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8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80화(281/547)
(280) 시드니 스미스도 러시아로 간다
분명 유진의 일행은 러시아로 가는 공식 사절단이다.
호루스 호에 타고 있는 구성원도 공식적 지위가 있다.
러시아 대사 예정자 당통, 통령 수석보좌관 겸 현직 군인 장성 유진, 프랑스 해군 함장 니콜라스 쉬르쿠프.
국왕이 직접 맞이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외무장관이 나올 정도의 사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3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는다.
“크흠, 내가 전직을 과시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야. 나름 전직 국가원수였던 몸이란 말이지.”
“알아 모시고 있습니다, 대사 각하.”
“그런데, 이렇게 아무도 날 보러 오지 않는다니. 말이 되나?”
이제 멀미에서 벗어난 당통이 투덜거렸다.
“분명, 여긴 별궁이라, 왕세자가 가까울 텐데!”
아름답긴 하지만 아말리안보로는 엄연히 별궁이다.
특히 건물이 총 4개로 구성되어 있어, 본궁에서는 꽤 멀다.
그런데 본궁은 그럼 어디일까?
놀랍게도 현재 덴마크 왕국의 본궁은 없다.
“원래, 덴마크의 왕궁은 이곳, 아말리안보로가 아니라 크리스티안보로죠.”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시내 중심부로 들어올 때 보시지 않았습니까? 운하 쪽에 있던 타버린 건물.”
문득 유진이 밤의 코펜하겐을 창가에서 바라보며 말했다.
“6년 전, 1794년에 대화재로 불타버렸죠. 사고였다고 하더군요.”
1794년, 덴마크 왕국의 본궁, 크리스티안보로는 불타 올랐다.
원역사 현대에는 새로 재건되어 입법, 사법, 행정의 중심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1800년 현재는 아직 다시 지어지지 못한 상태다.
사고의 원인은 북유럽 특유의 거대한 중심 난로가 과열된 탓이라는데, 믿기지 않는 얘기다.
당통이 미간을 좁혔다.
“그게 혹시 사고가 아닌 건가?”
“이곳에서는 영국인들의 음모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때도 프랑스는 영국과 전쟁 중이었고, 항구는 공격당했죠. 프랑스의 밀수품이 코펜하겐 항구로 오갔구요.”
“영국놈들이 여길 공격하지 않은 게 신기하군. 바다에서는 완전 무법자 아냐?”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만약 전쟁이 더 오래 진행되었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2차 반혁명 전쟁 때는 사실상 코펜하겐이 우리 외항이었으니까.”
코펜하겐은 덴마크의 진정한 중심부, 셀렌 섬 동쪽에 위치한 도시다.
한때 이 도시는 북방의 패권을 호령하던 덴마크 왕국의 핵심지대였다.
이곳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스웨덴과 노르웨이, 그리고 현대의 핀란드까지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17세기 스웨덴의 황금기를 지나, 30년 전쟁을 거치며, 덴마크의 국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진 상태다.
덕분에 18세기부터 덴마크는 강제로 중립국의 길을 택해야 했다.
놀라운 것은 오히려 이후로 패권을 다투던 시절보다 경제는 더욱 발전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밤이 깊었음에도 거리는 파리보다도 훨씬 밝다.
그러나 만약 1803년까지 전쟁이 계속되었다면, 이곳 전부가 불탔을 것이다.
왜냐면 영국이 프랑스 견제를 위해, 코펜하겐에 전열함대를 파견했을 테니까.
박격포 폭발탄 사격으로 도시 전체를 불태우기 위해서.
원역사에서 넬슨이 저지르는 짓이다.
“그럼, 우리가 영국이랑 평화를 이룬 덕에 멀쩡한 건데, 왜 이렇게 홀대야? 응?”
원역사는 몰라도, 영국의 위협은 아는 당통이 다시 투덜거리다 눈을 크게 떴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당통 대사님.”
별궁, 대사 숙소로 누군가 들어서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경호병들이 엄중히 둘러싸고 있는 걸 보면, 중요 인사가 확실하다.
