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5화(26/547)
(25) 군대는 사령관이 진짜 문제다
물론 군사회의에서 상급자는 절대적인 존재다.
지금껏 툴롱 진압군 사령관, 소장 카르토는 유진의 존재를 무시했다.
사실 나폴레옹과 함께 온 시동 정도로 생각해서 신경쓸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포를 살 수 있다고 끼어든다.
굳이 카르토가 화가 출신이 아니라, 전문 군인이라도 분격할 소리다.
특히나 실은 카르토는 유진이 누군지 알기 때문에 더 그랬다.
카르토는 눈을 부라리며 유진에게 윽박질렀다.
“누가 이런 꼬마를 데려오라 했지?”
“나름 소위입니다. 장군.”
“닥쳐! 파리에서 골칫거리 떠넘긴 거 아니냐? 난 꼬마랑 소꿉장난을 하는 게 아니다! 당장 꺼져!”
순간, 유진이 품 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슥.
깜짝 놀란 카르토가 물러서다 멈춘 채 눈을 깜박였다.
피스톨이나 단검이 아니다.
종이 한 장이다.
“이게 뭐지?”
“네덜란드 호프 은행이 보증하는 금태환 어음입니다. 대충 150만 리브르로 환가할 수 있을 겁니다.”
“150만 리브르? 이 종이 쪼가리가?”
입을 쩍 벌리는 카르토를 보며 유진이 싱긋 웃었다.
“근처 이탈리아 방면군에서 대포를 빌려오기에는 충분한 돈 아닐까요?”
사실 유진은 그냥 몸만 온 게 아니다.
비록 국민공회에 찍힌 몸이지만, 그래도 나름 파리의 손꼽히던 은행 경영자였던 유진이다.
전쟁터에 은화 자루를 갖고 오지는 못했지만, 대신 어음을 가져온 것이다.
혁명 시국에 아직도 신용을 가진 은행이자, 프랑스가 거래 가능한 곳.
금융 부국 네덜란드의 최대 은행 [호프]가 발행한 어음.
이 어음은 당장 프랑스 어디서도 가치를 지닌다.
예컨대 툴롱 동쪽에 주둔하고 있는 이탈리아 방면 국경군에서도.
어음을 제시하고, 대포를 빌려올 수 있다는 얘기다.
유진이 손을 꼽으며 말했다.
“이 근방에는 마르세유, 아비뇽, 그리고 이탈리아 국경지대 군대가 있죠.”
“그, 그, 그걸 어찌 아나?”
“파리에서 보고 왔습니다. 셋 모두 반란군을 막 평정했고, 당장 총포를 쓸 일이 없죠. 가장 급한 곳은 여기, 툴롱입니다.”
유진이 가볍게 150만 리브르짜리 어음을 펄럭이며 웃었다.
“툴롱 진압군 사령관의 명의로 각 부대에 대포와 총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아무리 혁명시국이고, 전쟁 와중이라도, 금융체계가 붕괴된 시점은 아니다.
그것도 전쟁과 무관한 네덜란드의 최고 은행 발행 어음이라면 어떨까?
이탈리아 방면군 사령관이라 해도,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일국의 정규군이 돈을 제시하고 대포를 대여하다니, 그것 자체로 혼란기라는 소리지만.
너무나 그럴듯한 얘기라 입을 다물지 못하던 카르토가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어떻게든 반대해야 한다.
아니면 정말 영국군이 기다리고 있는 카이로 언덕 요새로 돌진해야 할 판이다.
“그, 그렇지만! 포는 누가 쏴! 소년, 네가 쏠 건가? 아님, 여기 키 작은 청년 장교가?”
그때 ‘키 작은’ 청년장교, 나폴레옹이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흥, 재입대를 시키면 됩니다. 장군.”
“뭐?”
“프랑스 남부에는 퇴역한 옛 포병 장교들이 널려 있죠. 그 인간들을 모두 강제입대시킬 겁니다.”
