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7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71화(272/547)
(271) 영국의 늙은 왕은 평화를 원한다
서기 1800년, 영국은 입헌군주제 국가다.
“폐하께서 불신임을 하셨다 해도, 아직 의회가 결의한 건 아니잖소!”
웨스터민스터 궁전 인근,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
수상 관저에서 피트의 사촌이자 외무상, 그랜빌이 부르짖고 있었다.
내각의 다른 장관들도 마찬가지로 흥분한 상태다.
“그렇습니다. 차라리 하원에서 결정합시다!”
“이 기회에 진정한 국가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줍시다. 국왕이 아니라, 우리 내각이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소!”
“아니, 그건 너무 나갔고. 국왕 폐하께서 잘 판단하시도록 한 번 말씀을 다시 드려보는 게.”
수상비서 윈덤, 전쟁상 던다스, 여기에 내무상 포틀랜드 공작이 떠드는 가운데, 피트가 입을 열었다.
“폐하의 의지는 확고하오. 여러분.”
내각 장관들은 침중한 얼굴이 되었다.
애초에 피트가 20대의 나이로 수상이 되었던 것 자체가 국왕의 신임 때문이다.
하원의 반대파가 날뛸 때도, 조지 3세가 버텨 주었기에 피트는 전권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만큼 유능한 수상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의회의 지지가 강고하다고 하긴 어렵다.
피트는 다우닝가 수상 관저의 회의실에서 모든 장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내각의 마지막 회의를 주재하지. 현재 전황은 어떻소? 해군상?”
“······카리브해에서는 여전히 우세합니다. 다만 프랑스의 새로운 신임 제독, 트레빌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지금 서인도제도에 파견된 친구가, 커스버트 콜링우드였던가?”
해군상 조지 스펜서 백작이 기억을 더듬다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본래 넬슨 제독의 부관이었던 친구지요. 상당히 뛰어납니다. 넬슨 정도는 아니지만.”
“난 시드니 스미스를 보냈으면 좋겠는데. 그 친구가 어려운 전장에서 돌파력이 좋아.”
“마지막 명령서로 쓰시겠습니까?”
본래 원역사에서 콜링우드는 넬슨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함장이 된다.
허나 지금은 넬슨이 알렉산드리아 해전에서 비명에 간 터다.
하여 넬슨이나 현재 에스파냐를 공략 중인 보울 대신 카리브해에 투입된 상태였다.
비록 뛰어난 제독이긴 하지만, 너무 정석적인 공략을 고집하는 버릇이 있다.
시드니를 떠올리며 아쉬워하던 피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국왕 폐하는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으시네. 끝낼 전장에 유능한 제독을 보낼 수는 없겠지.”
그 순간, 말석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건, 아닙니다. 여기서 전쟁을 멈추면, 프랑스의 기세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이미 오스트리아가 해체되는 걸 보지 않았습니까?”
헨리 애딩턴, 하원의장이다.
피트의 사촌인 그랜빌 이상으로 피트와 친밀한 사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애딩턴의 부친이 피트 가문의 주치의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애딩턴을 따뜻한 눈으로 보다, 피트가 일렀다.
“알고 있네. 애딩턴, 자네가 내 후임을 맡아서 처리해 주게.”
“예?”
“평화협상은 막을 수 없어. 그렇다면, 최소한 프랑스의 위험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처리하는 게 옳겠지. 물론 우리 내각 인사들이라면 모두가 알긴 하지만.”
한 명씩 돌아보던 피트가 고개를 저었다.
“차기 내각은 소수파 정국으로 의회를 운영해야 할 거야. 그러자면 하원의장인 애딩턴이 가장 적임자일 수밖에 없지.”
잠시, 긴장했던 장관들이 낯을 찌푸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떤 정치인에게도 수상은 달콤한 유혹이다.
최고 권좌는 아무리 힘들어도 탐내는 게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현재 피트 정권에는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다.
의회 과반을 피트파가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란 거다.
그렇기에 의원들에게 두루 민심을 모으고 있는 하원의장, 애당턴은 적정 인선이었다.
당연히 애딩턴은 당황해 되물었다.
“제, 제가 수상이라구요?”
“그래. 내 추천일세.”
“하, 하지만, 다른 분들도. 외무장관님이나 해군장관님도 있고. 또, 국왕 폐하의 의중도.”
피트는 애딩턴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들었다.
“차기 수상은 결코 좋은 자리가 아닐 거야. 아주 어려운 시기가 될 걸세. 그걸 버텨달라는 거라네. 내가 돌아올 때까지.”
한 마디로 징검다리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다.
