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6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62화(263/547)
(262) 탈레랑과 푸셰가 바야흐로 전면에 나서다
사실 원역사에서 이른바 브뤼메르 쿠데타를 주도한 사람은 나폴레옹이 아니다.
“시에예스 의원님. 이미 대세는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망설이시는 겁니까?”
카페 프로코프에 오늘 온 손님, 시에예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의 장점은 ‘신사’들이 서로 비밀을 잘 지킨다는 거다.
나아가 카페의 특성상 갑작스런 만남이 있어도, 수상쩍게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하인들의 입을 조심해야 하는 저택에서의 밀담보다 더 은밀할 때도 있다.
그래도 한참 후배인 탈레랑에게 이런 윽박지름을 당하기 위해 카페까지 나온 것은 아니다.
“내가 응한 건 헌법까지일세, 무슈 탈레랑.”
“그 헌법은 보나파르트 총사령관을 위한 겁니다.”
“허! 언제부터 공화국의 헌법이 1인을 위한 원칙이 되었나?”
시에예스가 으르렁대자, 탈레랑이 묘하게 웃으며 응수했다.
“그게 싫다면, 진작에 피슈그뤼 쿠데타에 응하셨어야지요. 무슈 시에예스.”
시에예스의 낯이 굳어졌다.
엄정한 공화주의자로서 체면을 차리는 데는 카페에서 떠드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피슈그뤼는 그야말로 프랑스에서 피해야 할 낙인이나 마찬가지다.
실패한 쿠데타의 주범과 엮였다는 말에 흘깃, ‘신사’들이 쳐다보는 게 보인다.
낯을 잔뜩 찡그리며 시에예스가 호통쳤다.
“이 사람이, 어디서 그런 망발을!”
“왜 이러십니까. 저도 피슈그뤼의 손을 잠시 잡았던 사람입니다. 의원님처럼 처신을 잘해서 빠져나왔을 뿐이죠.”
“날 자네와 똑같이 취급하지 말게! 어디까지나, 총재정부의 한계를 느끼고 대안을 모색하던 과정일 뿐이야!”
그러니까, 시에예스는 피슈그뤼 쿠데타에 연루된 인물인 셈이다.
또한 원역사 브뤼메르 쿠데타를 주도했던 인물도 바로 시에예스다.
본래 시에예스는 제3신분론으로 명성을 떨쳤고, 미라보와 함께 혁명 초기의 주도자이기도 했다.
허나 로베스피에르가 주도권을 잡은 직후부터 시에예스는 사정없이 밀려났다.
그러다 결국 ‘쿠데타’를 모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뒤집혀, 브뤼메르의 쿠데타 따위는 없다.
대신에 나폴레옹의 [개헌]이 있을 뿐이다.
문득 탈레랑이 빤히 시에예스를 보다 비웃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의원님이 지금 잘못된 길을 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에예스가 이를 갈며 대꾸했다.
“일인독재가 대안이라고? 제정신인가? 로베스피에르를 잊었나?”
“그야 로베스피에르는 자기편도 죽이는 자였으니까요. 보나파르트는 다릅니다.”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게 다르겠지. 그 총구가 언제 국민을 향할지 누가 아나?”
탈레랑은 마치 카페의 신사들이 다 들으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의원님, 그럴 거였다면, 보나파르트는 벌써 권력을 잡았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짐짓 듣지 않는 척 듣고 있던 다른 ‘신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다 흠칫 서로 놀랐다.
모두 의원이 아닐 뿐, 파리 시내의 유력 부르주아들이다.
가끔 눈에 띄는 얼굴도 있다.
예를 들면 레카미에 은행의 주인, 자크 레카미에라든가.
여전히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탈레랑이 일렀다.
“애초에 의원님은 공화제 지지자도 아니었잖습니까. 입헌군주제 지지자였죠.”
“옛날 일이야.”
“카를 대공이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같은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말도 하셨다면서요? 후후.”
속내를 들킨 듯 흠칫 놀라던 시에예스가 고개를 휘저었다.
“그게 나폴레옹이라고? 난 도저히 못 믿겠는데.”
엉뚱하게도 시에예스는 알고 보면 입헌군주제 지지자이기도 했다.
또한 그런 성향이 반영되어, 다수독재나 집단지도체제보다 현명한 지도자의 통치를 꿈꾸는 면도 있었다.
그래서 원역사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카를 대공이나, 신성로마제국 사령관이었던 발미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지도자의 모델로 외치기도 한다.
괜히 나폴레옹을 브뤼메르 쿠데타로 끌어들여, 얼굴로 내세웠던 게 아니다.
