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6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66화(267/547)
(266) 마리와 폴린이 승전 리셉션에서 마주치다
다만 그랑 프랑스, 곧 ‘위대한 프랑스’는 그저 구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 위대한 프랑스를 외칩시다! 이제, 우리 프랑스가 유럽의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오오오! 그랑 프랑스!”
“나폴레옹 통령의 시대를 기념합시다! 하하하!”
물론 구호는 행동보다 훨씬 쉽다.
그래서 파리의 사람들은 승리를 기념하며 환호성을 보낸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축하를 보낼 자격이 있는 이들.
퇼르리 궁전, 본래 왕궁이었고 혁명 정부의 집행부가 있었으며 이제는 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장소에 초대될 만한 지위가 있는 이들이다.
새로운 통령 정부 시대를 주도하는 이들이 오늘 모인 이유는 하나다.
승전을 축하하는 신년 파티가 열렸기 때문이다.
초대객 중에는 한 눈에도 돋보이는 미녀도 한 사람 있었다.
환호하는 초대객 사이에서 미녀를 향해 우아한 태도의 중년인이 다가섰다.
“멋집니다, 마담 레카미에. 이제, 파리 최고의 살롱 주인을 이 자리에서 만났군요!”
줄리에 레카미에, 파리 최고의 미녀로 이름난 귀부인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감사드려요, 무슈 탈레랑. 하지만 지나친 과찬이세요. 제 살롱이 어떻게 마담 보나파르트를 따라가겠어요?”
“오히려 보나파르트 부인은 권력자가 되었기 때문에, 살롱을 열 시간도 없지요. 이런 전승 리셉션이라면 모를까.”
“그렇다 해도 스탈 부인이나 탈리앵 부인, 혹은 데물랭 부인의 살롱도 있잖아요? 전 아직 멀었어요.”
아직 파리는 카페나 클럽보다는 살롱의 시대다.
특히 원역사보다 공포정치가 짧았던 탓에 살롱 문화가 파괴될 일도 없었다.
해서, 무수한 귀부인들이 전쟁이 끝나자마자 다시 살롱을 열며 경쟁 중이다.
주로 자코뱅이 모이는 스탈 부인의 살롱, 밀려난 당통파가 자주 모이는 탈리앵 부인의 살롱, 그리고 온건 보나파르트파가 모이는 뤼실의 살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탈레랑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 난 마담을 따를 자가 없는 것 같소만. 여기 오는 분 중 몇 명이나 마담의 손님인지 봅시다. 어디.”
잠시 퇼르리 궁전 1층의 파티홀을 둘러보던 탈레랑이 손을 꼽았다.
“우선 요 근래 최고의 여가수, 주세피나가 왔군. 마담의 살롱에도 오지요?”
“어머나, 주세피나가 퇼르리 궁전을 다 오네요. 물론 저분은 제 남편이 후원자랍니다. 애석하게도 잠자리는 못하는 것 같지만.”
“후후, 그건 부인과도 마찬가지 아니오?”
슬쩍 비꼬는 말에 줄리에가 난처한 미소를 짓자, 탈레랑이 다시 웃으며 다른 곳을 가리켰다.
“이 시대의 새로운 실세들, 장군들도 보이는군요. 저들 중에선 몇 명이나 출입하는지?”
“마세나와 란, 오주로 장군은 제가 참 좋아하는 분들이죠. 참, 요새 란 장군이 표정이 안 좋던데, 혹시 무슨 일이신지 아시나요?”
“아, 그거라면. 젊은 청년 장군이 기분이 나쁠 때는 두 가지 중 하나겠지요. 전쟁에서 졌거나, 아니면 아내가 바람을 피우거나.”
사교계의 마당발 탈레랑이 암시한 ‘가십’에 줄리에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세상에, 설마 진짜 아내가 부정을 저질러요?”
“뭘 그렇게 놀라시오? 파리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 물론 란 장군의 부인은 지금 파리에 있지 않지만.”
