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4화(25/547)
(24) 툴롱의 포화 속, 마침내 나폴레옹과 재회하다
그래도, 오자마자 포탄이 떨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쾅! 쾅! 쾅!
대포는 우선 굉음이 사람을 패닉에 빠지게 만든다.
폭발이 일으키는 화염과 폭풍은 사람의 몸조차 가누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
방금 전, 바로 옆에서 웃고 있던 사람이 육편이 되는 광경이다.
“으아악! 사람 살려! 맙소사, 전장이 이런 곳이라고 왜 아무도 얘기 안 해준 거야!”
“정신차려, 이폴리트 샤를 하사! 너보다 어린 보아르네 소위가 멀쩡한 거 안 보이나!”
“빌어먹을, 여긴 지옥이야! 전쟁은 미친 짓이야! 유진, 빨리 가자!”
이폴리트가 비명을 지르는 이곳은 툴롱이다.
프랑스 남부, 구 왕국 시절부터 마르세유를 능가하는 프랑스 제1의 군항도시.
본래는 해군이 함선들과 함께 주둔하는 장소다.
그러나 서기 1793년 2월, 이미 툴롱은 반란군 혹은 영국과 에스파냐, 나폴리 함대의 거점으로 변했다.
원역사에서는 6월에나 벌어지는 왕당파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국왕의 죽음, 대외전쟁 시작, 연이어 30만 동원령 선포 소식까지.
특히 해군이 주둔하고 있던 툴롱은 불온한 분위기가 본래 있었다.
왜냐하면 해군장교는 특히 육군보다 더 귀족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장 보아르네 일가부터 본래는 해군 출신 귀족이다.
그러나 이토록 빨리 반란이 벌어진 것은 역시 국왕이 원역사보다 일찍 죽은 탓일 것이다.
그 덕에 유진은 툴롱에 도착하자마자 전쟁에 휩쓸렸다.
“윽, 귀마개라도 사야겠는걸.”
대포가 터지는 소리에 먹먹한 귀를 매만지는 유진에게, 이폴리트가 고함쳤다.
“너, 괜찮냐? 지금 우리 부대 다 죽게 생겼는데?”
“이 전장에서 벗어나면 살아. 마르소는, 아니 마르소 대위는 어디 갔지?”
“모르겠어. 지금 이 난리가 왜 났는지도 모르겠는데, 부대가 다 흩어졌어.”
유진 덕에 입대하자마자 하사가 된 벼락치기 부사관, 이폴리트가 부르짖었다.
“여기, 우리나라 땅 아니었어? 대체 왜 유니언 잭이 펄럭이고 있는 거야?”
저 멀리 드높이 툴롱 중심 성당 첨탑에 깃발 하나가 나부낀다.
유니언 잭.
그레이트 브리튼, 곧 대영제국을 상징하는 국기.
지금 이 툴롱의 바다를 지배하는 함대이기도 하다.
또한 본래 툴롱에 있던 총 27척의 전함, 프랑스 지중해 함대를 장악해 버린 해군이다.
저 함대 없이는 프랑스는 아예 바다로 나가지도 못한다.
툴롱에 무려 영국 함대, 로열 네이비가 달려온 이유다.
유진이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영국 함대가 원래보다, 아니 예측보다 빨리 진입했군.”
“뭐? 영국 함대가? 그럼, 지금 항구를 영국군이 장악한 거야?”
“어차피 주적은 그 놈들이 아냐. 왕당파 반군이지.”
어차피 결국 항구는 육지에 붙어 있다.
아직 18세기 말, 함선의 대포가 항구를 전부 불태울 정도의 파괴력은 없다.
그러니 영국 함대는 바다에서 물자를 공급할 수는 있지만 육군과 맞싸우기는 어렵다.
결국 왕당파 반군과 그들을 지휘하는 영국 육군을 처리하는 게 관건이다.
물론 그건 유진이 할 일은 아니고, 당장은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툴롱 북쪽 외곽, 팔롱 산에서.
왜냐면 지금 이 팔롱 산으로 툴롱 반란군의 포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고지에서 빠져나가야 하겠는데. 응?”
그 순간, 유진의 눈앞에 백은문자가 떴다.
[사망.]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온 사방의 방향으로 알림처럼, 문자가 새겨진다.
[사망, 사망, 사망.] [부상, 중상, 치명상.] [위험, 주의, 경고.]문득 유진은 식은 땀을 흘렸다.
예전 파리에서 늑대에게 죽을 뻔 했을 때, 이런 알림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전생 때부터 유진이 가졌던 능력, [백은문자]의 알림이 보인다.
경고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죽거나 중상을 입거나, 위험하다고.
“윽, 이거 선택지인가? 카드 게임 같군.”
“응? 야, 너 이런데서도 카드 타령이야? 진짜 중독이구나? 어린 놈이 도박만 하더니!”