이번에는 카르토 말고 듣고 있던 마르소와 이폴리트, 쥐노도 입을 쩍 벌렸다.
예전 구왕실 시대 군대는 널널했다.
퇴역장교를 강제입대시킨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그렇게 군기가 느슨했으니 정작 나폴레옹은 퇴역도 안 하고, 멋대로 코르시카로 갈 수 있었던 것이긴 하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관대해도 남에게는 엄격한 남자, 나폴레옹은 뻔뻔히 말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은 비상사태니까!”
물론 내전은 비상사태는 맞다.
나폴레옹의 논리에 유진이 갖고 온 어음이 합쳐지자, 작전에 현실성이 생겼다.
일단 동원할 수 있는 대포가 10배로 늘어날 판이다.
그럼에도 카르토는 고집을 피웠다.
“그래도 싫어! 사령관은 나다!”
그 순간, 나폴레옹이 갑자기 마르소의 손에서 뭔가를 빼앗았다.
바로 팜플렛, <보케르의 만찬>이다.
팜플렛을 휘두르며 나폴레옹이 말했다.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 의원의 말도 안 들을 겁니까?”
“뭐?”
“곧 이곳에 국민공회에서 감시자를 파견할 겁니다. 그 중 오귀스트는 내 팜플렛의 애독자요!”
나폴레옹의 눈이 번뜩였다.
“당신과 나. 둘 중에서 누가 오귀스트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 같습니까?”
로베스피에르.
이 혁명 정국의 최고 권력자가 가진 성.
비록 본인은 아니라도 동생이라 해도 그 이름은 무섭다.
언제든 반혁명분자는 기요틴에 목이 달아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귀족들은 해외로 도망가다 잡혀서 죽은 자가 부지기수다.
만약 그 동생에게 밉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이를 악물며 카르토가 낯을 찡그렸다.
“이 놈이, 지금 내게 협박을······.”
일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짝!
카르토의 뺨을 한 여자가 갈겨버린 것이다.
모두가 입을 쩍 벌린 채, 그 광경을 보았다.
하지만 정작 카르토는 그 여자를 손댈 수가 없었다.
바로 마담 카르토, 그러니까 부인이었기 때문이다.
“정신차려요, 프랑수아!”
“아, 아니. 부인. 지금 뭐하는 짓이요?”
“모르겠어요? 당신보다 이 청년이 훨씬 더 똑똑해요! 아니, 이 어린 소년조차도!”
마담 카르토는 용맹한 기세로 카르토에게 호통쳤다.
“물감 섞다 망칠 소리 그만하고, 전문가 말을 들어요!”
이폴리트가 벌린 입을 간신히 다물며, 옆에 서 있던 유진을 쿡 찔렀다.
“우와, 카르토 부인. 정말 대단한데? 안 그래, 유진?”
반면 유진은 다른 의미에서 감탄하고 있었다.
“이거, 나름 역사적 순간이군.”
나폴레옹과 카르토가 싸울 때 끼어들어 중재하는 카르토 부인.
그러니까, 실은 후세에 남은 역사적 일화 중 하나다.
***
어쨌든 역사적 일화를 구경했다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법은 없다.
“자, 반란자 무리들이여! 공화국의 명령이다. 물자를 공급하지 않으면, 그대들의 충성심을 증명할 수 없다!”
선두에서 외치는 자는 단연 상사 쥐노다.
쥐노는 일단 거친 농민들을 제압할만큼 대담했다.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치면, 반항하려던 농민들도 순순히 식량을 내놓을 판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재능은 위압적이지만 잔인하지 않다는 거다.
요컨대 피를 보지 않고 물건을 빼앗는 재주가 탁월했다.
어쩐지 강도를 했으면 참 잘했겠다는 생각을 유진이 하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같은 생각인지, 대위 마르소가 혀를 찼다.
“진짜 우리가 강도인지, 군대인지 모르겠군.”
“모두 징발표는 주고 있지 않아요?”
“저게 나중에 교환이 되겠어? 게다가 강도는 물건만 빼앗지. 우리는 사람까지 빼앗고 있잖아?”
