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5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54화(255/547)
(254) 원역사의 장인과 싸운다
한때 선제후라 불리던 귀족이 이곳에는 존재했다.
“대공 전하, 도움에 깊이 감사드리오. 오스트리아는 절대로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오.”
카를, 외스터라이히 에르처초크(Erzherzog), 영어로는 오스트리아 엠파이어 아치듀크.
오직 합스부르크 가문의 왕공만이 쓸 수 있는 칭호를 가진 자.
해서, 신성로마제국이 멀쩡했을 때는 황제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다.
다만 눈앞의 상대는 작위로만 따지면 그저 공작임에도, 카를이 예를 표해야 할 자다.
왜냐하면 한때는 제국의 일곱 밖에 없었던 영광스러운 지위를 가진 대귀족이기 때문이다.
바로 선제후(쿠르퓌르스트), 바이에른 공작 막시밀리안 요제프다.
그래서 카를은 지금 흔히 외부에서 말하는 통칭, ‘대공(Grand Duke)’라는 호칭으로 막시밀리안을 부르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된 지금, 선제후란 존재하지 않는 지위임에도.
“하하하! 걱정마십시오, 대공 전하. 고작 3년 전만 해도 우리는 하나의 제국이었습니다. 또한 다시 하나의 제국이 되어야 하구요.”
“그, 그런 말씀을 해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이오.”
“전임 대공이 어리석어 제국 해체를 수용했을 뿐입니다. 멍청한 카를 테오도르 같으니!”
막시밀리안 요제프는 아주 호쾌하게 흙먼지로 뒤덮인 카를을 맞이했다.
“이번에야말로 프랑스의 반역도들을 물리치고, 다시 정당한 세계를 돌려놓아야 합니다! 자, 우선 씻으시죠! 곧, 다시 출진해야 할 테니!”
지친 카를 대공은 환대에 그저 감사하며 휴식을 위해 숙소로 떠났다.
그 모습을 막시밀리안 대공은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런데 대공의 옆에 서 있던 중년 장군이 입을 열었다.
“대공 전하, 이렇게 직접 나서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브레데 장군. 지금 오스트리아 제국은 대공이 직접 왔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나서지 않으면 어쩐단 말인가?”
“황제가 직접 온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전하.”
바이에른 대공국의 총사령관, 카를 필립 폰 브레데의 말에 막시밀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난 전임 대공처럼 무기력하게 모든 걸 제국에 맡길 생각이 없어. 게다가, 이젠 [로마제국]이 없는 시대일세.”
전임 대공, 카를 테오도르는 무기력한 남자였다.
본래 팔라틴 백작이었던 카를 테오도르는 바이에른 공국을 물려받을 위치가 아니었다.
그저 유능했던 전임 대공이자 사촌, 막시밀리안 3세가 후손 없이 죽어 대공이 된 자다.
한데 카를 테오도르는 워낙 방탕해 이른바, 적자 후계자가 없었다.
그래서 서자들에게 승계권을 인정받는 데 평생을 바치다, 무력하게 죽었다.
국가를 통치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혁명이 일어나 세상이 바뀔 때도, 그저 무력하게 오스트리아의 도움을 갈구했을 뿐이다.
당시에 바이에른을 지켰던 게 바로 카를이다.
그러나 새로운 대공이자 카를 테오도르의 사촌인 막시밀리안 4세는 다르다.
의욕도 넘치지만, 더욱 큰 시야를 갖고 있다.
문득 막시밀리안 대공이 주위의 측근 가신들을 보며 일렀다.
“이 전쟁 이후를 생각해야 해. 브레데 장군, 그리고 몽겔라스 남작.”
“옳은 말씀입니다, 전하. 허나 대공 전하의 안위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정 안 되면 내 아들 루드비히가 계승하겠지. 그렇게 되면 잘 부탁하네, 몽겔라스.”
전쟁을 부추기긴 했지만, 대공의 안위는 걱정하는 수석비서관을 보며 막시밀리안이 웃었다.
