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7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74화(275/547)
(274) 나폴레옹은 러시아 공주를 원한다
외교의 본질은 대체 무엇일까?
“서로 다른 상대가 만나, 화합을 이루는 것. 역시, 혼사가 아닐까?”
그러니까, 유진이 탈레랑을 만난 직후, 유세프 포니아토프스키를 만나기 3일 전의 일이다.
나폴레옹은 탈레랑을 직접 불렀다.
통령이 외무장관을 부르는 게 이상할 것은 없다.
물론 보통은 내각회의가 아닌 이상 비서를 시켜 서신을 보내긴 하겠지만.
최고권력자를 독대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탈레랑이 빙그레 웃었다.
“왕조 시대의 방법이로군요. 통령 각하.”
“공화국이라고 다른가? 네덜란드의 나사우 가문도, 엄연히 정식 직책명은 왕이 아니었어. 스타트하우더인가 뭔가였지. 하지만 영국 왕가나, 프로이센 왕가와 혼사를 맺었지.”
“뛰어난 지도자라면, 당연히 나라를 지속적으로 통치할 자격이 있지요.”
의미심장한 암시를 던지는 탈레랑에게 나폴레옹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네, 탈레랑.”
탈레랑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나폴레옹은 참 알기 쉬운 점이 있다.
원하는 바가 있지만 직접 말하기를 꺼리며, 그러면서도 남이 말해주면 화를 낸다.
다만 그렇다고 대하기 쉬운 상대란 얘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쓰는 수단이 기상천외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갑자기 혼사를 들먹이는 것부터 그렇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한 마음을 숨기며, 탈레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비유로 말씀하신 거지요.”
“바로 그거야. 평화를 위해, 난 외국의 인정이 필요해. 프랑스도! 하지만 프랑스 밖의 세상은 군주들의 세계지. 오래된 왕가는 우리 공화국을 멸시하고 있어!”
“그래서, 안정된 관계를 만들, 혼담이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나폴레옹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열변을 토했다.
“그렇지. 프랑스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또한 평화와 교역을 논하기 위해서!”
그냥 들으면 정신 나간 사람의 얘기처럼 들리기 쉽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맞는 말이다.
군주제 국가로 가득한 유럽 각국은 프랑스를 두려워한다.
혁명의 불길이 한창이던 1790년대, 혁명 프랑스 정부는 이 불길을 각국에 던지려 했다.
허나 그 결과, 프랑스는 오히려 유럽 전체와 싸워야 했다.
만약 원역사 현대인이라면 간단히 답할 것이다.
아직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시민계층이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거나, 영국처럼 혁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시민 성숙 따위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당장 평화를 만들고, 교류를 활성화시켜, 국가를 정상화해야 할 의무가 통치자에게 부과된다.
정략결혼은 나폴레옹이 오랜 숙고를 통해 도출한 해법인 셈이다.
나폴레옹식 화법이 워낙 사고의 도약 끝에, 결과만 말해서 이상하게 들릴 뿐이다.
간신히 여기까지 대강 이해한 탈레랑이 물었다.
“그럼, 대상은 누구십니까?”
“단연, 내 가족이 먼저지. 아직 플로랑스는 어리지만, 내 동생들과 오르탕스, 그리고 유진이 있지 않나?”
“유진 수석보좌관도 대상입니까?”
슬쩍 탈레랑이 물은 순간, 나폴레옹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 녀석에겐 내가 가장 비싼 혼처를 구해줄 생각이야.”
나름 나폴레옹 입장에서는 총애한다는 의미로 한 소리다.
과연 유진이 달가워할지는 탈레랑부터 의문을 가졌지만 말이다.
물론 굳이 유진을 위해 변호해줄 이유가 없는 탈레랑은 기술적 외교관식 분석을 내놓았다.
“현재 가장 고귀한 왕가라면 3곳이지요. 구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에스파냐 부르봉 왕가, 그리고 잉글랜드 하노버 왕가입니다.”