물론 훨씬 결단력이 뛰어난 나폴레옹에게 휘말려, 주도권을 빼앗기지만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에예스는 발을 들여놓고, 여전히 망설이는 중이다.
탈레랑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설득했다.
“이탈리아를 정복했고, 이집트 정복의 계획을 발안했으며, 제국을 해체했습니다.”
“중간의 이집트는 오슈와 유진이 한 일이 아닌가? 뭐, 제국 해체나 이탈리아는 인정하지. 그래봤자, 군사적 업적이잖나?”
“정복한 땅, 이탈리아의 통치는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었지요. 전쟁 직전까지는.”
나폴레옹이 단순한 군인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며, 탈레랑이 묘한 얘기를 던졌다.
“이 프랑스를 한 번 맡겨볼 만한 지도자감입니다. 물론, 아니라면 끌어내리면 그뿐이구요.”
탈레랑의 말을 음미하다, 시에예스가 미간을 좁혔다.
“어떻게?”
“시에예스 의원님. 난생 처음 해본다는 듯 말하시는군요. 우리가 무슨 일을 했습니까? 왕을 끌어내리고 죽였습니다.”
“그랬지. 원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문득 탈레랑이 극도로 목소리를 낮췄다.
“통령 따위를 끌어내리지 못할 것 같습니까?”
이 말만은 주위의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시에예스는 숨을 들이키다 탈레랑의 눈을 보았다.
실로 수단 좋은 남자로 유명한 혁명가다.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좋아. 보나파르트의 통령 추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지. 자네, 그 말 책임져야 할 거야.”
짐짓 마지못한 듯한 얼굴로 시에예스가 일어날 찰나, 탈레랑이 다시 사람 좋게 웃었다.
“프랑스를 위해서라면, 전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습니다. 시에예스.”
이를테면 모시던 ‘지도자’를 팔아버리는 일이라도.
***
모든 반대자가 순순히 말로 설득되지는 않는다.
-퍽!
퇼르리 궁 인근 골목, 신나게 사람을 때리고 있는 [민병대] 복장의 군인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국민위병대의 일원들이다.
맞고 있던 의원이 이를 갈며 외쳤다.
“으윽, 이게 무슨 짓인가! 난 대 프랑스 오백인 의회 의원이자 장군, 물랭이다! 너희는 어디 병사인데 이렇게 무례한가!”
“오, 방데에서 학살하던 친구시군.”
“뭐?”
국민위병 옷차림의 중년 남자, 자코프 엘리가 씩 웃다 몽둥이를 들었다.
“난 방데에서 학살을 막느라 개고생했지. 그때 생각하니 더 때려주고 싶은데!”
기겁해 피하는 물랭을 때리려던 찰나,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 부국장, 그쯤 해두시죠. 후후.”
엘리는 고개를 돌리다 코끝을 찡그렸다.
다름아닌 푸셰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유진 휘하에서 보르도로 따라갔다가 보았을 때도 섬찟했는데, 지금은 더욱 그렇다.
아마 그때보다 엘리도 더 많은 사람을 보고, 안목이 넓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눈앞의 푸셰가 사람 하나 죽어나간다고 눈 하나 까딱할 자가 아니란 점을 안다는 면에서.
“흐음, 그럼 적당히 알아서 하시겠습니까. 푸셰 의원님?”
“물론이오. 원래 내 일인데, [쉬르테]에 다 맡길 수야 있나.”
“알겠습니다. 고이에 의원은 어떻게 됐습니까?”
푸셰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그쪽은 이미 처리하고 왔소. 잘 알아듣더군.”
“됐군요, 그럼. 전 먼저 갑니다.”
“살펴 가시오. 투표일에 만납시다.”
쉬르테 부국장, 혹은 실세 엘리가 종종걸음으로 수하들과 함께 떠났다.
반대로 이번에는 푸셰의 사람들이 물랭을 둘러쌌다.
물랭은 불안한 눈으로 푸셰를 노려보았다.
혁명 초기부터 학살자로 이름 높던 푸셰다.
과연 무슨 짓을 저지를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루이 제롬 고이에 의원을, 대체 어떻게 한 거지? 푸셰, 당신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이런, 물랭 장군. 설마 내가 같은 오백인 의회 의원을 어떻게 하기라도 했겠소?”
“지금 내게 한 짓이 있잖나! 감히, 방데의 수훈자이며 오백인 의회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내게 병사들의 폭력이라니!”
그 순간, 푸셰가 물랭의 턱을 틀어쥐며 일렀다.
“닥치지 않으면, 당신 아내가 아까 그 친구들을 만나야 할 거요. 장 프랑수아 오귀스트 물랭.”
물랭이 부들부들 떨 찰나, 푸셰가 차갑게 웃었다.
