존자다.
니자므 제디드의 일원으로, 사령관이었던 무스타파의 조카이기도 했다.
당시 바다로 도주했던 병사들 중, 거의 유일하게 배까지 헤엄쳐 살아났던 자다.
원역사에서는 이집트의 정복자가 되었어야 할 남자, 무하마드가 고개를 저었다.
“잡혀가신 걸로 기억합니다. 설사, 돌아가셨다 해도 전쟁에서 살고 죽는 건 늘 있는 일입니다. 대령님, 어쩌시겠습니까?”
비록 기구에 당황하긴 했지만, 무하마드는 기본적으로 냉철한 인물이다.
지금, 아크레는 더 이상 적군을 막기 어렵다.
하면, 후퇴해서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상수다.
그러나 펠리포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무하마드의 손을 뿌리쳤다.
“난, 여기서 죽겠다. 저주받을 혁명군 놈들, 한 놈이라도 더 지옥으로 끌고 가겠어!”
무하마드는 펠리포를 빤히 보다, 터번을 쓴 머리로 거수경례를 취했다.
“알겠습니다. 많은 가르침, 감사했습니다.”
곧바로 무하마드가 성벽 아래로 뛰쳐 내려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모습에 펠리포는 혀를 차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거대한 해안포가 남아 있지만, 운용할 포수는 보이지 않는다.
부상당한 다리를 질질 끌며, 펠리포가 이를 악문 채 대포를 쥐었다.
하나라도, 더 지옥에 끌고 가야 한다.
“나폴레오네 부오나파르테.”
포탄을 굴려 넣고, 심지에 불을 붙이며, 펠리포가 부르짖었다.
“지옥에 가서, 네가 패망하는 것을 지켜보마. 혁명은 망할 것이고, 너도 비참하게 죽으리라!”
포탄이 쏘아질 찰나, 창공의 기구에서 [유진수류탄]이 떨어졌다.
-쾅!
한때, 프랑스의 장군을 노리던 남자.
유년학교의 우등생.
나폴레옹의 라이벌이었던 생도.
펠리포가 동지중해 끝, 아크레에서 폭발에 휘말려 바다 위로 떨어졌다.
***
아크레 앞바다, 전열함 10척이 세차게 양방향에서 몰아친다.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사실 전열함은 육중한 체급만큼, 속도가 느리다.
기동력으로 승부했던 넬슨과 그 부하 함장들이 특별했을 뿐, 보통은 영국해군이라도 전열함으로 돌격전을 펼치진 않는다.
그러나 이 순간, 유진 함대는 양방향에서 쇄도하고 있었다.
아크레 앞바다, 30척의 프리깃 함대를 향해서.
“상대방 전열함이 다가옵니다!”
테세우스 호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시드니가 부관, 라이트에게 물었다.
“해안포는? 이제 더 이상 쏠 기미가 안 보이나?”
“아예 공성전이 벌어진 분위기입니다. 포대에 신경도 쓰지 못할 상황 같군요.”
“그런데 양 측면에서, 그것도 전열함이 밀고 들어온단 말이지?”
북쪽 3척의 전열함, 남쪽 7척의 전열함.
여기에 10척의 프리깃도 함께 밀고 들어오고 있다.
숫자로만 본다면 영국 함대가 30척이라, 훨씬 많아 보인다.
그러나 시드니는 알고 있다.
화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튀자.”
“예? 제독?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럼, 전열함과 이대로 정면으로 싸우자고? 해안포의 조력도 없이? 그건 캡틴 드레이크가 돌아와도 하지 않을 짓이야, 라이트!”
저 유명한 아르마다 해전의 승장을 입에 올리며, 시드니 스미스가 외쳤다.
“여기서 튀어야 뒤를 도모하지! 난 넬슨이 아니야! 죽어서 영웅이 되기보다 살아서 비난을 받겠다!”
여기서, 옥쇄하며 싸운다?
영국 입장에서는 무가치한 싸움이다.
아크레에서 프랑스 함대를 일부 꺾는다고 해서, 전쟁의 대세가 바뀔까?
합리적인 시각에서 볼 때, 시드니의 판단은 옳다.
그러나 전쟁은 꼭 합리성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시드니가 원역사에서 아크레를 막았기에, 나폴레옹은 프랑스로 되돌아갔다.
만약 유진도 이번 해전에서 큰 피해를 입는다면, 작전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드니는 합리적인 후퇴를 선택했다.
-쾅! 쾅! 쾅!
포탄이 터지는 가운데, 시드니 함대가 일렬로 탈주하기 시작했다.
호위함 후열은 아예 포화에 휘말려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간신히 사정거리 밖으로 도주했을 때, 비로소 시드니가 뱃전에 주저앉으며 식은 땀을 닦았다.
“휴, 적장이 꼬마라고 했나? 오늘, 꼬마 해군 하사관의 승전 기록이 하나 올라가겠군. 나중에 대접이라도 받아야겠어!”
“빨리 가지 않으면, 우리 기함까지 침몰합니다! 어디로 갑니까!”
