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2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29화(229/547)
(229) 유럽 왕국연합의 모델을 만들어보자
18세기 말, 그래도 근세에는 패자에게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그럼, 협상을 시작해 보시지요. 대재상.”
포르테, 이른바 [문]이라는 뜻이지만, 실상 오스만 제국의 [내각]을 말한다.
대재상을 중심으로 총사령관과 대제독, 장관급 각료들이 모여 이루는 회의체랄까.
물론 정작 ‘포르테’는 프랑스어라 오스만인들은 [바비 알리]라 부른다.
그러나 프랑스어가 워낙 오스만 상류층 사이에 퍼진 터라, 역시 본인들도 [포르테]란 말을 쓸 정도다.
원역사 현대로 치면 청와대를 블루 하우스라 부르고 다니는 격이랄까.
물론 정식 명칭은 또 달라서, [디반]이라 일컬어진다.
오스만제국의 내각, 디반 구성원들을 보며 프랑스 대사 뒤바예가 웃었다.
그러자, 대제독 겸 대재상이 된 진짜 실세, 후세인 파샤가 헛기침을 했다.
“크흠. 일단 미스르와 시리아에 대한 프랑스의 우선권은 인정하겠소.”
“오, 이런 대재상. 그건 이미 우리 군이 콘스탄티노플이 아니라, 로도스 섬에 오기 전부터 결정되어 있던 사안입니다.”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는 없지. 여기에 키프로스와 로도스, 그리고 지중해와 에게해의 섬 중 일부를 양도하겠소. 목록은 여기에 있소.”
가만히 뒤바예는 목록을 살피다 휘파람을 불었다.
“의외로 합리적인 제안이긴 하군요.”
“그야, 원래 베네치아 공화국이 갖고 있던 섬들의 목록이니까. 심지어 크레타까지 내주는 거 아시오? 거긴 당신들이 점령하지도 못했소.”
“훌륭하군.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하나 더 제안할 게 있소.”
뒤바예가 내놓은 문서를 보던 후세인이 순간, 책상을 후려쳤다.
-쿵!
깜짝 놀란 다른 각료들이 돌아볼 찰나, 후세인이 부르르 떨며 물었다.
“대사, 이게 뭐요?”
“보시다시피, 그리스 독립안이올시다. 여기에, 발칸반도를 ‘조금’ 조정하는 안도 있지요.”
“어떻게 루멜리아의 땅을!”
그 순간, 뒤바예가 마주 책상을 쳤다.
-쾅!
후세인이 움찔거리며 물러날 찰나, 뒤바예가 후세인을 노려보았다.
“대재상, 우리도 많은 피를 흘렸소. 이집트까지 합하면 도합 20만에 달하는 군대를 연파했소. 이곳 콘스탄티노플까지 입성했지.”
“아니, 그러니 우리가 미스르와 시리아에 크레타까지······.”
“뒷일을 생각않는다면, 포르테고 뭐고 다 없애고, 술탄마저 폐위하고, 나아가 공화국을 세우라고 할 수도 있소!”
물론 프랑스가 아무리 이겼어도, 오스만 제국을 이집트처럼 정복할 수는 없다.
일단 인구 단위가 다르다.
고작 8백만 내외인 이집트와 달리 오스만은 아랍까지 합하면 3천만에 육박하는 대국이다.
허나 현재 프랑스는 엄연히 혁명정부가 지배하는 나라다.
오스만 제국에 군주제 폐지와 공화제 도입 정도는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 다른 이유다.
공화정보다 군주제가 외세의 조종을 받기 더 쉬워서다.
반대로 오스만 엘리트 지배집단 입장에서는, 프랑스에 협력해야 현재의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쉽다.
이 약점을 상기시키며 뒤바예가 다시 빙그레 웃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황실을 존속시키고, 오스만 제국을 존중하는 거요. 왜? 그야 우리는 아주 소중한 3백 년의 동맹이니까.”
후세인도, 다른 모든 각료들도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 그들 모두가 안다.
여기서 뒤바예에게 꼼짝 못하는 이유는 하나.
셀림을 폐위시켰기 때문이다.
자칫 여기 있는 모두가 프랑스의 도움이 없다면, 예니체리나 전통 귀족들에게 목이 달아날지 모른다.
반면에 달리 생각하면 뒤바예의 말은 맞다.
어쨌거나 프랑스는 현재의 오스만 [포르테]를 지켜주는 소중한 동맹이다.
결국 후세인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프랑스 대사 뒤바예가 빙그레 웃으며, 부관 세바스티아니와 함께 일어났다.
“[술탄]과 잘, 논의해 주시오.”
여기서 말하는 술탄은 당연히, 무스타파는 아니다.
***
본래 거대한 거래는 수면 아래에서 결정되기 마련이다.
