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7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77화(278/547)
(277) 나폴레옹의 정신나간 계획은 이집트만이 아니다
천재를 상관으로 모신다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놀랍고, 대단하고, 피곤한 일의 연속이다.
“인도를 러시아와 함께 공략한다고?”
“응.”
“너, 제정신이냐?”
그야말로 회의가 끝나자마자, 이폴리트가 유진에게 달라붙어 외쳤다.
퇼르리 궁전에 비밀이 없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랄까.
여기에 쥐노와 란, 마세나마저 유진을 포위하다시피 둘러쌌다.
군사적 원정이니 나폴레옹의 최측근, 통령 근위대장, 그리고 최고의 [부사령관]이 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유진은 쳐다보는 이들의 시선을 슬쩍 돌아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정말 제정신인 계획이 아니지?”
그러자 마세나와 란, 쥐노가 입을 쩍 벌리며 외쳤다.
“프라이슈츠, 난 그래도 보나파르트 통령이라면 모를까. 자네는 정상인 인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이야, 유진! 와우, 이집트에서 인도를 공략한다는 개소리도 놀라웠는데, 이제는 러시아 행이라니!”
“사막에서 돌아왔더니, 이제는 빙해인가? 맙소사.”
유진이 쓴웃음을 짓다, 휴게실에 주저앉았다.
사실 유진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평가다.
왜냐하면 이 정신 나간 계획은 유진이 천재라서 생각해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1800년 현재, 이 시대의 어처구니 없는 일은 보통 원역사의 나폴레옹이 기획한 일이다.
나폴레옹은 원역사에서 파벨 1세를 영국과 떼어놓는 구도를 짠다.
그 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나폴레옹의 밀서가 파벨 1세에게 들어간다.
바로 인도 공동 공략 계획이다.
역사가에 따라서는 이 계획 때문에 파벨 1세가 영국의 음모로 암살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파벨 1세가 코사크 기병대를 아랄 해로 파병했다는 거다.
기병대의 최종 목적지는 인도였다.
파벨 1세의 죽음으로 계획은 멈췄지만, 이 계획이 나중에 폭로되면서, 영국인들은 러시아를 경계하게 된다.
후세 그레이트 게임의 시작이 바로 이 정신 나간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억울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유진이 대꾸하는 이유다.
“마세나, 난 아직 정상이에요. 란? 그래서 인도는 못 갔어도 이집트는 점령했잖아요. 쥐노, 어차피 당신이 갈 건 아니니까 걱정할 거 없어요.”
문득 유진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프랑스군이 가게 된다면, 베르나도트가 갈 겁니다.”
나폴레옹 군단의 최고위 장군 셋이 서로 돌아보았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애초에 베르나도트가 부각된 진짜 이유인 데지레는 현재 오슈의 부인이 되어 카이로에 있다.
그렇기에 베르나도트에 대해 나폴레옹 클럽 멤버는 잘 모른다.
물론 아예 무명도 아니지만 말이다.
“베르나도트? 라인 군단 부사령관? 이 정신 나간 계획에 그 친구를 보낸다고? 푸하핫!”
“모로가 좋아할지 모르겠군. 아니, 그걸 떠나서 베르나도트가 그런 걸 좋아했나? 국내에서 공훈을 뽐내는 데 더 집중했던 것 같은데.”
“나폴레옹 통령 각하가 허락하셨다고? 이걸?”
마세나, 란, 쥐노의 반응을 보다 유진은 조금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마세나, 당신은 내게 고마워해야 할걸요. 아버지의 ‘원픽’은 당신이었다구요.”
이 말은 농담이 아니다.
굳이 원역사의 계획서가 아니라도, 당장 통령 집무실에서 나폴레옹이 거론한 이름이었으니까.
그러나 유진은 실패할 게 뻔한 이 계획에 마세나를 밀어넣을 생각이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 멀리 인도까지 갈뻔한 남자, 마세나가 창백해진 채 외쳤다.
“갑자기 파리의 미녀들보다 더 사랑해주고 싶은데? 프라이슈츠, 이리 와. 키스해 주지.”
“언제부터 동성애가 취미가 됐습니까?”
“오늘부터!”
그때 장군들이 반농담 반진담으로 노닥대는 모습을 보던, 또 다른 보좌관이 입을 열었다.
“수석보좌관, 이 계획 정말 진행하는 겁니까?”
차석보좌관 브리엔이다.
“일단 이 계획에는 난관이 너무 많아요. 수석보좌관.”
“내가 로마노프 가문의 공주와 결혼하는 것보다는 쉬울 걸요?”
“러시아를 설득해야 하고, 영국과 적대하게 만들어야 하고, 나아가 프랑스군을 러시아까지 이동시켜야 합니다.”
브리엔이 난색을 표하며 물었다.
“이 모든 난관을 대체 어떻게 돌파할 생각입니까?”
유진은 눈을 굴리다, 휴게실 한쪽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쳤다.
