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3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38화(238/547)
(238) 천년도시, 베네치아가 시작이다
여기, 천년 공화국이 존재했던 도시가 있다.
“우리 위대한 베네치아가 다시, 일어나야 할 때가 왔다!”
운하로 이루어진 도시, 베네치아.
그중 가장 큰 운하는 이른바 Z자 모양을 띠고 있다는 그랜드 카날, 곧 대운하다.
베네치아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이 운하를 커다란 곤돌라로 누비며 외치는 한 남자가 있었다.
프란체스코 바탈리아, 곧 베로나의 수비 지휘관이었던 귀족이다.
-와아아!
베네치아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시민들이 총을 들고 누빈다.
귀족들이 포효하며 프랑스의 상징물을 때려 부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이 베네치아에서 군림해온 프랑스 행정관과 경찰들이 잡혀 끌려 나오는 게 보인다.
1797년, 베네치아가 멸망한 후 3년여가 지났다.
그 사이, 최소한 아드리아 해는 지배해 왔던 베네치아는 몰락을 거듭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동지중해에서 격전을 벌이고, 베네치아에 있던 함선들은 모두 징발당해 프랑스 해군에 편입되어, 베네치아의 출구가 사라졌다.
이제 시골 도시가 될 위기에 직면한 베네치아 인들이 결국,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문득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던 바탈리아가 냉정하게 시선을 돌렸다.
“봤소, 도제? 이게 민심이라는 거요.”
곤돌라 한쪽에 붙잡혀 있던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노인의 이름은 루도비코 마닌, 베네치아 공화국 최후의 국가원수, 곧 [도제(Doge)]다.
도제에 선출된 시기는 다름 아닌 1789년, 혁명이 시작된 해다.
때문에 마닌의 치세는 전부 프랑스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거듭, 도시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오스트리아에 빼앗기고, 마침내 프랑스에 나라가 멸망했다.
마닌이 보아왔던 전부다.
그렇기에 들끓는 분노를 보면서도 마닌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베네치아 시민이 아니라, 프랑스군의 위력에 대해서 말이다.
“프랑스가 또, 우리를 부수지 않겠나? 이제는 해군도 없는 상황일세.”
“정신 차리시오, 도제. 천년이오, 우리 공화국이 있었던 시간이. 한데, 멸망하는 데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소. 왜 그렇다 생각하시오?”
“그야 적들이 너무나 막강하니······.”
일순, 바탈리아가 격정적으로 외쳤다.
“아니오! 도제를 비롯해 베네치아를 지켜야 할 모두가, 아무도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오!”
그 말은 바탈리아 본인에게도 야단치는 말이기도 하다.
본래 베로나의 수비대장이었지만,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유진에게 베로나를 내주었다.
당연히 싸워도 이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시켰다면 어땠을까?
프랑스가 그토록 압도적으로 오스트리아를 이기지도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전직 도제 마닌은 재차 바탈리아를 설득하려 들었다.
“바탈리아, 이건 위험한 일이네. 자칫, 베네치아 귀족 전부가 죽을 수도 있어!”
“당신이 [황금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렇겠지, 루도비코 마닌 도제.”
“무, 무슨 소리인가?”
바탈리아는 수하들에게 붙잡힌 도제에게 총을 겨누며 일렀다.
“베네치아 전 귀족의 가계와 이름이 기록된 책. 그 책을 내놓으시오. 모든 귀족들을 강제 징집하여, 이 베네치아를 지킬 군대 지휘관으로 만들 것이오!”
황금책, 곧 귀족들의 명부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베네치아가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싸울 의무가 있다.
허나 마닌은 프랑스군이 쳐들어올 때, 귀족들에게 요구하지 않았다.
쥐노가 1차 베네치아 소요 사태를 진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탈리아는 이 명부를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와서 귀족들이 일어난다고, 프랑스군을 이길 수 있을까?
마닌은 허탈하게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
“허, 마음대로 하시게. 난 이제 모르겠네. 내 저택, 나의 초상화 뒤에 숨겨져 있다네.”
바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했다.
수하들이 바삐 마닌을 다른 곤돌라로 옮겨갔다.
임시 반란본부인 성 마르코 대성당으로 옮겨가, 연금될 것이다.
그때 바탈리아를 향해 전임 파도바 총독, 알비제 콘타리니가 물었다.
“바탈리아, 이래도 정말 되나? 우리, 이길 수 있어?”
“없죠, 당연히.”
“그런데 왜 반란을 일으킨 건가? 아니, 시민봉기라는 거짓말은 말게. 자네가 옛 부하들을 부추겼다는 거 다 아니까.”
바탈리아는 알비제를 돌아보다 낮게 말했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가 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콘타리니 총독.”
그저 용기만으로는 반란을 성공시킬 수 없다.
내부의 동조와 외부의 세력, 그리고 예전 유력자들을 모아야 한다.
