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4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44화(245/547)
(244) 수보로프가 모로를 이겼다
여기, 일생 단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노장이 있다.
“난 항상 생각했지. 나와 전장에서 겨룰 대등한 상대가 있다면 좋겠다고. 후후후!”
이른바 헬베티아 공화국, 스위스 북부의 행군로를 걷던 말을 토닥이며 수보로프가 빙그레 웃었다.
실로 오만한 말이다.
허나 수보로프의 전적을 생각해 본다면, 결코 오만하다 말하기 어렵다.
모든 전투에서 이겼고, 어떤 어려운 적이 있어도 돌파했으며, 계획한 작전을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는 한 번도 상대해본 적이 없지만.
“보나파르트가 그런 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원수 각하?”
러시아 제국은 이 불패의 명장에게 원수의 칭호를 내렸다.
그러나 부하 장군들은 이 명장을 더욱 높은 칭호, 곧 [대원수]라 부른다.
후일에 원역사에서는 정말로 내려지는 칭호기도 하다.
부관을 돌아보며, 수보로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왜, 바클레이 드 톨리. 내가 너무 오만한가?”
“그게 아니라 감히 장군께 비견될 자가 있는지 의문이라서 그렇습니다.”
“푸하핫! 이 친구 보게. 그런 아첨은 차르 앞에서나 하라고. 보나파르트는 충분히 그런 칭송을 받을만한 자야. 50년을 전장에서 누볐지만, 그런 기동을 실제로 펼쳐낸 자는 못 봤다네.”
물론 수보로프도 나폴레옹의 기동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명장은 멀리서도 알 수 있는 게 있다.
그저 신문에 나온 도식을 보았을 뿐이지만, 나폴레옹의 군사 작전 기동은 탁월하다.
만일 수보로프라 해도 같은 기동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일 정도다.
그때 수보로프의 뒤, 사령관도 아니면서 마차에 실려 가고 있던 뚱뚱한 남자가 대꾸했다.
“프랑스군은 확실히 강하죠.”
수보로프는 뚱보를 흘깃 보다 킬킬거렸다.
“그래, 우리 [외눈이]가 ‘작은’ 보나파르트에게 고생했다고?”
“키는 크던데요. 아이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대원수.”
“욕봤네. 그러게 그런 무모한 작전을 왜 했나? 우리 러시아 군대를 지휘해서 갔다면, 그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바로 얼마 전 투르크에서 포로 송환된 장군, 쿠투조프다.
허나 러시아로 돌아가는 대신, 쿠투조프는 오스트리아로 건너갔다가 수보로프와 합류했다.
만약 귀국한 후 차르가 진노하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쯤 차르가 소환령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수보로프는 전쟁 중이란 핑계로 계속 피하게 할 생각이다.
어쨌든 수보로프가 지극히 아끼는 ‘제자’니까.
“아, 차르가 제정신이 아니잖습니까. 여기 감독관 없죠?”
쿠투조프가 투덜거리다 뒤를 돌아볼 찰나, 수보로프가 고개를 까딱였다.
“코르사코프라면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네. 한데, 그렇게 심한가?”
“직접 보시지 않았습니까? 일단 비현실적인 망상이 심합니다. 제가 떠나오기 전에는 인도에, 저 멀리 신대륙 침공을 구상하고 있었다니까요?”
“인도는 그렇다치고, 신대륙? 설마 북극해라도 넘으신다던가?”
현재 러시아 군단 8만은 당연히 수보로프의 카리스마적 통제를 따른다.
그렇지만 의심 많은 신임 차르 파벨은 모친이 신임하던 수보로프를 싫어한다.
후일 원역사에서 소련이 그렇듯 감시자를 장군에게 붙이는 것이 러시아의 전통.
요컨대 차석 참모장 격인 코르사코프는 기실, 황제의 감독관이다.
제국군 병사들이 신처럼 따르는 수보로프에게 반항하진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차르에게 보고할 것이다.
하지만 수보로프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얼굴이었다.
왜냐면 지금 수보로프의 관심사는 오직 나폴레옹 뿐이니까.
그런데 쿠투조프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수보로프의 농담에 진지하게 대꾸했다.
“아뇨. 비투스 베링의 해협을 넘는다고 하던데요? 대체 얼어붙은 땅을 넓혀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쿠투조프가 말한 얘기는 허언이 아니라 모두 진담이다.
차르 파벨은 1799년 현재, 실로 거대한 계획 세 가지를 동시에 구상 중이다.
하나는 현재 수보로프를 보내 혁명 프랑스를 제압하는 일
둘은 신대륙을 건너 현대의 알래스카를 장악하는 사업.
마지막은 무려 영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인도정복전]이다.
