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2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23화(223/547)
(223) 콘스탄티노플은 쑥대밭이 되었다
여기, 천 오백 년 동안 제국의 수도였던 도시가 있다.
“어떻게, 고작 3만을 막지 못해 제국 전체가 흔들린단 말인가!”
포르테, 투르크어로 [문]이란 뜻이다.
그러나 보통 최고 권력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는 비유적인 표현을 쓰기 마련이다.
여기서 ‘문’이란 곧 궁전의 가장 심처를 닫는 문.
때문에 포르테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술탄과 재상, 그리고 고위관료를 가리키는 통칭이다.
지금, 이 포르테가 술탄이자 파디샤, 셀림 3세의 노성으로 뒤흔들리는 중이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고작 1년만에 제국 절반이 사라져 버렸으니까.
대재상 지야우딘이 쩔쩔매다 말했다.
“파디샤, 고정하시옵소서.”
“고정? 뭘 진정하라고? 지금 적들이 카이로에 있나? 아니면 아크레에 있나? 그것도 아니면 다마스쿠스나 알레포에 있기라도 한가!”
“코냐는 아직 수도에서 멉니다. 충분히 방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셀림 3세는 삿대질을 하며 지야우딘에게 고함쳤다.
“그 얘기는 다미에타에서 그대가 패배하기 전에 말했어야지! 이 외눈박이야!”
외눈박이 대재상 지야우딘은 굴욕감에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파디샤, 곧 황제의 말은 단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만약 다미에타에서 약간의 승리라도 거두고 후퇴했다면, 지야우딘은 오히려 영웅이 되었을 터다.
애석하게도 지야우딘은 이기기는커녕 거의 전군을 잃었다.
셀림 3세가 심혈을 기울여 육성한 [신군]마저 전멸했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에게 패배한 후, 마지막 희망이라 믿었던 부대다.
여기에 루멜리아를 지키던 예니체리 병력마저 코냐에서 전멸했다.
남은 것은 수도를 지키는 군대 뿐이다.
그 순간 이 자리에서 터번을 쓰지 않은 유일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파디샤, 제국 전역에 총동원령을 내리십시오.”
그때서야 남자를 발견한 셀림 3세가 입가를 비틀었다.
“하, 여기 잘나신 그레이트 브리튼의 대사님이 계셨군.”
“파디샤, 정신 차리십시오.”
“당신 형이 패배해서 이꼴이 되었는데, 대체 뭘 정신 차리라는 건가. 스펜서 스미스!”
영국 대사, 스펜서 스미스를 노려보며 셀림 3세가 고함쳤다.
“지금 프랑스 놈들이 이 보스포루스로 밀려오고 있는데!”
그런데 스펜서 스미스는 두려워하거나 물러나는 대신, 허리에 차고 있던 훈장을 땅에 던졌다.
-쩡!
바닥에 훈장이 부딪쳐 일어난 파열음에, 대재상이 깜짝 놀라 고함쳤다.
“이게, 무슨 짓이오. 영국 대사!”
“대재상께서 파디샤를 고정시키지 못하니, 제가 고정시켜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여긴 어전이오!”
경악한 술탄과 신료들 앞에서, 스펜서가 고요히 일렀다.
“위대한 파디샤 폐하, 오스만의 자손이시여. 제 말을 우선 들어주십시오. 지금 [러시아]가 오고 있습니다.”
술탄이 눈을 크게 떴다.
“러시아? 대체 왜?”
“현재 서쪽, 유럽 땅에서는 프랑스가 온 세상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우리 잉글랜드도 맞서 싸우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를 돕겠다고 온 거 아닌가. 그런 것 치고는 다 진 것 같네만. 미스르와 시리아에서 말이지.”
다시 비아냥거리는 셀림 3세를 향해 스펜서는 아주 침착하게 대꾸했다.
“본래 우리 잉글랜드는 자기 힘만으로 싸우지 않습니다. 항상 동맹의 도움을 빌리지요. 바로 그 동맹이 러시아입니다.”
그저 빈말이나 변명이 아니다.
실제로 영국은 17세기부터 이 시대까지 계속, 동맹을 바꾸며 싸웠다.
바다에서는 영국 혼자 싸우더라도, 육지에서는 늘 동맹군을 앞세워 왔다.