“애석하게도, 그런 농담을 할 시간이 없어, 이폴리트. 죽음이 다가오고 있거든.”
하늘에서 날아들고 있을 것이다.
포탄이라는 죽음이.
유진은 이폴리트를 잡아챘다.
“일단, 달려!”
다음 순간, 유진이 있던 자리에 포화가 쏟아졌다.
-펑! 펑! 펑!
정신없이 달리던 이폴리트가 비명을 질렀다.
“빌어먹을! 내가 잘못했어! 그냥 파리에 남아 있을 걸!”
“그랬다간 어차피 기요틴 행이야!”
“개소리마! 그냥 런던으로 내뺄 수도 있잖아! 아악! 첫사랑이고, 의리고, 충성이고! 다 버리고 도망쳤어야 하는데!”
첫사랑, 조세핀일 것이다.
의리, 역시 이제는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조세핀, 그리고 유진에게 바치는 마음일 터.
충성, 그건 뭘까?
유진이 달리던 와중에도 궁금해 물었다.
“충성? 그건 또 뭐야?”
포화 소리에 다시, 기겁하며 이폴리트가 빽 소리를 질렀다.
“뭐긴 뭐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애새끼한테 바치는 거다, 왜!”
유진은 달리던 와중에도 잠시, 눈을 깜박였다.
설마 이폴리트가 유진에게 충성심을 품고 있을 거라, 미처 생각조차 못했다.
그 순간, 유진의 앞에 백은의 알림이 떴다.
[죽음.]이 알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피해!”
유진이 이폴리트를 잡고 산비탈 아래로 뒹굴었다.
-쉬익, 쾅!
포연의 충격에 유진은 튕겨나갔다가 쓰러졌다.
시야가 새카맣게 물들었다.
***
아직, 죽지는 않은 것 같다.
“깼냐?”
그 순간 유진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따로 있었다.
툴롱 파견군 제4연대 소속 신임 소위, 유진 드 보아르네.
그게 지금 유진의 지위다.
허나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 편제된 제4연대는 툴롱으로 진군하다 포화를 맞았다.
그 후 모두 흩어져 달리다, 포화를 피했고, 정신을 잃었다.
여기는 어딜까.
낡은 지붕이 눈앞에 보인다.
유진은 눈을 깜박이다 말했다.
“배고파.”
말을 걸었던 청년, 이폴리트가 피식 웃다 빵을 던졌다.
“짜식, 너도 인간 같은 소리를 할 줄 아는구나? 애석하게도 검은 빵 밖에 없다만.”
“그거라도 줘. 어떻게 된 거지?”
“뭐긴. 네 덕분에 살았지. 이야, 그걸 어떻게 알았냐? 우리가 굴러떨어지고 나니까 포탄이 쏟아지더라.”
유일한 병기인 머스킷 총을 만지작거리며, 이폴리트가 입맛을 다셨다.
“대신 우리 부대는 모두 전멸이야. 마르소랑 빨리 합류해야 하는데.”
제4연대는 전멸해 버린 것이다.
물론 설마 모두가 죽었을 리는 없다.
같이 프로방스로 왔던 마르소와 투르네는 원래 군 경력이 있어 각기 대위와 중사로 진급해 다른 부대로 배치되었다.
또한 제4연대 자체도 전멸했다기보다, 대부분 흩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대가 사라졌으니 전멸이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군에 입대하자마자 탈영병이 될 판.
유진은 딱딱한 검은 빵을 슬쩍 씹으며 몸을 일으켰다.
순간, 빵이 너무 단단하다는 걸 유진은 깨달았다.
-콰직.
이제 막 성년의 영구치가 된 유진의 이가 빠질 뻔 했다.
“윽! 뭐가 이렇게 단단해?”
“검은 빵은 원래 단단해서 검은 빵인 거야. 호밀로 만들었으니까. 너 한 번도 안 먹어봤냐?”
“나야 그럴 처지는 아니었지. 이폴리트 넌 경험 있는 것처럼 들린다?”
이폴리트가 피식 웃었다.
“잊었냐? 난 원래 옷감장수 아들이라고. 큭큭! 부자가 고생하시네.”
물론 이제는 이폴리트네 집도 검은 빵을 먹을 정도의 처지는 아닐 것이다.
흰 빵과 검은 빵.
부자와 빈자의 상징이다.
고급 밀로 만들어진 흰 빵은 부드럽고, 싼 호밀로 만들어진 검은 빵은 딱딱하다.
혁명은 검은 빵을 먹는 자들이 흰 빵을 먹기 위해 일으켰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그 유명한 빵을 씹다, 유진이 얼얼해지는 턱을 매만졌다.
“이가 나갈 지경이군. 으.”
그때다.
“생각보다 약하군, 소년. 공주의 기사라더니? 굶주림은 군대의 일상사지!”
