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7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72화(273/547)
(272) 아미앵의 평화가 개시되다
아미앵, 파리와 칼레의 사이에 있는 프랑스 북부 도시다.
“여긴, 직물로 유명하다던데, 전부 영국제 기계를 도입해야 하지 않겠나?”
문득 마차를 타고 길가를 보던 나폴레옹이 입을 열었다.
동시에 마차에 같이 타고 있던 동석자들 중, 단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유진과 탈레랑이 긴장하지 않는 둘이다.
평소에 나폴레옹이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를 불쑥 정책으로 지시하는 일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놀랄 일이 없다.
단지 실행이 골치 아플 뿐.
다만 후세 독재자들과 달리, 나폴레옹의 갑작스런 지시에는 신기하게도 [혜안]이 있다.
마차 안에서 서류를 보던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기계라구요?”
“그래, 수석보좌관. 방직기! 영국놈들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직물을 짠다고 들었어. 우리도 전면적으로 바꾸기 시작해야지. 아니, 혁명적으로!”
“돈도 많이 들지만, 직공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요.”
런던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입에 올린 유진을 향해, 나폴레옹이 빙긋 웃었다.
“그걸 해결하는 게 비서관의 몫이지. 하지만 생산력에서 지면, 영국을 이길 수 없다. 아니냐?”
그러니까, 이른바 [산업혁명] 도입 문제다.
원역사에서도 나폴레옹은 영국을 따라잡기 위해 증기기관 도입과 기계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영국과 달리 농업생산력과 농부가 많아 산업화가 빨리 진행되지 못했다.
또한 전쟁이 연이어 터진 문제도 있어서, 실질 산업화는 나폴레옹 3세 시대 과제로 넘어간다.
유진은 당황한 차석보좌관 브리엔을 흘깃 보았다.
통령의 지시라 그냥 농담으로 넘길 수 없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유진도 생각해둔 해법이 있다.
“인재를 영입해야겠군요.”
“찍어 둔 사람이라도 있는 거냐?”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 영국에서 물색해야죠. 이런 문제는 기술자를 직접 데려와야 해결됩니다. 과학기술이란 건 전부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거니까요.”
곧 영국 기술자 스카웃이다.
증기기관차를 만든 조지 스티븐슨을 비롯해, 영국에는 수많은 발명가들이 활약한다.
그중 프랑스에서 혁명 후 넘어간 망명가들도 있다.
이를테면 대량생산 체인을 만든, 브루넬이라든가.
잠시 원역사의 기억을 떠올려 보는 유진을 보다 나폴레옹이 껄껄 웃었따.
“후후, 그래. 돈은 얼마든지 써도 좋다. 아, 네 돈을 쓰는 건가? 하하하!”
물론 이 모든 것에는 돈이 든다.
해서, 유진도 오늘 평화회담이 절실하다.
당장 오리엔트에 묶여서 프랑스로 오지 못하는 자금이 3천만 프랑이 넘으니까.
그때 나폴레옹과 유진의 대화를 기다리던 탈레랑이 우아하게 서류를 건넸다.
“통령 각하, 오늘 회담에서 최종적으로 정하셔야 하는 사안들입니다.”
“모두 아는 얘기 아닌가? 전쟁 포로 석방, 혁명전쟁의 영토 인정, 신대륙에서 점령된 프랑스 영토 반환 및 교환 조건으로 영국 동인도회사의 교역권 승인. 아, 바타니아 식민지 반환도 있군.”
“몰타에서 영국 함대가 철수하는 것도 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탈레랑은 진지한 표정으로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
“영국 국왕의 프랑스 왕위 계승요구권 포기입니다.”
이 말에는 어지간한 나폴레옹도 어이가 없어 입을 쩍 벌렸다.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언제부터 영국 국왕의 가문명이 부르봉이 된 거지? 아니면 카페라도?”
“백년전쟁 때부터 요구되어 온 사안입니다.”
“그때 왕가라면 ‘플랑타쥬네’ 아니야? 대가 끊어진 지가 언제인데?”
