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7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75화(276/547)
(275) 당통이 유진과 손을 잡다
역시, 나폴레옹에게 외교를 맡기는 게 아니었다.
“이야, 러시아 프린스! 좋겠어. 알렉산드라 공주가 그렇게 미인이라는데?”
“죽는다, 이폴리트.”
“세상에 이렇게 공주님들이 좋아하는 신랑감이라니! 이러다 합스부르크에서도 얘기 들어오는 거 아냐? 아차.”
문득 유진을 놀려대던 이폴리트가 배를 잡고 웃었다.
“우리 프라이슈츠가 노리는 여자는 11살짜리 애였지! 바이에른 공녀! 푸하핫!”
이곳은 퇼르리 궁전의 휴게실이다.
퇼르리 궁전은 이름처럼 정말 옛날 왕궁이라, 생각보다 넓다.
집무실 외에도 아직 사용되지 않는 방이 많다는 뜻이다.
고위층 장군들이 모여서 잡담을 나눌 수 있을 정도랄까.
한때 귀족들이 가십을 떠들었을 곳에서, 상관의 험담을 앞에서 하는 부관을 노려보다, 유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이폴리트, 너 지금 마담 레카미에 노리고 있는 거 다 알아.”
“헉, 무슨 소리야, 갑자기?”
“마담 스탈에게 이걸 알려주면 어떻게 될까? 아주 프랑스 전국에 퍼질 거 같은데?”
그 말에 다른 장군들도 눈을 번뜩였다.
사교계 최고 미녀로 이름 높은 줄리에 레카미에는 당연히 미혼 장군들이 노리는 대상 중 하나다.
무엇보다 알고 보면 가짜 결혼이란 요소가 장군들의 정복욕을 자극하면서도, 도덕적 가책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었다.
당연히 잘생긴 이폴리트가 제거되는데 관심 많은 장군들이 많았다.
이폴리트는 자신을 노려보는 마르몽과 뒤로크, 쥐노의 시선을 피해 손사래를 쳤다.
“어흠! 내 입은 아주 자물쇠처럼 무겁지. 내 친우, 프라이슈츠 장군도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흠흠!”
그때 휴게실 구석에 낙담한 채 앉아 있던 한 청년이 대꾸했다.
“공주고 뭐고 다 소용없어. 바람 안 피우는 게 최고야.”
“란 장군,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 곧 이혼 소송 할 거다.”
문득 장 란이 열띤 목소리로 외쳤다.
“내 아내가 다른 놈 애를 가졌어! 확실해, 난 임신 즈음에 안 잤거든!”
요 근래, 나폴레옹의 신임을 받아 나폴레옹 클럽에 합류한 란이다.
그래서 나폴레옹이 최측근들에게 [러시아 황실 정략혼]을 발표할 때, 란도 참석한 것이다.
허나 정작 란은 나폴레옹 클럽 멤버가 되었다는 기쁨은 안중에도 없고, 연일 분노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고향에 남겨두고 전장을 떠났던 아내가 부정을 저지른 혐의가 있어서다.
문제는 이 시대에는 유전자 확인 검사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말인데, 통령 각하께 확인서 좀 써달라고 해줘.”
“무슨 확인서요?”
“그즈음에 내가 휴가를 내고 고향에 간 적이 없다는 확인서. 아니, 사실 가긴 갔는데 안 잤거든!”
아주 난감한 요구를 하는 란을 보다, 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아예 정말 휴가를 내지 않았다면 상관없다.
한데 휴가는 냈고, 고향에도 갔는데, 아내와 침대는 같이 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걸 어떻게 돕는단 말인가?
어쩐지 원역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어 주의를 줬지만, 란이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다.
“왜 외면하는 거야? 정말 안 잤다니까!”
뒤에서 부르짖는 란을 무시하며, 쥐노가 담배를 피우다 물었다.
“휴우, 불쌍한 란은 나중에 해결해 주라구. 당장 급한 건 본인이지? 진짜로 어쩔 거냐, 공주의 기사?”
“간만에 듣는 별명이군요. 여기 절 죽일 자코뱅은 없죠?”
“러시아 황제의 사위가 되면 더 위험해지겠군. 뭐, 폴린이야 통령 각하가 집어치우라고 대놓고 말하는 거긴 한데. 공주님은 어쩔 거야?”
러시아 황실 공주와 결혼하라는 건, 당연히 폴린은 잊으라는 소리다.
그거야 유진에게 아주 쉽진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마리는 다르다.
낯을 찡그리던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혼사라는 건 테니스, 아니 쥐드폼하고 같은 거예요.”
“공놀이? 너, 그런 거도 치냐? 역시 귀족이군.”
“원래 왕실 시종이었거든요? 구경이야 많이 했죠. 하여간, 주고 받는 게 있어야 된다구요.”