불현듯 유진과 이폴리트가 놀라 몸을 일으켰다.
허름하고 텅 비어버린 민가, 그곳 문 앞에 병사 한 명이 서 있었다.
꽤 유쾌하게 생긴 얼굴이 인상적인 청년이다.
-철컥!
청년이나 이폴리트보다 유진이 더 빨랐다.
아직 어린 탓에 머스킷 대신 권총, 그러니까 플린트락 피스톨을 받은 덕이다.
피스톨로 청년을 겨누며 유진은 차갑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나? 장 앙도슈 쥐노. 상사다. 굳이 따지자면, 네 부하랄까? 하하핫!”
“쥐노? 당신이?”
그 순간, 청년 쥐노가 싱글 벙글 웃으며 군모를 벗어 들었다.
“왜, 설마 날 아나? 공주의 기사?”
유진은 놀라 피스톨을 그만 쏠 뻔 했다.
장 앙도슈 쥐노, 이 툴롱 전장의 전설을 쓴 군인 중 하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나폴레옹의 부관이 되는 남자다.
아직 장교조차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이 시기에 쥐노는 원래 툴롱으로 지원병으로 참전하니까.
유진이 피스톨을 거두며 어깨를 으쓱였다.
“대충 알죠. 우리가 합류해야 할 부대의 하사관이었던 걸로 아는데.”
“오, 역시. 도박 신동이라더니 머리가 좋은걸. 맞아, 원래는 그래야 했지.”
“지금은?”
쥐노는 유쾌한 미소를 머금은 채 어깨를 으쓱였다.
“보다시피 부대가 강제 해체 되어 버렸다네, 공주의 기사.”
나폴레옹은 쥐노를 [붉은 폭풍]이라고 부른다.
꼭 좋은 뜻은 아니다.
전장에서 누구보다 용감하고 담대하게, 혹은 생각 없이 그냥 선봉에 나선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실로 대담한 남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게 부대가 전멸했음에도 여전히 웃고 있으니 말이다.
유진은 피식 웃다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좋아요. 그럼 일단 본대에 합류할 때까지, 식량이 필요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결하죠?”
직위는 낮아도 군 경력으로는 선임인 쥐노가 눈을 찡긋거렸다.
“그야, 당연히 징발이지.”
요컨대 강제로 빼앗는다는 거다.
***
꼭 혁명기가 아니라도 원래 18세기의 군대는 보급이 엉망이다.
“자, 따라 하라고. 소년. 내놔! 나라의 명령이다! 아니면 쏜다!”
그러니 군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게 바로 보급 확보방법이다.
이를테면 민간에서 강제징발하는 법부터 배우는 거랄까.
물론 학살하고 빼앗거나, 강탈하거나, 훔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유진은 낮은 목소리로 머스킷 총을 들고 농민을 협박하는 쥐노에게 물었다.
“총탄 없지 않아요?”
“그럼 총검으로 찌르지, 뭐.”
“민간인 살상은 군법상 사형 아닙니까?”
그러자 쥐노가 유쾌하게 웃으며 무시무시한 얘기를 던졌다.
“오우, 이 내전의 현장에서 그걸 누가 알지?”
아직 18세기 말이지만, 의외로 있을 것은 다 있다.
이를테면 [군법]도 존재한다.
심지어 혁명기에도 혁명군을 편성할 때 혁명정부가 신경쓴 게 군법무관 부서였을 정도다.
괜히 변호사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비아냥 들은 게 아닌 셈이다.
어쨌든 그러니 명목상 민간인 살상은 사형이라는 게 군법이다.
그러나 쥐노의 말처럼 죽이고 도망간다면 누가 알까?
당연히 정말로 죽일 생각은 쥐노도 없었다.
애석하게도 그 사실을 모르는 농민들은 울부짖으며 빵과 포도주를 빼앗겼다.
“우, 우리는 그럼 어찌 삽니까!”
“자, 징발표를 주마. 이 군표를 나중에 우리 툴롱 진압군에 가져오면, 모두 교환해줄 거야. 아마 아시냐 지폐로?”
“마, 마, 말도 안 돼!”
그때 울부짖는 농민의 앞에 은화가 떨어졌다.
-짤랑.
놀란 쥐노와 농민을 향해 유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몇 푼 안 되지만, 사죠.”
이미 혁명정부가 발행한 아시냐 지폐는 가치가 휴지보다 싸다.
사실 휴지를 만드는 게 꽤 어려운 시대니 오히려 휴지가 비쌀지도 모른다.
반면 은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
희희낙락하는 농민을 뒤로 한 채, 쥐노가 휘파람을 불며 물었다.
“오우, 왕실 비자금인가? 어디서 난 돈이야?”
“애석하게도 얼마 없어요. 어머니가 챙겨주신 돈이죠.”
“아쉽게 됐군. 어머니라, 듣자 하니 모친이 아주 미인이시라던데.”
