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7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70화(271/547)
(270) 동인도회사가 전쟁을 종결하다
여기, 3년 만에 귀국한 은행가가 있다.
“어째, 감옥에 있을 때보다 여기가 날씨는 더 나쁜 거 같군. 쯧.”
런던의 유명한 흐린 하늘을 보다, 프랜시스 베어링은 혀를 찼다.
마중 나온 이들은 대부분 베어링스 뱅크의 직원들.
동업자인 형은 보이지 않는다.
고향, 데본셔의 본거지에서 하원의원 노릇을 하는 데 더 바쁜 탓일 것이다.
그때 베어링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데려온 동승인, 자크 레카미에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으시오? 미스터 베어링?”
“설마. 한데, 무슈 레카미에. 심기가 불편해 보입니다? 내가 풀려나는 게 그렇게 싫소?”
“그게 아니라, 장 프레데릭 페레고와 클로드 페리에가 기어들어 왔잖소. 방크 드 프랑스에! 차라리 저기 보이는 꼬마가 훨씬 나을 판이군!”
저 멀리 런던 항 저편에서, 23세 유대인 청년이 뛰어오다 펄쩍펄쩍 뛴다.
“미스터 베어링! 여깁니다! 나탄, 아니 네이선입니다!”
바로 네이선 메이어 로스차일드.
10년만 지나도, 이렇게 홀로 움직일 리 없을 역사적 거물이다.
그래봤자 지금은 그저 런던에 막 진입하려 애쓰는 풋내기 사업가일 뿐이지만.
베어링은 유쾌하게 웃으며 네이선을 껴안고 외쳤다.
“다시 보는군, 네이선. 자네가 프라이슈츠에게 날 추천해준 덕분에 겨우 풀려났어!”
“이제부터가 진짜입니다. 수상을 실각시키지 못하면, 제가 투자한 자금도 모두 빼앗길 판이에요.”
“하하하! 자네는 부친이 있잖나. 마이어 로스차일드가 다시 송금해줄 거야. 망하는 건 나지!”
반쯤 농담삼아 떠드는 베어링을 향해, 레카미에가 일침을 놓았다.
“나도 막대한 자본을 프랑스 은행에 투자했소, 미스터 베어링. 장난처럼 넘길 일이 아니오.”
그러니까 레카미에는 신분 보증인이자, 호송인인 동시에, 감시자다.
이곳 영국까지 오는 것도 레카미에의 몫이지만, 베어링이 [임무]를 완수할지 지켜보는 것도 레카미에의 책무다.
아무리 베어링이 호언장담했어도 일국의 수상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의회가 실권을 지닌 영국에서 수상은 국가의 사실상 일인자다.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그런데 베어링이 껄껄 웃으며 호언장담했다.
“걱정하실 거 없소, 무슈 레카미에. 이제 런던에 온 이상, 날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어떻게 할 거요?”
“우선 동인도회사를 구워삶을 거요.”
결국 베어링이 아무리 대단한 은행가라도, 따지고 보면 민간의 부자일 뿐이다.
이제 19세기가 다가오는 시대지만, 유럽은 여전히 신분제 사회다.
당장 귀족조차 아닌 베어링에게는 한계가 있다.
허나 동인도회사라면 얘기가 다르다.
신대륙의 영토를 잃고, 인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영국이다.
동인도회사의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충분히 수상을 흔들 수 있다.
지금처럼 프랑스가 대륙에서 연일 승리를 거듭하는 때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동인도회사는 전쟁을 계속하는 게 이익 아니오?”
“어디가? 프랑스와 싸울수록 이익인 쪽은 대서양 무역업자들이지. 주로 노예무역 관계자들이오. 동인도회사는 손해만 난다오. 이집트를 생각해 보시오.”
“아차, 이집트가 프랑스 손에 들어왔지. 설마, 그게 동인도회사에도 타격이오?”
