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5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51화(252/547)
(251) 제국을 멸망시키러 가자
지금은 서기 1799년, 19세기가 코앞에 다가온 세기말이다.
사실 프랑스는 지금 이른바 여성해방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데물랭의 부인, 뤼실이나 마르소의 부인, 안젤리크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자도 많다.
심지어 여성 투표권 문제가 진지하게 의회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물론 후세에 그렇듯, 의원보다도 농민 유권자들이 싫어해서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런 해방의 물결은 패션에도 적용되었다.
이른바 ‘시스루’ 패션이 혁명의 이름으로 전파되고 있을 정도다.
그간 파리에 머물렀던 나폴레옹도 그런 패션을 즐겨 훔쳐보는 음흉한 남자였다.
허나 동생이 입고 온 옷은 그런 나폴레옹조차 경악시켰다.
벌떡 일어난 나폴레옹이 외쳤다.
“대체 그 꼴이 뭐냐, 폴린! 군복이라니!”
폴린이 가슴을 내밀며 다리를 꼰 채로 모델처럼 서서 웃었다.
“어때, 어울려? 나, 정식 군인이야.”
“무슨 헛소리냐! 제정신이야? 말 만한 처녀가 군인들 사이에서 밀항을 하더니, 이제는 군인 노릇을 한다고?”
“나름 정식 부대원인데? 성 요한기사단 산하 간호부대라고 들어봤어?”
눈을 부릅뜨던 나폴레옹이 애꿎은 유진을 노려 보았다.
“이건 또 뭐냐, 유진?”
유진은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급히 닦아내며 답했다.
“예, 굳이 말하자면 의무부대의 보조 지휘자입니다. 어, 대령이죠. 물론 프랑스군이 아니라, 교황청 산하 구호기사단의 부대입니다.”
사실 아무리 유진이 이집트 원정군의 사실상 총수였어도, 정식 지위는 참모장에 불과하다.
현재 지휘 중인 ‘오리엔트 귀환군’도 따지고 보면 정식 사단이 아니다.
해서, 간호부대든 뭐든 신규부대를 편성할 권한 따위는 없다.
그러나 교황청의 독립 기구인 구호기사단이라면 가능하다.
당연히 구호기사단도 여자가 군인이 되는 일은 평시라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패전해 프랑스군 휘하에 들어온데다, 성지를 획득하는 놀라운 상황의 연속이라 수용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아주 빠르게 눈을 굴리며 계산해낸 나폴레옹이 낯을 찌푸렸다.
“어이가 없군. 넌 집에 돌아가면 당장 가택연금이야!”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럼 조카랑 놀아났다는 소문까지 났는데, 내가 널 그냥 두냐!”
유진은 다시 식은땀을 비오듯 흘렸다.
대체 누가 이 정보를 나폴레옹에게 전했을까?
사실 여러 경로가 있다.
당장 쉬르테만 해도 유진의 명령도 듣지만, 그간 가까이 있었던 것은 나폴레옹 쪽이다.
게다가 나폴레옹은 유진의 부친으로 프랑스 총사령관이기도 하다.
은행 쪽이야 나폴레옹이 굳이 간섭하지 않았지만, 쉬르테는 일일이 간섭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오리엔트에서 쉬르테로 들어온 정보가 고스란히 나폴레옹의 책상에 놓였다.
그런데 정보기구가 수집하는 정보는 전쟁이나 외교, 영토 분할 같은 거창한 일만이 아니다.
드제가 하렘을 만들었다는 정보나, 오슈의 아내이자 나폴레옹의 인척인 데지레가 아이를 출산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폴린의 일상사도 있다.
예컨대 폴린과 유진이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군인이 있었다든가 하는 것도.
그 순간, 폴린이 오히려 뻔뻔하게 유진에게 다가서며 팔짱을 끼었다.
“정말인데? 우리는 서로 연애했는걸?”
나폴레옹의 눈이 그야말로 살의로 불꽃을 튕겼다.
“유진?”
유진의 낯은 새하얗게 질렸다.
이대로 가면 전장보다 막사에서 죽을 판이다.
과장이 아니라, 나폴레옹은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라 충분히 가능하다.
나폴레옹의 시선이 풀어놓은 사브르로 향하기 직전, 유진이 재빨리 폴린의 팔을 튕겨내며 책상을 내려쳤다.
-쾅!
나폴레옹과 폴린이 놀라 물러날 찰나, 유진이 급히 고함쳤다.
“아버지, 지금 이런 장난을 할 때가 아니에요.”
“장난이라니? 너, 어디까지 간 거냐. 설마 잤냐?”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 전쟁이 안 끝났어요!”
이 순간 유진은 전쟁터에서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외쳤다.
“전투에서 이겼다고, 전쟁에서 이기는 건 아니죠! 지금 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구요!”
나폴레옹은 눈을 크게 떴다.