저 멀리 끌려오는 장교를 붙잡고, 부인이 울부짖는 모습이 보였다.
“자크! 안돼! 전쟁터에 끌려가면!”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퇴역장교였던 포병 장교 중 하나다.
하지만 입대하지 않으면 ‘반혁명분자’로 신고하겠다고 협박에, 순순히 끌려올 수 밖에 없었다.
누가 그런 무시무시한 협박을 했을까?
“이래서는 안 돼.”
장본인, 나폴레옹이 그 광경을 보다 낯을 찡그렸다.
설마 동정심이라도 생긴 걸까?
유진은 흥미로운 얼굴로 나폴레옹을 보며 물었다.
“예? 뭐가요? 지금 중령님의 뜻대로 일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천만에! [카이로 언덕]을 점령하지 못하면, 어차피 무의미해!”
“예? 하지만 그곳은······.”
이 시기, 툴롱 포위전은 워낙 유명한 전투다.
그러니 유진도 전공자로서 전생에서 구도를 모두 외우다시피 보았다.
카이로 언덕은 분명 요지가 맞다.
하지만 영국군도 그 사실을 알기에 철저히 수비한다.
결국 프랑스 군은 카이로를 점령하는데 실패한다.
대신 툴롱을 둘러싼 다른 고지를 이용하는 전법을 쓰게 된다.
지금 나폴레옹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카이로 언덕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곳을 점령하면, 단숨에 적을 압박할 수 있어. 그러자면 과감한 공격이 필요해. 한데, 그 화가 놈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유진은 눈을 깜박이다 미간을 좁혔다.
어쩌면 너무 빠를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역사는 본래 흘러야 할 순간보다 빠르게 흐르고 있다.
게다가 어차피 유진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올라타기로 하지 않았던가?
가만히 나폴레옹을 보던 유진이 입을 열었다.
“그럼 방법은 하나 밖에 없겠군요.”
문득 열변을 토하던 나폴레옹이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나랑 같은 생각을 한 거냐, 꼬마?”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결정권자가 결국 모든 것을 결정하니까.”
“하! 정말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보통 꼬마가 아니군!”
전혀 알아듣지 못한 마르소와 이폴리트는 서로 마주볼 뿐이었다.
마침 징발 업무를 마치고 보고차 귀환하던 상사 쥐노가 그 얘기를 들었다.
슬쩍 머리를 긁적이며 쥐노는 물었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겁니까? 중령님?”
나폴레옹이 입가를 비틀며 시선을 돌렸다.
“간단해, 쥐노 상사.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지.”
바로 툴롱 서쪽, 진압군 사령부가 있는 곳으로.
“저 화가 놈을 끌어 내려야겠어!”
이 순간, 나폴레옹은 결심한 것이다.
문제가 사령관이라면, 사령관을 바꾸자고.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유진만이 동조했다.
“맞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문제를 없애서 해결해야죠!”
이것이 바로 나폴레옹식 해결법이기도 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단칼, 아니 포격해 부숴버리는 방식이랄까.
물론 원역사에서는 그러다 러시아까지 가버리기도 하지만.
아직은 20년이나 남은 시절.
지금은 나폴레옹식이 맞다.
***
이 나폴레옹식 해결책의 문제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기가 막힌 무리수의 연속이란 거다.
“대체 어쩔 건데? 그게 돼? 아니, 아무리 사령관이 무능해도, 어떻게 바꿔?”
방크 보아르네의 전직 직원들인 이폴리트, 마르소, 투르네, 그리고 엘리와 고미가 모였다.
이들 중 엘리나 고미야 그저 병사로서 따를 뿐이지만 이폴리트는 그래도 하사다.
제법 중등교육 정도는 받았고, 군에 대해서 상식 선에서는 안다.
대체 어떤 군인이 작전이 마음에 안 든다고, 아예 사령관을 바꿔 버린단 말인가?
하지만 정작 유진은 별로 그 점은 신경쓰지 않았다.