꽤 긴 턱을 지닌 30대 청년을 보다 당통이 물었다.
“누구쇼? 대사의 방을 함부로 침입하는 당신은?”
“소개가 늦었군요. 프레데리크라고 합니다. 당통 대사님,”
“응? 잠깐, 혹시 왕세자?”
긴 턱의 남자, 프레데리크가 빙그레 웃었다.
“생득권으로 얻은 지위지요. 혁명가 여러분께는 썩, 좋아 보이지 않겠습니다만.”
물론 더욱 놀라운 것은 동생, 루이즈와 하나도 안 닮았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
여기에는 18세기 말, 덴마크 왕실의 대형 스캔들이 숨어 있다.
“우리 덴마크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아마도 부친과 똑같은 얼굴일 긴 턱의 프레데리크가 설명했다.
“부친이신 국왕 폐하는 아직도 미쳐 계시지요. 이복 숙부는 끊임없이 권력을 노립니다. 또한, 난 아직도 후계자가 없습니다.”
광인왕 크리스티안 6세.
현재 덴마크의 군주다.
허나 젊은 시절부터 광기를 보였고, 불안정해 국정을 맡기 어려웠다.
해서 많은 총신들이 크리스티안을 조종했는데, 그중 독일계 의사 출신인 요한 프리드리히 슈트루엔제가 있었다.
슈트루엔제는 상당한 자유주의 개혁가로, 덴마크를 제법 잘 통치했다.
국왕도 슈트루엔제를 신뢰했고, 왕비도 그랬다.
너무 가까워진 탓에 왕비와 슈트루엔제가 바람이 났다는 소문이 가득했다.
그 직후, 루이즈가 탄생했고 덴마크 왕실에서는 궁정 쿠데타가 일어났다.
슈트루엔제는 죽었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수군댄다.
루이즈 공주는 슈트루엔제의 딸이 확실하다고.
사실 얼굴을 보면 그럴 법하다.
유진은 3일 전에 보았던 루이즈 공주의 얼굴을 떠올리다, 싱긋 웃었다.
“영국과 같은 방식을 택하시면 될 텐데요. 여자도 승계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옛날에는 덴마크에도 여왕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칼마르 동맹을 만드신 마르그레테 1세 폐하를 말씀하시는군요. 그건, 5백년 전 일입니다. 게다가, 덴마크 왕은 노르웨이 왕위와 슐레스비히 공작령, 홀슈타인 공작령의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와 동맹을 맺으실 수는 없다는 거군요.”
왕세자 프레데리크가 힘없이 웃었다.
“애석하게도 그렇습니다. 심정적으로, 전 혁명을 이해함에도 말이죠.”
어린 시절, 자유주의 개혁가 슈트루엔제는 프레데리크의 스승이기도 했다.
궁정 쿠데타로 목숨을 잃었지만, 프레데리크는 여전히 슈트루엔제를 존경한다.
또한 슈트루엔제를 죽였던 이복 할머니나 이복 숙부는 프레데리크의 정적이기도 하다.
비록 섭정으로 국가의 전권을 쥐고 있지만, 프레데리크의 입지가 불안한 또 다른 이유다.
이 상황에서 영국과 전쟁이 벌어진다면, 덴마크 왕실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충 상황을 알아먹은 눈치빠른 당통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왕의 목을 쳤다는 소문을 듣지 못하셨나 보군. 왕세자.”
“만약 의회를 도입하고, 기본법을 왕이 준수했다면, 목이 달아나지 않았을 것도 들었습니다.”
“허, 이해도가 깊은데. 프레데리크 왕세자, 그럼 무엇 때문에 찾아온 거요? 그냥 대사에 대한 홀대를 사과하기 위해서?”
프레데리크 왕세자는 유진을 돌아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명목상은 러시아로 가시는 길 아닙니까? 이 틈에 비밀협정을 맺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냥 대사와 군인일 뿐입니다만.”
“두 분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분은 전직 국가원수고, 다른 한 분은 통령의 아들이자 실세라고.”
