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2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25화(225/547)
(225) 차르는 콘스탄티노플을 날로 먹고 싶다
시간은 잠시, 3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서기 1798년 7월, 아직 프랑스는 시리아를 정복한 직후일 때다.
이제 막 프랑스를 향해 러시아는 군대를 파병하던 시점.
다만 러시아 제국은 프랑스가 아닌 다른 사안에 골몰하고 있었다.
제국의 황제, 파벨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로마, 그 위대한 이름이 지배하던 땅이지. 크큭! 우리 [로시야]가 계승할 이름이고!”
지금 파벨이 외치는 장소는 겨울 궁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수도 별궁이다.
말이 별궁이지, 겨울이 대부분인 러시아답게 본래는 차르가 주 거주지로 삼는 궁전이었다.
예카테리나 여제도 공식적인 통치는 이곳 겨울 궁전에서 행한 바 있었다.
그러나 정작 예카테리나의 아들이자 신임 차르인 파벨은 이곳을 싫어한다.
지금 당장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얼굴이다.
그렇잖아도 [미카엘], 러시아어로는 미하일의 성채로 불리는 새로운 궁전을 짓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이곳이 러시아 제국, 황제의 처소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장소 때문에 더욱 화를 내고 있는 파벨에게 문득, 사람들이 맞장구를 쳤다.
“옳습니다, 폐하. 바야흐로 이곳 로시야의 시대입니다!”
“제3의 로마! 진정한 로마 황제가 이곳에 있나이다, 폐하!”
“스웨덴도, 투르크도, 저 무도한 반역자들이 지배하는 프랑스도 모두 폐하의 발 아래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황제의 알현실 앞, 수많은 사람들이 아첨을 떠는 모습이 보인다.
이색적인 것은 가장 앞에 선 자들이 러시아인이 아니란 거다.
가장 앞에 선 자는 뚱뚱한 프로방스 백작, 그 옆에 선 자는 얄쌍한 아르투아 백작, 그리고 당당한 풍채의 오를레앙 공작이다.
요컨대 모두 프랑스 망명 왕족들이었다.
러시아 제국 황제를 프랑스의 왕위 주장자들이 칭송하니, 참 기묘한 일이다.
그러나 자칭 루이 17세, 프로방스 백작조차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라를 잃고 망명객이 된 신세다.
한데 프랑스와 맞설 수 있는 나라는, 유럽에도 그리 많지 않다.
영국,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그리고 러시아.
그중 영국 수상 피트와 러시아의 차르만이 이들을 맞아주었다.
결국 여기까지 흘러들어, 차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무도한 [반역자] 프랑스를 무찌르고, 다시 왕정을 복구하라고.
오를레앙 공작이 차르를 보며 정중히 말했다.
“제가 피트 수상에게 들은바, 영국은 이번 전쟁에서 총력을 다한다고 합니다. 특히 생 도맹그는 봉쇄했고, 플로리다에도 곧 상륙한다지요? 아일랜드도 막았고, 에스파냐를 무찔렀다는군요.”
꼭 본인이 영국의 대변인 인양 말하는 오를레앙 공작을 사람들이 흘겨보았다.
경쟁자인 프로방스 백작, 아르투아 백작은 물론이고 다른 총신들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오를레앙 공작은 망명객인 것은 둘째 치고 혁명 옹호자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제와서 반혁명의 화신처럼 굴고 있으니 고깝게 보일 리가 없다.
허나 황제, 파벨은 빙그레 웃다 눈을 부릅떴다.
“여기, 오를레앙 공작의 말을 들었나, 모두들!”
황제의 시선이 향한 곳은 장군들이 서 있는 곳이다.
흑색 군복을 입은 장군들이 긴장한 채 차르를 보았다.
7명의 야전사령관, 333명의 장군이 해임당하거나, 혹은 보직을 떼였다.