“이번에 우리 바이에른의 존재감을 과시해야 해, 몽겔라스. 이기든, 지든,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없네.”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의 맹방이 되는 막시밀리안이다.
이미 막시밀리안은 알고 있다.
혁명 프랑스가 시대의 대세라는 것을.
그러나 무력하게 항복한다면 바이에른의 미래는 없다.
라인에 산재한 다른 귀족 공령들은 프랑스에 영토를 몰수당할 위기에 처했다.
영지를 지키면서, 동시에 가문을 지키려면 비상한 수단이 필요하다.
최소한 이번 전투에서는 이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때였다.
“아빠!”
문득 궁정 내부에서 백색 군복의 대공을 향해, 한 여자 아이가 달려왔다.
대공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아이들이 보인다.
“이런, 카롤린. 아이들은 데려오지 말라고 했지 않소.”
“죄송해요, 대공 전하. 제 말을 도통 듣질 않아서.”
“아말리아, 어머니 말을 잘 들으라고 하지 않았더냐!”
소녀, 아말리아가 화를 냈다.
“저 사람은 내 어머니가 아니에요, 아버지! 전쟁터에 아버지가 나가는 것도 말리지 않잖아요! 돌아가실지도 모르는데!”
대공비 카롤린 폰 바덴은 대공의 후처다.
2년 전 결혼한 탓에 아직 아이는 없다.
그러니까 이곳에 달려온 아이 셋은 모두 전처의 자식이다.
그중 가장 큰 딸인 아말리아를 보다, 대공이 어깨를 붙들었다.
“아말리아, 내 말 잘 들어라. 만약, 내가 이번 전쟁에서 죽는다면, 네가 루트비히와 함께 동생들을 돌봐야 해.”
“싫어요! 집에 계세요, 제발. 프랑스 혁명군은 악마 같은 자들이래요. 그중엔 [마탄]을 쏘는 사수도 있댔어요!”
“그래, 그런 무서운 자들과 싸우러 가야 한다.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
문득 대공 막시밀리안이 껄껄 웃어 제쳤다.
“게다가 마탄 따위는 날 감히 쏘지 못해. 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켜주실 거거든. 하하핫!”
물론 막시밀리안도, 장녀 아우구스타 아말리아 루도비카도 알지 못했다.
실은 원역사의 미래에는 그 마탄의 사수가 사위이자 남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마치 운명의 갈림길을 가는 기분으로 막시밀리안이 힘있게 카롤린에게 일렀다.
“아이들을 부탁하오, 카롤린.”
카롤린은 눈물을 글썽이다 답했다.
“무사히 돌아오세요, 전하.”
4만 바이에른 군의 총수, 대공 막시밀리안이 출진하는 날이었다.
어쩌면 사위가 되었을지도 모를 유진과 싸우기 위해서.
***
아군의 맹활약이 달갑지 않은 사람은 여기에도 있다.
“대체 왜, 보나파르트가 뮌헨으로 먼저 달려간다는 거야!”
라인 동부, 뷔르템베르크 공국을 이제 막 점령한 모로가 고함쳤다.
사실 제1차 대프랑스 동맹 전쟁 때도 모로는 이 지역을 사실상 위압한 바 있다.
다만 그때는 바이에른으로 진격하는 게 바빠, 후방을 신경 쓰지 않고 돌격했다.
당시 보급 때문에 애를 먹은 게 걸려, 이곳부터 정복한 거였다.
그러나 그 사이 모로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총사령관 나폴레옹의 알프스 기동이다.
혹시 지난 전쟁 때처럼 빈 직격을 노릴지는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바이에른 공국을 노리고 돌격해올 줄은 몰랐다.
문득 라하르페가 수염을 깎지 않은 얼굴로 막사에 앉아 대꾸했다.
“본래 속공은 총사령관 각하의 장기입니다.”
“당신에게 묻지 않았네, 라하르페. 이건 역할 분담의 문제야. 보나파르트 총사령관은 이탈리아를, 난 라인을! 이게 본래 보나파르트 본인이 정한 배치 아닌가!”
