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5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59화(260/547)
(259) 전직 공주는 통령의 아들과 재회한다
여기,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청년이 있다.
“금년, 그러니까 1799년 결산입니다. 이집트 원정 적자 2천 1백만 프랑, 이탈리아 방크 영업 적자 350만 프랑, 보아르네 무역상회 교역 정지 적자 520만 프랑.”
심지어 웬만한 대은행가를 파산시킬 거액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청년이다.
카르텔 총지배인, 다마스는 새삼 감탄했다.
2년간 보지 못한 동안, 나이보다 훨씬 자란 [주인]을 보면서.
유진이 마르세유 방크 드 보아르네 파리 본부 3층에 앉아, 턱을 괴다 물었다.
“왜 이렇게 적자만 많지?”
“그야 국가에 납품한 군수품 대금을 못 받았거든요. 물론, 영국과의 교전으로 인해 교역 전체가 마비된 것도 한몫했습니다. 아, 이탈리아 방크 적자는 보나파르트 장군이 대금 치러주셔야 합니다.”
“아버지가 대금을 치러줄지 모르겠군. 사실 장부상으로는 흑자 만들 수 있긴 한데.”
카르텔의 막대한 적자를 메워줄, 전리품을 떠올리며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실제 은화와 금화는 아직, 콘스탄티노플에 있거든.”
파리 도착 2일 차.
유진은 일어나자마자 골치 아픈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실상 전쟁 때문에 손을 놓고 있던 카르텔 경영부터 확인할 차례다.
은행과 무역상회, 군수공장과 통조림, 그리고 화학연구소로 나뉜 경영현황이 모두 문제였다.
물론 애초에 적자가 3천만 프랑 가까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현재 프랑스 유슈의 은행가들도 이 정도 금액을 단번에 다룰 수는 없다.
다만 이대로 가면 역시, 부도 규모도 프랑스 초유가 될 것이다.
앙투안 다마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되물었다.
“그럼,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파트롱?”
“다마스 총지배인, 그건 지극한 오해야. 콘스탄티노플 금고는 우리 수중에 있고, 프랑스군에 배상할 금전과 보아르네 방크 몫도 따로 챙겨뒀어. 단지, 전쟁 중이라 못 가져온 거지.”
“육로로 운송한다면, 중간에 털릴 게 확실해 보이는군요. 신생 세르비아 귀족들이나 도적들이 훔칠 게 뻔해 보입니다.”
문득 다마스가 묘하게 웃으며 제안했다.
“차라리 신생 그리스 왕국을 통해 재투자 하시죠. 그리스 지역이 좋겠군요. 아니면, 새로 프랑스가 확보한다는 키프로스 섬이나.”
아무래도 다마스도, 혹은 보아르네 카르텔도 동방 정보를 꾸준히 들었던 모양이다.
예컨대 신생 그리스 왕국이 사실상 친 프랑스파, 아니 친 유진파로 탄생했다는 정보도.
당장 그리스 초대 국왕 콘스탄티노스 입실렌티스가 프랑스 동맹군으로 참전한 마당이다.
유진은 피식 웃다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렇잖아도 알베르 페르몽이 키프로스에 관심을 보이더군. 전쟁도 곧 끝날 텐데, 키프로스 방면 지배인으로 고용할까?”
“군대 보급관 아니었습니까? 빼돌리는 게 일상일 텐데, 뭘 믿고 일을 맡기시려구요?”
“어차피 오리엔트에서는 부분 횡령은 수수료인 셈 치더군. 위험한 곳이니 군경험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슬쩍 우려를 표하는 다마스에게 대꾸하며, 유진이 눈을 빛냈다.
“하산 투바르가 우리 쪽 미스르 대리인이 될 거야. 이따, 만나서 계약서 문구 확정하도록 해. 그 연락책을 알베르에게 맡기지.”
하산 투바르는 맘루크 기병을 지휘하며 달려온 상인이다.
예전, 유진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던 시절, 이집트 대리인을 약속한 바 있다.
잠시 현지 대리인의 신뢰성 문제를 고심하던 다마스가 다시 물었다.
“알겠습니다. 전쟁에서 같이 뛰신 분이니, 믿어야죠. 그럼, 이 거대 적자는 어떻게 메꾸실 겁니까? 지금까지 공인들과 거래처에 국채로 대행 지급했습니다만, 그것도 한계입니다.”