유진이 늘 갖고 다니는 트럼프 카드를 뽑아 들며 말했다.
“이쪽에서 카드를 던졌다고, 상대가 카드를 내밀진 않아요. 카드 게임하고 다르단 말이죠.”
그러니까 이를테면 핑퐁 게임이란 얘기다.
이쪽에서 공을 던져도,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게임.
정략결혼 게임은 그런 문제가 있다.
아무리 나폴레옹이 애가 닳아 외친다 해도 로마노프 가문은 화답하지 않는다.
원역사에서도 사실 그랬다.
본래 나폴레옹의 혼담 요구는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러시아 제국부터 향했으니까.
쥐노가 대강 알아듣고 피식 웃었다.
“겜블러 같은 소리로군. 그러니까, 상대를 믿는다 이거냐?”
유진은 카드를 뒤집으며 싱긋 웃었다.
“그렇죠? 파벨 1세는 분명 미친 황제지만, 로마노프 가문이 미친 건 아니니까.”
그 카드에는 미치광이 광대, 조커가 그려져 있었다.
***
물론 이폴리트의 입을 막는다고 소문이 퍼지지 않을 리는 없다.
“탈레랑, 정말인가? 프라이슈츠가 러시아로 간다고?”
아주 신나는 얼굴로 묻는 중년 남자를 보다, 탈레랑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대꾸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닙니다, 무슈 당통.”
하지만 당통이 알 정도면, 조야의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단 당통이 정보가 늦다는 얘기가 아니다.
당통의 귀에 들어간 순간, 온 사방에 퍼진다는 게 문제다.
나폴레옹 클럽 멤버 중에서 누가 가장 입이 쌀까 상상해보던 탈레랑은 혀를 찼다.
아무래도 나폴레옹 같았기 때문이다.
“뭐가 결정이 안 돼? 통령이 러시아 공주와 혼인을 추진한다고 떠들고 다닌다던데.”
“역시. 아, 그렇군요. 통령 각하께서 참 기쁘셨나 봅니다. 장성한 아들을 혼인시키는 일이니.”
“누가 해준대? 러시아와 얘기는 된 사안인가?”
탈레랑은 자신의 사저, 테이블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잔을 놓으며 다시 대꾸했다.
“그야 그러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지금 파리에는 러시아 대사가 없습니다.”
“그래, 혁명 이후 통교가 끊어진 지가 언제인데! 게다가 그 알렉산드라인가 하는 공주는 원래 합스부르크가 혼처였다면서?”
“합스부르크 가문이 풍비박산이 난 상태 아닙니까. 이제 와서 다시 혼사를 추진하긴 어렵겠지요.”
사실 알렉산드라 공주는 이미 왕가 기준으로는 과년한 상태다.
그런데도 아직 결혼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
본래 러시아는 전쟁 중이던 스웨덴과 평화협상을 하다, 공주를 시집보낼 궁리를 했다.
나폴레옹이 괜히 공주가 평화의 상징이라고 떠들어 대는 게 아니다.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전쟁을 종결할 때, 혼사를 추진하는 게 이 시대 풍습이다.
해서,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4세와 알렉산드라 공주의 결혼이 거의 성사될 뻔했다.
한데 엉뚱한 문제가 불거졌다.
공주의 신앙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19세기가 코앞에 다가온 계몽주의 시대, 공주의 신앙이 동방정교회라는 게 문제가 되다니 웃기는 얘기지만, 스웨덴 왕가는 진지했다.
루터 교회로 종교를 바꾸지 않으면 혼사를 추진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그 결과 혼사는 틀어졌고, 구스타프 4세는 알렉산드라의 시누이인 바덴 공녀와 결혼했다.
결국 알렉산드라 공주의 혼기는 늦어졌고, 이제 막 오스트리아와 재차 혼사를 추진하던 터다.
원역사에서는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의 동생, 요제프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는 전쟁으로 전면 중단된 상태인 셈이다.
“크크큭, 그래서 우리는 왕가가 없으니까, 통령의 자식을 보낸다고?”
“네덜란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무슈 당통.”
“거긴 사실상 세습 통령이잖나. 보나파르트도 같은 걸 꿈꾸나?”
아주 날카로운 당통의 지적에 탈레랑은 커피잔을 권할 뿐이었다.
“기왕 오셨으니, 커피나 한 잔 드시고 가시지요.”
당통은 콧방귀를 뀌며 손을 저었다.
“난 커피는 필요없어. 다른 게 필요해.”
“뭔가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러시아 대사라면 어때?”
예상치 못한 요구에 눈을 크게 뜨는 탈레랑을 향해, 당통이 히죽대며 말했다.
“어차피 내가 국내에 있는 건, 상호 간에 불편할 거 아닌가. 그런데 난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사교성이 좋잖아?”