-지이익!
유럽과 아시아가 그려진 지도 위로 백묵이 그어졌다.
“우리 군은 흑해로 가면 됩니다.”
“오스만 제국이 이걸 허용한다고?”
“러시아가 당장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건, 당연히 싫겠죠? 하지만 러시아군의 압력이 인도를 향한다는 건, 오스만 제국 신정부에도 나쁜 얘기가 아니에요.”
물론 오스만 제국이 친프랑스가 된 근본 원인은 군사적으로 꺾였기 때문이다.
허나 친프랑스 기조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대러시아 문제도 있다.
한데 갑자기 프랑스가 러시아와 친해지면 오스만 정부가 흔들리지 않을까?
이 문제를 유진은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셈이다.
러시아의 군사력이 중앙아시아로 나가면, 오스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줄어든다.
나아가 오스만과 오랜 라이벌인 페르시아를 자연스레 러시아가 압박하게 된다.
다만 이 모든 문제에는 한 가지 전제가 뒤따른다.
“군사적으로는 불가능할 게 없습니다. 문제는 이걸 실행할 외교적 교섭이죠.”
러시아가 수락하느냐의 문제다.
***
물론 나폴레옹 입장에서는 난생 처음 듣는 계획이다.
“그런데 어쩐지 익숙하군. 착각인가?”
나폴레옹이 고개를 갸웃거릴 찰나, 살리체티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야 사고방식이 딱, 보나파르트 통령 아니오. 세상에, 러시아와 연합해서 인도를 친다니. 차라리 정말 지구 반대편, 신대륙에 진출하자는 게 나을 지경이군.”
“듣고 보니 그것도 괜찮은데. 러시아가 동쪽 끝으로 신대륙에 진출했단 얘기도 들은 것 같군요. 살리체티. 알래스카였나?”
“지구 반대편에 프라이슈츠를 보냈다간, 아마 마담 레티치아의 불호령을 또 받으시겠지.”
살리체티가 툴툴거리는 모습을 보다, 나폴레옹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그리 불만이오, 살리체티? 상원의장으로 예우는 했을 텐데.”
이곳은 살리체티의 사저다.
아무리 통령에게 내각이 있고, 보좌관이 있다 해도, 조언자는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다.
전직 총재로 다양한 교섭 경험이 있는 살리체티는 외교사안의 적합한 고문이다.
그렇지만 정작 나폴레옹의 얘기를 들은 살리체티는 왜 왔냐는 듯 불만스런 얼굴이다.
허나 나폴레옹 입장에서는 살리체티에게 높은 예우를 했다.
상원의장, 명예직이지만 고수입에 의전 서열로는 통령 다음 가는 자리다.
심지어 더 거물인 당통이나 라파예트에게도 주지 않은 지위다.
그러나 살리체티는 전혀 마뜩찮은 얼굴로 대꾸했다.
“물론 나야 통령 각하의 대리인일 뿐이지.”
“그런데?”
“하지만 대리인은 그저 앉아있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야. 난 아직 한창이라고. 벌써 은퇴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살리체티는 나폴레옹이 소위였던 시절, 코르시카의 격랑을 거쳐온 열혈남이다.
단지 높은 자리에 오른다고 만족할 사람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최고 권력자가 되겠다고 날뛰는 바보라고 할 수도 없다.
대체 뭘 바라는지 알 수가 없어 나폴레옹은 미간을 좁혔다.
“러시아 대사직은 당통이 원하던데. 혹시 그 자리를 원하는 거요?”
그러자 살리체티가 코웃음을 쳤다.
“그 추운 곳을 내가 왜 가? 당통이 이상한 놈이지.”
“원하는 자리가 뭐요? 내각 교체 시 배정해줄 수도 있지.”
“장관은 아니네, 통령 각하.”
문득 기회를 잡았다는 기분인지, 살리체티가 눈을 반짝였다.
“뤼시앵이 내무장관인데, 조세프는 여전히 로마 대사에 불과하지?”
“그야, 조세프 형은 외교관으로 쓰기 적당하니까.”
“언제까지 그렇게 내버려 둘 건가. 게다가, 이탈리아도 추가로 재편해야 할 거 아닌가?”
슬쩍 나폴레옹의 눈치를 살피다, 살리체티가 물었다.
“롬바르디아 공화국의 수상으로 조세프를 임명하는 게 어떤가?”
나폴레옹은 눈을 가늘게 뜨다 웃었다.
아직 이탈리아 반도는 나폴레옹의 원정이 끝난 직후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열띤 반란은 그쳤지만, 각기 위성공화국과 교황령, 프랑스 직할령으로 나뉜 상태다.
향후 재편이 불가피한 땅이란 얘기다.
이 혼란기는 모험가에게는 기회가 되는 법.
아직 권력과 이권, 영토가 유동적일 때 먼저 가서 선점권을 쥐겠다는 속셈이 빤히 보인다.