아직 프랑스는 영국식 산업혁명이 제대로 진행된 상태가 아니다.
보아르네 카르텔도 대부분의 생산이 공장제 수공업 시스템으로 진행되는 중이었다.
여기에 병기나 화약, 피복과 군화의 원료도 모두 비용이 소모된다.
2970만 프랑에 달하는 적자도 모두 여기서 발생한 것이다.
“가장 힘든 쪽은 폴리와 듀퐁이겠군.”
“파산 직전이죠. 레카미에 은행에서 대출해서 겨우 막고 있는 중입니다.”
“당장 돈이 필요하단 말이지?”
문득 유진이 가볍게 펜을 들어 올렸다.
-슥, 슥, 슥.
다마스는 유진이 쓴 [서면]을 보다 눈을 깜박였다.
“이게 뭡니까? 요구서?”
“구 오스트리아 제국 전쟁 배상금 중, 정부 미지급금 선납 요구서. 보아르네 카르텔 명의야.”
“이제는 오스트리아 왕국으로 바뀌었다던 그곳이군요. 어, 이게 됩니까?”
유진은 입가를 틀며 단호히 답했다.
“돼. 이미 총재 정부는 사실상 해산이니까.”
총재 정부의 최종 결정권은 총재와 오백인 의회에 있다.
그렇지만 유진이 파리에 도착한 후, 모든 게 바뀌었다.
형식적이나마 존재했던 총재 정부의 권위가 무너지고, 파리는 [보나파르트파]의 위세로 가득하다.
이 상황에서 합당한 지급금을 국고에서 인출한다 해도, 막을 사람이 없다.
물론 내년도 정부가 파산할 수도 있지만, 그건 오스트리아에서 나폴레옹이 가져올 [전쟁배상금]으로 막을 것이다.
현재 나폴레옹은 최소 1억 프랑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니까.
눈을 휘둥그레 뜨던 다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 가지 여쭐 게 있는데요.”
“카르텔 이름 말인가? 당분간, 보아르네 카르텔 명칭을 유지해. 보나파르트로 함부로 바꾸면 오히려 골치 아파져. 선거가 있으니까.”
“저희끼리는 유진 카르텔이라 부르고 있었습니다만. 알겠습니다. 하지만 질문은 그게 아닙니다.”
문득, 다마스는 조심스러운 얼굴로 재차 물었다.
“우리 공주님은 여전히 ‘파트로네’이신 겁니까?”
파트로네, 곧 여주인.
마리는 아직 유진의 ‘안주인’인가?
지금 다마스의 질문은 그런 뜻이다.
유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물론.”
“그럼 언제 보실 겁니까?”
“질문이 두 개군. 그건 답하지 않겠다.”
앞선 질문은 간단하지만, 뒤의 질문은 유진이 아주 피하고 싶은 얘기다.
“난 30분 뒤에, 어차피 불호령이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게다가 어차피 그 질문을 던질 사람은 넘쳐난다.
***
예를 들면, 어머니 조세핀이다.
“유진 보나파르트! 너, 제정신이야? 어떻게 고모와!”
저 멀리 조세핀의 애견도 유진을 지그시 노려보고 있었다.
후세 나폴레옹이 죽여서 더 유명해진 개를 같이 노려보다, 유진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지극히 기세등등한 조세핀이 당장이라도 옆에 있는 화병을 던질 것 같다.
“어머니. 전 2년 만에 돌아왔는데, 고작 하실 말씀이 그것뿐이에요?”
“그것뿐이면? 너, 파리에서 얼마나 사람들이 떠들고 다녔는지 알아? 응? 심지어 난 시어머니한테까지 시달렸어! 아니, 지금 사교계만이 아니라 신문에도 가십으로 나올 정도야!”
“애초에 밀항한 건 폴린입니다. 제가 납치한 게 아니라구요.”
지극히 사실만 말하는데도, 조세핀은 오히려 격분해 소리쳤다.
“그럼,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게 했어야지! 세상에, 고모와 조카의 연애라니. 상상도 할 수 없어. 너, 설마 책임지지 못 할 일 한 건 아니지?”
보통, 전장에서 아들이 돌아오면 기뻐서 파티라도 여는 게 일반적이다.