현재 프랑스가 유럽 패권 코앞에 가 있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프랑스 전쟁 때는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를, 이번에는 러시아를 동맹으로 택한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오스만 제국의 가상적국 제1호란 거다.
셀림 3세가 이 사실을 밝히는 자칭 오스만의 동맹, 영국의 대사를 향해 소리쳤다.
“러시아는 우리의 적이야!”
“그럼, 지금 제국에 다른 육군이 있습니까?”
“뭐?”
스펜서는 영국인답게 냉정하고 침착하며, 블랙유머를 섞어 일렀다.
“여기 궁전을 지키는 소수의 [신군]이나, 예니체리로는 프랑스 육군을 이기지 못합니다. 혹시 알라의 기적이라도 일어난다면 모를까.”
분노로 치를 떨던 셀림 3세는 멈춰섰다.
코냐에서 6만 대군이 전멸했다.
분명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어디서도 병력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영국대사가 말한 이른바 [총동원령]은 오스만 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애초에 프랑스가 총동원령이 가능했던 것은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비옥한 영토를 기반으로 한 막대한 인구, 오각형 모양의 교통이 편한 영토, 여기에 혁명 정신의 고취로 인한 자발적인 병사들의 입대까지.
오스만 제국에는 단 하나도 없는 조건들이다.
사실은 영국도 이 시대에는 불가능한 제도기도 하다.
그러나 셀림 3세는 화를 내려다, 꾹 참았다.
스펜서가 놀리려 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영국 대사 스펜서는 차분히 설명했다.
“일단 동원령만 내리신다면, 그 다음은 러시아가 책임질 겁니다. 러시아는 지금 최고의 해군제독과, 가장 유망한 육군장군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최고든 유망하든 지금, 그 얘기 아닌가. 보스포루스 해협을 내주라고?”
“그게 아니면 이 제국을 지킬 가망이 있습니까?”
보스포루스, 그러니까 콘스탄티노플과 그 너머 땅을 가르는 해협의 이름이다.
이 해협을 지배하기에 오스만 제국은 루멜리아와 아나톨리아를 하나로 통치한다.
또한 러시아가 차지한 흑해를 봉쇄할 수 있고, 동지중해를 지배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는 18세기 말.
이미 러시아의 전열함을 오스만 제국군은 막기 버거운 시대다.
한데 프랑스도 지금 전열함을 끌고 로도스까지 온 상태다.
과연 오스만 제국이 막을 수 있을까?
유럽 사정에 상당히 밝은 셀림 3세가 답하지 못할 찰나, 스펜서가 외쳤다.
“우샤코프 제독의 흑해함대가 옵니다. 전열함 16척과 함께!”
그때 대재상 지야우딘이 외눈을 빛냈다.
“육군은 오지 않는 거요?”
“역시, 현명하십니다. 대재상. 이 상황에서 육군을 파견한다면, 꼭 제국을 정복하려는 수작 같지 않습니까? 러시아의 차르가 그걸 배려한 거지요.”
“흥, 프랑스와 싸우느라 여력이 없는 게 아니고?”
그러자 스펜서가 빙그레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건 모른 척 하는 게 외교 아닙니까?”
이로써 영국의 [보증] 아래, 러시아 군의 참전이 확정되었다.
***
물론 러시아도 동원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면전을 치를 여력 따위는 없다.
“누가 온다고?”
아직 정보국이 없는 시대, 해외 정보는 외교관들의 몫이다.
비록 연금 상태지만 프랑스 대사관은 아직 기능하는 중이다.
예전 멀쩡하던 시절 쌓아둔 제국 내부 정보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활발한 정보망은 그리스계 프랑스인, 콘스탄틴 스타마티가 갖고 있다.
부쿠레슈티 영사, 스타마티가 프랑스 대사 오베르 드 뒤바예에게 보고했다.
“표도르 표도로비치 우샤코프 제독이죠. 케르치, 피도니시, 텐드라, 칼리아크리아에서 투르크 함대를 격파한 자입니다. 뒤바예 대사님.”
“스타마티 영사, 내가 지금 궁금한 건 그자가 아냐. 육군 장군이라고. 다시 말해보게.”
