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7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76화(277/547)
(276) 유진의 여자들이 움직인다
살롱의 전성시대, 때로 살롱이 고민 상담의 현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엉엉! 오르탕스, 어떡해. 유진이 모스크바로 간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요, 공주님. 지리 시간에 안 배웠어요?”
“거기나 저기나! 어쩌지? 이건, 내가 막을 수도 없어!”
눈물로 범벅이 된 마리를 보다, 오르탕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모스크바도 러시아의 옛 수도라 꼭 틀린 얘기는 아니다.
또한 어느 쪽이든 파리에서는 거의 3천 킬로미터 넘는 여정을 거쳐야 한다.
허나 이 문제로 마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달려와 우는 이유는, 오르탕스의 오빠가 아주 먼 곳으로 가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연인이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충격적인 소식.
그런데 결정권자는 프랑스 최고의 권력자다.
게다가 마리는 구왕실 공주로, 따지고 보면 여전히 목숨이 위태로운 신세다.
그러니 어찌할 바를 몰라 이렇게 울고 있는 것이다.
문득 오르탕스의 시선이 마리의 수행원을 향했다.
“에밀리 언니, 들은 거 없어요? 쉬르테에서 나온 얘기가 있을 거 아니에요?”
“무, 무슨 소리니? 네가 더 잘 알겠지. 오르탕스.”
“우리 오빠는 바깥 얘기를 얘기하는 법이 없다구요. 그 전에 집에도 잘 안 들어오고. 그렇다고 ‘아빠’가 뭘 얘기해 줄 리도 없잖아요?”
오르탕스가 에밀리 드 보아르네를 쏘아보며 다그쳤다.
“로슈자클랭이랑 요새 사귀는 거 다 알아요. 빨리 말해요.”
에밀리는 본래 유진과 오르탕스의 사촌이다.
혁명 이후, 왕당파인 보아르네 가문이 어려워지자, 유진에게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한데 유진이 대가로 요구한 게 바로 마리의 시녀 노릇을 하는 일이었다.
본래 왕당파 귀족집 영애라, 공주의 시녀 노릇을 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가문의 영광이랄까.
잡일은 하녀들이 하니, 따지고 보면 쉬운 일이어야 했다.
단지, 로슈자클랭에게 반해 쉬르테와 에밀리가 엮이지 않았다면 말이다.
당황한 에밀리를 울고 있던 마리가 돌아보았다.
“에밀리, 혹시 아는 게 있어요?”
“그게, 파트로네께서 아셔도 좋을지.”
“말해줘요, 제발! 러시아라니, 이게 말이 돼요? 유진이 어떻게 그 추운 데서 지내요? 유진은 추위 많이 탄단 말이에요!”
그때 문 밖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위도 많이 타던데, 유진은?”
순간 안에 있던 세 여자가 고개를 홱 돌렸다.
이곳은 말메종, 곧 보나파르트 가문의 저택이다.
마리가 한달음에 달려와 오르탕스를 붙잡고 우는 데도 다 배경이 있다.
예컨대 안주인 조세핀이 관대한 성품인 데다, 따지고 보면 구왕실 귀족과 엮여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장녀인 오르탕스도 어릴 때부터 마리와 친교를 나눈 사이다.
그런데 지금 도저히 이곳에서 환영할 수 없는 불청객이 왔다.
황급히 오르탕스가 먼저 움직여 문 앞을 가로막았다.
“폴린, 당신이 여길 왜 오죠?”
바로 폴린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동생이자 마리의 [라이벌]이 나타난 것이다.
***
물론 폴린의 입장에서는, 이곳에 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내가 오지 못할 곳에 온 건 아닐 텐데. 말메종은 엄밀히 말해 보나파르트 가문의 저택이야. 그런데 집주인의 동생인 내가 오지 못할 이유라도 있니?”
“할머니가 아시면 아주 싫어하실 걸요. 고.모.님?”
“어머나, 내가 고모인 건 알긴 하는구나?”
오르탕스와 폴린이 서로 노려보았다.
사실 원역사에서도 둘은 원수지간이다.
폴린은 조세핀의 뒷소문을 퍼뜨리고 다니고, 오르탕스는 폴린의 소중한 넷째 오빠와 결혼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그 정도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질적으로 맞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여전히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마리가 성큼 나섰다.
