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2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21화(221/547)
(221) 예니체리가 코냐에서 선제기습 당하다
부르사, 오스만 제국이 아직 초창기이던 시절 수도였던 [고도]다.
“가자, 프랑크 놈들을 죽이러!”
이곳은 이미 유럽이 아니다.
아나톨리아, 흔히 마이너 아시아라 부르는 땅이다.
위기에 처한 오스만 제국을 구하기 위해 루멜리아에서 정예군이 집결해, 다르다넬스 해협을 넘었다.
머스킷과 터번이 함께 어우러진 기묘한 복식의 병사들이 힘차게 행군한다.
그런데 양 옆을 감싸듯 행군하는 병사들은 기병들이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이른바 시파히, 곧 오스만 투르크가 자랑하는 기병들이다.
본래 지방영주군인 티마를루 시파히와 중앙군인 카프쿨루 시파히로 나뉘는데, 여기 집결한 기사들은 주로 루멜리아 티마를루 쪽이다.
왜냐하면 지난 다미에타 전투에서 카프쿨루 기병 중 상당수가 죽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사들은 대체로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지키는 중이었다.
물론 술탄 셀림 3세의 명령이 있었기에 루멜리아, 곧 그리스 각지에서 달려온 것이기도 했다.
문득 선두에서 위풍당당하게 달리는 파즈반톨루에게 하지가 다가섰다.
“의외군, 예니체리 보병들 위주로 군을 편성할 줄 알았더니.”
“무슨 말이지, 하지? 이건 내 사병이 아니라 [제국]의 군대야. 당연히 사파히를 충분히 활용해야지.”
“이기고 나면, 이 기병들을 자네 군대로 만들고?”
하지 무스타파를 힐끗 돌아보던 파즈반톨루가 껄껄 웃었다.
“큭! 눈치가 빠르군. 줄 잘 서는 게 좋을 거야, 하지. 이번 전쟁에서 이기고 나면 이 제국에서 날 무시할 자가 아무도 없을 테니까.”
하지 무스타파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지만 파즈반톨루의 말은 틀리지 않다.
제국의 절반이 현재 프랑스 손에 들어가 버렸다.
비록 제국의 본토가 아나톨리아고 핵심 이권은 루멜리아에 있다해도, 분명 엄청난 타격이다.
게다가 아나톨리아 남해안 전체가 쑥대밭이 되지 않았던가?
만약에 이 국난의 위기를 해결하는 자가 있다면, 단연 대재상 후보 1순위다.
한때의 보스니아 반역자가 제국 제일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하지가 물었다.
“작전이나 들어보지. 코냐로 유인해서 어떻게 싸울 건가?”
파즈반톨루는 아주 간단하다는 듯 대꾸했다.
“코냐는 교통 요지야. 그곳에서 이기면, 프랑크 놈들은 부르사로, 다시 콘스탄티니예로 진격할 수 있지.”
“그걸 모르는 자가 어딨나?”
“그러니 유인에 응할 수밖에 없어. 한데, 놈들은 보나마나 전열보병을 동원할 거란 말이야. 프랑크 놈들이 자주 쓰는 전법이지.”
물론 교통 요지라고 해봤자, 대략 4만 명 정도가 사는 도시에 불과하다.
허나 드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오스만 제국이다.
특히 아나톨리아에서는 충분히 큰 도시가 맞다.
그러니 코냐를 점령하면, 콘스탄티노플로 가는 육로가 활짝 열린다.
보급로 면에서도 이집트, 키프로스, 로도스로 이어지는 보급로가 곧바로 코냐로 연결될 수 있다.
때문에 파즈반톨루는 프랑스 군이 코냐로 반드시 올 거라 확신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미 알렉산드리아에서, 다미에타에서, 아크레에서 프랑스군은 늘 이겼다.
맘루크와 알바니아 용병, 니자므 제디드에 이르기까지 오스만 제국군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병종이 격파당했다.
그런데 이를테면 [게릴라] 전투나, 매복전이 아니라 회전으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그럼, 답은 간단해. 놈들이 전열보병의 전열을 펼치기 전, 그때 기습한다.”
하지가 가진 의문에 파즈반톨루가 역시, 간단하다는 듯 답을 내놓았다.
전열이 완전히 펼쳐질 때, 유럽식 전열보병이 쏘아대는 머스킷의 화력은 엄청나다.
구시대 군대가 버텨내지 못할 정도로.
이미 알렉산드리아 전투에서 입증된 바다.
그렇지만 그 전열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
하지 무스타파가도 어느 정도 납득했다.
“속도가 문제가 되겠군.”
“바로 그거야. 미스르의 맘루크나 시리아의 알바니아 용병들 따위는 유럽식 군대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 하지만, 내 부하들은 다르지.”
“시파히 기병들은 그대의 부하가 아니다.”
하지의 지적에 파즈반톨루가 콧방귀를 뀌었다,
“내 부하들의 지휘를 받을 거다. 명료하고, 빠르며, 정확한 지휘를.”
바로 제국 북서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이 코앞인 비딘에서 단련된 병사들이다.
전직 예니체리, 알바니아 용병, 여기에 유럽식 전투에 능한 사병들.
현재 파즈반톨루가 이끄는 3만의 보병과 2만의 시파히, 그리고 1만의 루멜리아 예니체리를 지휘하는 장교집단이다.
괜히 파즈반톨루가 회전을 고집하는 게 아닌 셈이다.
하지 무스타파는 입맛을 다시다 말고삐를 잡아챘다.
“좋아, 그럼 나는 대포를 준비하러 가지.”
“어디서 준비할 텐가?”