“어디에 있나요?”
탈레랑은 잔뜩 찌푸린 채 오주로와 얘기 중인 란을 보며 낮게 일렀다.
“란 장군의 부인 폴레트라면 가스코뉴에 있는 장군의 고향, 렉투르란 도시에 있지요. 애를 낳았답니다. 장군이 이탈리아에 갔던 사이에.”
그 아이는 과연 란의 아이일까?
현재 귀국하자마자 란이 부딪쳐 있는 문제다.
어쩐지 희극적이라 생각하며 줄리에가 입술을 빨 찰나, 탈레랑이 돌아섰다.
“하지만 무엇보다 살롱을 빛내는 사람은 따로 있지요.”
“장관님 같은 고위 정치인인가요?”
“하하하! 천만에요. 나 같은 중늙은이보다는 오히려 미모의 귀부인들이 와야 살롱이 성공하지요.”
자신의 등 뒤를 엄지로 가리키며 탈레랑이 빙그레 웃었다.
“이 리셉션이라면, 저분들이라 할 수 있겠군요. 저분들도 자주 드나드시지요? 후후.”
순간, 1800년 현재 파리 최고의 살롱 주인인 줄리에 레카미에는 깜짝 놀랐다.
어떤 [살롱니에르]라도, 곧 살롱의 여주인이라면 지켜야할 불문율이 있다.
서로 앙숙인 여자들이나 남자들을 한꺼번에 초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리셉션에는 만나선 안 될 두 사람이 보인다.
“맙소사, 이번 리셉션은 마담 보나파르트가 주관하는 거 아니었나요? 어째서 둘을 다 부른 거죠? 직접 물어봐야겠네요?”
“글쎄, 내가 짐작하기엔 아마 마리 공주에게만 보내지 않았겠소?”
“그렇다면 어째서 폴린 보나파르트가 와 있는 거죠?”
보나파르트 통령의 동생, 폴린.
부르봉 구왕실의 유일한 법적 상속인 마리 테레즈.
두 사람이 지금 퇼르리 궁전 1층 홀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다.
리셉션의 주관자, 조세핀이 어떤 애송이도 저지르지 않을 짓을 일으켜 버린 셈이다.
“그야, 마담 레티치아 보나파르트가 왔기 때문이 아니겠소?”
탈레랑의 여유로운 말에 줄리에가 시선을 돌리다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저분은 마담 보나파르트가 막을 수가 없죠.”
바로 나폴레옹의 모친, 레티치아가 저지른 짓이다.
***
물론 레티치아는 악의를 품고 이런 위험한 일을 벌인 게 아니다.
“폴린, 똑바로 걸어. 남자들에게 추파 던지지 말고!”
레티치아가 검소한 드레스를 입은 채, 꼿꼿이 등을 세우고 걸으며 잔소리를 던졌다.
손에 걸려 있는 반지는 옛날 유진이 뇌물로 선물한 다이아몬드제다.
그동안 아들이 프랑스 최고 권력자가 되었건만, 레티치아의 장신구는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
반면에 온몸을 휘황한 보석으로 휘감은 소녀, 폴린은 시큰둥하게 레티치아에게 대꾸했다.
“대체 왜 부르신 거예요? 집에만 가둬 놓으시더니.”
“네가, 조카랑 놀아나다, 임신했다는 참혹한 소문이 돌아서다. 폴린! 최소한 그게 아니란 건 모두에게 보여야지!”
“아무 짓도 안 했다니까요. 그게 정말 아쉽네요, 칫.”
그 순간, 폴린의 턱을 붙잡으며 레티치아가 이를 갈았다.
“그래야지. 아니면, 난 당장 널 코르시카 앞바다에 처박아 버렸을 테니까!”
폴린은 그 서슬에 입을 다물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레티치아가 딸을 바다에 처박진 않겠지만, 방에 처박을 수는 있다.
적당한 혼처가 나타날 때까지 처녀를 집에 가두는 일은 귀족들에게는 흔하다.
