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1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17화(217/547)
(217) 키프로스로 유진 원정군이 집결하다
아크레는 오늘도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새벽을 시작한다.
“흐응, 오늘도 좋은 아침!”
신나게 아크레 시내의 한 건물로 뛰어들던 폴린을 모두가 웃으며 맞이했다.
이곳은 본래 [하맘 알 바샤], 곧 제자르가 만든 목욕탕으로 유명했던 장소다.
그렇지만 프랑스 원정군이 점령한 후, 유진은 이곳을 의무부대의 본부로 바꿨다.
본래 이슬람교에서 목욕탕은 의료 시설을 겸비하니,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결정이랄까.
그럼에도 아직 목욕탕이던 시절의 설비가 그대로라, 병원치고는 이상한 건물이다.
문득 갈색머리의 미녀가 회색 의무복으로 갈아 입다, 폴린을 맞이했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폴린?”
“후훗, 마담 푸레스. 저야 언제나 최고조죠. 지중해를 건너온 후 언제나 그래요.”
“사령관 때문에? 잘생기긴 했죠. 아, 나이만 많았어도 나도 좀 꼬셔보는 건데.”
폴린은 농담하는 20대 유부녀를 향해 눈을 흘기며 타박했다.
“남편이나 잘 단속하세요. 무슈 푸레스가 한눈 팔지 않게.”
“사령관 볼 때, 우리 남편도 잘 좀 얘기해 줘요. 이번에 사령관 호위대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던데.”
“그건 걱정 마세요. 어차피 유진이 신규 호위병을 충원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장 노엘 푸레스, 부인 때문에 역사에 남았던 기병 얘기다.
사실 원역사라면 20대 미녀 유부녀, 마담 푸레스는 지금쯤 카이로에 있어야 한다.
유진 원정군이 아닌 나폴레옹 원정군의 아주 중요 인물이 된 채로.
물론 나폴레옹이 없는 이집트 원정군에서, 마담 푸레스는 그저 남편을 따라온 밀항자일 뿐이지만.
그때 간호부대 의무실로 누군가 들어서며 휘파람을 불었다.
“여, ‘폴린’. 오늘은 향수가 달라진 거 같군요?”
항상 유쾌한 얼굴인 앙투안 라살과, 오늘은 그늘진 얼굴인 친구 샹포다.
혹시 라살이 이번에는 ‘폴린’을 공략 대상으로 삼기라도 한 걸까?
허나 대답한 쪽은 반대쪽이었다.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앙투안? 얼마 전에 항구에 신상이 입고 됐더라구요. 작년에 들어왔던 물품이 이제야 온 거래요.”
“후후, 나야 언제나 미녀의 향은 뼛속까지 새겨 기억하지. 적군의 이름 따위는 기억하지 않지만!”
“그럼, 오늘밤 내가 쓸 향수도 알아맞출 수 있겠어요? 후후.”
마담 ‘폴린’ 푸레스와 시시덕대던 라살을 눈꼴시게 보다 ‘폴린’ 보나파르트가 타박했다.
“무슈 라살, 이곳은 병원이거든요? 적당히 해요?”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즐비한 의무실을 둘러보며, 라살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런, 내가 공략할 수 없는 꽃이 여기 있었군. 미안하지만 마드모아젤 ‘보나파르트’의 향수는 내가 기억하지 않소.”
“그런 느끼한 멘트는 집어 치우구요. 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아, 난 건강하지만, 내 허약한 친구가 아파서 말이죠. 다음 주면 예루살렘에 가야 하는데.”
그러자 준장 샹포가 격분해 소리쳤다.
“내가 왜 허약해! 그냥 감기에 걸렸을 뿐이야!”
폴린 푸레스가 깔깔 웃다 샹포를 향해 다가섰다.
비록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의 [정부]가 되어버리는 여자지만, 지금은 간호부대의 수간호 장교다.
옷을 걷어 올리며 마담 푸레스가 가볍게 말했다.
“자, 어디 봐요. 응? 잠깐.”
뭔가 이상한 [환부]를 발견해 고개를 갸웃거릴 찰나, 뒤에서 폴린이 외쳤다.