“콘스탄티니예에서 이동 중인 포병대가 있다. 니자므 제디드의 마지막 희망이지. 중포 30문에 경포 20문이다.”
술탄이 아주 어렵게 만들어낸 직속 포병대를 떠올리며, 하지가 고했다.
“그 부대를 코냐로 데려가겠다.”
그야말로 콘스탄티노플 경비병력과 국경 수비군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를 쏟아붓는 한 판이다.
현재 아나톨리아 각지에서 집결할 병력까지 합하면 총 10만 대군이 움직인다.
그 자체로 오스만 제국의 금년 재정을 파탄낼 비용이 쏟아 부어지고 있다.
그러니 눈앞의 전직 반역자가 고깝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충성심 강한 장군, 하지 파샤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다, 파즈반톨루가 호탕하게 웃었다.
“좋아. 코냐에서 단 한 판으로 프랑크의 애송이를 죽여주지! 가자, 아주 빠르게!”
이번 전투는 기병 대 보병의 대결, 곧 속도가 지배한다.
파즈반톨루는 확신했다.
자신이 훨씬 빠를 거라고.
***
그러나 18세기 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보병은 예니체리가 아니라 프랑스 혁명군이다.
“이거, 유인당하는 거 아닐까?”
카쉬에서 코냐로 가는 길, 생각보다 험한 통로를 둘러보다 이폴리트가 혀를 찼다.
“그걸 이제 알았어?”
“엉? 그럼 우리 당장 후퇴해야 하는 거 아니야?”
“걱정할 거 없어. 우리에게는 길잡이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테오도로스 콜로코트로니스?”
아주 태연히 유진이 묻자, 그리스식 수염을 기른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입실렌티스 총독이 말한 펠로폰네소스의 반군 지휘관이다.
굳이 게릴라 작전이 필요하지 않았던 유진은 이 사람을 향도로 원했다.
비록 구식 군대와 마주하는 전장이라지만, 이곳은 완전한 이방의 땅이다.
그러니 현지 지원세력, 특히 향도는 필수다.
청년, 테오도로스가 노새를 탄 채 길을 인도하며 말했다.
“이곳, 아나톨리아에는 투르크인만 산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그리스인들도 무척 많이 삽니다.”
“사실 와서 꽤 놀랐습니다. 오히려 그리스인을 더 많이 본 것 같군요.”
“프랑스 군대의 습격 과정에서 다친 사람도 많을 거요.”
잠시 부르르 떨던 테오도로스가 힘차게 외쳤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투르크 놈들에게 복수하려면!”
본래는 서쪽, 펠로폰네소스가 고향인 테오도로스다.
하지만 그리스 독립운동의 유명인사인 부친을 두었고, 아나톨리아에 흩어진 그리스인 네트워크와도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나톨리아에서도, 현지 그리스인들을 동원해 길을 뚫고 있는 중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우선 프랑스군은 탐색부대를 전초로 내보낸다.
그 다음 현지 그리스인들과 접촉해, 경로를 파악하고, 매복이나 적군이 있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안전이 확보되면 본군이 이동한다.
물론 대부분 조직되지 않은 수비군이 있는 정도라, 쉽게 격퇴하며 진군 중이었다.
다만 해상 습격 과정에서 그리스인들도 꽤 피해를 본 게 사실이다.
비록 민간인은 살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지만, 포탄에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유진은 테오도르스를 정시하며 단언했다.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이겨드리겠습니다.”
테오도로스가 고개를 끄덕인 후, 바삐 전위로 달려갔다.
아마도 마음은 벌써 코냐로 가 있을 터다.
문득 유진의 옆으로 원정군 부사령관격인 선임 사단장 마르소가 말을 몰아 다가왔다.
“지금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코냐 쪽에 최소 10만의 병력이 집결한단 얘기가 있어.”
“계획서 상으로는 그렇겠죠, 마르소.”
“물론 지금 당장 모인 병력은 약 6만 정도인 것 같아.”
마르소가 초조하게 물었다.
“우리가 먼저 치는 게 어떨까?”
현재 프랑스 육군은 2만 3천 내외다.
이미 모여 있는 숫자만으로도 투르크군은 프랑스군을 능가한다.
아무리 화약병기 시대라도 병력의 숫자는 무시할 수 없다.
어쨌거나 기관총이 만들어진 시대는 아니니 말이다.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단연, 기습이다.
“정확한 판단이에요. 다만 우리가 갈 때는 적들은 포위전을 실시하려 들 겁니다.”
“어쩌지? 아무리 길잡이가 있다고 해도, 이곳은 적지야.”
“천만에, 그렇지 않아요.”
일순, 유진이 품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내들며 대꾸했다.
“아나톨리아는 투르크 인만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그때 저 멀리 동남쪽 협곡에서 말 울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잇히이이잉!
전방을 책임지고 행군하던 기병사단장, 쥐노가 깜짝 놀라 말을 몰아쳐 달려왔다.
“뭐야, 초병! 대체 경계태세가 어떻게 된 거야? 적군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몰랐다니!”
“저들은 적이 아니에요, 쥐노.”
“그럼 누구야? 응?”
쥐노가 기마를 몰며 으르렁댈 찰나였다.
저 멀리 먼지구름과 함께 기마대가 몰려온다.
전통적인 무장을 한 구시대 군대지만, 묘하게 투르크인과는 다른 외양을 지녔다.
프랑스 군대가 놀라 머스킷을 분분히 꺼내 들 순간, 갑자기 한쪽에서 누군가 뛰쳐 나갔다.
우익에서 행군하던 보조군, 맘루크와 베두인 지휘관 하산 투바르였다.
“압둘라 베이! 로자키의 일족을 여기서 다 보는군!”