“뭘, 만든다고? 발칸 제국연방?”
히포드롬, 옛 동로마 제국의 전차 경기장은 이 시대에는 이미 폐허다.
워낙 넓은 공간이라 일종의 의식용 광장으로 쓰이던 곳이기도 했다.
바로 이곳에 유진은 프랑스 [오스만 원정군]의 임시 사령부를 설치했다.
실로 웅장한 러시아제 유니콘 대포 백문이 도열해, 감히 오스만 제국 내 반프랑스 세력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만든 형국이다.
숙영지 안, 대포 현황을 점검하던 유진을 향해 마르소가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그게 가능하긴 한 거야?”
“물론 2단계 승인이 필요하긴 하죠. 하나는 오스만 포르테, 다른 하나는 프랑스 파리.”
“맙소사, 파리는 고사하고, 새로운 술탄이 이걸 받겠어?”
물론 가장 큰 문제는 궁극적으로 파리가 승인할지 여부다.
유진이 나폴레옹의 양자이긴 하다.
이집트 정복에 시리아 해방, 그리고 오스만 항복까지 받아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식적 지위는 엄연히 이집트 원정군 참모장일 뿐이다.
일개 군인이 마음대로 외교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알고 보면 나폴레옹조차 아직은 프랑스 총사령관일 뿐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마르소는 다른 관점에서 보았다.
이 오스만 제국 내에서 수용될지의 문제다.
자칫 이곳에서 오스만 제국과 또 싸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지금 예니체리들이 아주 분위기가 안 좋다고. 이미 시리아 해방에, 이집트 할양조차 예니체리들이 반란을 일으킬 판이란 말이야?”
“당장은 못하죠. 유니콘 백문에 찢겨 죽고 싶지 않으면. 하지만 이걸 정착시키려면 역시 남을 사람이 필요하겠죠?”
“누가 남을 건데?”
바삐 질문을 던지던 마르소가 미간을 찡그렸다.
“설마, 나?”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어요. 드제는 우리 [클레브] 소속이 아니에요. 쥐노는 남겼다가, 예니체리들과 결투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걸요?”
“맙소사. 유진, 내가 너랑 대서양을 건널 때도 불평한 적이 없어. 파리에 남길 때도 그랬지. 게다가 이집트로 끌고 갈 때도 역시, 군말이 없었어! 하지만, 이건 다르잖아!”
“3년.”
다시, 유니콘 대포를 점검하며, 유진이 대꾸했다.
“그 안에 복귀시킵니다. 게다가 복귀해야만 해요. 프랑스 내부가 격변할 테니까.”
유진도 별로 편한 결정은 아니다.
오슈와 달리, 마르소는 나폴레옹에게도 편한 부하 중 하나다.
심지어 파리 치안군 사령관으로 임명했을 정도다.
반대로 말하면 유진이 배후를 맡길 수 있을 몇 안 되는 측근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 동방 오리엔트에 박아 놓아야 하다니, 유진에게도 아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하지만 달리 맡길 사람이 정말 없다.
프랑스 본토에서 마세나라도 불러온다면 모를까.
그때 마르소가 주위를 둘러보다 호위병들이 듣지 못하게 목소리를 낮췄다.
“뭐지? 너, 혹시 오슈랑 얘기해 놓은 거 있냐?”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그렇잖아. 오슈가 순순히 [비인가] 이집트 총독직을 받아들였어. 여기에 원정군의 반을 떼서 시리아로 파병했지. 오스만 투르크를 돌아서 회군한다는, 정신 나간 계획인데.”
이번에는 유진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렇게 생각했으면서 따라온 거였어요? 이거, 섭섭하다고 해야 할지,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 배랑 같이 왔잖아. 여차하면 후퇴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어쨌거나 성공했잖아요.”
슬쩍 유진이 말을 돌리자, 마르소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제대로 나한테도 설명해, 유진! 오슈가 받아들인 이유가 있겠지! 뭐야, 대체? 실패해도 상관없을, 그 이유가!”
투르네를 비롯한 호위병들이 눈치를 살피다, 한 발씩 물러났다.
유진은 쓴웃음을 머금다, 마르소를 응시했다.
사실 마르소는 알고 보면 오슈보다 더욱 강경한 공화파 지지자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념적으로 그럴 뿐, 인간관계에 얽매이는 것은 마르소가 더 심하다.
때문에 가능한 한 늦게 알려주려 했던 사안이었다.
기정사실이 되면, 마르소가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허나 아무래도 콘스탄티노플에 박아놓는 대신 조금은 알려줘야 할 모양이다.
“3년 내, 아버지가 프랑스 제일 권좌로 올라갈 겁니다.”
아주 간단한 유진의 말에 마르소가 눈을 굴렸다.
“어, 그건 예상했던 일인 거 같기도?”