레카미에가 눈을 크게 뜨자, 베어링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간접적인 영향이긴 하지만, 분명 타격이 있지. 동인도회사의 무역은 겉보기에는 인도양을 떠도는 배가 전부요. 하지만 알고 보면 교역량의 20프로는 지중해로 오고 있지요.”
이것이 바로 영국 무역업자들의 비밀 중 하나다.
희망봉 항로가 생겨난 이후, 지중해 무역이 끊겼다는 것은 후세의 착각이다.
아프리카는 유럽의 10배가 넘는 거대한 대륙이고, 이 대륙을 원형으로 회전하는 항로는 멀고 비효율적이다.
그렇기에 포르투갈도, 네덜란드도, 그리고 프랑스도 모두 지중해로 들어오는 물품을 함께 취급해 왔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집트가 프랑스의 수중에 들어갔다.
동인도 무역에 종사하는 무역업자들에게 비상 사태가 터진 셈이다.
레카미에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갸웃거렸다.
“잠깐, 이집트를 해군으로 공략하는 방법도 있지 않소?”
“오스만 제국을 친프랑스파가 장악한 상황에서? 결코 쉽지 않소. 아무리 영국 해군이 무적이라도, 육지 기항지가 없으면, 오래 작전하는 건 힘들지요.”
“그렇다면 평화협상 조건 중 하나는······.”
베어링이 여전히 유쾌한 얼굴로 레카미에의 어깨를 치며 일렀다.
“맞소. 이집트 무역 자유화가 될 거요. 뭐, 그건 우리 금융신동도 감수해야지. 하하핫!”
물론 유진과 사전 조율한 협상안이다.
또한 어차피 유진의 입장에서도 수에즈 운하가 뚫리면, 오히려 영국도 참여시키는 게 사적으로는 이익이다.
영국 무역선이 통과할 때마다 내는 통행료가 고스란히, 수에즈 운하회사 대주주인 유진에게 배당으로 떨어질 테니까.
가볍게 영국식 코트를 걸친 베어링이 휘파람을 불며, 걸음을 옮겼다.
“자, 그럼. 노인들을 구워삶으러 가볼까?”
이제, 런던 시내 동인도회사로 갈 차례다.
***
오늘도 동인도회사의 본사, 꼭대기 방에는 이사회가 모였다.
“얼굴이 오히려 좋아진 것 같군, 베어링 이사.”
그렇잖아도 런던은 일조량이 부족하다.
동인도회사의 방은 창문도 작아 더욱 어두컴컴하다.
얼마 전까지 감옥인데도 무척 밝던 탕플 수도원을 기억해보다, 베어링은 피식 웃었다.
생각해보니 프랑스 국적을 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체어맨 덕분입니다. 감옥에 있었음에도, 우리 형제들의 은행이 망하지 않은 건, 많은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최소한 도둑들이 가져가지 않게 잘 지켜두긴 했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은혜를 입었습니다. 하핫.”
체어맨, 스티븐 루싱턴이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그럼, 묻지. 프랑스의 첩자가 되어 돌아온 건가?”
동인도회사의 이사회 의장을 벌써 10년 가까이 지내고 있는 자다.
직접 운영하는 사업체는 오히려 베어링보다 작다.
그러나 동인도회사의 이사회를 지배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국 재계인사들은 루싱턴을 이렇게 부른다.
황금의 왕이라고.
바로 지금 루싱턴이 앉아있는 자리가 모든 영국 상인들이 노리는 곳이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충성스런 국왕 폐하의 신하입니다.”
“말은 참 잘하는군.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다. 프랑스인들이 사업을 하려면 국적을 얻어야 한다고 강요하더군요. 곧, 국왕 폐하께도 허가를 받아야 할 텐데, 잘 말해주십시오. 체어맨.”
가만히 베어링을 응시하다, 루싱턴이 안경 뒤로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피트 수상은 거부할 걸세. 베어링.”
면포상 제이콥 보산케, 은행가 조셉 코튼, 노예상 윌리엄 데베인즈도 베어링을 쏘아본다.
결국 동인도회사의 같은 이사이자 주주들이라 해도, 사업가로서는 모두 경쟁자다.