“하산 투바르! 나의 친구, 그대가 불렀으니 오지 않을 수 있겠소?”
“하하! 보탄 아미르의 앞날에 영광을!”
터번을 쓴 두 사람이 마주하여 웃음을 터뜨리는 와중에, 마르소도 놀라 유진에게 물었다.
“저게 대체 누군데? 투바르와 친한 척을 하는 거지?”
유진은 기마를 몰아 새로이 출현한 기마대로 달려가며 답했다.
“쿠르드, 베디르 칸 베이의 부친이죠. 무슈 투바르! 내게도 소개 좀 시켜 주시죠!”
후세 원역사에서 오스만 투르크의 후신, 터키에서 독립운동 세력이 된 민족이 있다.
쿠르드, 곧 살라딘을 조상으로 둔 부족집단이다.
압둘라 로자키는 당대 쿠르드 족의 영주로 오스만 제국에 굴종하는 베이다.
그러나 압둘라의 아들, 베디르는 후일 원역사에서 쿠르드 독립운동의 선구자가 된다.
순간 이폴리트가 감탄해 소리쳤다.
“과연, 저게 진짜 현지 협력세력이구나!”
시리아 평정 후, 하산 투바르를 통해 유진이 불러낸 진짜 현지 협력자.
쿠르드 기병대가 도래한 것이다.
***
바야흐로 6만의 대군이 코냐 인근에 다다랐다.
“오스만 파즈반톨루 파샤! 코냐 전방 카바크에서 프랑크인들이 출몰했다고 합니다!”
부하, 하산 베이가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전근대 시대, 군대는 집결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유럽은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고, 도시가 발달해 행군 과정에서 보급이 상대적으로 쉽다.
그래도 제대로 보급을 하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된다.
이 보급 과정을 생략한 프랑스 혁명군이 우세를 점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도시화율도 낮고, 자국 영토라 약탈도 조금 어려우며, 각지에서 보급 물품이 집결지로 모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기에 6만이 코냐로 도착하는 데까지 한달이 걸린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오히려 파즈반톨루는 자신이 아주 빠르게 왔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사파히 기병 3천 기를 내보내라! 적들이 전열을 이루지 못하도록 쉴 새 없이 괴롭혀!”
“예!”
“단, 가까이 가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적들의 총격 사정거리 밖에서 준비하라!”
파즈반톨루가 수하들에게 기병 진격을 지시할 찰나였다.
-두두두!
엉뚱하게도 투르크군 진영이 아닌, 외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콘스탄티노플에서 왔나?”
파즈반톨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흙먼지가 가득 피어 오른다.
분명 기마대가 움직이는 소리다.
문득 부관 하산이 떨리는 목소리로 고했다.
“파샤, 저거 기병 같은데요?”
“아직 소집이 끝나지 않은 시파히인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시파히의 정규 무장이 아닙니다만.”
그 순간 총소리가 울렸다.
-탕!
기병용 라이플은 사정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그러니 총탄이 코냐 인근에 집결한 파즈반톨루 군단에 닿지는 않았다.
달려온 기병도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에도 총성 자체가 6만 대군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적이다, 기습이야! 당장 대열을 갖춰라!”
파즈반톨루도 놀라 명령을 내릴 순간, 양익 사방에서 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잇히이이잉!
좌측은 영국식 기병총으로 무장한 맘루크 베두인 기병대.
그러나 우측은 쿠르드 기병대다.
기병을 비장의 카드로 삼았다가, 오히려 기병대에 습격당한 파즈반톨루가 비명을 질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코냐에서 우리가 기습을 당해?”
서기 1798년 10월 31일.
오스만 제국 한복판, 코냐.
기병이 활약하기 좋은 평지가 펼쳐진 장소.
셀주크의 고도에서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희망이 선제 기습을 당했다.
(221) 예니체리가 코냐에서 선제기습 당하다
부르사, 오스만 제국이 아직 초창기이던 시절 수도였던 [고도]다.
“가자, 프랑크 놈들을 죽이러!”
이곳은 이미 유럽이 아니다.
아나톨리아, 흔히 마이너 아시아라 부르는 땅이다.
위기에 처한 오스만 제국을 구하기 위해 루멜리아에서 정예군이 집결해, 다르다넬스 해협을 넘었다.
머스킷과 터번이 함께 어우러진 기묘한 복식의 병사들이 힘차게 행군한다.
그런데 양 옆을 감싸듯 행군하는 병사들은 기병들이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이른바 시파히, 곧 오스만 투르크가 자랑하는 기병들이다.
본래 지방영주군인 티마를루 시파히와 중앙군인 카프쿨루 시파히로 나뉘는데, 여기 집결한 기사들은 주로 루멜리아 티마를루 쪽이다.
왜냐하면 지난 다미에타 전투에서 카프쿨루 기병 중 상당수가 죽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사들은 대체로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지키는 중이었다.
물론 술탄 셀림 3세의 명령이 있었기에 루멜리아, 곧 그리스 각지에서 달려온 것이기도 했다.
문득 선두에서 위풍당당하게 달리는 파즈반톨루에게 하지가 다가섰다.
“의외군, 예니체리 보병들 위주로 군을 편성할 줄 알았더니.”
“무슨 말이지, 하지? 이건 내 사병이 아니라 [제국]의 군대야. 당연히 사파히를 충분히 활용해야지.”
“이기고 나면, 이 기병들을 자네 군대로 만들고?”
하지 무스타파를 힐끗 돌아보던 파즈반톨루가 껄껄 웃었다.
“큭! 눈치가 빠르군. 줄 잘 서는 게 좋을 거야, 하지. 이번 전쟁에서 이기고 나면 이 제국에서 날 무시할 자가 아무도 없을 테니까.”