“전직 자코뱅을 차르의 대사로 보낸다구요? 이거, 전쟁이 안 터지면 다행이겠군요.”
“그거야 귀족을 내 부관으로 붙여주면 되지! 어차피 러시아인들도 프랑스어 잘 한다면서? 게다가 러시아처럼 거대한 나라는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단 말이지?”
탈레랑은 빤히 당통을 보았다.
이 전직 혁명가이자, 총재였고, 선동가였던 남자는 결코 보통내기가 아니다.
또한 알고 보면 프뤽튀도르의 쿠데타를 나폴레옹과 함께 꾸몄던 자다.
그러나 당통에게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최소한 군주제 지지자는 아니란 거다.
국내에 남아 있다면 결코 장점이 되지 않겠지만, 러시아로 간다면 아주 큰 장점이 된다.
러시아 제국에 있는 왕당파 망명 귀족들과 결합할 수가 없다.
특히 자칭 루이 17세나 오를레앙 공작과는 그야말로 원수기도 하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유진 프라이슈츠 장군을 만나 보시지요.”
“흥, 역시 사실상 수상이 프라이슈츠라더니. 진짜인가?”
“그런 분야도 있고, 아닌 분야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문제는 프라이슈츠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문득 탈레랑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쩌면 차르의 사위가 정말 될지도 모르잖습니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탈레랑도 [경쟁자] 하나를 날려버리니 좋은 일이다.
물론,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을 거라고, 탈레랑도 확신했다.
그 사실을 눈치챈 당통이 물었다.
“정말 안 될 거라는 말투군?”
알고 보면 당통보다 4살 많은 남자, 탈레랑이 우아하게 대꾸했다.
“그야, 외교란 쥐드폼 같은 거니까요. 러시아 제국이 받아줘야 성사되지요.”
그럼에도 공을 던져보는 게 외교이기도 하다.
***
본래 원역사라면 이미 죽었을 남자를 보다, 유진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니까, 러시아 대사로 가고 싶으시다구요?”
“물론이지, 프라이슈츠. 설마, 내가 국내에 남아 바뵈프 같은 자와 작당하는 꼴을 보고 싶진 않겠지?”
“오를레앙 공작과 손 잡으시면 똑같은데요?”
사실 유진도 그냥 해보는 말이다.
전직 자코뱅 당통이 루이 17세나 오를레앙과 손을 잡는다면, 천지가 개벽할 것이다.
물론 정치란 언제나 반대 입장이던 자들이 협력하는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나름 국가원로로 대접을 받는 당통이 그럴 이유가 없다.
예전에 쿠데타를 기획한 것도, 당통 자신의 목이 날아갈 위기였기 때문이다.
말은 과격해도 당통의 정치적 행보는 늘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럼 왜 당통이 러시아 대사직을 원할까?
“흥, 탈레랑에게야 내가 말할 수 없지만, 자네에겐 말해야겠지? 솔직히 돈이 필요하네.”
“돈이요? 나라에서 나름 총재 연금이 나올 텐데요.”
“얼마나 나온다고! 난 가족이 많아. 씀씀이도 크지! 연금 정도로는 부족하네. 그런데, 대사직은 정말 쏠쏠한 자리라고. 이래저래 뇌물이 많거든.”
문득 당통은 코끝을 찡그리며 웃었다.
“게다가 지금 러시아 제국 대사직을 맡으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기다릴 것 같거든. 영국 대사 이상으로 말이야.”
세상에 격변할 때, 그 중심부에 있어야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목숨이 날아갈 위기도 커지지만.
당통은 그 이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유진은 빤히 당통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역시, 뭔가 계획하는 게 있지?”
“제 혼사는 아닙니다. 그건 파벨 1세가 받지도 않을 거고.”
그러자 당통이 턱을 쓰다듬다 말했다.
“영국과 싸우는 대영 동맹전선은 어때?”
순간, 유진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미래를 보는 듯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통은 오히려 놀라는 유진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뭘 그렇게 놀라? 러시아는 이미 스웨덴과 싸웠어. 그때 영국 함장 때문에 스웨덴을 깨지 못했지. 동맹이란 건 영원하지 않은 거야.”
어쩌면 상식이 가장 놀라운 외교적 해답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지금 당통의 말은 외교사상 가장 어이없는 해법과 동일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방식이 좀 더 온건할 뿐.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폭탄이 있긴 합니다. 다만, 이건 실행하려면 목을 걸어야 해요.”
“뭔데?”
“영국과 러시아를 싸우게 하는 건 맞아요. 다만.”
문득, 유진은 자기 집무실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목소리를 낮췄다.
“도버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싸우게 하는 겁니다.”
서기 1800년 6월, 결혼을 피하려는 유진이 러시아행 대형 폭탄을 준비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