“에스파냐나 잉글랜드에는 적당한 공주가 없을 텐데? 오스트리아는 조금 구미가 당기는군.”
“나이는 적당하진 않습니다.”
아직 공주들이 어린애라는 말을 돌려서 말하는 탈레랑에게 나폴레옹이 낯을 들이댔다.
“그럼, 러시아는 어때?”
이번에는 탈레랑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로마노프 가문 말씀이십니까?”
“그래. 솔직히 말해서 부르봉은 혁명의 적이지. 합스부르크는 프랑스의 적이야. 하노버는 둘 다 적이라고.”
“그러니 오히려 화합의 묘미가 있긴 합니다만.”
하지만 나폴레옹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난 러시아가 필요해. 어때, 적당한 공주가 있나?”
요컨대 처음부터 나폴레옹은 러시아가 탐났던 것이다.
고귀한 왕가니, 비싼 혼처니, 안정된 관계니 하는 소리는 모두 핑계일 뿐이다.
러시아, 동북방의 거대한 제국.
이 제국을 등 뒤에 적으로 돌린 채, 영국과 경쟁할 수는 없다.
또한 영국을 넘어서지 못하면, 프랑스는 결국 최고가 되지 못한다.
나폴레옹 같은 천재가 아니라도, 역대 프랑스 전략가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혼담을 나눈다는 발상은, 지금껏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찾아보겠습니다.”
탈레랑은 고개를 조아려, 기술적 외교관의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
그렇다면, 대체 왜 프랑스는 지금까지 러시아 왕가와 혼담을 나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까?
“나폴레오네? 할 말이 있어요.”
말메종, 파리 외곽에 있는 조세핀의 저택이다.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나폴레옹의 사저기도 하다.
허나 나폴레옹이 말메종에 들어온 것은 오늘이 거의 처음이다.
실로 바쁘기 그지 없는 나날을 보내느라, 그간 계속 퇼르리 궁전에서 숙식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간만에 보는 조세핀을 보며 흥분해 옷을 벗어던지던 나폴레옹이 낯을 찌푸렸다.
“아니, 내가 집에 오랜만에 와서, 편안히 침실에서 즐기려는데. 갑자기 무슨 할 말이오? 베갯머리 송사라면 다른 때 하시오.”
“그야 당신이 오페라 가수와 놀아나느라 바빠서겠죠!”
“무, 무, 무슨 소리요! 나, 난 국사로 바빴소!”
물론 어제도 바쁜 와중에 주세피나와 만난 나폴레옹이지만, 바빴던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통치란 그저 일상 행정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매일이 벅차다.
게다가 최고 권력자는 그저 권력행사만이 아니라 참가해야 할 공식 일정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프랑스 권력자는 더 심한데, 왜냐하면 구왕실 시절에 유행했던 전시형 행사에 시민들이 익숙한 탓이다.
게다가 나폴레옹은 그저 권력 유지에만 급급한 남자가 아니란 게 더 큰 문제다.
완전히 새로운 프랑스.
이것이 지금 나폴레옹이 꿈꾸고 있는 바다.
그러다 보니 연일 바쁠 수밖에 없었는데, 조세핀이 오해하고 있는 셈이다.
“흥, 날 쫓아내고 오페라 가수로 안주인을 대체하려는 생각은 아니구요?”
기가 막힌 나폴레옹이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다.
“누가 누굴 대체해! 오페라 가수 따위가? 오스트리아 공주를 데려와도 당신과 바꾸지 않겠소!”
“무슨 공주요? 당신, 공주와 혼담이라도 나온 건 아니죠?”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게 가장 소중한 건 당신과 플로랑스! 그리고 유진과 오르탕스요!”
잠시, 나폴레옹의 진심이 담긴 말에 화를 내던 조세핀이 몸을 떨었다.
이런 열정은 조세핀이 만났던 그 어떤 파리 남자들에게서도 본 적이 없는 얘기다.