이미 파리에서 살롱으로 유명한 조세핀이다.
쥐노도 명성을 들은 걸까?
그렇지만 유진은 화를 내는 대신 피식 웃었다.
“당신 취향은 소녀일 거 같은데. 우리 어머니는 거리가 멀어요.”
오히려 유진을 놀리려던 쥐노가 깜짝 놀라 경악해 버렸다.
“헉, 그, 그, 그걸 어떻게 알지?”
“아니, 아까도 농민의 딸을 탐욕스럽게 보시던데.”
“아, 그거야 군바리 누구나 다 여자 보면 눈이 돌아! 신사적으로 대한 게 기적이라고!”
사실은 역사를 알기 때문에 한 소리다.
쥐노는 다름아닌 나폴레옹의 동생 폴린을 짝사랑해 쫓아다닌다.
폴린이 고작 13살일 때 얘기다.
이후에 쥐노가 결혼하는 여자는 나폴레옹 어머니 친구의 딸인 로라 페르몽, 저 유명한 수다쟁이 로르 쥐노 부인이다.
로르가 쥐노와 결혼할 때의 나이는 16살.
요컨대 이 용맹하고 유쾌하고 간덩어리 같은 대담한 남자는 일관된 여성 취향이 있다.
소녀.
그러니 유부녀 미녀 조세핀이 취향일 리가 없다.
원역사에서는 그 사실을 꿰뚫어 본 나폴레옹이 조세핀 감시역으로 보내기도 한다.
당연히 아직은 본인조차 정확히는 모르는 취향이다.
쩔쩔매는 쥐노를 보며 피식 웃을 때였다.
유진의 눈앞에 문득 백은문자가 떠올랐다.
[비상.]유진은 이를 갈며 외쳤다.
“이런, 빌어먹을. 진작에 좀 알려주지!”
“응? 무슨 말이냐?”
“닥치고, 피해요! 이폴리트 너도!”
곧이어 유진이 쥐노를 걷어 차며, 자신도 몸을 날렸다.
“아악! 이 소위 새끼, 감히 군대 선임을! 엉?”
그 순간 유진, 쥐노, 그리고 이폴리트가 있던 자리에 포탄이 떨어졌다.
-쾅!
쥐노는 놀라 자리에 주저앉은 채 입을 쩍 벌렸다.
아무리 대담해도 포탄은 충격이 큰 법.
게다가 갑자기 걷어차였더니 그 자리에서 포탄이 터지면 당연히 벙 찔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미 수 차례 같은 경험을 한 이폴리트는 달랐다.
“와, 이번에도 살았어! 유진, 너 진짜 도박의 신이 돕는구나!”
그때였다.
“도박의 신이 돕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행운이 함께 하는 모양이군. 공주의 기사.”
일련의 군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유진은 긴장한 채 피스톨을 쥐다, 말을 탄 지휘관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쩐지 알림이 왜 ‘죽음’이나, ‘위험’이 아니라 ‘비상’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말에 탄 지휘관, 청년장교가 유진을 보며 혀를 찼다.
“쯧, 혁명정부에서 특별히 징벌로 보내왔다더니, 정말 꼴이 말이 아니군.”
“다, 당신은?”
“응? 아, 우리 구면이지?”
문득 청년장교가 말에서 내리며 유진을 향해 웃었다.
“나폴레오네 부오나파르테다. 포병 부대 총지휘관, 중령이지.”
그러니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다.
유진과 나폴레옹이 재회한 순간이었다.
포연 속, 서기 1793년 툴롱에서.
***
그러니까, 나폴레옹이 유진과 재회하기 일주일 전의 일이다.
“들었나, 보나파르트 중령? 여기 남부로 유명 인사가 온다더군.”
나폴레오네 부오나파르테, 딱 1개월 전까지 코르시카 [혁명]을 꿈꾸던 군인.
이제는 코르시카의 실권자 파울리에게 쫓겨난 신세다.
비록 2년 가까이 자리를 비웠지만 마침 혁명 프랑스가 막 전쟁에 돌입하는 시점.
게다가 특히 포병 장교는 귀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포병 병과를 사관학교에서 택한 나폴레오네, 이제는 프랑스식으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 호칭되는 장교는 무탈히 정규군대에 복귀한 상태다.
여기에 지금 보나파르트를 만나러 온 ‘연줄’도 한 몫 했다.
본래 코르시카 출신으로 이번 국민공회 의원이 된 앙투안 크리스토프 살리체티다.
파울리에게 같이 쫓겨난 동병상련의 신세랄까.
물론 나폴레옹은 시큰둥했다.
프랑스 남부, 보케르의 병참부대에서 화약 운반이나 감독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예의상 나폴레옹이 살리체티에게 대꾸했다.
“그게 누굽니까, 살리체티?”
“공주의 기사. 신문에서 봤지?”