심지어 원역사에서는 영국과 사이가 틀어진 후, 무려 나폴레옹과 함께 손을 잡고, 이 계획을 진지하게 추진한다.
결국 영국이 파벨의 암살을 주관했다는 의혹이 원역사에 남은 이유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역시 원역사에서, 러시아 제국이 19세기에 추진했던 정복사업들이다.
허나 지금은 아직 18세기 말.
현재 그 얘기를 듣는 러시아 장군들은 수보로프든 쿠투조프든, 그저 광기로 여길 뿐이다.
“감자라도 키울 수 있는 곳인가 모르겠군. 쯧.”
“물론 알프스를 넘자고 하는 대원수 각하도 차르 못지않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지만 말입니다.”
“껄껄껄! 투르크를 차르에게 바친다던 허풍쟁이가 할 말은 아니로군.”
가볍게 따라오는 병사들의 행군 속도를 보던 수보로프가 쿠투조프에게 불쑥 물었다.
“바그라티온은 회복했나? 조만간, 지휘를 맡길 생각인데.”
“몸은 건강합니다. 정신적으로 울분에 차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죠.”
“그 울분, 곧 풀 수 있을 거야.”
문득 수보로프가 지도를 쿠투조프에게 던지며 일렀다.
“아직 프랑스군이 스위스 땅에 남아 있거든. 그놈들을 처리해야, 비로소 알프스로 가는 길도 열리게 되지.”
지도 위, 그려진 군의 기동로를 보다 쿠투조프가 껄껄 웃다 낯을 찡그렸다.
“질질 짜지 말고 일어나서 싸우라고 알려야겠군요. 아이고, 머리야. 알겠습니다.”
부상 후유증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쿠투조프의 마차를 놓아둔 채, 수보로프는 앞으로 전진했다.
그때 수보로프 옆으로 장군 한 명이 따라 붙었다.
잔뜩 낯을 찡그린 게, 쿠투조프만큼이나 머리가 아파 보이는 장군이다.
“대원수 각하.”
“뭔가, 베니히센?”
“저 패장을 진짜 부사령관으로 두실 겁니까? 저치가 오만하게 굴지 않았다면, 투르크에서 고작 2만의 프랑스군에 패배한 치욕은 겪지 않았을 겁니다!”
투르크 원정군의 참모장이었던 베니히센이다.
원래부터 쿠투조프를 싫어했는데, 포로 경험을 하면서 더욱 증오하게 된 모양이다.
수보로프는 여우처럼 웃다 되물었다.
“베니히센, 애초에 그리 생각했으면 그 작전 자체를 막았어야지. 안 그런가?”
“가, 각하. 그건 차르께서.”
“안 될 작전을 그대로 진행하는 건, 차르에 대한 충성도 아니고, 병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야. 우리가 하는 일이 뭔지 아나?”
여전히 웃는 얼굴로, 수보로프가 병사들을 돌아보며 무시무시한 얘기를 던졌다.
“병사들에게 승리를 위해 죽으라고 명령하는 거야. 그럼 최소한 그 죽음이 가치 있는 걸로 만들어 줘야 될 게 아닌가?”
죽음을 명령하는 일.
결국 모든 장군들이 병사들에게 요구하는 바다.
허나 아무도 이토록 노골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또한 그 이야기를 들은 병사들도 웃을 뿐, 반항하는 자 하나 없다.
그것이 수보로프가 진정 무서운 장군인 이유다.
베니히센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킬 찰나, 여전히 웃는 낯으로 수보로프가 일렀다.
“쿠투조프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게다가 판을 보는 건, 저 외눈깔을 따를 자가 없다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자네가 인정하든 말든 상관없지. 오히려 자네는 내게 인정받아야 할 일이 있네.”
문득 수보로프의 시선이 서쪽을 향했다.
“현재 프랑스의 명장, 모로가 지원군을 끌고 베른으로 오고 있다네. 이들을 기습해서, 물리쳐야 해. 어떤가, 길잡이는 붙여줄 건데.”
그 순간, 베니히센이 눈을 번들거렸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프랑스에 치욕을 갚아야죠!”
물론 그 길이 쉽다고는 수보로프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다.
***
서기 1799년 7월, 프랑스는 스위스 방면에서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니까 라하르페와 브륀, 자네 둘이 도망쳐 왔다는 거지?”
이곳은 친 프랑스파가 지배하는 도시, 베른이다.
본래 스위스는 옆나라 신성로마제국이 그랬듯, 영방 영주들이 지배하는 나라였다.
사실 하나의 나라라고 할 수도 없는 동맹체가 스위스의 본질이다.
허나 또 다른 옆나라, 프랑스가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스위스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혁명을 꿈꾸는 부르주아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다.
바로 헬베티아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1799년 초 발생한 이 혁명으로, 스위스의 영주 지배체제는 전복되었다.