물론 대신 친자와 양자를 슬쩍 구분하는 코르시카 스타일도 함께 하는 진심의 토로지만.
그때다.
-컹!
순간, 달려드는 개를 걷어차며, 나폴레옹이 투덜거렸다.
“이놈의 못생긴 퍼그! 내가 침실에 올 때는 치우라고 했소, 안 했소!”
“어머, 얘가 왜 이러지? 미안해요. 그렇다고 걷어차진 말아요.”
“침대에 올라갈 때마다 이 녀석이 날 물어대니! 참, 그런데 할 말이 뭐요?”
한창 싸우다 할 말을 놓친 나폴레옹이 침대에 주저앉다 물었다.
조세핀은 바삐 퍼그를 내보내며, 나폴레옹에게 눈을 흘겼다.
그러나 원역사의 미래를 안다면 조세핀은 나폴레옹의 성질이 좋아진 것에 감격해야 했을 것이다.
본래 나폴레옹은 그냥 이 퍼그를 죽여버리니까.
다만 그때는 조세핀이 부정을 저지른 뒤라,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아주 감정이 나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 부정을 저지른 쪽은 나폴레옹이고, 조세핀은 완벽한 도덕적 우위에 있다.
그 말은 조세핀의 말을 나폴레옹이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유진 문제예요.”
“응? 유진이, 왜?”
“애가 밖으로만 나다니더니, 이제는 스캔들에 휘말렸어요. 알죠? 한창 신문에서 떠들던 거.”
조세핀이 한숨을 쉬자, 나폴레옹이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조세핀의 의복은 네글리제, 18세기 프랑스가 원산인 유명한 속옷이다.
이제 망할 강아지도 꺼졌고, 침실에는 둘 뿐이다.
오래 조세핀과 즐기지 못한 터라 머릿속은 흥분으로 가득하다.
비록 애인과 즐길 때는 즐겨도, 부인과 정분을 나누는 일은 또 다른 게 이탈리아 남자들이기도 하다.
“그렇군.”
“아니, 그냥 그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잖아요?”
“어쩌라는 거요? 폴린을 코르시카로 쫓아내기라도 할까? 그랬다간 그 아이는 더 사고를 칠 거요.”
사실 원역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코르시카가 아니라 로마로 쫓아내고, 로마에서 온갖 스캔들을 일으킨다.
물론 조세핀은 의외로 마음씨 좋은 면이 있어서, 함부로 사람을 쫓아내라는 발상은 하지 않는 여자기도 했다.
“누가 추방하래요? 결혼을 시키라구요, 결혼을! 혼기가 다 찬 남녀가 결혼을 안 하고 붙어 다니니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에요!”
나폴레옹이 눈을 크게 뜨며 조세핀을 살폈다.
“폴린이야 당신이 알 바 아닐거고. 유진?”
“이제 통령의 양자잖아요. 좋은 집안과 혼담을 충분히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전쟁에서 공훈까지 세웠으니.”
“그렇잖아도 생각하는 바가 있긴 하오.”
문득 나폴레옹은 조세핀의 어깨 위 네글리제를 슬쩍 벗기며 음흉한 웃음을 머금었다.
“러시아 공주요.”
순간, 조세핀이 나폴레옹의 손을 뿌리쳤다.
나폴레옹은 전에 없이 격한 조세핀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애무하는 손을 조세핀이 거부하는 일은 난생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조세핀은 새빨개진 얼굴로 부르짖었다.
“나폴레오네! 맙소사, 그런 야만인들과 유진을 결혼시킨다구요? 말도 안 돼요!”
이게 바로 프랑스 구왕실 시절, 러시아 대책으로 프랑스가 혼인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유다.
차라리 폴란드 왕가와 혼사를 맺은 적은 있음에도 말이다.
1800년 현재, 아직도 프랑스는 유럽 문화의 최고봉이다.
패션은 유럽을 선도하고, 언어는 유럽 어디로나 가도 통하며, 에티켓도 모두 프랑스식이 정통이다.