“예? 어, 그러니까, 미하일 일라리오노비치 골레니시체프, 뭐라고 했던 거 같은데요.”
뒤바예가 미간을 좁혔다.
“쿠투조프?”
본래 육군 장군으로 클레베르의 부관이었던 뒤바예다.
주요 국가의 고위 장성에 대해서는 꽤 잘 아는 편이다.
러시아는 프랑스의 가상 적국은 아니었지만, 쿠투조프라면 알 수밖에 없다.
왜냐면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장군의 부관이기 때문이다.
바로 투르크의 악몽이자 폴란드의 정복자, 수보로프다.
“들은 바 있어. 러시아와 폴란드가 싸울 때, 사실상 수보로프 다음 가는 부사령관이었다고 했지.”
“차르가 바뀌고 나서, 수보로프 계열은 모두 물 먹은 거 아니었습니까?”
“신임 차르가 수보로프를 아주 싫어한다던데요.”
뒤바예가 스타마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모로 꼬았다.
“아무래도 급했나 보군. 결국 수보로프 부하를 쓰는 걸 보면, 이번 전쟁에서도 수보로프를 기용한다는 뜻인데.”
신임 차르, 황제 파벨 1세는 어머니가 남긴 모든 것을 싫어한다.
그중 가장 싫어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군대다.
본래 군에 관심이 많은 파벨은 특히, 수보로프를 비롯한 ‘구시대’ 제국군을 혐오했다.
당연히 전쟁이 시작되면, 한 번도 실전을 경험해본 적 없는 파벨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수보로프를 소환하게 된 모양이다.
스타마티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물었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그리스인들이 일으키려던 반란도 접어야겠죠? 특히, 부쿠레슈티에서 준비하던 반란은 말입니다.”
“그걸 왜 접어? 육군이 오는 것도 아닌데.”
“전열함 16척이 온다는데요? 프리깃함도 5척에, 벌크선과 보조 순항함도 20척씩 동원한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시점, 러시아 제국군의 함대는 그보다 더욱 큰 규모다.
전열함 67척, 프리깃 40척, 보조함 300척.
물론 북해와 발트해에도 함대가 있고, 흑해에 전부가 몰려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부동항이 있는 흑해가 가장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말하면 전열함이라지만, 16척만 내보내는 것은 러시아가 유진 군단을 우습게 봤다는 뜻이다.
그 점을 계산하던 뒤바예가 어깨를 으쓱였다.
“무슈 스타마티, 이번 [이집트 원정]은 애초에 이곳에 군대가 올 일이 없었어. 만약 대성공을 거둔다면, 인도로 가야 했지. 거기 티푸인가 뭔가 하는 술탄하고 접선하는 게 계획이었다고.”
실로 말도 안 되는 계획이다.
허나 이 계획 아래 5만이라는 대군이 지중해를 넘어 이집트로 달려왔다.
또한 오스만 제국의 절반을 들어먹은 것이다.
이제는 결코 망상이라고 비웃을 수 없는 계획에 스타마티가 엄숙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대사님.”
“제대로 알고 있지 않군. 그건, 이번 원정이 단 하나의 천재성에 좌우되고 있다는 거야.”
“어, 소년 사령관 말씀이시죠?”
뒤바예가 고개를 까딱이다 돌렸다.
“그래. 그 신동이 어디까지 성공하냐가 이번 원정의 전부를 좌우하지. 그건 그렇고, 달아날 준비는 다 됐나? 클로드!”
클로드 카라 생시르, 대사 부관이다.
곧 이집트 원정군 소속인 로랑 드 구비옹 생시르의 먼 친척이기도 한데, 세바스티아니 대신 대사관의 2인자 노릇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젊은 클로드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하인들과 일하다 달려왔다.
“예! 대사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내 분은 이미 빠져나갔고, 대사관 식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쯤, 모레아를 거쳐, 코르푸 섬에 도착했을 겁니다.”
원역사에서는 클로드가 바로 뒤바예의 부인과 결혼한다.
왜?
뒤바예가 열병에 걸려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집트 원정이 너무 빨리 시작된 후, 연금된 덕에 열병에도 안 걸린 뒤바예가 열정적으로 외쳤다.
“좋아, 그럼 우리 프랑스 정복군을 맞이하러, 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탈출한다!”