그러나 탈레랑은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현재, [하노퍼]를 지배하는 브라운슈바이크-뤼네부르크 가문은 아주 먼 혈연이긴 합니다. 각하.”
사실 원역사 현대에도 영국 국왕의 정식 칭호에는 [프랑스 국왕] 호칭이 있다.
백년 전쟁 이후부터 영국 왕실이 늘 주장해왔던 권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19세기가 다가오는 지금도 농담처럼 들리는 이 얘기에, 나폴레옹이 기가 막혀 소리쳤다.
“왕가 놈들은 이게 문제야. 혈통에 따라 아무 노력도 없이 국가권력을 요구한단 말이야!”
“그러니 이번에 포기 합의를 하는 거지요. 우리는 공화국이니.”
“흥, 그래. 영국 왕 따위가 프랑스의 군주가 될 수는 없지.”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나폴레옹을 응시하다, 탈레랑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럼, 협상장으로 가시지요. 각하.”
드디어 마차가 멈췄다.
나폴레옹은 가장 먼저 마차 아래로 내려섰다.
아미앵의 주교관에 이미 영국 특사, 찰스 콘웰 후작과 로버트 젠킨슨 외무장관이 도착한 상태다.
“좋아. 오늘 프랑스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
프랑스 통령, 나폴레옹이 무겁게 발을 내딛었다.
***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협상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때가 있다.
“카파콜로니에, 곧 케이프 콜로니는 못 줍니다.”
신임 영국 외무장관, 로버트 젠킨슨 리버풀 백작이 단호히 말했다.
회담 테이블 뒤편, 프랑스 수행원들이 선 자리에서 이폴리트와 조세프가 서로 돌아보았다.
나름 보나파르트 가문에서 외교관인 로마 대사, 조세프가 일렀다.
“희망봉 얘기로군.”
“어, 거기 원래 영국 땅 아니었어요, 대사님?”
“아니지. 영국 함대가 통제권을 자주 행사하긴 했지만, 본래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땅이야. 게다가 처음 그곳을 개척한 사람들은 알고 보면 프랑스 위그노라고.”
조세프의 말처럼 원역사 현대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곧 [케이프 식민지]는 사실 이 시대에는 네덜란드 땅이다.
영국이 바로 이 무렵에 네덜란드에게서 빼앗아, 영국 식민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이 영국의 동인도 무역을 공고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나폴레옹도 갑작스런 요구에 통역의 말을 듣다, 놀라 탈레랑을 돌아보았다.
탈레랑이 잠시 눈을 굴리다 낮게 보고했다.
“런던에서 케이프까지는 3개월 거리지요. 한 달 거리인 카이로보다 멉니다. 프랑스에 위험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수에즈에 운하가 뚫릴 전망이 있긴 한가? 그게 아니라면 케이프를 장악하는 건 필요한 일일 수도 있어.”
“그렇다고 여기서 영국과 협상을 깰 수는 없습니다, 각하.”
나폴레옹은 미간을 찡그리다, 콘웰 후작을 돌아 보았다.
사실 콘웰 후작은 역사에는 콘웰 백작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바로 미국 역사책에서 말이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항복의 아이콘 오하라 장군과 함께 워싱턴에 맞서 싸웠던 인물이 콘웰이다.
그러나 지금은 62세로 사실상 영국의 패배를 인정하기 위해 나온 외교 특사일 뿐이다.
명성 높은 장군, 콘웰을 응시하며 나폴레옹이 또박또박 말했다.
“그곳은 바타비아 공화국의 땅입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주고, 받을 수 없습니다. 콘웰 후작.”
물론 나폴레옹은 영어를 모른다.
본래 원역사에서도 세인트헬레나로 가는 길에 영어를 배우다 집어 치웠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해서, 이 말은 나름 미국과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한 남자, 탈레랑의 우아한 영어로 전해졌다.
그런데 콘웰 후작이 단호히 대꾸했다.
“천만에. 차라리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소유라면, 우리가 인정하겠소. 하지만 프랑스, 아니 바타비아가 회사를 해체하고 국유화하지 않았소?”