루싱턴의 자리를 노린다는 점에서, 베어링을 견제하는 이들은 많다.
게다가 프랑스에서 음모를 꾸미다 실패까지 하지 않았던가?
만약에 베어링이 성공했다면, 프랑스는 무너졌을 것이다.
나아가 영국이 이렇게 어려운 형국에 처했을 리도 없다.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피트를 실각시키고 평화협상을 하자고 하니, 고깝기 그지없을 터다.
베어링은 여전히 사람좋게 웃으며 눈을 찡긋거렸다.
“프랑스에서 약속을 하나 받아오긴 했습니다.”
“무슨 약속이지?”
“영국 무역선이 카이로로 들어가도 된다는 허락입니다.”
순간 술렁이는 이사들을 향해 베어링이 덧붙였다.
“물론, 이 약속이 문서화 되려면 서명자가 바뀌어야겠지요.”
동인도회사 이사들이 서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카이로, 곧 인도로 가는 육로 길목.
대서양의 관문인 멘체스터가 노예무역에 사활을 걸었다면, 런던은 유럽 대륙과 동인도 무역이 핵심이다.
특히 동인도회사의 이사들쯤 되면, 이집트 루트에도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었다.
본래 노예무역이 본업인 데베인즈조차도.
그간 유진의 이집트 원정 이후, 영국의 이집트 거래는 끊긴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곳에 영국 상인들이 다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모두가 혹할 수밖에 없다.
루싱턴 의장이 빤히 베어링을 보다 고개를 기울였다.
“조건을 추가해야겠어.”
“어떤 조건을 가져갈까요? 가능하면, 제 선에서 된다고 말씀드릴 조건이면 좋겠군요.”
“신대륙 교역권을 원하네. 바로 ‘뉴 프랑스’ 땅에 말이야.”
프랑스어로는 누벨 프랑스가 될 것이다.
요컨대 플로리다로 통하는 교역권을 내놓으란 얘기다.
이 시대는 문자 그대로 보호주의 무역의 시대.
일국이 차지한 식민지에는 타국 상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이집트 교역을 허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허나 플로리다까지 영국이 뚫고 들어가는 일을 프랑스가 허락할까?
그 순간 베어링이 낯을 굳히다 빙그레 웃었다.
“다행히 이미 재량을 받아온 범위 내로군요.”
“보나파르트에게서 말인가?”
“맞습니다. 다만 두 가지 반대 조건을 덧붙여서 협상할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베어링은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첫째, 바타비아 공화국의 식민지 전면 반환. 특히 [실론]섬은 반드시 반환해야 합니다.”
원역사 현대의 지명으로 따지면 스리랑카, 곧 인도 남쪽에 있는 거대한 섬이다.
일견,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곳은 원래는 네덜란드 식민지다.
정확하게 말하면 해안 일대가 네덜란드의 영토다.
내륙에는 칸디아 왕국이라 불리는 상할라 족의 토착 왕국이 존재한다.
이 상태는 17세기부터 무려 140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그런데 3년 전, 1796년에 영국이 이 섬을 점령했다.
네덜란드에 바타비아 혁명이 일어나고, 왕실이 런던으로 도주한 직후의 일이었다.
대프랑스 전쟁을 빌미로 영국이 실론 섬, 정확히는 해안지대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바로 이 해안 영토를 네덜란드의 후신, 바타비아에 돌려주라는 요구다.
동인도회사 이사들이 서로 쳐다보며 속삭였다.
“거긴 좀 아까운데요.”
“게다가 사실상 프랑스에 주는 꼴 아닙니까? 흐음.”
“어차피 [동인도제도]는 우리가 받아도 통제하기 어려우니, 돌려줄 수 있죠. 하지만 실론섬은 좀.”
보산케, 코튼, 데베인즈의 대화를 듣다 루싱턴이 손을 내저었다.
“두 번째 조건을 들어보지.”
베어링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프랑스인들의 이민사업에 영국 동인도회사가 전면 참여해주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조건에 루싱턴도 놀랐다.