비록 궁지를 모면하기 위한 외침인 게 빤히 보이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프랑스군은 분명 거듭 이겼다.
또한 오스트리아군에 이어 러시아군까지 연파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그리고 배후의 러시아가 프랑스를 적대하는 구도는 바뀐 게 없다.
나아가 서쪽의 영국은 현재 프랑스 항구 전체를 공략중일 것이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무역로가 막힌 프랑스가 더욱 불리하다.
가만히 유진을 보던 나폴레옹이 물었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거냐, 유진.”
그때서야 식은땀을 닦으며, 유진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국을, 소멸시켜야죠. 이 기회에.”
바로 나폴레옹이 처음 프랑스 원정군을 출진시키며, 떠든 소리와 같다.
만약 다른 점이 있다면, 나폴레옹은 상대적으로 즉흥적인 발상이었다는 거다.
반면 유진은 이 문제를 오래 생각해 왔다.
원역사에서 벌어진 형국을 알기 때문이다.
“내게는 그럴 권한이 없는데?”
“빈을 다시 점령하면 얘기가 다르죠.”
“그렇게 되면, 그건 네 공적이 되는 거냐?”
다시 질투심을 슬쩍 보이는 나폴레옹을 보다, 유진은 오히려 미소를 머금었다.
차라리 이쪽이 더 쉽다.
질투심이야 영광을 나폴레옹에게 돌리면 그뿐이다.
그러나 폴린에 대한 문제는 대책이 없다.
“아뇨. 그 다음을 보십시오. 빈 정복은 시작에 불과해요.”
“뭐?”
“말하셨죠? 그럴 권한이 없다고. 하지만 빈을 정복하고 제국을 해체하면, 그럴 권한이 생겨야만 해요.”
유진은 땀에 젖은 얼굴로 나폴레옹을 정시하며 단언했다.
“프랑스를 손에 넣게 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그간 나폴레옹은 단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졌을 뿐이다.
허나 이제는 진정한 실권자가 되게 해주겠다고, 유진은 말한 것이다.
잠시, 유진을 쏘아보다 나폴레옹이 입을 열었다.
“폴린, 나가.”
“왜? 난 유진과 사랑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데?”
“그 헛소리를 밖에 나가서 떠들면, 넌 지금 당장 카를 대공과 결혼해야 할 거야.”
폴린이 눈을 크게 뜰 찰나, 나폴레옹이 손짓했다.
“그게 싫으면 닥치고 나가. 자, 유진. 얘기를 해봐라. 네, [계획]이 뭐냐?”
이번에는 유진도 놀랐다.
왜 하필 카를 대공일까?
그러나 이 문제를 깊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폴린은 입술을 깨물다 나갔고, 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하겠습니다, 아버지.”
간신히 죽지 않고 설명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
당연히 폴린은 분기에 가득 차 사령관 막사를 나섰다.
“말도 안 돼. 카를 대공이라니!”
마치 지나가듯 말했지만, 나폴레옹은 진지해 보였다.
괜히 카를의 이름을 꺼낸 게 아닐 것이다.
설마 이집트에 간 사이, 뭔가 나폴레옹의 계획이 있었던 걸까?
폴린이 복잡한 머리를 감싸쥘 찰나,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흐음, 카를 대공은 잘생기진 않았지만 미혼이긴 한데?”
“깜짝이야. 뭐야, 이폴리트? 네가 왜 여기 있어?”
“오우, 사람의 존재를 무시하는 영애님. 부관은 원래 사령관 옆에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여기, 마르몽도 있잖아? 흐흐흐.”
사령관 막사를 지키던 이폴리트가 히죽댈 찰나, 옆에서 잘생긴 마르몽이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야, 폴린.”
사실 원역사에서는 폴린은 마르몽과도 스캔들이 있다.
허나 지금은 폴린 눈에는 마르몽 정도는 들어오지도 않는다.
또한 마르몽이 쫓아다니는 여자는 따로 있다.
폴린이 콧방귀를 뀌며 마르몽에게 물었다.
“흥, 카롤린과는 좀 친해졌어? 나 없는 사이에?”
“그야 계속 같이 파리에 있었으니.”
“언제 결혼할 건데?”
그러니까 폴린의 동생이자 본래는 뮈라와 결혼했을 여자, 카롤린이다.
나름 마르몽은 보나파르트 일가와 아주 친밀했다.
왜냐하면 나폴레옹이 마르몽을 초년 장교시절부터 부하로 부리며 아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레티치아 같은 경우에는 마르몽을 쥐노와 함께 제2의 아들로 여길 정도다.
쥐노가 원역사보다 나폴레옹 일가 옆에 있지 않은 지금, 마르몽은 거의 보나파르트 일가나 마찬가지다.
아직 혼처를 찾지 않은 카롤린이 마르몽을 좋아한다는 걸 폴린은 안다.