심상찮은 분위기에 나폴레옹은 미간을 좁혔고, 탈레랑이 통역하다 말고 바로 대꾸했다.
“바타비아 공화국은 독립국입니다, 콘웰 후작.”
“납득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소. 프랑스의 자매 공화국이라 봐야겠지.”
“갑자기 이런 조건을 들고 나오면 협상 타결이 어렵습니다, 후작.”
그러나 콘웰 후작은 물러날 기색 없이 바위 같은 얼굴로 답했다.
“절대로 우리 본국은 케이프를 포기 못 하오. 만약, 케이프를 내주지 않겠다면 끝까지 싸우겠소.”
어쩔 수 없이 탈레랑은 최대한 온건한 언어로 콘웰의 말을 통역했다.
유진도 갑작스런 상황에 반응하지 못했다.
원역사 이 시점에는 사실 지루한 협상이 계속된다.
게다가 결국 케이프는 일시적으로 바타비아, 그러니까 네덜란드 식민지로 반환된다.
단지 나폴레옹과 영국이 다시 싸우면서, 1806년에 영국이 재점령할 뿐이다.
한데, 지금은 조약의 사전 조율이 끝난 상태에서, 갑자기 영국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폴레옹이 탈레랑의 통역을 듣다 탁자를 두들겼다.
“인도, 결국 그곳이 문제군.”
“어차피 실론 섬은 우리가 손에 넣을 예정입니다. 아, 바타비아 공화국이 말이죠.”
“차라리 네덜란드를 합병하는 게 편할 지경이군. 어디.”
순간, 나폴레옹이 다시 콘웰 후작을 응시했다.
“주는 게 있다면 받는 게 있어야겠지. 콘웰 후작, 추가로 내놔야겠소.”
“우리는 이미 실론 섬을 비롯해, 많은 양보를 했소. 심지어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무단 점유하고 있는 현실도.”
“이탈리아는 실체가 없는 존재라는 걸 벌써 잊으셨군. 바하마 제도를 내놓으시오.”
아무리 나폴레옹이 프랑스어를 말해도, 사실 영국 귀족들은 프랑스어를 알아듣는다.
왜냐하면 이 시대에는 프랑스어가 귀족들의 국제 공용어이기 때문이다.
단지 나폴레옹의 프랑스어가 워낙 사투리 억양이 심한 데다, 콘웰 후작이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통역을 쓰고 있었을 뿐이다.
때문에 나폴레옹의 요구를 알아들은 콘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을러댔다.
“이건, 무리한 요구가 아니오. 케이프는 자메이카 이상의 가치가 있을 테니까.”
이것은 서인도 제도의 문제다.
바하마 제도는 원역사 현대에는 조세 피난처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영국의 식민지로, 대륙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섬들이 플로리다 바로 남쪽이란 점이다.
그간 서인도제도에서 플로리다 해안이 쉽게 공략당했던 이유기도 했다.
영국 입장에서는 함부로 내놓기 어려운 장소다.
허나 나폴레옹은 아예 훨씬 더 큰 섬, 자메이카를 내놓기 싫으면 바하마를 내놓으라고 말한 것이다.
콘웰이 낯이 굳어지고, 리버풀 백작이 속삭이는 모습이 보였다.
유진은 그 상황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외교적 공방이다.
따지고 보면 유럽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을 땅이, 이곳 회담장에서 거취가 결정된다.
이번 전쟁이 지구적 규모로 벌어졌다는 실감이 비로소 든다.
그런데 문득 유진의 옆에 누군가 섰다.
“정말, 치열하군요. 이 협상.”
차석 보좌관 브리엔이다.
“어떻게 결정할까요, 영국이?”
“받지 않겠습니까? 사전협상 때 만난 경험에 비춰보면, 영국이야말로 평화를 원합니다. 그보다 보나파르트 통령께서, 왜 저런 판단을 하신 거지요? 혹시, 유진 보좌관이 말씀하신 겁니까?”
“아뇨.”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신대륙에 [제국]을 세우는 건, 아버지의 꿈이겠죠. 아마도.”