“예? 그런 기사가 있다구요? 아니, 그 전에. 누구요? 공주? 지금 공주가 존재합니까?”
살리체티는 오는 길에 가져온 신문을 두들기며 답했다.
“폐위 공주 말이야. 왕비를 지키고 공주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더군. 뭐, 가십 삼류 신문 얘기지만.”
프랑스 파리를 떠들썩하게 한 세기의 재판 얘기다.
물론 왕이 죽은 거야 놀랐지만, 왕비에는 별 관심없는 나폴레옹이다.
오히려 혁명정부 상황에 냉소하며 나폴레옹이 차갑게 웃었다.
지금은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왕비든 누구든 죽이는 일 따위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흥, 웃기는군요. 우리가 남쪽 코르시카에서 혁명을 위해 싸우는 동안 파리에선 그런 애들 장난을 하고 있었던 겁니까?”
“우리만 싸우는 건 아니지. 라인에서도, 플랑드르에서도, 이제 여기 남프랑스에서도 싸우겠지. 자네도 말이야.”
“잠깐, 나요?”
살리체티가 오늘 보케르를 방문한 이유, 문서를 꺼내며 빙그레 웃었다.
“그래. 파리에서 날아온 임명장이야. 툴롱 반란 진압군, 포병지휘관 대행 직위일세!”
툴롱, 프랑스 제일의 군항이자 지중해 함대가 있는 곳.
그러나 1793년 2월, 툴롱은 원역사보다 6개월 빠르게 [반란]을 일으켰다.
30만 동원령, 여기에 반하는 민심, 그리고 왕당파의 책동이다.
혁명정부는 지중해 함대 때문에라도 이 항구를 되찾아야 했다.
게다가 남프랑스 전체가 동요해, 봉기하는 봉기군도 제압해야 했다.
그래서 급파된 게 툴롱 진압군이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된지 1개월.
포병지휘관 엘제아르 드 도마르탱 대위가 그만 부상을 입고 만 것이다.
포술은 이 시대 귀하기 그지 없는 테크닉이다.
마침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나폴레옹을 살리체티가 긴급히 추천한 거였다.
상황을 들은 나폴레옹이 코웃음을 쳤다.
“결국 도마르탱이 부상을 입어서, ‘땜빵’으로 가는 거군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알지? 여기 사령관 카르토와 지원군 지휘관 라푸아프는 서로 앙숙이야.”
“카르토라면 어떤 군인이라도 앙숙이 될 수밖에 없을 걸요? 멀리서 들어도 지휘가 엉망이던데. 즉흥적이고 무대책이고.”
살리체티가 눈을 빛내며 나폴레옹을 설득했다.
“그러니 자네를 내가 힘들여 보내는 거 아닌가? 왕당파, 에스파냐, 여기에 영국 연합군을 깨부술 비장의 포병지휘관으로.”
현재 툴롱은 확실히 좋지 않다.
본래 지중해 함대를 지휘하던 해군사령관, 르네 드 상줄리앙이 잡혔다.
군 내부에 왕당파가 반역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전쟁에 참여했던 해군 장군, 오노레 드 트로고프 소장.
문제는 트로고프 소장이 정부군을 상대하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거다.
영국함대와 에스파냐 함대, 여기에 이 시대에는 부르봉 방계가 차지했던 나폴리 왕국이 가세했다.
총 1만 7천 명의 외국군 병력이 요새화된 툴롱을 차지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영국 사무엘 후드 제독과 에스파냐의 후안 드 랑가라 제독은 둘 다, 상당한 해군 맹장이다.
빠르게 탈환하지 못한다면, 혁명정부는 남프랑스 해안을 모두 빼앗길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폴레옹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난 사실 이탈리아 방면군이나 라인에 가고 싶었는데요.”
“거긴 충성심을 검증받은 장군들만 가는 거 모르나? 심지어 저 유명한 라파예트도 잘렸어.”
“내가 충성심이 뭐 어쨌다구요? 코르시카에서 혁명을 위해 일했는데.”
역시, 코르시카 출신 혁명가인 살리체티가 혀를 찼다.
“그게 문제인 거 자네도 알잖나. 우리는 프랑스인임을 끊임없이 입증해야 해.”
아직 나폴레옹이 태어나기 전, 코르시카는 제노바 공화국의 영토였다.
현재 프랑스의 법적 영토지만, 실상 코르시카를 실효 지배하는 것은 영국 함대다.
또한 이 영국 함대를 끌어들인 장본인은 바로 코르시카 독립 운동가, 파울리다.
그런데 살리체티도, 나폴레옹도 작년까지만 해도 파울리와 함께 활동했다.
혁명정부가 의심하기 좋은 위치다.
전장에서 어떻게든 충성심을 증명하지 못하면, 주요 전장에 갈 수 없다.