허나 조세핀은 오히려 화만 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여기에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일단 폴린이 밀항한 일이 파리 전 사교계에 퍼졌고, 레티치아가 조세핀을 탓하며 화를 낸데다, 심지어 익명 가십 기사까지 나온 탓이다.
그렇지만 유진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건 또 뭡니까? 지금이 구왕실 시대도 아닌데. 애는 낳은 적 없어요.”
“유진! 농담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침대 같이 썼어, 안 썼어!”
“맙소사, 그런 소문까지 퍼졌어요? 그건 전적인 루머라구요.”
그러나 조세핀은 유진을 도저히 못 믿을 눈으로 보았다.
사실 이것도 그럴 수밖에 없다.
유진의 부친은 다름 아닌 난봉꾼으로 유명했던 알렉상드르다.
조세핀이 살아온 사교계도 한 번 불장난을 치면, 당연히 [끝장]을 보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남녀 둘이 밀항해서 갔는데, 침대를 같이 쓰지 않았다니 정말일까?
“그럼, 어디까지 간 거니? 페팅? 애무? 설마, 직전까지?”
기가 막힌 유진이 결국 고함쳤다.
“어머니! 제가 무슨 난봉꾼인 줄 아세요!”
유진은 한때 모친을 구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넜다.
목숨을 걸고 싸웠고, 마침내 구하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조세핀은 유진에게 각별한 어머니다.
그럼에도, 이런 루머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얘기다.
그때 옆에서 자리에 앉아 흥미진진한 얼굴로 보던 소녀, 오르탕스가 눈을 반짝였다.
“흐응, 오빠는 쑥맥이라서 그런 거 못 해요. 엄마.”
“넌 오빠에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괜히 폴린에게 엮여서 발목 잡힐까 봐 그런 거잖아요. 그런 거라면, 이미 ‘공주님’한테 단단히 잡힌 지 오래인데.”
16세 소녀, 오르탕스는 야릇한 표정으로 유진을 보며 눈을 찡긋거렸다.
“그치만 키스는 했지? 오빠?”
너무나 날카로운 지적에 유진은 잠시 말을 더듬고 말았다.
“뭐, 뭐, 뭘 다 아는 척 떠드는 거야? 규, 규중처녀 주제에!”
“아니, 이제 두 사람에게 변명해야 하잖아. 준비하라고 말해두는 거야. 우선, 레티치아 님부터 설명해야겠지?”
“할머니라고 불러.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할 자신이 있지.”
나름 레티치아에게는 자신있는 유진이 대꾸할 찰나, 오르탕스가 키득 웃었다.
“그럼, 공주님은?”
그 순간, 말문이 막힌 유진에게 조세핀이 낯을 굳히며 일렀다.
“벌써 왔구나, 마리가.”
그러니까, 보나파르트 부인의 사저로 문제의 [공주님]이 왔다는 얘기다.
방금 오르탕스와 떠들던 사이, 하녀가 와서 알려준 모양이다.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떠는 유진을 한심하게 보다, 조세핀이 자리를 떴다.
“네가 책임지고, 해결해라. 유진.”
어쩐지 눈을 찡긋거리며 나가는 오르탕스가 더 얄미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
차라리 이럴 바에는 조세핀에게 야단맞는 게 나았다.
“어땠어? 좋았어? 맛있어?”
보나파르트 사저, 이른바 말메종 저택 거실에서, 처음 본 마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제 21세, 더 이상 소녀라고 할 수 없는 처녀가 눈부신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모친 마리 앙투아네트가 젊었을 때 저랬을까.
허나 그 얼굴은 차디차 주위가 얼어붙을 정도다.
게다가 만나자마자, 처음 꺼낸 말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뭐가? 전쟁이 좋을 리도 없고. 군량은 원래 맛없어. 특히 통조림은 더 그래. 공장 좀 신경써야겠더라구.”
“아니, 폴린.”
“잠깐, 지금 무슨 말을.”
문득, 마리가 성큼 다가와 유진에게 바싹 다가섰다.
“어디까지 갔어, 대체?”
향기가 유진의 코끝을 아리게 스친다.
어쩐지 이 순간에도 두근거리는 것은 마리의 미모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그냥, 유진이 찔리는 구석이 많아서거나.