바로 이 시기 직후, 나폴레옹은 저 멀리 생 도맹그로 폴린과, 그 남편을 보낸다.
북미 대륙에 프랑스 식민지를 세운다는 꿈을 갖고서.
허나 원역사의 폴린 남편은 열병에 걸려 죽고, 폴린도 아이를 잃으며, 원정은 실패한다.
반면 지금은 프랑스가 플로리다에 기반을 갖고 있는 상태다.
신대륙 정복이 그저 꿈으로 끝날 일이 아닌 셈이다.
문득, 콘웰의 입이 열렸다.
이번에는 아주 또렷한 프랑스어다.
“좋습니다, 단, 케이프의 완전 양도가 필요합니다.”
그 순간, 나폴레옹이 손을 내밀었다.
“좋소, 공작. 드디어 프랑스와 영국이 친구가 되었군.”
1800년 5월 5일.
원역사보다 3년 빠른 아미앵 조약이 타결되었다.
***
모든 외교 협상 후에는 [리셉션]이 열리는 게 이 시대 관행이다.
-빰! 빰빰! 빰빰빰!
아미앵 주교관에 요란한 연주가 요란하다.
파티는 밤이 되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
수많은 귀빈들이 서로 사교와 탐색을 벌이는 자리.
나폴레옹은 지쳐, 한숨 돌리러 후원으로 나왔다.
“후우, 아직도 끝나질 않는군. 귀족들이란!”
그때 술에 취한 나폴레옹을 수행하던 유진이 답했다.
“이번에 논의되지 않은 건들은 양국이 적정히 처리할 겁니다.”
“뭐가 있지? 네덜란드의 나사우 왕가 문제 말고?”
“루이지애나가 있죠. 옛 누벨 프랑스로 에스파냐에서 언젠가 받아내야 할 땅입니다.”
본래 네덜란드의 종신 총독이었던 나사우 가문은 결국 귀국하지 못했다.
대신 영국에 남아 네덜란드에서 지급하는 [연금]을 받기로 잠정 합의되었다.
다만 이 부분은 조약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 후속 처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역시 [누벨 프랑스]다.
나폴레옹은 바하마 제도를 굳이 받아냈다.
이 합의는 결국 프랑스의 신대륙 재진출과 연계된 문제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속마음을 읽는 양자를 돌아보다 씩 웃었다.
“후, 좋아. 그건 좀 뒤에 처리하자. 유진.”
유진은 빙긋 웃다 나폴레옹에게 들고 있던 잔을 건넸다.
“위대한 일을 이루셨습니다, 아버지.”
“흥, 영구평화라면 모를까. 이건 위대한 일이 아니야.”
“예?”
잠시, 포도주 잔을 노려보던 나폴레옹이 엄숙하게 말했다.
“너와 오르탕스, 플로랑스가 살아갈 시대에는 전쟁이 없어야 해. 혁명을 한다고 기요틴으로 목을 베는 일도 없어야지. 그게 진정 위대한 일이다.”
유진은 멍하니 나폴레옹을 보았다.
전쟁으로 일개 장교에서 입신한 인물이다.
후세, 자신의 이름을 딴 전쟁의 시대를 남긴 위인이다.
그러나 지금 나폴레옹의 말은 결코 빈 말로 들리지 않았다.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란다.
사람이 죽는 세상이 아닌 살아가는 시대를 원한다.
그것은 나폴레옹이 자신의 자서전에 남겼던 꿈이다.
이루지 못했던 그 꿈을 눈앞에서 듣는 순간, 유진의 심장이 격동했다.
-두근, 두근, 두근.
그때 나폴레옹이 킬킬 웃으며 유진의 볼을 꼬집었다.
“애석하게도, 영국 놈들이 이걸로 포기할 것 같진 않단 말이지. 또, 우리는 싸우게 될 거다.”
유진은 나폴레옹을 보다, 활짝 웃었다.
“이겨야죠, 끝까지.”
그 꿈은 유진에게도 분명, 이룰 가치가 있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