“냄새가 지독하군.”
“뭐?”
“아니, 세탁부라도 고용해야겠어. 군복을 갈아입는 걸로는 한계가 있군.”
세탁기가 없는 시대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폴리트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라 펄펄 뛸 수 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유진에게 운명을 걸고 전장까지 왔다.
대책 없는 소리만 하면 곤란하다.
“유진!”
“듣고 있어. 사령관을 어떻게 바꾸냐고? 간단해.”
유진이 이폴리트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옛날에 7년 전쟁 때는 말이야.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장군도 왕명 하나로 바꿨어. 왜 그런 줄 알아?”
“어, 들은 적 있어. 왕의 총비 퐁파두르 부인이 당시 개입했다던가? 왕실의 비효율 중 하나지.”
“그래. 그게 말하는 바가 뭔줄 알아? 아무리 군에서 가장 높은 사령관이라도, 최고 결정권자가 정하면 그 날로 목이 달아나는 거야. 그게 정부군이란 거지.”
문득 유진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되물었다.
“그런데 지금 혁명정부, 국민공회 공안위원회에서 가장 높은 자가 누굴 거 같아?”
그때서야 이폴리트는 무슨 소리인지 조금 감을 잡았다.
“로베스피에르?”
“바로 그거야. 10점 주지.”
“몇 점이 최고점인 거냐? 하여간, 그럼 로베스피에르에게 편지라도 보내게? 그 사람은 널 사지로 결국 보낸 사람 아냐?”
가만히 듣고 있던 마르소도 고개를 끄덕이며 끼어들었다.
“그래, 유진. 아니, 유진 소위. 로베스피에르는 합리적이지만, 냉정한 사람이야. 유진 소위의 의향 따위는 무시할 가능성이 높아.”
마르소는 단순히 유진의 보호 대행이나, 혹은 부행장으로서 말한 게 아니다.
나름 혁명 전부터 용기병 출신으로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마르소다.
게다가 지금은 엄연히 대위의 직위를 갖고 있다.
요컨대 군인으로서 사령관 교체는 비상식적이라 돌려 말한 것이다.
특히 최고권력자를 동원하는 방법은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유진은 태연했다.
꼭 유진만 아는 사실은 아니지만, 아직 극비인 정보가 있다.
역사에서는 그저 기록으로 남을 정보지만.
“그래요. 하지만 로베스피에르는 둘이죠. 바로 여기 곧 도착할 자가 있어요.”
“뭐? 잠깐, 설마?”
“오귀스탱, 그러니까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가 곧 와요. 군단 감시역으로.”
로베스피에르의 동생, 오귀스트 드 로베스피에르.
역사에 어린 로베스피에르라는 별명으로 남은 자.
최고권력자에게 직통 연락이 가능한 친족.
그런데 ‘어린’ 로베스피에르는 지금 한 책자에 반해 있다.
“보케르의 만찬, 그 애독자가 말이죠.”
이 순간 모두가 납득했다.
전설로 남은 툴롱전투.
그 전설의 일화 중 하나, 사령관 교체극.
툴롱의 전설에 유진이 한 발짝 담글 기회가 온 것이다.
***
혁명군은 일반 군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감시자]의 존재다.
정치위원, 곧 중앙 정부에서 보낸 민간 감시자가 항상 군단에 붙는다.
귀족 중심의 구체제 군대를 믿지 못한 혁명정부의 대책이랄까.
그러나 의외로 통제 자체는 꽤 쓸만했다.
덕분에 후세 모든 혁명이 진행되었던 나라의 군대는 이 프랑스 대혁명 때의 모범을 따랐다.
이른바 ‘정치장교’가 바로 그런 자들이다.
툴롱 진압군에도 똑같은 존재들이 있었다.
지금 나폴레옹이 유진과 함께 만나러 온 남자가 바로 그 자다.
“자, 그러니까 카르토를 끌어내려 달라? 지금 그 얘기인가, 보나파르트?”