러시아 제국의 황제, 파벨은 모친이 세운 모든 것을 싫어하는데 그중 가장 싫어하는 게 군인이다.
특히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모친의 애인 포템킨과 명장 수보로프였다.
다행스럽게도 포템킨은 죽은 지 오래고, 수보로프는 서유럽으로 진군 중이다.
그러나 남아 있는 장군들은 대신, 분노와 짜증을 받아내야 했다.
파벨이 눈을 번들거리며 장군들에게 외쳤다.
“지금 우리 동맹국인 영국이 바다에서 싸우고 있어. 한데, 로마의 후예를 자처하는 우리가 지금 로마 땅을 프랑스에게 내주게 생겼다. 어찌 생각하나!”
바로 남쪽, 오스만 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 얘기다.
프랑스군이 이집트를 정복하고, 다시 시리아를 제압한 전황 말이다.
정작 이집트에서는 유럽 소식을 모르지만, 유럽에서는 이집트 소식을 아주 잘 안다.
왜냐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영국에서, 수많은 신문이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나일 해전 승리, 그러나 영광의 승장 넬슨 사망!〉
-〈프랑스 해군 반파! 그러나 육군은 강행군 중! 오스만 제국 이집트인들 기요틴의 악마들에게 시달려!〉
-〈사람의 목을 자르는 야만적 프랑스군, 시리아 총독 충격 처형!〉
상당히 선정적인 제목의 신문, 곧 영국 대사가 건네준 것이다.
파벨도 바보는 아니다.
영국의 애국심 강한 기자들이 왜곡했지만, 결국 이 내용이 알리는 것은 하나다.
프랑스 군대가 이집트를 정복했고, 시리아까지 손에 넣었으며, 오스만 제국 본토로 오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옛 로마 땅에 별 관심이 없는 파벨도 두 가지는 관심이 있다.
로마황제를 자처하는 [차르]의 권위, 그리고 군사적 문제다.
“이대로 가면, 프랑스의 10대 애송이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할 거야. 아닌가?”
베니히센도, 바그라티온도, 그리고 바클레이 드 톨리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차라리 서유럽에 간 수보로프라도 있다면, 항변할지도 모른다.
첫째로 그건 불가능하고, 둘째로 혹시 그렇다 해도 러시아 제국까지 쳐들어올 리는 없으며, 셋째로 그게 걱정이면 프랑스와 싸우지 않았으면 되었다고.
하지만 수보로프는 이곳에 없고, 이미 러시아는 프랑스에 선전포고를 한 뒤다.
나아가 차르 파벨은 전쟁을 책상에서 배운 남자다.
“그러면! 저 프랑스 놈들이 우리 군의 배후를 습격할 수 있지 않겠느냐? 아니면, 우리 제국을 공격할지도 모르지!”
그야말로 책상물림이나 할 소리다.
일단 콘스탄티노플 점령도 어렵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프랑스군은 러시아 공격을 할 수 없다.
적지 정복만으로도 버거워 추가적인 원정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중세 전쟁도 아니고, 정예 보병과 화약병기가 지배하는 근세 전장이라면 당연한 상식이다.
그러나 이 책상물림이 러시아의 지배자, 차르다.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
게다가 요새 차르의 관심을 장악한 프랑스 망명왕족들은, 전쟁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그렇습니다! 폐하, 무도한 프랑스를 무찔러야 합니다!”
“프랑스의 애송이를 처단하고, 정의를 회복하소서. 그 애송이, 제 기억이 맞다면 고작 도박이나 일삼는 우리 왕실의 시동이었지요!”
“흐음, 내 기억으로는 그냥 돈놀이꾼이었던 것 같은데. 하여간, 전쟁을 치를만한 재목은 못 됩니다. 핫하!”
자칭 루이 17세, 유진을 선수로 썼던 아르투아 백작, 그리고 오를레앙 공작이 떠들 찰나였다.