“틀려요. 공적이 높은 것과, 실세인 것과, 명실상부한 권력자는 전부 다르니까.”
“그러니까, 설사 실패한다 해도 보나파르트 장군이 우리를 구해줄 거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간명히 설명했다.
“그렇죠. 나아가 [오리엔트]에서 고생한 장군들은, 프랑스 제1권력자의 영예가 될 겁니다. 왜냐하면 결국, 아버지가 계획한 작전이니까.”
물론 유진이 말하는 바와 마르소가 이해하는 바는 다르다.
유진은 오슈에게만은 진실을 말했다.
군주제 부활을 진행할 거라고.
그러나 마르소는 어디까지나 공화제 안에서 제일권력자가 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
사실, 파리 봉기를 막고, 이탈리아 원정에서 성공한 후, 왕당파 반역까지 막은 상황이다.
프랑스의 누구라도 차기 권력자로 나폴레옹이 설 거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군주제 부활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머리를 긁적이던 마르소가 결국 착각한 채 납득했다.
“실은 우리 도박신동이 계획한 게 아니냐고 말하는 건 무의미하겠군. 좋아, 파리의 허락과 우리에 대한 구원군은 그렇다 치자. 술탄은?”
그 문제라면, 유진은 별로 걱정한 적이 없다.
“술탄은 강제로 수용할 겁니다. 아니, 에스마 공주와 후세인 대제독이 받아들이겠죠.”
“왜?”
“그야 우리 혁명군의 전매특허, [의회]를 만들 테니까요. 단, 귀족들의 의회로.”
본래 원역사에서는 19세기 중반에 만들어지는 의회를 떠올리다, 유진이 입맛을 다셨다.
“문제는 그리스인들을 설득하는 거죠. 부친이 죽었는데, 설득이 될지.”
순간, 유진의 등 뒤에서 마르소가 비명을 질렀다.
“잠깐! 그 귀족의회라는 거,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소리잖아!”
물론 유진은 돌아보지도 않고, 자리를 뜨려 했다.
누군가 갑자기 유진의 앞에 서기 전까지는.
갑작스런 방해꾼에 유진이 눈썹을 치켜뜰 찰나, 베일을 뒤집어 쓴 여자가 고개를 숙였다.
“유진 보나파르트 사령관 각하.”
여자는 아주 유창한 프랑스어로 말을 건넸다.
“에스마 공주께서 찾으십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쪽에서 반응이 먼저 온 것이다.
***
항상 의외의 장애물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세르비아,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여기에 그리스에 쿠르드 족까지 독립시키라고? 이걸 우리보고 받아들이란 말인가요? 세상에!”
유진도 군말없이 오스만 엘리트들이 [대분할안]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이 분할은 이를테면 19세기 중반, 발칸의 독립과 흡사하다.
유럽 방면의 속국들을 독립시키고, 이집트가 분할되어, 오스만 제국은 투르크 본토와 그리스 반도 일부, 그리고 시리아와 아라비아 반도를 갖는 형태다.
여기에 유진이 개입하면서, 오히려 그보다는 더욱 오스만에 유리한 구도가 되었다.
왜냐면 [쿠르디스탄]이 독립하는 대신,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독립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오스만이 보기에는 제국의 멸망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유진은 이 모든 것을 설득할 자신은 있었다.
단지, 상대가 에스마 공주일 줄 몰랐을 뿐.
“아름다우신 에스마 공주님, 처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만, 저는 공주님의 남편과 먼저 대화할 줄 알았는데요.”
“납득할 수 있는 선이 있는 거죠! 이걸 어떻게 수용하나요! 당장 날 협박해서 받아들여도, 재상과 귀족, 예니체리들이 모두 들고 일어날 거예요!”
“모두에게 권력과 영지, 그리고 돈이 주어진다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에스마 공주의 저택, 하렘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유진이 애써 웃었다.
지금 유진이 가장 두려운 것은 갑자기 후세인이 돌아오는 거다.
만약 후세인이 온다면, 당장 유진의 목을 베어도 이상할 게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말이 에스마일 뿐, 후세인이 보자고 한 줄 알고 왔던 터다.
그러나 에스마가 직접 유진을 대면하게 된 것이다.
누가 실세인지 보여주는 광경이랄까.
반대로 말하면 프랑스 쪽에서도 공식적인 창구인 대사 대신, 유진이 실세란 뜻이기도 하다.
유진은 가만히 말을 고르다, 본래 후세인에게 던지려던 제안을 꺼냈다.
“수에즈 운하 주식을 분할 지급하겠습니다.”
베일 위, 에스마의 눈이 묘하게 변했다.
그러니까 유진은 원역사, 이집트의 최고 카드를 꺼낸 셈이다.
희망봉 항로를 붕괴시킬 경로, 수에즈 운하 루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