보나파르트, 혹은 코르시카의 부오나파르테 가문 같은 하급 귀족 출신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때 레티치아 앞에 통통한 중년 남자가 인사를 하며 걸어왔다.
“오, 마담. 이런 리셉션에서 만나게 되는군요. 영광입니다.”
“호호호, 무슈 레카미에. 저야말로 무슈를 뵈어 영광이죠. 제가 거래하는 ‘은행가’ 중에 가장 뛰어난 성과를 항상 내주시는 걸요.”
“이런, 더욱 분발해야겠군요. 마담. 한데, 마드모아젤 엘리자나 카롤린이 보이지 않는군요?”
바로 자크 레카미에, 곧 줄리에의 명목상 남편이다.
허나 두 사람은 아직까지 침대를 같이 써본 적이 없다.
사실 레티치아가 자크 레카미에를 보고 반가워한 것도 주거래 은행가라서가 아니다.
레카미에야말로 파리 최고의 괴담형 스캔들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과 결혼했다는 기묘한 소문.
굳이 말하자면 스캔들 메이커와 놀면 이쪽의 스캔들이 덮이는 이치랄까.
레티치아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그 아이들은 요새 너무 논 것 같아서요. 이제 그 아이들도 학업을 잘 마쳐야죠? 이 말썽꾸러기는 멀쩡한 학교도 때려치우고 나왔지만.”
“엄마도 참, 나 이래뵈도 대령이에요. 아직 전역하지 않았다구요. 무려, 교황 성하께서 인정해주신 지위거든요?”
“그래, 교황 성하께서 참으로 망령이 나신 게지. 그런 자리를 인정해 주다니.”
낯을 찡그리는 레티치아를 보다 레카미에가 미소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담. 루머 따위는 곧 사라질 겁니다.”
“말씀만이라도 고맙네요. 이 말썽쟁이가 얌전히 수녀원 학교에나 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정말로 그럴 겁니다. 왜냐면.”
문득 레카미에가 레티치아의 등 뒤를 보며 일렀다.
“더욱 큰 스캔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슬쩍 시선을 돌린 레티치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구왕실 공주,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레카미에가 말한 스캔들도 아마 마리와 관련된 사안일 것이다.
예를 들면 유진과 마리가 비밀약혼식을 올렸다는 소문이라든가.
그렇지만 오히려 이런 자리에서 만난다면, 또 다른 스캔들이 터지지는 않을까?
허나 레티치아에게는 오래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마리가 레티치아 앞에서 무릎을 가볍게 굽히며 인사를 올렸기 때문이다.
“마담 레티치아, 안녕하세요.”
레티치아는 애써 예의 바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답례했다.
“호호호. 마드모아젤 마리. 여긴 웬일인가요?”
“그야 저도 통령 부인께서 초대해 주셨거든요.”
“그렇군요. 조세핀은 어디 있나 모르겠네요.”
조세핀을 보면 불호령을 떨어뜨릴 생각으로 레티치아가 눈에 불을 켤 찰나다.
“마드모아젤 폴린. 안녕하시죠?”
마리가 폴린에게 다가섰다.
소란스럽던 리셉션 자리가 일순, 조용해졌다.
모든 이들이 이곳을 주목한다.
아직 오리엔트 원정군이 회군하기 전, 파리를 들끓게 만들던 스캔들이 있다.
나폴레옹의 양자, 유진을 둘러싼 여자들.
사람들이 흥미롭게 주시하는 가운데, 밀항자 폴린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당신을 보니,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는걸요, 마리?”
“어째서 그렇죠? 제가 당신에게 피해를 끼친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존재 자체로, 이 혁명 프랑스에 어울리지 않잖아요? 구왕실의 왕녀 따위.”
그야말로 폭언에 가까운 말에 레티치아가 가장 놀라 버렸다.
“얘가, 대체 무슨 소리를! 실례했습니다. 마드모아젤. 제가 단단히 교육을······.”