게다가 사실 코르시카 출신인 살리체티에게는 프랑스보다 이탈리아가 더 정서적으로 가깝다.
그럼, 살리체티가 원하는 자리는 뭘까?
“그 아래 부수상이나 내무장관을 맡고 싶으시다?”
“총재 자리는 지겨웠어. 하는 일도 없이, 논의하는 일만 많고, 실권도 없었지.”
“뇌물도 없었겠지요.”
일순 살리체티가 찔리는 표정으로 손을 세차게 저었다.
“흠! 누굴 부패 정치인으로 아나? 난 투자를 즐길 뿐이야. 상원의장 자리는 전혀 자유롭지가 않아!”
전혀 믿지 않는 얼굴로 살리체티를 보며, 나폴레옹이 고개를 까딱였다.
“좋습니다. 다만, 향후 롬바르디아는 프랑스에 편입될 수도 있소.”
“그럼 그때까지 준비 작업을 해두는 걸로 하지. 응, 잠깐. 설마?”
“생각하는 게 맞을 거요.”
문득 나폴레옹이 입가를 틀며 웃었다.
“난,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프랑스에 통합시킬 생각이오. 그러자면, 분명 기반을 만들어두는 일이 필요하지.”
살리체티는 눈을 반짝였다.
“당장 떠날 준비를 하겠네. 한데, 프라이슈츠 일은 그대로 진행하는 건가?”
이 시대 혁명의 격랑에 뛰어든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험을, 혹은 도박을 지극히 좋아한다.
천성적인 도박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안한 삶을 누리기보다, 기꺼이 격랑 속에 몸을 던진다.
그 도박사들 중 아마도 역사가 정점으로 기록할 남자, 나폴레옹이 웃음을 터뜨렸다.
“흥! 얘기하지 않았소? 이건, 내 사고방식이 맞소. 이걸 내가 직접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군!”
할 수 있다면, 본인이 직접 모스크바까지 달려갈 기세로.
***
전혀 예측하지 못한 날벼락을 맞은 사람은 따로 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통령 집무실로 불려온 탈레랑을 향해, 나폴레옹이 짐짓 근엄한 태도로 일렀다.
“방금 말한 그대로요, 외무장관. 결혼 문제는 전면 취소요. 대신,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추진하기로 했소.”
“기쁜 일입니다만, 대상이, 어디라구요?”
“인도.”
탈레랑은 심호흡을 했다.
프랑스가 러시아와 손을 잡고, 중앙아시아를 지나, 인도를 공략한다.
이집트를 건너 인도를 공격한다는 소리나, 혹은 누벨 프랑스를 찾기 위해 캐나다 지역을 공략한다는 소리처럼 들리는 얘기다.
그렇지만 우아한 탈레랑은 미쳤냐고 말하는 대신, 적당한 말을 골랐다.
이를테면 외교적 문제다.
“통령 각하, 그건 영국과 다시 전쟁을 벌인다는 뜻입니다.”
“누가 우리가 싸운다고 했지? 싸우는 건 러시아요.”
“아니, 러시아와 함께 인도를 공격한다고 하신 듯 한데요.”
그 순간, 나폴레옹이 눈을 번뜩였다.
“탈레랑, 내가 인도를 러시아에 넘겨줄 것 같소? 인도는 내 거요!”
이번에는 정말 어이가 없어 탈레랑도 입을 쩍 벌렸다.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유진은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저 유명한 나폴레옹의 [억지]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뜬금없는 말이 그렇듯, 이 억지에도 숨겨진 합리적 이유는 있다.
문득 유진의 부관, 이폴리트가 속삭였다.
“아직, 인도 포기 안 하신 모양인데?”
“그야 러시아의 인도 공략이 이번 외교의 목표는 아니니까.”
“그럼 뭐가 목표인데?”
미처 유진이 말하기도 전에, 나폴레옹이 단호히 선언했다.
“러시아를 프랑스의 친구로 만들고, 영국을 공동의 적으로 삼는 것! 그게, 이번 특사의 목표가 될 거요. 특사로 유진 보나파르트를, 대사 예정자로 조르주 당통을 선임하겠소!”
그러니까, 실제로 인도를 공략하는 데 성공할지는 두 번째 문제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수립하고, 영국을 공동의 적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실제 군사적 행동은 진행하면 좋고, 안 해도 상관없다.
탈레랑이 우아한 태도로 고개를 조아렸다.
“알겠습니다, 각하.”
그러나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탈레랑은 유진의 등 뒤에서 일렀다.
“이거, 한 방 먹었군요. 프라이슈츠.”
유진을 러시아 프린스로 만들려던 탈레랑을 돌아보다, 유진이 싱긋 웃었다.
“장관이 그렇듯, 저도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 일할 뿐이죠.”
물론 둘 다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은 서로가 아주 잘 안다.
유진과 탈레랑의 1차전이 슬쩍,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나폴레옹의 정신나간 원역사의 계획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