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5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57화(258/547)
(257) 제2차 대프랑스전쟁에서 승리하다
마침내 전투가 끝났을 때, 전장은 오히려 고요해졌다.
-쏴아아.
비가 쏟아져 더 이상 화약을 격발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연 화약을 쓰는 시대라면, 여전히 총격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허나 유연 흑색화약을 장약으로 사용하는 시대, 비는 전투의 포성부터 멈추게 만든다.
아직 보아르네식 뇌홍 격발총은 대량생산되지 않았고, 무연화약은 시험단계다.
흘러내리는 비를 훔쳐내며, 총참모장 베르티에가 무표정하게 고했다.
“가을비가 엄청나군요, 각하.”
비가 올 때 우산을 쓰지 않는 것은 남성다움의 표상이라는 얘기가 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본래 유럽에서 우산이란 여자들이 쓰고 다니는 물건이니까.
남자답게 퍼붓는 바이에른산 장대비를 맞던 나폴레옹이 재채기를 했다.
“우리군도 피해가 엄청나지. 빌어먹을. 에취!”
“완전히 혈전이었습니다. 심지어 총검돌격을 하던 러시아군과 싸울 때보다도. 이탈리아 군단이 아니라 라인 군단이 주력이라, 차라리 다행 아닙니까?”
“라인 군단은 프랑스인 아닌가? 향후 내가 지휘할 수도 있었을 병력이 소모됐어. 모로의 적극적 전투 덕분에. 에취!”
재채기로 스타일을 살짝 구긴 나폴레옹은 애써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차라리 평소처럼 소극적으로 싸웠다면, 병력 소모가 적었을걸. 흥.”
방금 나폴레옹이 지적한 것처럼, 모로 군단은 거의 30프로가 사망했다.
만약 근대전 시대였다면 거의 전멸로 판정될 상황이다.
5만 중 무려 1만 5천 명이 숲 속에서 죽었으니까.
허나 혈전 덕에 오스트리아군은 사실상 포위되었다.
란과 뮈라, 쥐노가 거칠게 고함치는 소리가 숲 속을 메아리친다.
“자, 백색 비둘기들! 빨리 무장 해제하고 항복해! 죽고 싶으면 계속 싸우고!”
“다시, 러시아제 [리코르네]를 박아줄까? 뿔에 항문을 처박히면, 아주 뜨거워 좋을 거야. 킬킬!”
“너무 놀리지들 말라고. 불쌍하니까. 그렇지만, 항복하지 않으면!”
문득 쥐노가 뇌홍식 피스톨을 허공에 쏘았다.
-탕!
비록 수분이 있어도 뇌홍식 총은 격발이 된다.
그 소음에 대치하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놀라 허둥거렸다.
쥐노가 낄낄 웃으며 포효했다.
“모두 이대로 너희 가톨릭 교도들이 좋아하는 지옥행이다!”
혁명군은 환호하고, 독실한 신도가 많은 오스트리아 군은 격분했다.
그러나 앞뒤로 포위당한 상황은 변함없다.
이제 전방에는 모로를, 배후에는 나폴레옹 본군을 둔 형국이다.
문득 비를 가리개로 피하고 있던 총사령관에게 참모장 라이베리히가 다가섰다.
“대공 전하, 아직 우리 군은 싸울 수 있습니다.”
대공 카를 루트비히가 침잠한 시선으로 앞을 주시했다.
“모로는 거의 잡기 직전이군요.”
“차라리 모로 군을 완전히 박살 내고 돌파를 감행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뒤통수에 대포를 맞아가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모로의 사령부를 노려보다, 카를이 이를 악물었다.
“내 예상보다 바이에른 군이 너무 약했어. 반나절만 버텨줬어도, 다시 전투가 백중세가 되었을 것을.”
특히 비가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원역사에서는 진눈깨비가 내려, 전장이 혼돈에 빠진다.
다만 사령관이 카를이 아니라, 막내 동생 요한이었던 탓에 오스트리아군은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현재는 카를을 보조하는 바이에른군이 아직 미숙한 막시밀리안 대공인 탓이 컸다.