“전쟁은!”
순간, 턱수염이 수부룩한 얼굴로 라하르페가 고함쳤다.
“관료들의 계획서 놀음이 아닙니다, 사령관!”
사령부 막사에 앉아 있던 모로, 베르나도트, 그리고 브륀이 움찔거렸다.
이 자리의 장군들은 모두 지난 스위스 전역에서 패배했다.
그러니 라하르페의 말이 폐부를 찌르는 구석이 있다.
계획대로 일이 돌아갔다면, 지금쯤 라인 군단은 스위스를 장악하고, 오스트리아로 직격중일 것이다.
아니면 플랑드르에서 프로이센을 막아섰거나.
모로는 어느 쪽도 이루지 못한 채, 예전에 성공했던 길을 답습하는 중이었다.
라인의 중앙부, 바이에른 공략전이다.
그때와 다른 점은 하나, 드제가 없다는 것 정도일까.
문득 라하르페가 사령부의 모든 장군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전장에서 상황은 항상 급변합니다. 분담이라구요? 그래서, 스위스에서 패배한 뒤에도, 계속 이곳만 집착하고 싸우시는 겁니까?”
“이봐, 라하르페. 말이 지나치잖나!”
“닥치시오, 베르나도트!”
라하르페가 베르나도트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사령관도, 나도 졌습니다. 그러니까 보나파르트 총사령관이 무리해서 진격 중인 겁니다. 우리를 못 믿어서, 또한 우리가 늦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 순간, 베르나도트가 참지 못하고 사브르를 뽑아들었다.
-쉭!
칼끝이 라하르페를 겨누자, 모로가 지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베르나도트 장군, 칼 거두시오.”
“이 ‘쉬스’ 인이 건방지게 혁명의 영웅을 모독하고 있습니다.”
“됐소. 어차피 총사령관이 정한 일이오.”
모로는 낯을 찡그리다 브륀을 돌아보았다.
“이기든 지든, 모두 총사령관의 영광이자 책임이란 뜻이지. 지금 총사령관 휘하 병력이 몇이지?”
브륀은 눈을 굴렸다.
당연히 프랑스군은 혁명의 수호자로서 하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1차 대프랑스전쟁 이후 세 개의 파벌로 나뉜 것도 사실이다.
모로의 라인 군단과 오슈의 플랑드르 군단, 그리고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군단으로.
엄밀히 말해 브륀은 라하르페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군단 라인에 속한다.
하지만 동시에 브륀은 골수 자코뱅이기도 했다.
어쩐지 권력의 길을 걷는 듯한 나폴레옹과 살짝 안 맞는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복잡한 생각을 하던 브륀이 이미 알고 있던 이탈리아 군단의 현황을 입에 담았다.
“이탈리아 군단 6만 5천에 오리엔트 귀환 군단 1만 3천입니다.”
“응? 뭔가 보고보다 적은 거 같은데?”
“나머지는 2천의 이집트 쪽 기병과 2만의 그리스 지원병입니다. 아, 여기에 포병이 조금 있겠군요.”
모로는 군사 정보를 듣고 헤아리다 낯을 찌푸렸다.
“알프스 산맥을 어떻게 포병을 끌고 넘지? 우리 군이 갈 때까지 기다린다면 몰라도.”
그때서야 베르나도트도 검을 거두었다.
왜냐하면 라하르페의 낯이 창백하게 변한 게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으스대듯 어깨를 내밀며 베르나도트가 히죽 웃었다.
“결국 적군 포병에 당할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요. 바이에른 군 포병은 어떤가? 브륀 사단장?”
“연대급일 겁니다. 대략 20문 내외의 대포를 운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12파운드 중포이긴 하죠.”
모로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나폴레옹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둘째 문제다.
프랑스가 여기서 위기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혹시 절체절명의 위기인가 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기병으로 포병을 견제하며 싸우겠군. 아무래도, 보병의 운용 능력에서 승부가 결정되겠는데.”