콘타리니 가문은 베네치아의 최고 유력 가문으로, 충분히 반란을 유지시킬 영향력이 있다.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굴리는 알비제를 향해, 바탈리아가 차분히 설명했다.
“아직 보나파르트는 파리에 있소. 그 아들, 유진도 콘스탄티노플에 있지. 코르푸에 있는 우리 쪽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베네치아 바다를 막을 거요.”
“그렇게 되면 오스트리아가 가장 가깝군. 정말 오나?”
“카를 대공이 직접 오기로 되어 있소. 이미 빈에서 출진했지.”
순간, 알비제가 손뼉을 쳤다.
“대공이 오신다? 라인의 승장! 그렇다면, 베네치아를 지키는 프랑스인 따위는 모두 물리치겠군!”
비록 나폴레옹에게 졌지만, 모로에게는 이긴 카를은 전 유럽에 유명하다.
무적으로 불리는 프랑스 혁명군에게 승기를 잡은 거의 유일한 장군이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없는 이탈리아 주둔군 따위는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바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단 한 가지, 가능성을 제외한다면.”
“뭐지?”
“보나파르트가, 알프스를 넘는 거요.”
알비제가 흠칫 놀랄 찰나, 대운하를 돌아보며 바탈리아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라인 강변이 프로이센과 러시아에게 위협받는 지금, 그런 짓을 하겠소?”
상식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전략이기도 하다.
물론, 알고 보면 카를 대공조차도 같은 생각일 테지만.
***
물론 프랑스에 나폴레옹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베네치아가 반란을 일으켰다고?”
제노바, 프랑스의 위성공화국인 라구리아 공화국의 수도다.
사실상 국방은 프랑스 주둔군이 차지했고, 해상 무역도 프랑스 상인들이 주도하며, 은행마저 보아르네 이탈리아 방크가 장악했다.
때문에 밀라노와 함께 프랑스의 이탈리아 지배 최중요 거점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을 지키는 남자, 앙드레 마세나가 이를 갈며 묻자 부관이 고개를 모로 꼬았다.
“애석하게도 그곳만 반란을 일으킨 건 아닙니다.”
“무슨 말이지, 세르보니? 갑자기 누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거야?”
“나폴리도 전면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순간, 마세나가 책상을 내리쳤다.
“아니, 총사령관은 뭘 하는 거야! 라하르페를 스위스로 보냈으면, 진작 후임을 앉혔어야지!”
현재 나폴리는 담당자가 텅 빈 상태다.
이곳을 지키던 라하르페는 나폴레옹이 스위스 방면으로 보냈다.
부임할 예정이던 다부는 도중에 멈춰 세우고, 나폴레옹이 쥐노의 빈 자리를 메꾸는 용도로 기용했다.
프랑스 소장급 장성은 70여 명에 달하고 있지만, 구 나폴리 왕국은 이탈리아 반도의 절반에 달하는 큰 영토다.
적당한 인물을 아직 찾지 못한 시점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그때 마세나의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부당한 비판이로군. 엄연히 말하면 파르테노피아 공화국의 수비 책임은, 그곳 의회와 파리 총재정부에 있네.”
“그거야 형식이지! 총사령관이 결정한다는 걸 누가 몰라? 근데 누구야?”
“자네가 비판 중인 총사령관이지.”
마세나는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돌리고는, 펄쩍 뛰었다.
“총사령관?”
흙먼지를 뒤집어쓴 나폴레옹이 사령관 모자를 고쳐쓰다, 씩 웃었다.
“그래, 행운의 여신이 사랑하는 남자. 잘 있었나?”
짧게 고치면, 행운아가 별명인 남자.
마세나는 기가 막혀 입을 쩍 벌렸다.
프랑스 사방이 적으로 가득한 시점이다.
그런데, 총사령관이 수도를 비우고 이탈리아로 온 것이다.
“미쳤습니까! 총사령관 각하!”
이 생각이 단 두 사람을 제외한 전유럽의 생각이기도 할 것이다.
수보로프, 그리고 유진이다.
***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폴레옹 클럽 멤버도 있다.
“정말, 보나파르트 장군이 직접 베네치아로 갈 거라고? 대체 왜?”
간만에 기마가 아니라 마차에 탄 유진에게 쥐노가 연신 물었다.
유진은 행군 마차의 창밖을 흘깃 보며 피식 웃었다.
쥐노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장군들도 예측하지 못할 게 뻔하다.
사실, 그게 아마도 나폴레옹이 이탈리아행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중간에 다른 변수가 없다면 말이죠. 갑자기 감기에 걸리신다거나, 낙마한다거나, 혹은 중간에 미녀를 만나서 시간을 지체하신다든가.”
“모두 전부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늦으실 것 같지는 않군. 그럼 우리가 서두를 필요 없는 건가? 이유는 설명 안 해줄 거야?”
“졸속으로 달릴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다만 너무 늦어도 곤란하죠.”