하지 무스타파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지만 파즈반톨루의 말은 틀리지 않다.
제국의 절반이 현재 프랑스 손에 들어가 버렸다.
비록 제국의 본토가 아나톨리아고 핵심 이권은 루멜리아에 있다해도, 분명 엄청난 타격이다.
게다가 아나톨리아 남해안 전체가 쑥대밭이 되지 않았던가?
만약에 이 국난의 위기를 해결하는 자가 있다면, 단연 대재상 후보 1순위다.
한때의 보스니아 반역자가 제국 제일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하지가 물었다.
“작전이나 들어보지. 코냐로 유인해서 어떻게 싸울 건가?”
파즈반톨루는 아주 간단하다는 듯 대꾸했다.
“코냐는 교통 요지야. 그곳에서 이기면, 프랑크 놈들은 부르사로, 다시 콘스탄티니예로 진격할 수 있지.”
“그걸 모르는 자가 어딨나?”
“그러니 유인에 응할 수밖에 없어. 한데, 놈들은 보나마나 전열보병을 동원할 거란 말이야. 프랑크 놈들이 자주 쓰는 전법이지.”
물론 교통 요지라고 해봤자, 대략 4만 명 정도가 사는 도시에 불과하다.
허나 드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오스만 제국이다.
특히 아나톨리아에서는 충분히 큰 도시가 맞다.
그러니 코냐를 점령하면, 콘스탄티노플로 가는 육로가 활짝 열린다.
보급로 면에서도 이집트, 키프로스, 로도스로 이어지는 보급로가 곧바로 코냐로 연결될 수 있다.
때문에 파즈반톨루는 프랑스 군이 코냐로 반드시 올 거라 확신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미 알렉산드리아에서, 다미에타에서, 아크레에서 프랑스군은 늘 이겼다.
맘루크와 알바니아 용병, 니자므 제디드에 이르기까지 오스만 제국군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병종이 격파당했다.
그런데 이를테면 [게릴라] 전투나, 매복전이 아니라 회전으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그럼, 답은 간단해. 놈들이 전열보병의 전열을 펼치기 전, 그때 기습한다.”
하지가 가진 의문에 파즈반톨루가 역시, 간단하다는 듯 답을 내놓았다.
전열이 완전히 펼쳐질 때, 유럽식 전열보병이 쏘아대는 머스킷의 화력은 엄청나다.
구시대 군대가 버텨내지 못할 정도로.
이미 알렉산드리아 전투에서 입증된 바다.
그렇지만 그 전열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
하지 무스타파가도 어느 정도 납득했다.
“속도가 문제가 되겠군.”
“바로 그거야. 미스르의 맘루크나 시리아의 알바니아 용병들 따위는 유럽식 군대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 하지만, 내 부하들은 다르지.”
“시파히 기병들은 그대의 부하가 아니다.”
하지의 지적에 파즈반톨루가 콧방귀를 뀌었다,
“내 부하들의 지휘를 받을 거다. 명료하고, 빠르며, 정확한 지휘를.”
바로 제국 북서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이 코앞인 비딘에서 단련된 병사들이다.
전직 예니체리, 알바니아 용병, 여기에 유럽식 전투에 능한 사병들.
현재 파즈반톨루가 이끄는 3만의 보병과 2만의 시파히, 그리고 1만의 루멜리아 예니체리를 지휘하는 장교집단이다.
괜히 파즈반톨루가 회전을 고집하는 게 아닌 셈이다.
하지 무스타파는 입맛을 다시다 말고삐를 잡아챘다.
“좋아, 그럼 나는 대포를 준비하러 가지.”
“어디서 준비할 텐가?”
“콘스탄티니예에서 이동 중인 포병대가 있다. 니자므 제디드의 마지막 희망이지. 중포 30문에 경포 20문이다.”
술탄이 아주 어렵게 만들어낸 직속 포병대를 떠올리며, 하지가 고했다.
“그 부대를 코냐로 데려가겠다.”
그야말로 콘스탄티노플 경비병력과 국경 수비군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를 쏟아붓는 한 판이다.
현재 아나톨리아 각지에서 집결할 병력까지 합하면 총 10만 대군이 움직인다.
그 자체로 오스만 제국의 금년 재정을 파탄낼 비용이 쏟아 부어지고 있다.
그러니 눈앞의 전직 반역자가 고깝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충성심 강한 장군, 하지 파샤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다, 파즈반톨루가 호탕하게 웃었다.
“좋아. 코냐에서 단 한 판으로 프랑크의 애송이를 죽여주지! 가자, 아주 빠르게!”
이번 전투는 기병 대 보병의 대결, 곧 속도가 지배한다.
파즈반톨루는 확신했다.
자신이 훨씬 빠를 거라고.
***
그러나 18세기 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보병은 예니체리가 아니라 프랑스 혁명군이다.
“이거, 유인당하는 거 아닐까?”
카쉬에서 코냐로 가는 길, 생각보다 험한 통로를 둘러보다 이폴리트가 혀를 찼다.
“그걸 이제 알았어?”
“엉? 그럼 우리 당장 후퇴해야 하는 거 아니야?”
“걱정할 거 없어. 우리에게는 길잡이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테오도로스 콜로코트로니스?”
아주 태연히 유진이 묻자, 그리스식 수염을 기른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입실렌티스 총독이 말한 펠로폰네소스의 반군 지휘관이다.
굳이 게릴라 작전이 필요하지 않았던 유진은 이 사람을 향도로 원했다.
비록 구식 군대와 마주하는 전장이라지만, 이곳은 완전한 이방의 땅이다.