나폴레옹이 두 손을 들며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요. 한데, 아까 유명 인사는 뭡니까?”
“아, 공주의 기사 말이지. 이 친구지.”
“신문에 초상화까지 나왔어요? 어디.”
아까까지 살리체티가 들고 있던 신문을 받아든 나폴레옹의 눈이 커졌다.
“이 친구 이름이 뭐죠?”
분명 본 적 있는 얼굴이다.
사실 이 얼굴보다도 더 잊을 수 없는 닮은 얼굴이 있다.
바로 나폴레옹이 생전 처음 반해 버렸던 미녀의 얼굴.
문득 살리체티가 심상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아, 내가 얘기 안 했나? 유진 드 보아르네. 거 뭐라더라? 도박 신동? 요새는 돈놀이 도박으로 이름이 높다더군.”
그랬다.
보아르네라는 이름이었다.
조세핀, 그리고 유진.
마르세유의 만남을 아직 나폴레옹은 기억한다.
신문을 꽉 쥐고 있던 나폴레옹이 눈을 번뜩이며 국민공회 의원, 살리체티에게 말했다.
“이 소년, 제 휘하로 배속시켜 주십시오.”
그게 나폴레옹이 유진을 만나게 된 진짜 이유였던 것이다.
***
이번이 사실은 고작 두 번째 만남이다.
“여기로 오다니, 공주의 기사. 크게 실수했군! 여긴 망한 전장이야!”
하지만 나폴레옹은 마치 여러 번 만난 사람인양 유진을 향해 떠들어댔다.
사실은 꼭 유진에게만 이러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오히려 기존의 군대와 무관한 사람이기에 더 편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 나폴레옹이 외치는 얘기는 결국, 사령관 욕이기 때문이다.
“와 보니 보급이 엉망이야. 주둔군은 따로 놀아! 적지에 대한 정탐도 제대로 안 되어 있어!”
“놀랍군요.”
“게다가 진짜 문제는 포대야!”
저 멀리 보이는 대포가 설치된 장소, 포대를 가리키며 나폴레옹이 날뛰었다.
“툴롱 항구 내부를 직격하려면 최대 1.5마일 이하로, 거리를 좁혀야 해! 그런데 지금 사령관이 어디다 포대를 쌓은 줄 알아? 저곳, 오리울이야!”
툴롱은 이를테면 [반원] 모양의 항구다.
튀어나온 육지의 곷 안쪽으로 반원 형태의 바다가 만으로 들어가 있다.
현재 왕당파가 장악한 곳은 바로 안쪽, 항구다.
이곳을 유진이 이동해온 고지, 파롱 산을 경계로 육상방어하고 있는 중이랄까.
게다가 툴롱은 중요 군항이라 완전히 요새화되어 있다.
이른바 보방식 요새다.
별모양을 닮아 ‘성형’ 요새(Star-Fort)’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요새는 문자 그대로 별모양이다.
포격을 방어하고 적군을 사격으로 요격하기 좋게 되어 있다.
화약병기 시대에 맞춰 중세식 성이 진화한 결과다.
해서, 이런 요새는 성 안에 화약병기가 있을 경우 마냥 진군해 들어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툴롱 정벌군 사령관, 카르토가 지시한 바는 틀리지는 않았다.
「툴롱 서북쪽 고지, 오리울을 점령하고 거기서 포격으로 요새를 격파해!」
유진은 흘깃 오리울 고지의 포대를 보다 물었다.
“저기서 툴롱까지, 거리가 얼마죠?”
“모르지! 그렇지만 4마일은 훨씬 넘어! 무슨 수를 써도 포탄이 툴롱 항구에 닿질 않는다고!”
“그 얘기를 사령관에게 하셨습니까?”
그 순간 나폴레옹은 비웃음 섞인 분노를 터뜨렸다.
“농담해? 화가 따위가 내 말을 알아듣겠냐고!”
장 프랑수아 카르토 소장.
초상화가 출신으로 현재 툴롱 방면 진압군 사령관이다.
또한 여기, 툴롱의 전설에서 악명높은 무능한 장군이기도 하다.
물론 전설과 달리, 사실 카르토는 아예 군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다.
본래 용기병의 아들이고, 나름 군대 복무기간도 있다.
또한 여기 툴롱에 오기 전까지 남프랑스에서 일어난 반란을 제법 진압한 경력도 있다.
단지, 카르토는 대규모 군대를 지휘해본 경험이 없다.
여기에 포병에 대해 전혀 모른다.
현대도 그렇지만 18세기 말, 포병은 그냥 포만 쏴서 될 게 아니다.
“여기서는 아무리 고각으로 포를 쏴대도, 끝까지 닿지도 못할 거야!”
바로 수학적 재능이 필요하다.
대충 사물의 위치만 보고 머릿속에서 삼각형을 그려, 거리를 짐작해내야 한다.