교전 상황에서 반나절을 버텨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막시밀리안 대공군은 유진의 기습을 2시간도 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 2시간의 격차가 결국 오스트리아군의 패배를 결정지었다.
하늘 위 비를 쳐다보는 카를을 보다, 라이베리히 참모장이 미간을 좁혔다.
“전하, 그럼 설마.”
“모두 죽을 수는 없지 않나.”
“만약 우리가 항복하면, 빈에는 저항할 여력이 없습니다.”
오스트리아에 군대가 남아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부 국경과 배후지대에 남아 있는 병력자원을 모은다면, 다시 수십만의 대군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군대를 결집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
나폴레옹이 예전, 빈을 직격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카를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군제 개혁을 그 사이 했어야 하는데. 보나파르트가 명예를 지켜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군. 사절을 보내게. 정식 항복의 의전을 거치겠네.”
결국 너무 느렸던 게 오스트리아의 패인이다.
원역사에서도 그랬듯이.
***
비가 그치고, 프랑스군은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오, 유진. 이제 온 거냐? 우리 [2등 공적자]가 오셨군.”
군대는 끊임없이 걷는 조직이다.
괜히 군사훈련에 행군 훈련이 필수로 들어 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진정한 전쟁은 발로 싸우는 것이라는 금언도 있을 정도다.
1799년 9월, 프랑스군은 전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발을 지닌 조직이기도 하다.
물론 혈전이 끝난 직후, 군을 기동시키는 것은 대부분 행군마차였지만.
총사령관 나폴레옹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진은 마차의 옆으로 말을 옮기며, 수통을 들이키다 물었다.
“1등은 아버지죠?”
“당연하지. 이번 회전을 기획하고, 진두지휘하고, 마침내 대공의 항복까지 받아낸 건 나니까.”
“그럼 3등은 누굽니까?”
아주 으스대던 나폴레옹이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모로.”
저 멀리 후위로 따라오는 부대가 보인다.
다름 아닌 모로의 라인 군단이다.
부상병으로 가득한 집단이지만, 사기 하나는 드높다.
호엔린덴 회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넘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번 전쟁을 통해 모로에게도 정예병이 생긴 셈이다.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군단이나, 유진의 오리엔트 군단과 마찬가지로.
모로 군단 쪽을 보던 유진이 낮게 물었다.
“나중에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시죠?”
“자코뱅의 구심점이 될 수 있지. 성가신 놈들이 될 거야.”
“뭐, 그래봤자 3등은 3등일 뿐이죠.”
유진이 정면을 응시하며 단언했다.
“이제 오스트리아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아버지가 될 겁니다.”
군이 향하는 방향은 동쪽이다.
사실 호엔린덴은 뮌헨의 남쪽이니, 프랑스군이 향하는 방향은 뮌헨이 아니란 얘기다.
바로 빈이 목적지다.
나폴레옹은 여전히 모로가 있는 배후, 그러니까 포로들이 탄 마차를 보며 말했다.
“카를은 명예로운 항복을 요구하더군.”
“그건 받아주셨잖아요? 지금도 밧줄에 묶지 않고, 무장만 해제한 체, 호송마차로 모시고 있죠.”
“바이에른 대공도 마찬가지냐?”
유진은 오리엔트 사단 쪽을 슬쩍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순순히 항복하기로 했습니다. 뮌헨도 우리 군에 성문을 열 겁니다. 뭐, 지금은 갈 시간도 없지만요.”
바이에른군은 오스트리아군과 전혀 다른 대우를 받았다.
그러니까, 대부분 풀려났다는 얘기다.
대신 볼모삼아 바이에른 대공이 포로 신세가 되었다.
어쩐지 기습을 당할 것 같은 구도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18세기 말, 이 시대에는 이른바 [기사도]의 잔재인 신사협정이 전장을 아직 지배한다.
사령관들이 명예로운 항복과 포로교환의 약정을 하면, 전투가 끝난 뒤에 기습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런 규범이 깨어지는 것은 원역사에서는 이른바 나폴레옹 전쟁 후기쯤이다.
따지고 보면 나폴레옹이 깨버린 셈이랄까.
그런데 상념에 빠져 있던 유진에게 나폴레옹이 불쑥 물었다.