그러니 현지 지원세력, 특히 향도는 필수다.
청년, 테오도로스가 노새를 탄 채 길을 인도하며 말했다.
“이곳, 아나톨리아에는 투르크인만 산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그리스인들도 무척 많이 삽니다.”
“사실 와서 꽤 놀랐습니다. 오히려 그리스인을 더 많이 본 것 같군요.”
“프랑스 군대의 습격 과정에서 다친 사람도 많을 거요.”
잠시 부르르 떨던 테오도로스가 힘차게 외쳤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투르크 놈들에게 복수하려면!”
본래는 서쪽, 펠로폰네소스가 고향인 테오도로스다.
하지만 그리스 독립운동의 유명인사인 부친을 두었고, 아나톨리아에 흩어진 그리스인 네트워크와도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나톨리아에서도, 현지 그리스인들을 동원해 길을 뚫고 있는 중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우선 프랑스군은 탐색부대를 전초로 내보낸다.
그 다음 현지 그리스인들과 접촉해, 경로를 파악하고, 매복이나 적군이 있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안전이 확보되면 본군이 이동한다.
물론 대부분 조직되지 않은 수비군이 있는 정도라, 쉽게 격퇴하며 진군 중이었다.
다만 해상 습격 과정에서 그리스인들도 꽤 피해를 본 게 사실이다.
비록 민간인은 살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지만, 포탄에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유진은 테오도르스를 정시하며 단언했다.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이겨드리겠습니다.”
테오도로스가 고개를 끄덕인 후, 바삐 전위로 달려갔다.
아마도 마음은 벌써 코냐로 가 있을 터다.
문득 유진의 옆으로 원정군 부사령관격인 선임 사단장 마르소가 말을 몰아 다가왔다.
“지금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코냐 쪽에 최소 10만의 병력이 집결한단 얘기가 있어.”
“계획서 상으로는 그렇겠죠, 마르소.”
“물론 지금 당장 모인 병력은 약 6만 정도인 것 같아.”
마르소가 초조하게 물었다.
“우리가 먼저 치는 게 어떨까?”
현재 프랑스 육군은 2만 3천 내외다.
이미 모여 있는 숫자만으로도 투르크군은 프랑스군을 능가한다.
아무리 화약병기 시대라도 병력의 숫자는 무시할 수 없다.
어쨌거나 기관총이 만들어진 시대는 아니니 말이다.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단연, 기습이다.
“정확한 판단이에요. 다만 우리가 갈 때는 적들은 포위전을 실시하려 들 겁니다.”
“어쩌지? 아무리 길잡이가 있다고 해도, 이곳은 적지야.”
“천만에, 그렇지 않아요.”
일순, 유진이 품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내들며 대꾸했다.
“아나톨리아는 투르크 인만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그때 저 멀리 동남쪽 협곡에서 말 울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잇히이이잉!
전방을 책임지고 행군하던 기병사단장, 쥐노가 깜짝 놀라 말을 몰아쳐 달려왔다.
“뭐야, 초병! 대체 경계태세가 어떻게 된 거야? 적군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몰랐다니!”
“저들은 적이 아니에요, 쥐노.”
“그럼 누구야? 응?”
쥐노가 기마를 몰며 으르렁댈 찰나였다.
저 멀리 먼지구름과 함께 기마대가 몰려온다.
전통적인 무장을 한 구시대 군대지만, 묘하게 투르크인과는 다른 외양을 지녔다.
프랑스 군대가 놀라 머스킷을 분분히 꺼내 들 순간, 갑자기 한쪽에서 누군가 뛰쳐 나갔다.
우익에서 행군하던 보조군, 맘루크와 베두인 지휘관 하산 투바르였다.
“압둘라 베이! 로자키의 일족을 여기서 다 보는군!”
“하산 투바르! 나의 친구, 그대가 불렀으니 오지 않을 수 있겠소?”
“하하! 보탄 아미르의 앞날에 영광을!”
터번을 쓴 두 사람이 마주하여 웃음을 터뜨리는 와중에, 마르소도 놀라 유진에게 물었다.
“저게 대체 누군데? 투바르와 친한 척을 하는 거지?”
유진은 기마를 몰아 새로이 출현한 기마대로 달려가며 답했다.
“쿠르드, 베디르 칸 베이의 부친이죠. 무슈 투바르! 내게도 소개 좀 시켜 주시죠!”
후세 원역사에서 오스만 투르크의 후신, 터키에서 독립운동 세력이 된 민족이 있다.
쿠르드, 곧 살라딘을 조상으로 둔 부족집단이다.
압둘라 로자키는 당대 쿠르드 족의 영주로 오스만 제국에 굴종하는 베이다.
그러나 압둘라의 아들, 베디르는 후일 원역사에서 쿠르드 독립운동의 선구자가 된다.
순간 이폴리트가 감탄해 소리쳤다.
“과연, 저게 진짜 현지 협력세력이구나!”
시리아 평정 후, 하산 투바르를 통해 유진이 불러낸 진짜 현지 협력자.
쿠르드 기병대가 도래한 것이다.
***
바야흐로 6만의 대군이 코냐 인근에 다다랐다.
“오스만 파즈반톨루 파샤! 코냐 전방 카바크에서 프랑크인들이 출몰했다고 합니다!”
부하, 하산 베이가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전근대 시대, 군대는 집결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유럽은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고, 도시가 발달해 행군 과정에서 보급이 상대적으로 쉽다.
그래도 제대로 보급을 하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된다.