“가까이 가지 말아요, 마담 푸레스!”
“포, 폴린. 왜 그래요?”
“저 수포, 열, 흑색 혹!”
폴린은 눈을 부릅떴다.
그리 열심히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수녀학교에서 기초적인 의학 정도는 배웠다.
무엇보다 저 질환은 너무나 유럽인들에게 유명한 전염병이다.
문득 폴린이 비명을 질렀다.
“페스트예요!”
그 순간, 간호병원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
장거리 원정에서는 항상,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큰일 났습니다, 아크레 시내에 페스트가 발병했다고 합니다! 장군, 샹포도 걸린 것 같습니다!”
서기 1798년 7월, 프랑스 시리아 원정군은 내륙 배후지 공략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다마스쿠스, 알레포, 그리고 예루살렘.
물론 항복의 의사는 밝혀왔거나, 화친을 요청하는 사절이 온 상태다.
그럼에도 군을 진주시켜 위력을 과시해야, 비로소 [보호령]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유진에게 그렇게 한가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을 모양이었다.
유진은 주베르 준장의 긴급 보고를 듣고, 의무여단장 라레이를 호출했다.
“라레이 의무부대장, 상황이 어떻죠?”
본래 외과 전문의인 라레이다.
다만 군의관이 대처해야 할 문제는 전쟁 부상만이 아니다.
사실 이 시대에는 의사도 전문분야랄 게 명확하지는 않는 점도 있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전염병 대책까지 맡게 된 라레이가 침중한 얼굴로 답했다.
“최소 1백 명의 환자가 아크레 시내에 발생했소, 사령관.”
“아직은 우리 쪽엔 발견된 환자가 없는 거죠?”
“그렇소. 하지만 페스트 특성상 언제 발발할지 모르오.”
라레이의 불안하게 떨리던 시선이 아크레 외곽, 주둔군 숙영지를 향했다.
“이대로 있다간, 우리 원정군 전체가 페스트에 걸리는 것도 시간 문제요.”
유진은 아주 잠깐, 망설였다.
혹시 환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럼 치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허나 시간이 없다.
본래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을 벌인 때는 1798년이다.
현재 이집트 원정과 시리아 원정은 약 1년 반 정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또한 나폴레옹은 본토에 남아있는 상태.
아직 프랑스가 본격적인 전쟁에 휘말리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페스트에 대처한다면,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유진이 결단을 내렸다.
“전군 소집하죠. 분대 단위로 확인하고, 의심 증상이 있는 자는 일단 격리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배에 올라탈 것!”
의심 증상자, 버린다.
주력 군대는 모두 해상으로 나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
배후지로 나갈 준비를 하던 기병 사단과 보병 사단, 포병들이 모두 갑자기 배에 타게 되었다.
물론 의심 증상을 보이는 병사들은 배에 타는 게 금지되었지만.
그야말로 반나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병사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아크레 항구를 울렸다.
“난 안 걸렸어! 그냥 감기라고!”
“격리라니! 우릴 버릴 셈입니까!”
“그럴 수는 없어요! 우리 전우잖아! 으아아!”
당혹한 얼굴로 드제가 달려와 물었다.
“사령관 각하,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미, 호루스 호 앞에 서 있는 유진은 냉정하게 항구를 볼 뿐이었다.
인정을 베풀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의 군대는 페스트에 걸린 병사들을 사막에 버린다.
차라리 그보다는 나름 근동의 대도시인 아크레가 나을 것이다.
“페스트가 번지면, 대책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의심 증상만 보이는 병사들을 버리는 건······.”
“대신 약속하죠.”
유진은 아우성치는 항구의 병사들을 향해 선언했다.
“살든 죽든, 본인이나 유가족에게 각기 1만 프랑을 보상하겠다고.”
이 선언이 전파되자, 갑자기 아우성이 그쳤다.
하루치 병사 일당이 10수, 곧 0.5프랑이다.
그러니 2일이 1프랑, 1만 프랑이면 5천 일의 일당, 대략 13년치 연봉에 해당한다.
병사들이 전부 수용하게 된 것도 당연하다.