이게 18세기 말, 포병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괜히 나폴레옹의 사관학교 교관 중에 저 유명한 수학자 라플라스가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러니 실전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포병에 무지한 카르토는 한계가 있다.
나폴레옹이 펄펄 뛰는 이유 중 하나다.
그때 유진을 끌고 가며 열변을 토하던 나폴레옹에게, 누군가 웃으며 물었다.
“뭐, 그래도 사령관은 사령관 아닙니까, 중령님?”
“자넨 누구지? 그런 권위에 굴종하는 소리를 하다니. 혁명군의 장교 맞나?”
“하핫! 어엿한 혁명군 장교 맞습니다. 중령님. 대위, 프랑수아 마르소라고 합니다.”
눈을 빛내며 마르소가 거수경례를 취했다.
유진과 헤어진 후, 다른 연대로 들어가 먼저 툴롱 진압군에 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유진은 미처 반갑게 인사를 할 틈도 없었다.
자신의 말을 가로챈 마르소를 나폴레옹이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흥! 개나 소나 장교로군. 학교는 어디를 나왔지? 난 파리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잘 이끌어 주실거라 생각하는데요?”
“뭐?”
문득, 마르소가 눈을 빛내며 팜플렛, 그러니까 소책자를 꺼내들었다.
“중령님이 쓰신 팜플렛, 정말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감동했습니다!”
그 순간 유진은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
-〈보케르의 만찬〉
이 책은 한 마디로 ‘불쏘시개’다.
누가 그렇게 평가했을까?
바로 후일의 나폴레옹이다.
책의 내용 때문이다.
보케르라는 곳은 나폴레옹이 머물던 소도시다.
그 소도시에서 나폴레옹은 소일거리로 소책자 한 편을 썼다.
내용은 간단하다.
왕당파, 입헌군주파, 공화파.
세 부류가 논의를 하다 공화파가 옳다고 끝난다.
하지만 본래 이 책은 1793년 7월에 쓰여진다.
지금은 1793년 3월.
생각해보면 툴롱 반란도, 나폴레옹의 참전도, 유진과 나폴레옹의 만남도 모두 원역사보다 빠르다.
벌써 나폴레옹이 이 책을 썼단 얘기일까?
과연, 나폴레옹이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꽤 고쳤다고 생각한 코르시카 사투리가 튀어나올 정도다.
“이, 이걸 어, 어떻게 읽었능교?”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읽었습니다. 특히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 의원이 감동했다더군요.”
“흠! 오귀스트 의원이 말잉교? 과연, 파리에서 왔다더니 소식이 빠르군!”
헛기침을 하는 나폴레옹을 향해, 마르소가 열렬히 외쳤다.
“그렇습니다! 공화제가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중령님. 함께 전쟁터에서 공화제를 지킵시다!”
1793년, 나폴레옹은 의기소침한 상태다.
왜?
코르시카 독립운동이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영웅 파울리에게 쫓겨났고, 재산 하나 건지지 못한 채 빈몸으로 프랑스로 돌아왔다.
다행히 혁명군이 워낙 엉망인 상태라 군에 복귀하긴 했다.
그러나 이 툴롱은 실은 그리 중요한 전장이 아니다.
오히려 향후 벌어질 방데 반란이나, 이미 벌어진 북쪽 라인강 전선이 주요 전장이다.
그런데 자신의 책을 보고 지지해주는 ‘팬’이 있다?
감격할 수밖에 없다.
나폴레옹이 마르소의 손을 마주 잡으며 외쳤다.
“좋아! 이런 의기에 찬 위관급이 내겐 필요해! 함께 사령관을 설득하러 가 보자고!”
옆에서 보고 있던 유진은 틈을 봐 마르소에게 물었다.
“대체 어디서 본 거예요, 이건?”
“저번에 유진 네가 로베스피에르 의원 저택에 방문했을 때. 오귀스트가 진짜로 읽고 있던데? 막시밀리앙 쪽은 별로 큰 관심은 없어 보였지만.”
“아첨을 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군요. 뭐, 잘 하셨어요.”
그런데 마르소가 눈을 크게 뜨며 대꾸했다.
“무슨 소리야? 난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 팜플렛은 열정과 번뜩이는 혜안으로 가득해!”
사실 마르소는 바로 바스티유 점령전 참전자다.
비록 혁명 당시 혼란에 실망해 유진에게 동참했지만, 엄연히 공화파 지지자다.
왕실 사람들을 사형하는 거야 반대하지만, 왕실 폐지는 찬성한다.
해서, 공화제를 지지하는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원역사 미래에는 누구나 알지만, 이 시대에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게 있다.
나폴레옹은 분명 유명하지만, 공화국의 수호자로 유명하지는 않다.
잠시 아연한 기분으로 마르소를 보던 유진이 실소했다.
“뭐, 10년 뒤에도 그렇게 생각할지 보자구요.”