이 보급 과정을 생략한 프랑스 혁명군이 우세를 점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도시화율도 낮고, 자국 영토라 약탈도 조금 어려우며, 각지에서 보급 물품이 집결지로 모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기에 6만이 코냐로 도착하는 데까지 한달이 걸린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오히려 파즈반톨루는 자신이 아주 빠르게 왔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사파히 기병 3천 기를 내보내라! 적들이 전열을 이루지 못하도록 쉴 새 없이 괴롭혀!”
“예!”
“단, 가까이 가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적들의 총격 사정거리 밖에서 준비하라!”
파즈반톨루가 수하들에게 기병 진격을 지시할 찰나였다.
-두두두!
엉뚱하게도 투르크군 진영이 아닌, 외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콘스탄티노플에서 왔나?”
파즈반톨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흙먼지가 가득 피어 오른다.
분명 기마대가 움직이는 소리다.
문득 부관 하산이 떨리는 목소리로 고했다.
“파샤, 저거 기병 같은데요?”
“아직 소집이 끝나지 않은 시파히인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시파히의 정규 무장이 아닙니다만.”
그 순간 총소리가 울렸다.
-탕!
기병용 라이플은 사정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그러니 총탄이 코냐 인근에 집결한 파즈반톨루 군단에 닿지는 않았다.
달려온 기병도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에도 총성 자체가 6만 대군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적이다, 기습이야! 당장 대열을 갖춰라!”
파즈반톨루도 놀라 명령을 내릴 순간, 양익 사방에서 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잇히이이잉!
좌측은 영국식 기병총으로 무장한 맘루크 베두인 기병대.
그러나 우측은 쿠르드 기병대다.
기병을 비장의 카드로 삼았다가, 오히려 기병대에 습격당한 파즈반톨루가 비명을 질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코냐에서 우리가 기습을 당해?”
서기 1798년 10월 31일.
오스만 제국 한복판, 코냐.
기병이 활약하기 좋은 평지가 펼쳐진 장소.
셀주크의 고도에서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희망이 선제 기습을 당했다.
(221) 예니체리가 코냐에서 선제기습 당하다
부르사, 오스만 제국이 아직 초창기이던 시절 수도였던 [고도]다.
“가자, 프랑크 놈들을 죽이러!”
이곳은 이미 유럽이 아니다.
아나톨리아, 흔히 마이너 아시아라 부르는 땅이다.
위기에 처한 오스만 제국을 구하기 위해 루멜리아에서 정예군이 집결해, 다르다넬스 해협을 넘었다.
머스킷과 터번이 함께 어우러진 기묘한 복식의 병사들이 힘차게 행군한다.
그런데 양 옆을 감싸듯 행군하는 병사들은 기병들이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이른바 시파히, 곧 오스만 투르크가 자랑하는 기병들이다.
본래 지방영주군인 티마를루 시파히와 중앙군인 카프쿨루 시파히로 나뉘는데, 여기 집결한 기사들은 주로 루멜리아 티마를루 쪽이다.
왜냐하면 지난 다미에타 전투에서 카프쿨루 기병 중 상당수가 죽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사들은 대체로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지키는 중이었다.
물론 술탄 셀림 3세의 명령이 있었기에 루멜리아, 곧 그리스 각지에서 달려온 것이기도 했다.
문득 선두에서 위풍당당하게 달리는 파즈반톨루에게 하지가 다가섰다.
“의외군, 예니체리 보병들 위주로 군을 편성할 줄 알았더니.”
“무슨 말이지, 하지? 이건 내 사병이 아니라 [제국]의 군대야. 당연히 사파히를 충분히 활용해야지.”
“이기고 나면, 이 기병들을 자네 군대로 만들고?”
하지 무스타파를 힐끗 돌아보던 파즈반톨루가 껄껄 웃었다.
“큭! 눈치가 빠르군. 줄 잘 서는 게 좋을 거야, 하지. 이번 전쟁에서 이기고 나면 이 제국에서 날 무시할 자가 아무도 없을 테니까.”
하지 무스타파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지만 파즈반톨루의 말은 틀리지 않다.
제국의 절반이 현재 프랑스 손에 들어가 버렸다.
비록 제국의 본토가 아나톨리아고 핵심 이권은 루멜리아에 있다해도, 분명 엄청난 타격이다.
게다가 아나톨리아 남해안 전체가 쑥대밭이 되지 않았던가?
만약에 이 국난의 위기를 해결하는 자가 있다면, 단연 대재상 후보 1순위다.
한때의 보스니아 반역자가 제국 제일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하지가 물었다.
“작전이나 들어보지. 코냐로 유인해서 어떻게 싸울 건가?”
파즈반톨루는 아주 간단하다는 듯 대꾸했다.
“코냐는 교통 요지야. 그곳에서 이기면, 프랑크 놈들은 부르사로, 다시 콘스탄티니예로 진격할 수 있지.”
“그걸 모르는 자가 어딨나?”
“그러니 유인에 응할 수밖에 없어. 한데, 놈들은 보나마나 전열보병을 동원할 거란 말이야. 프랑크 놈들이 자주 쓰는 전법이지.”
물론 교통 요지라고 해봤자, 대략 4만 명 정도가 사는 도시에 불과하다.
허나 드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오스만 제국이다.
특히 아나톨리아에서는 충분히 큰 도시가 맞다.
그러니 코냐를 점령하면, 콘스탄티노플로 가는 육로가 활짝 열린다.
보급로 면에서도 이집트, 키프로스, 로도스로 이어지는 보급로가 곧바로 코냐로 연결될 수 있다.
때문에 파즈반톨루는 프랑스 군이 코냐로 반드시 올 거라 확신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미 알렉산드리아에서, 다미에타에서, 아크레에서 프랑스군은 늘 이겼다.