지역구를 잃은 국민공회 코르시카 의원.
국민공회의 남프랑스 군사 정치위원.
무엇보다도 나폴레옹의 정계 연줄.
앙투안 살리체티가 기가 막힌 얼굴로 물었다.
물론 나폴레옹은 아주 뻔뻔하게 살리체티에게 열변을 토했다.
“바로 그겁니다. 살리체티. 이 자는 혁명의 적이에요. 반란군의 가장 강력한 장군이라구요. 이대로 내버려두면 툴롱은 영국에 완전히 넘어갈 겁니다!”
“아아, 흥분하지 말고. 하지만 카르토는 파리에 계신 분들이 아주 신뢰하는 장군이라고.”
“살리체티, 잊었습니까? 파리는 파울리도 신뢰했어요!”
나폴레옹이 흥분해 주먹을 휘두르며 부르짖었다.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우리 모두 코르시카에서 쫓겨났잖아요!”
그 말에 살리체티는 할 말을 잊었다.
나폴레옹의 말은 정확하다.
코르시카의 독립운동가, 파울리는 사실 혁명 이전부터 계몽사상가들에게 유명인사였다.
이른바 코르시카 공화국을 세우면서, 왕이 없는 나라가 가능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파리의 혁명가들은 파울리를 신뢰했다.
그러나 런던에서 친영파가 된 파울리는 프랑스를 배신하고, 코르시카를 영국에 넘겼다.
사실은 따지고 보면 툴롱 반란에 영국함대가 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서지중해의 한복판, 전략적 위치가 중요한 코르시카가 영국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파리가 신뢰하는 사람은 썩 신뢰할만한 자가 아니다.
허나 살리체티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매우 곤란해. 내 힘으로는 어려워. 무려, 사령관 교체라고.”
“그럼 다른 힘 있는 사람 없습니까? 누구라도 좋아요. 저 인간을 넘어뜨릴 수 있는 자가!”
“아니, 그렇게 말해봐야. 음, 잠깐.”
문득 살리체티가 눈을 크게 떴다.
“오, 맞아.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가 여기 온다던데. 아니지, 그 친구는 카르토 좋아해.”
그 순간 나폴레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귀스트라면 가능해요. 만나게 해주십시오!”
“왜? 혹시 그 사람이 자네랑 아는 사이야?”
“어, 아니오. 하, 하지만. 드, 듣기로 제 팜플렛의 팬이라고 하던데요?”
잠시 나폴레옹이 머뭇거릴 찰나, 유진이 슬쩍 나섰다.
“맞습니다. 제가 보증하죠, 무슈 살리체티.”
그때서야 역시 유진의 존재를 알아차린 살리체티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자네는?”
“유진 드 보아르네입니다.”
“아, 방크 보아르네 실제 흑막이지? 호오라, 어리단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어렸나? 캬, 참 놀랍구만?”
아주 흥미로운 얼굴로 살리체티가 유진을 보았다.
카르토와는 정반대의 태도다.
사실 살리체티는 원역사에서 푸셰와 맞먹을 정도의 ‘정보조직’ 창설자다.
이탈리아 정복 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비밀정보국’을 만들어낸다.
단지 푸셰와 달리, 파리에서 일하지 않았고 일찍 죽어 덜 유명할 뿐이다.
과연, 지금도 정보에 꽤 정통한 면모가 있다.
살짝 유진이 감탄을 숨길 찰나, 살리체티가 매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좋아.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예? 왜죠? 여기 방크 보아르네 오너가 저를 보증하는데!”
“아니, 왜긴. 자네 팜플렛은 나도 봤어. 뭐, 잘 쓰긴 했는데. 호감을 가질 정도는 되겠지만, 일군의 사령관을 끌어내리기엔, 좀 부족하지 않겠나?”
사실 <보케르의 만찬>은 그저 책자에 불과하다.
오귀스트도 이 책자를 보고 감탄해, 나폴레옹의 팬이 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감탄은 나폴레옹을 포병장교로 만들어줄 정도다.