보통은 모욕적일 수도 있는 제안이다.
그렇지만 피트보다 두살 위인 친구, 애딩턴은 멍하니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피트 수상 각하. 돌아오실 때까지,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이로써 사임하는 피트의 후계가 정해졌다.
***
버킹엄 궁전, 국왕의 사적 공간에서 기침을 토하는 노인이 있다.
“쿨럭, 쿨럭! 후우, 이런 빌어먹을 감기 같으니. 떨어지질 않는군.”
조지 3세, 나이는 62세로 벌써 40년째 국왕으로 재임 중인 군주다.
7년 전쟁을 이겼고, 미국은 독립했으며, 프랑스 혁명을 맞이했다.
후일 원역사에서는 악명높은 노예무역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한다.
허나 이 모든 역사적 공과에도 불구하고 조지 왕은 엉뚱한 이름으로 역사에 남았다.
광인왕.
포르피린증이라는 효소 부족 정신이상을 보이는 증세다.
이 시대에는 병명조차 알 수 없어, 그저 광인증이라고만 불린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증세가 조금 나아져,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
“조심하셔야죠, 폐하. 언제 또 쓰러지실지 걱정입니다.”
“후후, 정신이 멀쩡한 게 다행 아니겠소? 내가 조금만 정신을 잃으면 왕세자와 폭스가 섭정 운운하며 난리법석을 피울 텐데.”
“피트를 이렇게 물러나게 해도 괜찮을까요? 지금껏, 폐하의 안위를 돌본 사람입니다.”
왕비 샤를로트, 영어로는 샬롯이 묻자 조지 왕이 씁쓸히 웃었다.
“나도 모르는 게 아니오. 의회에서 왕실에 충성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 그 부친인 늙은 윌리엄도 그랬고, 지금의 젊은 윌리엄도 모두 충성스럽소.”
당대 영국 왕실의 이름은 이른바 하노버 왕조다.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와 겨뤘던 하인리히 사자공이 선조로, 신성로마제국의 천년 명문가.
그렇지만 16세기까지만 해도 그저 제국 북부의 제후일 뿐이었다.
그러다 스튜어트 가문의 승계권자가 끊기면서, 혼맥을 통해 잉글랜드의 왕이 된지 3대째다.
조부와 부친은 영어를 못한 데다, 하노버에서 군주 노릇을 하는데 바빠 영국은 수상에 맡겼다.
하지만 조지 3세는 잉글랜드 태생인데다, 통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광인증과 미국 독립으로 왕권 기반은 무척 약해진 형국이었다.
이 상황을 해결해준 장본인이 20년 전, 20대였던 윌리엄 피트다.
폭스를 비롯해 조지 3세를 무너뜨리려던 무엄한 의원들을 모두 제압했고, 미국 독립 전쟁 패배의 뒷수습을 해냈으며, 인도에서 신대륙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아일랜드 문제로 결국, 사임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물러나게 하셨나요? 자칫 폭스 같은 프랑스 동조자가 수상으로 또 나서면 어쩌시려구요?”
“피트는 철저하오. 그건 알아서 막을 거요. 문제는 따로 있소.”
“아일랜드 말씀이신가요?”
문득 조지 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노버가 문제요. 이번에 전쟁을 계속한다면, 하노버 영지는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될 거요. 내 조상에게 물려받고, 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가문의 영토를 말이오.”
결국 아일랜드도, 동인도 회사의 로비도 모두 핑계다.
이른바 대영제국, 그레이트 브리튼 킹덤이 직면한 진정한 문제는 결국 프랑스다.
프랑스가 유럽 대륙의 패권에 거의 다가섰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럼 왜 섬나라인 영국에서 유럽 대륙의 패권이 문제일까?
대륙에 왕가의 직할령, 하노버 선제후령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잉글랜드에 비하면 작은 땅이잖아요. 바다 저편에 있는 영토만 해도······.”
“전략적으로도 문제요. 하노버 영지가 없으면 유럽에 개입할 근거지가 없어지지. 그럼, 결국 우리는 프랑스에 밀려날 수밖에 없소.”
“그렇다고 해도 피트는 너무 아까워요.”
새삼 아쉬워하는 샬롯 왕비를 보다 조지 왕이 고개를 저었다.
“피트는 전쟁을 멈추지 않을 거요. 그러면, 우리 혼자서 사실상 싸우게 될 테지. 오스트리아가 해체됐고, 프로이센은 진군을 멈췄소. 러시아가 눈치를 보고 있으니, 결국 우리 하나뿐이오.”
계속 싸웠을 때, 영국이 이길 수 있을까?