프랑스 귀족가 부인이었던 조세핀에게 러시아는 뭔지 모를 야만인들의 땅이다.
그런데 아들이 그 야만인들의 왕가 사람과 혼인한다?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 나폴레옹은 오히려 화를 내는 대신 득의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지? 놀랍지? 아무도 생각 못 했겠지?”
“당연한 거 아니에요? 다시 생각해줘요, 나폴레오네.”
“틀렸소. 조세핀, 잘 생각하시오. 유진을 정말 위한다면, 왕가 사람과 결혼해야 하오.”
문득 나폴레옹의 눈이 번뜩였다.
“유진이 내가 이루는 것들을 승계하려면 더욱 그렇소.”
분노했던 조세핀이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말에 눈을 깜박였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은 통령이잖아요.”
“내가 어디까지 갈지, 나도 모르오. 죽을 때까지 이 나라를 통치할 수도 있고, 혹은 그 전에 물러날 수도 있지.”
“나폴레오네.”
나폴레옹은 조세핀의 어깨를 붙들며 속삭였다.
“난 아직 후계를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 하지만 군인은 언제든 죽을 수 있소. 그때, 유진이 굳건한 지위에 있어야, 당신도, 플로랑스도, 오르탕스도 지킬 거 아니오?”
만약 유진이 나폴레옹의 친자라면 간단하다.
나폴레옹은 유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주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친밀해도 유진은 양자다.
그 한계를 조세핀도 무의식적으로 늘 느끼고 있다.
바로 이 문제를 나폴레옹이 입에 담은 것이다.
양자가 크든 작든 상속권을 가지려면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조세핀이 입술을 다물 찰나, 나폴레옹이 바싹 낯을 갖다대며 물었다.
“아니면, 설마 부르봉 왕가의 공주님과 결혼시킬 거요? 지금 유럽에서 로마노프 가문보다 위세가 당당한 가문은 없소.”
흥분한 나폴레옹을 보다, 조세핀은 젖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위험하죠. 알겠어요.”
조세핀과 나폴레옹이 침상 위에서 뒤엉키기 시작했다.
유진의 혼사를 결정한 밤이었다.
***
물론 혁명의 시대란 가부장이 정한다고 혼사가 마음대로 진행되는 때는 아니다.
“흐음, 유진. 왔느냐?”
퇼르리 궁전, 나폴레옹의 집무실에 들어서던 유진이 멈췄다.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뒤로크, 마르몽, 쥐노를 비롯한 나폴레옹 최측근 장군들은 둘째로 하더라도, 살리체티와 조세프 보나파르트까지 보인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이 멤버에 탈레랑이 끼어있다는 거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통령 각하? 오늘 공식 행사가 줄줄이 이어져 있는데요. 저는 또, 오스트리아 분할 문제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
“그건 조금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네게 통지해야 할 문제가 있다.”
“뭔가요?”
나폴레옹은 탈레랑을 돌아보며 말했다.
“적당한 사람은 찾았나?”
“예, 알렉산드라 파블로브나 로마노프. 1783년생으로 현재 나이 17세입니다.”
“어때, 예쁘다던가?”
탈레랑은 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대꾸했다.
“미모로 이름이 높다는군요.”
그때까지, 무슨 소리인지 몰라 눈을 깜박이던 유진이 미간을 좁혔다.
“통령 각하,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유진을 부르더니 러시아 제국의 공주 미모를 논한다.
혹시 원역사에서 유명한 나폴레옹의 이혼이 벌써 터지기라도 하는 걸까?
그렇지만 그런 조짐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다.
유진이 나폴레옹에게 재차 다그치려던 찰나, 나폴레옹의 눈이 유진을 향했다.
“간단하다, 유진. 나는 러시아를 원한다. 아니, 러시아 공주를 원해. 그런데 난 유부남이니 네가 대신 혼인해줘야겠다.”
이것이 바로, 이폴리트가 포니아토프스키를 만나기 직전에 있던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