사령관을 끌어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어쨌든 군권을 박탈하고 새로운 군권을 누군가에게 줘야 하는 문제니까.
물론 만약 오귀스트가 나폴레옹을 직접 만난다면, 오히려 설득되었을지 모른다.
오귀스트는 약간 순진하고 꽤 쉽게 격동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리체티는 냉정하고, 또한 신중했다.
결국 나폴레옹은 살리체티도 설득하지 못했다.
“젠장, 이런 기회를 놓치다니! 살리체티, 저 인간도 정말 느려! 그러니까 파올리에게 쫓겨났지!”
밖에 나와 애꿎은 돌을 걷어차는 나폴레옹을 보다, 유진이 문득 물었다.
“중령님, 어떤 방법도 상관 없습니까?”
“응? 그게 무슨 말이지?”
“아군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도 상관없냔 말입니다.”
나폴레옹은 눈을 번뜩이며 유진을 붙들었다.
“향후 궁극적으로 저 툴롱을 점령할 수 있다면, 희생은 감수해야지? 뭔가?”
유진은 가만히 나폴레옹을 보다 심호흡을 했다.
본래 원역사에서 카르토의 낙마는 조금 복잡한 과정이 있다.
역시, 이런 과정 없이 사령관을 낙마시키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또한 기왕 나선 김에 나폴레옹에게 좀 더 유진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혹시, 피를 흘리게 된다 해도.
결심한 유진이 입을 열었다.
“도박에는 이런 게 있죠. 크게 따려면, 먼저 잃어줘라.”
“그래서? 뭘 잃어주겠다는 거지?”
“공적의 기회.”
유진이 나폴레옹을 정시하며 말했다.
“카이로 언덕, 카르토에게 주시죠.”
요컨대 아군의 패전을 감수하라는 뜻이다.
***
도박에서 호구를 잡을 때는, 우선 진실로 잃어줄 필요가 있다.
“바로 여기가 요체입니다. 이곳을 점령하면, 반드시 툴롱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툴롱의 지도를 가리키며 부르짖었다.
카이로 언덕.
툴롱 남쪽에 삐쭉 뛰어나온 곷.
실제로 이곳을 점령하면 툴롱 시내까지, 현재 툴룽 진압군이 보유한 포로도 포격이 가능하다.
이 언덕 점령의 중요성을 벌써 일주일 째, 나폴레옹은 뻔질나게 찾아와 역설 중이었다.
물론 카르토 소장은 시큰둥했다.
“하, 참. 또 시작이군. 포병 자네 멋대로 하라고 했잖아?”
“이 요새는 포병만으로 점령할 수 없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제게 보병 1개 연대를 주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되찾아 오겠습니다!‘
“이봐. 자네가 한 말 돌려주지.”
카르토가 빈정거리며 대꾸했다.
“내가 그림 전문가지 군사 전문가가 아닌 것처럼, 자네도 보병 전문가가 아니야. 틀렸나? 내 말?”
이 말은 사실 진실이다.
나폴레옹은 후세 명장으로 이름 남았지만, 특히 보병을 잘 다루지 못했다.
이것은 나폴레옹의 주전법이 기동 각개격파인 점과 관련이 있다.
포병을 통한 적진 균열, 측면 우회 기동, 병종혼합군의 밀집종대 전선 돌파.
포병, 기병, 보병의 삼종 병과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속공을 펼치는 게 나폴레옹의 장기다.
그러니 보병이 주병종인 전장에서는 실적이 꽤 낮다.
게다가 지금은 포병전술을 중심으로 교육받다 실전에 투입된 풋내기다.
만약 카르토가 정말 보병을 준다면, 오히려 큰일날 판이다.
나폴레옹이 낯을 찡그릴 찰나, 유진이 옆에서 슬쩍 끼어들었다.
“그럼, 여기 계신 들라르드 소령에게라도 지시하시지요, 장군.”
들라르드 소령.
바로 카르토의 부장격인 보병 장교다.