유진은 빤히 프레데리크 왕세자를 보다 물었다.
“어떤 협정이죠?”
프레데리크가 목소리를 낮추며 급히 말했다.
“대외적으로 덴마크는 중립을 지킬 겁니다.”
“그럼 프랑스에 별 쓸모가 없는 협정인데요.”
“하지만, 유사시 덴마크는 프랑스 편에 서겠습니다. 특히, 프랑스가 영국과 싸우게 된다면.”
유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원역사에서도 프레데리크 왕세자는 왕이 된 후, 나폴레옹과 손을 잡는다.
너무 강하게 결속해 나폴레옹이 망할 때까지도 손을 놓지 않는다.
북방 스웨덴의 왕이 된 전직 나폴레옹의 부하, 베르나도트조차 배신할 때에도.
신의는 있는 사람이 확실하다.
그다지 약삭빠르지 못한 것도 분명하지만.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가가 있어야겠죠. 뭡니까?”
프레데리크는 눈을 빛내며 설명했다.
“이 북방은 실로 험악한 대지입니다. 스웨덴만 해도 왕이 반역도에게 암살당하는 일이 빈번히 있었죠.”
“전대 왕도 암살당했다고 하더군요. 8년 전인가요?”
“그렇습니다. 구스타프 3세가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격당했죠.”
사실 프랑스만 왕의 목이 잘린 게 아니다.
18세기 말은 정말 유럽의 격변기다.
스웨덴도 수 차례 궁정 쿠데타가 반복되었고, 전임 국왕 구스타프 3세는 쿠데타의 승자였다.
그러나 불만을 품은 귀족들은 결국, 1792년에 구스타프 3세를 암살한다.
현재 22세인 후계자 구스타프 4세는 귀족들의 간섭에 크게 시달리는 중이다.
바로 옆나라에서 벌어졌던 사건.
이곳 덴마크라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 왕실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프랑스에 몸을 의탁하고자 합니다.”
당통이 껄껄 웃었다.
“큭큭, 우리 프랑스야말로 언제 다들 뒤바뀔지 모르오. 내 꼴을 보면 알 수 있지. 뭐,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프라이슈츠?”
유진은 피식 웃다 손을 내밀었다.
“수락하죠. 제 아버지께는 제가 책임지고 허락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보나파르트 수석보좌관!”
“한데 여쭤볼 게 있습니다.”
마주 손을 잡은 프레데리크 왕세자를 정시하며, 유진이 물었다.
“누가 날 통하면, 이게 가능할 거라는 걸 알려줬죠?”
프레데리크는 잠시 눈을 굴리다, 결국 진실을 고백했다.
“미스터 스미스입니다.”
그러니까, 괜히 시드니 스미스가 공주와 함께 있었던 게 아니란 얘기다.
***
코펜하겐의 밤은 밝고, 술집은 곳곳이 타오르며, 뱃사람들이 노래를 부른다.
“밭에서 곡식을 수확하고, 호밀이 쌓이니, 건초는 헛간에 있겠지! 우리는 마지막 푸대자루를 안고 집으로 간다네!”
상당히 허름한 술집에 앉아 노래를 듣던 시드니가 말했다.
“듣기 좋지? 수확의 노래야!”
“뱃사람들이 부를 노래는 아니군요.”
“덴마크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라네.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면, 마치 수확을 한 기분일 거야. 후후, 농사가 잘 안 되는 땅이라 더 그럴지도?”
맥주병을 들고 온 시드니가 유진을 보며 씩 웃었다..
“자, 이제야 우리 둘이 보게 되는군. 프라이슈츠.”
아직, 프레데리크 7세가 명해서 만들었다는 저 유명한 칼스버그 맥주가 있는 시대는 아니다.
그래도 이 시대에도 코펜하겐의 바에는 맛있는 맥주가 가득하다.
영국 맥주보다 훨씬 나은 맥주를 연신 들이키며, 불콰해진 얼굴로 시드니가 떠들었다.