“동맹을 맺자고 온 거죠?”
“응? 어, 그건. 어떻게 알았지?”
“당신도 싫을 거 아니에요. 유진이 러시아의 듣도 보도 못한 여자와 결혼하는 건!”
사교계 분위기 파악이라면 그야말로 달인일 왕실 여자, 마리가 부르짖었다.
“나폴레옹 통령 각하를 설득해 주세요. 절대로, 이건 있어선 안 될 일이에요!”
폴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조금 더 애태우다 얘기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상황이 급한 것도 사실이다.
당장 러시아로 특사라도 파견할 기세로 나폴레옹이 서두른다는 얘기를 폴린도 들었다.
다름 아닌 나폴레옹의 주치의, 라레이 준장으로부터.
조금 샐쭉해진 표정으로 폴린이 새침을 떼며 대꾸했다.
“한 마디 정도는 거들어 줄 수 있어. 오라버니가 내 말을 듣는다는 보장은 나도 못 하거든.”
“해내요! 아니면, 유진은 영영 파리로 못 돌아온다구요!”
“러시아 공주가 파리로 올 수도 있지.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난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되거든.”
문득 폴린이 교태로운 미소를 띠며 속삭였다.
“내가 원하는 건 유진 그 자체니까. 너랑 달리.”
마리가 온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다, 폴린이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그래도 러시아 여자 따위가 유진을 차지하는 건 기분 나쁘긴 하지? 우리 프랑스 공주님도 아니고.”
“그렇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럼, 제발!”
“조건이 있어.”
일순, 폴린이 눈을 반짝이며 요구안을 던져왔다.
“약혼식 포기해. 그럼, 도와줄게.”
마리는 이를 악물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누구 멋대로 좋다는 거야?”
“유진, 네가 모스크바에 가는 것보다는, 응?”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다시 여자들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곳에 유진이 서 있었다.
유진은 시선을 돌리다, 폴린을 따라온 또 다른 여자를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어머, 장군님. 오랜만이에요?”
“넌 이게 재밌냐. 로르?”
“장군님이 모스크바, 아니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면 더 재미있을 거 같은데요?”
장래, 가십의 달인이 될 로르 페르몽을 보다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진짜 잘들 한다. 에밀리, 넌 내가 마리가 사고 치지 못하게 하라고 붙여놨더니 뭐 하는 거야?”
“그게, 말이죠. 오빠. 전 아무 말도 안 했거든요?”
“애초에 이곳에 오지 못하게 해야지. 어쨌든 폴린,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어.”
폴린이 아주 화사하게 웃으며 유진에게 재빨리 다가섰다.
“뭘 도와줄까? 탈레랑을 유혹해서, 그 후보는 나쁜 후보라고 말하게 해줘?”
“탈레랑이 네 유혹에 넘어갈지도 모르겠고, 여자랑 잔다고 말을 바꿀 인간이 아니야. 하지만 네가 마담 레티치아를 설득해 주는 건 가능하겠지.”
“우리 엄마? 쉽지 않은 건 똑같은데. 게다가, 우리 엄마 입장에서도 널 보내는 게 꼭 나쁜 건 아닌데?”
이번에는 자신 없어 하는 폴린을 보다 유진이 싱긋 웃었다.
“아닐걸. 마담 레티치아는 날 좋아해. 멀리 보내는 건 싫으실 거야.”
그 웃음은 너무 매력적이라 폴린도, 그 뒤에서 보던 마리도, 거기에 로르와 에밀리도 잠시 넋을 잃었다.
유일하게 멀쩡한 사람은 동생인 오르탕스 뿐이었다.
오르탕스가 혀를 찼다.
“쯧, 다들 정신이나 차려요. 저 느끼한 웃음이 뭐가 좋다고.”
그때서야 화들짝 놀라며 폴린이 생긋 웃었다.
“와, 진짜 마성의 남자네. 풉. 그래, 어떻게 도와줄까?”
유진은 아주 간단한 요청을 던졌다.
“아버지와 만나는 자리에서 한 마디만 해주시면 돼. 이 혼사는 반대라고.”
폴린도, 마리도, 오르탕스도 모두 눈을 깜박였다.
고작 그걸로 이 혼사를 막을 수 있을까?
***
놀랍게도 레티치아는 흔쾌히 퇼르리 궁전으로 달려왔다.