카르토가 미간을 찌푸리다 대꾸했다.
“흥, 그게 무슨 말이지? 소년 소위?”
“보병 지휘관이고, 직급도 높은 데다, 장군의 측근 아닙니까?”
“푸, 내가 왜 측근을 보내서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미끼를 물었다.
도박사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애초에 판에 끼면 안 된다.
도박의 달인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미 카르토는 판에 한 발 들이민 것이다.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그럼 적당히 하시면 되잖습니까.”
“뭐?”
“장군이 두려워하시는 건 병력이 전멸하거나, 피해를 입는 거 아닙니까? 그것만 피하면 되는 거죠.”
유진은 신뢰감 넘치는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요새를 점령하든, 점령하지 않든, 장군께는 아무 피해도 가지 않습니다.”
카르토는 눈을 굴렸다.
그렇잖아도 지난번 대화가 마음에 걸린다.
오귀스트가 나폴레옹의 책자, <보케르>를 읽었다는 얘기가.
혁명의 시대에는 그야말로 별 것도 아닌 걸로 장군의 지위가 날아가기 마련이다.
만약 혁명정부 고위층이 감동한 책자의 작가를 무시했다가, 그 책임을 카르토에게 묻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들어주는 시늉을 한 후, 실패해서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게 낫다.
“좋아, 프랑수아!”
프랑수아 들라르드 소령이 눈썹을 치뜨다 예를 취했다.
“예, 소장 각하.”
“발라기에와 레기예트 쪽으로 군사 작전을 실시한다. 무리할 건 없어! 단지 이곳을 위협해서, 적들을 동요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점령할, 필요가 없단 말씀입니까?”
카르토는 단호히 말했다.
“당연하지! 점령하면 좋겠지만, 중요한 건 병사야! 피해는 절대 불가해!”
이것은 화가 출신이자 사병 출신인 카르토의 한계다.
분명 병사의 목숨을 아끼는 것은 좋은 태도다.
그러나 이 시대는 아직 병사의 직접 격돌을 피할 수 없는 18세기 말이다.
병사들의 희생 없이, 요충지를 빼앗을 방법은 전혀 없다.
그 사실을 카르토는 아직 모르는 것이다.
역시 카르토처럼 전쟁에는 문외한인 이폴리트가 슬쩍 유진에게 낮게 물었다.
“매우 그럴듯한데, 저게 뭐가 문제야?”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여긴 전쟁터야, 이폴리트.”
“누가 모르냐?”
“전쟁에선 피해 없이 뭘 얻을 수가 없어. 게다가.”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지금 파리는 기다려줄 시간이 없단 말이야.”
바로 파리, 곧 국민공회의 조급한 상황이다.
***
벌써 일주일 째다.
-와아아!
들라르드 소령이 툴롱 남쪽, 카이로 고지 위 요새들을 공략한 시간이다.
그러나 영국군을 중심으로 한 왕당파 반군의 기세는 드높았다.
쉽사리 방어선을 뚫지 못한 들라르드는 다시, 후퇴를 명했다.
“후퇴하라! 뒤로 물러서야 한다! 피해는 안 돼!”
오늘도 실패를 거듭한 채, 들라르드는 카르토의 본영으로 돌아왔다.
명령은 열심히 이행 중이다.
공격은 계속 진행했고, 병사들의 피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면, 정작 카르토는 만족했을까?
아니었다.
-텅!
지휘용 탁자를 내려치며, 카르토가 보고서 하나를 구겨 쥐었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이 요새를 더 강화하고 있어!”
툴롱 반군은 프랑스 혁명군보다 유리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바다를 통한 보급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혁명군이 카이로 언덕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자, 사무엘 후드 제독은 긴급한 명령을 내렸다.
「언덕 정상에 요새를 하나 더 만들어!」
카이로 언덕을 방비하던 영국군 육군 지휘관, 멀그레이브 남작이 진두지휘해 요새가 세워졌다.