오히려 증상도 없는데 남겠다는 병사들이 있을 정도였다.
남게 된 병력은 이렇게 총 2천 명.
“그럼, 내가 이 친구들을 통솔하지, 사령관.”
대사로 남겠다고 선언한 볼네가 지휘할 병력까지 정해진 셈이었다.
유진은 볼네의 손을 붙잡았다가 놓고, 바삐 호루스 호에 올라탔다.
항구를 흘깃 돌아보다, 부관 이폴리트가 휘파람을 불었다.
고작 1시간 전만 해도 소란하던 항구가 고요하다.
“아주 순조로운데?”
“세상 일 대부분이 안 되는 건, 돈이 부족해서야.”
“이야, 역시 금융 신동! 그럼 배에 태운 병력은 이제 어디로 가는 거지?”
호루스 호에 타고 있던 모두가 유진을 돌아보았다.
긴급 상황, 긴급 명령, 긴급 행동.
모두 정신없이 움직인 반나절이다.
허나 아무도 어디로 갈지 들은 바가 없다.
심지어 제독 샤일라와 기함 함장 쉬르쿠프도 마찬가지다.
유진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염병이 돌 때는 안전한 곳을 공략해야지. 키프로스로 간다.”
쥐노가 놀라 유진을 붙잡았다.
“잠깐, 거긴 오스만 제국의 해군 본부가 있는 곳 아니었어?”
“형식상 그렇긴 하죠.”
“이렇게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바로 직공으로 간다고?”
그저 말한 게 쥐노일 뿐, 원정군 사령부의 모든 지휘관이 경악한 얼굴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예루살렘 관광을 꿈꾸던 장군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갑자기 키프로스가 공략 대상으로 선포된 것이다.
과연, 이 상태로 키프로스 점령이 가능할까?
하지만 유진은 태연히 고개를 저었다.
“틀렸어요. 쥐노. 준비가 안 된 쪽은 오스만 제국입니다.”
“아니, 벌써 아크레 정복한 지 한 달이나 지났다고!”
“적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군요.”
문득 유진이 품 속을 뒤지다, 알루미늄 은화를 꺼내 들었다.
“나랑 내기할래요? 1백 프랑 걸고. 오스만 군은 하나도 준비가 안 되어 있을 겁니다.”
혁명의 상징, 마리안느가 그려진 알루미늄 은화.
1백 프랑이 걸린 내기가 시작되었다.
***
키프로스, 한때 여신의 섬이라 불리던 장소는 아주 평화롭다.
“여기가 바로 아프로디테의 고향이라, 이 말이지? 근데 왜 아무것도 없는 거야?”
동지중해에서 중요한 섬은 두 개다.
크레타, 그리고 키프로스다.
특히 키프로스는 이른바 투르크 본토인 아나톨리아 반도에 가까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렇지만 키프로스의 가장 중요한 항구, [파마구스타]에서는 아무런 반격조차 없었다.
전열함 호루스 위에서 유진이 망원경으로 항구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땅 파면 뭐가 있을지도 모르죠.”
“조각상이라도 나오나? 그럼, 내가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을 발견한 고고학자가 되는 건가?”
“그냥 정복하러 왔다가 엉뚱한 짓을 장군으로 기록되겠죠, 쥐노.”
이른바 [밀로의 비너스]는 아직 발견된 시대가 아니다.
키프로스 북쪽, 멜로스 섬에서 1820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대라도 키프로스에도 고대 그리스 조각상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
물론 그런 한가한 발굴 행위를 할 시간 따위는 없는 여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쥐노가 주위를 둘러보며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할 찰나였다.
“오, 예수 그리스도여! 드디어, 우리가 로도스를 회복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저 멀리 헤르쿨레스 호 위에서 톰마시 구호기사단 부단장이 찬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로도스는 본래 구호기사단의 본부였던 섬이다.
하지만 이곳은 키프로스고, 로도스까지는 한참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저 친구, 왜 저래? 여기 로도스 아니잖아.”
“키프로스는 동지중해의 제해권을 통제할 수 있는 섬이죠. 괜히 오스만이 해군본부를 설치한 게 아니에요.”