여전히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유진은 마차 창에 팔을 기댄 채 턱을 괴었다.
“프로이센 군과 우리가 조우할 가능성은 낮아요. 하지만, 옛 신성로마제국 남부 제후들의 용병들이나, 러시아 제국군과 조우하게 될 가능성은 높죠.”
밖은 1만 5천의 병력이 행군하는 모습이 보인다.
평소라면 유진도 말을 탄 채, 보병의 행군을 감독하며 속행을 독려할 것이다.
허나 이번에는 프랑스군이 자랑하는 행군 속도를 뽐낼 필요가 없다.
보급은 친프랑스 정권이 들어선 발칸 국가들이 책임지고, 행군로 도중의 정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전투력을 최고조로 올려둔 상황에서 실전에 돌입하는 게 훨씬 낫다.
“쿠투조프인가 하는 인간보다 강하겠지. 러시아제국 원수는.”
문득 상념에 잠겨 있던 유진의 생각을 이폴리트가 깼다.
“그래, 이폴리트. 얕볼 상대가 아니지. 그런데 너, 에스마 공주는 잘 해결하고 온 거냐?”
“당연하지. 그 공주는 나만 애인으로 삼은 게 아냐. 세바스티아니가 일순위라고.”
“미남계로 당분간은 콘스탄티노플을 처리해야 할 지경이군.”
그때 유진의 눈에 또 다른 마차가 들어왔다.
간호부대가 쓰는 마차다.
본래 간호부대의 대장인 안젤리크는 마르소와 함께 콘스탄티노플에 남았다.
그러나 간호부대의 본래 정체는 엄연히 프랑스군 병사들의 부인이나 애인들이다.
프랑스 귀환군의 연인들도 당연히 있었고, 그들은 귀환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껏 주로 배로 운송해 왔지만, 이제는 마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중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는 마차에서 누군가 윙크를 보냈다.
아주 급히 창가에서 시선을 떼는 유진에게 이폴리트가 이죽거렸다.
“오우, 폴린 고모님이 사랑의 눈인사를 보내는데? 답례 안해?”
“너, 닥치지 않으면 파리로 돌아가는 대로 에스마 공주와 스캔들 신문에 터뜨린다.”
“흥, 그래봐야 내 인기만 올라가지! 참, 그런데 필승 대책 같은 거 있어? 기구 폭탄 투하라든가.”
유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거야 사막에서나 쓸 비책이지. 이탈리아에서 쓰다간 바람이 조금만 바뀌어도 우리 쪽으로 떨어질 텐데.”
하지만 작전이 궁금한 것은 이폴리트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차에 타고 있던 유진 귀환군단 지휘관들이 모두 유진을 쳐다 보았다.
유진은 쥐노와 드제의 간절한 눈빛을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해둔 방법은 있어요. 다만, 그러자면 아버지가 연파해줘야 하죠.”
“뭐야. 케이크 위 체리만 따 먹겠다고?”
“체리피커가 원래 가장 힘든 거 몰라요? 다들 체리 먹고 싶어서 안달이기 마련인데.”
가볍게 농담으로 쥐노에게 대꾸하다, 유진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면, [쉬르테]가 이번에는 활약해 줘야 해. 로슈자클랭.”
마부석에 앉아 있던 로슈자클랭이 유진에게 답했다.
“물론입니다. 엘리 [부총장]이 현재, 총사령관 각하와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공 쪽에는 [쥐]를 붙여놨나?”
“카를 슈마이스터가 잠입한 상태입니다.”
카를 슈마이스터, 원역사 아우스터리츠의 스파이다.
오스트리아 군단 잡입자로는 딱 적당한 인선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쪽은 따로 있다.
“러시아는?”
이번에도 로슈자클랭은 명쾌하게 대답했다.
“수우코프스키 소령이 들어가 있습니다.”
“뭐? 폴란드 출신이잖아?”
“러시아 군에는 폴란드 출신 병사가 이미 많습니다. 그 틈을 뚫고 들어간 거죠.”
수우코프스키, 나폴레옹의 호위병 출신 부관이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이집트 원정에 따라갔다가 알렉산드리아 반란 때 죽는다.
허나 현재는 나폴레옹 총사령부 휘하에서 바삐 일하는 부관 중 하나일 뿐이다.
한데 유진의 쉬르테가 수우코프스키를 발견해, 이번 작전에서 첩자로 기용한 거였다.
유진은 고개를 모로 꼬다, 끄덕였다.
원역사 나폴레옹이 꽤 높이 평가한 부관이긴 하지만, 실제 공적은 애매한 남자다.
그러나 이번 작전에서 첩자가 해줘야 할 일은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좋아. 수보로프가 언제 올지, 그것만 확실히 전파하라고 해. 그게 이번 작전의 승부처다.”
바로 그 시점이, 유진이 이탈리아로 도달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