“우선, 로도스! 거기서 전속으로 돌아간다! 제국의 수도로!”
문득 시드니가 멀어지는 아크레를 보다 입가를 틀었다.
“틀림없이, 저놈들은 콘스탄티노플로 온다!”
총 21척의 호위함이 아크레 앞바다를 탈출했다.
불타는 동료 호위함들을 제물로 바쳐서.
***
함성이 아크레를 찢을 듯 울린다.
-알라 후 아크바르! 비바 프랑크!
유진은 아크레 성루에 발을 디뎠다.
예전, 넬슨의 완편 함대를 물리칠 때와 달리 압도적인 승부다.
워낙 전력차가 큰 탓이다.
허나 그렇다고 이번 [아크레 해전]의 승리가 갖는 의미가 작아지지는 않는다.
가만히 함성을 듣다, 이폴리트가 옆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와, 누가 들으면 우리가 이슬람교 성전 벌이는 줄 알겠어.”
“알고 보면 제자르 파샤는 개종한 교도긴 하지.”
“잔혹한 사람이라던데. 잡혔나?”
그 순간 드제가 씩 웃으며 유진의 앞에 도착했다.
-철컥.
사슬에 묶인 노인이 프랑스군 병사들에게 끌려 나왔다.
속공의 드제가 초전에 아크레를 함락하며, 바로 적장을 잡아버린 것이다.
제자르, 곧 시돈 총독으로 시리아 일대 전체를 사실상 지배하던 군주다.
문득 제자르가 게슴츠레한 푸른 눈을 뜨며 이죽거렸다.
“허, 저 애새끼가 날 이긴 자인가.”
찰나, 사브르가 제자르의 목에 닿았다.
-스릉!
유진이 사브르를 뽑은 쥐노를 힐끗 보다 말렸다.
“쥐노, 멈춰요.”
“우리 사령관이 어린 건 맞지만, 너 같은 놈에게 우습게 취급당할 이유는 없어!”
“이럴 때는 아랍어를 모르는 게 나은 것 같은데. 언제 배웠어요?”
쥐노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마주 외쳤다.
“드제만 하렘 차렸던 건 아니거든? 하여간, 죽이자고! 이놈은 패자들의 가죽을 벗긴다고 들었어!”
유럽에서는 꽤 유명한 얘기다.
왜냐면 프랑스군 종군학자, 볼네가 발간한 근동 소개책자에 실려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본래 이야기꾼은 잔혹한 일화를 부풀려서 쓰기 마련이다.
과연, 그게 실화일까?
유진은 눈앞의 제자르(학살자)를 보며, 잠시 궁금증을 느꼈다.
제자르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날 죽인다는 건, 이 지역 전체의 이슬람 교도들과 싸운다는 뜻이다! 하, 용기가 있으면 해봐라! 애새끼!”
그 순간, 유진이 보아르네식 권총을 꺼냈다.
-철컥.
뇌홍식 총의 기폭 방아쇠를 만지작거리며, 유진이 싱긋 웃었다.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베이.”
“뭐야. 정말 싸울 거냐? 이 지역 전체의 주민과?”
“우리는 어차피 오스만 제국과 싸우러 여기에 왔어. 게다가.”
문득, 유진의 눈이 번뜩였다.
“널 죽이면 다들 오히려 압제에서 풀려났다고 좋아할 걸?”
미처 반론하기도 전에 방아쇠가 당겨졌다.
-탕!
제자르가 피를 뿌리며 땅 위에 쓰러졌다.
본래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을 막아섰을 이슬람의 칼이다.
하여, 유럽에서 제일 유명한 이슬람 무장이 되었을 남자다.
허나 전열함대를 끌고 온 유진 원정군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반대로 말하면, 함대만 있었어도 나폴레옹이 이겼을 지도 모른다.
상념에 잠긴 채 총을 들고 있던 유진이 돌아섰다.
“자, 포고하세요. 시리아를 압제하던 도살자, 제자르를 죽였다고!”
멍하니 그 광경을 보던 쥐노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섰다.
“그러지! 자, 포고하러 가자! 드제!”
드제도 마른침을 삼키다, 바삐 쥐노와 함께 성루를 내려갔다.
아마도 단호한 유진의 처단에 놀란 모양이다.
하지만 유진으로서는 아주 당연한 태도다.
왜냐면, 오늘 아크레를 점령함으로서, 유진은 놀라운 업적을 세웠기 때문이다.
원역사, 나폴레옹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
시리아 정복이라는 쾌거다.
그때 아직, 그 업적의 의미를 모르는 부관 이폴리트가 심상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 그런데, 너희 아버지 라이벌은 어디갔냐?”
“죽었지.”
“엉?”
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다, 유진이 모자 하나를 던졌다.
“아버지가 해산했을, 기구부대의 폭탄으로 말이야.”
원역사, 나폴레옹이 해체해버린 콩테의 기구부대가 나폴레옹의 라이벌을 죽였다.
유진이 해군으로 아크레를 정복한 날의 일이었다.
나아가, 아크레 총독이 지배하던 시리아 전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