그때다.
-또각, 또각, 또각!
숨죽인 리셉션의 참석자들 사이로 한 여자가 들어섰다.
그 누구보다도 사람의 시선을 끄는 미녀다.
한때 파리 최고의 살롱 주인이었던 리셉션의 개최자, 조세핀이 웃으며 일렀다.
“어머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자리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본래는 조세핀에게 호통이라도 치려던 레티치아는 미간을 찡그렸다.
딸이 용납하기 어려운 폭언을 한 탓에, 누굴 야단칠 입장이 못 된다.
한참 조세핀을 노려보던 레티치아가 물었다.
“그래. 나폴레옹은 어디에 있니?”
“오늘은 늦어요. 일이 바쁘대요. 대신, 유진을 보낸다고 하더군요.”
“유진이 온다고? 그 녀석, 인사 한 번 오지를 않아!”
다시, 레티치아가 화를 내려는 찰나, 탈레랑이 멀리서 소리쳤다.
“오, 저기 젊은 보나파르트 장군이 오셨군. 자, 다들 박수를 칩시다!”
그 순간 다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짝짝짝!
-와아아!
-휘유우!
마리와 폴린이 황급히 고개를 돌릴 순간, 유진의 수석부관 이폴리트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오리엔트의 정복자, 유진 보나파르트 장군이 오셨습니다!”
그야말로 불구덩이 속으로 유진이 온 것이다.
***
물론 유진은 불구덩이에 그대로 있을 생각으로 온 것은 아니다.
“자네, 왜 왔나?”
슬쩍 따라붙는 자크 레카미에를 향해, 유진이 아주 낮게 대꾸했다.
“부인에게 마리와 폴린은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전해주세요.”
“줄리에가 무슨 암살자인 걸로 착각하는 거 아닌가? 자네만 안 오면 아주 간단한데.”
“통령께서 오시지 못한다니, 저라도 와야죠. 그보다 주세피나는 어머니와 마주치지 않게 처리해 주시고.”
저 멀리 눈인사를 보내는 주세피나를 향해 마주 눈인사를 보내며, 유진은 빠르게 일렀다.
“리셉션 끝나기 전에, 저 좀 봅시다. 콜로도 올 겁니다.”
마리와 폴린이 다가서려는 상황이다.
아마도 유진은 재빨리 다른 쪽으로 이동해서 피할 모양이다.
난처한 얼굴로 부인을 손짓해 부르며, 레카미에가 입맛을 다셨다.
“뭔가. 오늘 꼭 논의할 게 있나? 설마 혼사는 아니겠지?”
“무슨 헛소리예요? 그건 내가 어머니나 아버지와 논의할 일이죠.”
“아니, 원래 결혼이란 건 돈이 많이 들어. 자네 요새 현금이 빠듯하다던데, 우리 은행에서 빌리려나 했지.”
유진은 피식 웃다 입가를 틀었다.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죠. 위대한 프랑스를 위해서.”
마리와 폴린의 스캔들, 분명 파리지앵들의 가장 중대한 관심사일 것이다.
레티치아와 조세핀, 둘 다 유진에게 단단히 잔소리를 하고 싶어 난리일 게 뻔하다.
그렇지만 유진의 머리를 사로잡는 일은 따로 있다.
위대한 프랑스를 만드는 계획이다.
나폴레옹과 마찬가지로.
빤히 유진을 보다, 레카미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간만에 아주 리스키한 사업을 해야 하나 보군. 반드시 시간을 내지.”
그러자면, 아무래도 오늘 [스캔들]을 막는 역할은 레카미에의 몫인 모양이다.
레카미에가 리셉션 홀의 중심으로 향했다.
당대 최고의 미녀인 부인 겸 딸, 줄리에 레카미에와 함께.
“자, 이번 원정의 주역들에게 무훈담이나 들어봅시다. 란 장군! 오스트리아군은 어땠소?”
지극히 뜨거운 파리의 1월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