제1차 대프랑스 전쟁이 끝난 후, 빈에서도 마르몽과 카롤린 사이에 튀던 불꽃을 봤을 정도니까.
하지만 마르몽은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쉽지 않아. 총사령관 각하는 좀 원대한 계획을 갖고 계시거든.”
폴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설마, 그게 카를 대공과 날 결혼시키는 건 아니지?”
“으음, 그런 얘기가 나왔나? 꼭 결정되진 않았어. 하지만 명문가, 특히 대공쯤 되는 사람과 혼처를 생각하는 건 사실이지.”
“말도 안 돼. 누구 멋대로?”
나폴레옹의 최측근 비서 겸 부관, 마르몽이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일렀다.
“총사령관 각하는 보나파르트 가문의 사실상 당주야. 보나파르트 가문이 귀족은 아니지만, 구시대 귀족보다 이젠 더한 위세를 갖게 될 거라고. 정략혼은 당연한 거야, 폴린.”
아직 마르몽도 향후 나폴레옹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른다.
허나 최소한 프랑스의 최고 권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도는 안다.
비록 귀족이 사라진 프랑스라지만, 권력자의 가족이 좋은 혼처를 구하는 일은 당연한 법칙이다.
그렇지만 폴린 입장에서는 저 막사에 있는 유진을 놓쳐야 한다는 뜻이다.
“난, 받아들일 수 없어!”
그때 폴린에게 이폴리트가 어깨를 으쓱이며 일렀다.
“차라리 그게 더 승산이 있지 않을까, 폴린?”
“뭐?”
“그냥 사랑의 도피를 한다면, 유진이 손잡을 여자는 마리 공주님이라구.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래. 난 둘 다 봤잖아?”
폴린이 울상이 될 찰나, 이폴리트가 킬킬 웃었다.
“혹시 이집트에서 덮쳤으면 좀 달랐을지도.”
그러자 마르몽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농담삼아 물었다.
“아직도 안 덮쳤어? 소문과 다른데?”
“뭐라고 난 겁니까? 아주 건전한 불륜이에요. 키스밖에 안 했거든요.”
“여기서야 애도 벌써 낳았다는 소리가 있었지.”
후회, 분노, 짜증이 서린 표정이 된 폴린이 결국 고함을 질렀다.
“둘 다 닥쳐!”
그때 사령부 막사가 열렸다.
***
총사령관이 드디어 나왔다.
마렝고의 구원자, 양자 유진과 함께.
그때까지 사방에 흩어져 승리를 축하하던 군인들이 몰려들었다.
개중에는 아직 인사조차 제대로 못한, 신생국의 국왕도 있었다.
“오, 총사령관 각하.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스 국왕 콘스탄티노스라고 합니다!”
바삐 달려와 앞에서 인사하는 [국왕]을 보다, ‘일개’ 군인인 나폴레옹이 오만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아, 내 아들에게 들었소. 훌륭한 독립운동가라고.”
“과찬입니다. 모두, 아드님 덕분에 해낸 일이죠!”
“그렇다면, 이제 더 놀라운 일을 보게 되겠군.”
문득 나폴레옹이 입가를 틀며 자신의 장군들을 돌아보았다.
“제장 여러분, 들어라. 그리고 전군에 전파하라.”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명령을 전파해야 할 총참모장 베르티에다.
전장에서 양팔인 마세나와 오주로.
숙장 세뤼르에와 신예 대머리 다부, 그리고 눈치 빠른 술트.
여기에 전장 감각이 탁월한 란과 무모한 뮈라, 그리고 용감한 베시에르.
그리고 오리엔트에서 돌아온 쥐노와 드제가 눈을 빛낸다.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의 원수가 된 이들도 있고, 죽어서 이름을 남긴 자도 있으며, 배신자가 된 자도 있다.
그럼에도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프랑스 역사상 기록에 남을 최고 레벨의 장군들이란 거다.
나폴레옹이 미래의 [원수]가 될 장군들을 향해 고했다.
“이제, 우리는 빈으로 간다.”
눈을 크게 뜨는 장군들, 곧 [제장]들을 보며 나폴레옹이 선언했다.
“가서, 제국을 완전히 해체시킨다! 그것이 우리 군에 줄 나의 포상이다!”
그 옆에 서 있던, 유진이 구호를 외쳤다.
“비바 라볼루숑! 외쳐라, 혁명의 완수를 위해 저주받을 합스부르크 제국을 멸망시킨다!”
혁명을 위해 제국을 물리쳐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혁명군의 과업이다.
그 순간 프랑스 혁명의 군인들이 일제히 포효했다.
“오오오! 비바 라볼루숑!”
이제 프랑스 이탈리아 원정군과 오리엔트 귀환군이 만났다.
합스부르크 제국을 멸망시키러 진군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