“그럼, 제가 나서겠습니다. 폐하.”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외눈, 뚱보, 그리고 건들거리는 몸놀림.
꽤나 추남이지만, 자신도 추남인 파벨은 오히려 못생긴 남자를 좋아한다.
허나 저 추남은 문제가 있다.
파벨이 옆에 서 있던 최측근, 부재상 알렉산드르 보리소비치 쿠라킨을 흘깃 돌아보았다.
“저놈, 수보로프 측근 아니야?”
“엄밀히 말하면 모두가 폐하의 신하입니다. 한 번 이야기나 들어보시지요.”
“측근이 맞다는 소리군. 흥.”
외눈의 추남, 쿠투조프는 파벨이 다 들으라고 한 소리를 듣고도, 유들유들하게 웃었다.
“1천 명만 주십시오.”
“뭐?”
“그러면 오스만에 내부 반란을 일으켜, 국경군을 장악하고, 다시 그 군대를 모아, 프랑스를 몰아내겠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특히 러시아 제국의 기라성 같은 장군들은 기가 막혀 말을 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중세 기사들이나 할 소리란 말인가?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러시아 제국은 오스만을 멸망시켰을 것이다.
오스만은 비록 뒤쳐진 구시대 국가지만, 엄연히 체계를 갖춘 중앙집권국가다.
어떤 의미에서는 러시아보다 관료제도는 더 앞선 점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다시 그 반란을 역이용해 국경군을 장악한다니, 말이 될까?
그런데 오직 한 사람만은 다른 이유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오오오! 쿠투조프! 그대가 내 뜻을 아는도다! 좋다, 1천을 주지! 장군들도 원하는 대로 내주겠다! 아니!”
차르 파벨이 겨울궁전에서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흑해 함대를 출격시키겠다! 어차피,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못 쓸 테니까!”
이것이 바로 쿠투조프가 고작 1천 명만 이끌고 오스만 제국에 오게 된 사연이다.
물론 흑해 함대도 함께 왔지만.
***
이 사연을 들은 사람은 다름 아닌 시드니 스미스다.
“지금 진심으로 말하는 겁니까, 우샤코프 제독?”
우샤코프 제독은 자신의 기함, [그리스도] 호에 탄 불청객을 흘깃 보다, 쓰게 웃었다.
상대는 한때 스웨덴과 러시아가 전쟁을 벌일 때, 러시아 함대를 격파하던 자다.
그런데 이렇게 문자 그대로 한 배를 타게 된 셈이다.
스웨덴 기사 작위를 여전히 자랑으로 삼는 남자, 시드니를 향해 우샤코프가 커피를 마시며 대꾸했다.
“진심이 아니면, 엄연히 적이었던 그대를 내 배에 앉혔겠소? 시드니?”
“우와, 차르는 정말 화끈하시군요! 그런 줄 알았으면, 난 스웨덴 왕이 아니라 차르의 휘하에서 싸웠을 겁니다!”
“그때는 전대 차르이신 예카테리나 황제가 지배하시던 때요. 그대 정도의 외모로는 예카테리나 폐하의 눈에 들 수 없었소.”
시드니가 껄껄 웃으며 우샤코프의 어깨를 두들겼다.
“푸하핫! 농담도 화끈하시군요, 우샤코프 제독!”
자신의 나이 절반도 안 될 건방진 젊은이를 보다, 우샤코프가 새삼 다시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쨌든 미워하기 어려운 상대다.
게다가 시드니의 해전 경험은 지극히 중요했다.
현재 프랑스 [이집트 함대]는 무려, 영국의 지중해 함대와 맞서 싸워 살아남았다.
그럼 러시아 흑해 함대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모두 싸워본 시드니의 평가가 중요한 이유다.
우샤코프가 시드니를 응시하다 물었다.
“자, 그럼 평가해 주시오. 저 앞에 나타난 프랑스 함대를 우리가 이길 수 있겠소?”