잠시, 머릿 속으로 자신이라면 어떻게 싸울지 상상해보던 모로가 피식 웃었다.
“한데, 카를은 수비전에서 무서운 장군이지. 이걸 보나파르트 총사령관이 알지 모르겠군.”
아무래도 나폴레옹이 한 방 먹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모로에게는 딱 적당한 승부다.
너무 크게 이겨도, 당연히 너무 크게 져도 곤란하다.
모로가 프랑스의 구원자가 되려면 더욱 그렇다.
***
그러나 나폴레옹은 애초에 무리한 기획을 현실로 만들어 영웅이 된 남자다.
-쿵!
12파운드 중포, 러시아제 유니콘이 알프스 북변 산기슭에 놓였다.
숫자는 총 1백 문.
본래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이 보유했던 기마포병대의 대포 30문보다 훨씬 많고, 더 강한 화력이다.
러시아 특유의 장엄한 무늬가 새겨진 대포들을 보다, 유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엄청나군요. 이걸, 전부 끌고 오신 겁니까?”
“맞습니다.”
“대체 어떻게?”
그러자 코모 루트로 알프스를 넘어온 남자, 그리스왕 콘스탄티노스가 껄껄 웃었다.
“왈라키아와 몰다비아를 가르는 카르파티아 산맥, 모르시나 보군요. 알프스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이른바 동유럽의 알프스라 불리는 카르파티아 산맥 얘기다.
이 산맥은 옛 마자르 왕국을 감싸던 산맥으로, 꼭 말발굽처럼 생겼다.
원역사 현대에는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를 가로지른다.
평균 해발 2천 미터를 넘나드는 고산지대로, 총 길이는 실은 알프스보다도 길다.
본래 왈라키아와 몰다비아의 총독 아들이었던 콘스탄티노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지대다.
또한 콘스탄티노스가 이끌고 온, 옛 몰다비아 주둔군에게도 그랬다.
해서, 오히려 평지에서 살아온 프랑스 군인들보다 더욱 산지 행군에는 능숙했던 것이다.
문득 대포들을 돌아보던 나폴레옹이 껄껄 웃으며 유진의 어깨를 쳤다.
“그리스의 [입헌군주]가 의외의 역량이 있었군. 하하핫! 잘했다, 유진.”
“아니, 저도 전혀 예상 못 했는데요.”
“상관없지. 중요한 건 결과니까.”
나폴레옹은 유니콘 곡사포 1백문을 탐욕스레 보다 고개를 기울였다.
“자, 문제는 저 유니콘이 쏘아질 때까지 적군의 공격을 버텨내는 건데.”
그러자, 유진이 나폴레옹을 정시하며 답했다.
“망치와 모루의 작전을 쓰시죠.”
“누가 모루를 맡지? 망치야 저걸로 처리한다 쳐도.”
“모로를 쓰시면 됩니다.”
문득 유진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뮌헨까지 달려오도록 지시하세요. 그럼, 그 기동 자체로 적군을 쉽게 못 움직이게 만드는 모루가 됩니다.”
망치와 모루.
저 유명한 알렉산드로스가 자주 썼던 그리스 전통의 수법.
쇠붙이를 버텨내는 대장간의 모루처럼 보병이 공세를 견딜 때, 쇠붙이를 벼리는 망치처럼 기병이 직격해 적을 부순다.
그러나 포병의 시대에는 화력 자체가 망치가 될 수도 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나폴레옹이 입가를 틀었다.
“좋아. 그럼, 우리가 망치가 되도록 만들어보지. 아들, 수류탄은 준비되어 있나?”
유진이 싱긋 웃으며 거수경례를 취했다.
“물론입니다, 아버지.”
1799년 9월 초순.
마침내 나폴레옹 군단이 알프스 북쪽, 바이에른 공작령에 다다랐다.
8만의 프랑스 주력군과 2만의 그리스 보급병들과 함께.
물론 유진도 원역사의 장인이 기다릴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