그러니까 프랑스 대사가 콘스탄티노플을 빠져 나가기로 결정한 순간이었다.
***
혼란의 시대, 결단이 늦는 자에게 행운의 여신은 미소 짓지 않는다.
“봉기하라! 그리스여, 이제 독립할 때가 되었다! 자, 이렇게 문구를 쓰도록.”
몰다비아의 총독, 알렉산드로스 입실렌티스는 이제야 반란을 일으킬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사실 당연한 수순이다.
오스만 제국에 반심을 품었고, 제국의 수비병들은 아나톨리아로 넘어갔으며, 심지어 코냐에서 전멸당했다.
프랑스군이 시시각각 수도로 달려오는 이 시점.
지금을 놓친다면 반란을 시작도 못할 거라 생각했다고 이상할 것은 없다.
단지 입실렌티스는 너무 기회만 보다 늦었다.
병사들을 선동할 문구를 준비하던 입실렌티스에게 비서관이 달려와 외쳤다.
“총독 각하,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지금 무루지스 가문에서 군을 일으켰습니다! 이곳, 총독부로 달려오는 중입니다!”
무루지스 가문, 곧 입실렌티스와 번갈아 가며 몰다비아 총독을 역임하는 그리스 귀족가문이다.
깜짝 놀란 입실렌티스가 호위병들을 소집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무루지스 가문의 사병들이 총독부를 장악한 뒤였다.
이를 악물며 입실렌티스가 부르짖었다.
“알렉산드로스 무루지스! 어째서 그대가!”
함께, 그리스의 독립을 꿈꾸던 사이가 아니었던가?
어째서 이 순간에 방해한단 말인가?
무루지스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내 뜻은 아니네.”
“그럼, 누구의 뜻이란 말이냐!”
“우리 그리스인들을 유일하게 독립시켜줄 분들의 뜻이지.”
입실렌티스는 눈을 크게 떴다.
무루지스의 뒤로 낯익은 장군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외눈의 무인.
그 뒤로 함께 하는 병사들은 금발 벽안의 러시아인들이다.
장군이 장중한 어조로 말했다.
“오랜만이오, 입실렌티스.”
입실렌티스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외눈의 쿠투조프! 당신이 왜!”
쿠투조프, 이미 투르크와 러시아 전쟁에서 수 차례 승리를 거둔 남자다.
그렇지만 그리스인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오스만이 지배하는 그리스를 각별히 생각하던 게 바로 러시아다.
그래서 그리스 독립 운동세력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하게 교류해왔다.
이 시점에도 흑해에 그리스 망명 귀족들이 잔뜩 도사릴 정도다.
후일 원역사에서 입실렌티스의 손자도 러시아의 장군이 된다.
그러나 지금, 쿠투조프는 그리스를 독립시키기 위해 온 게 아니다.
“그야, 이 흑해와 에게해, 그리고 지중해를 프랑스 놈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으니까. 자, 처리하자. 위대한 러시아 제국의 병사들이여.”
러시아 제국군이 일제히 일어나 총을 겨누었다.
-우라!
입실렌티스가 살해당하고, 호위병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무루지스가 한숨을 쉬었다.
“쿠투조프 장군, 병사들의 기세가 높군요.”
“흥, 이 정도는 대단한 전장도 아닙니다. 수보로프 원수께서는 지금쯤, 이탈리아로 진격하실 텐데!”
“장군께도 전장이 기다리고 있긴 하오.”
루멜리아의 오랜 그리스인 명가 귀족, 무루지스가 방금 입수한 정보를 은밀히 알렸다.
“보나파르트의 애송이가 다르다넬스 해협으로 온다는군요.”
바로 프랑스군이 보스포루스가 아닌 그 남쪽, 다르다넬스 해협으로 향한다는 정보다.
쿠투조프는 눈을 굴리다 묘하게 웃었다.
그 말은 프랑스군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공략하기보다, 유럽 방면을 넘으려 한다는 뜻이다.
“이거, 잘하면 유럽에서 한 판 싸우겠군!”
서기 1798년 12월, 겨울.
본래 원역사에서 러시아 원정의 승자가 되는 남자.
겨울 전쟁의 최고 달인인 장군.
쿠투조프가 유진과 마주칠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