고작 일주일, 들라르드가 공격을 거듭하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눈앞에서 적진의 방어만 더 강해진 것이다.
카르토는 막 들어선 들라르드 소령을 향해 고함쳤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점령할 수 있었잖나, 프랑수아!”
“그, 그게. 처음에 무리하지 말라고 하셔서.”
“그래도 점령할 수 있을 땐 점령해야지! 이게 뭐야!”
지도 위, 고지대에 세워진 요새 표시를 노려보며 카르토가 몸을 떨었다.
“오히려 놈들이 우리에게 포격을 할 판이야!”
카이로 언덕 너머에 있던 발라기에와 레기예트 요새에서는 카르토 쪽으로 포격이 어렵다.
그러나 카이로 언덕 위, 새로 세워진 요새에서는 근처로 접근하면 포격이 가능하다.
오히려 적군이 포격 방어가 가능한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그때 포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쾅!
당황한 카르토가 들라르드를 보며 명령하려 했다.
“안 되겠군. 일단 돌진시킨 부대에게 후퇴 명령을······!”
그때였다.
-덜컹!
툴롱 진압군 본영의 임시 지휘소 문이 열렸다.
카르토는 눈을 크게 떴다.
꽤 낯익지만 이곳에서 볼 이유가 없는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다.
오귀스트 드 로베스피에르.
게다가 그 뒤로 나폴레옹과 유진, 마르소가 보였다.
마르소가 소개하듯 말했다.
“저 쪽이 카르토 장군이십니다. 여기, 사령관이시지요.”
오귀스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르토에게 다가섰다.
“카르토 장군?”
오귀스트는 무섭지 않다.
그러나 오귀스트 뒤에 있을 사람은 무섭다.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국민공회의 최고 권력자 중 하나.
카르토가 마른 침을 삼키며 되물었다.
“아니, 무슈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 무슨 일이시오?”
“혁명 국민공회의 명을 받고, 남프랑스를 시찰 중이오. 한데, 이상한 얘기가 들려서 왔는데 진짜로 보이는군.”
“그, 그게 무슨.”
오귀스트가 차갑게, 그러나 눈에는 불꽃을 튕기며 호통쳤다.
“카르토 장군이 너무 무능해서, 상대방의 수비만 더 강화시키고 있다는 소문이오.”
카르토는 당혹해 손을 내저었다.
“오해입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혁명군에 피해 없이 툴롱 점령을······.”
“필요 없소. 국민공회는 빠른 결과를 원하오.”
“의, 의원님!”
그러나 파리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 자리에서 유진만 아는 사실이 있다.
파리는 지금 거듭된 패전 위기에 몰려 있다.
라인 전역에서 왕당파 장교들이 배신했고, 플랑드르 전역이 시작되면서 금융공황이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방데에서 반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1793년 3월, 지금쯤이면.
그 모든 것을 말하지 않은 채, 오귀스트는 단호히 외쳤다.
“지금 이 시각부로 카르토 장군의 지휘권을 박탈하오. 후임자는 뒤고미에 장군이 올 것이오. 또한!”
고개를 돌린 오귀스트의 시선이 슬쩍 부드럽게 변했다.
“여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참모장으로 승진시켜, 작전 결정에 절대 참여하게 할 거요!”
바로 애독자의 시선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힘차게 경례를 취했다.
참모장의 지위는 곧, 대령.
순식간에 일계급 특진한 셈이다.
본영에서 걸어 나오는 길, 나폴레옹이 유진을 보며 주먹을 힘껏 쥐었다.
“대단하군, 유진 소위. 자네 책략, 아니 도박이 성공했어!”
유진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이 도박의 승부는 결국 하나로 끝납니다. 아시죠?”
이기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물론 유진은 승리를 확신했다.
나폴레옹이 후일 무수히 세울 무훈에 비하면 툴롱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나폴레옹은 흥분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이제, 내 작전대로 간다!”
나폴레옹이 처음으로 자신의 작전을 펼칠 무대, 툴롱.
전설의 포위점령전이 개시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