맘루크와 알바니아 용병, 니자므 제디드에 이르기까지 오스만 제국군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병종이 격파당했다.
그런데 이를테면 [게릴라] 전투나, 매복전이 아니라 회전으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그럼, 답은 간단해. 놈들이 전열보병의 전열을 펼치기 전, 그때 기습한다.”
하지가 가진 의문에 파즈반톨루가 역시, 간단하다는 듯 답을 내놓았다.
전열이 완전히 펼쳐질 때, 유럽식 전열보병이 쏘아대는 머스킷의 화력은 엄청나다.
구시대 군대가 버텨내지 못할 정도로.
이미 알렉산드리아 전투에서 입증된 바다.
그렇지만 그 전열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
하지 무스타파가도 어느 정도 납득했다.
“속도가 문제가 되겠군.”
“바로 그거야. 미스르의 맘루크나 시리아의 알바니아 용병들 따위는 유럽식 군대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 하지만, 내 부하들은 다르지.”
“시파히 기병들은 그대의 부하가 아니다.”
하지의 지적에 파즈반톨루가 콧방귀를 뀌었다,
“내 부하들의 지휘를 받을 거다. 명료하고, 빠르며, 정확한 지휘를.”
바로 제국 북서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이 코앞인 비딘에서 단련된 병사들이다.
전직 예니체리, 알바니아 용병, 여기에 유럽식 전투에 능한 사병들.
현재 파즈반톨루가 이끄는 3만의 보병과 2만의 시파히, 그리고 1만의 루멜리아 예니체리를 지휘하는 장교집단이다.
괜히 파즈반톨루가 회전을 고집하는 게 아닌 셈이다.
하지 무스타파는 입맛을 다시다 말고삐를 잡아챘다.
“좋아, 그럼 나는 대포를 준비하러 가지.”
“어디서 준비할 텐가?”
“콘스탄티니예에서 이동 중인 포병대가 있다. 니자므 제디드의 마지막 희망이지. 중포 30문에 경포 20문이다.”
술탄이 아주 어렵게 만들어낸 직속 포병대를 떠올리며, 하지가 고했다.
“그 부대를 코냐로 데려가겠다.”
그야말로 콘스탄티노플 경비병력과 국경 수비군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를 쏟아붓는 한 판이다.
현재 아나톨리아 각지에서 집결할 병력까지 합하면 총 10만 대군이 움직인다.
그 자체로 오스만 제국의 금년 재정을 파탄낼 비용이 쏟아 부어지고 있다.
그러니 눈앞의 전직 반역자가 고깝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충성심 강한 장군, 하지 파샤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다, 파즈반톨루가 호탕하게 웃었다.
“좋아. 코냐에서 단 한 판으로 프랑크의 애송이를 죽여주지! 가자, 아주 빠르게!”
이번 전투는 기병 대 보병의 대결, 곧 속도가 지배한다.
파즈반톨루는 확신했다.
자신이 훨씬 빠를 거라고.
***
그러나 18세기 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보병은 예니체리가 아니라 프랑스 혁명군이다.
“이거, 유인당하는 거 아닐까?”
카쉬에서 코냐로 가는 길, 생각보다 험한 통로를 둘러보다 이폴리트가 혀를 찼다.
“그걸 이제 알았어?”
“엉? 그럼 우리 당장 후퇴해야 하는 거 아니야?”
“걱정할 거 없어. 우리에게는 길잡이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테오도로스 콜로코트로니스?”
아주 태연히 유진이 묻자, 그리스식 수염을 기른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입실렌티스 총독이 말한 펠로폰네소스의 반군 지휘관이다.
굳이 게릴라 작전이 필요하지 않았던 유진은 이 사람을 향도로 원했다.
비록 구식 군대와 마주하는 전장이라지만, 이곳은 완전한 이방의 땅이다.
그러니 현지 지원세력, 특히 향도는 필수다.
청년, 테오도로스가 노새를 탄 채 길을 인도하며 말했다.
“이곳, 아나톨리아에는 투르크인만 산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그리스인들도 무척 많이 삽니다.”
“사실 와서 꽤 놀랐습니다. 오히려 그리스인을 더 많이 본 것 같군요.”
“프랑스 군대의 습격 과정에서 다친 사람도 많을 거요.”
잠시 부르르 떨던 테오도로스가 힘차게 외쳤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투르크 놈들에게 복수하려면!”
본래는 서쪽, 펠로폰네소스가 고향인 테오도로스다.
하지만 그리스 독립운동의 유명인사인 부친을 두었고, 아나톨리아에 흩어진 그리스인 네트워크와도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나톨리아에서도, 현지 그리스인들을 동원해 길을 뚫고 있는 중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우선 프랑스군은 탐색부대를 전초로 내보낸다.
그 다음 현지 그리스인들과 접촉해, 경로를 파악하고, 매복이나 적군이 있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안전이 확보되면 본군이 이동한다.
물론 대부분 조직되지 않은 수비군이 있는 정도라, 쉽게 격퇴하며 진군 중이었다.
다만 해상 습격 과정에서 그리스인들도 꽤 피해를 본 게 사실이다.
비록 민간인은 살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지만, 포탄에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유진은 테오도르스를 정시하며 단언했다.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이겨드리겠습니다.”
테오도로스가 고개를 끄덕인 후, 바삐 전위로 달려갔다.
아마도 마음은 벌써 코냐로 가 있을 터다.
문득 유진의 옆으로 원정군 부사령관격인 선임 사단장 마르소가 말을 몰아 다가왔다.
“지금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코냐 쪽에 최소 10만의 병력이 집결한단 얘기가 있어.”
“계획서 상으로는 그렇겠죠, 마르소.”