“듣기로 비텔스바흐 가문이 미남미녀가 많다고 하더군. 어떠냐, 유진. 비텔스바흐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어 보고 싶은 마음, 있냐?”
유진은 뜨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으신 겁니까?”
“네가 장인어른이 어쩌구 했다는 말은 아주 빨리 들려오던데. 다행히 폴린은 잊은 모양이구나.”
“아버지, 폴린은, 아니 고모는 전혀 저와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쿨럭!”
사레가 들려 기침을 토하던 유진이 재빨리 항변했다.
“게다가, 제가 비텔스바흐 가문과 결혼하기에는 너무 몸값이 높아지지 않았나요? 앞으로 더 높아질 텐데요.”
이 혼사는 나폴레옹이 원역사에서도 추진하는 일이다.
나폴레옹의 가족들이 다 같이 왕족과 결혼하던 시절, 적당한 혼처를 찾다 고른 왕가다.
아마도 유진의 영지로 만들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진은 지금, 11살짜리 여자애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
당연히 바이에른 같은 소왕국에 얽매일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도 사실 나폴레옹도 그저 농담했을 뿐, 아직은 황제도 아닌데다 이제는 유진이 원역사보다 훨씬 중요해진 상황이다.
나폴레옹이 피식 웃다, 마차에 몸을 기댔다.
“좋아. 그럼, 빈에 가서 뭐라고 할지, 연설문부터 준비해야겠군. 초안이나 써라. 너, 원래 내 수석비서관인 거 기억은 하지?”
“뭐라고 쓸까요? ‘총사령관’ 각하.”
“제국해체가 이번 전쟁의 전략 목표였지. 우리는 그걸 달성해야 해. 가장 적은 피로.”
나폴레옹은 마차의 의자에 몸을 푹 파묻은 채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총 2천 1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납득해야 한단 말이지. 이걸.”
통계가 아주 정확한 시대는 아니지만, 오스트리아의 인구는 2천 1백만 정도다.
물론 이중 폴란드 영역과 헝가리를 제외하면 대략 9백만 내외로 떨어진다.
유진은 그 점을 새삼 떠올리다, 나폴레옹에게 진언했다.
“프랑스 영토나 권역으로 삼을 수 있는 공간은 라인 일대로 한정됩니다.”
“이유는?”
“문화권이 다르니까요. 그곳을 넘어서면, 완전히 이질적인 민족집단들이 존재해요. 강제로 합병하려 한다면, 노상 분규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하물며, 선거권까지 준다면 더욱 그렇겠죠.”
사실 특별한 얘기도 아니다.
지금까지 구왕국 시절에도 프랑스의 대외정책은 유럽 정복이 아니었다.
이른바 자연국경, 프랑스의 중심부에서 강과 산맥으로 방어 가능한 지역까지 넓히는 게 국가 대전략 중 하나였다.
여기에 같은 라틴계로 어느 정도 친연성이 있는 이탈리아나 에스파냐, 혹은 플랑드르 정도가 프랑스의 전쟁 목표다.
원역사 나폴레옹도 전쟁에서 이긴 후에도, 옛 신성로마제국을 무턱대고 합병하지 않는다.
철저히 프랑스어가 통하고 문화권이 비슷한 라인 일대만, 위성국으로 만드는 이유다.
나폴레옹은 입가를 비틀다 껄껄 웃었다.
“네가 이집트에서 한 짓 아니었냐? 자, 그럼 제국은 멸망시키고, 프랑스가 차지할 수는 없다. 답은?”
유진이 싱긋 웃으며 되물었다.
“제가 오리엔트에서 저지르고 돌아온 일, 들으셨죠?”
“멋지게 발칸 반도를 분열시켜 놨더구나.”
“오스트리아도 똑같이 하실 수 있습니다.”
순간, 유진의 눈이 번뜩였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보헤미아, 오스트리아 폴란드령, 슬로바키아, 여기에 트란실바니아령까지 모두 찢어야 합니다.”
나폴레옹은 입가를 비틀며 다리를 까딱였다.
“무시무시하군. 하지만, 그럼 카를이 요구한 [명예로운 항복]은 물 건너가겠는데? 조약을 강제로 체결해도 결사적으로 싸우려 들지 않을까?”