“캬! 좋다! 프라이슈츠 자네가 시리아에서 내 뒤통수를 칠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지?”
“사실 뒤통수를 맞은 건 전데요. 갑자기 영국 해군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에이, 제대로 된 해군은 아니었지! 내가 전열함대를 끌고 왔으면 자넨 박살났어! 낄낄!”
유진은 신나게 시리아 해전을 떠드는 시드니를 보다, 잔을 놓았다.
-끼익.
유리잔이 테이블에 놓이는 소리에 시드니가 말을 멈출 찰나, 유진이 말했다.
“자,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죠.”
“오, 그렇게 마셔댔는데 술이 세군? 프라이슈츠.”
“덴마크 공주님까지 끌고 와서, 논하려는 게 뭡니까?
가만히 유진을 보던 시드니가 씩 웃었다.
“우리 수상, 네가 날린 거지? 프라이슈츠.”
유진이 눈썹을 치뜰 찰나, 시드니가 낄낄대며 주위를 신경쓰지 않고 떠들었다.
“대단한 솜씨야. 전장에서 대포를 수백 발 쏘는 것보다, 더 간단히 전쟁에서 이기다니.”
“난 그렇다고 답하지 않았는데요?”
“그렇지만 이걸 알아둬야 해. 영국에는 피트 수상 말고도 인재가 많아. 또한, 넬슨 말고도 제독도 많지.”
일순, 시드니는 입만 웃는 얼굴로 일렀다.
“그리 간단히 넘어뜨릴 수 없다는 거야.”
이 자리는 언뜻 코펜하겐의 흔해 빠진 술집처럼 보인다.
하지만 덴마크도, 또한 영국도, 혹은 다른 나라도 바보들이 아니라면 주점에 첩자들을 보내고 있을 터다.
물론 유진도 쉬르테 요원을 배치해두긴 했지만.
가볍게 잔을 굴리다 유진이 다시 물었다.
“아주 잘 알고 있죠. 그래서, 고작 경고 하나 하려고 이 먼 코펜하겐까지 왔습니까?”
“아니, 곧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갈 거라서 말이지. 대사 주재무관으로.”
“러시아 함대를 격파한 당신이 러시아로 간다구요? 스웨덴도 아니고?”
시드니가 씩 웃으며 유진을 향해 대꾸했다.
“그래, 한데 우리 프라이슈츠가 러시아로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 뭐라더라? 러시아 공주에게 청혼하러 간다던가?”
유진은 그 순간 세 가지 정보를 잡아챘다.
하나, 나폴레옹이 하도 떠들고 다닌 탓에 러시아 공주 혼담은 벌써 영국에 샜다.
둘, 그러나 아직 유진의 [러시아 플랜]은 드러나지 않았다.
셋, 영국은 러시아에 엿을 먹인 시드니를 러시아에 보낼 정도로 국정 혼란이 심각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의외로 시드니는 뛰어난 인선이긴 하다.
원역사에서 해군 승전보다, 스파이나 외교관으로도 이름을 남긴 사람이긴 하니까.
슬쩍 맥주를 건네며 유진이 물었다.
“같이 배 타고 가보시겠습니까?”
“설마, 게다가 난 우리 형님을 기다려야 하거든.”
“스펜서 스미스 대사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사로 옵니까?”
본래 콘스탄티노플 대사였던 시드니의 형을 떠올릴 찰나, 시드니가 유진에게 잔을 들어올렸다.
“그래, 이스탄불에 이어, 외교전 2차전이야. 프라이슈츠.”
후세 원역사에서 영국은 러시아와 수교하는 데 성공한다.
해서, 결국 영국과 러시아의 동맹이 프랑스를 넘어뜨리는 근본이 된다.
만약 이번에 유진이 실패한다면, 그 단초가 지금 마련될지도 모른다.
가만히 시드니를 응시하던 유진이 잔을 맞부딪쳤다.
“기대하죠, 미스터 스미스.”
19세기가 다가오는 1800년 9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외교전이 막을 올릴 때가 왔다.