“물론 지금 당장 모인 병력은 약 6만 정도인 것 같아.”
마르소가 초조하게 물었다.
“우리가 먼저 치는 게 어떨까?”
현재 프랑스 육군은 2만 3천 내외다.
이미 모여 있는 숫자만으로도 투르크군은 프랑스군을 능가한다.
아무리 화약병기 시대라도 병력의 숫자는 무시할 수 없다.
어쨌거나 기관총이 만들어진 시대는 아니니 말이다.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단연, 기습이다.
“정확한 판단이에요. 다만 우리가 갈 때는 적들은 포위전을 실시하려 들 겁니다.”
“어쩌지? 아무리 길잡이가 있다고 해도, 이곳은 적지야.”
“천만에, 그렇지 않아요.”
일순, 유진이 품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내들며 대꾸했다.
“아나톨리아는 투르크 인만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그때 저 멀리 동남쪽 협곡에서 말 울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잇히이이잉!
전방을 책임지고 행군하던 기병사단장, 쥐노가 깜짝 놀라 말을 몰아쳐 달려왔다.
“뭐야, 초병! 대체 경계태세가 어떻게 된 거야? 적군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몰랐다니!”
“저들은 적이 아니에요, 쥐노.”
“그럼 누구야? 응?”
쥐노가 기마를 몰며 으르렁댈 찰나였다.
저 멀리 먼지구름과 함께 기마대가 몰려온다.
전통적인 무장을 한 구시대 군대지만, 묘하게 투르크인과는 다른 외양을 지녔다.
프랑스 군대가 놀라 머스킷을 분분히 꺼내 들 순간, 갑자기 한쪽에서 누군가 뛰쳐 나갔다.
우익에서 행군하던 보조군, 맘루크와 베두인 지휘관 하산 투바르였다.
“압둘라 베이! 로자키의 일족을 여기서 다 보는군!”
“하산 투바르! 나의 친구, 그대가 불렀으니 오지 않을 수 있겠소?”
“하하! 보탄 아미르의 앞날에 영광을!”
터번을 쓴 두 사람이 마주하여 웃음을 터뜨리는 와중에, 마르소도 놀라 유진에게 물었다.
“저게 대체 누군데? 투바르와 친한 척을 하는 거지?”
유진은 기마를 몰아 새로이 출현한 기마대로 달려가며 답했다.
“쿠르드, 베디르 칸 베이의 부친이죠. 무슈 투바르! 내게도 소개 좀 시켜 주시죠!”
후세 원역사에서 오스만 투르크의 후신, 터키에서 독립운동 세력이 된 민족이 있다.
쿠르드, 곧 살라딘을 조상으로 둔 부족집단이다.
압둘라 로자키는 당대 쿠르드 족의 영주로 오스만 제국에 굴종하는 베이다.
그러나 압둘라의 아들, 베디르는 후일 원역사에서 쿠르드 독립운동의 선구자가 된다.
순간 이폴리트가 감탄해 소리쳤다.
“과연, 저게 진짜 현지 협력세력이구나!”
시리아 평정 후, 하산 투바르를 통해 유진이 불러낸 진짜 현지 협력자.
쿠르드 기병대가 도래한 것이다.
***
바야흐로 6만의 대군이 코냐 인근에 다다랐다.
“오스만 파즈반톨루 파샤! 코냐 전방 카바크에서 프랑크인들이 출몰했다고 합니다!”
부하, 하산 베이가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전근대 시대, 군대는 집결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유럽은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고, 도시가 발달해 행군 과정에서 보급이 상대적으로 쉽다.
그래도 제대로 보급을 하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된다.
이 보급 과정을 생략한 프랑스 혁명군이 우세를 점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도시화율도 낮고, 자국 영토라 약탈도 조금 어려우며, 각지에서 보급 물품이 집결지로 모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기에 6만이 코냐로 도착하는 데까지 한달이 걸린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오히려 파즈반톨루는 자신이 아주 빠르게 왔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사파히 기병 3천 기를 내보내라! 적들이 전열을 이루지 못하도록 쉴 새 없이 괴롭혀!”
“예!”
“단, 가까이 가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적들의 총격 사정거리 밖에서 준비하라!”
파즈반톨루가 수하들에게 기병 진격을 지시할 찰나였다.
-두두두!
엉뚱하게도 투르크군 진영이 아닌, 외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콘스탄티노플에서 왔나?”
파즈반톨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흙먼지가 가득 피어 오른다.
분명 기마대가 움직이는 소리다.
문득 부관 하산이 떨리는 목소리로 고했다.
“파샤, 저거 기병 같은데요?”
“아직 소집이 끝나지 않은 시파히인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시파히의 정규 무장이 아닙니다만.”
그 순간 총소리가 울렸다.
-탕!
기병용 라이플은 사정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그러니 총탄이 코냐 인근에 집결한 파즈반톨루 군단에 닿지는 않았다.
달려온 기병도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에도 총성 자체가 6만 대군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적이다, 기습이야! 당장 대열을 갖춰라!”
파즈반톨루도 놀라 명령을 내릴 순간, 양익 사방에서 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잇히이이잉!
좌측은 영국식 기병총으로 무장한 맘루크 베두인 기병대.
그러나 우측은 쿠르드 기병대다.
기병을 비장의 카드로 삼았다가, 오히려 기병대에 습격당한 파즈반톨루가 비명을 질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코냐에서 우리가 기습을 당해?”
서기 1798년 10월 31일.
오스만 제국 한복판, 코냐.
기병이 활약하기 좋은 평지가 펼쳐진 장소.
셀주크의 고도에서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희망이 선제 기습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