나아가 각 주별로 연방 공화국 체제가 설립되었다.
당연히 프랑스가 뒤에서 후원한 결과다.
사실은 나폴레옹이 라하르페를 파견한 사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위성공화국이나 마찬가지인, 헬베티아 공화국을 싫어하는 스위스인도 많았다.
때문에 헬베티아 공화국은 출범하자마자 분규에 휩싸였다.
러시아 제국군이 도착한 게 바로 이 시점.
여기에 상대가 수보로프인 점도 있어, 라하르페는 수도 취리히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 모로 사령관 각하.”
“어이가 없군. 죽음을 각오하고 막았어야지.”
“병력을 온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치욕을 감수하며 보고하는 라하르페를 보다, 모로가 혀를 찼다.
“헬베티아 공화국은 우리 혁명 프랑스의 중요한 동맹이야. 그 동맹을 버리고 온 셈인데, 이게 말이 되나!”
물론 정작 아일랜드 반란을 저버린 모로가 할 말은 아니긴 하다.
허나 라하르페는 2만의 수비군을 잃었고, 6만의 지원군을 끌고 온 모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득 모로의 옆에 서 있던 부사령관, 장 밥티스트 쥘 베르나도트가 콧방귀를 뀌었다.
“흐응, 다 겁쟁이라서 그렇죠.”
“닥치시오. 베르나도트! 겁쟁이라니!”
“브륀, 닥치란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내가 그 전장에 있었다면! 당장 수보로프에게 돌격해 그 목을 땄을 거요!”
브륀을 향해 검을 뽑아들며 베르나도트가 눈을 번뜩였다.
“사령관! 내게 1개 사단을 내어주시오. 당장, 취리히를 되찾고, 나아가 슈비츠까지 진격하겠소!”
어쩐지 함부로 검을 뽑는 것 같지만, 여기에도 이유는 있다.
혁명군 장군 중 하나, 베르나도트는 본래 스위스 방면에서 주로 활약했다.
원역사 전장에서는 이탈리아 원정 후반부에 나폴레옹을 지원하기 위해 참전하지만, 유진이 일부러 부르지 않았기에 스위스에서 계속 싸웠던 바다.
그런데 자신이 목숨 바쳐 지켜낸 스위스가 한 번에 넘어갔다니 격분하는 게 당연하다.
반면, 신중한 모로는 사령부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저었다.
“일단 우리의 임무는 제네바 방어선을 지키는 일이다. 베른에서 머물며, 상황을 지켜보지.”
“사령관!”
“적은 8만 대군이라고 들었네. 게다가 오스트리아 군과 바이에른 군도 기동 중이라지? 자칫 우리 군이 포위당해 위험해질 수 있어.”
모로도 6만을 끌고 온 것 자체가, 무척 큰 출혈이다.
한정된 병력 자원 중, 스위스 방면에 이 정도 병력을 투입하면 라인이 빈다.
배후에 주르당을 비롯한 예비군 지휘관들이 버티고 있긴 하지만, 섣불리 승부를 낼 수는 없다.
그러나 소극적인 태도에 라하르페도, 베르나도트도, 브륀조차 불만을 품었다.
제네바는 스위스 서쪽 끝, 프랑스 동쪽 끝에 있는 도시다.
스위스 서부 중앙에 있는 베른까지는 약 160킬로미터.
그럼 제네바로 물러나면 되지, 왜 베른에서 머물며 상황을 본단 말인가?
너무 신중해 결정장애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그때였다.
“사령관, 적이 출현했습니다!”
문득 사령부 막사로 황급히 장군 한 명이 밀어닥쳤다.
우직하게 생긴 군인다운 얼굴이 돋보이는 남자.
엠마누엘 그루시 준장이다.
모로가 뜨악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말인가? 적군은 취리히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언제, 베른까지 온 거지?”
“아무래도 패잔병, 아니, 라하르페 장군의 부대를 추격해 따라온 것 같습니다.”
“맙소사!”
모로가 탄식할 순간, 베르나도트가 이번에는 라하르페를 검으로 겨눴다.
“겁쟁이 주제에 우리 부대의 위치까지 알려줬군. 이게 무슨 짓인가, 라하르페!”
이를 악물던 라하르페가 오히려 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대꾸했다.
“책임을 지겠소.”
“어떻게!”
“나가서 죽을 때까지 싸우면 되는 거 아니오!”
베르나도트와 라하르페가 서로 노려보았다.
그 순간 모로가 재빨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러다 칼부림이라도 벌어지면 모두 모로의 책임이 된다.
“일단, 병사들을 점검하고, 출진 준비를 서둘러라. 적들이 접근할 때까지 시간이 있을 거다. 또한, 로잔 인근에 방어에 필수적인 산지와 강이 있는지 확인하라. 그리고······.”