“하, 그런데 이렇게 준비가 안 되어 있단 말이지?”
문득 쥐노가 품속에서 백 프랑 은화 주머니를 던지며 투덜거렸다.
“여기, 1백 프랑이다. 으, 쥐의 간을 빼먹는군. 악덕 은행가 같으니라고.”
유진이 단숨에 주머니를 잡아챌 찰나, 마르소가 유진에게 다가섰다.
“유진, 정말 괜찮은 거냐?”
“뭐가요, 마르소?”
“이미 다미에타를 내줬어. [포트 오슈]도 기사단의 소유가 될 거고. 거기에 로도스까지 준다면, 본국에 돌아갔을 때 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톰마시가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결국 로도스 섬을 공략하게 될 경우, 구호기사단에게 주겠다고 약정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복한 영토를 내주는 것은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민감한 문제다.
특히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할 수밖에 없는 로도스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유진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마르소, 난 이래서 당신이 좋아요. 순진하니까.”
“지금 뭔가 내게 욕한 거 같은데? 그렇지?”
“생각 좀 해봐요, 마르소. 지금 프랑스는 국난의 위기에 빠졌어요. ‘아버지’ 말고는 희망도 없죠. 그런 상황에서.”
유진의 ‘아버지’, 나폴레옹조차 위기에 빠질 상황이다.
문자 그대로 사면초가의 포위 형국.
이 상황에서 시리아 원정군이 회군한다면 어떻게 될까?
“누가 우리에게 오스만 제국 건을 걸고, 딴지를 걸겠어요?”
아무도 그럴 정신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유진은 한 가지 자신이 있었다.
회군만 성공한다면, 프랑스의 모든 상황이 뒤바뀔 거라는 확신이다.
그때 친구 샹포를 아크레에 버려두고 온 남자, 라살이 손을 들었다.
“그럼, 저도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뭐지, 라살 준장?”
“원래 우리 군의 중간 목표는 시리아 점령이었잖아요? 그건 이루긴 했지만, 예루살렘은 정작 밟아보지도 못했는데요?”
유진은 라살을 흘깃 돌아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페스트 걸리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다녀오든가.”
시리아 내륙 공략을 전면 포기한 이유가 있다.
아크레에서 페스트가 발생한 이상, 지체할수록 병사들 사이에 페스트가 발발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조기에 차단하고 오스만 제국 본토 공략으로 전략을 바꾸는 게 낫다.
또한 오스만 제국을 굴복시킨다면, 오히려 [대시리아]도 프랑스 손에 들어온다.
물론 성지를 직접 점령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페스트 위험에 비할 바는 아니다.
라살도 알아들었는지 냉큼 꼬리를 뺐다.
“사양하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그럼, 헛소리 말고 키프로스의 오스만 사령부나 접수하고 오겠나? 저 파마구스타는 의외로 성벽이 높아서, 적군이 정신 차리면 골치아파.”
“하하하! 속공이라면, 드제 장군보다, 본래는 이 라살이죠! 히-호!”
바삐 상륙전을 준비하는 라살을 보다, 마르소가 물었다.
“신났군. 이렇게 쉬운 전투만 있지는 않겠지?”
유진은 높다란 파마구스타 성벽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이제 우리는 오스만 제국의 본체와 싸워야 하니까.”
“아나톨리아는 거의 프랑스 전 국토와 맞먹는 거 같던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시리아와 같아요. 일일이 하나씩 정복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싸운 방식대로 해야죠.”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사용했던 방식.
영토는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적은 결집된 군사력에 있다.
군대를 붕괴시키면, 결국 그 어떤 제국이라도 무너진다.
그게 이제 곧 다가올 19세기의 전쟁이다.
“적의 영토가 아니라, 적의 핵심 군사력을 분쇄해야 해요. 그게, 이번 원정의 요체입니다.”
한데, 이미 오스만 제국의 정예, 니자므 제디드는 붕괴된 상황이다.
유진의 시선이 북서쪽을 향했다.
콘스탄티노플이 있는 곳, 그리고 그 너머에 있을 유럽.
“단 한 번의 전투로.”
1798년 7월, 유진이 키프로스로 입항한 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