물론 그러려면 마르소를 그때까지 살려야 할 것이다.
원역사와 달리.
유진의 또 다른 과제다.
***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다.
“절대 안 되네!”
툴롱 진압군 사령관, 카르토는 아주 단호했다.
사실 단호할 수밖에 없다.
지금 카르토는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남의 말을 들을 상황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냐면, 진압군이 반으로 쪼개진 상태다.
1793년 3월 현재, 프랑스는 전면 위기에 처해 있다.
서부 국경은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이, 바다는 영국이, 내부는 왕당파가 위협한다.
이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국민공회는 [동원령]을 선포했다.
30만 강제징집령.
후세 악명 높은 징병제도의 시초다.
당연히 먹고 살기도 힘든게 강제로 군대 끌려가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여기에 국왕 자결의 반감이 겹쳐 곳곳에서 폭동, 반란, 그리고 내란이 일어났다.
툴롱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하필 여기에는 프랑스 최대 함대, 지중해 함대가 있었다.
반드시 되찾아야 할 상황.
국민공회는 가능한 전력을 동원했다.
남프랑스 반란을 제압하던 소장 카르토, 그리고 이탈리아 방면군 준장 장 프랑수아 드 라푸아프.
문제는 카르토와 라푸아프가 서로 싸우는 중이란 거다.
“오리울이 안 된다는 건 나도 이제 알아! 그럼, 포격은 포기지! 이젠 돌격밖에 답이 없어!”
“그게 아닙니다, 장군! 요새를 하나씩 점령해서, 요충지를 확보하고, 그 다음에 포격전을 펼쳐야 합니다!”
“헛소리! 그런 쪼잔한 방법으로는 그림이 안 나와! 게다가 멍청한 라푸아프가 내게 협조를 않는데 어떻게 그 짓을 해!”
카르토는 나폴레옹을 향해 고함쳤다.
“라푸아프 휘하의 이탈리아 방면군 1만, 거기에 항복한 수병 3천 명이 있어야 자네의 그 요새 함락 시도가 가능해!”
방금, 나폴레옹이 던진 제안은 간단했다.
4마일이 넘게 떨어진 오리울에서는 포격이 안 된다.
하지만 포격만이 적의 기세를 꺾고 툴롱을 탈환하게 할 수 있는 게 맞다.
그러자면 포격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운 곳, 툴롱 인근의 언덕으로 가야 했다.
나폴레옹이 지도를 보며 마주 고함쳤다.
“여기, [카이로 언덕]을 점령하는 건 장군 휘하의 15개 연대, 1만 5천명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또한 여길 점령해야, 그림이고 뭐고 그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카이로 언덕은, 당연히 이집트 수도가 아니다.
이집트 수도의 이름에서 따온 툴롱 인근의 지명이다.
위치는 툴롱 남쪽에 툭 튀어나와 반원을 완성하는 반도.
그러나 카르토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
왜?
역시 간단한 이유다.
카르토가 기가 막히다는 듯 호통쳤다.
“무례하군! 나도 전쟁터에서 굴러봤어! 사관학교 졸업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애송이가! 거긴 영국군이 이미 요새를 마련해 놓은 상태 아닌가!”
레귀에트, 그리고 발라기에 요새.
여기서는 툴롱 시내 포격이 가능하다.
당연히 방어측 입장에서도 요지.
다름아닌 영국 함대가 진출해 요새를 선점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한 것이다.
영국군이 지키고 있는 요새로 돌격해, 점령하자.
희생이 요구되는 작전이다.
이제 막 지휘관이 된 카르토에게는 선택하기 싫은 작전이기도 했다.
정작 돌격밖에 답이 없다고 외치면서도, 당장 눈앞의 희생은 피하고 싶다는 거다.
그럴 수밖에 없다.
카르토는 군 경험이 있는 화가지, 군인이 아니다.
병사를 죽여서 이기는 게 전쟁.
각오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거세게 고개를 저으며 카르토가 핑계를 들어 다시, 거절했다.
“애초에 지금 이 군대의 대포가 몇 문이나 있다고 대포 타령인가? 우리 혁명군은 용기로 싸워야 해! 저 항구를 점령하고 있는 반혁명분자와 영국놈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나폴레옹은 이를 악물었다.
당장, 한대 칠 기세다.
만약에 내버려 둔다면 상관폭행죄로 잡혀갈지도 모른다.
유진은 이 모든 모습이 꽤 재미있다 생각하다, 슬쩍 한 발 나섰다.
어쨌든 나폴레옹이 잡혀가게 되면 재미야 있겠지만 일이 꼬인다.
“대포라면 제가 사올 수 있습니다, 장군.”
그렇다.
돈이면 귀신, 아니 악마도 부리는 법.
수천만 리브르를 다루던 은행가 도박사, 유진이 툴롱 포위전에 개입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