“이제 내가 고이에 의원에게 뭘 말하고 왔는지 알겠지요?”
“이, 이, 이, 이러고도 네가, 의원이냐? 아니, 혁명가냐?”
“아니면 기요틴을 선사해 드릴까요? 그것도 괜찮겠는데.”
물랭은 입을 쩍 벌렸다.
방데의 학살 현장 중, 일각을 담당했던 게 푸셰다.
유진이 조언한 덕에 저 유명한 리옹 학살극에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엄연히 푸셰도 당시 유명했던 공안위원회 파견의원 중 하나다.
당시 파견의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은 이른바 [공포정치]의 전위대였다.
목적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자들.
푸셰 같은 자가 기요틴을 언급하면 결코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문득 푸셰가 껄껄 웃으며 손을 저었다.
“물론, 신 정부는 기요틴은 좋아하지 않지요. 하지만 군인이니 총살을 가하지 않을까요?”
“푸, 푸, 푸셰! 네놈이, 감히, 날 협박하다니!”
“그게 아니어도 국외추방은 쉽죠.”
일순, 푸셰가 다시 낯을 굳히며 물랭을 노려보았다.
“이 나이에 재산 한 푼 없이, 쫓겨나고 싶습니까, 물랭?”
원역사, 브뤼메르 쿠데타에서 두 사람이 끝까지 반대한다.
하나는 혁명 원훈으로 유명했던 고이에, 다른 하나는 방데 정벌전 장군 출신으로 군부 자코뱅을 대표했던 물랭이다.
원래는 나폴레옹이 둘 다 무력으로 제압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유진은 푸셰를 보내서 사전에 ‘조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온몸을 떨던 물랭이 외쳤다.
“이미 헌법은 통과한 거 아닌가? 난 절대 찬성 성명 같은 건 발표 못 해!”
“그럴 필요 없습니다.”
“대체, 그럼 뭘 원하는 거냐!”
푸셰는 냉혹한 얼굴로 단언했다.
“조용히 해주면 됩니다. 지금처럼. 혹은 당신이 꾸미는 짓을 하지 말고.”
듣지 않는다면, 정말로 총구가 기다릴 거라는 듯한 말투로.
***
물론 지금 파리에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자는 따로 있다.
“보고드립니다, 파트롱. 탈레랑이 시에예스를 설득해, 내일 성명이 발표된다고 합니다.”
유진은 이제 파리로 돌아온 쉬르테의 국장, 로슈자클랭의 보고를 듣다 고개를 끄덕였다.
“시에예스에게는 주미대사직을 준비해둬야겠군.”
“그걸, 파트롱께서 결정하실 수 있는 겁니까?”
“아니,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 관심 없을걸? 차라리 물랭이라면 몰라도.”
그때 이폴리트가 옆에서 지시를 받아적다 되물었다.
“영국이라면 모를까, 미국 대사면 한직 아냐? 유진?”
원역사 현대에는 주미대사가 어느 나라든 외교부 최고 관직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 19세기도 안 된 1799년 현재는 아프리카 대사직이나 별 다를바 없는 신세다.
차라리 아프리카 대륙인 이집트 영사가 더 높이 평가받을 지경이랄까.
그렇지만 유진의 입장에서는 주미대사직은 사실 무척 중요하다.
신대륙 패권을 향후 결정지을 때, 외교전의 핵심 키가 될 테니까.
괜히 시에예스 같은 거물을 꼽은 게 아니다.
“본인에겐 그렇겠지.”
“쓸모가 없어서 보내는 거야? 아니면 위험해서?”
“그보다는 미국이 지금 움직이면 곤란하거든. 시에예스쯤 되면 미국 정계인사들도 다 아는 최고 유명인사니까. 미라보나 라파예트 다음이고.”
그러자 눈을 굴리던 이폴리트가 다시 물었다.
“차라리 라파예트를 주미대사로 보내는 게 낫지 않아?”
유진은 눈을 크게 뜨다 턱을 쓰다듬었다.
생각지 못했던 인선이지만, 의외로 탁월한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
혹시나 신대륙에서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라파예트는 신대륙 전장에서 명성을 쌓은 남자니까.
“그것도 방법이군. 한 번 고민해 보지. 어쨌든, 이제 마지막 작업을 하러 가야겠는걸.”
“뭔데, 푸셰를 불러서 나머지 반대파 다 조지게?”
“내가 로베스피에르인줄 알아? 그게 아니라, 의장을 보러 가야지.”
유진은 보아르네 방크, 집무실에서 일어나며 싱긋 웃었다.
“뤼시앵.”
이제 바야흐로 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마지막 작업이 시작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