모로가 정석적인 대응책을 명령할 때였다.
-와아아!
깁작스런 함성 소리에 병영이 뒤흔들렸다.
전방에서 적군이 온 걸까?
그렇지만 방향이 이상하다.
황급히 밖으로 나서는 모로에게 피투성이가 된 한 장군이 들이닥쳤다.
그것도, 배후 방면에서.
“사령관,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마크도날 사단장? 후위를 맡겼을 텐데?”
“그, 후위로, 러시아군이 쳐들어 왔습니다.”
자크 마크도날, 스코틀랜드 출신 조상을 지닌 34세의 청년 장군이 고함쳤다.
“이 미친놈들이, 남쪽의 알프스를 횡단해서 습격한 것 같습니다!”
모로가 입을 쩍 벌릴 찰나, 저 멀리 [남쪽] 고산지대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우라!
러시아 제국군이 알프스를 가로로 횡단해 모로 군단을 배후습격한 순간이었다.
***
이 상황은 알프스에 대해, 최소한 러시아보다는 잘 아는 오스트리아도 경악할 광경이다.
“대, 대체, 이게 어, 어떤 상황인 거죠?”
17세, 검은 머리의 청년 요한이 몸을 부르르 떨다 물었다.
이 청년의 정체는 선대 황제 레오폴트 2세의 13번째 아들이다.
그러니까 현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와 카를 대공의 막내 동생이랄까.
물론 요한이 군을 지휘하는 것은 아니며, 프란츠 폰 라우어를 비롯한 참모 그룹 장군들이 사실상 지휘자로 붙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요한만이 아니라 라우어와 3만 오스트리아 보조 군단도 모두 경악해 움직이지 못했다.
오로지 베른 앞, 언덕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러시아 군인들만이 태연했다.
대원수, 수보로프가 뾰족한 턱을 쓰다듬다 대꾸했다.
“간단합니다. 요한 공작. 적의 의표를 찌른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떻게 적의 배후에서 병사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겁니까? 마법입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오직 용기와 투지로 해낸 일이지요.”
수보로프는 남쪽 산지에서 달려오는 베니히센의 부대를 가리키며 일렀다.
“남쪽, 알프스 산맥을 횡단해서 진군한 겁니다. 우리 러시아 제국의 탁월한 장군, 베니히센의 노고지요.”
요컨대 수보로프는 이런 작전을 쓴 것이다.
먼저 라하르페를 깨고, 달아나도록 만들어 프랑스 본군이 있는 곳을 찾는다.
다음 수보로프의 본대는 그 뒤를 오스트리아의 원군과 함께 추격한다.
허나 진짜는 그 다음이다.
스위스의 남쪽 척추, 알프스 산맥을 가로로 가로질러, 모로의 배후를 습격한 것이다.
당연히 이런 행군을 시간에 맞춰 하려면, 엄청난 희생이 요구된다.
낙상사가 빈발할 수밖에 없으니까.
요한이 덜덜 떨다 수보로프에게 물었다.
“그럼, 벼, 병력이 상하지 않나요?”
“아직 전부 보고를 듣지는 않았습니다만, 2만을 보내 2천 명쯤 죽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 전체 10분의 1아닙니까!”
전군의 10프로 살상은 사실상 패주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보로프는 아주 태연했다.
러시아 장군들도 모두 무표정한 얼굴로 듣고 있을 뿐이었다.
“이기기 위해선, 그 정도 희생은 각오해야 하는 겁니다. 요한 공작 전하.”
이것이 러시아 제국이 가진 진짜 힘이다.
병사에 대한 무자비한 명령.
그 명령을 무식할 정도로 우직하게 따르는 병사.
그렇지만 수보로프는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하다.
기꺼이 병사들이 목숨을 바친다는 점에서.
그때 부관 바클레이가 다가와 보고했다.
“곧 전투가 끝날 것 같습니다. 대원수 각하.”
“오스트리아 군 쪽의 병력 보충이 필요할 것 같군. 상관없겠지요. 공작 각하?”
“그, 그리 하시오. 필요한 연대가 있다면 데려가도 좋소. 그, 그런데 어디로 갈 거요?”
요한 공작의 질문에 수보로프가 여전히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대꾸했다.
“이제 알프스를 넘어, 저 남쪽 이탈리아로 가야지요.”
그 순간에도 러시아 병사들은 무표정하게, 프랑스 군인들을 찌르고 있었다.
-퓩! 퓩! 퓩!
총검으로, 단 하나의 자비도 없이.
서기 1799년 7월 7일.
러시아의 8만, 오스트리아의 3만 총 11만의 연합군이 모로의 6만 지원군을 격파했다.
수보로프가 알프스를 넘기, 2주 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