문득 러시아 제국기가 펄럭이는 전열함 16척 앞에, 삼색기가 나부낀다.
-펄럭!
숫자는 총 21척.
그중 전열함 숫자는 10척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상대는 영국 함대를 연파한 전적이 있다.
지금껏 투르크 함선만을 제물로 삼아온 우샤코프가 우세한 전력에도, 긴장하는 이유다.
과연 시드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흐음, 아마도 소년 사령관은 육지로 갔을 거고. 지휘관은 코르시카인 카사비앙카나, 그게 아니면 ‘신대륙 독립전쟁’에 참여했을 샤일라인데.”
“어떤 이들이오?”
“카사비앙카야 그냥 용맹하기만 한 자요. 하지만 샤일라는 숙련된 전술가지.”
영국 해군성은 아군의 정보만 수집하지 않는다.
가상적국, 특히 세계 제2위의 해군국인 프랑스 해군 장성 정보도 잔뜩 정리해놓은 상태다.
어쩌면 정작 프랑스 군부보다, 영국 해군성이 프랑스 제독들을 더 잘 알지도 모른다.
사실 프랑스 군부는 육군 중심이니 말이다.
그 정보를 열심히 읽고 지중해로 온 남자, 시드니는 고개를 저었다.
“다르다넬스 앞, 유리한 위치를 먼저 선점했소. 우리가 접근하다간 패배 위험이 높소.”
이곳은 다르다넬스, 그리스와 아나톨리아를 가르는 두 개의 해협 중 남쪽 바다다.
북쪽이 저 유명한 콘스탄티노플의 앞바다 보스포루스인데, 러시아 제국 해군은 이 해협을 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해군도 빠르게 북상해, 다르다넬스는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이 상황에서는 먼저 움직이는 쪽이 진다.
보스포루스와 다르다넬스 사이, 이른바 [마르마라] 바다는 생각보다 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드니는 프랑스 수병이 러시아 수병보다는 더 숙련병이라 평가한 셈이다.
우샤코프는 기분이 나빴지만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군. 객관적 평가는 그렇겠지.”
“그럼 여기서 계속 구경만 할 거요?”
“아니, 기다릴 거요.”
문득 우샤코프의 시선이 북동쪽을 향했다.
“아드리아노폴리스로 프랑스 육군이 간다지? 그곳에서 러시아 제국 제2의 명장이 기다리고 있소.”
“어떤 사람이오?”
“굳이 평가하자면.”
눈을 가늘게 뜨던 우샤코프가 또 다시 쓴웃음을 머금었다.
“행운의 장군이지.”
이를테면, 모두가 망상이라고 생각했던 게, 현실이 되는 남자라든가.
***
어쨌든 총탄이 두뇌를 통과했는데,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 자는 분명 드물다.
“하하하! 아드리아노폴리스! 행운의 남자가 세웠다지? 이제, 내가 간다!”
한때 로마가 지배하던 시절, 하드리아누폴리스라 불리던 도시.
세월이 흘러 라틴어가 아니라 그리스어가 이 땅을 지배하게 되자, 다시 아드리아노폴리스로 이름이 바뀐 도시.
투르크가 지배하는 지금, 그곳의 이름은 [에디르네]다.
제3의 로마제국을 꿈꾸는 자들, 러시아 제국군이라면 그곳이 어딘지 누구나 안다.
꿈의 도시, 콘스탄티노플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 노상에서 지도를 펼쳐든 쿠투조프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프랑스의 애송이를 이기고, 콘스탄티노플을 차르께 바친다!”
외눈의 장군, 쿠투조프가 눈을 뻔뜩이며 포효했다.
그 뒤로 1천의 러시아 병사와 6만 대군이 도열했다.
바야흐로 프랑스 원정군을 가로막을 최후의 장벽이 섰다.
루멜리아 중심부에서, 외눈으로 콘스탄티노플을 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