양심에 털이 난 남자, 유진이 마리의 눈을 피하며 외쳤다.
“아무 짓도 안 했어! 대체 어디서 이상한 영국 신문을 보고 말하는 거야?”
“거짓말.”
“진짜라고! 이폴리트에게 물어봐! 이 자식 지금 어디 간 거야?”
애초에 눈치 빠르게 거실로 들어오지도 않은 이폴리트다.
여기에 있을 리도 없고, 사실 이폴리트는 유진이 폴린과 키스하는 장면은 꽤 많이 봤다.
그런데 마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무시무시한 말을 던져왔다.
“너, 내가 폴린에게 물어보는 수가 있어.”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
만약에 정말 마리가 폴린에게 묻는다면, 보나마나 없는 일도 지어낼 게 분명하다.
이대로 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본래 원역사에서 마리는 자신의 원수인 혁명파를 끝까지 죽일 정도로 집요한 면모가 있다.
지금이야 그리 큰 고생을 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에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황급히 유진이 마리의 팔을 붙잡으며 말렸다.
“폴린은 거짓말쟁이야. 사실을 말하지 않아.”
“이건 진실을 얘기해줄 거 같은데?”
“다 거짓말이라니까! 내 말을 믿으라고! 마리!”
그 순간, 마리가 유진의 팔을 뿌리치며, 가슴팍에서 뭔가를 꺼냈다.
-철컥.
어쩐지, 원래 크긴 하지만 이상하게 크다 싶었다.
따지고 보면 꽤나 에로틱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하는 유진 입장에서는 소름 돋는 광경이다.
총.
검은색 피스톨의 총구가 유진을 겨눈다.
무엇보다 저 총은 수석식이 아니라 보아르네 카르텔에서 개발한 뇌홍식이다.
격발하면 바로, 쏘아진다.
“뭐하는 거야?”
“넌, 이걸로 아버지를 죽였지.”
“지금 원수라도 갚겠다는 거야?”
마리의 눈에서 불꽃이 튕겼다.
“배신한 연인을 죽이고, 나도 죽으면, 그럼 공평한 거 아닐까? 안 그래?”
사실 유진으로서는 억울하다.
물론 입맞춤 정도는 했지만, 혹은 마음이 넘어갈 뻔 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선은 넘은 적이 없다.
허나 마리 입장에서는 그 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이미 쐈을 것이다.
부르르 떨리는 총구를 보다, 유진은 [백은문자]의 알림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장전상태.]유진은 이를 악물다, 한 발 다가갔다.
“쏴.”
“너! 그걸, 말이라고 해?”
“난 다른 어떤 위험이라도 피할 자신이 있어. 널 만날 때도 그랬지. 하지만 이건, 피할 수가 없군. 쏴, 쏘고 싶다면.”
마리는 입술을 깨물다, 소리쳤다.
“이 망할 난봉꾼!”
다음 순간 굉음이 거실을 울렸다.
-쾅!
총기가 바닥에 부딪쳐 소리를 내고, 마리는 뛰쳐나갔다.
시기는 가을, 어느새 비가 쏟아지는 저택의 정원으로.
유진은 멍하니 서 있다, 미친 듯 달려갔다.
간신히 마리를 따라잡은 곳은 말메종 저택의 정원, 한복판이었다.
“이거, 놔!”
“마리, 결혼하자.”
“뭐?”
쏟아지는 비에 젖은 마리를 향해, 역시 비로 젖은 유진이 손을 붙들었다.
“아버지가 통령이 될 거야. 그럼, 구 왕실의 공주라는 것 따위, 모조리 무시해버릴 수 있어.”
마리가 눈을 깜박였다.
빗물이 뺨 위를 퍼붓듯 쏟아져 내린다.
언제나 생각해 왔다.
혁명군 장군이 되어 버린 유진.
아버지를 죽게 만든 죄값을 치르게 된 유진.
마리 때문에 죽음의 전장으로 내몰리고 말았던 유진.
유진을 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마리 탓이었기에.
지금 그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진이 마리를 잡았다.
“그때, 결혼하자. 나랑.”
빗속, 혁명군의 청년장군과 구왕실의 공주가 입을 맞췄다.
-쏴아아.
하지만 여전히 폭우는 그치지 않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