“그건 전쟁이 끝나면, 프랑스가 하면 되는 일 아닌가?”
“현재 프랑스의 함대나 교역선 규모로는 감당이 안 되는 사업이라서 그렇다더군요.”
“대체 몇 명이나 생각하고 있길래?”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베어링의 입에서 나온 숫자였다.
“1백만입니다.”
일단 프랑스가 신대륙에 이민자를 대거 보낸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또한 그 이민 사업이 당연히 공짜가 아닐 텐데, 동인도회사에 맡긴다는 것도 충격적인 얘기다.
허나 하나씩 뜯어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우선 대서양은 사실상 영국의 놀이터나 마찬가지다.
신대륙에 식민지라고는 자메이카 섬을 비롯한 서인도제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워낙 해군이 막강해 미국이나 에스파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정도다.
한데 프랑스는 플로리다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민자를 반드시 보내야만 한다.
영국 함대가 가득한 대서양을 어떻게 무사히 통과시킬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한 해법이 있다.
영국의 교역선을 이용하면 된다.
여기에 동인도회사를 이용하면 다른 효과도 발생한다.
대서양 교역을 주로 담당하는 멘체스터 상인들이 불만을 품게 된다는 점이다.
영국 내 상인들의 지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달까.
이 모든 것을 간파했음에도, 루싱턴은 베어링을 쫓아낼 수 없었다.
백만의 운송 계약이라니, 그 어떤 상인이라도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결국, 루싱턴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어느 보나파르트인지는 모르겠네만, 미친 자가 확실하군. 좋아. 그 정도 사업권이라면 수락할 만하지!”
베어링이 동인도회사를 움직이는 데 성공한 순간이었다.
혹은, 유진의 달콤한 독사과 같은 제안이.
***
오늘, 버킹엄 궁전은 매우 시끄럽다.
-쿵!
전에 없이 흥분한 얼굴로 씩씩대며, 수상 피트가 왕궁 복도를 걸었다.
방금 전에 걷어찬 기둥 아래로 조각상 하나가 떨어져 깨진 게 보인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짓을 저질렀다면 왕실 근위병에게 끌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피트의 앞을 가로막는 자는 근위병이 아니라, 얄쌍하게 생긴 중년 남자였다.
“이런, 수상 각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아 보이는구료.”
순간, 피트가 남자에게 바싹 다가가며 물었다.
“당신이오, 체어맨?”
“무슨 말씀을? 난 그저 일개 의원일 뿐이오만.”
“얼마나 받고 국왕 폐하께 감언이설을 넣은 거요? 프랑스와 전쟁 중인 이 중차대한 시점에!”
루싱턴은 빤히 피트를 보다 대꾸했다.
“그 전쟁이 문제요. 미스터 피트.”
피트가 이를 악물 찰나, 루싱턴이 가볍게 일렀다.
“누구도 전쟁이 계속되는 걸 원하지 않소.”
“전쟁을 그만두면, 프랑스가 유럽을 장악하게 되오!”
“바다는 여전히 우리 손에 있소, 피트.”
문득 손을 폈다가 감아쥐어 보이며 루싱턴은 입가를 비틀었다.
“굳이 더 싸우지 않아도 말이오.”
그곳에 왕실 복도의 기물 중 하나, [지구본]이 보인다.
하지만 루싱턴이 잊고 있는 게 있다.
피트는 이를 악물었다.
애석하게도 영국은 프랑스에 매우 가깝다는 거다.
“프랑스가 런던을 공격하는 날이 올 거요! 바로, 당신 때문에!”
스티븐 루싱턴은 싱긋 웃다, 몸을 돌렸다.
“글쎄, 그때가 내 생전에 오기나 할지? 후후.”
서기 1800년 3월.
영국 수상 피트가 사임을 발표했다.
조지 3세의 뜻을 받든다는 이유로.
그러나 버킹엄 궁전과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의 모두가 깨달았다.
이제, 프랑스와 전쟁이 끝날 순간이 왔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