“난 반대다, 나폴레오네.”
본인 직장에 갑자기 어머니가 들이닥쳤을 때, 좋아할 자식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퇼르리 궁전이 직장이라면 이상하지만, 나폴레옹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레티치아는 나폴레옹 입장에서 굉장히 상대하기 어려운 모친이다.
왜냐면 일찍 남편을 잃고, 사실상 가장 노릇을 하며 어린 아이들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웬만해서는 이런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는 나폴레옹도, 조금쯤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이건 국가의 대사예요. 어머니가 끼어드실 일이 아닙니다!”
“무슨 헛소리지? 유진은 네 양자이기만 한 게 아니야. 내 손자기도 하다! 난 그 애가 어릴 때 빵을 먹인 걸 기억한다!”
“그렇다고 국가 정략혼을 바꿀 수는 없어요!”
그 순간 레티치아가 눈을 번뜩였다.
“나폴레오네! 내 말을 똑바로 들어! 그 빵을, 유진이 사 왔다는 걸 잊지 마!”
흠칫 놀라 물러나는 나폴레옹을 향해 레티치아가 ‘이탈리아어’로 쏘아 붙였다.
“정말로 우리 집안이 어려웠을 때, 유진의 금전 지원은 엄청난 도움이었어. 네가 늘 잘 나가기만 했던 게 아니란 걸 잊지 마라.”
“아니, 어머니. 그때 제 월급도 제법 많았는데.”
“뤼시앵이 밖에서 낭비하는 돈, 루이와 제롬의 교육비! 얼마나 들었는지 아니! 엘리자나 카롤린에게 들어가는 돈은 또 어떻고! 전부, 유진의 하숙비에서, 그 다음에는 유진의 은행에서 나왔어!”
레티치아는 퇼르리 궁전 전체가 떠나가라 소리쳤다.
“유진이라고 그 돈이 안 아까웠겠니! 귀족 집안에, 쓰고 싶은 데도 많았을 텐데! 그 돈 아껴서 우리에게 줬던 거야! 그 은혜를 잊으면 넌 사람도 아니다!”
바로 문 밖에서 그 소리를 듣던 이폴리트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옆에 서 있던 유진도 뻘쭘한 얼굴이다.
사실 유진도 그저 넘치는 돈을 베풀었을 뿐이라, 레티치아가 [하숙비]를 은혜로 여기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저런 부분을 고마워 하실 줄은 몰랐는데. 너, 그렇게 빈곤했냐?”
“나도 다이아몬드 때문에 오신 줄 알았지. 빵은 몰랐는데.”
“다음에 빵이라도 사가.”
그 순간, 통령 집무실 문 안 쪽에서 짜증 가득한 나폴레옹의 외침이 터졌다.
“휴, 알겠어요. 어머니. 일단 말이나 들어보죠. 유진!”
유진은 냉큼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문 안쪽, 붉으락푸르락 낯빛이 급변하는 나폴레옹과 엄한 얼굴의 레티치아가 서 있었다.
살짝 유진과 눈이 마주쳤을 때, 레티치아가 눈을 찡긋거렸다.
아마, 레티치아 입장에서는 조세핀에게 엿을 먹인다는 생각도 있을지 모른다.
유진이 슬쩍 마주 웃을 찰나였다.
나폴레옹이 유진과 레티치아 사이를 가로막았다.
당장 총이라도 쏠 기세로 나폴레옹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내게는 어머니고, 네게는 할머니인 분까지 들쑤셨으니, 각오는 되어 있겠지?”
“물론, 되어 있습니다. 아버지.”
“결혼을 반대한다면 대안이 있는 거냐? 그 이상의 대안이 없다면, 이 혼사는 반드시 추진한다!”
그 순간, 유진은 심호흡을 하다 입을 열었다.
“러시아와 전쟁 동맹을 맺으시죠.”
“뭐?”
“그럼, 굳이 혼사를 맺을 필요 없이, 평화가 이뤄집니다.”
잠시, 낯을 찡그리던 나폴레옹이 물었다.
“상대가 누군데? 영국?”
잠시, 나폴레옹에게 감탄하던 유진이 싱긋 웃었다.
“인도입니다.”
이것만은 아직 나폴레옹이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향후, 원역사에서 본인이 생각해낼 계획이라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