피트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나폴레옹에게 도전한 것이다.
하지만 조지 왕은 늙고 병들고 지쳤다.
고집을 부려 싸우다 결국 실패로 돌아간 신대륙 독립전쟁의 악몽을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광인증 하나 없이 멀쩡했던 국왕이 처음으로 맛본 실패였다.
7년의 사투에서 승리해 세계 바다의 패권을 영국이 쥐었던 그 순간에 말이다.
고개를 도리질치며 떨리는 손을 꽉 감아쥔 채, 조지 3세가 중얼거렸다.
“아직, 우리가 바다에서 우세할 때 멈춰야 하오.”
“그럼, 피트에게 작위라도 주세요.”
“글쎄, 그 형인 채텀 백작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둘 다 서로 사이도 나쁠 텐데.”
문득 쓴웃음을 머금다, 조지 3세가 일렀다.
“생각해 보리다. 하여간, 피트도 쉬는 게 좋소. 우리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도.”
샬롯 왕비는 한숨을 쉬다, 살짝 일어났다.
“휴, 일단 오늘 티타임이나 준비해야겠네요. 홍차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커피?”
이상하게 답이 없다.
샬롯은 움직임을 멈췄다.
불길하기 그지 없는 기분이 업습해온다.
“조지?”
고개를 돌렸을 때, 조지는 어느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샬롯? 왜 이렇게 늙었소? 분명 새색시였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맙소사, 조지! 정신 차려요!”
“아니, 내가 왜 이렇게 늙었지? 시종! 거울, 거울을 가져와라! 으윽.”
순간, 머리를 틀어쥐며 조지 3세가 비명을 질렀다.
“헉, 헉, 헉. 정신을, 차려야 해! 반드시!”
그러니까, 영국의 노왕, 조지 3세는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프랑스, 그리고 자신의 광증을 이기기 위해서.
***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 하원의장 애딩턴이 낭랑하게 외쳤다.
“국왕 폐하의 뜻을 받들어, 수상 피트는 사임하고 새로운 내각을 정하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현재 영국은 이른바 휘그와 토리의 양당 병립시대다.
다만 후세 원역사의 자유당과 보수당처럼 확고한 정당정치 시대는 아니다.
예를 들어 피트는 토리에 속해 있지만, 완고한 토리에서 이탈해 휘그 의원들과 연합정권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분명 월폴 수상 때부터 영국 정계를 지배해온 휘그당 의원들에게는 눈의 가시였던 것도 사실이다.
강경한 휘그파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외쳤다.
“폐하가 아프시다면, 응당 왕세자께서 섭정을 맡으셔야 하지 않소?”
“내각 사임은 당연하고, 새로운 내각이 필요하지. 섭정 내각!”
“수상 승계를 반대하오! 하원에서 선출합시다!”
가장 열띤 목소리로 폭스가 외칠 찰나였다.
-뚜벅, 뚜벅, 뚜벅.
의사당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가 들어섰다.
저마다 떠들던 의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폭스 조차도.
“구, 국왕 폐하?”
“아, 아니, 하원에 출석하시다니.”
“수십 년간 전례가 없는 일인데.”
국왕 조지 3세가 의원들을 둘러보다 낭랑히 말했다.
“짐은 국민의 하원이 표결을 원한다면, 마땅히 수용할 의향이 있네. 그렇게 하겠나, 폭스?”
본래 프랑스 혁명 동조자로, 의회의 강경파 중 강경파인 폭스조차 입을 다물었다.
국왕 조지 3세의 건강이 나쁘다는 것은 전 국민이 안다.
한데 바로 그 광인왕이 멀쩡한 상태로 의회에 나왔다.
여기서, 왕에게 망신을 준다면 그 의원의 정치적 생명은 끝장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피트의 최측근, 외무상 그랜빌이 나섰다.
“국왕 폐하의 의지에 따라, 신임 수상은 미스터 애딩턴으로 선출합니다. 모든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찬성해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모든 의원들이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짝, 짝, 짝.
단상에 선 전직 하원 의장, 애딩턴이 모두를 향해 예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신임 수상으로서 국왕 폐하의 의지를 받들어, 의회에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애딩턴은 의원들을, 전직 수상 피트를, 그리고 국왕을 보았다.
자신이 수상이 될 만한 정치적 무게가 없음을 애딩턴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럴 때, [대리인]은 실로 수권을 위임한 [본인]의 의사를 전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법이다.
“프랑스와 평화협상을 시작하겠습니다.”
서기 1800년 4월.
노왕 조지 3세의 마지막 작품, 평화협상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