방금 유진이 말한 바는 사실 원역사 미래에 벌어지는 일이다.
바로 1차 세계대전 뒤에 연합국이 일으키는 오스트리아 분할이니까.
물론 나폴레옹은 의외로 관대해 그런 짓은 저지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제국 해체가 나폴레옹의 전략 목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유진은 다시, 카를 대공이 탄 호송마차 쪽을 돌아보다 물었다.
“죽이고 싶진 않으신 거죠?”
“나를 믿고 항복한 자 아니냐? 포로를 죽이는 건 국제관례에도 어긋나. 내 양심에도.”
“알겠습니다. 그럼 선물을 주시면 되죠.”
상대와 체결한 약속을 어길 때는, 아주 간단한 해결법이 있다.
“카를을 왕으로 만들어주시는 겁니다.”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
빈의 쇤브룬 궁전이 무방비하게 열렸다.
-쿵.
예전에 싸우려다 무력하게 성문을 열어야 했던 때를 오스트리아인은 기억한다.
아니, 황제 프란츠 2세가 가장 또렷이 새기고 있다.
그렇기에 카를 대공이 패배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황제는 포기했다.
“결국, 보나파르트가, 이 빈에 와 버렸군.”
참담한 얼굴로 나선 황제를 보다, 국무상 바인스베르크, 황실고문 투구트, 그리고 메테르니히가 속삭였다.
“저 악마가 뭐라고 말할까, 이번에는?”
“퇴위겠지.”
“황제 폐하가 물러나시면, 그 다음은 누가 오를까요? 카를 대공은 아닐 거고.”
저 멀리 프랑스군, 12만이 다가오는 게 보인다.
오스트리아의 현재 방어 상태에서는 압도적인 대군이다.
황제가 희망을 잃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했다.
1백문의 대포와 함께 도래한 프랑스의 장군, 나폴레옹이 말 위에서 문득 고했다.
“프랑스군 총사령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고한다.”
비록 프랑스어지만, 이 시대 프랑스어는 국제어다.
오스트리아 귀족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밖에 없다.
숨죽인 채 귀를 쫑긋 세운 오스트리아 황실과 귀족을 향해, 나폴레옹이 엄숙히 명령했다.
“오스트리아 제국을 해체하라!”
이 말에는 어지간한 바인스베르크, 투구트, 메테르니히도 모두 놀라 부르짖었다.
“그, 무슨, 말을?”
“신성로마제국을 해체하더니, [외스터라이히]도 해체하라고?”
“가, 감히, 일개 섬 출신 시골뜨기가!”
그 순간 허공을 향해 포성이 울렸다.
-쾅!
사람들이 깜짝 놀랄 찰나, 포탄이 쇤브룬 궁전을 직격했다.
모두가 얼어붙어 버렸다.
전투 상황이 이미 끝났음에도, 이토록 대포를 궁전에 쏘아대는 일은 구시대에는 없던 사건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중세나 르네상스 시절에는 늘 있던 일.
혁명이 다시 전쟁의 본모습을 되찾게 했을 뿐이다.
궁전에 대포를 쏴버린 진정한 혁명장군, 나폴레옹이 재차 명령을 이었다.
“또한, 해체된 제국은 각기 독립할 것이다. 새로운 각국은 프랑스와의 협의에 따라, 왕국과 공화국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새로운 수반도 프랑스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단, 헝가리만은.”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
일방적인 통보다.
허나 오스트리아는 무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궁전을 쏴버린 무도한 프랑스 혁명군이 기요틴을 가져오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한단 말인가?
그 순간, 나폴레옹의 말이 그 어떤 포성보다 강하게 황제의 귀를 때렸다.
“카를 대공이 왕위에 올라야 한다.”
모두가 그 말에 경악했다.
프란츠 2세도, 메테르니히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귀족들도, 그리고 호송마차에 실려 있던 카를 대공조차도.
그러나 한 번 왕위에 오른 자는 함부로 내려올 수 없다.
서기 1799년 9월 15일.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 제국의 해체와 카를의 헝가리 왕위를 ‘멋대로’ 결정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